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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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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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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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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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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42. 호아킨 팍스Joaquin Pax

DUMMY

*


“하악.”


소년은 아니었으나 숨을 고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거한, 구릿빛 피부, 몸매를 다 드러낸 헐거운 상체 차림새. 몇 종의 레더 아머만 맨살에 걸치고 있는 사내의 몸에는 지난 날의 기억을 증명하는 상흔들이 새겨져 있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있을까 싶은 거칠고 커다란 흉터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누구보다도 게임을 터프하게 했다는 뜻도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현실에서 흉터 등이 있는 이들은 비련의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만들 때 본인이 지울 수 있었다. 일부러, 현실의 그것을 가져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에서 상처가 생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HP가 전체의 20%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1%이상 단위로 깎이는 중상을 입을 때 보통 남았고, 그것 역시 게임 내의 치료술로 지울 수 있었다.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누구보다도 게임 오버에 가깝도록 거친 플레이를 하고서, 상처도 지우지 않은 그는 눈에 제법 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NPC인가, 하는 시선들도 종종 있었다.


말 수가 많은 사내는 아니었던 그는 호아킨 팍스였다.


호아킨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이어진 긴 여정의 마지막에 닿는 와중이다.


세슈칸 시에서 두 발로 출발한 그는 그의 파티 멤버, 릿샤Rissha와 함께 등산 중이다.


나름의 이동기를 보유했으므로, 그보다 이동이 느린 릿샤를 등에 태우고 달린 여정이었다. 강대한 근접 전사 클래스, 워리어Warrior임과 동시에 변신술사로서의 능력을 가진 그는 다른 이들보다 달리기가 훨씬 빠른 편이다.


네 발을 한 짐승의 형태로 탈바꿈한 뒤 달리는 건 더욱이 훨씬 빨랐고.


중수 중에서도 나름대로 중견이라 할만한 그와 릿샤는 파티원이었다.


세슈칸 시를 스타팅 포인트로 삼아 나름의 세월 동안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를 탐험하고 떠돌았고, 알만한 정보들을 어지간히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도 ‘유일’급의 퀘스트는 처음이었다.


차곡히 쌓아오던 명예 점수가 빛을 발한 것인지, 길드장의 부름에 따라 받게 된 퀘스트를 일단 그는 수락했다.

그의 성향 수치에 영향이 갈만한 일인가 고민하기도 했으나, 대강 귀족들간의 분쟁 정도로 이해했고, 어느 쪽이던 공과 과가 있으며 의뢰인의 불과한 그가 대단한 도덕적 책임을 뒤집어 쓸 것 같지 않아서였다.

무엇보다 퀘스트가 수월해보이는 것도 한 몫을 했고.


정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일이 조금 어려워졌으리라. 얼마 되지도 않은 몰락한 남작 가의 일원으로 세슈칸의 영주와 맞서야 한다면.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여태까지 얻지 못했던 희귀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계산으로 릿샤를 불러 함께 하고 있다.


또 머리로 탁상공론을 해봐야 그다지 대단찮은 결과가 나오지도 않으니, 일단 실제 상황에 부딪혀보자는 것도 한 켠에 품은 생각이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게임이었고, 그는 이곳에서 현실보다 조금 더 널럴한 자세로 여러가지 것들을 계산하고 행동할 수 있다.


과도한 책임감과 프레셔에 지친 그로서 비련의 시나리오라는 가상 세계는 제법 쓸만한 속풀이 도구였다.


정신병력까지는 아니지만 전장을 경험했던 그는 이따금씩 악몽을 꾸긴 한다.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무언가는 아니었고, 그는 건실하며 성실한 태도로 업무를 볼 수 있을만치 되었으며 또 행정 사무 처리에도 능숙했기에 지금의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체대에서 몸을 쓰는 일을 전공으로 했지만, 동시에 체육 교육과 행정도 배웠으며, 군인이 된 이후에 행정병으로 근무한 시기도 있었다.


머리를 쓰는 일과 몸을 쓰는 일 두 쪽 다 떨어지지는 않는다.


둘 중에 지금 어느 것을 선호하냐고 묻는다면, 몸을 쓰는 일이기는 하다.


