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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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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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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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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16. 파티 플레이

DUMMY

초수의 화살이 날아갔다.


시위와 함께 끝을 잡은 오른 손가락이 그것을 놓쳤다. 강력한 장력은 그대로 화살을 퉁겨 밀며 앞으로 날렸다. 대에 고정되어 앞을 바라보던 살은 그대로, 앞으로 날았다.

곧 조금 아래를 향한 대각선 방향이었다. 꿰뚫듯이 날아간 그것은 바람의 영향을 이겨내는 것처럼 강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철목시는 일반적인 나무보다 비중이 훨씬 컸다. 밀도 역시 높았고, 그 질김 역시 강하다.


정말로 나무같지 않은 성질을 많이 가졌기에 철목이라 불렸고, 물론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내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가상의 식물이었다.


어쨌건 그 무거운 화살은 일반적으로 날릴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단단한 장궁의 시위에 걸려 유선형으로 구불지게 날았다. 육안으로 본다면 확인할 수 없으나 바람을 가르며 그렇게 흔들린다.


그 겉에는 발사시에 제냐가 휘돌게 만들었던 SP가 여전히 어른거렸고, 그 뿌연 기체는 실제 물질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힘이었기에 화살의 운동에 떨어져 나가지도 않았다.

도리에 그 몸체에 묻은 채 화살의 비행을 더욱 가속시키고 강력하게 만든다.


쏜 살같이, 날아간 쏜 살은 일반적인 화살보다도 더 빠르게 나무 사이를 지났고 작은 잔가지 하나를 맞추었으나 그대로 장애물이 없었던 것처럼 꿰뚫고 지나갔다.


얇은, 검지 손가락 같은 굵기의 것이었으나 날으는 철촉에 부딪히자 도끼가 지나간듯 전혀 지연을 시키지 못하고 지나가는 살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날아간 살은 순식간에 목표지에 다다랐다.

애초에 제냐가 스킬의 눈으로 확인한 정확히 그 지점이었다.

복잡한 연산 과정을 돕는 스킬은 여러가지 운동역학과 게임 내 물리엔진의 사실적 정보들에 기반한다.

아주, 확률이 높은 저격이었다.


세 마리의 갈색 오크들이 걷고 있었다. 그것들은 무척이나 두터운 갈색 가죽으로 뒤덮인 돼지의 면상이다. 일반적인 것보다도 멧돼지를 닮았다. 더욱 억세고, 송곳니가 튀어나와 있는 듯하다.

그 털이 그렇게 무성하지는 않고 파충류의 그것을 닮은듯 매끈했다.

형상만은 돼지의 그것이었기에, 도리어 더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악마의 이름에서 유래한 오크의 어원을 살펴본다면 그럭저럭 어울리는 꼴이었다.


세 마리의 체격은 약간씩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2m의 체고가 넘는 거구에 장신들이다. 투구 따위는 없었고, 목 아래에 몸통과 팔다리에 헐거운 쇠나 가죽 보호대가 붙어 있다. 한 가지 세트set를 사용한다기보다 여기저기서 얻어낸 낱개를 기워 붙인 것 같은 꼴이었다.

대가리부터 손끝과 발끝까지 짙은 암갈색이었고, 개체에 따라 약간의 명도가 달랐다.


눈앞에서 본다면 공포스러울 꼴이었다. 2m의 거한이 앞뒤와 양옆으로도 비대했다. 거대한 멧돼지를 일으켜 세운 듯한 부피감이다. 물론 그것보다 훨씬 컸다. 이족보행이 가능했고, 안정된 척추를 가지고 있다. 길다란 팔은 도구를 유연하게 휘두른다.

몸통의 부피만큼이나 지지 않고 두꺼운 사지의 부피감은 그것의 완력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맨 앞에 서 있던 한 놈은 반쯤 망가진 철퇴 따위를 들고 있었다. 사람이 휘두른다면 어지간한 장사가 아니고서야 들기도 어려운 크기였다. 어지간한 일반 남성의 머리통만한 쇳덩이가 달려 있고 가시가 돋아 있는 조형이다. 둥그런 쇠구는 삼분의 일 쯤 윗부분이 날아갔는지 울퉁불퉁했다.


그것으로 온갖 것들을 쳐부쉈는지 이런저런 찌꺼기나 먼지가 묻어 있다. 손잡이까지 통짜로 쇠로 된 물건으로, 어지간해서는 망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장사의 힘 이상을 다루는 브라운 오크가 들고 다니는 것이다.


맨 앞에 있던 한 마리가 아마 세 놈들 중 주장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가장 키가 컸고 또 거대했다.

숨쉬기가 불편한듯 쿨럭거리는 소리를 쉴 새 없이 내며 걷는 오크들의 주장.


그 놈은 채 쇳덩이를 들고 휘두르지도 못했다. 그대로 팔을 움직인다면 거목이라도 한 부분이 쉽사리 패일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강력한 완력도 인지하지 못한 치명적인 일격에는 별 소용이 없다.

그런 법이었다.

전장과 전투라는 건, 또 생과 사라는 건 한순간에 결과가 극명히 갈려버리고 만다.


“치-익.”


침을 뱉는 것인지, 숨을 뱉는 건지. 습기 찬 숨을 비대한 어금니 사이로 대충 다물어진 입 밖에 뱉어냈다. 걸걸한 성대는 인류라기보다 짐승의 것을 훨씬 닮은 괴악한 소리를 긁어내고 있었고.

여러 겹의 패인 주름과 얼굴과 목, 여기저기 드러난 살거죽에 가득하다. 다만 그 살가죽의 성질은 지극히 질기고 단단해보여 주름이라도 쉽게 요동하지 않는다.


오크 세 마리는 앞을 바라보고 천천히 걷고 있었고,


우두머리가 좁은 시야의 한켠에 무언가가 움직였다고 느꼈을 때였다.


사각은 아니었으나 속도를 포함하자면 그런 것이나 다름 없는 일격이 비수보다 빠르게 날아와 목에 틀어박혔다.


콱! 하고 살가죽을 철이 뚫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섬뜩한 참음斬音과 함께 운동 에너지를 잃지 않고 가속해온 철목시의 대가리가 오크의 목줄기 왼쪽 상단부로 시작해 뒤쪽 하단으로까지 뚫고 나왔다.


