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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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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3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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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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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58. 릿샤Rissha의 방

DUMMY

*


어떤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서 가장 간편한 방법은 훔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도의적으로 부당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따질 계제가 아니라고 했을 때는 말이다.


그러니까, 정당한 물건의 주인으로부터 다른 이가 물품을 빼앗아갔고, 그것을 돌려주려 하지도 않으며 막강한 사병을 가지고 자신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거나 할 때 말이다.

그 과정에서 강탈자가 주인의 동료와 지인, 친구나 가족을 죽이기까지 했다면 뭐 그 때의 도둑질은 썩 평화롭고 온유한 방법일 것이다.


제냐와 친구들, 로멜리아 일행이 떠올린 것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대여한 물품, 곧 두 종의 제국기 1급 아티팩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칼젝은 작힘 가와 연결이 되어 있는 여러 사람들을 들들 볶아대며 최대한 케내려 했지만 그들조차 중요하고 결정적인 이야기들은 잘 알지 못했다.


운트 작힘은 교묘한 인간이었고, 자신의 아랫사람들을 부리면서 쓸 데 없는 정보를 유출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탁월한 독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행동 중 많은 부분이 계략이었고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계산적으로 해내고 있었으니.


그 계산에 따른 행동이 어떤 선한 의도를 가졌다면 그는 탁월한 위인이었겠지만 자신의 야욕을 위하고 다른 이를 죽이기 위함이었기에 운트 작힘은 대단한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제냐와 친구들은 생각했다.


물건의 보관 장소를 알 수 없어서 훔치지 못한다면, 물건의 위치를 알 수 있게끔 해주는 무언가를 빼앗으면 되지 않은가.


운트 작힘은 자신의 결정적 약점이나 정보를 타인에게 노출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의 수족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선택지들은 한 없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운트 작힘을 훔친다.


사람은 훔친다라고 표현하지 않으니,


납치나 포박이 적당할 것이다.


그들은 세슈칸 령에서 세슈칸의 영주를 납치하기 위한 계획을 천천히 세웠다.


*


"여."


잘 되고 있는가, 라는 의미를 담은 한 음절이었다.


그렇게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드는 호아킨의 모습에 릿샤가 곱게 정리해 둔 붉은 단발을 헝클어뜨리며 눈초리를 매섭게 떴다.


그녀는 그들이 다 함께 묵고 있는 고급 호텔의 한 객실에 있다가 호아킨의 방문을 받은 참이다.


여러 사람이 있었고, 호텔의 숙박비 따위는 각자가 나눠서 부담하고 있다. 주로 로멜리아 가, 그리턴 가, 그리고 릿샤와 호아킨이 내고 있었다. 단순히 그들이 가장 돈이 많았으니까다.

로멜리아는 위세가 약해진 남작 가, 한참을 영락한 집단이었지만 그럼에도 후계자 둘을 모시고 집사장이 떠나온 여행에 재물을 넉넉하게 챙겨 왔다.


어느 도시에서나 여비로는 충분히 쓰고도 한참이 남을만큼 말이다.


릿샤와 호아킨은 플레이 타임 대부분을 이 세슈칸에서 용병으로 보내며 그간 모아둔 막대한 의뢰금이 있었다. 신성이자 신예, 뛰어난 실력의 두 금급 용병이 잘 쓰지도 않고 챙겨둔 돈이 제법 되었다.

기본적으로 하드하고 매니악한 전투직 플레이를 즐기는 둘은 대개의 필요 물품을 현장에서 구한다.


몬스터로부터 드랍하거나, 혹은 질 좋은 소재를 가져와 세슈칸 내의 장인에게 맡겨 가공하는 것이다.