이곳은 현실도 아니었고, 조금 더 실수를 해도 좋은 공간이었으니.


비련의 시나리오 속에서 몸을 쓰는 일이 정말로 몸을 쓰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기는 하다만 어쨌든.

그는 그 감각에 익숙했고, 또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에 처음 접속해서 여러가지 경험들을 하고, 전투와 사냥 컨텐츠에 이끌리면서 남들보다 더 수월하게 여러가지 스킬들을 얻었다.

그가 이미 체득해서 알고 있는 다양한 운동의 요령들은 이곳에서도 적용이 되었고, 물리 법칙 내에서 적용되는 지혜들은 남들보다 더 양질의 경험을 하게끔 캐릭터를 이끌었으며 그건 더 쉽게 고급 스킬을 익히는 방법이었다.


완숙한 전사 플레이어가 된 그도 스테미나는 있다.


변신 스킬을 사용해서 먼 거리를 주욱 달려왔으니, 지칠만도 하고.


거기다 지금 그의 익숙한 사냥터인 데슈칸 산맥을 향해 오르고 있는 길은, 늘 지나는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길도 없는 험지를 통한 길이었다.


‘산책로’는 산지기 가문의 소유였다.


넓고 또 평탄하게 다져진 산악로는 이 중세, 전근대 시대의 세계상을 가진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산지기 가문이 오랜 세월 만들고 관리하고 있는 길이었고, 그 길목에는 초상 스킬이 담긴 아티팩트가 숨겨져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위치를 발견한 곳도 있었고, 아티팩트의 모양까지 확인한 자리도 있었다. 그것이 전부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나, 어쩄든 산지기 가문은 로키 산의 산책로를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다.


로키 산을 향해 오르는 이들의 행태를 파악하고, 개중에서 불온한 의도를 가진 자들을 걸러내기 위함이다.


로키 산의 꼭대기 봉우리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산악 요새와 그 뒤로 이어지는 도시와 마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현실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아마 현대 지구에도 고원 지대에 지어진 도시나 마을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력의 차이로 전혀 다른 풍광을 지닐 것이다.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낙후된 기술과 시설로 이루어진 중세 시대 풍의 산악 도시는 구경하고 있으면 신비로움마저 자아내곤 한다.


실제의 그것이 아니라 게임 상의 이야기임을 알지만 워낙 현실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 어쩔 수 없다.


지구에도 옛 문명의 유적지 중에서 고원 지대에 세워진 도시들이 있기는 했었는데······.


그는 가본 바가 없었다.


유적지를 시간내어 탐험하는 것은 그의 실제 취미 중에는 없는 일이었고, 그 시간에 운동이라도 하는 것을 차라리 좋아한다.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산을 찾던가. 유적지는 책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멀리하며 살아왔기에 시나리오 온라인에서 눈으로 보듯한 감각을 느끼는 것이 생경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고.


“······후, 하.”


그의 곁에서 부지런히 걸어 올라가고 있는 릿샤 역시 숨을 토해냈다. 그녀도 물리 계열 스텟이 낮은 편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낮은 수준의 레인저Ranger 클래스에 술사 클래스를 섞은 부류였다.


스스로 기동력을 가지면서 원거리에서 초상 스킬을 뿌려대는 강력한 데미지 딜러Damege dealer였고, 레벨은 그와 비슷했다.


73으로, 그보다 레벨이 높으나 스텟은 조금 떨어졌다. 정신 계열 스텟은 그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었으나 물리 스텟이 그보다는 많이 낮다.


플레이어들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3대 요소인 스텟Stat(us), 스킬, 아이템 중에서 한 가지를 얘기한 것 뿐이니 릿샤가 그보다 약하다는 뜻이 될 수는 없었다.


파티원끼리 싸우게 된다면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인가에 대해선 당연히 고민해본 적은 있다.


릿샤는 그와 같은 미국인이었고, 그와 같이 있을 때 지나치게 작아 보이지만 20대 중반의 대학원생이었다.

