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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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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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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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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2. 세슈칸Seshukan 가는 길

DUMMY

***


제육볶음은 맛있었다.


공립 도서관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그가 살고 있는 빌라에서 나와 공용 바이크를 빌려 도로 따라서 3분. 그리고 조금 걷다 보면 나온다.


공용 바이크 등의 원동기는 모두 정해진 도로로만 달려야 했기에 이동이 제한적이었지만 그만큼 그 안에서는 속도가 빨랐고, 또 잘 길을 찾고 목적지를 정한다면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공립 도서관 건물에서 나와 넓게 펼쳐진 앞마당을 지나서, 시내로 걸어 들어가 골목에 금방 있는 백반 집이었다. 오래된 곳 같았는데 자취 생활에 다양한 레토르트에 질려가던 입맛을 만족시켜줄 정도로 맛있었다.


도서관 건물의 앞마당은 마치 광장처럼 탁 트여 있었고, 별다른 높은 건물이 주변에 없어 창공이 그대로 보이는 광경이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낮게 드문드문 서 있는 별채들이 조금 있고, 독채로 선 그 건물들을 제외하면 중앙 분수대 외에는 구조물이 별로 없다.


콘크리트인지, 건축 자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바닥도 체크 무늬로 줄눈이 거대하게 그어져 있고 반질반질한 회색빛으로 사람들의 걸음을 견뎠다.

앞마당의 오가는 주도 외에 빈 공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인조 잔디로 만들어진 공간이 조금 있다. 가끔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다가 스트레스에 찌든 인간들이 나와 배드민턴 따위를 치기도 한다.


주욱 걸어가 별다른 울타리도 없는 도서관 구역을 넘어가면 인도와 차도가 붙어 나오고, 건널목을 지나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의 골목으로 들어가서 직진을 하다가 왼 쪽으로 꺾으면 작은 구멍가게 같은 식당이 하나 나온다.


스러져 가는 듯 보이는 낡은 간판에 ‘힘찬백반’이라고 적힌 집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한 20명 정도를 수용할까 싶은 테이블과 실내였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직사각형 형태의 내부였고, 가장 안쪽에는 계산대와 주방에서 일을 하시는 주인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2000년대의 태반 이상을 살아내셨을 할머니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차려 내어 놓는 다양한 백반 종류들은 맛도 정갈하고, 무엇보다 재료가 풍성했다. 많이 올라버려 한 차례 개혁이 되었다가 다시 예전 단위로 돌아온 돈으로 7,000원이었다.

그 가격에 배가 부를 정도로 신선한 재료로 밥을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건 분명 흔한 일은 아니었다.


가끔 배가 고프고 갓 지은 밥이 그리우면 나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민수도 쓸만한 구석이 참 있는 놈이었다.


그리고 제냐는 지금


우물우물.


하고 말린 떡을 씹고 있었다.


입 안이 쓰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는 다양한 맛을 구현하고 있다. 맛이 아니라 전투 중 필요에 의해서 마셔야 하는 물약의 경우에는 맹물 맛으로 대체를 해두었지만, 그 외의 식사류 아이템들은 모두 정밀한 미각으로 다채로운 맛이 느껴진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맛은 씁쓰레한 맛이었다.


상온에서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한 말린 떡에 수통에 담은 물 조금. 그리고 텁텁한 입을 도울 숨이 죽은 나물채 몇 줌.


곱게 포장지에 싸여 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걷는다. 게임 내에서 식사는 필요 불가결한 일이다. 제 때 플레이 타임 중에 캐릭터의 끼니를 챙기지 않으면 스테미나가 달고, 이 수치의 저하는 정보창에 뜨지는 않지만 확연한 체감으로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체력과 민감한 관련이 있는 스테미나는 캐릭터의 현재 상태를 더 면밀하게 드러내며,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데 사용된다.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고난이도의 동작을 연속 수행할 때도 소모되며 근력과 지구력, 순발력 수치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저하 상태가 오래 지속이 되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HP가 닳게 된다. 오래 굶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상태 이상abnormality’이 걸리는 것이다.

