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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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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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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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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DUMMY

어떤 사내가 분주하게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니, 사실 사내는 아니었다. 그의 내면은 사내였으나, 그 겉모습은 지금 고양이였으니까.


말이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 공간이 가상현실 게임의 내부라면 가능해진다. 프로그래머들이 설정해 둔 법칙에 따라 변하는 세계였고, 그 내부에 감각을 연동시켜 잠시 들어와 있을 뿐인 가상의 체험이었으니.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재빠르게 달리며 사람보다 낮은 시야로 도로를 질주하는 네 발 짐승의 감각을 익히는 건 그다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거의 자연적인 현실에 비견되는 비련의 시나리오의 게임 퀄리티는 마치 진짜 그렇게 된 듯한 느낌을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한다.


사내, 그러나 검은색에 흰 줄무늬가 그려진 대형견만한 고양이가 빠르게 내달리고 있는 길은 중부 지방 주도 중 하나인 평화의 숲 옆 도시, 그중에서도 남쪽 대성문 근처의 대로였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게임답게, 그리고 판타지 장르를 섞은 컨셉답게 다양한 기적적 효과와 현상들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리얼 타임으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고. ‘초상 스킬Supernatural Skill’이라고 불리는 계통의 기술들이었는데, 보통 여느 판타지 장르의 물건들에서 묘사하는 ‘마법’적인 것들이 전부 들어 있는 기술이었다.


자세하게 갈래를 공부하고 파보면 무수하게 나누어지고, 그 하위 계통에 따라 캐릭터의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 육성법이 모두 달라진다.

플레이어가 익힐 수 있는 스킬에는 시간과 노력 상 한계가 있었고, 익숙하고 연관된 행위는 보다 쉽게 스킬을 익힐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근접전을 주로 일삼는 도끼를 든 전사가 다양한 박투술과 부술斧術을 배우고 또 체력과 관련한 스킬들을 익히는 등 말이다. 주로 정신력과 집중력 스탯에 집중하는 초상 기술의 발현자들, 통칭 ‘술사Magia’들은 초상 스킬을 보다 빠르고 쉽고 강력하게 발현하기 위한 다양한 스킬들을 보조로 익힌다.


조금 더 들어가 술사들 중에서도 ‘화염술사’나 ‘빙결술사’같은 자들은 굳이 여러 개의 속성 스킬을 익히는 것보다 연관되고 상충되지 않는 것들을 익히는 편이 효율적이기에 그렇게 한다. 화염술사이면서 동시에 빙결술사일 수 있고, 아무런 제약도 없으나 그 길을 가는 데 반대로 아무런 추가적 이득 역시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보통 플레이어들이 발견한 다양한 스킬 트리Skill Tree(기술 계통도圖)에 따라 육성법이나 개성이 어느 정도 유추가 되고 제한되는 면이 있었다.


굳이 그러지 않겠다는 괴짜는 얼마든지 있을 수는 있었으나, 또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면에서 내달리는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사내는 굳이 말해 ‘변신술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쪽이었다. 변신술만을 익히는 건 아니었으나, 그와 호응하는 몇 개 하위 계통의 초상 스킬들로 스킬 리스트를 채우고 플레이를 하는 이들.

그뿐만이 아니라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 캐릭터들을 굴복시키고 조련해 다루는 테이머들도 있었고··· 변신술 이외에도 요란스런 스킬 따위를 구사하며 가도를 헤집는 이들은 빈번하게 모습을 보인다.


플레이어들은 능숙하게 거대 고양이의 질주를 바라보고 슬쩍 비키며 길을 내주었고, NPC들 역시 굳이 저런 눈에 띄는 괴생물이 있을 때는 길의 옆으로 걸으며 부딪히지 않는 요령들이 있었다.