“케르르르르.”


내려고 내는 것이 아닌지, 목이 상하고 공기가 들어가고 가래라도 끓듯이 소리가 넘쳐 나왔다. 목 내부 기도와 식도를 골고루 지나며 갈라버린 철목시는 참수의 칼날과도 같다.


아지랑이같은 기운은 단단한 거죽을 더 쉽게 파고들게 만들었다. 열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이었고, 오크는 그 와중에 뜨거움을 느꼈다.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목으로부터 전해진다. 칼에 베이는 자상 역시 그런 감각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확실하고 이차적인 느낌이었다.

그건 곧 불길한 예감이었다. 무언가 일이 일어난다는 명확한 예지감이 오크의 뇌리에 박혔다. AI였고, 또 짐승이자 교활한 몬스터로서의 본능을 심어둔 지능이 여러가지 정보를 받아들이며 도출해낸 결론이었다.


오크의 예감은 맞았다.


철목시의 화살 전체에 어려 있던 SP는 작은 폭발을 일으켰고, 신체 내부에서 터진 그 충격은 가죽 바깥에서의 그것보다 지독한 일이었다.

오크는 그대로 절명했다. 숨이 끊어지면, 물리적으로 그 숨을 잇는 몸통과 머리 사이의 연결부가 사라지면 어떤 생명체도 더 이상 살 수 없었다. 고등 동물은 더욱 그러하다.

비련의 시나리오의 세계에서 괴랄하게 설정된 괴수들 중에는 가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잘 드러나지도 않는 비처의 히든 몬스터들이다. 일반적인 것들은 그 예외에 해당하지 않았다.


잔인한 연출은 그저 빛으로 이루어진 입자로 표현되며 가려진다. 오크의 부서진 신체 주위는 현실이었다면 붉었을 것이 그저 흰 빛이나 사람에 따라 무지갯빛으로 달라지는 빛의 입자가 채운다.

그것이 생명이 떨어지듯 신체의 절단부에서 줄줄줄 흘러 떨어졌고, 공중에 마치 연기처럼 흩뿌려지는 입자들은 얼마 멀리 가지 못하고 소멸한다. 땅에 떨어져 닿는 것조차 없었다.


신체의 단면 역시 들여다보면 내장은 보이지 않고 그저 모자이크를 대신하는 빛의 가루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애초에 몬스터라는 게, 게임 상에서 데이터로 이루어진 가상의 무언가라는 걸 대변하는듯한 연출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순식간에,


‘치명상’을 입어서 브라운 오크 한 마리가 모든 HP를 잃고 목숨을 잃었다.


이동 중에 죽음을 맞이한 몬스터는 그 자리가 아닌 본래의 시스템상 자리에서 리젠되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상 자리라 함은, ‘부락’에 소속된 집단 생활을 하는 몬스터에게 있어 부락의 내부였다. 만일 떠돌아다니는 개체라면 무차별한 난수 데이터에 의해서 아무데서나 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몬스터 NPC의 데이터는 연속성이 없는 것이었다. 몬스터들도 오래도록 살아남은 개체들은 간혹 스킬을 익히게 되고, 강력한 전투법 따위를 알기도 한다. 물론 개체마다 종족값이 있어서, 이 종족값이라는 건 동물의 지능에 관련된 것이었으므로 어느정도 한계 이상 강해지는 건 불가능했다.

오크가 아무리 용을 써보아도, 고차원적인 무기술 따위를 알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일차원적으로 쇳덩이 따위를 휘두를 뿐이다. 본능적인 공격법 따위가 몸에 익을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결국 스킬 시스템도 성장으로 캐릭터를 이끌지 않는다. 이런 경우 몬스터가 강해진다는 건 훈련보다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우연한 경우에, 정확한 타이밍과 위치로 강력한 일격을 때려박은 타격이 스킬화 되어서 ‘강격’을 주기적으로 뿌려대는 오크가 나타날 수는 있었다.


극단적인 강함을 가지게 되지는 않지만 방심했을 때 상황이 뒤집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마저도 이렇게 원거리에서 친다면 큰 변수는 없다. 솔로 플레이에 알맞은 전투 스타일이 원거리 공격과 빠른 이동을 통한 유격전이 되는 것도 그런 점이다. 몬스터들은 결국 다양한 공격 옵션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제 몸 주위에 공격을 흩뿌릴 뿐이라면 멀리서 거리를 주지 않고 제압하면 그만이다.


첫번째로 죽은 우두머리는 그런 경우였다. 쇳덩이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철퇴를 가지고 여러번 다른 몹들을 떄려잡은 그 개체는 완력이 조금 더 강해졌고, 주기적으로 스킬 시스템에 의해서 공격력 보정을 받는 ‘강격’ 스킬을 구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쓰지 못한다.


첫 번째로 한 마리가 죽자, 그 뒤를 이어서 따라가던 십 수 cm정도 키가 작은 오크들이 기겁을 했다. 짐승들은 충격과 공포에 예민하다. 최대한 빠르게 인지하고 놀라야, 다음 위협을 피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크들 또한 그렇다. 본능을 따르는 족속들이었다. 예기치 못한 일격으로 조장을 잃자 그것들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댔다. 주위를 살핀다.


“카아아악!”


불안한 듯이 기성奇聲을 내지르는 것 역시 동시였다. 두 마리가 우왕좌왕 하며 그 자리를 잠시 돌았다.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봤지만 이상한 건 찾을 수 없었다. 178m정도 앞에, 나무 위 지점에서 쏘아진 화살이었다. 숲은 난잡하게 은엄폐가 되어 있어 육안만으로 가늠하기 힘든 거리다. 제냐는 스킬로 예측 저격을 한 것이었고, 정확히 쏘는 순간엔 눈으로 오크들을 보지 못했다.


멀리서, 제냐가 다시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빠르게 달려나가지 않는다면 결국 저격의 사냥감이 될 뿐이다. 오크들은 다리가 굳은 듯 먼저 뛰쳐나가지 않았다. 그것들은 조금 더 시간을 끌었고, 다시 걸린 철목시에 기氣, 곧 정신력 에너지가 서리고(물리 계열 스킬에 정신력 에너지를 섞어 쓰는 방식을 보통 기氣라고 구분지어 말하기도 한다. 순수한 정신력 에너지로 이루어진 초상 스킬과 다르게)강력한 장력이 걸렸다.


