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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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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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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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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22. 세슈칸에서.

DUMMY

***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제냐 킴은 세슈칸의 어느 여관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김서원’이 아니라 ‘제냐 킴’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당연히 게임 내부의 일이다. 오늘도 지루한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전공을 잘 선택했는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된다.


어쨌건, 노력하면 따라갈 수는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는 제법 수준이 있는 곳이었다. 아주 명문이며 뭐 굴지의 대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 소재의 학교였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 운이 받쳐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요구 조건은 맞춰야만 했다.


개중에는 머리가 좋은 놈도 있고, 아주 공부를 잘했으나 그보다 상위의 학교에서 미끄러져 차선책으로 낮은 곳에서 장학금을 받겠다며 온 놈들도 있었다.


제냐, 그러니까 김서원은 개중에서 중간 정도의 입학 성적이다.


머리 자체를 본다면 그리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공부를 못하는 곳이 아니었으니 공부와 담 쌓은 놈들도 아닐텐데, 수업 중에 주변의 표정을 본다거나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꼬라지들을 들으면 영 흥미가 동하지 않는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느낀다.


다들 어찌저찌 따라가고 있었다. 모범생도 엘리트도 늘 있었으나. 평균적으로는 그러했다.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는가, 하는 이야기일 테다. 그런 건.

대학교는 학문의 성지요 전당이라고 하지만 배움에 열의가 높은 인종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줌 정도? 그마저도 진실로 그럴 지는 잘 모른다. 전공이라, 자기 삶이라. 어려운 문제였다.


공부가 아니라 삶의 문제인가.


사락, 하고 종이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양피지는 본 적도 없다만, 대충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질기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종류였다. 크기가 조금 크기도 했고, 삽화도 풍성하게 그려져 있었다.

내부에는 그가 알아먹을 수 없는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내의 ‘산슈카Sanshuka’ 왕국어로 글이 적혀 있었지만 그가 스타팅 포인트로 선택한 피스 시市는 애초에 산슈카어를 사용하는 동네였다.


그곳에서의 삶이 제냐라는 캐릭터의 기본 설정이었으므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설정 인터페이스에 들어가 언어 관련을 조작하면 되는 문제였는데, 만약 지어진 그대로의 원문을 보고 싶다면 번역 기능을 꺼버리면 된다. 그렇게 특별히 건드리지 않는 이상 캐릭터 ‘제냐 킴’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은 모두 한국어로 번역되어 자연스럽게 읽히고 들렸다.


현실의 전 세계에 대응되는 대大륙은 그야말로 거대한 땅덩이였다. 지구 상에 어떤 대륙보다도 거대하다. 6대주에 속하는 대륙 중 두 세 개 정도를 합친 정도의 넓이였으니.

그 안쪽에 형성된 지형만 하더라도 갖가지였고, 다양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동식물들 또한 오만가지 종류가 있었다.


대강 그런 상식을 전반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다.


지금 제냐가 읽고 있는 책 말이다.


그가 있는 곳은 베이지 색 톤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인테리어 치장을 한 목재 여관 방 안이다. 3층 방의, 거리쪽으로 창문이 나 있는 1인실. 탁자에는 공학 등Light이 있다. 지금은 켤 필요가 없지만.

바깥은 밝은 한 낮이었다. 오늘은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났다. 저녁을 먹고, 바로 게임에 접속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참이다. 현실 시간으로는 오후 7시 즈음. 게임 시간으로는 정확히 오후 2시 02분이었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볼 수 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 중에 시간 창window역시 있었으므로. 워낙 거대한 땅덩이이니 지구에서 각국의 시간이 다르듯 이곳 역시 달랐다.


세슈칸이나 피스 시를 오가는 정도의 지역 내에서 달라질 일은 없었다.


지구의 별이 둥글고 자전하기에 시간이 다르듯, 그런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걸 보면 아마 콘란드 대륙 역시 둥근 별 위에 뜬 대륙인 모양이었다.

구형의 별이 아닌 모습을 상상할 수 없긴 하지만, 현대인으로서. 어쨌든 게임 속 이야기이니 판타지의 구조를 아무렇게나 짤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현실의 것과 같이 한 모양이다.


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작은 공부용 책상과 의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내려보다가 고개를 슬쩍 들면 바로 큰 창문이 있다.