물리 계열의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고, 그녀가 거치고 있는 교육 과정에 비해서 천재적인 면이 있는 여자였는데, 그런 뛰어난 머리가 가끔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초상 스킬을 사용하는 공식과 형식들은 수 셈에 빠른 인간들이 탁월한 면이 있었다. 감각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릿샤는 분명 까다로운 초상술사였으며, 잡기 어려운 상대가 되겠지만 호아킨 역시 만만한 수준의 플레이어는 아니었으므로 아마 그가 이길 것이다.


열 번을 같이 겨루면 그가 대부분 이기겠지만, 전부 치명상에 준하는 상처를 입을 것이며 한 두 번은 릿샤를 잡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게임 오버를 당하겠지.


팀원의 능력을 잘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협력을 할 때,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를 가늠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였으니까 말이다. 내 동료의 정보라는 건.


“얼마 안 남았어, 릿샤.”

“거짓말 하지 마. 빤히 같이 맵 찍어서 보고 있는데.”

“가끔 선의의 거짓말은 사람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호아킨이 말했고, 릿샤가 받았다. 릿샤 애드윈. 붉은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걷고 있는 레인저 복장의 여성이었다.


별다른 염료를 사용하지 않았고, 평범하게 갈색이니 검은 색이니, 잿빛이니 하는 빛깔로 이루어진 무구나 복식들이다.

내부에 입은 긴 천옷은 제 머리를 닮은 붉은 색이 섞여 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귀걸이도 같이 흔들린다. 붉은 색의 루비처럼도 보이는 굵은 알의 보석을 금줄로 늘어뜨렸다.


복색 여기저기에 가려져 가끔씩 드러나는 보석류의 장신구들이 여러 종이었다. 레인저처럼 보이지만, 물리 계열의 소도구와 무기들은 그녀의 주특기가 아니다. 장신구 형태의 다양한 아이템에서 뽑아내는 추가 MP를 이용해 다량의 마법을 난발하는 것이 그녀가 싸우는 방식이었다.


정신력 스텟 위주로 올리고, 스킬을 먹은 상태였고, 다시 말하면 육체적으로는 조금 수준이 떨어졌다.

그렇다 해도 레벨이 레벨이니만큼 물리 계열 스텟도 30은 다 넘었다. 초인적인 수준의 체력이었지만, 그녀는 오래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개인의 취향 문제도 있다.


비련의 시나리오엔 ‘숨통’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거의 현실적인 육체를 구현해낸 물리 세계에서의 게임이었고,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인간들은 충분한 근능력이 있어도 몸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의 스트레칭이나 예비 운동이 필요하게 된다.


릿샤는 싸울 때 외에는 그다지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지금 이 험악한 등산이 그녀의 예비 운동인 셈이다. 스테미너 데이터가 요동치며 자극이 왔다.

데슈칸 산맥의 험지를 등반하며 그녀는 지루함 따위를 느꼈다. 자연 경관에 경탄을 하는 취미는,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시간에 개인 공부나 연구에 몰두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고.


어느 분야의 종사자라도 결국 극의를 향해 걷다 보면 자연 세계에 대한 경탄으로 돌아서게 되는 편이지만, 릿샤는 세세한 감각과 아름다운 조형에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감수성이 부족한 걸 수도 있고, 마음 어디가 조금 굳은 걸 수도 있다. 그녀의 성격은 복잡하다.


예민하며 머리 좋은 그녀에게 호아킨은 좋은 파트너였다. 이성적인 감정은 터럭만치도 없었지만, 자기보다 몇 살은 나이가 많고 또 아저씨로 보이는 라틴계 미국인은 그녀가 느끼기에,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그런 삶의 태도나 성격은 배워야 할 부류이리라.


“···나는 그런 말을 살면서 여러 번 들어왔지만, 늘 진짜일까, 하고 고민하게 돼.”


릿샤가 원시림의 거대한 나무 둘레를 지나며 말했다. 그에 한 발 앞서가던 호아킨이 답했다.


“고민하지 마. 길이 있으면 그냥 걷는 거고, 가다 보면 목적지에 닿겠지. 어차피 시간이 상대적인 거라면 다 왔다고 생각하면서 걷는 게 좋은 거 아니겠어.”

“······상당히 어려운 말인데?”

“쉬운 말이야, 릿샤.”