캐릭터는 공복감, 부상, 질병 따위를 신경 써서 나름의 세심함으로 챙겨 줘야 하는 귀찮은 대상이었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의 육체와 비교를 해본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편리했지만.


게임 치곤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초상 스킬 중 존재하는 ‘저주’ 따위의 공격적인 계통에 피격당하면 해주를 위해 성聖속성 스킬을 익힌 유저나 NPC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본인이 다양한 대응 스킬을 가져 이겨낼 수도 있고 아이템을 사용해도 좋았으며, 특정한 장소에 있는 오브젝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주와 질병은 애매한 관계를 갖고 있었는데, 저주 계열 공격 스킬 중 질병으로 옮는 것조차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공격에 쓰인 초상 에너지를 소멸시킨다고 해도 캐릭터의 신체에 남은 질병이 남아서 약물이나 물리 계열의 치료 스킬을 시전해야 했다.


스킬의 종류는 비련의 시나리오가 다양한 갈래로 그 각자의 이야기를 꾸며나갈 수 있도록 참으로 다양했고, 아직도 플레이어들은 그 모든 종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킬 하나하나가 개발진이 숨겨 둔 히든 피스라고 해도 좋았다.

고레벨의 플레이어들, 공략집을 만들고 게임의 비밀스런 어둠을 풀어나가는 오프너들은 대강 밸런스를 근거로 추측할 뿐이었다.


어떤 종류의 괴랄한 스킬이 있을 수도 있으나, 대가 없이 정도 이상의 편리함이나 힘을 손에 넣는 스킬은 없을 것이다, 라는 논리로.

강력한 스킬은 그만큼 고된 고생을 게임 내에서 감수해야 했다. 위업으로 남을만한 퀘스트의 해결을 해낸다던가, 혹은 여러 어려운 선행 조건들을 모두 맞춘 뒤 까다로운 조건을 더듬어 찾아내 만족시킨다던가.


다양하고 또 괴이한 스킬들 중에서 플레이 상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종류들도 있었다. ‘배고픔’ 상태를 극한으로 견딜 수 있는 스킬들이었는데, 주로 ‘줄지 않은 포만감’이나 ‘극한의 연비’ 따위의 레어 이상의 것들이었다.


그 외에도 물리 계열, 전사 계통의 스킬들 중에는 신체를 초인 그 이상으로 갈고 닦게 만드는 것들도 있어서 그런 종류를 익힌다면 어지간한 부상이나 배고픔으로는 체력이 잘 닳지 않는 몸이 되기도 한다.

이런 효과는 깡으로 체력 포인트를 높였을 때도 어느 정도 동반되는 것으로, 체력에 관련된 스테이터스가 모두 50을 넘길 즈음부터 쓸만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스킬이나 시스템 내의 효과도 이런 불편으로부터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아무리 소량을 드물게 먹더라도 에너지원이 될 열량 따위는 섭취를 해야 했고, 다치면 상처를 입고 또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상황을 드물게 겪게 되는 것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제냐는 걸으면서 부지런히 탄수화물을 씹어 삼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캐릭터가 결국은 못 버틴다.


게임 플레이는 로그아웃 시간은 치지 않고 로그인 했을 때를 기준으로 생체 시계가 꾸준히 돌아간다. 도시에 들러서 정비를 하고, 이동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지 배고픔이 느껴졌다.

주로 복부에 허전한 감이 들고 몸에 기운이 조금 없는 식으로 나타난다. 물론 며칠이야 견딜 수는 있으나 전투 시 체력이 평소보다 빨리 깎이고 조금 더 쉽게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고련 같은 플레이를 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것도 특수한 경우이며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특수한 스킬이나 퀘스트가 연계되어 있지 않은 이상 굳이 도전하지 않는 스타일의 플레이다.


걷고 있는 길은 ‘평화의 숲 옆 도시’에서 서문으로 나와 쭈욱 직진하고 있는 가도였다. 넓게 정비된 도로는 게임 내의 세계관에서 인류의 기술력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도 같았다.

마차가 두, 세 대 정도는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길의 한구석으로 비켜 서서 제냐는 그저 걷는다.