번잡스러운 대도시의 주도主道는 온갖 인간 군상과 괴짜들이 범람하는 곳이라, 주변 이들에게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 곳에서 작게 나 있는 듯한 열린 길의 궤적을 내달리는 고양이는 명민한 동체 시력으로 순식간에 파악해 빈틈들을 파고들었다.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평야를 내달리는 듯한 속도로 부지런히 네 발을 번갈아 바닥에 딛었다가 지면을 박찬다.


탄력적인 고양이의 몸은 그 크기가 거대해지며 강력한 근육마저 가지고 있었고 유연함마저 잃지 않아 위압적이나 동시에 부드러운 질주를 해내고 있다.


한낮,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이었으나 사내는 고양이로의 변신술이 아주 능숙한 모양이었다. 끊임없이 달리며 남부 대성문으로 빠져 나가려던 어느 변신술사의 달리기가 멈춘 건 뜻밖의 순간이었다.


‘필의 물약 상점’이라는 기본 상점을 평화의 숲 옆 도시를 기점으로 삼는 플레이어들에게 유명하다. 단순하게 NPC가 미형의 아가씨라 그런 점이 크다. 감상하라고 만들어 둔 듯한 개발진의 배려에 혹한 남성 플레이어들이 많았던 탓이다.

NPC로서 그녀가 가지는 AI 역시 제법 매력적인 개성을 갖고 있기도 했고.


언제나 친절하며 또 유쾌한 그녀는 이 게임을 롤플레잉이나, 인간관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즐기는 이들에게 훌륭한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변신술사 역시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채운 인파와 움직이는 흐름을 읽는 고양이의 눈이 재빠르게 빈 곳을 찾았다. 거리에서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몸이었고, 뛰어난 시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질주에 대한 ‘정답’을 빠르게 결론지어 달리던 그가 다음에 찾은 곳이 그 가게의 문 앞이었다.


대형견만한 고양이의 발로 몇 번을 구르면 금세 지나칠 수 있을만한 거리. 갑작스럽게 무언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빠르기다.

사내는 여태까지 계속해서 그래왔듯 마찬가지로 발을 디디고 찼다. 몸뚱이가 쏘아진 화살처럼 뜀박질마다 앞으로 나간다.


휘익, 하고 옆에 있으면 바람소리마저 들릴 지 모른다. 사내는 이런 질주의 감각이 아주 기꺼웠다.

그는 현실에서는 달리기가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었으나, 속도감만은 바라는 류의 성격이었다. 개인용 바이크 따위를 몰면 되는 문제이긴 했으나 그러기에는 또 겁이 많았다. 제 몸을 가지고는 안전한 승용차를 굴리며 규칙적인 주행을 하는 게 그의 드라이버로서의 시간의 전부였다.


게임 내에서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 심지어 이족 보행의 속력마저 뛰어넘는 빠르기로 달릴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어디에서든, 이동할 때는 변신술사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이렇게 달려대는 것이다.


그런 기분 좋은 맞바람과 몸의 유연한 탄력을 느끼며 사내가 가게 바로 옆을 지나려 할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가게의 문은 안쪽으로 열린다. 느닷없이 내부에서 손님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문에 거리에 있는 보행자가 부딪힐 일은 없다. 그리고 안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속도는 대개 정해져 있었고.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다르게, 튀어나오기라도 하는 듯 갑자기 인형人形이 다가섰다. ‘뭐야.’ 그는 속으로 당황하면서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길게 뛰었던 동작을 짧게 끊으며 황급하게 지면에 발을 댔고, 그 다음 그 운동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하며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급커브에 가까웠으나 초법 스킬로 구현해낸 고양이형 몬스터의 육체는 간신히 그것을 해낼 수 있었다.


“꺅!”


고음의 비명이 들렸다. 정신없이 지나가면서, 변신술사는 그것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원피스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상점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왜?’라는 생각마저 금방 들었다. 지금은 평일 낮 시간이었고, 평일 늦은 밤이나 주말의 저녁 즈음이 되어서야 상점 주인은 영업을 접는다.