여러 전리품들은 또 막대한 군자금이 되었고, 그들은 가상 점수를 굳이 젠으로 환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풍족한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단순하고 명쾌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수준으로 자유도와 많은 선택지, 갈래를 선사하지만 결국 어느 길을 가던 끝장을 보고 고난을 이겨내는 이에게 세계의 더 많은 경험치를 선물한다.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비련의 시나리오라는 제목이 뜻히는 바는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게 현실에 닿아있기에, 게임은 명작이었다.


릿샤도 퀘스트를 진행하며 현실만치 그 순간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게임에 불과하다, 는 말도 있기는 했지만. 만약 릿샤가 평생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면 고작 취미일 뿐인 그 순간에도 그녀는 나름의 진지함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몰입할 테였다.


그녀는 최근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을 해보았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주제의 연구와 논문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썩 나쁜 페이스는 아니었다. 그대로 시간만 충실하게 투자한다면 적당한 연구 결과와 완성도를 얻을 것 같았다.

모든 실험이 꼭 대단한 발견을 해내야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었고, 때론 수많은 오답 가운데 하나더라도 정확도 있고 완성도 있는 의미있는 오답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논문이었다.


한 분야에서 같이 걸어가는 무수한 여행가들, 곧 분야의 학자들에게 '이 길은 내가 가보았는데 아니었소'라는 친절한 한 마디가 되고, 그런 한 마디나 미지로의 걸음들이 쌓여 결국 새로운 발견에 닿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현실에서의 일은 순조롭다. 게임 내에서의 일은, 조금 고민을 해야 했다. 풀리지 않는 난제라는 건 어디에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분야에서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고 느끼는 수재나 혹은 천재라고 하더라도 어떤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뭐, 그녀가 주력하는 주업에서도 사실은 그러하다. 그녀가 물리학계의 생도이자 학구자로서 천재의 일종이라지만, 결국 할 수 있는 일들의 한계는 그녀 스스로가 가장 잘 이해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얼만큼 잘 이해하느냐, 가 그 분야에서 그 사람의 위치를 결정한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른 이들과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의 솜씨인지 인지하고, 적절한 위치에서 그 능력을 발휘한다면 어딜 가나 환영받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 게임 내에서 릿샤 애드윈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 역시 정해져 있었다.


뭐- 다행히도 깨나 먹힐만한 수준의 능력이기는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다행히 상대는 레벨 수백 대의 괴물같은 NPC군단도 아니고, 다소 빡센 편이기는 했다만 인간적인 수준의 정병들과 해볼만한 정도의 기사단들이었다.

이빨 하나 들어가지 않을만한 체급과의 싸움이라면 전략 수립은 극한의 과정이 되지만, 이 정도라면 릿샤 애드윈의 두뇌는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든지.


"글쎄. 술사는 곧 준비하는 자···라는 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꼭 늘 맞는 말도 아니고. 그냥 서툴고 느린 놈들이 하는 변명처럼도 들린다는 말이지."


릿샤가 말했다. 가느다랗고 고운 목소리다. 영어였고, 이 세계에서는 콘란드 대륙의 언어로 변환된다. 같은 유저이며 영어 사용자인 호아킨에게는 평범한 영어로 들렸고.


"허허. 생각보다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는다고?"


호아킨은 천천히 그녀의 방으로 들어오며 자연스레 물었다. 햇빛이 비치는 밝은 방이다. 커텐은 활짝 열려서 한 쪽에 잘 정돈되어 있었고, 릿샤는 데스크에 앉아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밝고 평화로운 날이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말이다.


그럴수록 그녀로서는 달갑다. 더 화끈한 개전포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음. 그렇지."


털썩. 호아킨은 객실 내 적당한 의자를 하나 끌어다 근처에 앉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 쉬는 폼이 편안해 보인다. 두 인간은 게임에서 만난 처지이지만 제법 친밀하며, 서로에 대해 잘 알았다. 적당한 거리감 말이다. 피차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거리.