끼릭거리며 화살이 몸을 굽혔다. 제냐의 등 근육 역시 온갖 부하가 걸리며 상체가 활짝 열린다. 당겨진 한쪽 팔에 실린 힘이 어마어마하다. 이만한 힘 그대로 앞으로 쏘아낼 수 있다면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둔기로 후려 맞은듯한 충격일 것이다.


아래의 수풀에 몸을 숨겼던 개멋진나 최, 최태현 역시 자신이 사용하는 화살에 철시를 걸고 있었다.

철목시가 날아간 것이 먼저인 터라 한 호흡을 더 죽이고 기다렸다. 제냐가 다시 제 2격으로 철목시를 걸고 조준할 때까지, 틈이 있었으므로 그의 화살이 먼저 날았다. 다행히 같은 녀석을 노리지는 않았다.


남은 갈색 오크는 두 마리다.


최태현의 시야 역시 은 엄폐된 수풀 따위를 꿰뚫어 보았다. 기감 스킬의 영역인, 들쥐의 눈과 매의 눈의 복합 효과가 톡톡히 그 진가를 드러냈다. 그건 일종의 공간감이었다.

3D 데이터로 구성된 맵을 보는 것 같았다. 색깔이 없이, 그저 구조만 선으로 그어져 있고 3차원 그림의 거리를 위해 그어진 격자무늬가 주변을 채운 그런 그림 말이다. 건축 설계를 위해서 컴퓨터에서 만들어내고 바라보는 형식의 그것이었다.


앞이나, 위가 아닌 일정한 반경을 그런 맵 데이터로 느끼며 목표한 지점을 확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거대한 범위를 눈에 둔다면 결국 그 정보를 처리하는 눈은 하나기에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가로막힌 벽을 뚫어내고 그 너머의 빛을 바라보는 투시의 능력과도 비슷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따지자면, 원격 시야 송출 로봇을 움직여서 오크들의 곁에 띄워놓고 그 자리를 관찰하는 일과 비슷하다.

그리고 저격을 위한 거리감이나 현재 위치에서의 방향 따위가 조금 더 세세하게 머리에 들어온다. 그런 스킬이었다. 활잡이들을 위한 물건이다.


개멋진나 최의 활은 제냐의 것보다는 더 탁하고 나무 색깔에 가까웠다. 평범한 빛깔이다. 그러나 제냐가 가진 것보다 조금 더 고급의 물건이었다.

제냐 킴이 쏘는 장궁보다는 조금 크기가 작았으나 여러가지 초상적인 현상들이 즐비하는 비련의 시나리오 세계에서 그런 물리적 제약은 꼭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어떤 초상 스킬이나 인챈트가 걸리고 누가 쓰느냐, 어떤 스킬로 다루어지느냐를 따졌을 때 단검이 대검보다 훨씬 강력한 일격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여러 조건들이 같다면 단검보다는 대검이 강력한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단검으로 발휘할 수 있는 스킬보다는 대검의 것이 더 파괴적이며 물리적으로 큰 에너지를 포함하는 것이 많기도 하다.


자신의 상체보다 조금 더 길다란 높이의 갈색 활은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다. 흔히 보는 국궁이 그러하듯 휘어져 단순한 모양이다. 손을 잡는 그립 부분에만 흰 천이 둘둘 말려 있다. 질긴 재질이었고, 꽉 말아쥐면 놓치기가 쉽지 않도록 거칠거칠한 느낌마저 좀 있다.


그 흰 천의 가운데에 제냐의 것처럼 철목시가 아닌 철시가 걸려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일반 화살의 몸체보다 철목시가 더 무거웠고, 그 다음에 철시가 더 무거웠다.

현실에서 이런 물건을 화살로 쏜다면 그건 묘기를 위해서 특수하게 만들어진 물건일 것이고, 제대로 날지 못할 테였다.


그러나 초인적인 힘과 초상 스킬이 존재하는 게임 내에서는 충분히 실용적이며 압도적인, 도리어 더 파괴적인 무기가 된다.


철목시로 만들어진 화살이 기氣력술로 위력을 더해 원거리에서의 저격이었으나 근처에서 날붙이를 휘두른 듯한 강력함을 보였다. 철시는 그 이상이다. 제냐보다 스텟은 낮았지만 궁술 특화의 레인져로서 여러가지 스킬들이 있었다.


사냥꾼의 자세, 사냥꾼의 감각, 이미 제냐가 가지고 있는 여러 스킬들에 더해 그 외의 것들이 작용했다. 궁도가의 마음가짐, 이라는 스킬은 화살을 시위에 거는 그 짧은 행위에 근육의 잔떨림을 없애주고 행동을 매끄럽게 만들어준다. 그런 일은 기본적으로 근력 보정이 들어가야 가능했으므로, 궁술에 있어서는 물리 스텟의 수치보다 더한 힘을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저격자의 시선’이라는 스킬은 시위에 건 이후의 행동을 보정한다. 화살을 시위에 걸거나, 원거리 저격 준비를 마친 뒤 발사하기까지의 시간에 근력을 더해주어 적은 힘으로도 조금 더 큰 공격을 위해 애를 쓸 수 있게 도왔다.

시위에 걸고 화살을 당겼을 때, 그 멈춘 자세에서 근육에 보정이 들어가는 스킬이다. 고요하게 머무르는 호흡과 시선은 그 화살촉이 노리는 곳을 바라본다. 저격자의 시선은 스킬의 이름과 같이, 명중률에도 어느 정도 보정을 준다.


준비를 마치고 쏘기 직전까지의 행동 보정이라는 건 당연히, 자세에 영향을 미치며 그건 명중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이었다.


흔들림없는 눈동자로 개멋진나 최가 수풀 너머의 오크 무리들을 꿰뚫어보았다. 육안으로는 흐릿하다. 여러가지 것들이 거치고 또 거리가 멀어서 어림짐작으로 그것들을 확인하는 게 더해져야 한다.

