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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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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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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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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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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DUMMY

***


“안녕하세요.”


제냐는 가볍게 인사를 던졌다.


화사하게 꾸며진 목조 건물의 실내였다. 야외 거리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그대로 내부로 비치도록 설계된 통창이 있었고, 건물의 양 옆으로 진열대가 늘어서 있는데 그 위의 물건들이 햇빛에 비치며 상품성을 자랑한다.


실내 자체도 마법 등이 있었고, 하얗게 쬐는 백열등 아래로 걸어가며 던진 인사였다. 그다지 넓지 않은 실내, 몇 걸음 성인 남성의 다리로 걸으면 금방 카운터에 닿는다. 단순한 직사각형 형태의 트인 공간이었고, 그가 들린 곳의 이름은 ’물약 상점‘이었다.


“어서오세요.”


반가운 인사로 제냐를 맞이하는 이는 갈색 머리를 곱게 땋은 아가씨였다. 갈색 머리 중간중간에, 브릿지를 넣은 것처럼 연두색의 밝은 머리칼이 보인다. 서구적으로 생긴 미녀였고, 그 콧대가 날카롭고 체구가 날씬한데다 아담하다.

어딜 가나 인기가 있을 법한 미형의 여인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 내부, 스타팅 포인트로 선택되는 여러 개의 주도主都들에는 기본적인 플레이를 위한 여러가지 편의 시설들이 설계되어 있었다.

기본 상점, 이라는 이름으로 대개 나열되고는 하는 그것들은 게임에서 반드시 필요하는 기초, 혹은 하급의 물품들을 취급하는 상점들이다.


이곳에서는 플레이어가 사냥을 비롯해 다양한 경제 활동, 혹은 레벨업 시 받는 포인트로 환전하는 돈으로 다양한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주요한 점은, 기본 상점의 물품들은 그 수량이 ’무한‘이라는 점이었다. 몇 명이 될 지 모르는 플레이어들의 수와, 그에 비롯해 거대하게 형성된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의 세계에서 공급 부족은 게임의 원활한 플레이와 흐름을 방해하게 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다양한 불편리로 인해 어려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RPG이자 동시에 서바이벌 게임인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에서 개발자들이 배려하는 ’게임다운‘ 구석 중 한 요소였다.


그런 기본 상점의 자리를 지키는 상인 캐릭터들은 모두 NPC들이었다. 설계 당시부터 고정되어 있고, 바뀌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물건이 파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시 내부에서 고 레벨의 초상술사가 도시 파괴라도 한다면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전에는 아마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킬 가게와 NPC들이었다.


중요한 퀘스트 따위의 실마리가 되는 여러 히든 NPC들 못지 않게 플레이어들에게 활력을 주고 또 플레이 자체에 도움을 주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이국적인 미모, 그러니까 동양인 계열의 외모를 베이스로 약간의 서구적인 미모를 섞은 듯한 20대 즈음의 여인의 이름은 ’필Phile'이었다. 약간은 중성적이고 혹은 남성적인 어감에 많은 사람들은 별명처럼 필리 씨,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편이 조금은 외모에 어울리는 여성적인 어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고도의 자유성과 AI 캐릭터들을 제공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사용자들의 행위를 기억하기도 한다. 필, 혹은 필리라 불리는 그녀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녀를 필리라고 부르자 그것을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러고자 한다면, 롤플레잉이라는 이름에 충실한 몰입으로 NPC들과 관계성을 맺어 나갈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말해 그녀는 기억력이 좋았고, 사람에 따라 저장된 스토리를 인지해 모두 다르게 대했다. 이 도시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도 그들과 교류가 가능하다.


어떤 괴짜들은, 이 게임 내에서 정말로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듯 어느 NPC와 깊은 친구처럼 놀거나 혹은 연인과 그러하듯 달콤한 말을 주고 받으면서 현실에서의 스트레스에서 도피를 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심각해지면 사용자들의 실제 삶이 망가질 수 있는 요소들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비련의 시나리오 개발진들도 권장을 한다.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저 역할극에 집중하는 정도라면.


