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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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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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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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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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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9.

DUMMY

그날 밤, 경석이네 일행은 안정을 되찾은 미리를 기다렸다가 모두 한 방에 모였다. 비록 바닷가에서도, 담력 시험에서도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지만, 밤에 한 방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기로 미리 약속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신님과 최 선생님은 먼저 주무시러 가서 방에 모인 사람은 학생 여섯 명뿐이었다. 이들은 상현이 챙겨 온 보드 게임을 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그래서, 뭘 가져왔는데?”

미리가 상현에게 물었다.

“이름은 생소할 거야. 이건 ‘달무티*’라고 하는 게임이야.

“달무티?”

일동의 머리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이게 이 게임의 모토야. 룰을 설명하자면······”

상현이 게임 규칙을 일행에게 설명했다.

“음, 듣고 보면 먼저 공격하는 사람이 계속 유리한 게임인 것 같은데?”

나영이 천천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맞아! 그래서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게 이 게임의 주제야. 먼저 선공권을 쥔 왕이 계속 유리하고, 반대로 거지는 계속 불리하거든.”

상현이 대답했다.

“그럼, 우선 좀 해 보면서 룰을 익혀가도록 하죠!”

민하가 카드를 섞으면서 말했다.


게임이 한창 진행되면서 서서히 지위가 굳어졌다. 왕과 귀족은 거의 가희와 나영이었고, 반대로 거지와 왕거지는 거의 미리와 경석이었다.

“으으, 또 거지라니!”

“왕거지나 거지로 신분 상승하기는 진짜 힘들다. 운도 잘 따라야겠네.”

미리와 경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어······”

가희가 뭔가 말하려 했다.

“어, 어서 카드를 섞거라······ 거지야······ 오호호호······”

가희가 왕 흉내를 내며 꼴찌인 경석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상현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등수가 앞선 사람이 등수가 뒤인 사람에게 명령조로 말할 수 있는 게 룰이라고 한다.

“으으···.. 부끄럽고 뭔가 나쁜 짓 하는 것 같아서 못 하겠어!”

볼이 빨개진 가희가 나영의 품에 안기며 얼굴을 묻었다. 희미하게 사악한 웃음을 짓는 나영을 보니 나영이 가희를 부추긴 듯 했다. 그러나 가희는 남에게 나쁘게 대하는 게 서툴고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함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무슨 소리십니까, 폐하. 이게 룰이옵니다~”

나영이 또 가희를 부추기려 했다.

“어허, 어서 섞어서 카드를 나누어주지 못하겠느냐!”

이번엔 나영(귀족)이 경석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그래! 어디 왕거지가 감히!”

민하(상인)까지 한 술 더 떠서 말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상현과 미리는 둘의 연기와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폭소를 연발했다.

“야, 상현이는 그렇다 쳐도 너는 나랑 같은 거지계급이면서 뭘 그렇게 웃고 앉았냐?”

상현의 명령으로 무릎을 꿇은 채 정중히(?) 카드를 섞던 경석이 배꼽을 잡고 웃고 있던 미리를 향해 톡 쏘아붙였다.

“허허, 거지에도 급이 있는 법! 나는 거지(5등)이고 너는 왕거지(6등)이니라! 떽!”

미리의 연기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경석만 허탈하게 웃으며 카드를 계속 섞었다.

“카드 받으시지요, 폐하.”

경석이 일부러 오버해서 정중히 예의를 갖추어 가희부터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후후, 좋은 패가 나왔는데?”

나영이 사악하게 웃으며 다시 경석과 미리를 바라보았다.

“그, 그럼 이거 가져가고 나 2장 줘, 경석아.”

가희가 경석에게 필요 없는 카드 2장을 내밀었다. 매 게임 시작마다 5등과 6등은 각각 2등과 1등에게 패에서 1장과 2장의 가장 좋은 카드를 바치고, 반대로 2등과 1등은 각각 5등과 6등에게 패에서 자신이 필요 없는 카드를 하사하는, 이른바 ‘상납’ 또는 ‘세금’이라고 하는 규칙 때문이었다. 꼴찌 둘은 가장 좋은 카드를 바치지만 1, 2등은 필요 없는 카드를 줘도 되기 때문에 거지와 왕거지 계급은 자신의 패에 좋은 카드가 나와도 별로 달갑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판인데, 뭔가 꼴찌한테 벌칙 같은 걸 정해놓고 게임을 하는 건 어때?”

상현이 제시했다. 모두가 거기에 동의했다. 다들 자기 패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미리 너도 괜찮아? 5등이면 까딱하면 6등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텐데.”

“꼴찌만 아니면 Ok 아니야? 난 상관 없어!”

상현이 미리가 벌칙 제안에 찬성하자 물어봤는데, 미리는 의외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자, 그럼 상납을 하시죠?”

나영이 미리에게 줄 카드 1장을 내밀며 말했다.

“크크큭······”

그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카드 배분을 끝내고 자신의 패를 확인한 경석의 웃음소리였다.

“왕거지만 5연속으로 하더니 드디어 맛이 갔니?”

미리가 경석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네들, 후회는 없겠지?”

경석이 조용히 속삭였다.

“뭐야, 왜 그래?”

나영이 심상치 않은 경석의 표정을 보고 흠칫했다. 갑자기 경석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가희! 너의 독재는 끝났다! 21세기는 자유의 시대다! 이거나 먹어라!”

경석이 일행 가운데로 패에 있던 카드 2장을 거칠게 내던지며 말했다.