기감 스킬을 비롯해 여러 감지계열의 스킬들이 작용했다. 조금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먼 거리에서부터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과 소리들도, 번잡스러운 소리들 중에서 잡아채어 분석한다.


오크의 행동 원리를 파악하는 데는 ‘오크 사냥꾼’이라는 칭호가 유용했다. 제냐가 ‘지룡 사냥꾼’ 타이틀을 얻은 것처럼 그는 오크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다. 레벨과 상관없이 오크 족속을 삼 백 마리 이상 혼자 잡아내면 얻는다.

오크를 비롯해서, 이족 보행을 하는 비슷한 류의 몬스터들에게 추가 데미지가 가해지며 순발력 보정이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블 종족, 곧 인류는 몬스터들에 비해 근력이 부족하다. 신체적으로 본다면 완벽한 상위호환이나 다름없는 이족보행류 몬스터들을 잡기 위해서 인류가 발전시켜야 할 건 순발력이었다. 한 호흡에 더 빠르게 움직이는 그 능력이 상대의 호흡과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 그보다 빠르게 급소에 칼을 꽂아넣어야 괴물들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체급적으로 격상의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그 수 밖에 없었다. 무기를 다루어야 했고 말이다. 마침 무기를 다루는 능력 또한 ‘순발력’에 포함된다.


또한 순발력은 이전에 말했듯 근력과는 궤가 달랐으나 이 또한 ‘근육’의 성능을 높이는 힘이었다. 신체의 말단 부위에 걸리는 근능력을 높이고 또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반응성을 높인다.

미세한 조작이 가능하게 되고 정확도가 높아진다. 화살을 쏘는 일에 더욱 필요한 점이었다.


개멋진나 최는 그가 얻어낼 수 있는 다양한 스킬과, 또 각별히 칭호들을 그러모았다. 제냐가 했던 것처럼 애초에 특이한 방식으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도 있었으나 공략법을 보고 조금 더 쉬운 방법으로 플레이하면서도 모을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러기 위해 있는 공략법이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긁어모은 정보들을 사용해 그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주로 순발력을 올려주는 칭호들을 모았다.


여러가지 보정으로 인해, 그는 결론적으로 철시를 쏘아낼 수 있는 강한 힘을 보유하게 된다. 그가 다른 종류의 무기를 사용한다면 조금 더 힘이 떨어질 것이다.

그만큼 캐릭터의 육성법과 플레이 스타일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지독할 정도의 정확성과 장인 정신을 요구하는 게임이었다. 게임 주제에, 라고 말할 법 하지만 그것이 만든 이들의 정신이 아닐까 싶었다.


“푸.”


개멋진나 최는 이미 멈췄던 숨을 이내 슬쩍 뱉으며 화살을 날렸다. 퉁, 하고 묵직한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날았다.

철시는 정말 화살같지 않았다. 슬로우 모션으로 화면을 찍어 본다고 하더라도 다른 화살들에 비해 유선적인 움직임조차 훨씬 적었다. 차라리 투창을 한다고 하는 게 맞으리라.


그 속이 비어 있고 가벼운 쇠였으나 쇠는 쇠다.


실질적으로 투창에 비슷한 것이 이루어졌다. 시위의 장력은 괴물같은 것이라 일반인은 결코 다루지 못한다. 현실에서는 기계를 이용해 당겨야만 하리라. 개멋진나 최 역시 그 화살 시위를 다루는 한 가지 행동 동작에만 온갖 근력 보정을 더해야 했다.


그의 활은 ‘철시궁’이라는 물건이었다. 철시 따위의 특수한 물건을 쏘아내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것이다. 나무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 여러가지 물질들이 배합되어 있는 소재였다. 겉 표면은 나무의 질감을 나타내되 몸체를 갈라 단면을 본다면 나무의 그것은 아니었다.

그 제작술에는 현실에는 중세 시대의 신비주의적 주술일 뿐인 ‘연금술’이라는 이름의 게임적 기술이 들어가 있었다.


실제로는 그저 마술과 같이 뜬구름잡는 이야기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실속없는 가설들의 나열이었지만 ‘판타지Fantasy’라는 장르를 가져 온 게임 내부에서 과학적 그 이상의 힘과 실용성을 가진 가상의 학문으로 나타났다. 이름만 가져왔다고 하는 게 맞으리라.

연금술, 이라고 하며 가치가 없는 소재들로 보다 가치가 높은 물질을 빚어내는 게 목표인 게임 내의 스킬들의 총체를 일컫었고, 게임 내 세계관에서는 일종의 학문으로 종사자와 연구자들이 아주 많은 종류였다.


그 분야의 일절을 가졌고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세계관 내에서도 아주 높은 신분으로 위치하며 고등급의 아이템들을 만들어낸다.

현재까지 유저들은 세계관의 절대적인 강자들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 현재 플레이어들의 레벨 중 가장 높은 것이 300대였는데, 적어도 대륙 내 인류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이들의 레벨을 환산하면 500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고레벨로 갈수록 레벨 업은 힘들어진다. 절대적인 총량 역시 많아지고, 같은 몬스터 캐릭터를 사냥해도 경험치로 바뀌는 것이 적다. 상대적인 강함이 약해지기에, ‘쉬운 사냥’이라고 시스템이 인식해서 그렇다.


경험치, 경험 수치라는 건 ‘경험’에 부과되는 것이므로 시스템은 그 행위의 내용을 세세하게 판별한다.

같은 적을 같은 강함의 유저가 잡더라도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서 경험치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난전을 벌이고, 조금 더 고되게 잡았으면 그 사냥의 과정과 시간을 평가해 추가치가 붙을 때도 많았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사냥을 해서 메인 인공지능이 평가하는 ‘평균 전투력’에 훨씬 못미치게 싸웠다면 딱히 추가되지는 않는다.


검사가 검을 들고 기술이 없이 미련하게 싸워서 많이 처맞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다 양질의 경험으로 계산하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검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검사가 자신의 검을 내려놓고 양 주먹으로 비슷한 강함의 몬스터를 패서 사냥했다면 그건 색다른 유형의 방식이자 ‘고된 경험’, 즉 양질의 경험으로 인정해 추가적인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제냐는 그런 식으로 보다 많은 경험치를 얻었다.