제냐는 그렇게 심취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워 도리어 인간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 부자연스러울 필리에게 그저 가끔 보는 가게 주인장처럼은 대하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필리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녀는 사교성이 좋은 편이다. NPC라 그런지 체력도 좋은 편이었고. 말이 많다는 뜻이다. 제냐가 느끼기에는.


“예. 정말로요. 산책이라도 하면 좋을 날씨군요.”


불쾌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제냐도 대화 자체는 좋아한다. 너무도 좋아해서, 혼자 있을 때는 글을 자주 읽을 정도였다. 책이라는 물건은 어느 정도 저자와의 대화가 되기도 한다. 오래 전에 쓰인 글에 대해 혼자 추론에 추론을 거듭하는 과정일 뿐이었지만.


그런 기분으로, 제냐는 슬쩍 웃어 보였다.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단순화해서 생각해보면 정보의 집합체이다. 그렇다는 건 책이라는 것과 엄밀히 말해 같은 범주인 것이고, 고도의 AI시스템이 보조하며 다양하게 반응한다고는 하지만 그저 어떤 개발진의 사상이 담겨 방향성이 정해진 최첨단의 책이나 비슷하다.


개발진의 인격이나 세계관, 품성 따위가 담겨서 만들어진 캐릭터. 제냐는 비련의 시나리오라는 거대한 정보 덩어리를 여행하는 여행자였고, 필리 또한 그 중에 만난 한 자락이었다.

물론 게임은 책처럼 정해져 있고 또 마음대로 넘기기보다는, 직접 상호작용을 해서 스토리를 진행 시키고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한다는 귀찮음이 따른다.


원래라면 그다지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스토리가 흥미롭다면 어느 정도 따라줄 용의가 있었다.

개발진들이 만들어놓은 ‘적당한 불편함’을 추구하는 리얼리티 방식도 제냐의 성격과 조금은 맞았고.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에게만 강요하는 일방적인 불편함이 아니라, 개발진들도 깨나 고생을 하고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을 세세한 퀄리티를 구현하고 있기에 만족감으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산책이라··· 이런 날 낮에는 가게 문이라도 닫고 싶군요.”


필리가 살풋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제냐는 그저 ‘하하’하고 마른 웃음을 건넨 뒤 상품의 진열대를 훑어볼 뿐이다. NPC가 가게 문을 닫겠다는데 뭐 마땅히 해줄 말이 없었다.

이런 기본 상점이 닫히면 당장 평화의 숲 옆 도시, 대강 ‘피스Peace'라고 불리는 이곳의 수 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거대한 대륙, 또 거대한 지방과 도시 내부에 여러 기본 상점들이 있었지만 이 한 점포가 상대하는 캐릭터들의 수가 또 그렇게 방대한 규모였다.


가끔 우연찮게 사람이 몰릴 때는 물건을 사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보통 사람들은 한 번 들러서 몇 번의 사냥을 하고도 한참 남는 비축분까지 모조리 사들고 가기는 한다. 또 독자적인 수급처를 만든 베테랑 플레이어들도 기본 상점을 굳이 사용하지는 않고.


기본 물약을 대량 구매할만큼의 돈이 없는, 초보자 수준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었다, 대부분은.


“뭐··· 주인이니까 마음대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눈높이에 있는 선반에서 다양한 약초 종류와, 그것을 물약으로 만든 물건들을 살폈다. 어차피 살 것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아이템들이 있나 설명을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쓸 때가 언제 있을지 모른다. 레벨이 조금 더 오른다거나, 다양한 환경의 전장과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거나.


[화산 도룡뇽의 비늘로 만든 내화耐火성 부여 물약]


가지런하게 재료로 들어간 붉은 비늘 하나가 액자에 정리되어 있었고 그 앞에 플라스크 병과 붉은 액체가 있었다.

대강 일반적인 화재 상황에서 넘실대는 화마 속에서 1분 정도 완벽한 면역을 보장해주는 효과였다. 그 이상부터는 점차적으로 효과가 줄어가며 화염에 피해를 입는다.


물론 포션은 현실성과 불편함을 강조하는 시나리오 온라인답게 사용자의 신체에만 제한되는 효능이며, 사용자의 장비와 무구는 별도의 처리가 없다면 화염에 타거나 온통 그을릴 테였다.