영업 중에 주인인 필이 상점을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대도시에서 거의 끊이지 않고 손님들이 방문을 하기에, 아주 오랜 기간동안 여주인 필은 이 시간에 바깥에 나서는 일이 없었다.


거의 갇히다시피 한 채로 연이어서 업무를 보는 건 어지간한 장정이라도 지칠만한 스케쥴이었지만 필리는 아무렇지 않게 계속해서 해냈다. 적어도 변신술사가 이 도시에 기거하는 중에는.


‘이상한 일이구만.’


하고 생각하며 고양이의 몸뚱이가 아슬아슬하게 나서는 필리의 앞을 지나쳤다. 간신히 틀어낸 각도가 적당했고, 그녀 역시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순간 몸을 안쪽으로 넣은 덕분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났던 위험을 피해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 고양이의 몸이 조금 둔해졌다. 관성으로 인한 속력은 그대로였으나 정확히는 감각이 조금 무뎌졌다.

약간의 놀람과, 필리라는 익숙한 NPC에 대한 상념이 잠시 그의 질주를 방해한 일이다.


낯설지 않은 길을 달리는 사내는 별 생각을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빈 공간을 찾으며 몇 걸음을 더 내달렸지만, 한 수십 미터 정도 지나간 다음에 뜬금없이 걸음을 멈추는 사내의 등을 피하지 못했다.


고양이는 필리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다가 그대로 행인의 등에 박아버렸다. “와각!” 요상한 소리를 내면서 행인이 앞으로 날아갔다.


가죽 갑옷을 입은 몸 그대로 길바닥에 나뒹군다. 뒤에서 들이받는 충격에 대비하지 못해 엉성한 자세로 바닥과 충돌했고, 스킬인지 몸에 익은 건지 그 다음에 정신을 조금 차리며 계속 굴러 반동을 이용해 일어났다.


길바닥을 구른 사내가 뜬금없는 사태에 당황과 황당함, 짜증을 품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사내를 완벽하게 날려버리고 그 충격으로 자신은 그 부근에 멈추어 선 거대 고양이가 제 코를 문지르고 있었다. 갑자기 박은 건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콧잔등이 시큰하다. 대비하지 못한 충돌에 대책도 없이 안면이 갑옷을 때렸다.

낯짝으로 갑옷 위를 때리다니. 거대 고양이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효율 좋은 공격법은 아니었다.


변신술은 그 수준에 따라서 효율이 결정된다. 고도의 복합적 스킬을 이용한 변신술, 그리고 각 스킬의 레벨이 높다면 ‘거대하고 강력한 것’으로 변한 뒤 실제 그 능력치마저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레벨이 낮고, 각 스킬의 레벨과 연계 수준또한 낮다면 외형은 무시무시한 것으로 변할지언정 그 내실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저레벨일 때의 보통이다.

더 고강한 것으로 변하고, 내면의 능력치를 채워 나가는 것이 변신술사의 성장 과정이었다.


고양이로 변한 사내는 변신술사로서, 그리고 플레이어로서 레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초보자라고 하기에는 익숙했으나, 베테랑이라고 할 정도 까지도 아니었다. 사내의 레벨은 17이었고, 주요한 스테이터스 역시 20초반에 머물렀다.


스킬들의 레벨은 보통 수준에 대한 형용사로 표현된다. 끔찍한Terrible, 나쁜Bad, 좋지 않은Not good, 쓸만한Usable, 흔한Common, 드문Uncommon, 좋은Good, 훌륭한Excellent, 전문가Veteran, 전문가(조금 더)Expert, 달인Master, 그 이상의 달인Grand master.


12단계로 표현되는 스킬이었고 앞글자를 따서 T, B, NG, US, C, UC, G, EX, V, EXP, M, GM로 표현하던가 아니면 단순하게 1부터 12의 숫자로 말을 하던가 했다.


그 이상의 단계가 게임 상에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으나 플레이어들이 찾은 스킬은 아직은 그것 뿐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스킬 레벨이 마스터 급이었고, 스킬의 설명란에 표시되는 ‘다음 레벨’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알고 있었다.