릿샤가 말한다. 그녀의 앞에는 온갖 아이템들이 놓여 있었다. 깨나 큰 집무용 데스크의 위에 기계의 부품으로도 보일 법한 종류들이 정리되어 있다. 유기적인 메커니즘을 갖는 물건들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평범히 공학적으로는.

콘란드 대륙에 존재하는 초상력이 연결 고리가 된다면 훌륭한 폭탄이 될 수 있었다. 그녀의 시야는 곧 스킬이 발동하며 아이템들간의 연결 가능성이 시각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빛의 선으로 여러 아이템들이 연결되어 있고 그 선이 교차한다. 그녀 자신이 사용 가능한 다양한 스킬들과 결합된다면 더욱 훌륭할 것이다.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 '초상 공학자의 눈'은 릿샤의 의도에 따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킬에 포함되어 있는 데이터 베이스가 있었고, 릿샤가 다른 스킬이나 게임 내 경험에서 얻어온 초상역학적 지식이 합치되어 그 내부에서 검색과 정리를 해주는 스킬이었다.


릿샤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아티팩트를 벼려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살의 궤적을 미리 일러주고 그 손 끝의 감각을 보정해주는 궁술계의 스킬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티팩트 메이커들은 자기들의 공방과 작업실이 결국 화살을 쥐는 궁수들의 전쟁터와 같은 것이다.


릿샤는 상당한 수준의 워 메이지이며 근접 전투까지 가능한 민첩한 전사였지만, 동시에 아티팩트 메이커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그녀 스스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위한 능력 개발이라,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주기에는 부족할 수 있었다. 온전히 릿샤라는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물건의 장인일 뿐이었다.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신의 기능을 최대화 할 수 있다면 보조 능력을 개발하는 스킬 트리나 육성법도 훌륭한 선택지다. 그만한 경험치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과 집중력, 시간 따위만 받쳐 준다면야.


"아무리 해 봐야··· 30배 정도가 한계야. 그 이상은 힘들고. 작힘 가를 쓸어버리려면 내 최대 의지력 스킬 사용에서 300배 정도는 파괴력이 나와줘야 될 것 같은데."

"허허허···."


호아킨은, 그 거구에 호쾌한 인상의 사내는 1인용의 목제 의자에 제 몸을 두고는 멋쩍게 웃었다. 가끔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녀였다. 로웰 드버같은 특이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녀도 상당한 MP를 보유하고 준수한 의지력을 가진 전문 술사였다.


격투가, 전사로서는 호아킨이 앞서겠지만 술사로서의 완성도는 그녀가 더 높다. NPC라 희귀 아이템 따위를 본격적으로 모으지 못하는 드버에 비해서 실제 능력치도 뒤지지 않거나 더 높은 편이었다.


MP의 양과 그 회복력은 그녀가 신경쓰는 부분이었기에 35,000에 달하고 의지력도 준수하다. 보통 10분의 1 정도를 술사들의 적정 의지력으로 보는데, 그녀는 2,000까지도 한 번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술사였다. 조금 무리를 한다면 그 이상의 단발적 사용이 가능했고, 무리를 해서 거칠어지고 난폭해지는 MP들을 다루는 법에도 익숙했다.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빗나갈 것까지 계산을 해서 사용을 하면 될 일이다. 물론 전투 스타일은 제한되겠지만, 기동력이 그것을 보조한다. 트리플 캐스팅과 말이다.


그녀는 호아킨에 비해서는 모자라지만 비교가 된다는 시점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사이다.

호아킨과 릿샤 둘 다 더블 클래스 이상을 훌륭하게 익힌, 내실이 잘 들어찬 준수한 플레이어들이었다. 단순한 레벨보다 강한 전투력을 가졌다는 말 뜻도 된다. 제냐 역시 그런 편이었고.


