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30 02:56
연재수 :
358 회
조회수 :
9,027
추천수 :
771
글자수 :
3,405,694

작성
23.07.23 03:54
조회
32
추천
3
글자
29쪽

38. 그리턴, 갈색 사슴

DUMMY

“어서 오게!”


굉장한 환대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주 반긴다고 느껴진다. 작힘 가의 태도를 느꼈기에 그럴 테다. 아티팩트로 직접적인 얽힘이 있던 곳은 아니라 그들을 내칠 대단한 유인은 없겠지만, 반대로 환대를 해줄만한 이유도 별로 없다.

로멜리아 가家는 영락했으며 내어줄 것도 별로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히 웃는 백발 성성한 중년 사내는 그들을 맞이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턴 가의 산중 성채의 위용은 대단했고, 산봉우리 위쪽에 암석과 목재를 적절히 이용해 지어낸 거대한 성채 내부로 들어오기까지 별다른 거절감도 난관도 없었다.


그들이 타고 온 마차와 가문의 인장을 보자 그리턴 가의 문지기가 곧바로 성문을 개방했고, 수월하게 다그닥거리며 마차를 마저 끌어 성채 내부, 본관에 들어선 것이 금방의 일이다.


건물 내부에 들어선 이들을 선 채로 막 반긴 것이 희끗한 수염과 눈썹을 가진, 적안을 빛내는 주름진 백인 사내였고 말이다.

고급스런 천옷, 자수가 화려하게 들어간 것을 늘어뜨려 입고 있는 귀족이었으며 풍채가 좋았다. 성채 내부에서 깨나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들어선 본관의 홀은 자리가 아주 넓었고, 까마득한 천장에 샹들리에마저 있다. 석재로 지어진 건물의 바닥 질감은 딱딱했고, 내부 인테리어는 어두운 톤이었다. 실용적인 느낌이었다.


중년 사내가 두 팔을 벌렸고, 그 곁에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홀에는 두 부부같은 귀족말고도 병사와 가신들이 시립해 있었다. 홀의 가장자리에 레더 아머를 규격화해서 맞춰 입은 정병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약 2, 30여 명 정도. 몇 명의 신하들이 중년 사내와 부인 뒤쪽으로 공손하게 서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이샨 그리턴, 그들을 반긴 것은 그리턴 가의 가주이자 로키 산의 산지기인 그리턴 자작이었다.


산슈카의 왕가인 ‘사슈나’ 가문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의 집안이나 마찬가지였다. 왕위를 둘러싼 오랜 이야기가 반복되다 보면, 개중에 어느 한 형제 정도는 자신의 성을 바꾸어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 사연 정도는 생기게 마련이었다.


산슈카의 고가古家를 말하면 보통 네 가문을 댄다. 로멜리아, 사슈나, 그리턴, 알사드.


산슈카 왕국의 제국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까마득한 집단들이다. 중부 대륙의 고국인 산슈카의 역사가 태동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곳도 있었고.


선이 굵고 산사람철머 생긴 하이샨 그리턴 자작은 부드럽게 눈을 휘게 웃어대며 두 아가씨를 반긴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턴 공.”

“감사드립니다.”


아드리안은 어리고 멋모르지만, 적당히 중요한 때와 장소에 헤슈나의 행동을 따라하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앞장서서 인사를 받는 헤슈나의 곁, 그 로브자락을 고사리같은 손으로 움켜쥐며 끝말을 따라했다.


하이샨 그리턴은 푸근하게 웃었다. 그는 오랜 친구였다, 자힌 로멜리아 남작의 말이다.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백발은 그의 특징이었다. 심적인 고생이 심했던 것인지, 일찍 새버린 터럭들이다.

그 곁에 단아하게 웃는 미모의 중년 여성이 있었다. 마샨 그리턴 자작 부인. 그리턴 가의 안주인이었다. 본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지를 둔 산슈카의 어느 자작가였다.


그리턴과 로멜리아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다. 가주들끼리도 말이다. 생전에 자힌은 하이샨에게 자주 의지를 하는 면이 있었다.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거나 지원을 해주는 건 조금 힘든 일이었지만, 정신적인 상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통을 가진 고가의 일원으로서 명예를 지켜야 하는 일, 또 그들의 혹시 모를 유산과 보물들을 노리는 이리같은 자들에 대한 대항법 따위도 같이 나눌만한 고민의 주제였다.


