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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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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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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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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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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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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30쪽

1. 파란 귀 토끼

DUMMY

***


-12억 명.

비련의 시나리오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의 숫자였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생존자 숫자를 말한다.


한적한 길모퉁이.


주변으로 임야가 펼쳐져 있는 미개발 지역의 한 곳이었다.


도심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이제는 이런 광경을 구경하기가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방까지 빼곡하게 개발이 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일부러 발품을 팔아 차를 끌고 시외로 나서야만 볼 수 있었고, 그마저도 이토록 황량한 지평선을 구경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국토 내에 빡빡한 인구가 모여서 살아가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거대한 땅덩이를 지닌 나라들의 경우에는 물론 이야기가 다르기는 할 테지만. 여러 도시가 모여있는 메갈로폴리스 지역 심부에 살고 있다면 요원한 건 마찬가지이리라.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런 경치를 흔하게 구경할 수 있게 된 게 사실이다. 그것이 실제의 장소냐 아니냐 하는 문제만 빼놓는다면 말이다.


“후.”


급하고 짧게 숨을 내뱉는다. 격하게 움직이기 직전의 호흡이었다. 짧은 숨처럼 빠르게 근육을 튕겨 움직인다.


길모퉁이에 서 있던 사내는 그대로 허공에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허리가 돌아가는 느낌. 발끝의 감각. 팔의 근력과 어깨의 강인함 역시 인상적이었다. 몇 번을 혼자서 춤을 추듯 동작을 해 본 남자는 스트레칭처럼 몸을 풀었다.


가죽 보호구로 온몸을 잘 감싼 차림새의 청년이었다. 검은 머리칼. 일반적인 동양인의 모습에 약간은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지고 있다. 눈 근처의 기색을 보면 약간은 피로해 보이기도 한다. 허리춤에는 숏소드, 등에는 단창을 하나 메고 있다.


‘제냐’는 사내의 이름이었다. 제냐 킴. 성은 원래의 것을 따르고, 이름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보통의 규칙이었다. 이곳에서의 말이다.


“들어올 때마다 적응이 안된단 말이지.”


원래는 혼잣말을 늘어놓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들어와 있다는 것과, 그것이 아주 고도로 설계된 가상 현실의 내부라는 사실이 그를 조금 들뜨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있는 곳은 게임의 내부였다. 21세기의 중반을 넘어서고도 깨나 시간이 지난 시점, 게임이라는 건 보다 복잡한 이름이 되어 있었다. 단순하게 현란한 그래픽을 모니터로 띄우고 내부의 사물을 조작하는 것을 넘어서, 1인칭 시점으로 전방위의 그래픽 내부를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에서 더 발전해서, 단순한 시각만이 아니라 뇌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의 정신만이 가수면 상태에서 가상 세계에 들어와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단순한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많이 거창한 기술력이 들어간 무언가가 되어 있었고,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다양한 가상현실 기술들 중에서도, 최고조의 구현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이 분야이다. 온라인 게임, 그리고 개중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사용자들의 평에 따르면,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현실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그야말로 지고의 가상현실 구현 능력의 게임. 개발 과정에서 대체 어떤 묘기를 부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명실공히 최고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었다.


사내, 제냐, 킴은 이런 류의 가상현실 게임에 익숙한 편은 아니었다. 동시대의 동년배들에 비해서 무지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동떨어져 있는 편이었지.


“세상 참 좋아졌어.”


그는 손을 펴고 주먹을 쥐어보기도 하고, 가볍게 발끝을 땅에 대고 발목을 눌러보기도 했다. 숨을 들이마시며 먼 경치를 바라본다. 한낮, 오른쪽으로는 녹음이 우거진 숲이 빼곡하게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고, 앞으로는 작은 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며 저 멀리 지평선과, 하늘이 보인다.


한동안 비가 잘 오지 않았는지 어딘가 메마른 듯한 평야 지대와 그 위를 채우고 있는 잡초들이 왼쪽으로 너른 경치를 만들고 있다.


