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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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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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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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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18. 범영웅凡英雄

DUMMY

‘범영웅凡英雄’이 달렸다.


제냐 킴. 흑색 머리의 중간 체격. 날렵한 콧대에 얇상한 눈. 평범하게 생긴 동양인. 가죽 갑옷을 각부에 차고 있고 갈색 가죽 구두를 신었다. 목이 높이 올라와 발목 위까지 감싸는 전투용의 그것이었고, 밑창에는 쇠판이 달려 있었다. 그 사이의 면이 몇 겹으로 완충재가 들어 있어 찍기 따위의 발차기 시에 충격을 덜어준다.


최대한 무게를 줄이는 움직임을 해야 했다. 초상력을 이용해 특별한 스킬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있던 무게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운동성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최대한 관성을 이해하고 무게를 이동시켜서 날렵하게 난다.


그래, 날듯이 뛰었다. 나뭇가지와 가지 사이를 이동하는 제냐의 움직임은 그러했다.


20대 후반에 이르르는 물리 스텟들은 제냐가 초인에 버금가는 움직임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리적으로 볼 때 ‘어?’싶은 궤도의 동선이다.


마치 작은 원숭이나 특이한 동물들이 숲에서 그렇게 날듯이 몸집이 훨씬 큰 제냐가 그렇게 굴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몇 개의 나무들을 건너 뛸 때마다 수 m가 단축된다. 나뭇가지의 탄성마저 이용하면서 뛰었고, 손에는 어느새 꺼내든 로프가 하나 있었다. 오른팔 하박에 단단히 매듭으로 묶은 물건이었는데, 끝에 고리 형의 추가 달려 있다. 정 애매하면 이것을 날려서 적당한 데를 겨눈 뒤 던져 감는다. 탄탄하게 버틸만큼 묶였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이용해서 추처럼 날았다.


낮은 데에서, 높은 곳에 건 뒤 점프를 보조하는 식이었다. 괴력이라고 불러야 할 힘에 약간의 요령을 섞으면, 도달한 뒤 강력한 완력으로 묶은 가지를 부수며 떼어낼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단숨에 강한 힘을 발휘 가능하다. 검술, 박투술 따위의 스킬들은 특정한 동작에 근력 보정을 더한다.

공격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적극적인 기세로 임팩트를 주고 팔을 뿌리면 박투술 동작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우득, 하고 단단히 묶였던 나뭇가지가 박살이 났다. 힘을 주려면 어딘가 지지대가 보통은 필요하다. 공중에서도 자세를 잡을 수는 있지만 지면이 있는 것보다는 덜하다. 지면은, 초인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면 반드시 아래에 있지 않아도 좋았다. 등을 댈 수 있는 나무 몸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폭발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했다.


제냐는 능숙하게 한 번 걸었던 추를 회수했다. 팩, 하고 힘을 주어 당기자 바닥에 떨어지던 것이 날았고, 나뭇가지나 잎에 몇 번 거치더니 금새 다가온다. 잡아서 팔에 다시 휘휘 감는다. 둘둘 묶어서 대강 추를 손바닥에 쥐었고, 손가락에 건 채 다시 날았다.


순식간에 부락 근처에 왔다.


부락은 고요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많지 않다. 오크들은 성질이 고약했다. 더군다나 부락을 이루고 생활할 정도의 집단이라면, 정말로 거대한 초괴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에야 이것들을 잡아 죽일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오크들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자신들의 거처 주변에 둥지를 트는 것들을 잡아 죽이거나 쫓아낸다. 그 주위는 오크의 구역이 되며 야생 동물들의 공백 지대가 된다.


다소 제냐가 소란스럽게 이동을 해도 그에 맞추어 소음을 만드는 다른 짐승들이 없다는 뜻이었다.


풀벌레 우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푸드덕 거리고 나뭇가지 따위를 꺾으면서 제냐가 이동했고 이전에 섰던 것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건물 3층 즈음 되는 높이의 나무에서 제냐가 부락을 바라봤다.


부락은 넓이가 꽤 된다. 그 내부를 채우고 있는 듬성한 움막들이 보인다. 그 외의 시설물은 달리 없다. 전리품을 챙겨두는 구덩이 따위가 조금 보이긴 한다.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오크가 저런 집락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설정된 데이터 값에 따라 저기까지만 하는 것이었지.