“이건!”

“서, 설마 했는데 진짜로!”

“경석아, 이건 대체······?”

모두들 사태파악이 한 템포 늦었다. 경석이 내려놓은 두 장의 카드는 조커였다. 조커는 원래는 어떤 숫자의 카드던 상관 없이 카드를 낼 때 같이 낼 수 있는 복사형 카드였다. 예를 들어 3카드 2장에 조커면 3카드 3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조커 2장이 왕거지의 손에 모두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경우 ‘혁명’이라고 하여 모든 사람의 등수가 역순이 된다. 즉, 이 경우에는 왕거지였던 경석이 왕으로, 반대로 왕이었던 가희는 왕거지로 뒤바뀌는 것이다.

“혁명!”

일동이 동시에 외쳤다.

“이, 이건 제대로 한 방 먹었네. 설마 이 타이밍에 혁명이 뜨다니······”

2등에서 5등이 되어버린 나영이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럼 내가 이제 꼴찌야? 후에엥······”

하필 벌칙이 결정된 시점에 가장 불리한 6등이 되어버린 가희가 울상이 되었다.

“크크큭······ 벌칙은 ‘댄스 파티’ 맞지? 기대하고 있으라고. 어떤 춤을 출 지 미리 생각해놓으면 더 좋고. 후후···...”

단숨에 기세가 등등해진 경석이 반대로 가희와 나영을 사악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우와, 네 덕에 살았다.”

경석 덕에 단숨에 2등으로 치고 올라온 미리가 얼굴에 여유를 되찾았다.

“후후······ 자, 게임을 시작하지.”

상납을 마친 경석이 게임을 시작했다.


*


“······”

“선배······ 죄송······크크큭······.해요······하하하핫!”

민하가 마지막 카드를 내려놓자, 방 안은 폭소로 가득 찼다.

“하하하! 넌 어째 혁명으로 운 좋게 1등이 되자마자 바로 다시 꼴찌냐? 이게 말이 되냐? 어떤 의미로 정말 대단하다.”

미리가 너무 웃어서 입꼬리가 아픈지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녀는 웃고 있었다.

“무슨 3일 천하의 재림인 줄 알았네. 푸하하하.”

상현도 경석의 등을 치며 크게 웃었다.”

“너, 너무 그러지 마. 경석이가 불쌍하잖아······. 히힛.”

경석과는 정 반대로 6등에서 시작했으나 이번 판 마저도 1등으로 끝내 버린 가희가 경석을 위로해주다가 자신도 이 상황이 재미있었는지 희미하게 웃었다. 경석은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현실 권력이 게임에 알게 모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억울했다.

“아하하, 자신 있게 들이밀더니 자폭하냐!”

나영이 너무 웃다가 찔끔 나온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자, 그럼 선배의 춤 실력을 한 번 봐야죠!”

민하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다른 일동들도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며 경석을 부추겼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경석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세상을 읾은 표정으로 통곡했다.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하지만 일동은 경석의 억울한 외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을 틀고 박수를 치며 경석을 부추겼다. 결국 경석은 그 날 최고의 흑역사를 기록해야만 했다.


게임을 정신 없이 하는 동안 어느덧 새벽 1시까지 그들은 놀았다. 경석의 화려한(?) 춤으로 마무리를 장식하고 그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경석과 상현도 그들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까는, 크큭······ 미안.”

돌아가는 길에 상현이 경석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응? 뭐가?”

“마지막 판에, 사실 내가 일부러 널 견제 많이 했거든. 가희가 춤 추기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좀 도와줬지.”

“뭐, 뭐~라~고~??”

경석은 상현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아, 아! 미안, 미안! 하하하! 그래도 춤 추는 거 잘 봤으니 괜찮잖아?”

“괜찮긴 뭐가!”

경석은 한 번 더 상현을 조이며 흑역사에 대한 분노를 풀었다. 그러면서도, 꽤 거친 신체접촉임에도 큰 거부반응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상당히 발전한 상현과의 관계에 새삼 놀랐다.

“이야, 그래도 진짜 재미있고 진하게 놀았다. 안 그래?”

“그건 뭐, 동감. 많이 지긴 했어도 진짜 재미있네, 그 게임.”

경석은 재미난 보드 게임을 들고 온 상현을 칭찬했다.


방에 조용히 들어가니 최 선생님은 1인용 침대에서 먼저 주무시고 계셨다. 민하의 말에 따르면, 경석과 미리의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 최 선생님께서 제일 열심히 뛰어다니시며 둘을 찾아 다니셨다고 한다. 경석과 미리가 밤에 모두가 모이기 전 따로 찾아가서 감사의 말씀을 전했는데, 그 때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면서 오히려 둘의 상태를 걱정해주셨다. 경석은 최 선생님이 정말 요즘 세상에 몇 없을 인격자임을 다시금 느꼈다.

“최 선생님은 먼저 주무시네. 우리도 잘까? 먼저 씻을래?”

“응, 고마워.”

상현의 권유를 받아들여 경석이 먼저 씻고 누웠다. 경석과 상현이 잘 침대는 2인용이어서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자는 형태가 되었다. 경석은 다른 사람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어릴 적 부모님 이후 처음인데다, 깨어 있을 때는 몰라도 잘 때 병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럼, 잘 자.”

“어, 어···... 너도.”

상현이 씻고 돌아와 불을 끄고 경석의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경석도 병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하고 잠이 잘 안 왔으나, 하루 종일 있었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곧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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