파티 플레이 역시 같은 식으로 계산된다. ‘하나의 전투’라고 인식되는 필드 내에서 몇 명이 공조를 해서 사냥을 했느냐, 그것이 개개의 전투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느냐를 따진다. 여러 명이 적은 적을 공략할수록 당연히 사냥은 쉬워지고, 그 난이도에 따라서 경험치는 낮아지는 셈이다.


많은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는 솔로 플레이로 거대한 난적을 잡는 게 가장 빠르다. 물론 사냥에서의 일이었다. 다양한 업적과 행위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고, 제작 계열의 스킬을 익히는 장인들은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 가장 많은 경험치를 얻을 방법이다.


비련의 시나리오 내부는 치안 환경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전투만을 위해서 생겨난 세계관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일상이 있었고, 사회와 경제가 있고 또 문화와 역사가 흐르고 있다.

세세하게 설정된 다양한 이야기에 온전히 관심을 갖는 이들은 소수이긴 했지만, 파고들자면 또 얼마든지 롤플레잉을 깊이 즐길 수 있었다.


사교적 행위로 수많은 NPC들의 마음을 열고 교분을 맺고, 그들의 사연을 해결해주는 식으로도 경험치를 얻는 방법이 있다.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경험치를 얻기 가장 좋은 행동이다.

다만 명확하게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행해진 행위, 즉 사냥이나 아이템 제작 등 실물적인 행위는 그것만을 따진다.

다른 목적을 위해 행해졌고 결과가 눈에 보이는 그것들이 다시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모조리 고려할 수는 없었다. 그건 진정한 난수이자 미지의 영역이었으니까. 시스템 컴퓨터가 판단하는 한 개의 ‘행위’는 일정한 범위를 두고 있다.


지금 제냐와 개멋진나 최가 하고 있는, 저 오크 세 마리와의 전투가 한 개의 행위일 것이다 그리고.


개멋진나 최가 든 활은 중급 유저들도 흔하게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7등급이었다. 제냐가 든 비스트 슬레이어와 동급이다. 희귀도만을 생각한다면 제냐는 초중반까지 즐겨 사용할 수 있는 레어 아이템을 극초반에 손에 넣은 셈이었다.


성능이 높은 물질 무기들은 ‘기력술’의 운용이 더 쉬운 특성을 대개 가지고 있었다. SP를 이용한 물리 공격 강화에 같은 에너지로도 조금 더 효율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비스트 슬레이어 역시 약간은 그러했다. 지룡의 발톱 대거과 비교해서도 조금 더 그렇다.


철시는 굳이 따진다면 11에서 12등급 정도의 아이템이었다. 특수 소재의 철을 정련한 것에 불과하지만 SP에 반발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고도의 집중을 발휘해 가다듬은 물건은 정신력 에너지를 담기에도 조금 더 편한 경우가 많다.

일부러 SP를 배척하는 성질의 물질이 가장 담기 어려웠고, 그 다음이 형편없는 솜씨로 만들어진 인위적 도구들이었다.

그 다음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일반 물질들이었고, 그보다 조금 더 SP 수용력이 좋은 물질들이 장인들이 만들어낸 잘 가다듬어진 도구들이다.


철시는 잘 가다듬어진 것이다.


철시궁은 조금 더 그러하다.


화살과 활대에 전체에 제냐가 쏘아낼 때 그러했던 아지랑이가 다시금 생겨나 어른거렸다. 투명한 기운이 근처에서 일렁거린다. 연기 따위를 잘못 보는 것도 같았다.

개멋진나 최는 궁술에 있어서 기력술을 사용하는 걸 스킬화한 이후였다. 제냐보다 조금 더 앞서나간다고 볼 수 있었다.

공략법을 보고 경험치를 먹을 수 있는 행위를 반복한 것도 주효했다.


정말로 전투를 벌인다면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진 제냐에게 털릴 확률이 좀 더 높기는 했지만. 어쨌든 화살만 놓고 본다면 더 강하다.


몸체에 걸린 SP로 인한 즉효적 강화가 철시궁의 지지력과 시위의 장력을 더욱 탄력적으로 만들고 강하게 했다. 화살 역시 날아가는 방향으로의 운동 에너지에 지지력을 받을 테다. 날면서, 공중에서.

철목시가 그러했듯 사소한 몇 가지 장애물 따위는 도끼날 앞의 잔가지처럼 치워버리며 전진할 것이다.


개멋진나 최가 개멋지게 당긴 시위의 손가락을 풀었다. 정련한 쇠처럼 약간의 매끈한 광택이 도는 색의 화살이다. 매끄러운 은빛이었다. 시위 부근에 닿는 꼬리 부분에만 화살깃이 달려 있다. 검지 손가락만한 두께감이었고, 앞에 달린 촉은 손가락 세개를 나란히 붙여 포개면 비슷할 듯한 폭이다. 길이는 길다란 중지 손가락보다 조금 더 길었다.


생선의 그것처럼 유선형으로 생겨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모양새다.


철시가 공중을 넘어 난다.


바스락, 하고 최초에 그가 숨어있던 수풀의 걸리는 잎사귀들은 지워지듯 갈라졌다. SP가 담겨 기력술로 강화된 화살은 제냐의 것이 그러했듯 열기마저 띈다.


제냐가 파이어볼을 자주 사용해서 SP를 그렇게 이용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개멋진나 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마 제냐가 기력술의 방식을 조금 더 자주 응용해서 사냥을 한다면 개멋진나 최의 것보다 조금 다르고, 혹은 강력한 기력술 스킬을 얻기는 할 테다.


그가 사용하는 건 ‘초기 기력술1-궁술’이라는 스킬이었다. 아직 칼이나 다른 무구를 사용할 때 응용하기에는 조금 벅찬 면이 있다. 스킬이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에너지의 소모를 줄여주고 운용을 쉽게 만들어준다.


철시가 날며, 마치 나무로 만들어져 쏜 살처럼 혹은 더 빨리 숲을 가로지른다. 몇 개의 잎사귀를 치웠다. 잔가지 한 두어 개 정도를 베고 지났다. 기세는 조금도 죽지 않는다. 약간 포물선을 그리듯 날아간 단단한 쇳대는 파공성과 함께, 눈 한 번 깜빡할 새에 두 마리 오크 중 왼쪽에 있던 놈에게 가 닿았다.