유행에 따라, 제냐는 게임에 접속했다. 원래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비련의 시나리오라는 게임은 어디를 가나 늘 화두에 오르도록 인기 있는 이름이었다.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관련자들이나 플레이어들의 감탄에 잘 하지 않는 게임을 시작해 본 것이 몇 주 전의 일.


대학교 강의 시간을 피해 적당히 플레이 해보는 것이 오늘로 몇 시간 째의 일이었다.


“IV."


재고 목록, 의 약자였다. 인벤토리Inventory를 뜻하는 말을 입술 바깥으로 읊자 그의 시야 한켠에 푸르스름하고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가상현실에서도 실재하는 창은 아니었다. 접속해 있는 캐릭터의 1인칭 시야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고, 다른 이들은 볼 길이 없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옛날 옛적부터 이어져 오는 평범한 RPG 온라인 게임의 형식을 많이 차용하고 있었다. 계보라는 것이, 발전을 이어가면서도 늘 평이한 구석을 남겨두는 것이다 보니 그렇다.


아주 오래전 평면 모니터로 2D나 3D그래픽을 조종하며 플레이하던 게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만일 그런 고전 게임을 즐겨오던 낡은 취미가 있는 매니아라면 말이다.


제냐는 일단 걸음을 옮기면서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며 게임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을 투자했다. 가죽 장화의 두터운 밑창 아래로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흙길의 감촉이며, 먼지 섞인 풀이나 숲의 내음이나 먼 곳으로부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은 여전했다.


그가 가상현실을 많이 체험해보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두, 세 세대는 앞서 있는 듯한 기술력이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같은 시뮬레이션이 등장을 한 건지. 그다지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 기업의 신작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인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세간에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본격적인 투자 유치가 이루어져서 오랜 개발 기간 끝에 나온 물건이라고 하던데, 그 내부에 복잡하고 남모를 사정 따위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튼, 제냐는 창을 눈으로 훑었다. 반투명한 창 너머로 경치가 전부 가려지지는 않는다. 언제 어느 곳에서 위험 요소로 인해 체력을 잃을지 모르는 괴악한 난이도의 게임 내에서 약간은 늘 신경을 쓰고 있어야만 했다.


”물약······.“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도 잘 알 수 없는 물약. 판타지즘 세계관에서 허용이 되는 듯한 대충의 설정이다. 뭐만 하면, 현대 과학으로는 알 수 없는 신비의 물건이라는 설정으로 대부분 설명이 된다.

사실 바른대로 말하자면, 실제로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또한 과학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또 말이 되는 뻔뻔함인 것 같기도 하다.


반투명한 푸른 창은 단순한 형태로 표가 만들어져 있었고, 주욱 아래로 이어지는 가로줄이 시야의 흐름에 따라서 위아래로 목록의 나열을 바꿔가며 현재 캐릭터가 소지하고 있는 물건을 설명한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별 것 없었고, 사실 비련의 시나리오에서 인벤토리로 옮길 수 있는 물건의 적재량 또한 쓸데없이 현실적인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 기적적이거나 획기적이지는 못했다. 인벤토리 내부의 적재는 캐릭터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지만, 대용량 더플백 두 개 분량 정도의 용량을 채우고 나면 나머지는 실물로 캐릭터가 지고 다녀야 했다.


그렇게 들고 다니는 물건들은 당연히 게임 내의 물리 엔진의 영향 하에 있었고, 캐릭터의 근체력에 따라 운반량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많은 짐은, 전투 상황에서 목숨을 갉아먹기도 하는 법이었다.


‘소형 석궁 한 개. 석궁용 화살 20대. 체력 포인트의 소실을 막는 붉은 물약 10개, 초상 기술Supernatural skill을 쓰는데 필요한 정신력 포인트의 증가를 위한 파란 물약 10개··· 에 물과 건량식 꾸러미.’