보통 T로 표현되는 스킬이라 할지라도 그럭저럭 실전에서 쓸만은 하다. 애초에 실전에서 쓸 수 없는 수준이라면 경험치를 얻기가 너무 느릴 테니까, 그렇게 적당히 수준을 설정했을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스킬이라는 건 MP의 활용이었고, 이 멘탈 포인트는 사용자들이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숙련자 수준의 플레이어들은 각기 자주 활용하는 스킬 세팅에 대해서는 저마다 독자적인 조작법을 추가하고 있었고, 때로 이것들은 단순히 문자로 표시되는 스킬 수준보다 강력한 차별성을 가진다.


거기다가 스킬 자체의 강력함도 차이가 있었고 말이다. 굳이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에서 분류 체계를 따로 생성해두지는 않았으나, 플레이어들의 공략 정리 노트에는 일반, 희귀, 유일, 전설 따위의 단어로 스킬의 유용성과 강력함을 표시해 나열해 둔 도표도 있었다.


‘외형 변신(환상)’은 일반에 속하는 스킬이었고, ‘외형 변신(물질)’은 희귀에 속하는 스킬이었다. ‘외형 대변신(물질)’은 유일에 속했고, ‘유사 변신(물질)’은 전설에 속했다.


고양이 사내는 ‘외형 변신(물질)’을 익히고 Bad급, 2단계의 스킬 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변신술사였다. 나쁨, 2단계라고는 하지만 성능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한 번 변신을 할 때마다 쿨타임(대기 시간)이 있어 오래도록 모습을 고정시켜 두어야 하고, 변신 시간도 전투 중에는 어려울 정도로 길며 별다른 보정 없이 변화가 돼서 능력치나 다른 스킬의 보조, 그리고 자신의 감각적인 훈련이 없다면 변신을 하고서도 별다른 효용이 없었지만.


그 외에도 마스터 급의 스킬이 얻는 강점들에 비하면 무수한 하자들이 있었으나 그는 만족했다. 일단 변신 상태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약을 둔다면 더 이상 게임으로서 즐기지 못할 불쾌감마저 느끼리라.


“악!”


그래서 고양이는 소리쳤다. 쿵, 하고 제대로 부딪힌 다음에 그 소란으로 인해 주변 인파가 조금 멀리 피했다. 멀찍이 대형종의 개같은 고양이와 길바닥에서 앞구르기 낙법을 취한 사내를 피해 멀쩡한 길을 둘러 간다.


고양이가 아찔거리는 눈 앞을 정리하고 보았을 땐 그에게 부딪힌 듯한 사내 역시 그를 처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눈을 끔벅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야옹’말고는 별로 나올 소리가 없겠으나 원래라면, 비련의 시나리오는 그 정도의 이질감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발화 기관은 무엇으로 변신하든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여 평범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 뭐야!”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흔히 고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의 성격이다. 사람으로서 비유한다면 그다지 좋은 성정은 아니었다. 갑자기 길바닥에서 앞으로 날아가 멋지게 굴러 일어난 사내, 흑발에 약간은 길이 든 듯한 갈색 톤 가죽 장비를 입고 있는 보통 체격의 남자인 ‘제냐’가 느끼기에도 그러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피해자였다.


“이런 개같은······.”


고양이에게 할 말로서는 가장 적절하지 않았다. 제냐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뭔 상황인지.


갸르릉, 거리면서 고양이는 공격성을 드러냈다. 고도화된 도시 내부에서 PK를 비롯한 상해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마 곧바로 주변의 인파가 말릴 수도 있었고, 조금만 지체하더라도 도시 내 경비 조직에서 추살대가 형성되어 용의자를 쫓을 것이다.