바깥으로 열린 창문은 청명한 하늘과 그로부터 뻗는 햇살을 그대로 받는다.


오크 부락 사냥 퀘스트는 아주 잘 끝났다. 그 이후에 제냐도 최태현도 스킬을 두 세개 정도씩 먹었다. 고급 스킬들은 아니었고, 단순한 종류이기는 했지만. 스킬 레벨이 오른 것도 있었고.


둘의 파티 플레이는 제법 괜찮은 효율이었다. 제냐와 최태현, 곧 게임 아이디로 개멋진나 최는 몇 번의 사냥을 더 이어나갔다.


게임 바깥에 사계절이 있듯 게임 내에도 계절감은 있었다.


무더운 여름. 약 일주일 반 정도가 흘렀다. 세슈칸에 오고 나서 말이다. 둘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갈색먼지 숲의 여러 구역들을 오가면서 갈색 오크, 검빨 줄무늬 다이어 울프, 갈색 곰, 교활한 회색 늑대 팩션Faction을 처리했다.

물론 갈색먼지 숲에 존재하는 해당 종을 전부 토벌했다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두 명의 초중급 플레이어가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사냥을 했을 뿐이다. 단 둘 치고는 깨나 많이 잡아 죽이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레벨이 많이 올랐다. 제냐의 레벨은 이제 35였다. 그 언젠가, 피스 시에서 이동할 때 갑자기 맞닥뜨려 제냐를 태워준 변신술사 고양이의 레벨이 그 즈음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제냐는 ‘코미어’라고 하던 그 검은 고양이를 ‘중수’ 정도로 인식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에 어느정도 적응을 한 완숙한 플레이어 말이다. 초보자 티를 조금 벗은.


물론 레벨도 있었고, 초보자가 구경하기 조금 어렵다는 변신술 스킬의 사용자라 그럴 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쨌든, 제냐도 지금은 30대 중반의 레벨이었다.


레벨 업으로 얻게 되는 포인트, 가상점수는 소모품과 장비를 갖추기 위한 최소량을 제외하고 모두 스텟 성장률 증가에 다 때려박았다.


스텟의 기준이 되는 원점, 약 각 스텟의 10포인트가 실질적으로 낼 수 있는 위력을 x라고 했을 때, 스텟 11은 1.1x의 위력을 보인다.

21은 10단위를 한 번 넘었으므로, 2.2x가 되고.

31은 4.4x가 된다.

이후로 갈수록, 스텟 1은 똑같은 숫자 1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50에서 51이 되는 일과 10에서 11이 되는 일은 요구되는 시간과 정해진 동작 경험, 노력의 수준이 다르다.

고로 스텟의 증가가 아닌 x에 대한 배율로 봤을 때, 1x에서 2x로 가는 시간이 약 10%언저리 단축되는 듯했다. 성장률 증가에 한 포인트를 박았을 때 얻는 효과로 말이다.


두 개 포인트를 한 스텟, 예컨데 근력에 투자하면 증가폭은 갈수록 조금 줄게 되어 있어서 17%언저리가 된다. 세 포인트를 넣으면 22%. 네 개를 추가하면 25%. 다섯 개 27%. 여섯 개 29%. 일곱 개 30하고도 소수점 약간. 여덟 개면 32%. 아홉 개면 33%. 열 개면 다시 조금 반등해서 35%이다.


성장률에 대한 보정 효과는 1레벨에서 2레벨로 갈 때까지, 한 개 레벨 구간에서 유지된다. 2레벨이 되어 새로운 가상 점수를 얻게 되면 이전의 효력은 사라진다.


위의 세세한 비율에 대한 건 게임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아니었고, 하드한 헤비 유저들이 직접 자신의 시간을 갈아 넣어 플레이해보며 얻어낸 수치들이었다.

고로, 다소 주먹구구식 검증으로 인한 것이라 언제나 같은 결과를 낸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헤비 유저들이 자신들의 템포로 게임 플레이를 빡세게 했을 때 시간을 잰 것이니.


‘시간’이라고 하나의 기준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결국 세세한 행동과 경험으로 나뉘는 것이고, 어느 정도 점진적인 부하를 잘 거느냐가 요구되는 조건이었다. 해당 스텟의 능력을 근육이라고 친다면 말이다.

