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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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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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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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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9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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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2.

DUMMY

“경석아. 사신님께서 부르셔. 오늘 시간 돼?”

개학식이 끝나고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경석에게 나영이 옆자리에서 조용히 말했다.

“응. 뭐, 기본적으로 한가하니까. 지금 당장도 괜찮은데.”

“응! 그럼 그렇게 말해 놓을게!”

나영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경석은 굳이 나영을 거치지 않아도 자신이 직접 사신에게 이야기를 하면 될 텐데, 하고 생각했다.

“부장님? 오늘은 부 활동 없나요? 2학기니까 뭐라도 새롭게 해야 하지 않겠어?”

미리가 경석과 나영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웬일로 부의 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양 팔을 팔짱 낀 그녀의 까다로워 보이는 모습은 아침에 본 사람과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음, 그러네. 그러면 오늘 한 번 모일까? 나영이 넌 시간 괜찮아?”

“응! 나야 언제든지!”

나영이 가방을 챙기며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럼 가희한테는 내가 물어봐 놓을게!”

나영이 또 열심히 핸드폰의 자판을 두드렸다.


*


오랜만에 부실에 사회생활부 전원과 고문인 사신까지 모였다.

“그래서, 2학기 계획을 위해 모였다고?”

“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다만 그런 모임이라면 개학 전에 했어야 정상 아닌가 해서 말이다.”

사신의 일침에 뜨끔한 경석이었다.

“아, 그······ 저도 계속 봉사 활동을 하느라 시간이 애매하기도 했고, 또······”

“알았다. 그럼 나하고는 회의 끝나고 나면 따로 보자. 나는 잠깐 어디 좀 갔다 오겠다.”

사신이 나가자 부실에는 부원 네 명만 남았다.

“······.방학 동안 다들 뭐했어?”

······.그리고 그 말을 필두로 세 여학생들의 방학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끝을 모르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봉사 활동의 뒷이야기부터, 놀러 갔던 장소들, 보고 경험 했던 수많은 것들에 대해 그들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경석은 기본적으로 꾸준히 갔던 봉사 활동 말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기에 따로 끼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별로 낄 생각도 없었다.) 경석은 회의를 해야 했지만 오랜만에 만나 서로 반가워하는 그들이 허심탄회하게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잠시 놔 두었다.

수다의 양상은 이랬다. 아가씨 집안이라 그런지 해외 이곳 저곳을 가족들과 함께 여행 다녀온 가희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수다를 주도했고, 미리와 나영은 가희의 일을 들으며 자신들도 가 보고 싶다고 동조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다. 미리는 스스로 밖에 잘 안 나간다고 밝혔으니 경석도 이해했지만, 나영도 보아하니 미리 쪽에 가까운 사람인 듯 했다. 미리와 나영은 가희의 사진을 보며 때로는 감탄하기도, 때로는 질문 공세를 펼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그런데, 우리 여기 왜 모였더라?”

한참 이야기가 진행 중이던 그 때, 문득 나영이 정신을 차린 듯 화두를 바꾸었다.

“응? ······아! 2학기 진행! 회의해야지!”

미리가 책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

“이제야 그걸 깨달았구나.”

한쪽 구석에서 회의 내용을 궁리하던 경석이 다시 책상에 앉으며 말했다.

“미, 미안해······ 내가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해서······”

가희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됐어, 그 동안 많이 못 봤으니까 이해해. 일단 이야기 끝났으면 슬슬 회의를 시작할

까?”

경석이 가희를 달래며 회의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좀 생각해봤는데, 2학기 활동은 이 두 가지 정도에 하나의 활동 정도 더 하면 충분할 것 같아.”

경석이 부실 한 쪽에 구비되어 있는 이동식 화이트보드 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가 적은 것은 두 가지였다.


1. 중간고사, 기말고사 공부 모임

2. 학예회에 동아리 단위로 참가하기


“먼저 공부 모임! 학생인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자는 좋은 취지로부터 시작해서, 서로 강점인 과목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서로 알려주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끼리만의 활동을 넘어서, 공부 모임이라면 우리가 아닌 다른 친구들도 끌어들여서 같이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해!”

“······.다 좋은데 말투가 어째 홈쇼핑 광고 하는 아저씨 같냐?”