이동용의 짐승을 구비해 타고 다닐 수도 있었고, 스킬이든 뭐든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었지만 제냐는 굳이 걷기를 선택했다.

게임 내에서까지 급하게 갈 필요도 없었고. 시간 제한이 걸린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도 없었다.


이동용 스킬은 보통 레어 급인 경우가 많았고, 아직 익힐 만한 것을 찾진 못했다. 짐승을 사거나 빌리거나, 혹은 얻어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돈이 들었다. 모처럼 현실같이 만들어 둔 극현실주의의 경치를 구경하며 걷는 일이 좋았다.


그야말로 현대 사회에서는 볼 일이 없는, 끝도 없이 펼쳐져 탁 트인 평야와 구릉, 산림과 황야, 뭐 그런 곳들이었다.

일부러 어디 땅덩이가 넓은 나라로 해외 여행을 가서 오지 탐험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보기 힘들다. 가난한 대학생에겐 그럴 여력이 없었다.


천천히 발을 걸어 옆으로 기울은 흙바닥을 밟는다. 빗물이 쏟아지면 가운데에 고이지 않고 흘러가도록 경사를 지게 만들어 두었다. 길의 옆은 지금은 평야 지대였다.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져 있는데, 다진 흙에 무언가를 섞어서 풀이 자라지 않도록 만들어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길다란 선이 푸른 도화지에 이어져 있는 모양새다.


멀리로는 낮은 산들이 모여 있어 산맥을 이룬다. 평화의 숲 옆 도시 서쪽으로 나와 보이는 오브젝트이니 아마 ‘데슈간Deshukant 산맥’일 것이다. 유명한 이유는, 평화의 숲이라고 불릴 정도로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사냥하기 좋은 사냥터인 숲 근처에 갑자기 요구 수준이 확 올라가는 몬스터들의 서식지이기 때문이었다.


2, 30정도 선에서 대충 정리가 되는 일명 도시 ‘피스’ 근처와 달리 5, 60을 넘는 중급자 이상의 유저들도 레벨 업을 위해 들르는 곳이었다. 악명 높은 산맥 심처의 보스 몬스터는 7, 80정도 선의 유저들이 파티 플레이를 해서 간신히 잡는다고 한다.


지금 제냐의 수준으로 저 곳에 들어갔다가는 영 좋지 못한 꼴을 볼 것이다. 게임 내의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이 망할 비련의 시나리오는 여러모로 다닐 때 조심을 해야만 했다.


그래, 이렇게 길을 걷고 있을 때도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PK 플레이어가 갑자기 달려 들어 그를 친다면 그것으로 수십 만원을 준 시뮬레이터는 순식간에 매몰 비용이 되어버리고 만다.

비련의 시나리오 말고는 딱히 할만한 게임도 없었고, 취미도 없었다.


“휘이이.”


제냐는 마른 떡을 꾸역꾸역 다 씹어 삼켰다. 물을 몇 모금 마신 뒤에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초보자 존은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 탓에 그가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황야 지룡을 몇번 더 사냥을 하고 나서, 피스 근처의 가장 레벨이 높은 사냥터였던 황야 지대를 돌아다니며 온갖 것들을 잡았다.


비스트 슬레이어가 그야말로 길이 들 대로 들 정도로 호쾌한 사냥의 일과였다. 현재 제냐의 레벨은 24였고, 스테이터스는 높은 것이 20후반, 그 외에도 20초반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초월 방어력은 여전히 10대를 머무르고 있었지만.


보통 20후반이나 30에 다다르는 게 레벨 30을 넘어서의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가파른 성장세였다. 그건 제냐가 게임을 어렵게 플레이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레벨업을 하기보다는, 고생스러운 동작을 추가해서 반복하는 일을 계속 해댔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무작정 스킬을 반복 수행하며 스테미나가 몇 번이 닳을 정도로 훈련을 한 뒤 그것을 다시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크나 숲 노루를 발견해 철목시로 겨냥하고 쏘아댔고, 다가오는 것들을 완벽히 처리하지 않은 채 달고 다니며 달리기를 했다.


그러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지자 숲의 나무 위를 원숭이처럼 뛰어 다니며 갖은 스킬을 발휘해 게릴라 전으로 잡아냈다.