제냐는 그렇게 플라스크에 담긴 물약들을 살펴보면서 필리와 얕은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제냐의 약간은 성의 없는 대답에 필리가 말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시도 때도 없이 손님들은 늘 몰려들고···. 주도의 1차 상점들을 관리하는 조합장은 발주를 도와주는 대신 영업도 반 강제적으로 지시하고는 하죠.”

“오호···?


깊은 관심까지는 없었으나, 진행되는 이야기에 반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조합장이 있었습니까. 그 말대로 안하면 뭔가 불이익이 있나요? 아니, 여기는 필리 씨 거 아니었어요 온전하게?“


아무래도, 게임 상에서 NPC가 맡아야 하는 역할에 대한 설정들이 적당히 묘사되는 모양이었다. 조합장, 이라고는 하지만 개발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겠지. 기본 상점이 제대로 안돌아가면 아무리 비련의 시나리오가 하드코어 서바이벌을 지향하는 리얼리티 게임이라고는 해도 초반 플레이조차 사람들이 끝내지 못할 테니까.


어느 정도는, 라이트한 유저들을 포용하면서 서바이벌 게임으로서의 묘미를 보고자 하는 하드코어 유저들도 끌어들인다-는 게 개발진의 의도였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플레이어의 의지에 따라서 다양한 양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단순히 고성능 고지능의 NPC들과의 관계성을 맺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될 수도 있었고, 초보자 존의 몬스터 캐릭터들을 잡으면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 외에 다양하게 실제 중세 풍의 생활을 구현하고, 또 초상적인 다양한 판타지 설정들을 버무려 놓은 게임 내부에서 여러 종류의 기술을 익히고 직업을 갖춰 살아갈 수 있었다.

대장장이, 목수, 사냥꾼, 농부, 시인, 음악가, 도공, 화공, 귀족, 병사, 군인, 상인.

이 게임 내부에 구현해 둔 다양한 직업군과 설정, 요소들은 거의 플레이어가 건드리고 스스로가 될 수 있는 소스들이었다.


게임 내부에 신분제가 존재하며 왕국이 있고, 왕이 있다면 플레이어 역시 얼마든지 국왕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마만한 어려움이 따르는 난이도이겠지만. 게임 상에서 가능하냐, 를 묻는다면 모두 가능하다.

방대한 분량의 세계를 구현하며 세부적인 시나리오의 디테일 역시 자연계의 모습을 거의 따라가는 퀄리티다.

이런 데이터 량을 감당하는 개발진과 운영진들의 정체가 늘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제 가게이기는 하지만··· 주도主都로 분류되는 대도시들에는 다양한 조합Guild들이 있어요. 제 포션 상점도 상업 분야의 1차 상점, 그러니까 소규모 상인으로 소속되어 있고···. 도시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받는 도움이 많기도 하죠. 조합장의 도움이 없다면 애초에 몰려드는 인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그만큼 주지도 못할 거에요.“

”어헝.“


상점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에 도움을 받는 만큼, 영업 시간 따위의 행보에도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조합장의 지시나 권고에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지금처럼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

제냐는 그렇게 이해하며 진열대를 바라보다가 필리를 슬쩍 바라봤다.


곱게 땋은 갈색 머리에 연두색 선이 군데군데 존재감을 나타낸다. 작은 체형에 전형적인 미인이다. 그녀는 큰 눈을 꿈벅거리며 이쪽을 처다본다. 솜씨 좋은 연기자의 마스크를 연구해서 구현이라도 하는듯, ’순진무구함‘이나 ’청순함‘을 데이터로 뽑아낸 것 같은 모습이다.

제냐는 흠, 하고 숨을 곱게 뱉고는 물었다.