미리의 딴죽에 나영과 가희가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경석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개의치 않고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다, 다음! 학예회! 반 단위 참가도 가능하고 동아리 단위 참가도 가능한 만큼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지. 여기서 우리가 뭔가 하나 해 보는 거야! 내용이 뭐가 될지는 좀 더 의논 해봐야겠지만 말이야.”

“좋은데? 난 찬성이야! 생각 많이 했구나~!”

가희가 적극 찬동해주었다.

“자, 질문이 있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해 줘.”

각자 다들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나영이 손을 들고 물었다.

“공부 모임에 관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응! 뭐야?”

“다 같이 모여서 서로 모르는 걸 잘 하는 사람이 알려주거나 한다면, 적어도 우리들 중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음, 그렇네. 혹시 다들 성적이 어느 정도야?”

경석의 말에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 나는 딱히 좋은 편은 아닌데······ 굳이 따지면 중간쯤?”

미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여기 학교는 처음이지만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성적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고, 공부를 잘 하는 편도 아니야. 그래서 물어봤던 거야!”

나영이 미리에 이어 말했다.

“음, 나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그저 그랬지만, 공부 자체는 전학 오고 나서 엄청 해서 지금은 자신 있는 정도?”

경석이 조심스레 잘하는 편으로 빠졌다.

“나, 나는······”

모두의 시선이 남은 한 명, 가희에게 쏠렸다.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럽지만, 꽤 잘 하는 편이야. 1학기 기말고사도 전교 7등이었고······”

가희의 말에 미리가 책상을 치며 탄식했다.

“재력가에, 얼굴도 예쁜데 머리까지 좋다니! 불공평한 세상······”

“그, 그런 거 아니야! 부끄러우니까 하지 마······.”

아무래도 가희는 칭찬 받는 거에 약한 것 같았다.

“그러면 정해졌네, 나랑 가희가 둘에게 도움을 주면 될 것 같은데?”

“음, 그리고 아까 네가 얘기했던 대로 우리 이외의 다른 애들도 2명 정도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우리 부의 활동 목적에도 맞고.”

나영이 부가 의견을 제시했다.

‘그게 문제야. 우리 멤버 특성상 나영이 말고는 누구한테 먼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경석은 그 역할은 나영이 맡으면 잘 할거라고는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 가희와 미리(그리고 상현까지)를 섭외한 것이 결국 자신보다는 나영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더 컸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희귀병을 고치고자 하는 당사자는 자신인데, 나영이 더 많이 움직인다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섭외하는 건 내가 알아볼게.”

경석이 그 발언을 하자 모두가 경석을 바라보았다.

“네가?”

“······괜찮겠어?”

미리와 나영이 경석에게 말했다. 사람 대하는 자질에 대해 상당히 의심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경석이었다. 뭐, 절반 이상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고 남을 못 대하는 상태여도 곤란하지. 적극적으로 고쳐 나가야 하지 않겠어?”

경석의 그 말에 나영이 엄마와 같은 미소로 화답했다.

“많이 컸네, 경석이!”

“뭐라는 거야.”

등을 툭툭 치는 아저씨 같은 말투의 나영을 보며 경석이 애써 쑥스러움을 감췄다.

“그러면 일단 공부 모임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학예회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경석이 화제를 돌렸다.

“학예회라······. 애초에 학예회에서 뭘 하지?”

미리가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음······. 연극이라던가?”

가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연극이 제일 무난하고 대표적이지. 그 외에도 자신 있으면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출 수 도 있고, 장기자랑 형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춤과 노래는 자신 없는데······”

나영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리고 연극도 우리들만으로는 할 사람이 좀 적지 않아?”

미리가 나영의 말에 동조하면서 반문했다.

“무난하게 가려면 연극이 최고긴 한데, 사람 수가 적어서 문제긴 해. 물론 요즘은 3명이서도 연극하고 그러긴 한다고 하던데······”

“사람 수가 문제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

경석이 고민하는 동안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어! 너, 너는?”

오랜만에 봐서 잊혀질 뻔 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회생활부의 유령 회원인 상현이었다.

“우와! 상현아! 안녕~ 방학 동안 잘 지냈어?”

가희가 반가운 목소리로 상현을 맞았다.

“가희 너 여기 있었구나? 어쩐지 학교 끝나고 한 번 보려고 찾아갔는데 없더라니.”

상현이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영도 상현과 이전에 사회생활부로 섭외하는 과정에서 몇 번 대화를 주고받은 상대였기에 반갑게 인사했지만, 미리는 그렇지 못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기, 그, 누······구시죠?”