릿샤는 그의 말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한 고찰을 떠올렸다. 호아킨은 핀잔을 주듯 말한다.

릿샤는 더욱 어려운 주제로 들어갔다.


“시간이 정말 상대적이라고 생각해?”

“······.”


호아킨은 대화를 단절했다.


대화의 단절.


깔끔한 개무시에 릿샤는 스릉, 하고 허벅지 춤에 감춰두었던 날리기 용 단검을 빼들려 했다.

칼집을 벗어나는 서슬퍼런 소리가 나자 호아킨이 입을 열었다.


“아인슈타인은 난제를 던져놓고 죽었지. 이 시대의 학자들도 결국 상대성 이론이 말하듯 ‘세상’은 ‘잘 모르겠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멋있게 풀어 말하기 경쟁을 하고 있고.”

“호오.”


대답은 아니었지만 쓸만한 주제였다. 릿샤는 지루한 등산이 조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타임머신은, 발견될 수 있을까.”


커다란 바위 하나를 팔로 집고 제 몸을 받치며 훌쩍 뛰어넘는다. 소녀같은 체형의 릿샤가 힘겨운 자세로 등산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뛰느라 호흡이 끊어져 문장이 분절되었다.


호아킨은 거구이지만 날렵했다. 근력과 순발력을 골고루 찍은 안정된 전사의 모습이었다. 강한 근력을 가지지만 순발력이 낮은 이들은 자세를 민첩하게 바꾸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디테일한 방향 변화에도 난점을 보였다.


“발견인 거야?”


호아킨이 물었다.

릿샤가 뚱한 투로 답했다.


“그럼 발견이지. 세상 모든 건 따져 보면 발‘견’이야. 누가 조물주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 수 있겠어. 남들보다 몇 발자국 앞서서 발견한 천재들이 멋대로 발명이라고 할 뿐이지. 범재들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

“흐음. 우리같은 범재들은 결국 발명이란 용어를 써주는 편이 역사 공부를 하기 편하긴 한데.”

“그런 점도 있을 거고.”


릿샤는 호아킨이 범재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똑똑했다. 충분히. 명민하고 사려 깊은 남성이다. 게임 중이라 할 지라도 굳이 말을 터가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 취향이 맞고, 또 생각을 나눌만치 말이 통하기 때문이다.

릿샤는 자신의 머리를 객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었기에 자연스런 사실로 납득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자기자랑이었다.


“웃샤.”

“불렀어?”

“농담이 느는데.”


호아킨이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 넘으며 군소리를 내는데, 기합 소리가 이름과 닮아 릿샤가 헛소리를 했다.


"호호호호.“

”소름 돋으니까 그렇게 웃지 마.“

”날 처음 보는 사람은 이렇게 안 웃는 걸 더 이상해 할 걸.“

”우린 오래 봤고 말야.“


스릉, 하고 그녀가 다시 암기를 꺼내려 했다. 호아킨은 의연하게 대처했다.


”찔러라, 죽여. 맘대로 해라.“

”호오··· 팍스 경. 생각보다 의연한 걸.“

”너처럼 감정기복이 심한 애랑 다니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휙, 하고 그녀가 암기를 날렸고 호아킨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 간의 장난스런 대화 속의 정답이었고 말이다. 애초에 엉뚱한 곳을 노린 묵빛의 수제 단검이 걸어가던 호아킨의 옆을 지나쳐 멀리 나무에 찍혔다.


”하악.“


호아킨 팍스는 일부러 숨소리를 내며 등산을 했다.


공기가 맑다.


귀 옆으로 뭐가 날아갔던 것 같지만 신경쓰지 말자. 경치가 좋다. 데슈칸의 초입인 로키 산은 그들에게 적정 레벨에서 조금 아래인 사냥터였다. 애초에 색적-숲 스킬을 쓰고 있었으므로 어지간한 맹수나 괴물들은 피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지금 만남의 장소로 가고 있는 길이었다.


로키 산의 산지기 가문, 그리턴 가의 산중성채는 유명한 오브젝트였다. 거무튀튀한 색깔의 성채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주었고, 산슈카의 고대로부터 이어진 명문 귀족가의 위엄을 나타내는 듯했다.