로멜리아 가는 일찍 가주를 잃었다. 그 안주인을 먼저 떠나보낸 것도 작지 않은 슬픔이었는데, 이번에 닥쳐온 비극은 과연 어린 아이들이 견딜만한 일인가 싶을 정도이다.

로멜리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그리턴 역시 들었다. 산슈카 내부의 소식은 여러 영지를 떠돈다. 영주끼리의 연락책도 있었고, 개인이 운용하는 정보원들도 있었다.

초법적 스킬과 아티팩트가 곁들여지면 이 전근대 사회에서도 전화 연락망 못지 않은 속도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로멜리아 가 부근은 그리턴 가도 몇 명의 연락책을 파견해둔 곳이었고, 줄리앙도 아는 자가 있었다. 그리턴 자작은 먼저 사과를 건넨다.


“미안하네.”


그 말이 뚝 떨어지자 헤슈나는 입을 다물었다. 슬픔은 표정을 얼어붙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아버지가 죽은 것은 그리 오래된 사건이 아니었다. 장녀는 찡그려지는 낯빛을 평이하게 유지하면서 힘을 주었다. 말을 받은 건 줄리앙이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리턴 공.”

“친구로서 그 마지막을 지켜야 했어. 이렇게 급박한 사정이 될 줄은 나도 몰랐지. 친우로서 그 뒤를 지켜주어야 했는데······ 근처의 놈들 짓이겠지, 아마 분명. 건강했고 또 훌륭한 전사였던 남작이었으니.”


아버지를 말함에 아드리안도 그 고개를 헤슈나의 로브 자락 그 뒷면에 얼굴을 파묻었다. 제냐만은 깊이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런 감정의 발생과 달리 보여지는 연극이 너무나도 훌륭했기에,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맞출 수 있었다.

진짜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어떤 이들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시나리오 온라인의 AI는 어떤 연극과 영화 연출보다도 정교하다.


“······자작님의 심려에 감사드립니다.”


줄리앙이 무거운 말을 건넸다.


침잠된 분위기가 잠깐의 침묵이 지나 조금 환기될 때까지 그들은 말이 없었고, 그리턴 자작이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긴 여행이었을 테니 여독을 풀라며 객실의 위치도 일러주었다. 쉬기 전에 우선, 응접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었다.


응접실은 어둔 톤의 인테리어의 연속이었다.


거기에 그나마 협상과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는지 밝은 색으로 꾸며진 가구들을 조금 놓고, 장식물들을 여기저기 배치했지만 성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꿀 만큼은 안되었다.

그래도 소파는 따뜻한 색깔의 가죽제였고 몸을 파묻으면 지난 여행이 잊혀질만큼 편안한 가구였다.


너른 응접실, 자작 부부와 두 명의 신하, 그리고 몇 명의 병사들이 함께 들어왔다. 한 수십 명 정도는 넉넉하게 들어와서 스탠딩 파티를 열어도 좋을만치 큰 곳이었다. 그런 공간감이 자연스럽다. 애초에 큼직하게 지어진 석조 성의 내부라서 그러한가.

현실의 대도시에서 이만한 건물 내부를 실내로 가지려면 비용이 상당할 것 같다.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 이곳에선 이런 크기가 그리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제냐는 안내를 받아 응접실의 손님용 소파에 몸을 묻었다. 두 아가씨가 소파의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줄리앙이 그 옆이고, 줄리앙의 옆에 제냐가 있다.


다른 쪽 옆에는 페이브와 질리언이 앉았다. 여섯 명의 일행을 마주하고 반대편 소파에 자작 부부와 신하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노老신이었고, 다른 한 명은 청년의 사내였다. 세 사내와 한 명의 여인, 자작 부인이 로멜리아 일행을 마주본다.


“······어찌 할 이야기인가.”


자작이 물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떤가, 묻는 말이었다.

많은 이야기가 생략된 물음이었지만 그 물음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랜만에 본 친척의 말처럼도 들렸다. 대개의 사정은 알고 있으며, 당신들이 하는 일을 지지해주겠노라 하는 전제가 깔린듯한 말투였다.