나름대로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나온 실정이었다. 게임 내에서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로서는 많은 돈을 얻지 못했으니까. 이렇게 마을 바깥으로 나오고 여행을 떠날 때마다 실제 짐처럼 리스트를 짜서 챙겨야 하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었다.


툭.


제냐는 발치에 걸리는 돌멩이 하나를 걸음의 궤적에 맞추어 차날렸다. 그대로 걸린 작은 돌멩이가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길바닥 위를 날다 구른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은 현실 그대로의 것과 같았다. 아무리 정밀한 눈을 가진 영상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이질감을 찾기 어렵다. 그에 더해 발에 걸리는 부하나 힘을 주는대로 제대로 움직이는 팔다리 역시 실제와 다름 없다.


이런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만큼, 게임 내 설정으로 보조되지 않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현실과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좋았다. 밥 역시, 칼로리 개념이 있어 충분한 양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기력이 쇠하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30초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있다면 언제나 로그아웃이 가능하고, 하루에 세 번까지는 재접속 시 로그아웃 장소가 아닌 마지막에 들른 세이브 포인트에서 재시작이 가능하다.


묘한 부분에서 편의를 봐주는 게임 시스템이 들어가있는데, 이 정도도 없었다면 정말로 해먹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


한 번이라도 체력 포인트가 0이 되어 게임 오버를 당한다면 게임 내에서 그대로 아웃이었다. 이 ‘아웃out'은 말 그대로의 것이었고, 재접속조차 불가능하다. 그 자리에서 플레이어가 다루는 캐릭터는 게임 내에서 소멸된다. 한 개의 주민 정보 ID로 한 개의 캐릭터만을 만들 수 있었고, 개인 정보를 어디서 도용이라도 하지 않는 한 게임은 다시는 플레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정지된 계정은 관찰자 모드로 게임 내 세상을 활보할 수는 있었지만, 어떤 상호작용도 할 수 없었고 플레이어에 의해서 밝혀진 맵이 아니라면 탐험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목숨으로 운용되는 게임 플레잉.


대체 어디 사는 누가 이런 극악한 난이도의 물건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는 지경이다. 이 정도의 불친절함이라면, 이건 이미 상용화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싶어지지만 시나리오 온라인은 현존하는 어떤 가상현실 시뮬레이션보다 압도적인 세계 구현을 보여주는 걸작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플레이어들은 이 서버에 들어와서 게임을 즐긴다. 그렇게 게임에 이끌린 플레이어들이 시나리오를 진행하다가, 목숨을 잃고 게임에서 아웃되는 그 양상 자체가 그처럼이나 게임의 제목과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흔한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들어가 보기만 해도 안다. 비련의 시나리오에서 게임 오버 당한 사람들의 온갖 하소연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울분에 차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지만, 게임 시스템은 기획 당시부터 확고했던 것인지 마치 그들의 정체성이라는 것처럼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식회사 ’태Tae迨‘라는 이름의 듣도 보도 못한 게임 회사가 그들이었다. 한자어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동아시아 권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인지, 그도 아니면 단순히 차용했을 뿐인 다른 문화권의 인물들인지도 알 수 없다.


어디서 돌이라도 날아들 것을 경계하는 것인지 철저하게 비밀리에 신원을 감추고 운영하는 게임사는 공식 홈페이지나, 게임 내 알림을 통해서만 입장을 전달하고 있었고.


’낯짝이라도 보고 싶긴 한데.‘


제냐는 게임 운영진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며 길 위를 지나고 있었다.


게임에는 캐릭터 레벨과 스킬 레벨이 있었다. 캐릭터 레벨은, 게임에서 인도하는 다양한 행위와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치‘를 얻어 올라가는 구조다.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 플레이어 캐릭터는 ’가상 점수‘를 일정량 얻게 되는데, 이것으로 몇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의 주요 플레이 방식이었다.