어디까지 어그로를 끌어낼 수 있나 궁금해져서 오크 몇 마리를 달고 숲 필드에서 한참을 달려 황야 필드까지 달리기를 해본 적도 있었다.


몬스터 간의 상호 관계는 어떻게 되나 싶어 오크를 끌고 황야 지룡과 맞붙여 보기도 했었고.


영역이 다르고 상이한 외형과 성질을 가진 몬스터들은 서로를 적대시한다. 은근한 견제와 함께 당장 싸우지는 않았지만 으르렁거림이 있었고, 그를 향한 어그로Aggro(골칫덩이, 문제, 분쟁. 게임에서 몬스터 캐릭터의 주의를 끄는 행동이나 몬스터의 공격 선호도를 뜻한다)가 일부 해소되는 걸 확인했다.


약간의 다툼과 서열 정리가 완벽하게 종류가 다른 몬스터들 사이에서는 프로그래밍 된 동작처럼 보였고, 이미 서열 정리가 끝난 비슷한 계통의 것들끼리는 큰 효과가 없었다. 혹은 같은 지역에서 생성되고 서식하는 몬스터들끼리도.

그럴 때는 그냥 제냐를 향한 공격도만 쌓이며 피리 부는 소년처럼 무수한 몬스터 떼거리들을 몰고 다니게 될 뿐이다.


몬스터들의 집단 공격은 정말로 기세가 무서웠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이 정도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일이었다. 삼차원적으로 요동치는 거대한 파도를 맞닥뜨리는 기분이었고 그 파도가 흉흉한 울음 소리를 토해내며 지나가는 자리를 모두 구덩이로 만들어 버린다면 웃을 만한 기분이 잘 들지 않는다.


가상현실 게임이라지만 참 실감이 나게 만들어 뒀다. 지나친 스릴이었다.


제냐는 코 앞에서 자신에게 아가리를 들이 밀던 지룡의 구강 내부를 본 것을 떠올렸다. 내장 기관이 부서지고 상처를 입는 건 누구나 자동적으로 보지 않아도 되게끔 모자이크 처리를 그래픽 적으로 해두었지만 멀쩡한 상태의 육체는 실감 넘치게 구현을 해둔 게 그대로 보였다.


물론 그마저도 조금 데포르메 변화를 거치도록 설정을 바꿀 수 있었다. 제냐가 굳이 해두지 않은 것 뿐이다. 그냥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라고 하면 크게 어려울 것 없었기에.


지룡의 아가리에서 나는 그 뜨거운 입김과 그르렁거리는 소리, 선명하게 느껴지진 않지만(역하기에)둔하게라도 뿜어 나오는 그 짐승의 입냄새 따위나 대거같이 날카로운 이빨의 단면을 보자면 순간 게임 속이라는 걸 잊을 정도의 현실감이 들고 만다.


다행히 그대로 씹히는 일은 없어, 아직까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생존자 중 하나였지만.


그 외에도 민첩 계열 능력을 주로 익힌 원거리 사수이면서 대거만 들고 황야 지룡에게 덤빈다던가, 비스트 슬레이어만 가지고 어디까지 상대할 수 있는가 황야의 몹들을 상대로 도장 깨기를 벌인다던가.


한참 레벨이 오른 후에 할만한 짓거리들을 반복하면서 제냐는 게임 내의 감각을 충실하게 익혀갔다.


그런 난전과 제약 속에서 어떤 도구에 대한 사용감은 날카롭게 손에 익어가기 마련이었다. 게임 내에서 다루는 ‘캐릭터’라는 전신 도구에 대한 요령 말이다. 어느 정도를 의지적으로 움직였을 때 얼마만큼 전진하고 후퇴하는지. 자신의 캐릭터 스펙이 어느 정도의 힘과 파괴력을 낼 수 있고 감당 가능한지.