오크에게 지성이 없다는 것은, 창조성과 영혼이 없다는 말이었고 또 발전성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몬스터들은 강력하지만 돌연변이가 적다. 세계관 내에서 인류는 나약한 종족값을 같지만 대륙의 절대자로도 군림할 수 있는 특징이었고.

같은 NPC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 온라인을 관장하는 초AI는 미세한 부분에서도 차이를 두었다.

‘영혼’의 유무를 게임의 데이터 값이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눈에 보이는 특징들 따위라면 구현해볼 수는 있었으니.


제냐는 나무에서 MP를 소모했다. 들이킨 정신 각성제는 정신력 스텟들의 증가를 가져오고 MP지배력을 높인다. 각성제만 마시면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 어차피 MP의 총량이 같은 상태에서 지배력이 높아진다는 건, 그 의지에 따라서 더 많은 양을 소모할 수 있거나 사소한 제어가 더 용이해진다는 말이었다.


정신각성제를 사용해서 큰 효과를 보려면 푸른 물약을 물처럼 마셔야 했다. 늘어난 MP지배력, 의지력이라고도 혼용해 부르는 그 힘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만한 초상 스킬도 구비해두어야 한다.


시스템 내에서 캐릭터에게 주는 스킬란欄의 스킬이 없다고 해도 물론 기술은 사용 가능하다. 이전에 파이어 볼을 배우기 위해서 들었던 강의 중, 수강생이 파이어 볼을 형성해본 것처럼. 그러나 스킬 시스템의 인도와 보정이 없기에 훨씬 힘든 작업이 되고 만다. 아마 고레벨에, 시나리오 온라인 내에서 무수한 초상 스킬을 익히고 다루어서 인이 박힌 정도의 고수라면 보정 없이도 완벽 이상의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다.


정신각성제는 캐릭터의 스펙을 올려준다. 그 스펙을 지지해주는 다른 종류의 스텟과 에너지, 기술이 부족하다면 큰 효력을 보지 못한다. 적절한 사용을 해내지 못하는 뉴비에게 정신력 각성제는 그저 순발력 향상의 도구로만 쓰일 때도 많다.


제냐는 이제 파이어 볼을 능숙하게 다룬다. 적절한 양의 MP를 소모해서 형성하는 것 외에도.


무지막지하게 MP를 때려박아 거대한 화구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얼마든지 할만한 일이다.


보통 2000정도의 MP를 가진 이라고 할 때, 균일한 정신력 계열 스텟들이 있다면 100대의 MP를 한 번의 마법에 소비하는 것이 위력의 최적점이었다. 그 이상으로 가면 발동에 지연이 걸리게 되고, 디테일이 부족하다보니 명중률도 떨어진다.

MP는 2, 300을 투입해놓고 실제 몬스터에게 가 닿아 입히는 피해는 그보다 훨씬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손실률을 최대한 낮추며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의 데미지로 MP를 전환하기 위한 최적점이었다.


그러나 현재 정신력 각성제로 의지력이 올라갔고(도핑은 일시적으로 스텟을 상승시키지만, 그로 인해 캐릭터의 연관된 스펙까지 변하진 않는다. 체근지가 올라가도 HP는 그대로이며, 정집초의 세 스텟이 일시적으로 도핑되어도 MP는 그대로이다)몇 번의 연습을 거쳐서 ‘과용’에 익숙해진 제냐는 그 이상을 투자한다.

하나의 초상 스킬에 말이다.


이런 것이 의미가 있기 위해선 초탄일 필요가 있었다. 정신 집중, 시전 시간에 제약이 없는 암습일 때 무식한 MP의 남용이 비로소 의미를 가졌다.


제냐가 두 손을 앞으로 뻗었고, 밤 하늘 아래에 태양을 만들겠다는 수준의 집념으로 파이어 볼을 발동시켰다.

이번엔 입으로 중얼거리지 않았다. 능숙하게 MP를 인도해서 발화 지점을 잡는다.

제냐가 두 손을 앞으로 뻗었고, 밤 하늘 아래에 태양을 만들겠다는 수준의 집념으로 파이어 볼을 발동시켰다.


이번엔 입으로 중얼거리지 않았다. 능숙하게 MP를 인도해서 발화 지점을 잡는다.