첫 번째로, 분류된 능력치의 성장률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것은 정신력, 집중력, 지구력, 근력, 순발력, 초월 방어력으로 크게 분류되는 6가지 스테이터스status의 증가율에 관여하는 작업이다. 레벨 2에서 가상 점수를 소모해 정신력에 투자하면, 레벨 3이 되는 순간까지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정신력이 빠르게 오르게 된다.


성장 방향성 설정 기능으로, 중복해서 한 가지 능력치에 부과할 수도 있었고 상한 또한 없었다. 성장률 증가가 중복되면 당연히 그만큼 스텟(status;stat)이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성장률 증가에 가상 점수가 투입되지 않은 능력치는 기본적인 증가율대로 오르게 되고, 가상 점수가 아닌 다른 행위의 누적으로도 성장률은 오르거나 혹은 낮아질 수 있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레벨업 포인트를 소모하는 것일 뿐이다.


두 번째로, ’명예 점수‘로 바꿀 수 있었다.


명예 점수란 곧 캐릭터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고레벨의 플레이어 캐릭터는 게임 내 세계에서 저명 인사로 취급되기 쉬웠다. 긍정적인 영향력의 유명세는 신분을 대신했고, 게임 내 사회의 유력 인사들과 만나는데 가산점을 얻게 된다.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명예 점수가 높다면 귀족이나 왕족과 편안하게 응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 온라인의 세계관은 중세 사회와 같은 신분제가 존재하는 곳이었고, 귀족과 왕이 존재한다. 죄를 짓거나 빚이 쌓인다면 노예가 될 수 있었고, 이러한 신분 변화는 RPG(Role playing game)이라는 이름답게 플레이어 역시 경험할 수 있었다.


명예 점수는 게임 내 롤 플레잉과 시스템 이용과 결합된 다양한 상호 작용에서 영향을 미치며, 숨겨진 아이템이나 요소를 얻는 조건이 되기도 하고 게임 플레이 시에 다양한 혜택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사용처의 마지막인 세 번째로, ’돈‘으로 바꿀 수 있었다.


게임 내 세계 전역에서 통용되는 단일 통화 단위인 ’젠Jen'으로 직접 교환이 가능했고, 포인트는 그것을 얻기 위해 들어갔던 경험치에 따라 같은 포인트더라도 더 많은 양의 돈과 교환이 가능했다.


즉 레벨 업마다 받는 가상 점수의 양은 일정하지만, 고레벨 플레이어의 가상 점수로 환전하는 젠이 훨씬 더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돈은 게임 내 형성되어 있는 시장에서 온갖 아이템들을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고, 또한 시스템으로 보장되어서 무수한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기본 상점 급의 아이템들을 거진 무한하게 이용하는데 써먹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가장 흔하게 잡을 수 있는 저레벨 플레이어용 몬스터 캐릭터인 ‘토끼’나 ‘젤리 슬라임Slime'을 세 마리쯤 잡아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회복 물약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으로 환전된다.


레벨 업Level-up 시 얻는 가상 점수(Imaginary point)는 10점이었고, 이를 적절하게 분배하여 자원 활용을 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전략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제냐의 캐릭터 레벨은 7이었고, 흔하게 다다를 수 있는 수치였다. 비련의 시나리오가 대중에게 공개된 지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게이머 중에서도 하드한 플레이를 즐기는 골수분자들은 수백 이상의 레벨을 쌓은 시점이었다.


고레벨이 될수록 레벨 업은 어려웠으나, 공개된 설정에서 레벨업에는 상한이 없다고 했었다. 게임 오버를 당하지 않고 침착하게 레벨을 올려 나간다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싫어도 거부巨富나 사회의 유력인사가 되어 플레이를 하게 될 테다.


지나치게 빠르게 달리다가 자칫 게임 오버를 당하면 모든 것을 잃지만, 너무 안전주의로 가다보면 결국 경쟁자들에게 뒤쳐진다.