MP역시 전투 가운데 자유 자재로 사용하려면 반복 노동만이 답이었다. 근접전의 난전 속에서 시동어를 읊고, 굳이 손바닥이 아닌 자신의 신체 주위 허공에 떠오르게 만든 파이어 볼을 유지하면서 검을 휘두른다. 그러다가 타이밍에 맞추어 상대의 사각에 찔러 넣어 폭발을 일으키고, 그 후폭풍으로부터 대비하며 다음 스텝을 이어나가야 했다.


초상 스킬과 물리 계열 스킬을 동시에 다루며 전투를 수행하는 속칭 ‘술전사’는 그다지 인기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위력이 크게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컨트롤이 워낙 까다로웠다.

의지에 따라 조작하는 손 하나를 더 던져준 것과 비슷한 일이라, MP를 다루며 초상 스킬을 구현하는 데는 분명한 집중력이 소모된다.


게임 내에서 표현하는 정신 에너지의 지배력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어가 소모하는 자신의 뇌의 가용치 중 일부를 떼어다 써야만 했다.

사람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한 팔을 의식하면서 전투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어지간한 실재의 훈련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힘들다.

보통 게임에 그 정도의 노력을 하는 이들은 소수일 수 밖에 없고, 게임에 자신의 인생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헤비 유저들 중 재능이 있는 자들이 선택하는 길이었다.


그도 아니라면 아무래도 어중간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연계되지 못한 채 초상 스킬이 발동되는 가운데 몸이 멈춰 있고, 검을 휘두르는 중에는 초상 스킬을 발현할 수 없다면 한 가지 능력에 집중한 뒤 다른 유저와 파티를 맺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제냐는 우연인진 몰라도 자신이 골랐던 다양한 공격 수단들 중 여러가지를 엮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술전사’의 루트route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달성하고 있었다.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어색한 추가 팔 하나를 이전의 사지와 동시에 버무려 다룰 수 있는 인지 능력과 활용력.

이건 게임 외적인 부분이라 게임 내에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인지 능력이 좋았던가······.’


하고 제냐가 생각했지만 알 수는 없다. 평범하거나 오히려 그 이하였던 것 같은데. 길치에다가 기계를 잘 조작하지도 못한다. 생활 속에서 단순하게 드러나는 것 외의 능력일지 모르겠다.


레벨업 시 얻는 포인트로 더하는 성장치의 가중은 후반에 가서는 어마어마하게 쌓이지만 초반부에는 그래도 비교적 할만하다. 그것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술전사로서 고된 전투를 이어나갔던 그는 자연적으로 MP가 바닥까지 동이 나도록 써대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어지럼증 따위도 계속해서 겪었다.


결국 술사들은 초상 스킬을 한계까지 써대는 것 밖에는 수가 없었다. 정신 계열 스텟들을 올리고 MP지배력을 도모하고, 또 스킬의 활용력을 스스로 높이기 위해서.

제냐는 한 가지 전투에서 다각적인 공격 옵션들을 활용하면서 분투를 했고, 자신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적들을 상대로 연전을 이어나갔다.


게임 내의 캐릭터가 아주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정도의 혹사다. 필요한 최소한의 쉼만을 이어가면서 그는 극한의 집중력 상태 속에 몰입을 했고, 오히려 격상의 적을 상대로 더 빨리 이겨낼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컨트롤 게임이다. 몹 캐릭터들은 고도의 AI가 있지만 정해진 패턴이 또한 있었다. 그 신체 구조 상 나올 수 있는 공격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개체별로도 차이가 있으나 분명히 존재했고, AI가 읽어내고 만들어내는 그 움직임의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몸으로 받아내게끔 수행이 가능하다면 남들보다 수월하게 전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 정도의 동작의 유사성과 한계점은 비단 게임 뿐만이 아니라 현실의 생물과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것이었으므로, 도리어 자연계를 모방하는 AI는 더욱 충실하게 구현해낸다.


물론 이레귤러처럼 구는 생물들도 있으나 그 정도는 또한 다양한 스킬 연계와 임기응변으로 어떻게든 이겨내야 했다.


그런 격전 속에서 얻어냈던 스킬들도 많이 있었다. 레어도 있었고, 유니크도 하나 있다.