줄리앙은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헤슈나와 줄리앙 중 줄리앙이 말한다.


“제가 공께 아뢰자면······.

단도직입적으로, 남작님께서는 로키 산의 그리턴 자작님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남작님의 유지는··· 로멜리아 가를 노리는 자들로부터 가문을 지켜내고, 부흥시키라고···. 그러기 위해서 언약에 따라 작힘 백작을 찾아가 물건을 받아오라고 말입니다.

다만 작힘 백작이 신의를 져버렸을 경우 그리턴 가를 찾아가 가주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세슈칸에는 이미 당도했었으나 작힘 백작은 저희를 만나주지 않았고··· 도리어 뒷거리의 칼들을 이용해서 몰래 암습을 도모하더군요.

그곳에 있는 게 위험해서 바로 이쪽으로 향해오는 길입니다. 오는 여정 중에도 한 차례 작힘 백작의 습격이 있었고요.”

“작힘의 짓이란 건 밝힐 수 있나?”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 강도를 잡아다 산슈카의 법정에 세워봤자 썩 이렇다 할 효력은 없겠죠. 세슈칸의 영주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 리도 없고. 다만 저희로서는 심증과 물증이 더욱 깊어지는 중입니다.

······남작님을 해쳤던 흉수가 변방의 소귀족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카샨과 호드 남작은 직접적인 손일 뿐 그 뒤에 작힘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리턴 자작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거렸다. 그리고 아래를 처다본다. 두 소파 사이에는 응접실에 으레 그렇듯 낮은 높이의 테이블이 멋들어진 것으로 깔려 있었다. 소파보다도 더 긴 원목 테이블의 위에는 시종이 놓아두고 간 티가 펼쳐져 있다.


그리턴 자작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의 수면을 바라봤다. 파문 하나 없는 블랙 티의 빛깔이 아름답다. “······.”


하이샨 그리턴은 자힌 로멜리아라는 사내를 깨나 좋아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존경하는 면이 있었다. 사슈나는 왕가로서 산슈카 국의 역사를 당연히 함께하는데, 언제나 그 곁에는 로멜리아의 이름이 있었다. 산슈카 왕국 초기에 일어난 로멜리아 가는 국가의 격변기 때 언제나 왕국을 지키는 길을 선택해왔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명예로운 가문이다.


그 집단의 후예인 자힌 로멜리아는 정신이 있는 사내였다. 오랜 역사를 안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 과학과 농경이 발전한 이 시대, 아티팩트 기술과 초상력을 이용한 공학적 발명이 빛을 발하며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는 시대는 비만한 돼지들이 많았다.

겉으로는 돼지이지만 속으로는 이리의 어금니를 감춘 자들이었다.


산슈카 왕국은 태평기처럼 보이고, 중부 대륙의 현황 역시 그래보이지만 마냥 잔잔하지는 않다는 것이 하이샨의 생각이었다.

그리턴 가를 물려받기 전 그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말했었고.

산슈카 왕국은 오랜 전통을 이어온 고류 가문들과 신흥 가문들이 각기 다른 파벌을 이루고 있었다. 사슈나는 왕가이고 알사드는 공작위를 가진 대귀족이었으나 로멜리아와 그리턴은 사정이 달랐다.


왕실의 권위는 보이는 장소에서는 명백하게 절대적이었지만 국내에서조차 변방으로 가면 그 효력이 약해진다.

오래도록 주변에 치이며 약소화된 산슈카 국의 귀족들은 다양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오랜 안정기 속에서 국력보다는 자신들 가문의 사병과 개인적 저력을 키워온 자들이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작자들에게 오랜 전통을 가진 고가들 중 약소해진 그리턴이나 로멜리아는 좋은 먹잇감일 것이다.

현대의 아티팩트 공학이 막 발전해가고 있다고 하지만 역사서의 내용을 써 온 고대의 아티팩트들에 미치는 물건은 아직까지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대단한 재산과 저력이 남아있는 게 없을 수 있겠지만, 그 흔적이나 티끌이라도 얻어낼 수 있다면 해볼만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제국기의 아티팩트는 부르는 게 값인 물건이었다. 기본적으로 아티팩트는 값비싼 보구가 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산슈카 국에서 고대의 유물은 더욱 그러하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각 가문들의 위세와 운명을 바꿀만큼의 위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리턴 자작가에도 그런 숨겨둔 유산들이 있었다. 노출시키지도 않았으며, 로멜리아 가보다는 그래도 철저하게 지켜온 산중의 성채이자 본가였으므로 사정이 조금 나았지만, 비슷한 처지로 느끼고 동정심이 가는 건 자연스럽다.