다른 대부분의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같이 비련의 시나리오를 즐기는 게임 매니아들은 그런 딜레마 속에서 날카로운 감각을 키워나가며 게임에서 승리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게임이란 건 그다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가진 제냐로서는 그 정도까지 혈안이 되어 즐길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경험하기로 한 이상 남들이 겪는 정도의 속도감은 느껴볼 생각이 있었다.


어쨌거나, 새로운 기술이며 최첨단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아니겠는가. 뉴스 각 면에서 혁신이라고까지 소개하는 이름이었으니. 그 내용물을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일 테였다.


지금 그가 걷고 있는 지루한 걸음 역시 그런 착실한 게임 플레이의 일환이었다. 시작지가 되는 마을 근처에서 일정 반경 이상까지를 두 발로 걷고, 인근에 자생하는 몬스터 캐릭터들을 사냥하는 것.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그가 해치워야 할 게임 내 임무였다.


이런 다양한 임무와 자유로운 오픈 월드 내에서의 특정 행동들이 스킬과 능력치 증가를 얻는 방법이었으니, 부지런히 해낼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제작진이 준비한 방대한 세계 내의 내용물들을 훑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나 게임 구조는 구식 RPG게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각 시작지가 되는 도시에는 초보자들을 인도하는 에스코트 NPC(Non-Player Character)들이 있었고, 단계별로 해당하는 캐릭터들과 친분을 쌓아 기초 스토리를 진행한다.


기초 스토리는 사용자가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튜토리얼의 개념이었고, 지금 제냐가 하고 있는 것 역시 그것의 끝자락이었다.


*


그가 시작지로 삼은 곳은 평화의 숲 옆 도시, 라는 이름의 장소였다. 광활한 대륙 수준의 넓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미치광이같은 고성능의 게임에는 각 지역에 9군데 정도의 커다란 시작점이 있었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곳에서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다.


제냐가 선택한 도시 역시 개중 하나로, 대륙 중남부에 위치한 대도시이다.


거대한 도시 내부에 바글거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쏟아져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을 맞이하는 여러 명의 에스코트 캐릭터들이 있었다. 대도시를 구획별로 나누었을 때 시민들의 구획장이나, 상점가의 가게 주인, 치안대 부대장 정도의 인물들이 그런 역할이다.


제냐는 치안대의 부대장에게 초기 메뉴얼대로 말을 걸어 스토리를 시작했고, 이후로도 그럴 용의가 있다면 치안대와 관련한 임무들을 받고 스킬을 익혀볼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거대한 지역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길은 대륙 전역에 평탄하게 나 있는 편이었다. 물론 이런 배려가 없는 오지들 역시 무수하게 많았고, 고레벨 플레이어가 탐험을 하다 그런 곳에서 조난을 당한다면 그대로 게임 오버를 당할 확률 역시 높았다.


게임 내부의 배려는 대개 최소한의 것들이었는데, 그것이 나침반과 같은 기능이었다.


인벤토리 창처럼 켜고 닫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 창 중에는 방향창이 있었고, 미리 설정해 둔 출발지와 목적지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동서남북의 방향이 표시되며, 주변 지역의 지도 아이템과 같이 활용한다면 보통 길을 잃을 경우는 거의 없다.


어지간해서는 전자동 네비게이션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입장에서, 이것만으로도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참신한 즐거움일지 모른다.


지나치게 편리함만을 추구하다 간혹 비대해진 것 같은 삶의 태도를 게임 내부에서 구태여 이런 불편함으로 다시금 되돌아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싶지만 어쨌든 비련의 시나리오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경험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공간임은 틀림없었다.


이 정도로 강렬한 오감 체현이라면 이미 생생하게 자각하고 꾸고 있는 꿈과도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 있어 상상이나 꿈 또한 생각을 정리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떠올려보면, 뭐 여가 시간을 보낼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기술이 여러 방면에서 교육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을 들면, 어쩌면 이곳에서 익히는 것들도 현실에서 요령의 한 자락 정도는 보탬이 될 지도 모르겠고.