궁술 자세를 보정하는 ‘사냥꾼의 자세’와 인기척을 숨기는 ‘그림자 속 발걸음’. 원거리 저격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매의 눈’과 비스트 슬레이어를 미친 듯이 들고 휘둘러서 얻어낸 ‘하류 검술’. ‘육박전의 달인’이라는 타이틀은 아주 쓸만했다. 근거리에서 자신보다 체급이 높은 적을 상대로 공격을 맞받아칠 때 물리 저항력을 높여서, 기절 상태 따위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강한 충격에도 움직임의 흔들림이 적어지고 연계 동작 사이의 연결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큰 차이는 아니었으나 근접 전투에서의 공격력도 약간은 보정이 걸리는 듯했다.

각종 ‘무술’ 계열 스킬들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좋은 칭호였다.


황야 지룡과 단검 하나를 들고 드잡이질을 하다가 마지막에 단검조차 놓치고 건틀렛으로 급소를 노려 끝을 냈을 때 얻은 칭호였다.

각종 칭호나 스킬들의 까다로운 조건이 그러하듯, 보다 저레벨일 때 난적을 상대로 낮은 확률의 승리를 도모하면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유니크 스킬로는 하류 검술의 연계 동작인 ‘일격필살’이 있었다. 획득 당시에는 알 수 없었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알게 되었다. 끔찍한Terrible 수준의 검술 스킬을 갖거나, 혹은 검술 스킬이 없는 상태로 거체巨體를 지닌 드래곤 류나, 그런 몬스터를 잡아내면 얻는 기술이었다.


95%이상의 데미지를 한 개의 검으로 주어야 했고 전투 시간이 길수록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 적정 상대 레벨보다 높은 몬스터를 어렵게 잡아낼 수록 또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제냐는 기초 외날검술과 하류 검술을 최하위 레벨로 갖고 있었고 지룡의 발톱 대거로 용을 토벌했다.


‘육박전의 달인’이 비슷한 조건에서 검격이 아닌 장갑류 타격으로 치명타를 입히고 마지막 일격을 가해야 나오는 칭호인 걸 생각하면, 한 가지 전투에서 두 종류의 조건을 만족시켰으니 운이 아주 좋은 셈이었다.

조건을 대략적으로 만족시켰다고 꼭 나오는 것도 아니고, 확률적인 일이었으므로 그것이 겹치는 것 또한 더욱 드문 일이었고.


그 외에 자잘한 일반 스킬들을 여태까지 획득한 걸 나열하면 힘들 정도로 많았다. 달리기, 속보, 끈기1, 정신력1, 유연성1, 턱걸이Pull up, 팔굽혀펴기Push up, 돌팔매질(투석에 제한되는 보정), 투척(온갖 암기류를 비롯한 투척에 보정), 전투 회피, 보법(뒤에 몬스터를 메달고 마라톤을 하면 얻는다)······.


캐릭터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동들에 스킬이 걸려 있었다. 그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혹은 상위 스킬 획득의 단서가 된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행동 보정 따위가 걸려서 게임 종반에 무지막지한 능력치를 가지게 된 플레이어가 정상적으로, 그 힘에 걸맞은 전투 수행 능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그렇기에 게이머 스스로가 탁월한 컨트롤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필연적으로 후반부에 게임 플레이는 스킬 위주가 되게 된다. 초반에서 중반부에 캐릭터가 걸어왔던 길이 곧 게임 스타일이 되고, 공격법이 되는 것이다.


턱걸이 스킬은 화살을 계속해서 당겨내다 보니, 당기는 쪽으로 근력을 반복 사용하면 얻는 스킬인 걸 확인했다. 팔굽혀펴기는 뻗는 쪽으로 힘을 자주 사용하면 얻게 된다. 근접 전투, 타격이나 검격을 내지르는 종류의 직업에 필수 불가결한 기본 스킬이었다.


게임 플레이는 결국 시스템에 대한 여행이나 다름 없다. 방대하게 미리 설치를 해둔 다각도의 정보들을 모으는 행위이고, 결국 개발진들이 뿌려 둔 단서의 조각 모음이다.

그 읽는 방식이 단선적이 아니라는 것 뿐이지 결국 책을 읽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익숙하지 않고 귀찮은 사람이라면 단지 포기할 확률이 높았지만.