정신력 계열의 스텟들도 근육과 비슷하게, 어차피 사역하는 힘이었고 기준이 있는 수치였으므로 단순히 그 힘을 많이 사용하면 훈련이 되게 되어 있었다.


조금 더 잘 부하가 걸리고 스텟이 잘 오르는 행동과 경험을 게임 내에서 발견해서 더 빨리 오르는 자도 있을 테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테다.


거기다 스텟이 오르는 조건들조차 현재 입증된 방법들만 사용한 것이니. 그 외의 변수들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못한 연구다.

그럼에도, 어쨌든 친절하게 고 레벨 고수들이 풀어낸 정보를 잘 이용하는 초보자들이었다. 제냐 역시 가상 점수를 사용하기 전에 찾아는 보았다.


약 2레벨 업마다 1포인트를 젠Jen으로 환전했고, 1레벨 당 10- 그러니까 나머지 19포인트는 전부 스텟 성장률에 때려 박았다.

근력에 모두.


근력은 보통 힘으로 대변되는 스테이터스 포인트이며 직접적으로 근육의 위력을 키워준다. 물리적 공격의 타격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거대하고 비대한, 거구의 사내들이 간혹 자랑하는 덩어리 큰 근육과 흡사했다. 체형이 그렇게까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체격 내에서 어느 정도는 변화되기도 한다.


애초에 정도 내에서의 현실 지향을 모토로 삼는 게임이었고. 근력 스텟을 올리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한다거나, 맨손 운동 따위를 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 운동을 고강도로 해댄다면 어느정도 체형 변화는 있어 주는 것이 게임적 연출을 위해서도 알맞은 현실성 표현이었다.


제냐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게임 내에서 근력 트레이닝을 하진 않았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참 웃기는 장면이었다. 현실에서의 근육 트레이닝도 많이 하지 않는 실정인데. 게임 내에서 근력 스텟을 위해 땀흘리며 움직이고 트레이닝을 하다니.

물론,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이라는 게임은 실제 사용자의 뇌파, 정신파, 신경 따위에 영향을 주기에 아주 약간의 효과는 있다고 한다.


누워서 잠만 자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머리로 골몰히 생각하며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는 수준의 효과는 있다고 말이다.

사람은 머리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상상을 할 때, 그에 맞추어 근육을 약간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실제로 동작을 하지 않아도, 그 동작을 할 때 쓰이는 해당 근육들에 약간의 반응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작업이 반복되다 보면 동작의 유기적인 연결성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루 종일 어떤 춤 동작의 연결을 생각하면서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다가 연습 시간이 다가와 실제로 행동을 하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던 인간보다는 머릿속으로 ‘그 생각’만 하던 인간이 훨씬 잘 하게 되고 빨리 느는 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이전에 말했듯 학습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도 조금은 있었다. ‘현실’이 상위의 개념이고 ‘게임 내부’가 하위의 개념이라, 바깥에서 익혔던 기술과 노하우들을 게임에 적용하는 건 별 무리 없이 가능하지만 게임 내부에서의 기술들을 현실에서 익히는 건 어렵고 불가능하다.

당연히, 게임 내의 세계는 판타지이며 실제 사람은 누워서 자고 있을 뿐이니까.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막대한 손실율을 감당하고, 또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세계관 간극을 고려한 뒤에, 아주 약간의 지식이나 행동적 노하우들에 대해서는 현실 세계로 가져갈 수도 있다.


몸을 움직여 일하고 기술을 쌓는 사람들, 장인들, 마스터들. 그런 류의 인간들 중에서도 간혹 재미로 비련의 시나리오를 플레이 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바깥에서의 기술 연마를 게임 내부에서도 계속 한다.

진지한 검도 수련자, 궁도 수련자, 아직도 존재하는 대장장이들, 뭐 그런 사람들. 아주 복합적인 일을 수행해야 하는 부류의 인간들은 게임 내에서, 정신적으로 탈력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른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일을 더 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각도에서 훈련을 바라보기 위한 시도들이었다.