”그래도 강제적이라면 그건 양아치 아닙니까. 하기 싫으면 사람이 좀 때려칠 수도 있지. 안 그래요?“


제냐의 물음에 필리는 슬쩍 웃어보였다. 입매가 휘며 미소 정도에, 희미한 미성으로 웃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뭐 그렇긴 하죠.“


그녀의 긍정에 제냐가 조금 더 당황했다. 조합장이고, 뭐 반강제적이라느니 하지만 결국은 개발진의 의도에 따른 설정일텐데. 생각보다 NPC들은 자신의 역할과 또 개성이라는 자유의지를 모두 강하게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게 개발진이 정해둔 설정이라면, 결국 자유의지가 강해지면 NPC가 자리를 이탈하고, 원래의 계획대로 게임이 돌아가는 것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텐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까지 개성을 강하게 구현시켜 두었다니.


’자유도가 극도로 높은‘ 게임을 만들겠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계획성 아래에 통제가 되어야 할텐데. 이런 방식은 개발진들도 극한의 자유도를 추구하면서 약간의 도박성 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스칠 정도였다.


더 풍부한 시나리오의 변주를 위해서 NPC들에게 강력한 자유와 개성, 의지를 부과하고 플레이어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정해진 것 없는 결말을 향해 달려나간다··· 는 모토일까.


그런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제냐는 진열대를 조금 더 살피고 몇 개의 물건의 가격과 성능을 머리에 담아둔 뒤 필리가 서 있는 카운터로 향했다.


문으로 들어오면 그대로 직진하면 필리가 서 있는 카운터다. 목조로 이루어진 단단하고 따뜻한 톤의 색깔의 물건이었고, 그녀는 상반신만 그 위에 보이며 기대어있다. 가끔 갑자기 들어오면, 그녀 역시 ’피곤함‘을 느끼고 옆에 둔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도 종종 있다.


그녀가 있는 곳 뒤쪽으로 통로가 있었고, 그곳을 통해 창고로 들어가 필리가 구매자가 원하는 물품들을 가져오는 식이었다.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창고는, 바깥에서 바라보면 분명 그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것이었지만 거의 무한에 가까운 물품들을 저장하고 언제나 내어준다.

그런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는, 게임성이라는 걸 강조하는 모양이었다.


필리의 앞에 서서 제냐가 말했다.


“뭐 시간 나면 가끔 문이라도 닫고 삼십분이라도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HP 붉은 물약1로 100개, MP 푸른 물약1로 100개 주세요. 정신각성제 노란 물약 한 개랑 사냥용 자극제 붉은 물약도 한 개 주시고요.”


붉은 물약, 은 체력 포인트Health Point의 손실을 막아주는 물건을 보통 총칭한다. 상점에서 살 때는 간편하게 뒤에 숫자를 붙여서 설명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효력이 적고 또 값싼 물건이었다.

아직 HP나 MP(mental point)나 모두 1,000에서 2,000사이인 제냐는 1이면 충분하다.


HP는 근력과 지구력 등 물리 스텟stat에 의해 증가하는 능력치였다. 그리고 이것이 증가할수록, 눈에 보이고 또 체감 가능한 변화가 캐릭터에게 나타난다.


체력 수치가 높아질수록 그 피부가 단단해지고 질겨진다. 뼈도 강해지고, 전체적으로 동일한 충격을 받았을 때 내구성이 올라 그만큼 강하게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체력 포인트가 적다면, 같은 충격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치명상이라는 상태는 HP가 급격하게 빠져 나가는 상태와 곧 동일하다. 수치적으로는 그 정도의 충격이 아니고 1차적으로는 얼마 안되는 HP가 빠지더라도 대동맥 따위가 끊겨서 지나치게 피를 흘린다면 HP가 줄어드는 속도는 가속도를 얻는다.


그 외에도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손상을 입고, 또 두부頭部의 충격은 단숨에 게임 오버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강력한 체력은 그런 손상에서 몸을 보호하고, 상처를 최소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어력 보정을 넘어서 상대의 급소를 단숨에 부술 수 있다면, 남아 있는 HP의 잔여량과 상관 없이 즉사한다,

라기보다는 그 즉시 남아 있는 HP가 사라진다고 보는 게 맞다.


만일 게임 내에서, 가상의 덤프 트럭이 있어 그것에 치이는 충격을 HP가 1,000이 통째로 날아갈 충격량이라고 할 때 제냐의 경우에는 거의 단번에 게임 오버를 맞이할 것이다.