제냐 역시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으나 이건 재미있었다. 다른 방식의 정보 매체였지만 퀄리티가 굉장히 높았으니. 말도 못하게.


오래도록 이렇게 꾸준히 걷는 것 역시 의미가 있을 지 모른다. 퀄리티가 높다는 건 세세한 행동마다 반응하는 상호작용 컨텐츠들이 많다는 의미였다.

속보의 스킬 레벨이 오를 지도 모르고.


속보는 일반적으로 걷는 것보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테미나 소모를 줄여주면서 더 빠르게 오래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스킬이었다.

많은 이동을 두 발로 해내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스킬이다.

레벨 10대를 지나면 거의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다.


그가 익힌 ‘보법’이라는 스킬은 레어 스킬이었는데, 그 획득 조건은 안 찾아보아서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뒤에 어그로를 유지한 채 몬스터 떼를 줄줄이 달고 다니면 얻는 모양이었다. 제냐의 생각에는.


어지간한 시간으로는 안되고, 거의 수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서 필드와 필드 사이를 오갈 정도 뛴 채 피격당하지 않으면 되는 것 같았다. 제냐가 한 행동이 그것이었으니까.


극한의 긴장감과 어그로 속에서 몬스터 캐릭터들과 함께 한 그 달리기 속에는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배이게 되어 있었고, 자연적으로 어떤 플로우flow를 만들어 내었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궁리하고 삐걱거리는 사지가 유연함을 구사하며 춤을 추듯 걸었고, 웃기지도 않는 몸치의 절박함에 개발진들이 담아둔 예정된 데이터 값이 구원을 선사했다.


전투 회피가 한 자리에 국한되는 회피 동작 보정이라면, 보법은 긴 거리의 이동기로도 겸하여 쓸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동기라기엔 아직 레벨이 낮고 활용도가 적어서 뛰는 것과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킬이었으니.

만일 스킬 레벨이 더 올라간다면 ‘붉은 날개’ 엇비슷하게 화려한 이펙트라도 토해내면서 질주를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혹은 보법을 익힌 뒤 얻는 그 상위의 스킬들을 가지게 된다면 말이다.


제냐는 아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편히 걷는데 딱히 어떤 위험은 없었다. 이리 평탄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산맥과 하늘을 가리는 구름, 그 사이로 드문드문 날아다니는 조류 몹들이 보인다. 창공을 날으는 저것들을 공격할 수단이 있다면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야생의 짐승들은 대개 몬스터와 비슷한 취급이었으므로, 선공을 하지 않는 종류도 사냥감이 된다면 전리품을 내뱉고 경험치를 준다.


웃기는 점은 ‘명물’이나 ‘명소’로 불리는 무정물 오브젝트들 또한 사실은 경험치를 주는 사냥감이라는 사실이었다.

확인한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제냐는 알고 있었다.

황야 지방에 우뚝 서 있었던 바위 기둥을,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어 놀다가 꼴아 박은 뒤 무너뜨리고 나자 이후 알림 창과 함께 경험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너뜨리기 어렵고, 변화시키기 어려운 거대한 건축물들 따위도 아마 경험치를 줄 것이었다. 과연 그런 설정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PK나 세계관 내의 환경을 해치는 것에 강력한 제재를 설정해두고(경비대와 같은 치안 무력), 동시에 부채질 하듯 경험치 획득을 걸어두다니.

초반에는 플레이어들이 정해진 세팅 위에서 놀기를 바라지만, 게임의 후반부로 가면 이들 스스로가 전략을 구사하고 세계관 내의 지도를 바꾸면서 마무리 하기를 바라는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런 짐작이 떠돌기도 하고 말이다.


게임 내에서 몬스터들을 통솔하는 ‘마왕魔王’의 직책이 있는데, 그게 어찌 보면 인류 국가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도 같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렇게 인류와의 대척점으로 서서 세계를 양분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단순하게 각 국가의 수장이 된 뒤 대륙 통일을 위해서 일시에 일어날 수도 있는 법이었다.