어쨌든, 제냐는 ‘공략법’이라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와있는 그대로 근육 트레이닝을 하진 않았다. 어느 정도 참고를 하기는 했지만. 결국 요는 운동이고 근육에 부하를 걸면 되는 것이다. 특별한 기구를 만들거나 사서 헬스 트레이닝을 하는 것보단 이 세계에만 있는 거대한 물건들에 시비를 거는 일이 훨씬 효율이 좋다고 그는 생각했고,


초보자 존에서 그러했듯 다양한 몬스터들과 드잡이질을 했다. 오크로 시작해서 늑대, 곰 따위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근접전에서 무기의 종류를 제한한 채 박투전을 해나간다면 그것이 곧 가장 하드한 수련이었다. 하루 종일 야생의 원시림을 뛰어다니고, 나무를 타고, 괴물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철목시를 수도 없이 쏘아내고.


다른 이들도 물론 사냥에서 하는 행동들이었지만 제냐는 조금 더 진득하고 오래, 고생스러운 방식으로 전투의 묘미와 진가를 체험해보는 셈이었다.


그 과정에서 ‘철목시’는 ‘철시’로 바꾸었다. 궁술가의 테크닉 트리Tree에서 본다면 한 단계 위의 물건이기도 했다. 철목은 어쨌든 나무였고, 솜씨 좋은 장인들이 합금을 주조해 뽑아낸 철시보다는 위력과 강도면에서 한 수 아래의 아이템이다.

MP를 소모하는 기력술에 있어서도 철시가 조금 더 반응성이 좋았고 말이다. 더 많은 양의 MP를 담기에 수월했고, 그로 인한 파괴력 증가율도 더 컸다.


개멋진나 최 역시 레벨이 많이 올랐다. 전투 경험치는 제냐보다는 최태현이 더 많이 먹었다. 제냐는 전투의 과정 자체를 지속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곧 그것은 스킬 성장을 위한 단초가 되었다. 레벨 경험치는 실제로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크게 주고 마지막 목을 따야 얻는 것이었으므로, 다종의 몬스터들과 지루한 공방전을 이어나가는 행위 자체가 캐릭터 레벨을 올려주지는 않는다.


물론 제냐가 오랫동안 어그로Aggro를 끌어주며 몬스터들의 이목을 잡기에 사냥이 수월해지는 점도 있다. 팀 워크 관점에서 그런 행위는 전체 전투의 난이도를 낮추기에 추가 경험치를 받기도 한다. 또 워낙 대량의 몬스터들을 둘이서 잡아오기도 했고.

여러 요건들을 고려해서, 제냐가 달성한 레벨이 35인 것이다. 최태현은 그보다 조금 더 높다. 39였다. 애초부터 제냐보다 레벨이 높은 상태에서 파티를 시작하기도 했고, 또 그보다 게임에 더 자주 로그인 하는 모양이었다.


바깥에서 최태현은 회사원이었고, 전문대를 졸업한 뒤에 어느 중견 기업에 취직해서 멀쩡히 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관련한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직무였고, 매번 풀타임으로 일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가서 저녁이 되기 전에 퇴근을 했고, 그는 그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진지하게 비련의 시나리오에 갈아넣고 있었다.


제냐는 공부를 해야 한다거나, 시험이 있고 과제가 있다거나 하면 유동적으로 플레이 시간이 달라진다. 생활 전반에 남는 모든 여가 시간을 비련의 시나리오에 때려박고 있지도 않았고.

최근에는 거의 매일 저녁 이후 시간을 이곳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었지만.


휴식 시간에 즐기는 여타 활동 중의 하나였던 것이 슬슬 제 1순위의 취미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최태현 역시 제냐가 변화를 겪었듯 스펙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간의 전투 중에 철시보다 한 단계 위인 적赤목시로 바꾸었다.

철목시와 비슷한 이름으로, 쇠보다 무른 것이 아닌가 할 수 있겠으나 철목시보다 조금 더 강했다. 그 끄트머리에 달린 화살촉은 다양한 합금으로 만들어낸 고급품이 달리고. 그리고 철시보다 더 MP 수용성이 뛰어나다. 적목은 특수한 목재였고, 초상 스킬을 위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술사들의 스태프Staff로 쓰이기도 하는 소재였다. 물리적인 공격력에 있어서는 철시보다 반 수 정도 떨어진다.

그러나 기력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중급 이상의 전투직 플레이어라면, 철시보다 월등히 높은 공격력을 결과적으로 낼 수 있는 화살이었다.