마을의 NPC에도 그러했고, 특히 이런 대도시 급의 경비 인원들은 강력한 무력을 배정받았다. 어지간한 고레벨 플레이어나 도주에 특화된 장기가 있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영 쉽지 않다. 대도시의 경비대나 군대는 그야말로 군조직이었고, 그들을 정면에서 이길 수 있다면 비련의 시나리오 내부에서 아마 왕과 같은 권력을 가지는 것도 가능할 테였다.


정면에서 용을 사냥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몬스터 사냥 파티의 일원이라고 해도 곧바로 따라붙는 수십, 수백, 그리고 수천 이상의 경비 조직을 상대하는 건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다. 중과부적이라고.

시나리오 온라인에서 치안을 비롯한 질서 시스템은 수많은 수의 NPC를 배치하는 것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개인이 얼마든지 강력해질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다른 이들도 어느 정도는 강력해질 수 있었고, 그 수가 무시무시하다면 결국 당해내기 힘든 것이다. 그런 고로 보통 권력 등을 얻는 길은, 정직하게 명예 점수를 올리고 퀘스트를 통과하고, 이미 존재하는 권위 있는 NPC로부터 인장 따위의 물건을 받고 서임을 받아 천천히 올라가는 길이다.

그것 또한 비련의 시나리오를 즐기는 틀림 없는 주류의 플레이 시나리오 중 하나였기에. 마냥 만만하게 만들어두지 않았다.


NPC들의 군대는 현실과 비교한다면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신체 능력을 가진 개인이 모여 이루어져 있는 집단이었고, 그들은 용맹하며 협상에 굴하지 않고 비겁함에 물러나지 않는다. ‘사기’라는 군대의 힘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면 최고조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아무튼 그런 기본 상식으로, 도시 내에서 정말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PK에 대한 걱정이나 위험은 낮은 편이었다. 제냐 역시 단순히 인상을 찡그리며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저런 공격성은 그저 불쾌감이나 당황을 나타내는 제스쳐에 불과할 것이다.


“거··· 잘은 모르겠지만 당신이 갑자기 와서 처박은 거 아닙니까? 사과를 받았으면 받았지 화를 낼 군번은 아니신 것 같은데.”


시나리오 시스템은 온갖 구어체의 다양한 표현들을 정확한 언어로 번역해 이국간의 플레이어들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고양이 사내 역시 어느 나라인 지는 몰랐으나 바로 알아듣고 답했다.


“어··· 그렇긴 하죠. 미안합니다.”


고양이의 기세가 누그러지며 사과를 했다. 제냐 역시 크게 화를 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게임 내부의 일이다. 온갖 요란스러운 소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판타지에, 초상 스킬이라는 기적적인 현상이 존재하는 세계.

이 정도의 봉변은 해프닝 거리도 사실 되지는 못했다. 조금 위험하다면 마을 바깥에서 전투 중일 때 HP가 크게 깎이는 정도이리라.

RPG면서 동시에 서바이벌 게임인 이 지독한 게임은 한 번이라도 게임 오버를 당하면 다시는 플레이어로서 접속할 수 없었다.


“내 참······. 마을 내부였으니 망정이지. 아니 마을 안이니까 복잡해서 처박은 건가···. 어쨌든 조심 하십쇼. 플레이 잘 하시고.”


제냐는 필의 물약 상점에서 나서서 얼마 걸어가지 않은 시점이었다. 다시금 평범한 RPG 게임처럼, 반복 사냥으로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연마할 생각이었다.

일반적인 RPG 게임에서 반복되는 컨텐츠들의 재미는 중요하다. 지루하지만 플레이어 캐릭터의 수준이 올라가는 성취감을 재미로 즐기는 이들도 있었고, 사냥 자체의 속도감이나 액션을 중요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완벽한 오감 체현이라는 비련의 시나리오 내부에서는 단순한 사냥도 제법, 아니 상당히 재미있다. 토끼나 사슴을 노리는 것조차도 바깥에서 즐기는 하드한 레저 스포츠나 비슷한 질감이 나는 것이다.