양 손바닥의 앞, 약 1.5M정도의 거리를 띄우고 벌어진 일이었다. 나뭇잎과 가지들이 방해하고 있는 그 공간에 파이어볼의 발화점이 잡히고 MP가 모여들었다.


제냐의 정신 지배력에 따라 자연계에 원래 분포하는 것보다 명백하게 고밀도로 집적된 MP들은 초상 현상을 일으켰다.

스킬에 따라, 그리고 제냐가 심상으로 떠올리고 계산하는 수치에 따라 말이다.


형태는 원형. 크기는 처음에는 작은 점으로 시작한다. 좁쌀만한 것이 허공에서 생겨났다.

거기서부터, 현실에서는 이미 불가능한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보이지 않는 '에테르' '마나'와 같은 초상적인 에너지조차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곳은 게임의 세계였기에, 보이지 않는 힘이 불타는 좁쌀을 만들었고

그것이 점차 크기를 키운다. 육안으로 관찰하긴 어려우나 맹렬하게 난방향 회전을 해대는 구형의 불꽃은 그 껍데기에 점점 붉은 불길이 덮여가며 더욱 크기를 키웠다.

좁쌀에서 쌀로, 쌀에서 콩으로. 콩에서 손가락만한 크기로. 손바닥과, 어지간한 공의 크기로. 구기 종목에서 쓰이는 것들 중에서 가장 큰 부류로 커지다가 더욱 MP가 진입하자 내부는 폭발을 일으키듯 격렬하게 운동하며 외부로 제 몸집을 불린다.


몇 초가 걸리지 않아서 사람의 대가리 수준을 넘어 어지간한 상반신만한 지름의 구형이 되었다. 한 아름에 다 안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제냐의 지배력 컨트롤은 놀라운 편이었다. 눈구나 힘을 쥐어 준다고 그것으로 바로 스포츠를 해내지는 못한다. 급변한 본인의 스펙에 적응하기 위한 감각 조정 또한 필요하다.

오랜만에 안 하던 종목의 운동을 시작한다고 할 지라도 그럴텐데. 제 몸의 근력 따위가 변질되었다면 더하리라.


오래된 것을 다루듯이 그는 MP를 형성했다.


이글거리는 불길이 몸집을 키우면서 자연계의, 원래의 불길이 그러하듯 연소했다. 연소 반응을 위해 태워먹을 것들이 필요하다.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이 그 구체의 영역에 들어가자 싸늘하게 타들어갔다.


싸늘하게 타들어갔다는 말은, 분명 일반적인 불길과는 좀 다른 면이 있다는 의미였다.


온도가 전이되어 숲에 화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저 냉철한 검사의 칼날로 일정한 영역을 베어내듯이, 형성된 파이어 볼은 딱 제 몸체만큼의 영역에만 불길을 일으키며 거기에 닿는 부분을 소멸시켰다.


빛으로 이루어진 화구에 집어삼켜져 그 말단이 사라지는 나뭇가지들의 모습은 초자연적인 것이다. 정신력 에너지로 이루어진 초자연적인 불길은 자연계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온전하게 에너지는 안으로 수렴한다.

SF영화 따위에서 보는, 입자파니 뭐니 하는 초현실적인 무기의 구현화를 보는 것 같았다.


어차피 게임 내의 데이터 값이므로, 뭐 비슷할 수도 있었다. 그 겉모양이 고래의 냉병기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세상을 부술 거력을 심어둘 수 있는 것이었으니.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기계 장치의 작동을 구현하던, 초상 스킬로 그 과정을 대충 스킵skip(생략하고 넘어가기)하던 실상은 같은 것이다.


같은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일 뿐이었다.


어둔 밤 숲에서 지독한 광량이 생겨났다. 수십 미터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는데, 그 광구이자 화구는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여러 엄폐물들에 빛이 가려졌다. 어지간히 둔하거나 다른 곳에 시선이 팔리지 않는다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개멋진나 최는 기력술을 발동해 멀리에서 철시를 연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역시 도핑을 했다. 정신 각성제와 사냥용 자극제.

난사에 가까운 원호 사격과 기력술을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 황야 도마뱀의 독낭을 건조시켜 만든 주황빛의 알약 하나를 입에 넣어 씹기도 했다.


짜릿하고 씁쓰레한 미각적 통증과 함께 사용자의 감각을 조금 더 활성화시켜주는 비약이었고, 마찬가지로 필리의 물약 상점같은 1차 상점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품질의 물건이다.