운용하는데 있어 MP를 계속해서 잡아먹기에 조금 더 다루기가 까다롭고, 고단수의 플레이어가 사용하게 되는 물건이다.


관련한 스킬들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근거리에서 견제와 거리 벌리기, 그리고 원거리에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풀어나가는 레인저Ranger이지만 기력술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정신력 계열의 스텟과 MP량이 필요하다.

그것들을 보조해주는 패시브 스킬 역시 여러 종이 있었고, 최태현은 원호 사격을 위주로 파티 플레이에서 전투 역할을 맡으며 해당하는 스킬들을 조금 얻었다.


본격적인 화력 증가를 위해서 캐릭터의 육성을 갈고 닦고 있는 중이었다.


MP위주의 스텟도 이전보다는 성장세가 높아져서 밸런스 잡힌 전투직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그가 화살을 쏘는데, 슬슬 그 공격에 걸리는 연출 이펙트가 단순한 물리 공격인지 아니면 초상 스킬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경계에 있었다. 적목시가 머금고 다시금 뱉는 붉은 기력의 아지랑이가 화살의 크기보다 훨씬 크게 주변을 휘감고 날아간다. 언뜻보면 원거리에서 빠르고 또 작게 만들어 날린 파이어 볼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관통력 역시 향상되어서, 거목을 깔끔하게 구멍내고 그 너머의 몹에게 유효타나 치명타를 먹일 수 있는 수준이다.


스륵.


제냐가 읽고 있는 책이 한 장 더 넘어갔다.


어쨌든,


그래서 제냐는 책을 읽고 있다. 비련의 시나리오 내부에서 어지간한 행동들은 퀘스트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그냥 보고 있는 중은 아니었다.


바깥으로 세슈칸의 인도가 보였다. 그가 3층에 있었으니, 조금 작은 크기로 멀게 보이는 인물들이 대로변을 채우며 오간다. 피스 시에는 초보자들이 아주 많았다. NPC인지 플레이어인지 다 구분할 수 없는 대량의 인원들이 늘 거리를 매우고 있었다.


세슈칸은 피스 시보다 조금 더 넓고 크다. 사람들이 몰리는 구획이 있었고, 그 자리에선 피스 시보다 더 많은 인파를 보게 된다.


제냐가 베이스 포인트로 삼는 여관은 중심가도에서 조금 떨어진 한산한 길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이 많다.


제냐는 그들에게 언뜻 눈을 주었다가, 하늘을 처다봤다가. 길목에 세워진 작은 관목들에까지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책에 집중했다.


초반은 세계관에 대한 설정 조금, 그리고 이후에 콘란드 대륙의 개략적인 역사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산슈카 왕국의 이야기로 발전한다.

피스 시 까지를 영향권으로 두고 있는 산슈카 왕국.

정확히 말해 피스 시는 도시 국가의 개념이었고, 어떤 나라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인접국 산슈카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언어 역시 왕국어를 쓰고 있었고.


산슈카는 고대에 제국이었고, 현재는 콘란드 대륙 중부 지역에 국토를 지키며 존속하고 있는 왕국이었다.

고대라고 해봐야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전의 일이었는데, 약 천 여 년 정도 이전. 그 당시의 위세가 참으로 대단해서 중부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언어 종류 중 하나가 되었다.


세계관 내의 설정이라 제냐가 생각할 바는 아니었지만 사용하기에 간편하고 간단한 언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예전의 영향이야 어쨌든, 지금 쓰기에 불편했다면 영향력이 보다 덜했으리라.


천 년 전의 제국, 그리고 그 이전부터 존속했던 산슈카의 명맥은 선사시대 직전까지 이어진다.

게임 내의 역사에서 말이다.

문명이 발상하고 역사서가 기록하는 콘란드 대륙의 이야기는 게임 내 설정으로 약 만 여 년 전 즈음에 시작되었다.


만 년.


감각할 수도 없고, 짐작하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과학 서적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들을 잘 얘기하고는 하지만. 그 하루와 한 시간을 살아가는 현실을 생각하고 만 년을 바라본다면 그렇다.

자신의 생애의 백 배를 곱해도 닿을까 말까한 일이었으니.