개멋진나 최의 시선에서 볼 때 왼쪽이었다.


우왕좌왕, 하면서 두목이 죽고 옆으로 난 샛길을 살피던 놈의 옆 목이 철시에 걸렸다.


“크륵.”


하고 끓는 소리를 마침 내던 차였고, 거의 그와 동시에 살가죽을 철시의 촉이 뚫었다.


콰득! 하는 소리가 난 건 가죽과 함께 내부의 뼈가 부숴지는 것이다.


제냐의 것처럼 폭발이 일어나는 효과는 없다. 다만 더 강력하게 날아갔고 날카로운 기세를 품은 화살이 반 이상이 그 목을 지났다. 두꺼운 목이었지만 손가락만한 철대가 박혔고, 그보다 더 넓은 화살촉이 앞길을 뚫자 생명 유지가 어려워졌다.

사람이라면 절명할 상처다.


그러나 오크는 괴물이었고, 또 가상의 괴물이었다.


강력한 체력, 완력, 여러 신체 능력을 장점으로 삼는 짐승이다. 놈은 터프하게 쓰러지지 않았다. 화살을 목에 박았으나 움직였다. 나머지 놈도 정신을 차렸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본다. 첫 번째 일격은 너무 화려했다. 짐승이라도 놀라 기겁할만했다. 두 번째는 조금 단단하고 무거운 화살이 날아왔을 뿐이다. 오른 쪽에 있던 오크 한 놈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냅다 자리를 박차며 뛰었다.


화살을 맞은 놈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 몸을 회전시켜 날아온 방향으로 바라본다.


멀리서 기력 감지술로 장면을 확인하는 개멋진나 최에게 오크의 움직임이 전해졌다. 오크는 그대로 개멋진나 최와, 제냐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걸음 걸었다.


지나친 터프함이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오크는 두 걸음 째의 발을 디디다가 오른 발을 땅바닥에 내딛음과 동시에 무릎이 무너졌다. 땅에 두 무릎을 처박으며 키가 낮아진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고, 그 다음에 상체가 완전히 힘이 풀려 앞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다시 쿵! 하고 더 큰 소리와 함께 낙엽이 먼지처럼 일어났다.


오크는 아주 미약한 생명을 남겨두고 있었으나 시간문제였다. 치명상에 가까웠다. 아니, 치명상이었다. 단숨에 HP가 모두 사라지는 종류는 아니었으나 방어력이나 잔여 체력을 거의 무시할 정도의 상처는 되었다. 한 놈은 전투 불가능 상태가 되었고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1, 2분 내에 죽은 뒤 이미 사라진 우두머리 오크처럼 빛의 입자가 되어 소멸할 테다.


우두머리 오크가 죽은 자리에는 이미 아이템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푸르스름한 색. 아날로그로 이루어진 현실적 세계와 장면에 어울리지 않는 뚜렷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 빛도 그림자도 제대로 받지 않고 저 혼자만 따로 색칠을 해둔 것같은 꼴로 눈에 띈다.

아이템 박스는 어쨌든 플레이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고, 놓치면 안되니까 그토록 강조를 해둔 연출일지 모른다.


냅다 뛴 오크는, 멧돼지의 그것에도 표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털없는 매끄러운 갈색 얼굴을 이리저리 일그러뜨렸다. 치익거리면서 성대에서 숨과 함께 침 따위가 뱉어진다.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도 않는 어금니가 불편해 보인다.


둔중한 육신은, 2m를 넘는 거구를 지탱하는 다리답게 나름의 재빠름이 있었다. 그 강력한 근육은 동시에 각력으로 질주에 속도를 더했다. 거구가 달려오자 그 사이에 있는 장애물들은 정말로 빗자루에 먼지 날리듯 치워졌다. 거목을 쓰러뜨릴 순 없으나 잔가지 따위는 있으나 마나한 것이었다.


밟는대로 그 두꺼운 발가죽에 눌리자 덤불 따위도 없는 것처럼 납작해진다. 쿵쿵, 거리면서 달려오는 오크의 기세가 매섭고 또 용맹하다. 제냐는 최초에 노렸던 적에게 제 2격을 쏘아내기 전에, 상황이 변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날아간 철시가 오크 한 마리를 죽였다. 그의 차례였다. 조준했던 위치를 바꾼다. 달려오는 오크의 위치는 더욱 알기 쉽다. 그 속력을 계산하기는 해야 했지만.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무식한 움직임에 도리어 더 용이하다.


제냐가 조금 더 화살촉의 끝을 아래로 내리며 조준했다.


스킬이 정확하게 일러주었다, 그 쯤이라고.


약간 내리던 화살촉이 어느 지점에 닿자 제냐는 망설임없이 화살을 놓았다 그리고,


1초가 지나고 곧바로 파이어 볼을 캐스팅했다.


“파이어 볼.”


철목시는 이미 시위를 떠나 날았다. 오크의 목, 은 달림과 동시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어 사실상 맞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건 명인 그 이상의 솜씨여야 한다. 스킬로 따지면 현재 12단계 정도 발견된 급수에서 7단계 이상은 확실히 넘어야 할 테다. 달인 그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묘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단계들.


오크가 불규칙적으로 또 상하좌우로 흔들면서 다가오고 있는 와중에, 가장 맞추기 편한 것은 아무래도 몸통 부위일 것이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했다. 거구에게 걸린다고 해도 철목시는 약간의 저지력을 보인다.


콰득, 하고 두터운 가죽을 뚫고 철목시가 오크의 뱃가죽 위에 돋아났다. 오크의 인식에는 그렇게 느껴졌으리라. 시야가 좁은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뛰고 있었으니까. 격통이 있었지만 터프한 오크는 멈추지 않았다. 교활하나 그리 크지 않은 뇌와 지능이 일단 앞으로 달려가면 적이 있으리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다.


전투 시의 흥분 따위가 갈색 오크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돼지의 그것을 닮은 대가리, 털을 다 뽑아내면 나오는 그 맨들거리는 것과 비슷한 낯짝이 조금 일그러졌다.