산슈카 국내에 신의를 아는 진정한 귀족이 얼마나 될런가.


세태를 한탄하는 고가의 후예는 홍차의 표면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헤슈나의 눈빛을 살폈다.


그를 똑바로 마주하는 장녀의 표정이 나쁘지는 않다. 자힌 로멜리아를 닮은 것은 확실했고, 그의 부인이었던 윌더 로멜리아 남작 부인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자힌을 닮았다면 아마 성정이 곧고 대가 셀 것이다. 유약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외압에는 농담으로라도 굽히지 않던 사내였다.

그렇기에 산슈카의 웅크린 사자였고, 국내에 변고가 생긴다면 로멜리아는 반드시 가장 먼저 일어나서 왕국의 적을 치리라.


그리턴 가의 상징은 사슴이었다. 산림에 살아가는 큰 덩치를 가진 와일드 디어였고, 갈색 가죽에 길다란 뿔을 가졌으며 체격이 큰만큼 맹수에게도 그 뿔을 들이미는 성정을 가진 놈이었다.

자신의 영역과 둥지를 철저하게 지키는 습성이 있었고, 초식 동물이라 먼저 다른 짐승을 쉽게 해치지는 않았다.

그 고기는 맛이 좋고 또 기름도 풍부하게 나와서 산악 지방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짐승이다. 지금도 로키 산을 비롯해 데슈칸 산맥 곳곳에 자생하고 있었고, 산슈카의 산림 어딜가나 잘 찾아볼 수 있는 짐승이다.


큰 와일드 디어가 달리는 모습을 옆에서 그린 것이 그리턴 가의 문장이었다. 달리는 사슴은 자신의 둥지와 새끼를 지키기 위해 이빨을 가진 맹수에게 돌진하는 모습이다. 그리턴은 산악 지형의 싸움에 언제나 전문가였고, 유서 깊은 산중 성채를 적은 희생으로 지켜온 수성전의 대가들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리턴의 레인저들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적지에 침투해 정찰, 척후의 임무를 맡는 스페셜리스트들이었다. 병사 개개의 수준이 높고 그리턴 가의 기사는 다른 가문의 기사들보다 강하다.

대귀족들의 사병과 맞닥뜨린다면 세에서 밀리겠지만, 동급의 귀족가와는 견주어서 지지 않는 힘이었다.


작힘 백작과 비교하면 어떨까.


하이샨 그리턴은 줄리앙에게 말했다.


“집사장.”


줄리앙 리스트 집사장은 하이샨도 잘 알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와 그의 친구, 자힌보다도 나이가 많은 노신은 로멜리아 가를 오래도록 보필해 온 충성스런 신하였다.

무가武家인 로멜리아 가의 집사장으로서, 자격을 다하기 위해 기사 가운데서 뽑는다. 줄리앙이 기사로서 전장에 나선 것을 하이샨 역시 본 적이 있다.


예전 그가 어린 후계자였을 때, 몇 명의 기사들과 함께 로멜리아 가의 토벌 작전에 합류해 실전 경험을 쌓던 시절의 일이었다. 당시 자힌도 함께였고, 그들을 앞장서서 이끌던 기사가 줄리앙이다.

남작가에 있기에 아까울 정도의 노련한 기사였고, 세월이 흘렀으니 더욱 날카로우리라.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체력은 조금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검날의 예리함을 지키고 있다면 전장에서 제 몫을 다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예.”


줄리앙이 진중하게 답하며 자작을 마주했다.


“······자힌은 내 친우였네.”

“······남작님께서도 자작님을 친우로 여기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


하이샨 그리턴이 입을 열었다.


“작힘이 자힌 로멜리아를 죽인 흉수라고 한다면, 그는 이 순간부터 하이샨 그리턴의 원수라는 말도 되네.