시각과 청각, 촉각을 돋구고 순발력 중에서도 신체 말단의 미세 조정의 기능을 도와준다.


화살을 시위에 슬쩍 걸고 아직 당기지는 않은 최태현의 눈에 밝은 빛이 어둠 가운데 광선처럼 줄기를 뻗어대는 것이 보였다. 제냐 킴이다.

무식한 인간이다. 궁술과 수색전으로 제한한다면 그가 이기겠지만, 가지고 있는 각종 능력과 스킬들을 모두 끄집어낸다면 이길 수 있을까 싶었다.


최태현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편이었고, 그건 여가 시간에 즐기는 게임에서도 그다지 사라지지 않는 승부욕이었다. 그런 인간임에도 제냐를 보면서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었다. 괴짜는 어디에나 있다. 저 괴짜는 우연히,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 게임에 잘 맞는 유형의 또라이인 모양이다.


다시,


제냐가 집중하고 있는 광구를 살펴보면 그것의 크기가 어느새 정점에 다다랐다. 정점이란 제냐가 발휘할 수 있는 지배력의 정점이었다. 사람의 상반신만한 크기를 넘었다.


중간 정도 체격인 제냐가 몸을 웅크리면 그 내부에 어렵잖게 들어갈 수 있을만한 구체이다. 정통으로 맞으면 오크의 몸통 정도는 날아갈 것 같았다.

MP는 2,000여 중 700이상이 들어갔다. 한 번에 이 정도를 사용하는 건 정신나간 짓이다, 보통은. 급격한 사용은 약간의 탈력감과 빈혈의 전조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걸 위해 푸른 물약을 미리 마셨다.


푸른 물약은 MP의 농축체이기도 하다. 대단한 의미를 가진 물체는 아니었다. 특별한 에너지인 초상력이었지만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푸른 물약이 대단한 비약이라도 된다면 게임 내 세계관이 너무도 쉽게 흔들릴 테다.

물약에 들어 있는 MP를 음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 일깨워 사용할 수는 없었다.


푸른 물약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특별한 아이템들은 물론 존재한다. 보다 상급의 것들로, 1회용도 있고 다회용도 있다. MP배터리 역할을 하는 물건들이었는데, 일단 제냐와 최태현의 수준에서는 꿈도 못 꿀 희귀도와 성능의 물건들이다.

복잡한 난전 중에서 포션을 일일이 마시는 딜레이Delay없이 계속해서 MP소모가 가능하다면 배터리라는 이름처럼 보조적인 MP통이나 다름 없었다. 정신력 스텟이 사실상 증가한 것과 같다.


물론 배터리를 전투 상황 중에 얼마나 충전할 수 있는가, 배터리의 양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서 이야기가 다르긴 하다.


제냐는 소모하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푸른 물약이 보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것을 던지고 나면 한 번 더 마신다. 아마 부락에 부딪히면 모든 오크들이 깨어날 것이다. 하나를 더 만들 시간은, 아슬아슬하다.


그 다음은 소형의 파이어 볼을 아무렇게나 던져야 한다. 지금에 와서야 이런 식의 운용이 가능했지 초기에는 그것만으로도 물론 강력한 공격이었으며 필살기에 가까웠다.

갈색 오크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유효한 전법이다.


적당히 눈으로 가늠을 한다. 그리 멀지 않다. 추진력에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나머지는 전부, 폭발과 열량이었다. 불꽃을 주변으로 퍼뜨려 화재를 일으키는 것 역시 효율적인 일이다. 내부에 머금은 MP가 방출되며 불꽃이 해방된다면 부락은 일부가 화마에 휩싸일 것이다.


타오르는 불길 너머로 스킬이 시야와 궤도를 인도했다. 궁술로 인한 사격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원거리 공격에 보조를 맡는 것들이 남아 있었다. 매의 눈 역시 기능한다. 투척 궤도를 가늠했고, 제냐는 그대로 웅크린 채 폭발을 기다리는 파이어 볼을 전진시켰다.


그의 손아귀 근처에서 떠 있던 거대한 광구는, 퉁, 하고 살짝 밀려나더니 순식간에 가속력을 얻었다. 물리적인 물체가 날아가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력을 얻기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있는데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손바닥 앞 1.5M의 자리에서 튕겨 나간 다음 순간 바로 질주를 했다.