윗부분에서 다가와 대각선으로 꽂힌 철목시가 오크의 몸통 좌측 중앙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장기가 상했지만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오크의 기세나 속도는 별로 줄지 않았다. 쿵, 쿵 거리면서 지면에 있는 것들을 분쇄하며 다가오던 뜀박질이 한 두 박자 느려졌을 뿐이다. 그런 오크를 보면서 교대로 저격을 하듯 준비하고 있던 개멋진나 최가 다시 철시의 머리를 노려서 둔다.


오크의 길다랗고 또 두꺼운 다리가 그새 거리를 3분의 1정도 줄였다. 훌륭한 성과였고 또 위협적이었다. 다시금 뛰기 시작했는데 철시가 직선으로 다가왔다. 오크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꼈다. 이번에 한번 더 맞으면 죽으리라는 감각이 발동했는 지도 몰랐다.


짐승의 본능으로 오크는 몸을 뒤틀었다. 오른 쪽으로 발을 밟으며 쿵! 하고 옆에 있는 나무에 그 몸통을 들이박았다. 거목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그 정도의 기세로 자신의 달리는 관성을 제어한 오크의 옆으로 철시가 날아갔다. 십 수 m정도 뒤에 있는 나무의 몸통을 대신 갉아내며 틀어박힌다. 어찌나 강맹한지 그 화살깃까지 파고들었다. 옆에서 보면 화살의 들어간 부분은 보이지 않고 머리 부분만 뒤쪽으로 튀어나왔다. 오랜 수령의 나무를 거의 관통했고, 화살로 낸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 두터운 구멍과 패인 자국을 만들었다.


운좋게, 혹은 탁월한 감각으로 공격을 피한 오크는 거목의 나무껍질을 잔뜩 뜯어낸 뒤에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뒤트는 몸이 조금 굼뜨다. 한 번 멈추고 나니 상처가 영향을 미치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정도의 지연이라면 충분했다.


제냐가 파이어 볼을 캐스팅하고, 완성시키기까지.


제냐가 마치 대포의 포신처럼 직선으로 쭉 뻗은 오른팔 앞에, 오른 손바닥에서 약 5cm 떨어진 허공에서 SP가 모여들었다. 본디 보이지 않는 초상적인 힘은 제냐의 의지력에 따라 일점에 집중되며 자연 현상의 일종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빛이 나는 광구가 만들어졌고, 그 위에 찰흙이 덮어지듯 점차 크기를 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수 초만에 성인 남성의 머리통만한 빛의 공이 형성된다. 그 뒤에 껍질을 씌우듯, 포장지를 감싸듯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표면을 채우더니 불길의 일렁거림마저 재현한다.


빛의 구는 가만히 있었지만 그 표면이 끊임없이 운동했다. 작은 회오리를 형상화한 것 같았다. 이리저리로, 다양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기체, 불꽃이 품고 있을 운동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조금 더 진일보한 파이어 볼 스킬의 진수였다. 타들어가는 불꽃은 강력한 에너지를 보유했다. 시전 중에 제냐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위에 있는 나뭇잎들이 불에 타버렸다. 불길이 조금 번졌다.


산불이 날 정도로 화끈한 불길은 아니었지만 제냐의 앞을 가리던 잎사귀들이 사라져 시야가 조금 더 훤히 드러나게는 되었다. 그만큼 제냐의 모습 역시 바깥에서 볼 때 노출된다.


오크는 멀리서 빛나는 불꽃을 확인했다. 낮이었고,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숲이었으나 그만큼 이질적인 기세였다. 붉은 불빛이 멀리서도 그 형상을 조금 드러낸다.


파이어 볼의 조준에도 저격 용의 스킬 몇 가지가 도움을 주었다. 궁술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원거리 공격에는 통용되는 종류들이 있었다. ‘매의 눈’이 그것이었다.

제냐도 저격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원거리전을 많이 반복하다보면 필연적으로 갖게 된다. 그리고 그건 파이어볼을 다루는 자세에도 도움을 주었다.


오크의 속력이 느려졌다가, 다시금 탄력을 받아 다가오고 있을 즈음이었다.


‘스으으읍.’


제냐가 숨을 가늘게 쉬다가 잠시 끊었다. 그 타이밍과 딱 맞춘듯 손바닥에 있던 붉은 불덩어리가 손바닥 바로 앞에서의 연결을 벗어났다. 빠르게, 날아간다.


파이어 볼의 속력은 그리 느리지 않았다. 원거리 공격에 유용한 만큼이나 빠르다. 조금 더 고급의 초상 스킬, 대단위에 흩뿌려지는 종류라면 조금 느릴 수 있겠으나 파이어 볼은 기초적이고 또 빠르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킬이었다.


둥근 불덩어리가 날고 있는 장면을 옆에서 잠시 찍는다면 좁고 찌그러진, 긴 도형의 모습이 나올 테였다. 그 정도로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날고 있었다. 불길은 초상 스킬의 발현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므로 그렇게 날아가는 와중에 흩어지지 않는다.


SP덩어리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이번에 다 태워버리며 전진했고 하강해서, 오크의 명치 부근에 착탄한다.


툭, 하고 최초에 닿는 소리가 났다. 오크는 명치께에 낡은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상체를 다 가리지는 못하고 중앙부터 왼쪽까지 심장 근처를 가리는 형상이었다. 그 위에 닿은 파이어 볼은 목표지를 발견하자마자 제 본성을 드러냈다.

화르르, 하고 그 불길이 몸집을 불렸다. 물풍선이 터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마치 그물처럼 일어난 불길이 오크의 상체 전면으로 퍼졌고, 갑자기 터졌다. 그 가운데 있던 둥근 중심이 있다. 그것이 폭발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쾅!


하는 폭음은 화약을 실은 폭탄을 던졌을 때와 별반 차이 없었다. 강렬한 폭음에 열풍이 주위를 데웠다. 불똥이 조금 튀어 낙옆 부스러기를 얼마간 없앴다.

오크의 몸체는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그대로, 크레이터처럼 상체 전면부에 구덩이가 생겼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내부 장기들은 소실된 셈이다. 열상으로 인해 그 주변까지 화상 자국이 생긴다. 곧 지나친 피해는 으레 그렇듯 빛의 입자로 가려진다.