의미적으로 보았을 때, 10,000이라는 숫자가 나름대로 특별해 보이기 때문에 어떤 추론자들은 비련의 시나리오가 플레이 되고 있는 현재 세계관의 역사를 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애초에 설정되고 기획된 역사의 마지막 부근이라는 것이다. 콘란드 대륙에서 주욱 이어지던 인류 문명과 역사의 어떤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이 플레이어들이 겪고 있는 현재 시기에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정되어 있고, 그것이 아마 메인 스토리의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멸망이든 변화든 재생이든. 비련의 ‘시나리오’의 종장 부근을 걸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대륙 중부. 개중에서도 중심지 인근에 위치한 산슈카 왕국.


건국 근처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었고, 중세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눈여겨 볼만한 세세한 사건들이 나오게 된다.

산슈카 왕국의 역사를 단선적으로, 또 대략적으로 풀어내는 서적은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초상 스킬에 대해서, 또 아직 제냐가 얻지 못한 패시브와 액티브 스킬들의 단초에 대해서.

그것들을 사용하며 전투에 임하고 위업을 역사서에 남긴 인물들의 행동 묘사는 스킬의 형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스킬의 형태에 대해서 알면, 그것을 얻게 되는 습득 조건 역시 대강 추리할 수 있었다. 철검 한 자루로 거암을 부수는 ‘강격’ 스킬이라면 아무래도 그런 비슷한 막대기라도 들고 거대한 것을 부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스킬 습득을 위한 요구 경험일 것이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얼추는 상상해볼 수 있었다.


제냐가 지금 그런 역사서, 동화책, 소설책을 합쳐 놓은 듯한 내용의 삽화가 들어간 양장본 책을 읽고 있는 건 퀘스트 때문이다.

1개 도시 내에서 벌어지는 마을급 퀘스트 중에서 고유Uniqe급 의뢰다.


최태현과는 관계 없이 따로 플레이를 하다 우연히 얻는 것이었다. 세슈칸 거리를 걸으며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어떤 NPC와 마주쳤다.

NPC들이 벌이는 다양한 사건들, 이벤트Event들은 무작위로 발생한다. 언제나 비슷한 조건 내에서 발생하며 반복 퀘스트로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만. 본질적인 조건은 일단 무작위성이 있었다. 그것이 적냐, 많냐 하는 문제이지.


사람이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난수를 다루며 현실과 비슷한 세계를 시뮬레이팅 하는 초인공지능의 결과물들이었다.

비련의 시나리오 내에서의 사건과 이야기들은 현실과 흡사한 느낌으로 발생하고 사라진다.


세슈칸의 어느 골목 부근으로 우연히 들어간 제냐는 지름길인 줄 알고 어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대한 도시는 어디에나 난개발된 지역이 있게 마련이었고, 태양빛이 기세 좋게 비추는 대로가 있다면 작은 골목 또한 있었다.


높은 건물들, 개중에서도 사람이 잘 쓰지 않는 폐건물 비슷한 종류 사이엔 햇빛도 잘 들지 않고 인적도 드물다. 그런 으슥한 곳에서는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를 것이다.

그래도 세슈칸은 치안이 제법 괜찮은 곳이었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평균치가 높은 편이었는데. 어떤 연유로든 범죄적 행위는 발생하곤 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들에 대해선, 미성년자나 유소년층에 걸려 있는 ‘락’이 작동해 비쥬얼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만든다.

혹시 어떤 우연에 우연이 꼬리를 물어 전쟁터나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한 구덩이같은 상황에 그런 플레이어가 빠진다면, 곧 시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주변이 엉망이라면 비상 로그아웃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상 로그아웃을 세 번 정도 겪으면, 게임 오버와 같은 취급으로 해당 플레이어는 게임에 다신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게임일 뿐이었고, 정서적으로 해악을 미칠 영향이 있다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제냐는 성인 인증과 정서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없는 사회 구성원임을 게임에 등록할 때 증명했고, 스스로도 비쥬얼적인 락을 걸어두지 않았다. 락을 걸면 선정적인 장면은 피와 살이 빛의 입자로 대신 표현되어 모자이크 처럼 나타나듯 다른 방식으로 시각이 바뀐다. 데포르메된 고무 인형같은 세계와 인물들로 표현이 되고, 살인-강도와 같은 행위를 직접적으로 연상할 수 없게끔 결정적인 장면이 페이드 아웃된다.