제냐의 레벨은 아직 14였고, 스테이터스들도 20에 다다른 건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그래도 레벨에 비해서는 제법 높은 편이었다. 레벨 10 정도에서는 스테이터스가 10 중반 정도인 것이 평균이었으니.

그가 레벨업을 하기 위해 경험치를 얻는 행위를 하는 것보다, 사부작거리며 다른 일들을 많이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유도가 높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그런 행위들은 강함과 직결되지 않지만 비련의 시나리오에서는 자기 주도적인 훈련이 스테이터스 증가의 근원이기에 때로 레벨업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었다.


뭐, 스테이터스가 20이나 30을 넘어서 그 이상을 바라보게 되면, 정말 어지간해서는 레벨업 포인트를 스테이터스 성장률로 환원하지 않고서는 잘 오르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고레벨 유저들이 레벨업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계속해서 성장치를 때려 박지 않으면, 게임 내에서라지만 어마어마한 고강도 훈련으로도 꿈쩍하지 않는 것이 캐릭터의 능력치들이었다.


“예 뭐···. 알겠습니다. 내가 원래 이런 적이 없는데··· 갑자기 대낮에 필리 양이 외출을 하길래 그걸 놀라서 구경하다가 그만···.”

“아 그래요.”


제냐는 몸을 돌려 갈 길을 가려다가 고양이가 하는 말에 집중해서 반문했다. NPC의 자유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그 역시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필리는 그와 대화할 때 여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 보였고, 그 의지는 NPC로서 부과된 의무에 견줄만큼 강해 보였다.

언제고 그럴 지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그가 나오고 나서 곧바로 산책이라도 할 셈으로 물약 상점을 벗어났던 모양이다.


그의 탓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플레이어들에게 영향을 받아 NPC들이 자유롭게 초기의 장소를 이탈하고 달라진 행동들을 해나간다면, 개발진이 과연 이 시나리오의 향방을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는 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달라지지 않는 설정값들이 또 있기야 하겠지만.


제냐가 느끼기에 조금 더 시나리오 온라인이라는 세계가 더 잘 구현된 현실화 게임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NPCnon-player charactor 인공지능이라면 정말로 현격한 차이였다. 여태까지 다른 게임사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제작사들, AI프로그램 개발진들의 기술력에 비해서 말이다.

단순히 하나하나의 개성도 아니었고, 억 단위의 NPC들이 모두 이렇게 움직인다면?


현 시점에서 ‘창조’라는, 가장 모방에 가까운 단어를 어두에 달 수 있는 창작자들은 이 게임의 개발진들이었다.


뭐 물론 이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여타 분야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이런 종류의 업계 내부에서는 말이다.


제냐는 이 게임에 접속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대의 첨단을 넘나드는 기술자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건 어쨌건 영감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대단한 자유도인 것 같네요. 역시 이 게임은 재미있기는 합니다.”


약간의 주책처럼 게임에 대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게임의 목적이 시나리오의 메인 스토리 흐름을 가장 앞서 깨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제냐에게 있는 것은 여유와 즐거움의 추구 뿐이었다.

지나가다가 모르는 이와 담소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현실이었다면 도리어 조금 꺼려졌을 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한 대도시들이 세계 각지에 생겨나고, 낙후되었던 세계에도 발전과 도시화, 인구증가가 일어나며 현대 사회는 더욱 복잡해졌다.

그 시끄러움 속에서 지나가며 만나는 인연이라는 게 제대로 성립이 되기란 힘들다.

다들 멀쩡한 얼굴들을 하고 살아가지만, 그 사이에 숨어있는 어떤 사기꾼이나 강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를 숨기기 위해서는 숲으로 가라는 말들처럼, 어딜가나 번잡한 시내를 피하기가 힘든 세상에서 사람에게서 오는 위해는 더욱 다각도로 발전했다. 게임 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게임 내부의 일들로만 대한다. 그 정도의 거리감은 오히려 더 많은 대화를 이끌어내게 했다.