파이어 볼이 달린다. 목표는 오크 불박의 중앙에 있는 한 움막이었다. 세모형의 지붕을 가지고 있고, 오크 한 두 마리가 그 내부에서 간신히 설까 싶은 곳이었다. 움막들은 대충 거적뗴기 따위들을 덮어둔 모습이다. 문이랄 것도 변변찮아 대충 내린 그 천을 치우면 곧바로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움막 하나는 주변의 것들과 거리가 다소 가까웠다. 전체적으로 아무렇게나 지어진 부락의 구조였는데, 개중에서 가장 한 번에 많은 타격을 입힐만한 자리이다.


부웅, 하고 하늘을 가르는 파이어 볼이 위로 솟구쳤다. 제냐의 손 앞에서 떠난 게 고도를 높였고, 곧 거슬리는 숲의 일각을 태워먹으며 나무들보다 높은 자리에까지 올랐다. 특제, 특대 파이어볼은 일직선으로 날지 않았다.

제냐의 상상력이 그러하듯 심상 속의 궤적을 현실로 옮겼다. 제냐는 거대한 포탄을 생각했다. 화약으로 쏘아내는 거대한 철구.

포물선을 계산해서 착탄지를 맞춰야 하는 그 운동을 생각하고 보낸 것이다.


SP로 이루어진 초자연적인 화구는 재빠르게 포물선을 그렸다. 그건 다소 이상한 운동이었다. 하늘로 솟구칠 때 조금 느렸다가, 절정 부분에서 가속도를 받아 빨랐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질 때 중력의 영향으로 강하게 꽂히는 건 아니었다.

포물선의 곡선을 따라 움직이지만 그 착탄을 세 구간으로 나눴을 때 상승과 직진, 하강이 모두 속력이 같았다.


마치 멀리서 어떤 어린아이가 크레파스로 주욱 선을 그으며 장난을 치는 것 같은 움직임이다.

실제로, 어둔 밤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광구의 이동은 그런 선을 잔상으로 남기기도 했다.

불꽃은 꼬리가 없었으나 빛은 남았다.


제냐는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그의 눈에도 지나치게 밝은 빛이, 몇 초를 채 지나지 않아서 오크 부락에 도착했다.


오크들은 자던 와중에 그들의 악몽을 맞이했다.


아니, 악몽이 아닌 개체들도 있었다. 파이어 볼에 정통으로 맞아버린 한 놈은 꿈을 꾸던 그 자세 그대로 모든 HP를 상실했다.

단 꿈 속에서 하나의 설정값이 사라졌다.


콰앙-!


굉음이 숲을 쩌렁쩌렁 울렸다. 기대한 대로의 연출이며 소리며, 진동이었다. 폭발력을 지닌 화구는 부락 중앙의 움막 첨단에 닿았다. 온전한 구체를 지니고 있던, 거대한 짐볼처럼 생긴 그게 모양을 변형시켰다.

꿈틀거리며 마치 점성이 있는 슬라임처럼 구체가 못생긴 형태로 스스로를 바꾸었고, 그 화력과 에너지가 그대로 움막을 내리 누르고 천을 태워먹으면서 내부로 들어갔다.

나란히 두 개체가 누워서 자고 있던 움막 내부.


갈색 오크 두 마리, ‘케르륵’과 ‘타룩’은 마을 중앙에 집을 가지고 있으며 조장 급의 실력을 가진 놈들이었으나 눈꺼풀 너머로 타는 듯한 빛을 새벽녘에 갑자기 느꼈고, 그 다음 ‘케르륵’은 무엇도 인지할 수 없었다.

그대로 한 마리의 게임 내 생활이 종료되었다.


불길이 번진다.


움막 내부에서 그 폭력성을 터뜨린 화구는 삽시간에 화마로 변질되었다.


살라먹을 수 있는 모든 가연성의 소재들을 집어삼킨다. 천막 내부의 산소가 사라졌다. 타는듯한 고온.

말 그대로 타오르는 고온이 파이어 볼에 직격으로 맞지는 않은 ‘타룩’의 거죽을 태운다. 두터운 돼지의 피륙이 액체처럼 변질되면서, 그리 오래지 않아 타룩 역시 치명상을 입고 HP가 쭉쭉 달았다.


타룩은 눈을 떴다.