퀘스트의 발생은 랜덤이었지만, 어느 정도 플레이어들이 알 수 없는 조건 정도는 있었다. 그건 게임 시스템 내적으로 가려진 데이터의 움직임이라 매니악한 연구 유저들 역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자료들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게임을 관할하는 시스템 AI는 확실한 하나의 가상 인격이었고, 통일된 선택 기준도 있었다. 난수라지만 난수 요소가 들어 있되 몇 개의 선택 조건은 따진다는 말이다.


그런 점을 살폈을 때, 이 마을급의 고유 퀘스트에 참가하게 되는 플레이어들은 레벨 이상의 충실한 전투력을 가진 전투직 플레이어들일 수 있었다. 실제로 모인 자들이 모두 그런 이들이었으니까.


"무섭구먼. 살살 해 줘."


호아킨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는 릿샤만큼 아이템과 스킬을 정비한다고 현장에서 폭발적인 파괴력을 나타내는 류의 병사는 아니었기에 다소 널널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릿샤의 방으로 중간에 찾아온 것이기도 하고.

호아킨의 경우에도 메커니즘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MP를 한 순간에 격발시켜서 큰 폭발력을 얻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들이 있지만 주가 되는 힘의 흐름을 본다면 결국 SP를 다루는 것이 가장 큰 요령이다. 그 다음이 여러 가지 스킬과 아이템의 효과를 응용하는 스킬 스택일 것이다.


강력한 파괴력과 폭발력, 무게 따위를 추가해주는 스킬과 아이템 효과가 있다면 거대화로 범위를 넓히고 무게 증가가 중첩된다면 아주 쓸만할 것이다.


콘란드 대륙이 정말로 현실 세계이고, MP를 원자나 원소처럼 분해하여 인식하고 다룰 수 있다면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에서 스킬 조합과 중첩이 가능할 테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게임이었다.

프로그램을 건드릴 수 있는 디렉터가 아니라면 완제품으로 주어지는, 분해 불가의 커다란 덩어리들을 최대한 재조합해서 쓰는 것이 한계가 된다.


여러 종류의 직군과 스킬 트리 중에서 순수한 술사들은 그나마 가장 실제 초능력자와 비슷한 응용과 결합 분해가 가능할 테이긴 한데, 그것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능할 지는 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유저들은 아직 콘란드 대륙에 존재하는 초상역학과 다양한 스킬론에 대해서 다 파헤치지도 못했다. 이미 정립된 것들을 다 배운 자들조차 없으니, 그 이상의 심오한 이치를 깨닫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사실 그런 현실성 있는 디테일한 경지가 있으리라는 것도 추측에 불과했다.


다른 면에서 극도의 현실감을 추구하는 게임이니, 당연히 초상술과 MP에 대해서도 비슷한 컨텐츠를 준비해놨으리라는 추론에 불과하다.


그들이 누군가한테 말을 전하지는 않지만, 어떤 특수한 유니크나 레전드 스킬에 닿은 플레이어, 혹은 초고레벨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술사 유저들은 은연중에 확신하고 있는 부분들이긴 했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호아킨은 여러 종류의 스킬들을 단번에 사용하는 스택을 준비한다. 그를 위해 몇 종의 아이템과 MP가 필요하다. MP의 막대한 소모를 감당해줄 수 있는 다량의 물약과 회복류 아이템,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전투력을 더해주는 전용 아이템들이 그것이다.

어차피 세슈칸에서 짧은 시일 내에 구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다. 당장 스펙 업을 실현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호아킨은 한 방에 모든 걸 쏟아내고 나서도 전투력을 유지하며 릿샤를 비롯해서 다른 이들을 보조해야 한다. 단박에 모든 의지력 이상을 토해내고 전투력을 상실하면 본말전도였다.

그런 점에서도, 릿샤만큼의 폭발력을 가질 수는 없었다. 애초에 릿샤 애드윈이 조금 특수한 클래스이기는 했다.


"살살은 무슨. 가능한 대로 때려 박아야지. 저거···."