상체 전면부가, 곧 흘러나오는 빛의 가루들로 덮였다. “키우아이악.” 간신히 살아있는 오크의 성대가 비명처럼 헛소리를 내뱉었다.

원래 붙어 있던 철목시가 내부에 파묻혔던 제 몸통을 더 바깥에 드러냈다.


“파이어 볼.”


오크에게서 아직은 먼 거리. 더 이상 좁혀지기 어려워 보이는 간극 너머에서 제냐가 다시금 스킬의 이름을 읊었다. 아직 MP(Mental Point)는 많이 남아있었다. 몇 번은 여유롭게 더 캐스팅이 가능했다.

그김에, 조금 더 MP를 많이 투입해서(SP=MP, 굳이 따지자면 자연계에 있는 초상력이 SP이며 개인에게 귀속되는 에너지는 정신력 에너지로 불림. 이것을 물질에 실어 타격기로 사용할 때 ‘기’라고 부름)애초에 것보다 더 큰 화염공을 형성했다.


오크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상체에 저만한 구멍이 패이고 제대로 된 전투 능력을 보유하는 생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체적에 비해 상당한 손실이었다. 같은 논리로, 그렇기에 중형 이상의 거대 몬스터들이 더 잡기가 어려웠다.

급소를 일점 타격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HP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분량의 파괴 행위가 필요했다.


그 몸집이 건축물 이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면 일종의 공사나 크게 다름이 없었다. 움직이고, 또 끔찍한 수준의 초월 방어력과 견고한 단단함을 보유했다면 이제 토목 공사보다 아득하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오크는 그 정도로 크지도 않았고, 그 정도로 끔찍한 몬스터도 아니었다.


이제 막 비련의 시나리오에 접속한 뉴비가 마주한다면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둘은 이제 충분히, 어느 정도 대처 가능한 전투 스킬들을 익힌 노련한 초보자였다. 초보자의 티를 완전히 벗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지나야 할 구간들이 조금 더 남아 있었다.


보통 30은 넘고, 4, 50은 지나고 있어야 중급자 이상, 초보자 티를 벗어낸 유저로 인식한다.


세슈칸은 그런 이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화구火球가 두 배는 더 커졌다. 빛나는 광량으로 주변에 있다면 눈살이 찌푸려질 것이다. 제냐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다. 빛은 앞으로 뻗었다. 빛의 방향과 세기 역시 조작이 가능했다. 강렬한 열에너지를 다루는 초상 스킬을 발현할 때 동반되는 빛으로 주변을 제압하고 시선을 흐트러뜨리는 건 기초적인 전략 중 하나이다.


화구는 처음의 그것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크기 말고는 거의 다 같다. 타오르는 불길이 조금 더 커졌다. 표면에 일렁거리는 그게 구의 모습을 한 중심부 주위로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 작은 태양을 보는 것 같았다.


정말 있는 스킬 중에, ‘작은 태양’이라는 전설 급의 스킬이 있었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 차이기는 했지만. 비유적으로는 그러했다. 오크가 다시 걷는다.

지독하게 터프한 행진이었다.


제냐는 그 행진을 이제 멈추어 줄 필요성을 느꼈다. 짐승의 목숨을 끊을 때, 사냥을 할 때는 단 번에 하는 게 좋다.

지독하게 어려운 난적을 상대로는 그마저도 쉽지는 않지만.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사냥감에게도, 사냥꾼에게도. 굳이 괴로운 장면을 오래 볼 필요는 없다.


제냐가 참았던 숨을 다시 이었고, 손바닥 앞에 고정되어 있던 거대한 화구가 날아갔다. 속도는 변함이 없었다. 이런 점이 초상 스킬의 강력함이었다. 더 많은 MP가 투입되어 비대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게 물리적 무게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물론 더 큰 초상 스킬의 투사체를 더 빠르게 움직이려면 MP가 더 들기는 한다. 그러나 질량을 가진 물질을 이동시킬 때의 그 증가분보다는 훨씬 적다.


화살처럼, 대포알보다 더 큰 화구가 난다.


주변에 나무들이 거슬렸지만 그 표면을 긁듯이 태우고 지났다.


마지막에 다다른 오크의 몸체는, 긁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화염이 오크의 몸통을 집어삼켰고, 곧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오크의 상체는 형체를 잃어버렸고, 빛의 입자가 쏟아지며 순식간에 소멸한다.


앞을 향해 움직이던 오크는 그 자리에, 덩그러니 아이템 박스만을 남겼다.


수풀 속에서 다시금 철시를 건 채로 오크가 있던 자리를 노리던 개멋진나 최가 숨을 토해냈다. 저격은 숨을 자주 멈춰야 하는 행위였다. 반복한다면 고되다.


걸었던 시위를 천천히 풀었다. 한 번에 주었던 힘을 푸는 것도 영 쉽지만은 않다. 천천히 철시를 다시 빼서 집어든 그가 수풀에서 불쑥, 일어났다.


그는 제냐가 있는 곳, 그가 올라간 나무쪽을 바라보았다. 요란한 파괴 행위를 자행한 터라 그가 있는 위치를 찾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개멋진나 최가 입을 열었다.


“죽여주는데요!”


제냐가 답했다.


“쭉쭉 갑시다!”


소란이 일어났던 숲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평화로웠다. 전투 중에 작은 벌레나 새들 따위가 날아간 것 같기는 했다. 먼 허공에서는 여전히 유유자적하게 새떼가 날았고, 햇빛 역시 여전히 화창하다.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었다. 전투에 걸린 건 고작해야 십 여 분 안팎이리라.


***

tobias-rademacher-wnF27F85ZKw-unsplash.jpg


작가의말

음.

네.

뭐.

다음 편 써야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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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6 6 27쪽
6 5. 이성적 파이어볼 +2 23.04.15 149 6 33쪽
5 4. 긴장성 파이어볼 +2 23.04.12 158 6 22쪽
4 3. 로그 오프Log off 23.04.12 186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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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파란 귀 토끼 23.03.11 452 9 30쪽
1 0. Prologue. +1 23.03.11 51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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