“오.”


제냐는 굳이 입을 벌려 탄성을 질렀다. 게임에서의 감각과 움직임은 현실과 같기에 더욱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곳이 게임 속이라는 인지와, 완벽하게 현실과 닮아 있는 감각 사이의 애매한 부조화였다.


바깥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본격적인 방호구를 착용하고, 제 발로 수 km를 걸어서 토끼를 사냥할 일은 없었다. 사냥 애호가라면 모르겠지만, 그들도 냉병기를 이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이다.


깡-총.


하고, 토끼가 뛰었다. 애초에 그가 소리를 낸 건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도시 외곽 성벽에서 한참을 걸으면 나오는 파란 귀 토끼의 서식지였다. 길목과 평야와 맞닿은 숲의 가장자리 부근에 자리를 잡고 초원과 숲 양쪽을 터전으로 삼는 놈들이었다.


토끼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현실의 토끼와 같은 외관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아예 다른 놈들이었다. 풀을 먹기야 하지만 귀의 색깔은 파랗고, 덩치도 토끼종 중 몸집이 커다란 녀석들이 눈 앞의 놈들의 평균이었다.


무엇보다,


깡-총


하고 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의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떤 토끼도 사람을 보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지는 않으니 말이다.


차라리 몸집은 달라도 내면에 든 소프트 웨어는 성질이 더러운 캥거루라고 보는 것이 좋을지도 몰랐다.


’우앗.‘


눈에 걸린 건 한 마리였으나, 서식지 근처에 무리 생활을 하고 꼭 단체 행동을 한다고 하니 근처에 여러 마리가 있을 것이다. 파란 귀 토끼는 귀를 제외하고는 그림으로 그린 듯 예쁜 하얀 털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임야 지대에 저런 털 색이라는 것이 도리어 이질적이다. 이 공간이 게임의 내부라는 것을 도드라지게 알려주는 장치처럼도 보였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그리고 저런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을 듯한 작은 몸집의 녀석들은 서식지의 환경과 비슷한 색깔의 외형을 가지게 마련이다. 포식자나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뜬금없이 설원에서 뛰어 다닐듯한 새하얀 털이나, 더군다나 일부러 칠해놓은 듯 시퍼렇게 물든 두 귀라니.


휘익- 하고, 달려드는 토끼를 일단 제냐는 피했다. 파란 귀 토끼 역시 제냐를 발견하자마자, 마치 적이라는 듯 그 뒷다리를 이용해서 성큼성큼 다가왔던 것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반경에 들자마자 몸통 박치기를 해오는 솜씨가 참 만만치 않다.


이런 소형 초식동물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자신의 둥지를 지키려는 대형 초식동물이라면 이렇게 싸움을 걸어올 지는 모르겠다.


동체시력으로 판단하는데(게임 내 신체기능은 현실의 것보다 훨씬 좋다, 시력 역시)아마 현실이었으면 피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 속도다. 가까이서 보자면 빠르게 날아드는 공과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퍽!


그 움직임과 궤도가 눈에 읽혔지만, 제냐는 일단 한 대는 맞아주었다. 가장 튼튼한 보호구를 차고 있는 복부를 일부러 내밀면서 말이다. 살벌한 타격음과 함께 토끼가 굳게 연마된 가죽 갑옷의 하드 파츠에 박았다.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은 깨나 성능이 좋았다. 초반 플레이에서 상점가의 갑옷 상인에게 호감을 얻고 질 좋은 녀석을 구매할 수 있었다. 방어력 성능은 2D게임처럼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었고, 충격을 완화하고 늦게 부서지지만 부딪힌 이상 완전히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체급의 차이도 아득하지만, 제 온 몸을 불살라 던져대는 토끼의 박치기는 나름의 묵직함이 있었다.


’욱.‘


갑작스러운 충격에 속으로 숨을 삼켰다. 실제적인 피해보다는 놀라는 의미였다. 놀란···. 그러고 보면 고전 영화 감독 중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것을 많이 찾아봤던 제냐이다.