미리가 어색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경석은 미리도 처음 만난 상대에게 성격 상으로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점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응? 넌, 우리 반 애 아니던가?”

상현은 존재감은 옅지만 본 기억은 있는지 어렴풋이 미리가 같은 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이쪽은 상현이라고, 우리 반이고 축구부 주장이야. 동아리 중복 활동이 안 돼서 여기 들어오고는 싶다는데 유령 회원으로 활동 중이지.”

“그,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워. 난 김 미리라고 해. 같은 반이···.라네? 하하.”

미리가 멋쩍게 인사했다. 상현은 반대로 웃으며 대답했다.

“응! 잘 부탁해! 너도 여기 부원이구나! 난 유령 회원이라 자주 볼 일은 없겠지만 반에서 마주치면 인사나 해 줘!”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 그리고 인원 수는 신경 쓰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가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현을 안으로 들어오게 권유하며 물었다.

“지금 축구부에서 연습하다가 교체 되어서 운동장을 잠깐 산책하다가, 창문으로 너네 모습이 보이길래 잠깐 와 봤지. 그런데 연극 이야기가 나오길래 끼어들어봤어!”

사회생활부 부실이 운동장 한쪽 구석에 있던 만큼 운동장에서 활동하는 운동 관련 동아리의 공이 가끔 이쪽으로 날라오고는 했는데, 상현도 그런 느낌으로 이곳으로 온 듯 했다.

“음, 온 건 그렇다 치고······ 인원 수 얘기는 무슨 말이야?”

경석과 조금 떨어진 곳인 가희 옆에 상현이 앉았기에 다행히 그는 상현을 상대로 병 증세를 강하게 보이지 않았다. 사신과 사회생활부 부원들 정도까지는 이제 병세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에게는 병 증세가 강했고, 상현도 아마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웠다면 말을 더듬었을 것이라고 경석은 생각했다.

“유령 회원이긴 하지만 부원인 만큼,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너희들의 연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볼게!”

상현은 잘생긴데다 인맥도 넓고 사람도 싹싹하고 축구부 부장에 인기도 많은 유명인이라서 그의 부탁으로 사람을 구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경석은 생각했다.

“그래 주면 고맙지! 되게 뜬금 없긴 하지만 도와줘서 고마워.”

“뭘, 부원으로서 이 정도라도 해야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경석은 알게 모르게 상현을 경계했다. 지금 자신과는 완전히 정 반대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던 것도 그랬지만, 언젠가 나영이 상현이 경석에게 호기심이 생겨서 유령 회원으로라도 이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괜히 자기랑 얽혀서 상현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고마워, 상현아! 그럼 우리 연극 할 수 있는 거지?”

가희가 상현에게 감사를 표했다.

“응. 연극 스토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리를 포함해서 5명 정도만 더 있어도 가볍게 연극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경석이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학예회에 대한 이야기도 정리가 된 셈이다.

“그럼 이거에 관한 이야기는 끝난 건가? 나는 슬슬 경기 끝날 시간이라 가봐야 해서.”

“아, 잠깐!”

경석이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던 상현을 쫓아가 불러 세웠다.

“응? 무슨 일 있어?”

“그, 혹시······ 우리가 중간고사랑 기말고사에······. 공부 모임을 할 계획도······. 있는데 말이야······ 혹시 생각······ 있어?”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자 마자 바로 말이 더듬어지는 경석이었다.

“음, 좋지! 그거라면 가희 통해서 나중에 나한테 따로 연락 줘! 일단 하는 걸로 알아 두고!”

상현은 가는 길이 급했는지, 원래부터 OK할 생각이었는지 경석의 제안에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하겠다고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 말을 더듬어 갑자기?”

상현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파고들었다.

“응? 아, 아······. 그······. 그러게, 하하······.”

경석은 애써 얼버무렸다.

“뭐, 어쨌든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자. 나는 갈게, 안녕!”

상현이 부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다시 운동장 쪽으로 뛰어 갔다. 경석은 공부 모임에 더 끌어들일 사람을 자신이 부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앞의 상현에게 제안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하겠다고 해 주어서 설득할 수고를 덜어서 다행이었다.

“후우······.”

상현이 나가자 경석은 크게 뛰고 있던 가슴을 쓸어 내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꽤 하는데?”