그리턴 가의 가주의 뜻이니, 가문의 병력 또한 전폭적으로 도와줄 것을 약속하지. 그대가 해야 할 일을 하게. 나도 돕겠네.”


무거운 말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이샨은 돌이킬 생각이 없었고.


줄리앙은 희미한 미소를 띄면서 말했다.


“자작님의 용단에 감사드립니다.”

“용단은, 무슨. 내 영지 옆에, 내 친구를 죽인 새끼가 있다면 참는 게 더 우스운 일이야.”


중년 사내의 말은 진담이었다. 거짓없이.


아버지의 친구를 본 헤슈나가 살풋 웃었다. 웃을만한 내용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지만, 그녀가 웃는 이유는 그녀 또한 같은 마음이라는 뜻이었다.

유물을 둘러싼 전쟁이었다. 가문의 생존과 안위를 건 여정이고.

시대의 파도를 타고 살아남는 쪽은 누가 될 것인가.

몇몇 신진파 귀족들 중 급진적인 자들은 적극적으로 전쟁을 도모하고, 또 준비한다. 작힘은 그런 파벌의 이리들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아마 수도에도 연이 있을지 모른다. 치밀한 연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토록 직접적이고 대담스럽게 일을 벌이는 걸 보면.


하이샨 그리턴이 몇 마디 말만 듣고 거취를 결정한 데는 국내의 정세 또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한 놈이 혼자서 미쳐 날뛰는 경우는 잘 없다. 믿을만한 뒷구멍이 있으니 나대는 것이고, 결국 역학적으로 온통 얽혀 있는 이 국내 정세에서 한 명의 미치광이가 벌이는 지랄은 돌고돌아 자신의 가문의 일도 될 테다.


그들이 사는 땅이었고, 집이었다. 그리턴 가는 예로부터 책임을 져왔다. 왕국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오랜 왕실 가문에서 떨어져 나온 분가이니, 그들 또한 왕실의 일원이라는 의식은 있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국왕이 주관하는 대사大事에는 늘 그리턴 가의 자리가 있어서, 형제의 예우를 받으며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지금도 그들 가문간의 역사와 전통을 잊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아드리안은 지나다니는 이야기의 속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다. 듣는 단어는 있었으나 어른들이 모든 사정과 지난 이야기들을 일일이 설명하며 말을 하지는 않는다. 아드리안이 내력을 전부 알기에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시종이 내어준 따스한 밀크티와 쿠키 조각을 집어 먹으며 헤슈나의 곁에 앉아 있었다. 본인이 참여할 만한 일이 없다는 걸 바로 알아채는 것도 참 똑똑한 아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페이브와 질리언은 표정을 굳힌 채 가문의 주인들이 나누는 결정을 듣고 있었다. 헤슈나는 직접 적극적으로 입을 열지 않지만 어쨌든 오래된 충신인 줄리앙이 그 대화를 도와 대신하고 있었고.

젊은 두 무사는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몸을 바칠 뿐이다.


제냐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문득 인테리어 전경을 구경하고, 응접실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성채의 외관을 조금 보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하이샨 그리턴 자작의 모습이나 그 옆의 부인을 힐끗 봤다가, 다시 할 게 없어지자 주변에 시립해 있는 병사들의 수준을 가늠해봤다.


‘······.’


가벼운 경갑옷 위주의 차림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다. 성채 내부에서도 자작이 어딜 가던 따라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자작의 뒤쪽으로 선 자들이 네 명이었다. 조금 거리를 띄운 채 응접실의 벽면쪽으로 자리했다.


제식 무기인지 각자 허리춤에 숏소드를 칼집에 넣어 걸쳐두었다.

그 장갑이 가죽제였고 손끝이 나와 감각적인 작업을 할 때 편리해보인다. 조금 복잡한 외곽선으로 그려야 하는 갈색 가죽 장갑이다. 두터운 두께감이 있고, 그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복식에 주머니 따위로 쓸만한 공간이 많이 보였다.


한 눈에 외견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가문에서 특별히 만들어 쓰는 이들만의 소도구, 아이템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기력술’을 사용하는 기사 수준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뒤에 선 자들은. 그러나 가만히 서 있는 자세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기세 따위를 보건데 상당한 훈련을 견딘 정병으로 보인다.