물론 게이머로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에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락을 거는 건.

그러나 간혹 하드 모드 그 이상의 난이도를 경험하고 싶다고 하는 헤비 유저들이 기행으로 락을 걸어두는 때도 있다.

전쟁터에서 주요한 공격 장면을 시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상태로 싸우는 것이다. 정신나간 양반들이 아닐 수 없었으나, 최상위권이나 그 언저리에는 그런 기이한 놈들도 존재했다.


세슈칸의 으슥한 골목에서 제냐는 공교로운 장면을 발견했다.


너무 짜여진 것처럼 고급스러운 마차가 한쪽 귀퉁이에 서 있다. 그 좁은 틈새로 사람의 흔적과 비명소리가 들렸다. 제냐는 게임에서 보여주는 특이 상황에 반응해 마차를 밟고 올라섰다.


골목에서 그렇게 행동할 때, 어디선가 그 마차를 본듯하다고 느낀 건 착각이 아니었었다.


시야가 트이자 그는 한 명의 아리따운 소녀와, 성숙한 여성. 그리고 노인과 청년 둘. 다섯 명이 핍박을 받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노인을 비롯해 사내 셋은 이미 쓰러져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노인은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고 저항을 한 듯 빛의 입자로 표현되는 부상 연출이 온 몸 이곳저곳에서 나고 있었다. 그들을 압박하는 자들은 대 여섯 명 정도 되는 건장한 괴한들이었고, 하나같이 얼굴을 까고 있다.


우락부락한 몸집에 거친 턱수염. 제멋대로 기워 입은 듯한 패션에 무기만은 제대로 날 선 것을 쥐고들 있다.

부리부리한 눈빛에 제대로 씻지 않은 외모. 누가 보아도 괴한처럼 보이는 작자들이었지만 제냐는 굳이 편견을 가지지는 않았다.


게임 상의 연출 의도가 중요하다. 여기서 누가 선역이고 악역인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가. 그에 맞추어 행동해 줄 생각이었다.


정황상 고급스러운 마차를 이런 골목까지 이동시킨 작자들도 참으로 수상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저 치들은 이런 으슥한 곳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노인 하나 청년 둘, 세 명의 사내가 나름대로 분전을 했지만 이기지는 못한 모양이었고.

어떤 의도를 품은 놈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얼핏 보기에는 아리따운 두 명의 아가씨와 소녀, 여인들이 위험해 보이기는 한다.


아마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직접적인 장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AI들의 지능 시스템에 락이 걸려 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였고, 영화로 친다면 19세 이하 관람불가의 그것은 아니었다.

배우가 되는 NPC들은 삶 그 자체를 연기하지만 해당하는 부적절한 연출에 대해서는 알아서 피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뭐······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칼을 들이대어 무정하게 죽이는 정도. 고문을 가하는 것도 아마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연출은 아닐 것이다. 무척이나 특수한 상황에서 그런 씬 근처에 갈 수는 있겠으나.


으르렁거리는 짐승, 늑대처럼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는 남자들이었다.


제냐는 가만히 지켜봤고, 이미 쓰러진 두 청년은 등판을 보인 채 그 손아귀에는 전투의 흔적인 무기를 아직까지 쥐고 있었다.

싸울 수 있을만한 자들 중 유일하게 의식이 있어 뵈는 노인이 힘겹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래, 이 순간.


이 순간이 아마 퀘스트의 발생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차에 올라탄 제냐를 바라보는 노인이 있었다. 흰 머리를 짧게 깎고 고급스런 옷을 입은, 집사, 세바스찬 풍의 노인이다. 턱시도와 함께 입은 고급스런 양장이 여기저기 찢겨지고 풀어져 있었다. 액션 스릴러 영화의 연출처럼 피 대신 빛의 입자를 묻히고 흘리고 있었다. 노인이 골목 벽에 기대어 쓰러져 앉은 그 근처로 빛이 흐른다.

남자의 피다.


노인이 갈색 눈동자를 빛내며 마차 위, 하늘 즈음을 바라보다가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거기를 바라보았다. 제냐와 눈이 마주쳤다.