플레이어들은 NPC에게 호의적이다.

수비적인 의미에서 그렇다.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한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인 고로, 어떤 선택지도 택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자신이 감당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서비스 기간이 수 년 지난 지금까지도 플레이어들은 NPC들의 세력에 비해 한참 부족했다.

최상위권의 강자들과 비교하자면 따라잡지도 못했고, 어마어마한 수의 전사들이 대륙 위를 유랑하며 플레이하고 있지만 NPC들의 그것처럼 조직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별개의 뛰어난 전투능력자들은 집단을 만나면 결국 잡아 먹힐 뿐이었다. 공고한 사회망을 구축하고 조직을 만들어낸 오랜 역사의 NPC들에게 일부러 시비를 건다거나, 먼저 공격적으로 나가는 이들은 아주 적었다.


아주아주, 특별한 플레이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은 간혹 미친 짓거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런 점에서 산중성채는 그 자체로 상당히 굳건해 보였고, 그 건축물을 함부로 넘으려고 시도하는 세슈칸 시의 유저들은 많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임에도 덤벼 드는 이들이 소수 있었다는 게 늘 플레이어들의 놀라운 실험 정신이다.


물론 유저들 중 최상위권의 강자들, 혹은 레벨이 100이 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난 고수들은 가능한 일이겠지만 뒤탈이 날 것을 생각해 일부러 하지는 않았다.

중수 정도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고 가장 흔한 세슈칸 시의 유저들은 더욱이 성채의 성벽을 함부로 넘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러나 지금은 유일 급의 퀘스트로 인한 상황이다. 자세한 사연은 가리는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세슈칸의 대영주가 보장하는 일이었고 영락한 귀족가의 소규모 인원을 상대하면 될 뿐인 일이다.


성벽을 넘어서 그 내부의 인원을 암살한다거나 하는 건 정말 최후의 수단이었고, 그마저도 작힘 백작 측에서 준비한 인력이 도울 것이다.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다음 상황은 산 봉우리 근처에서 백작이 고용한 다른 암살자들과 조우해 바깥으로 임무 대상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을 치르는 것이었고.


세슈칸은 대도시였고, 플레이어들도 그곳의 영주가 온전하게 거대한 도시를 무소불위로 휘두르며 다스리지는 않는다는 걸 안다.

어마어마한 수의 유저들이 있는 곳이며, 여러 곳에서 오는 외국인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지나가는 곳이 세슈칸이었다. 중부 대륙의 자유 연맹 내에 속한 나라들의 여행자는 중부의 중심지인 산슈카를 자주 방문하기 일쑤였고, 개중에서도 적당한 건널목 위치에 자리한 세슈칸은 좋은 교역지이자 쉼터였다.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면 그만큼 여행 산업이 활발해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억 단위의 유저들이 대개 선택하는 모험가나 용병이라는 직업이 대륙 여러 나라들의 생활상과 문화, 경제 구조를 바꾸었다.


외부자들이 무수한 세슈칸은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도시가 되었고, 대영주 혼자에게 전권을 위임하지 않고 늘 중앙의 병력이나 관리자가 나와서 일을 돕는다고 알고 있다.

세슈칸에서 머무르며 플레이를 깨나 했다는 유저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며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트 작힘 백작은 상당한 영주로, 세슈칸 실권의 반 정도만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단한 권력자였다.

거기다가 알려진 바로는 스스로가 상당한 수준의 기력술 사용자에 근접 전사 클래스라고 한다.

양질의 사병을 거느리고 있었고, 여기저기 암흑가에 마수를 뻗친 인간이라 플레이어들은 어지간해선 얽히려고 하지 않는다.


호아킨 역시 딱 그 정도의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찌저찌하다 운트와 얽혀 버렸다.

영 바르기만 한 성향의 NPC는 아니기에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퀘스트일 뿐이었고, 명분이 중요했다.

길드 마스터는 적당한 구실로 누군가를 구워 삶아서 운트의 의뢰를 처리해야 했고, 금급에 명예 점수도 높으며 길드에 대한 공헌도 많은 그가 떠안듯이 맡게 된 일감인 것이다.