질리언이나 페이브는 사실 수준으로 치면 정식 기사와 맞먹었고, 그들에게는 못미치지만 일반적인 남성들보다 신체 능력도 뛰어날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무술 수련자가 아닌가 싶었다. 무도가의 기도氣度라는 게 있다. 안정된 호흡이나 눈빛, 가만히 멈춰 있을 때의 경직도만 보더라도 오래 관찰하면 근육의 형태가 조금 보인다.


근력보다는 순발력 위주로 스텟이 찍혀있고, 유격전에 능할 것 같은 전사들이었다. 저 상태에서 활 하나만 쥐어주면 게릴라전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제냐나 최태현같은 부류였다. 제냐도 초상 스킬에 쏟는 경험치만 뺀다면 결국 레인저가 가장 근접한 클래스였다.


‘산지기’라는 가문의 위명에 걸맞는 병종들이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제냐에게 눈길이 간 하이샨이었다. 중년 사내는 적안을 그에게 두며 말했다.


“저 친구는······?”


줄리앙이 눈짓으로 제냐를 바라봤다. 제냐가 반응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영지에서 출발해 긴 시간 여정동안 제가 넋이 나가 아가씨들을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습니다. 세슈칸, 작힘 백작령에 도착해서의 일이었고··· 당시 기습을 받았던 저희를 도와준 사내입니다.

킴 경.”

“아, 예. 맞습니다. 그리턴 공. 모험가로서 중부 대륙을 유랑하고 있는 제냐 킴이라고 합니다. 미천한 떠돌이의 신분이니 불편함없이 대해 주십시오.”


뒷말은 반쯤은 헛소리였고, 반쯤은 예의였다. 진심은 하나도 없었지만 어쨌든 귀족가의 작법을 모르는 데다 어려운 양반을 만난 터라 어쩔 수 없었다. NPC들과의 상호작용은 비련의 시나리오의 핵심 컨텐츠라고 할 만하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듯, 정말 어지간해선 플레이어가 혼자 사회적 관계 없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없었다.

굳이 아득바득 솔로 플레잉, 철저한 외딴 섬의 길을 간다면 가능이야 하겠다만. 더 편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돌아가는 괴짜들은 수가 적다.


그런 자들은 선천적, 그러니까 게임을 시작할 때 처음 그렇게 마음을 먹은 이상한 부류이거나 혹은 후천적,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괴랄한 퀘스트 난이도에 질려버려서 변수 없이 게임을 하겠다고 결심을 해버린 상처입은 플레이어의 종류였다.


제냐는 둘 다 아니었다. 솔로 플레이를 하려고 했던 건, 혼자서도 클리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미였지 마음 맞는 플레이어나 그를 도와주는 NPC가 있을 때 그 손길을 내칠 필요는 없었다, 굳이.


“호오.”


자작의 눈이 반짝거렸다.


제냐는 그 눈길에 비친 빛을 알고 있었다. 저건, 무인의 눈이었다. 호승심이거나, 혹은 한 번 재어보고자 하는 군주의 안색이다. 쓸만한 물건이 있나, 인재를 살피는 욕심 많은 눈이다.


그리턴 자작은 깨나 호전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전혀 그런 면을 드러내보이지 않더니, 제냐를 보고서는 그렇다.


제냐 역시 걸어오는 시험대를 피하는 편은 아니었긴 하다. 그로써 더 큰 신뢰와 수월한 퀘스트 진행을 해낼 수만 있다면야.


그리턴 자작이 곧바로 어떤 상황을 발생시키지는 않았다.


그는 응접실에 앉아서 못다한 소식을 주고받으며 길게 이야기를 했고, 헤슈나와 아드리안을 위로하고 또 처음 본 젊은 무인인 페이브와 질리언에게 관심을 가졌다.

가장 오래 알고 또 잘 아는 사이인 줄리앙과 많은 대화를 했고, 그들이 성채 내부에 도착해서 저녁이 되자 식사 자리를 위해 그들을 안내했다.


그리턴 가의 검은 성은 어떤 특이한 종류의 암석을 가져와 만든 것인지, 혹은 그렇게 칠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거무튀튀한 외관을 갖고 있었다.


성채 건물 사이에는 너른 공터나 정원, 사람들이 다니는 길도 있었고, 요새처럼 보이는 몇 개의 석조 건물 외에 마을 또한 있었다.