노인의 표정은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제냐는 그 순간 노인의 생애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을 그런 표정 연출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마지막 시간에 그 임무를 다해내지 못해서 회한이 창자로부터 들끓는 듯한 그런 감정이다.

그게 다 죽어가는 어느 노인의 표정과 눈빛에서 보였다.


제냐는 더 이상 재지 않았다. 일단, 퀘스트를 맞닥뜨렸을 때 플레이어는 진형을 정하고 선택을 저질러야 했다.

양측으로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그 선택에는 어느 쪽이 유리한가도 있고, 일견 도의적으로 어느 편이 선역인가 하는 고민도 있다.


제냐는 일단, 노인과 함께 마차를 탔었던 듯한 고운 차림의 귀족적 인물들을 도와보기로 했다.


이것이 고도의 함정일 확률도 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정말로 만만한 게임이 아니었으므로 말이다.


한 무리가 짜고서, 골목 으슥한 데서 위기에 처한 아녀자 역할을 하고 나머지가 위협하는 불량배 노릇을 하다 멍청한 시선과 모자란 정의감을 가진 플레이어를 유인한다. 별다른 생각도 안해보고 아녀자를 구하기 위해 덥썩 다가간 플레이어의 뒷덜미에 한 패였던 그녀가 별안간 태도를 바꾸어, 준비한 독침 따위를 찔러넣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다시 다음 장면은 분화되는데, 거기서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생명에는 지장 없는 마비류의 약물이라 의식을 잃고 깨어나보니 모든 소지품을 잃은 뒤 어느 노예 상단의 매물로 팔려나갈 수도 있었다.


하드- 모드.


비련의 시나리오는 정말 갖가지 시나리오가 준비된 세상이었고, 인생의 밑바닥부터 왕후장상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경험해볼 수 있는 세상이었다.

어떤 이들은 명예 점수와 함께 딱 일정한 적정 수치까지의 강함만을 완성시킨 뒤 신분제가 존재하는 이 중세 시대에서 화려한 귀족 생활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 생활 자체가 게임의 메인 컨텐츠이자 목적이었으므로 더 이상 게임 클리어를 위해 향상심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뭐, 각종 플레이 스타일을 방목하듯 인정하고 있는 게임이니 그 또한 훌륭한 게이머로 인정하기는 한다.


제냐는 그런 게 목적은 아니었다. 궁금증으로 콘란드 대륙에서 갖가지 생활상에 대해 경험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냐는 일단 속는 셈치고, 노인의 연기로는 표현할 수 없을 듯한 그 표정에 한 번 행동을 해보았다.

당시는 화창한 낮이었고, 좁은 골목 사이의 하늘 위로 햇빛이 있었다. 그늘지고 어둡지만 시야가 제한되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세세한 인간들의 동작과 표정, 주름까지 잘 보인다.


고급진 마차의 지붕 위에 올라타 쪼그려 앉듯 있던 그는 그것이 애초부터 뛰어나가기 위한 스타팅 자세였다는 듯, 다리를 풀며 뛰었다. 자세를 일으키며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듯 나간다. 한, 두 발 정도 더 걷고 지붕의 끄트머리 즈음에서 자신의 몸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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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흔히 벌어지는 일.


물론 게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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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세슈칸에서. 23.07.05 38 4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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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멧돼지 23.05.26 55 4 33쪽
14 13. 마라톤Marathon +4 23.05.22 61 5 38쪽
13 12. 세슈칸Seshukan 가는 길 +2 23.05.04 66 5 29쪽
12 11. 도서관 제육 23.05.03 58 5 25쪽
11 10. 황야 지룡 23.04.30 62 5 44쪽
10 9. 붉은 날개 23.04.29 77 5 31쪽
9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23.04.29 87 5 29쪽
8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23.04.27 96 6 30쪽
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6 6 27쪽
6 5. 이성적 파이어볼 +2 23.04.15 149 6 33쪽
5 4. 긴장성 파이어볼 +2 23.04.12 157 6 22쪽
4 3. 로그 오프Log off 23.04.12 186 7 15쪽
3 2. 개멋진나 최 23.03.12 249 7 31쪽
2 1. 파란 귀 토끼 23.03.11 452 9 30쪽
1 0. Prologue. +1 23.03.11 51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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