어찌 되었든. 수동적으로 즐기라고 만들어둔 세계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수동적이 될 수 밖에 없게끔 서바이벌 시스템을 도입한 주제에 말이다.


초보자로서 겪는 무수한 위험을 이겨내고, 서바이벌로서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견딘 뒤, 게임 세상에서 쪼잔하게 놀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배포 크게 한 번 놀아보라는 의미일까.


개발을 주도한 연구원들, 프로그래머들의 성격이 대충 그려진다.


제냐가 휘파람을 불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걷고 있는 길이 다다르는 곳은 ‘세슈칸Seshukan’이라는 도시이자 지역이었다.


평화의 숲 옆 도시, 일명 피스처럼 거대한 성채로 둘러쌓인 대도시였고, 비교적 초보자 티는 벗어낸 이들이 모이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일대가 ‘세슈칸’이었으며, 거대한 대륙의 역시 중부 지방에 속했다.


평화의 숲처럼 저레벨 몬스터나 현실에서 온순한 취급을 받는 야생 동물들이 아니라, 본격적인 맹수류와 괴수류 사이의 것들이 즐비하며 스킬 연마를 위해서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훈련 스팟 중 하나였다.


비교적 신규 유입 게이머들이 적은 온라인 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더 마주칠 수 있는 기회였다. 피스 내부는 대도시답게 사람들이 아주 많았지만, 그들은 피스를 거점으로 다양한 원거리에 원정을 다니는 유저들이었지 정작 초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말 초보들은 피스 옆 성벽 근처의 평야나 숲 초입에서 토끼나 노루를 잡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도 또한 저레벨 구간에서 졸업을 하고 먼 곳으로 떠난다. 이런 초보자 존이 대륙 내 여러 곳에 형성되어 있는 걸 생각하면 요즈음에 필드에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솔로 플레이 지향이었지만, 다양한 전투와 경험을 게임 내에서 얻고 즐기기 위해서 연계 전투도 역시 해보고는 싶었다. 제냐 역시 경험치를 위해 초보자 존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다 얻기도 했고.


황야에서 가장 강한 것은 지룡이었고, 그 외에는 보다 작은 몸집에 사냥에는 훨씬 적은 시간이 드는 몬스터들이 필드를 채우고 있었다. 처음부터 지룡을 사냥했던 제냐로서는 조금 심심한 감마저도 있었다.

babur-yakar-puLKi8_4KV8-unsplash.jpg


작가의말

작가의 말.

이라..................................................

흠.

뭐 그렇습니다. 별 말 없는데 할 만한 것이.

할 말 없다는 말도 말이기는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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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불타는 숲 23.06.12 40 4 24쪽
20 19. 보법 23.06.10 42 4 23쪽
19 18. 범영웅凡英雄 23.06.10 42 4 31쪽
18 17. '취륵'은 그렇게 죽었다. 23.06.09 47 4 62쪽
17 16. 파티 플레이 23.05.29 42 4 43쪽
16 15. 멧돼지 사냥 23.05.28 52 4 34쪽
15 14. 멧돼지 23.05.26 55 4 33쪽
14 13. 마라톤Marathon +4 23.05.22 61 5 38쪽
» 12. 세슈칸Seshukan 가는 길 +2 23.05.04 66 5 29쪽
12 11. 도서관 제육 23.05.03 58 5 25쪽
11 10. 황야 지룡 23.04.30 62 5 44쪽
10 9. 붉은 날개 23.04.29 77 5 31쪽
9 8. 흰줄무늬 검은 고양이 코미어 23.04.29 87 5 29쪽
8 7. 물약 상점의 필리Philly 씨 23.04.27 96 6 30쪽
7 6. 오크Ork 사냥 23.04.16 106 6 27쪽
6 5. 이성적 파이어볼 +2 23.04.15 148 6 33쪽
5 4. 긴장성 파이어볼 +2 23.04.12 157 6 22쪽
4 3. 로그 오프Log off 23.04.12 186 7 15쪽
3 2. 개멋진나 최 23.03.12 249 7 31쪽
2 1. 파란 귀 토끼 23.03.11 452 9 30쪽
1 0. Prologue. +1 23.03.11 517 1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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