전투 상황에서 뒤로 헛소리같은 발상을 하고 있을 때, 부딪힌 토끼는 반발력으로 제멋대로 튕겨 나가 땅바닥을 굴렀다. 아무래도 자기의 무게에 비교했을 때 단단한 거인과 같은 대상에 부딪힌 것일 테니, 저 짐승도 제정신이 아니리라.


다만 야성과 그 지독한 강성이 살아있는지 금세 자세를 잡고 다시 달려드려 한다. 이번에는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작고 또 나약해 보이는 소형 포유류였지만 잡아야 할 때는 잡아야 한다. 진지하게 마주봐도 만만찮은 구석이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


제냐는 길바닥에서 토끼와 마주한다.


토끼가 그 뒷다리를 차며 다시 좁게 뛰었다. 저렇게 한 두 번 깡총대다가 마지막에 온 힘을 실어 갖다 박을 테였다. 물론 그 모습을 지켜만 볼 생각은 아니다.


제냐는 숏소드를 꺼내들었다. 날뛰는 소형 짐승의 몸뚱이에 검날을 갖다 대는 건 이미 기예의 영역이었지만, 게임 내의 수많은 보정과 효과들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일단 플레이어는, 전투형 성장 과정을 선택했다면 초기에 능숙한 운동선수나 비슷한 신체적 재능들을 얻고 시작한다.


직접적으로 너무 큰 영향을 끼치는 근력 따위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조금 나은 정도였지만, 동체 시력이나 유연성을 비롯해 동작 수행 능력의 재능은 최상위의 것이다.


왼쪽 허리춤에 있는 숏소드에 손을 대고 그대로 뽑아 올린다. 대각선 방향으로 발검과 동시에 휘두르는 궤적이었고, 그것은 마침 날아드는 토끼의 돌진과 맞닿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 손으로 야구 배트보다 좀 더 무거운 쇠칼을 휘두르고, 이상한 궤도로 휘는 흰 물건을 맞춰야 하는 일이었고, 그건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제법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서-걱.


하는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냐의 근력은 제법 훌륭하다. 한 손의 완력으로도 충분한 베기였고, 그 칼날의 길에 들어온 토끼는 공중에서 피륙이 갈려 얻어맞은 듯 옆으로 튀어나갔다.


한 번에 깔끔하게 몸통 부위에 자상을 만들어낸 일격이었다. 야구 배트장에서, 기계를 상대로 홈런을 치는 것과 비슷한 쾌감이 있었다. 실제 운동과 달리 칼로리 소모 효과는 없었지만, 단순히 감각을 익히는 것이라면 확실히 가상현실 기술은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지독하게 생생하게 보조 장치를 두고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비슷해 보였다.


띠링. 하고 단번에 숨이 죽은 토끼를 관찰하고 있을 때 알림음이 울렸다.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되지 않도록 돕는 것처럼, 이질적인 파란 창. 불투명한 인터페이스가 그의 시야 한켠에 떴다. 상단에 자그마하게 표시되는 것으로,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끌 수 있다.


[튜토리얼 임무 - 도시 밖 10km 보행;완료. 토끼 사냥;1마리/100마리]


간단한 정보를 표시하는 진행 창이었고, 게임 플레이가 오래되고 여러 임무가 섞인다면 쓸모 있는 기능이었다. 제냐는 양쪽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진행창 인터페이스를 종료했다.


계속 나오게 된다면 귀찮을 테다. 전투 상황과 일반 상황의 경계선이 따로 없는 게임 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눈을 감아댔다가는 게임 오버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했고. 그는 메뉴얼대로, 오른손 검지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두 번 건드렸다. 그렇게 되면 설정창이 나온다. 시야 정면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설정창은 손가락으로 직접 조작이 가능하다.