여력이 약간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천운이 따라 특수한 스킬이나 게임 내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다면 아마 죽을 테였다. 즉시 포션을 때려박고 조치를 취하고 의료 스킬로 돌봄을 받는다면 또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한데, 만일 HP가 10,000인 고레벨 유저가 덤프 트럭에 치인다면 똑같이 1,000의 충격량을 받는다.


이 때 1,000은 특별하게 급소에 집중되어 그 부분이 부서지지 않는다면 전체 HP의 10분의 1이 줄어드는 것 뿐이고, 전체적인 캐릭터의 ’건강 상태‘도 최악이나 즉사 직전이 아니라 일반적인 부상이기에 줄어드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


이 때도 제냐가 처방하는 것과 비슷한 붉은 물약이면 체력의 줄어듬을 빠르게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10,000의 HP의 대부분을 날려먹을 수 천 단위의 충격이 가해진다면, 이 충격 이후로 줄어드는 HP의 손실 페이스를 막기 위해서 2, 3이상의 보다 상급 붉은 물약이 필요해진다.


HP가 높아질수록 캐릭터는 튼튼해지고, 게임 내에서 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충격량이 점차 커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종래에 압도적인 수치를 달성한 플레이어는 괴수처럼 보이는 거대한 맹수나, 용의 발길질에도 맞설 수 있게 된다.


캐릭터가 받는 데미지는 1차적으로 받는 표면적 데미지가 있고, 2차적으로 연이어서 나타나는 점차적인 데미지가 있는데, 나타날 데미지는 ’빚‘과도 비슷하다. 1차 데미지는 이미 받은 것이고 빚으로 지워져 있어 곧 캐릭터 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연쇄적 데미지를 없애는 것이 포션의 역할이다.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는 순간부터 채무자가 되고, 변제를 제 때에 해내지 못한다면 파산에 이르게 되는 방식이다.


중환자나 즉사 직전의 상태에서도, 최상급의 붉은 물약으로 2차적 손실을 전부 막을 수 있다면 일단 움직이고 심지어 싸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시나리오 온라인의 물약은 분명 비약이고 기적의 물질이다.

다른 게임에서 마시는 것으로 HP바가 끝까지 채워지고 완전한 원상복귀가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불편함에 적응하며 게임의 감각을 익혀나가다 보면, 그래도 또 할만하고 영 불편하지만은 않다. 어떻게든 적응하면 플레이 할 수 있도록은 만들어두었다. 개발진은 이 게임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필리는 영업용의 미소인지 무엇인지 모를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곧 카운터 뒤의 통로로 사라졌다. 천이 내려와 있어 그 내부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별로 불을 켜두지는 않는 편인지 어둑하기도 하다.

아마 창고와, 설정에 따르면 필리가 머무는 본인의 생활 공간이 있을 테였다.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바닥을 밟으며 그녀가 사라졌다. 하얀 톤의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앞치마를 메고 있는 모습이다. 필리의 옷차림은. 여기저기 프릴 따위가 조금 달려 있었고, 너무 새하얗지 않고 약간의 베이지 색이 섞여 있는 옷이다.

원피스는 펑퍼짐하고 원단이 두꺼워서 생활감있는 평상복이었고, 발목보다 조금 위까지 내려온다.


어딘가 인터넷 공간에 있는 다양한 자료들에 따르면, 필리는 제법 뛰어난 수준의 격투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그걸 진짜로 확인해 본 사람은 여태 없는 것 같지만. 개발진이 여리여리한 여성 캐릭터에게 남다른 개성을 부과하기 위해 그렇게 설정해 두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말마따나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했고, NPC에게 외설스러운 농담을 던지고 지나치게 짖궃게 굴 악성 이용자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러한- 성적이거나 악의적인 행동들은 직접적으로는 프로그램 상으로 막혀 있었으나, 시도는 가능했고 AI의 불쾌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까지도 제약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될 때 필리 스스로가 움직여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제법 멋있는 그림이기는 하리라.

현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그림일 테지만.