‘고통’에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 생명체들은 제대로 반응한다. 본질적으로 생명이 아닌 그저 AI가 만든 프로그램들일 뿐이었지만, 그것의 시뮬레이션 정보에 따라 모티브가 되는 다양한 자연 생물들의 반응을 흉내낸다.


타룩은 제 몸에 불이 붙은 야생동물다운 황급함을 보여주었고, 날뛰려 했지만 그리 오래지 못했다. 천막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수컷의 HP가 0에 수렴했다. 빛나는 폭염 속에서 돼지의 거죽이 끓는 물 속에 들어간 무언가가 허물어지듯이 물러졌다.


곧이어 단단했던 괴물은 육신을 잃었고, 빛의 입자가 사방으로 터져나오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두 개의 아이템 박스가 남았는데, 획득 권리자가 건드리지 않은 아이템 박스는 어떤 충격에도 반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유지된다. 그 위치에는 있으나, 공격적인 충격들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에 있는 양 그렇게 말이다.

파괴 불가 오브젝트였고, 다만 중력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므로 지면을 없애버리면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움막 내부에서 몸집을 키운 화구가 불길을 뻗어대면서, 천과 목재로 지어진 집을 없애버린다.


지면에 닿으면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고, 곧 그 불길의 말단이 주변에 있는 움막에까지 번져나갔다. 강렬한 폭음과 함꼐 폭탄이 터진 듯 지변이 패였고, 그 충격은 바람을 동반하며 또 화구가 조각나 여기저기로 튀어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반적인 불똥보다는 훨씬 거대한 것. 그러니까 일부러 화염탄을 조제해서 던진 것마냥 큼직한 불덩이들이 사방 수m를 가뿐히 넘는 거리로까지 날았다.


근처에 있는 탈만한 것들에 옮겨 붙은 불길은 삽시간에 부락을 밝게 밝혔다.


제냐는, 그 시점에서 부락 근처로 다시금 뛰어오고 있었다.


파티 사냥의 시작이다. 파티Party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요란하기는 할 것이다. 오늘 이 부락에 있는 오크들은 한 마리도 남길 수 없었다.


그리 대단한 결심도 아니었다.

아무리 스릴이 넘쳐도 단지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었으니. 당연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순식간에 해치우기 위해 온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움막들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부락의 불길이 일었다.


부락의 불길은 충분한 광량을 주었고 아닌 밤중에 연회가 시작되었다.


밝은 대낮처럼은 아니지만 아무리 밤눈이 어두운 자라도 길과 모양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불타오른다.


최태현은 폭음을 신호로 알고 시위에 메긴 철시를 확 잡아당겼다. 여러 보정이 그의 화살이 갈 길을 일러준다. 그는 그 인도대로 화살의 시작점을 잡았고, 날카로운 화살촉의 머리에 기력이 스며든다.

아지랑이가 나타남과 동시에 그의 MP가 줄어들었고, 그는 소란과 함께 부락 공터로 하나 둘 나오는 오크들의 대가리를 노렸다.


가장 안 쪽에 있는 것.

제냐가 달려가고 있는 부락의 동쪽 울타리 근처에서 먼 놈부터 잡는다. 원호를 하다가 제냐를 맞출 수는 없었다. 제냐 역시, 그의 화살의 사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높이 뛰지 않는다. 낮은 뜀박질로 부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한 걸음과 한 걸음 사이의 간격이 멀었다. 제냐는 숲 속에서의 입체 기동이 아주 능숙했다.

원숭이나 날다람쥐가 그러하듯 뛰어댄다.


제냐는 그 사이 하나의 파이어 볼을 더 만들어낸 뒤였다.


그의 오른손의 바닥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무언가 불편하게 물건이라도 들고 있는 모양새였고, 힘을 써서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화염의 공이 그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제냐의 움직임에 따라 기둥으로 이어져 박힌 듯 따라오는 화염공은 불길이 일렁거리지만 맞바람에 사그라들지도 않고 더욱 밝게 빛나기만 한다.


타오르는 주황색의 화염은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봬도 100포인트에 근접한 MP가 들어간 화염공이었다. 크기가 때로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 밀집된 정신력 에너지가 터져나가려는 걸 붙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냐는 뛰면서 능숙하게 고집적 파이어 볼을 만들고 유지했다.