“오, 그렇지?”


어느새 다른 주제로 넘어가자 자연스럽게 말을 까놓고 대답하는 상대였지만, 제냐는 굳이 불만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사과는 했으니 그건 넘어간다. 처박아놓고 공격적으로 계속 나왔다면 상종을 않았겠지만, 마무리는 되었고 다른 주제는 다른 주제였다.


“···나도 이 게임을 좋아하네.”


고양이의 모습이 갸르릉거리며 대답했다. 신경질을 내면 꼬리가 섰다가, 기운이 없고 처지면 꼬리 역시 아래로 축 늘어진다. 꽤나 디테일한 연출이었다. 훌륭한 변신술사는 약간의 연기마저 필요로 한다. 기껏 어떤 모습으로 변해놓고, 그럴싸한 움직임을 복사해내지 못한다면 가장 중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고도로 레벨업을 하고 스킬 효과를 쌓아서 실제에 근접한 강력함을 손에 넣는 것도 중요했지만, 일차적으로 캐릭터들에게 눈속임으로 시선을 빼앗는 것 역시 대단위 전투에서 변신술사가 하는 일이다.


전황이 불리한 전장에서 갑자기 아군의 뒤에 거대한 비룡이 나타난다면 어쩔 수 없이, 군사들은 눈을 빼앗기고 반대편에 선 자들은 위축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밀한 효과를 연출하는 온라인은 그런 위축과 동작의 축소 역시 전투 시에 영향으로 나타난다.


물리적인 움직임에 있어서는 거의 세세한 컨트롤이 전투의 향방을 가르고 있었고, 운동선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뛰어난 감각과 신경이 캐릭터를 플레이할 때 보조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하고 즉각적인 운동성을 제어하는 건 역시 플레이어다.

현실에서 몸치라고 하더라도 게임에 익숙해져서 뛰어난 검술가가 될 수는 있지만 한 순간 플레이에 집중도를 잃고 한 눈을 팔게 되면 그 시간 공격에 대한 대처가 늦는 건 어쩔 수 없다.


반대로, 현실에서 뛰어난 운동 선수인 경우에는 조금 더 게임 내부에서 받는 혜택 따위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양한 운동 감각을 이미 갖고 있는 이들은 고도로 구현하는 온라인 내부의 스킬들을 더 자유롭게 쓰고는 한다.


현실적인 물리 법칙을 충실하게 구현해내서 비현실적인 스킬의 위력들을 감당하고 있는 곳이었으므로.

어느 정도 관성과 운동성을 체감적으로 이해하는 이들은 더 빠르게 전장에 스며들고는 한다.


그 긴박한 액션과 스릴에 영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게임에 접속하더라도 애초에 전투 행위와 거리가 멀게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었고.


“적당한 비행물의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거나, 속력이 빠른 동물을 따라하면 아무 곳에서나 레이싱 게임같은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

“오호.”


고양이가 말을 풀었다. 제냐는 변신술같은 스킬을 익히지는 않았고, 당분간 익힐 계획 또한 없었다. 그는 게릴라 전법에 능하고 각종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원거리 사격수 정도가 될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다종의 공격기나 유틸리티Utility 형의 스킬들이다. 상대의 다변적인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어 스킬이나, 자가 회복 스킬, 그리고 험난한 지형을 돌파할 수 있는 기술 등.


변신술을 기반으로 게임을 풀어 나가는 인종을 보자 제법 재미가 있어 보이기는 했다. 제냐가 물었다.


“아이디가 어떻게 되십니까?”


문득 묻는 질문에 고양이 모습을 한 유저는 별다른 반문 없이 자신의 것을 알려주었다.


“세렝게티 코미어라네.”

“그것 참······.”


제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양이도 제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세렝게티 초원을 마음껏 뛰노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지었지.”


일관된 컨셉을 가진 인간이었다.