카운터의 목제 판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두드리며 콧노래를 부를 때 쯤이 되어서야, 필리가 돌아왔다. 쿵!


저벅거리며 돌아온 그녀는 그녀 본인의 상체만한 궤짝을 카운터에 내려놓는다. 두 개를 합쳐서 그렇다.


“HP MP물약 1종으로 백 개씩. 그리고 정신 각성제랑 사냥용 자극제도 하나씩입니다.”


목재를 규격에 맞추어 잘 짠 다음 철로 테두리를 마무리하고 금빛 도료로 칠한 상자였다. 100개 이상씩 사면 이렇게 나온다. 그 아래 낱개는 그냥 플라스크 병으로 주던가, 혹은 가죽 자루에 남아서 주고.


물약이 들어 있는 플라스크 병은 유리처럼 생겼지만 무언가 다른 재질이었고, 쉽게 깨지지는 않는다. 완충제 없이 한 곳에 담아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제냐는 의례적으로 궤짝의 곡선으로 불룩한 뚜껑을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일일이 셀 필요까지는 없었다. 제대로 물약이 들어 있었고, 가장 위에는 한 개씩 산 각성제와 자극제도 있었다.


쓸만해 보이는 것들은 하나씩 정해서 조금씩 써보는 게 좋다. 시험으로 현장에서 사용해보고, 괜찮다면 다음에는 대량 구매를 하는 식이다.


정신각성제는 신경을 날카롭게 해주고, ‘순발력’ 스텟의 일시적인 증가 효과를 준다. 순발력은 근육의 민첩성과, 정밀한 감각과 미세한 제어에 관여하는 능력치였다. 그는 원거리에서 마법을 날리거나 화살 등의 공격을 하는데, 사수로서 숨을 멈추고 타겟을 맞추기 위해 집중하는 순간에 가장 주가 되는 힘은 순발력이다.


사냥용 자극제는 근력에 주로 작용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스텟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어마어마한 도핑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고, 10에서 20퍼센트 정도의 증가율을 보인다. 하나를 먹고 나면 얼마 동안은 먹지 못한다고 한다. 먹어도 효과도 없고, 메스꺼움이나 도리어 부작용으로 근육의 힘이 줄어든다고.


“늘 감사합니다.”

“사주시는 건 손님 쪽인걸요 뭘.”


제냐는 늘 던지는 인삿말을 건네며 인벤토리를 중얼거려 창을 띄웠고, 그의 시야에만 나타나는 반투명한 푸른 창에서 리스트를 내려 소지한 돈을 일부 꺼내들었다.


돈은 금속으로 만든 둥그런 것이 보통이고, 자동적으로 갈색의 작은 가죽 주머니에 담겨서 묶여 나타난다.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묶음을 건네자 필리가 받았고, 능숙하게 끈을 풀어 속을 살폈다. “하나, 둘, 셋···.” 다소 원시적으로 셈을 하던 필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하나 보는 것 같아도 손 위의 무게감이나, 손가락으로 내용물을 움직이며 빠르게 개수를 파악한다. 상인으로서의 기술이었다.


“대륙 주화로 은전 30개, 맞네요.”


대륙 주화는 비련의 시나리오에 통용되는 세 가지 통화 중 한 종류였다. 주로 제국화, 대륙화, 길드화가 있다. 제국화는 대륙 북부 지방에서 많이 쓰이고, 대륙화는 중부 지방에서 많이 쓰인다. 길드화는 세계관 내에 존재하는 상인 조합이 발행하는 화폐로, 초국가적인 위세를 자랑하는 국제적 기업이 주관하는 통화였다.


몇 개의 유력한 왕국과 여러 소국들이 손을 잡아서 만드는 것으로 대륙 전역을 범위로 셈 해보면 가장 흔하게 쓰인다. NPC들에게 퀘스트를 받고 그 보상을 얻으면 주로 길드화를 받게 된다.


세 가지 통화에 별다른 차이는 없었고, 그냥 똑같은 금은동으로 만들어진 동그란 쇠전이었는데 무늬가 다를 뿐이다.