로멜리아 가의 의뢰 대상들이 ‘선’ 성향의 캐릭터들인지, 운트의 성향 설정 중 ‘악, 혼돈’이 발동해서 잔악한 짓을 하는 건지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지.

그 정도라면 호아킨에게 주어지는 패널티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또 의뢰가 무조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보는 것도 아니었고.

어쨌든 퀘스트 상황을 이어나가고, 유일 단계의 퀘스트에 깊이 관여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기회로의 파생이 있을 테다.


호아킨은 마침 게임 플레이의 목적성이나 흥미가 서서히 반감되기 시작할 무렵 일어난 상황에 기꺼워했고, 의뢰 내용 상 법적 제재를 크게 받을 일이 없을 듯하자 릿샤 역시 불러서 함께 수행중인 상황이다.


릿샤는 게임 내에서 선, 악 성향 수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히피 같은 마인드의 플레이 스타일이었고, 복잡한 것, 정치적 알력 관계, 게임 내 사회에서 부과하는 도덕적 의무나 책임들을 크게 신경쓰면서 플레이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흥미 본위에 따라 이것저것을 경험하고 탐구하듯 여가를 즐기고 있었지.


고단한 대학원 생활 중에 게임을 할 새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생각보다 그녀는 학업적 진취가 빠른 편인 모양이었다. 경제 사정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녀 나름대로도, 은둔자 같은 생활을 하는 와중에 잠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호아킨보다도 오래 플레이를 했고, 일 년 반 정도만에 그 정도 레벨에 다다른 참이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89년 1월에 세상에 오픈 베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제냐가 시작한 시점이 90년 5월 경이었고, 지금은 8월 2일이었다. 초기에 공개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수의 접속자들이 모였고, 폭발적인 초기 가입자들을 ‘스타터’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살아 남은 이들이 많은 스타터들에 비해서, 깨나 느린 시점에 호아킨은 게임을 시작했다. 작년 9월 즈음이 그가 아이디를 만든 날이었으니.

릿샤도 스타터들에 비하면 늦었으나 호아킨 보다는 몇 달 빨리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89년 3월 4일. 그녀가 게임을 시작한 때다.


얼마 지나지 않는 시간만에 플레이어들은 미친듯이 경험치를 쌓아갔고, 이 게임에 깊숙히 빠져서 매달리는 자들은 전업이 이것이라도 되는 양 굴면서 최고위권을 형성했다.


레벨은 당연히 위로 올라갈수록 하나하나 높이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며, 더 기이한 수준의 묘기를 부리며 다양한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최상위권으로 가기 힘들다. 호아킨과 릿샤는 적당한 수준의 레벨링 페이스였다.

그들과 비슷한 기간 플레이를 했으면서 레벨이 100, 200을 넘어가는 자들은 게임 속에서의 운에 더해 현실의 생활을 게임을 위해서 조정하는 수준의 투자를 한 자들이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통용 화폐의 현금 거래를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무형적인 게임 내의 가치를 현실에서 팔아 돈을 버는 일은 가능했고, 공략집이나 플레이 영상 따위는 얼마든지 유용해서 돈을 벌 수 있었다.


게임은 하나의 놀이였고, 한 가지 스포츠를 공유하는 집단의 파이가 커질수록 게임 내 정보의 가치 역시 올라간다.

고레벨 플레이어의 플레이 영상은 그것만으로도 희귀한 구경거리였고, 어떤 영화 산업의 기술보다도 한 발 앞서는 비련의 시나리오 속 다양한 모습들은 그대로 하위의 창작물로 변환되어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소비되었다.


질좋은 컨텐츠, 작품이 유명세를 얻으면 그 팬픽 따위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듯, 비련의 시나리오를 소재로 한 여러가지 2차적 창작물들은 이미 한 장르를 형성할 지경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물리 엔진과 광활한 게임 맵, 그리고 자유롭게 이동과 조작이 가능한 캐릭터의 시야나 혹은 3인칭 전경의 영상은 마음대로 녹화해서 변형이 가능했고, 그건 간편한 영화 제작 툴이나 거의 다름이 없었다.