나영이 경석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러지 마. 방금 병 증세도 생각 못하고 탁 튀어나가 버려서 내가 오히려 나 자신한테 당황했다.”

경석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상현이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가희가 중얼거렸다.

“참, 너랑 상현이는 옛날부터 알던 사이랬지?”

“응. 집도 가깝고, 부모님끼리도 친하셔. 이번에 여행도 한 군데 가족끼리 같이 갔다 왔어!”

가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대단하네. 가희는 이미 우리랑은 다르게 친구가 있는데?”

미리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얼굴도 꽤 잘 생겼고 축구부 부장에 가희네 친구면 집도 꽤 잘 살겠지? 부럽다, 가희야. 누구랑은 정 반대네.”

미리가 경석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만 경석은 나영과 대화를 주고 받느라 미리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야, 그런 거. 상현이랑은 그냥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친구야~”

가희가 애써 수줍음을 감추며 말했다.

“음, 뭐 어쨌든 상현이가 도와주면 연극으로 해도 문제 없겠지? 이견 있는 사람?”

경석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이견은 없었다.

“그러면 정리할게. 이번 2학기 사회생활부 활동은 일단 두 가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공부 모임하고 학예회 때 동아리 단위로 참가해서 연극하기! 더 말할 거 있는 사람?”

“내가 하나 말해도 괜찮을까?”

의견 제시에 평소 소극적이던 가희가 웬일로 손을 들고 말했다.

“응! 얼마든지!”

“나, 친구들끼리 파자마 파티라던가, 합숙 같은 거 해 보는 게 소원이었어! 우리도 그런 걸 해 보면 어떨까?”

가희의 의견에 다들 눈이 빛났다.

“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룻밤 같이 자면서 막 이것 저것 하고 놀면서 요리도 하고 그러면 되게 괜찮을 것 같아!”

미리가 웬일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나영도 찬동했다.

“잠깐만!”

흐름을 끊은 건 경석이었다.

“그, 이런 저런 제한 사항들이 좀 많지 않을까?”

“응? 어떤?”

가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그, 장소라던가······”

“후후, 장소는 걱정하지 마!”

가희가 자신 있게 브이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내밀며 웃어 보였다.

“이번에 새로 얻은 별장이 있는데, 거기가 진짜 괜찮아! 이번 방학 때 한 번 갔다 왔었는데, 우리끼리 주말에 1박 2일 정도로 같이 오면 좋겠다~생각해서 점 찍어두고 있었지!”

“오오! 역시 가희야!”

미리가 부러움 반, 기대 반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러면 장소는 그렇다 치고. 우리가 놀만한 거리가 있나?”

경석이 재차 질문했다.

“물론! 꽤 넓은 사유지인데, 앞은 바닷가고 뒤쪽은 산이야. 아침엔 바다에서 놀고 밤에 산에서 탐험하면 좋지 않을까?”

가희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계획이 다 구비되어 있었다.

“와, 가희 너 천재 아니니?”

나영도 감탄하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그······ 그러면 좋긴 한데······”

경석이 말을 더듬었다. 병 증상 때문은 아니었다.

“대체 뭐가 문젠데?”

미리가 이 완벽한 계획을 왜 방해하려고 하냐는 듯이 물었다. 사실 숫기가 없던 경석은 같은 또래의 여학생들이랑 같이 여행 같은 걸 간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얼굴이 빨개진 경석은 애써 얼버무렸다.

“수상한데······ 뭔가 이상한 상상 했어?”

미리가 경석을 탐문하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아, 아니야 그런 거! 어차피 상현이도 부를 거잖아, 그렇지 가희야?”

“응! 상현이랑은 같이 갔었는데,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했으니까 불러도 와 줄거야!”

가희가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면 여기에 합숙······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합숙을 하나 추가하고!”

경석은 얼굴을 돌려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끄적였다.

“우선 합숙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날짜부터 나중에 잡고서 이야기해보자. 그럼 이쯤

에서 마무리할게! 우리의 2학기 활동은 공부 모임, 학예회, 합숙 세 가지! 더 말할 거 있는 사람?”

다른 이견은 없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집에 가자!”

경석의 말을 끝으로 사회생활부 2학기 첫 회의는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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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5. 17.07.29 52 0 13쪽
6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4. 17.07.29 74 0 13쪽
5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3. 17.07.29 6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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