부락의 울타리에 다다랐고, 마지막 얕은 나무의 어느 가지에서 오크들이 얼기설기 만들어 둔 잡동사니의 벽면 윗자락을 쿵, 하고 밟았다. 그대로 부수며 다시 뛴다. 오크들이 움막에서 모두 튀어나왔다.


잠이 한 번 깨고 나니, 브라운 오크들의 면상이 볼만하다. 그다지 분간이 되지 않는 돼지와 비슷한 대가리라 하더라도 표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한껏 찌푸려지고 그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꼴들이 가관이었고, 또 다행이었다.

아직 온전히 경계 태세를 갖추며 상황을 인지하기 전에 한 방을 더 먹일 수 있었다.


밤 중.


제냐는 멀리 타오르는 화재의 불길보다는 가까이 선 거구의 오크들을 바라보며 오른 손을 붕 휘둘렀다. 돌팔매를 하듯 깔끔하게 허공을 휘저은 오른 팔이었고, 그 앞에 붙어있던 화염구가 날았다.


파이어 볼은 부락의 울타리 근처 즈음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던 한 놈의 대가리에 직격했다.


그리 크지 않은 개체에 살도 많지 않았다. 돼지라는 모티브에 기꺼이 순응하듯 살집을 키우던 놈들과는 조금 달랐다. HP가 다소 적고 순발력에 특화된 개체였는데, 제대로 된 교전에 돌입하기도 전에 머리에 화구를 맞았다.

이전의 것보다 조금 더 단단해 보이는 빛나는 공은 오크의 머리에 맞자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펑, 하고.


제 녀석이 쌓아온 순발력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맞이했다.

소설로 치자면, 굳이 설정을 잡고 지면을 할애해서 등장시킨 인물이 허무하게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게임의 장점이다.

방대한 데이터Data가 집약되어 있는 입체적인 시뮬레이션 공간.

한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가 표현되는 곳이었다.


제냐는 그런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술의 발전은 그래픽과, 그것을 비롯한 다양한 오감 구현 시스템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또 하나의 현실에 가깝다.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현실은 아니었지만, 비유적으로 말이다, 비유적으로.


예술이 삶에 대한 모방이라고 했을 때. 게임 역시 현실에 대한 모방에 불과했다. 모방으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원본 대상 그 자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일 것이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분명 그런 위치에 있는, 가장 앞 선 기술력의 프로그램이었다.

제냐는 이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계속 달렸다.


파이어 볼 몇 개를 완성이 되자마자 적당한 각도로 쏘아 날렸다.

날아가는 화구가 마치 투수가 던져낸 강속구처럼 뻗는다. 빛줄기가, 마치 화살이 날아들듯 오크들의 품을 파고들었다.


직전에 부락으로 다가서며 죽인 놈으로 13마리가 남았었고, 한 마리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다른 하나는 파이어볼을 대가리에 맞았음에도 치명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제냐는 그것에게 먼저 다가갔다.


울타리인지 담인지, 둑인지 모를 것을 밟고 넘어간 제냐는 부락 내부의 지면을 밟고 달렸다. 어느새 빼어든 비스트 슬레이어가 있다. 이번에는 왼 손에 파이어 볼이 금세 형성되었다. 형체가 불안정하고 또 불완전하다. 화구라기보다는 그저 불꽃이 그의 손에 있었다.

자연적인 촛불이 그러하듯, 바람에 일렁거리는 화염처럼 흐트러졌다.


그럼에도 위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세세한 계산을 도출해 낼 시간이 없었기에, 제냐는 그대로 오크 한 마리에게 다가간다. 움막 하나를 제치고 돌아가서 금세 닿았다.


저 자신보다 더 키가 큰 놈이었다. 오크가 멀뚱히 서있다가, 재빠르게 다가오는 제냐의 신형을 보고 그 손을 휘둘렀다. 무기도 하나 챙겨나오지 않은 어수룩하고 둔한 놈이었다. 크기는 2미터 20에서 30정도. 체격은 중간 정도. 갈색 오크들 중에서.

입고 있는 갑주는 제법 탄탄해 보였고 그리 많이 부서지지 않은 물건이다. 제냐는 정면에 때릴 만한 곳이 안보여 한 바퀴, 돌았다.


부웅, 하고 제냐의 대가리를 노리고 오크의 양 손이 주먹을 쥔 채 내려쳐지는데 그것을 피한다.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죽이지 않고 왼 발을 박차 오른 쪽 대각선으로 속도를 높여 들어갔다.