봉우리 상부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그리턴 가의 영지다. 로키 산 전체가 그들의 영토였으나, 그 땅 전체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건 지나친 비용과 인력이 드는 일이라 그렇게 살고 있진 않았다.

다만 협곡처럼 굴곡진 지형을 이용해서 성채의 관문을 만들었고, 그 뒤쪽으로도 낮은 틈새에 성벽을 세워 거대한 성채를 완성시켰다. 봉우리 위에는 분지마냥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높낮이의 차이가 다소는 있지만 그 너른 지대가 전부 그리턴 가의 식솔들과 병사들, 영지민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마을이었다.


로키 산의 뒤쪽은 산책로가 없었다. 영지민들이 사용하는 샛길이 있기는 했다만 비밀스런 경로고 길목도 좁다. 뒤쪽으로 주욱 넘어가 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장정을 이어나가면 데슈칸 산맥을 구경할 수 있었다.


데슈칸 산맥은 여러 산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로키를 넘어서 아그랏산, 뤼옹, 발탁 등의 봉우리가 이어진다. 심부 최고조의 봉우리는 ‘데스’였다. 영단어로 죽음을 뜻하는 어감이라 오싹하지만 어원은 다르다.

그러나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고수 소리를 듣게 되는 레벨 100근처의 유저들이 파티 사냥을 와야만 하는 보스몹의 서식지라는 점에서 죽음이라는 별명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로키의 뒤쪽은 산맥과 이어져 있다. 데슈칸의 입구산이니 당연한 말이었다. 후방 지형이 천혜의 요새였고, 그 요새를 지키고 있는 원시 산림의 몬스터 군단이 있었다. 성채를 타도할 정도의 인간 군대가 들어선다면 봉변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산책로와 맞닿은 관문의 반대쪽 성벽, 그 뒤쪽에는 성채 바깥으로도 사람들이 기거하는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석재와 목재 등이 섞여서 지어진 단단한 성벽과 달리 바깥 마을의 외부는 목조 울타리로 막혀 있었는데, 그럼에도 제법 높이가 아득하고 튼튼한 모양새로 만들어져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영지민들의 수는 다해서 약 12,000여 명 정도였다. 개중에서 사병이 2,000에서 3,000여 명 정도 되는 규모이니 어마어마한 비율이다.

그 모두가 엘리트 병사들이었고, 개중에서도 뛰어난 자들은 다른 대귀족가의 사병들과 비교해도 모자람 없으며 도리어 나은 수준이다.


산악 지형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개척민들의 규모가 상당했고, 성채를 중심으로 외적의 침입이 적은 후방 지역을 개간하고 넓혀서 촘촘한 마을들을 형성했다.


산에는 계곡수와 빗물이 있었고, 산맥 근처로 흐르는 강물을 위로 퍼올리는 거대한 수류 시스템이 있어서 영지민들이 사용하기에 모자람 없었다.

고대 제국기 시절에 만들어진 기계 장치를 후대에 보강하고 복원해서 완성시킨 물건으로,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풍부한 생활용수가 있는 환경이다.


사람들은 밭을 일구거나 과수원 따위를 만들었고, 많은 이들이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해 움직이고 또 데슈칸 산맥에서 수렵 활동을 이어나갔다.

산맥은 풍부한 자연과 그 속의 수많은 동식물들이 있었고, 도시 규모의 영지민들이 탐닉해도 삶을 영위할 수 있을만한 강력한 자연계와 순환 시스템이 존재했다.

데슈칸은 어지간한 중수급 플레이어들도 조심해야 하는 위험한 지역이지만, 심처와 몬스터들의 영역도를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생활자들이 요령껏 지낸다면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어디서나 살 수는 있다. 위험할 뿐.


심지어 현대 도시에서도 늘 교통 사고는 일어난다. 21세기 후반에 다다른 현대였고, 자동화 시스템이 일반적인 것이 되어서 대개의 운전이 AI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기계란 고장이란 변수가 있는 물건이었고 조물주가 하사한 특별한 금속이 아닌 이상에야 물질은 모두 마모한다.

완전 자동 운전 기술이 상용화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동 운전을 고수하는 운전자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그런 선택에 대해서 따로 어떤 선전을 하지는 않았다.