정세에 따라서 환율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렇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


제국화는 북부 대륙을 장악한 ‘킬릭시안’이라는 제국이 주관하여 만드는 화폐로 북부쪽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제국 내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면 킬릭시안을 받는 일이 많다.


대륙화는 중부 지방, 지금 제냐가 있는 ‘피스’를 포함한 곳의 여러 곳에서 쓰이는 돈이었다. 어차피 함유되어 있는 귀금속의 양도 비슷하기에 여차하면 실물 가치로도 환전이 가능했다.


플레이어들끼리는 주로 대륙화를 많이 쓰는데, 그건 중부 지방의 여러 도시 국가를 비롯한 집단들이 초기에 플레이를 하기 좋았던 탓이다.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잡고 성장을 하며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에 침투하기까지 중부가 그 본부같은 거점이 되었었고, 그래서 그 영향인지 어지간하면 대륙화를 내며 플레이어간 거래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돈의 단위는 ‘젠Jen'으로 나타나지만 가치와 환율을 따져서 플레이어의 현실 국가 화폐로 대체하여 정확히 어느 정도의 가격인지 볼 수 있었다. 초기에 언어 선택을 비롯해 고를 수 있었고, 제냐의 경우에는 당연히 원화를 골랐다.


은전 30개면 600만원 정도다. 현재 환율로 대륙화 은전 30개, 2,010젠이었고. 1젠은 약 3,000원 정도였다. 물약 200여 개를 구매하는 비용이으로는 꽤 싼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임 내 경제에서 초보 플레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들의 물가는 합리적이었다.


어쨌건 그 물약들을 모두 소모하며 사냥을 하고 경험치를 얻고, 전리품을 얻으면서 벌게 될 돈보다는 훨씬 싼 값이었으니 말이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필리 씨는 근력이 몇이나 되는 겁니까.”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스탯’은 NPC들에게도 통용이 되는 지식이었다. 자신의 자세한 능력치 상태를 남에게 알리는 이는 별로 없었지만 말이다.


보통 스탯은 초기에 10으로 설정이 된다. 근력, 순발력, 초월방어력, 지구력, 정신력, 집중력. 별다른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각 캐릭터는 6개의 능력치가 10이며 그것은 말했듯 아주 건강한 장정의 수준과 비슷하다.

전문적인 운동 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그렇게 훈련을 할 수 있는 건장한 일반인.


재능이 넘치는 일반인이라는 느낌으로 정신력이나 집중력, 초월방어력 등 현실에서 명확히 재단하기 어려운 수치들도 적당히 설정이 된다.


그리고 20이 되면 10의 두 배가 된다. 30이 되면 다시 두 배가 되고. 40이 되면 그의 다시 두 배다.


곧 능력치의 상승은 10이라는 기점을 지날 때마다 올리기 위한 노력의 필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자연수로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훈련에 따른 능력치의 증가는 0.1이나 0.01따위의 미세한 증가도 반영이 된다.

그만큼 실제 캐릭터의 능력 역시 강해지기도 하고.


능력치의 최댓값은 정해진 바가 없었으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보고 있는 적당한 마지노 선은 100에서 110정도였다. 아직 그 수치에 도달한 이가 없기도 했고, 그 이상 올리는 것이 먼저일지 아니면 시나리오 온라인의 결말이 나는 것이 먼저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레벨 플레이어가 되면 능력치의 향상을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막대한 양이 되어버린다.


초보자에서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로 가는 기준이 20이었다. 각 세세한 육체와 정신의 능력들이 건장한 장정에서 2배 정도만 되어도, 거진 초인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지는 탓이다.

그 이후부터 비련의 시나리오는 게임이 제공하는 스릴과 속도감, 액션을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제 몸통만한 나무 궤짝을 번쩍 들어 올려 옮기는 필리의 모습을 볼 때 적어도 10은 넘고, 그 중후반이 아닐까 싶었다.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유추하는 것이니 그보다 훨씬 위일 가능성도 있었다.

개발자들이 이런 기본 상점의 여자 NPC에게 막대한 전투 능력을 부과하는 뜬금없는 설정을 정말 넣었다면 말이다.


현재 거듭된 근력 운동, 사냥, 고된 움직임으로 올려둔 제냐의 근력이 17정도였다. 건장한 장정의 1.7배 정도의 힘.