오크의 휘두름을 피해 품 안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오크의 몸을 기둥처럼 쓸며 뒤를 잡는다. 다행히 등판은 갑옷들이 너덜너덜한 부위가 많았다.


제냐는 그대로 쓸고 들어가서, 왼 손에 만들었던 화염을 오크의 왼쪽 옆구리 뒷면에 처박았다.


쿵! 하는 폭음이 들렸다. 초상적인 불꽃은 이미 폭탄이었다. 굉음과 함께 불꽃이 터졌고 오크의 살이 익었다. 익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터져 나오는 빛의 입자에 그것이 충분한 데미지를 입었다는 걸 이해하라 수 있다.


제냐는 그대로 비스트 슬레이어를 휘둘렀다. 아래로 검끝을 내리고 달리던 그 외날검을 능숙하게 손 안에서 놀려 오크의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긁어내듯이 당기면서, 크게 벤다. 검술 스킬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박투술 따위로 근접 전투에서 근력이 조금 더 올라간다. 도핑의 효과도 있었다. 제냐는 온 힘을 다해서 톱질을 하듯 외날을 거치른 가죽이 벗겨진 자리에 대고 베었고, 더 큰 출혈이 일어난다.

붉은 색의 핏방울이 튀지는 않았다.


어둔 밤에도 무지갯빛으로 빛이 나는 입자가 쏟아져 나온다. 그 내부 장기도 상했을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제냐는 비어 있는 왼손으로 허리춤에 달아 두었던 지룡의 발톱 대거를 꺼내들어 그대로 찍었다.

몇 가지 인챈트와 강화로 조금 더 급수가 올라간 발톱 대거는 치명적이다. 불그스름한 그 날에 독과 치명상을 유발하는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정확히는 화염의 기운이다. SP 중에서도 불의 속성을 지닌 것들이 내장되어 있다. 다 사용하고 나면 제냐로서 직접 충전을 할 수는 없었고, 자연적으로 시간이 지나야만 한다. 배터리를 인위적으로 충전시키는 일은 기계의 기판을 열어서 내부를 손보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고, 아티팩트를 다루는 전문적인 아티피서나 기능공이 와야 했다.


오크의 옆구리는 엉망이었으나, 제냐는 조금 더 심한 상처를 주기로 했다. 비어 있는 듯 보이는 그 빛의 자리에 발톱 대거가 찍힌다. 당기면서 한 발 물러섰던 제냐는 순식간에 왼 손에 대거를 쥐고 앞으로 다가가며 옆구리를 찍었다. 푸욱, 하고 부드러운 것에 들어가듯 대거의 칼날이 깊숙이 들어간다.


지룡의 발톱 대거라는 이름답게, 마치 발톱처럼 곡선으로 휘어 있는 날의 끝이었다. 근접전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유발하기에 좋다. 거죽이 발톱 대거의 칼날보다 무르다면 출혈로 상대를 다운시키는 것 역시 유효한 전법이다.

지금은 내부에서 발화해서 HP를 크게 깎아먹는 용도로 사용한다.


극심한 고통은 정신적 쇼크로 이어지고, 신경계를 건드리는 듯한 그 충격은 HP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렬한 정신 계통 초상 스킬의 작용 역시 HP를 깎았다. 환상, 악몽 따위를 다루며 상대에게 보여주는 초상 기술들이다.

그런 류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그런 부가적인 효과를 줄 정도로 싸늘한 고통이었다.


지독한 화염에 당하는 화상은 때로 냉기와 닿는 것처럼 느껴진다고도 한다. 감각 계통이 맛이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 기제로 작동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순발력이 빨랐던 개체, 남부 1섹터의 부락 내 갈색 오크였던 ‘카학’이 그렇게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 시꺼멓게 타들어갔다. 파이어 볼에 일단 한 번 대가리를 맞았던 흔적이다. 눈빛이 흔들리고 제대로 시야에 무언가를 잡지 못했다. 카학의 시점에서는 고통과 고통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연속 뿐이었다.


제냐를 잡으려 한 순간의 기억도 날아간다. 그 정도의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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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황야 지룡 23.04.30 63 5 44쪽
10 9. 붉은 날개 23.04.29 78 5 31쪽
9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23.04.29 88 5 29쪽
8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23.04.27 97 6 30쪽
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7 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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