AI로 인한 자율 주행을 하던, 사람이 직접 손을 쓰던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사고가 난다면, 어느 쪽이든 문제가 있는 것이었고. 발전한 도구를 사용할 것이냐 보다 전 세대의 도구로 불편함을 감수할 것이냐의 문제이지 결국 도구를 쓰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앞으로 다시 수 백년이 흘러 우주를 활보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테였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중세, 전근대를 배경으로 한 이 산악 도시의 주민들은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납득하며, 이해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겉보기에 위험이 적은 평화로운 현대에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가끔 모질이처럼 굴 때가 있었다.

삶의 본질은 늘 거친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항해와 닮아 있다. 평생에 걸쳐 잔잔한 바다만 보리라는 생각은, 어떤 어른도 어린아이에게 심어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인생의 진가는 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에야 나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바다, 와 파도라고 하니 해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다, 제냐는, 김서원은.

초반부만 보고 끝은 흐지부지 읽었던 기억이었다.


“음식은 입에 맞는가?”


란 말을 듣고서 상념에서 깨어났다.


제냐가 답했다.


“어, 예 아주 맛있는걸요.”


그리턴 자작과 함께하는 만찬실에서의 저녁 식사였다. ㄷ자로 펼쳐진 테이블에 몇 명의 시종이 오가면서 음식을 날라주고, 또 치워주었다.

자작이 가장 상석, 윗 자리에 앉았고 그 옆으로 헤슈나, 줄리앙이 앉았다. 그 다음에 제냐가 앉아서 있다가 자작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산악 도시라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풍성한 재료로 만든 갖가지 요리가 나왔고, 그 날은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각기 객실로 옮겨졌고, 여독을 풀며 잠을 청한다.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의 태양이 하늘 위에서 움직이며 밤이 왔고, 제냐는 로그아웃을 했다.


*

philipp-pilz-iQRKBNKyRpo-unsplash.jpg


작가의말

초식 동물이지만,

건드리면 성질 더러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8. 릿샤Rissha의 방 23.08.16 23 3 17쪽
58 57. 사연 23.08.13 32 3 24쪽
57 56. 누군가의 죽음 23.08.13 27 3 13쪽
56 55. 어느 법관의 정의正義 23.08.13 25 3 27쪽
55 54. 돌아가는 길 23.08.13 26 3 14쪽
54 53. Could you join us? 23.08.05 29 4 34쪽
53 52. 그는 그렇게 외치기로 했다. 23.08.04 29 4 35쪽
52 51. 굳세어라 안드레 23.08.04 26 4 19쪽
51 50. "허억." 23.08.04 25 4 20쪽
50 49. 달려가는 소시민들 23.08.02 30 4 25쪽
49 48. 갈색 사슴 기사단의 방어진 23.08.02 26 4 36쪽
48 47. 최태현은 빨랐다. 23.07.31 29 4 25쪽
47 46. 로웰 드버는 결심했다. 23.07.31 33 4 34쪽
46 45. 석별惜別 23.07.30 35 4 25쪽
45 44. 결정의 주체 +3 23.07.29 35 4 45쪽
44 43. 그리턴 자작가에서 그간 23.07.29 29 4 25쪽
43 42. 호아킨 팍스Joaquin Pax 23.07.25 28 3 29쪽
42 41. 사촌 형제 23.07.24 29 3 18쪽
41 40. 로키 캐슬 23.07.24 27 3 20쪽
40 39. 운트Unt의 의뢰 23.07.23 27 3 30쪽
» 38. 그리턴, 갈색 사슴 23.07.23 33 3 29쪽
38 37. 등산 23.07.23 25 3 31쪽
37 36. 트레이닝Training 23.07.23 25 3 32쪽
36 35. 제이미 숄더 23.07.20 27 3 51쪽
35 34. 전진하는 요새 23.07.19 33 3 32쪽
34 33. 강도단 23.07.19 30 3 31쪽
33 32. 붉은 다리 협곡 23.07.19 28 3 34쪽
32 31. 협곡 진입 23.07.15 31 3 31쪽
31 30. 마차 안 23.07.14 36 4 30쪽
30 29. 돌아가는 23.07.13 34 4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