“호호.”


제냐의 물음에 필리는 입을 가리면서, 호호라고 의성어를 써야 할만큼 작위적으로 웃었다. 달처럼 휘는 그녀의 눈웃음에는 괜한 걸 묻지 말라는 의도가 묻어난다. 제냐는 적당한 빈 웃음으로 마주 대하며 질문을 넘겼고, 카운터에 올라온 궤짝을 챙기기로 했다. 말없이.


실물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는 것은 간단한 조작을 통해서 가능하다. 소유권이 인정되는 아이템이 당사자 앞에 있다면, 그것을 터치하면 기묘한 알림이 감각적으로 전해진다. 왼쪽 눈의 시야 부근에 미세하게 붉은 표시로 점이 나타나는데, 그 지점을 동공으로 바라보면 반투명한 창이 뜬다.


[물약 상자A, B를 ‘제냐 킴’의 인벤토리에 수납하시겠습니까?]


물음과 함께 예 아니오의 버튼이 딸려온다. 제냐는 ‘예’ 부근을 1초 이상 응시했고, 곧 실물 아이템이 네모난 박스 형태로 변했다. 푸른 색의 상자였고, 디지털의 질감을 형상화해둔 것 같은 어색한 모습이다. 빛에 따른 질감 변화가 없는 밋밋한 정육면체.

제냐는 나타난 두 개의 아이템 박스를 다시 건드렸고, 그러자 그것들이 사라졌다.


인벤토리 창에 들어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IV'라고 중얼거리며 창을 띄워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제냐는 필리를 처다봤다. 그녀가 눈이 마주치자 살풋 웃었다. 게임에 빠지기 쉬운 외로운 인간이라면, 이런 미형의 NPC에게 감정적인 흔들림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워낙 정교한 AI 반응이어야지.


제냐가 짧게 인사를 건넨다.


“또 올게요. 장사 잘 하시고. 산책도 가끔 하시고.”

“감사합니다. 모험가 분들은 언제나 안전이 최고죠.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봬요.”


작게 손마저 흔드는 모습이 참으로 영업을 잘 하는 상인다운 태였다.


제냐는 고개를 대충 끄덕거리며 바깥으로 나왔다.


여전히 하늘은 맑고 또 밝다.


게임 내의 하늘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화창하며 기분을 들뜨게 한다.


제냐는 거리로 나서서, 여기저기 잘 깔린 도로와 건물들 사이의 길 위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들을 흘긋 보았다.


플레이어들도 가득하고, NPC들도 와글와글하다.


어쩌면 딱히 누굴 만날 일 없는 집구석에서, 이런 풍성한 인파를 느껴보기 위해 요즘 사람들은 게임에 접속하는 지도 모른다.

한 시대의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는 게, 그저 그것만으로도 적적함을 달래볼 수 있는 선택이 될 지도 모르고.


제냐는 잠시 방향을 가늠하다가 미리 받아두었던 퀘스트를 위해서 성도 바깥쪽 길로 걸음을 정해 옮겼다.


*


작가의말

물약 상점의 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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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멧돼지 23.05.26 55 4 33쪽
14 13. 마라톤Marathon +4 23.05.22 62 5 38쪽
13 12. 세슈칸Seshukan 가는 길 +2 23.05.04 66 5 29쪽
12 11. 도서관 제육 23.05.03 59 5 25쪽
11 10. 황야 지룡 23.04.30 62 5 44쪽
10 9. 붉은 날개 23.04.29 77 5 31쪽
9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23.04.29 87 5 29쪽
»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23.04.27 97 6 30쪽
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6 6 27쪽
6 5. 이성적 파이어볼 +2 23.04.15 149 6 33쪽
5 4. 긴장성 파이어볼 +2 23.04.12 158 6 22쪽
4 3. 로그 오프Log off 23.04.12 186 7 15쪽
3 2. 개멋진나 최 23.03.12 249 7 31쪽
2 1. 파란 귀 토끼 23.03.11 452 9 30쪽
1 0. Prologue. +1 23.03.11 51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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