만일 시나리오 온라인 내에서 운영자 캐릭터 따위가 있어서 게임적 작법과 룰의 제약 없이 모든 행위가 가능하다면 더욱 편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겠지만, 레벨과 능력에 따라 약간의 제약이 있기는 했다.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는 고도의 AI NPC들은 무료로 섭외 가능한 배우들이었고 말이다.


영상을 위해서 기이한 플레이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창작물이 그러하듯 지나치게 반인륜적인 정서의 작품을 의도하고 만들어낸다면 제재가 가해지기는 했다.

게임 내에서도 ‘악, 혼돈’ 성향의 행위는 패널티를 먹게 되고, 현실에서도 그러한 창작물을 유통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영상이 지워지고 지나치게 반복될 시 게임 이용이 제한될 수도 있었다.


“후우우우······.”


호아킨이 깊은 숨을 토해냈다.


걷는 와중에 호흡을 쓰던 것과 달리, 목적지에 도달해 깊이 들이쉬고 내쉬는 여유로운 한 숨이었다.


“아이고.”


릿샤는 영어로 말했지만, 한국인이 듣는다면 그렇게 번역될 것이다.


그녀 역시 호아킨의 곁에 섰다.


멀지 않게 성채가 보이는 자리였다. 로키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와 비슷한 고도의 한 분지다. 성채 내부, 산악 도시를 볼 수는 없었지만 성벽의 측면부터 출입로까지 살필 수 있었다.


솜씨 좋은 초상술사가 풍부한 지원을 받는다면 이 자리에서 산악 도시 내부를 탐색하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른다.

운트 백작의 의뢰로 그들이 이끌린 곳은 그 산 위의 공터였고, 만나기로 한 이들은 아마 대개 NPC일 것이다.

그들 말고도 플레이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산슈카의 로멜리아 남작가 일원들을 노리는 암살자들의 파티였다.


공터에는 릿샤와 호아킨이 가장 먼저 도착한 듯 싶었다.


한낮이었고, 호아킨이 있는 미국 동부의 현실 시간과는 8시간 정도 시차가 있었다. 중부 대륙, 산슈카 지방은 말이다. 이른 아침. 오늘은 근무가 없는 날이었다. 하루를 푹 쉬고 다음날 출근이다. 휴일의 휴식은 달지만 아침부터 이러고 있다.

아마 게임을 끝내고, 잠깐 눈을 붙이며 부족한 잠을 청한 뒤 운동을 하며 보낼 것 같았다. 릿샤가 있는 미국 서부와는 거의 반나절의 차이였다. 그녀의 시간으로는 새벽이었으나, 주로 새벽에 깨어서 아침 나절에 일어나고 일과를 시작하는 그녀에겐 이 때가 딱 좋은 여가 시간이다.


논문 준비, 연구, 수업과 개인 공부 등을 하면서 스케쥴이 나름대로 자유로웠다. 자유롭다는 의미는, 그녀가 24시간 그 이상의 성과를 개인적 분야에서 내고 있다는 뜻이었고, 혹독하게 몸을 굴려가며 학문 수양에 정진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본업에서의 성취가 부족했다면 자유로운 여가 시간이고 뭐고 생각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호아킨은 저녁 무렵 퇴근을 하고 잠을 청하기 전까지 게임을 하거나, 혹은 일찍 일과를 마치고 잔 뒤 새벽녘에 일어나 비련의 시나리오를 플레이했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었으나, 이처럼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유일급 퀘스트를 먹었다면 당분간은 자주 들어와 체크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전용 소프트 웨어가 구동 가능한 사양의 시뮬레이터가 있어야 했는데, 여타 단말기를 이용해서 현실에서도 게임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었다.


위급 상황을 파악한다고 뭐 늘 접속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일단 알 수는 있다.


“뭐······ 한참 기다려야 하려나?”


분지, 혹은 고원이라 불러야 할 자리에서 그들은 전경을 살피면서 있었다. 그들 말고는 인기척이 없다. 릿샤의 말에 호아킨은 하늘을 빤히 바라보고, 흑색의 성채를 잠시 노려보다가 적당한 자리를 찾아 벌러덩 누웠다.