릿샤가 머릿속으로 가늠하며 '저것'이라고 불렀다. 호아킨은 당연히 알아듣지 못하므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회색의 고성, 단단하게 지어진 석조 거성의 외벽이다.

로멜리아 공작가 시기에 축조된 단단한 물건이었고, 오랜 세월 로멜리아 가문이 영락하는 과정과 같이 흘러가듯 예전의 그 초상력도 다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위대한 장인들과 거대했던 부흥기의 흔적이 담긴 건축물은 물리적인 껍데기만으로도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한다.


그것을 지었던 시기의 역사만큼이나, 대공사가 필요할 것이다. 릿샤가 상상하는 철거를 해내려면.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철거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려면 다량의 MP로 대체해야 한다.


"허허허허······."


호아킨은 멋없는 웃음을 지었다.


릿샤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한참이나 더 스킬을 다루었다. 빛의 선으로 나타나는 물건의 설계도를 보고 수정하는 일이나 비슷했다. 그녀가 기계공학도는 아니었지만, 물리학도로서 기초적인 원리와 소양 정도는 있었다. 또 이따금씩 필요에 의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익혀야 할 때도 있고.


나름대로 익숙한 게임이었다. 탁상에 늘어놓은 재료들을 가지고 퍼즐을 맞추는 놀이는.


한참이나 최적 효율과 최대 파괴력을 추구하며 이어지는 가상의 선들을 조작하던 릿샤는 몇 시간이 지난 뒤에 일단의 결론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사이에 호아킨은 다시 자신의 볼 일을 보기 위해 떠났고.


플레이어들은 콘란드 대륙에 사는 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하루의 언젠가는 로그 아웃을 해야 했다. 가용한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그녀 역시 현실로 돌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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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릿샤Rissha의 방 23.08.16 24 3 17쪽
58 57. 사연 23.08.13 33 3 24쪽
57 56. 누군가의 죽음 23.08.13 28 3 13쪽
56 55. 어느 법관의 정의正義 23.08.13 25 3 27쪽
55 54. 돌아가는 길 23.08.13 27 3 14쪽
54 53. Could you join us? 23.08.05 30 4 34쪽
53 52. 그는 그렇게 외치기로 했다. 23.08.04 30 4 35쪽
52 51. 굳세어라 안드레 23.08.04 26 4 19쪽
51 50. "허억." 23.08.04 26 4 20쪽
50 49. 달려가는 소시민들 23.08.02 31 4 25쪽
49 48. 갈색 사슴 기사단의 방어진 23.08.02 27 4 36쪽
48 47. 최태현은 빨랐다. 23.07.31 29 4 25쪽
47 46. 로웰 드버는 결심했다. 23.07.31 34 4 34쪽
46 45. 석별惜別 23.07.30 36 4 25쪽
45 44. 결정의 주체 +3 23.07.29 36 4 45쪽
44 43. 그리턴 자작가에서 그간 23.07.29 30 4 25쪽
43 42. 호아킨 팍스Joaquin Pax 23.07.25 29 3 29쪽
42 41. 사촌 형제 23.07.24 30 3 18쪽
41 40. 로키 캐슬 23.07.24 28 3 20쪽
40 39. 운트Unt의 의뢰 23.07.23 27 3 30쪽
39 38. 그리턴, 갈색 사슴 23.07.23 34 3 29쪽
38 37. 등산 23.07.23 26 3 31쪽
37 36. 트레이닝Training 23.07.23 26 3 32쪽
36 35. 제이미 숄더 23.07.20 28 3 51쪽
35 34. 전진하는 요새 23.07.19 36 3 32쪽
34 33. 강도단 23.07.19 31 3 31쪽
33 32. 붉은 다리 협곡 23.07.19 29 3 34쪽
32 31. 협곡 진입 23.07.15 32 3 31쪽
31 30. 마차 안 23.07.14 37 4 30쪽
30 29. 돌아가는 23.07.13 35 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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