공중에 떠 있는 터치 패널을 조작하듯이 몇 번인가 목록을 툭툭 건드려, 임무 알람을 꺼두었다. 게임성과 현실성의 조화란 게임 제작의 입장에서 늘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이다. 더군다나, 이렇게까지 현실과 유사한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야 더 그럴 것이고.


현실의 삶에 유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한된 경험 내에서 어느 정도로 게임성을 추구하고 현실성을 추구할 것인가. 그런 고민이 담겨 있는 곳일 테였다. 이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는.


그런 게임성의 일환이다.


피나, 동물의 내장 기관이 제대로 구현되어 보이지 않는 것은 말이다. 지나친 선정성이나 유해성은 플레이어에게 자칫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인위적인 작업물에서 불필요한 표현은 감상자의 현실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몸뚱이가 베여 날아간 토끼는 그 베인 자리가 발광하며 빛나고 있었다. 그 내부가 보이지 않는 모자이크 처리와 비슷하다. 기술력으로 따지자면 해낼 수 있었겠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자리에 떨어진 토끼의 사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사라진다. ’몬스터 해체‘라는 스킬을 갖고 있다면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고 직접 짐승의 시신으로부터 부속물을 얻을 수도 있으나, 다른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상처 부위의 빛이 온 몸뚱아리로 번지며 가루가 흩날리듯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토끼가 사라지며 그 자리에 작은 정사각형 박스 하나가 남았다. 박스라곤 하지만 포장지는 아니었고, 그저 그런 모양의 빛나는 미확인 물체일 뿐이다. 제냐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손가락 마디 두 개쯤 되는 크기의 작은 돌이다.


가벼운 손목 스냅으로, 그대로 던진다.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 있던 박스에 명중을 했고, 그대로 사라졌다. 사라진 박스는 ’아이템‘의 가시화였고, 전리품의 권한을 지닌 플레이어가 직접 행동을 해 무엇으로든 건드리게 되면 해당 플레이어의 인벤토리로 귀속된다.


아이템 중에서는 물론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것들도 있었는데, 그런 종류는 박스가 사라지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날아와 눈앞에서 물건으로 변하게 된다. 그 때부터는, 직접 운반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말이다.


’IV.'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창을 띄워 확인해보니 파란 귀 토끼의 파란 귀 한쪽이 들어 있었다. 선명하고 어딘지 신비로운 빛깔을 내는 귀 부위의 털은 다량을 모으면 모피 제품의 원료로 비싸게 팔린다.


‘계속 가볼까.’


속으로 마음을 먹으며 제냐는 발길을 돌렸다. 파란 귀 토끼의 서식지인 것을 알았으니, 주변을 돌며 백 마리를 해치워야 할 때다. 그는 오른쪽에 갑갑하게 펼쳐진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늘 안에 끝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사냥감을 발견하는 것도 고생스러운 일이었다.


이 놈의 게임은, 영 불친절한 구석이 많은 편이었다.


***


작가의말

조금 긴 템포로 천천히 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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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멧돼지 23.05.26 55 4 33쪽
14 13. 마라톤Marathon +4 23.05.22 62 5 38쪽
13 12. 세슈칸Seshukan 가는 길 +2 23.05.04 66 5 29쪽
12 11. 도서관 제육 23.05.03 59 5 25쪽
11 10. 황야 지룡 23.04.30 62 5 44쪽
10 9. 붉은 날개 23.04.29 77 5 31쪽
9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23.04.29 87 5 29쪽
8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23.04.27 97 6 30쪽
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6 6 27쪽
6 5. 이성적 파이어볼 +2 23.04.15 149 6 33쪽
5 4. 긴장성 파이어볼 +2 23.04.12 158 6 22쪽
4 3. 로그 오프Log off 23.04.12 187 7 15쪽
3 2. 개멋진나 최 23.03.12 249 7 31쪽
» 1. 파란 귀 토끼 23.03.11 453 9 30쪽
1 0. Prologue. +1 23.03.11 518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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