풀썩, 풀밭에 누운 그를 보며 릿샤가 말한다.


“오, 침대가 생겼구만.”

“그런 농담은 하지 말게, 릿샤 양.”

“······.”


정색을 하고 거리를 두는 말에 릿샤는 상처 입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조금의 동정심도 일지 않는 연기에 호아킨은 누운 채로 하늘을 처다봤다.

센트럴 파크의 공원 한 자리에 누워 있는 것처럼.


하늘이 맑다. 구름이 조금 떠간다. 새들이 지나 다닌다. 새······ 같아 보이는데 아닌 것도 같다. 가만 보면 다른 새랑 크기가 많이 이상하게 다르다.

콘란드 대륙엔 집채만한 괴조가 떠가고 있어도 그리 기이한 일은 아니다.

저렇게 보던 놈이 갑자기 땅으로 내려와서 자신을 채간다면 문제가 되지만.

가끔 보는 ‘신기하게 게임 오버 당한’ 순위 따위가 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에 관한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일이다.


정말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어느 괴조에게 물려가서 내던져진 사례도 있었다.

유저들은 격하게 게임 사에 저항을 하고 항의를 했지만, 서비스가 시작되고 1년 정도 기간 동안 많이 수그러들었다.

배째라는 식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운영진의 태도에 변함이 없으리라는 것을 안 탓이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 RPG임과 동시에 서바이벌 게임이다.


누가 과연 이 거대한 시나리오의 마지막 씬에 서 있을 것인가. 다들 그런 기대를 하면서, 플레이를 하고 또 플레이어들을 구경한다.


호아킨은 그런 주인공이 될 욕심까지는 없었지만, 아무튼 집 구석에서 시뮬레이터만 켜고도 이런 감각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가상의 것이었지만, 그로 인해 활성화되는 체내 호르몬 따위는 사실적인 일이다.

실제로 비련의 시나리오에서 플레이를 하며 햇빛을 쬐었다고 느꼈을 때, 실내에만 있던 사람이 유사한 반응을 보인 연구 결과가 있었다. 뇌와 신경계의 작용이라는 건 21세기의 끝자락에서도 아직도 과학계의 미지이며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은 탐험지였다.


“······킁.”


릿샤는 멋쩍게 코를 먹으면서 근처에 자리를 잡고, 발라당 누워 같이 하늘을 구경했다.


시덥잖은 농담에 반응하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마음이 맞는 친구의 좋은 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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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새벽입니다.

이 시간엔 자야죠.

으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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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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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8. 릿샤Rissha의 방 23.08.16 23 3 17쪽
58 57. 사연 23.08.13 32 3 24쪽
57 56. 누군가의 죽음 23.08.13 27 3 13쪽
56 55. 어느 법관의 정의正義 23.08.13 25 3 27쪽
55 54. 돌아가는 길 23.08.13 26 3 14쪽
54 53. Could you join us? 23.08.05 29 4 34쪽
53 52. 그는 그렇게 외치기로 했다. 23.08.04 29 4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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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결정의 주체 +3 23.07.29 35 4 45쪽
44 43. 그리턴 자작가에서 그간 23.07.29 29 4 25쪽
» 42. 호아킨 팍스Joaquin Pax 23.07.25 29 3 29쪽
42 41. 사촌 형제 23.07.24 29 3 18쪽
41 40. 로키 캐슬 23.07.24 28 3 20쪽
40 39. 운트Unt의 의뢰 23.07.23 27 3 30쪽
39 38. 그리턴, 갈색 사슴 23.07.23 33 3 29쪽
38 37. 등산 23.07.23 25 3 31쪽
37 36. 트레이닝Training 23.07.23 26 3 32쪽
36 35. 제이미 숄더 23.07.20 27 3 51쪽
35 34. 전진하는 요새 23.07.19 33 3 32쪽
34 33. 강도단 23.07.19 30 3 31쪽
33 32. 붉은 다리 협곡 23.07.19 29 3 34쪽
32 31. 협곡 진입 23.07.15 31 3 31쪽
31 30. 마차 안 23.07.14 36 4 30쪽
30 29. 돌아가는 23.07.13 34 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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