흰털 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가 제 앞발을 핥았다. 굳이 할 필요 없는 동작이었으나, 고양이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있다 보면 이런 연출이나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약간의 직업 의식과도 비슷했다.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집중력의 깊이가 현실의 그것처럼 진중하고 무겁지는 않겠으나.

어쨌건 시나리오 온라인의 훌륭한 그래픽과 다양한 감각 시스템들은 접속하며 플레이하는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편이다.


무조건적인 몰입감이 인간에게 늘 유익을 가져다주는가, 에 대한 문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과 게임 개발사 태Tae가 비윤리적인 컨텐츠를 만들거나 허점을 보인 적은 별로 없었다.

지나친 짓거리들을 하려고 하는 유저들은 대개 게임 시스템 내부에서 관리에 들어가고 강제로 퇴출되거나 한다. 시스템 적으로 막혀있는데도, 굳이 시도를 하려고 하는 무리들이었다.


“그렇군요··· 그, 재미 있습니까? 고양이로 내달리면.”


제냐가 문득 고양이의 형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고양이의 시선은 사람보다 훨씬 낮다. 대형종의 개만한, 그러니까 조금 몸집이 작은 늑대 정도 되는 크기의 짐승이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의 시야보다는 한참이나 낮다. 쭈그려 앉으면 그 정도 될까? 달리고 있을 때 지면 가까이 몸을 붙인다면 더하리라.


그렇게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사람보다 몇 배는 빠를 속력으로 질주를 한다면 개인이 느끼게 되는 속도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빠르게 다가오는 장애물들의 방해 역시 훨씬 크게 다가오고, 그것을 안전하게 제쳤을 때의 쾌감 역시 비례할 테다.


오호. 고양이의 입에서 플레이어의 웃음 소리가 나왔다.


“궁금한가?”

“어··· 예 뭐. 변신술을 따로 익힐 생각은 아직 없는지라.”


변신술이 없어도 각종 이동 기술과 수단들은 얻고 또 익힐 수 있었다. 막말로 레벨이 높아지면 창공을 가르는 비룡을 포획해서 자신의 이동수獸로 사용을 해도 괜찮았다. 그 이전에도 다양한, 환상 속에나 있을 법한 판타지 생물들이 구현되어 있는 게임 내부이다. 극한의 속도감을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는 종류도 여럿 있었다.


다만 그런 탈 것들을 얻고 또 기술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소모된다. 제냐는 아직까지 초보였고, RPG에서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구간 역시 시작 단계의 부분이다.


코미어는 초보자에게 게임의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제안했다.


“원한다면 태워주도록 하지. 타보겠나? 부딪힌 걸 사과도 할 겸.”


그가 고갯짓으로, 자신의 등허리 부근을 가리켰다. 낮은 자세의 고양이가 까딱거린다. 제냐는 ‘호오오···.’ 하고 흥미가 있어 보이는 소리를 입으로 내더니 곧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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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파티 플레이 23.05.29 43 4 43쪽
16 15. 멧돼지 사냥 23.05.28 52 4 34쪽
15 14. 멧돼지 23.05.26 55 4 33쪽
14 13. 마라톤Marathon +4 23.05.22 62 5 38쪽
13 12. 세슈칸Seshukan 가는 길 +2 23.05.04 66 5 29쪽
12 11. 도서관 제육 23.05.03 59 5 25쪽
11 10. 황야 지룡 23.04.30 63 5 44쪽
10 9. 붉은 날개 23.04.29 78 5 31쪽
»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23.04.29 88 5 29쪽
8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23.04.27 97 6 30쪽
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7 6 27쪽
6 5. 이성적 파이어볼 +2 23.04.15 149 6 33쪽
5 4. 긴장성 파이어볼 +2 23.04.12 158 6 22쪽
4 3. 로그 오프Log off 23.04.12 187 7 15쪽
3 2. 개멋진나 최 23.03.12 249 7 31쪽
2 1. 파란 귀 토끼 23.03.11 453 9 30쪽
1 0. Prologue. +1 23.03.11 518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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