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30 02:56
연재수 :
358 회
조회수 :
9,024
추천수 :
771
글자수 :
3,405,694

작성
23.07.19 04:12
조회
29
추천
3
글자
31쪽

33. 강도단

DUMMY

눈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작은 빛의 입자가 손가락 끝에서 나와 흩어지다가 녹색의 단추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보일 테다.


한 순간에 버튼을 눌렀고, 그 동작이 아주 빨랐다. 발사음을 듣고 줄리앙이 외쳤는데, 콱! 하고 화살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첫번째 화살은 엉뚱한 바닥을 맞췄다.

아주 명사수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화살이 협곡의 맨바닥을 치고 난 바로 다음 마차의 주위로 푸른 색의 빛이 나타났다. 입자처럼 보이는 그것이 마차의 표면에서 흘러나왔고, 마구로 연결된 흑마들에게까지 뻗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이 탄 마차를 덮었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거리를 띄운 채 반투명한 푸른 막이 형성되었다.


외부 충격을 상쇄시키는 보호막이었다. 로멜리아 가의 가산 중 수위에 들도록 비싼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마차였다. 이 특별한 모드mod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방호력이 이미 있다.

요인을 태운 채 전투 지역을 지나야 한다면 특별히 켜야 하는 방어 모드였다.


땅바닥에 박힌 화살은 짧은 것이었다. 석궁용 화살처럼 보인다. 제냐는 팔을 뻗어 방어 모드를 활성화시킨 뒤, 흑마에게 연결된 끈을 한 번 세게 흔들어 말들을 재촉했다. “이랴.” 마부의 외침에 따라 두 마리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것을 집어 던지듯 옆에 앉은 질리언에게 넘겼고, 그가 능숙하게 잡아챘다.


제냐는 발 아래 둔 활을 꺼냈다. 자신의 애병은 세 개였다. 레벨은 변해졌으나 무기를 아직 바꾸지는 않았다. 인챈트는 가능하다면 계속 하려고 했다. 하위 복합궁3이었던 물건은 ‘중급 복합궁’이 되었다. 3단계에서 한 번 더 세슈칸 장인의 손길을 거쳐 강화를 해내자 아이템의 이름이 바뀌었다.

전보다 더욱 강력한 기세로 화살을 쏘아낼 수 있었다. 시위의 장력은 더욱 강해졌고, 제냐의 근력 역시 늘었다. 순발력과 지구력도.


발치에서 꺼내는 장궁에 질리언 역시 발을 조금 들었다. 커다란 놈을 순간 꺼내 제냐가 위로 들었다. 다른 손으로 전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걸었다. 거기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철시 하나가 시위에 걸린다. 제냐는 색적 스킬을 발동하고 있다. ‘천공의 눈’이라는 스킬이었다. 기력 감지 스킬 중에선 초보자 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궁사들에게는 필수적이었다. ‘매의 눈’의 상위 호환이라고 볼 수 있다.


화살의 궤적까지 스킬이 계산해서 시야에 표시된다. 기력술을 강하게 발휘할수록 궤적은 곧아진다. 기력을 머금은 화살은 물리적 법칙 이상의 강세를 가진 채 날아가기에. 마치 로켓이 그렇듯 말이다.


언덕 위편에는, 사람이 있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스킬적 시야에도 걸리지 않았다. 계속 말하듯 희끄무레한 뭔가의 어색함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표적 삼아서 화살을 겨누었고,

오래 걸리지 않아서 제냐가 시위에 걸린 화살대를 놓아주었다.


중급 복합궁1은 어마어마한 장력의 활이었다. 초인적인 기세를 가진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괴물같은 활이다. 철시에 걸린 부하는 똑바로 그것을 밀어 올렸다. 소량의 MP가 실렸다. 약 30정도. 완전히 약소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거무튀튀한 철시가 난다.


쌔액,


파공성과 함께 공기를 가르고 중력의 반대로 밀려 올라가는 화살촉이 날카롭다. 약간 비스듬히, 무언가 잔상을 남기고 있는 위치를 향해서 날아가는 화살대의 근처에 기력의 흔적이 묻어 일렁거린다.


눈 한 번 깜짝할 사이. 그리고 조금 더. 화살은 희끄무레한 잔상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제냐의 색적 스킬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도리어 행운으로 작용했다. 그의 감각에서는 스쳐 지나갔으나, 감각하지 못한 부분에 있던 상대의 몸체에 정통으로 걸렸다.

잘못 보고 잘못 쏜 것이 운 좋게 제대로 맞아 걸리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콰득, 하고 흙바닥에 파고든 상대의 화살과 달리, 그것은 견고한 갑옷판 사이를 찌르며 육체를 갈라 깊이 박혔다. 지면보다는 훨씬 무른 살이 화살에 의해 꿰였다. 제냐의 시선으로 보면, 잘만 허공으로 날아가던 철시가 갑자기 도중에 콱 물려 멈춰있는 꼴이다.


초자연적인 광경이었으나, 초상 스킬이란 애초에 초현실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이름이다.


누군가 비가시적인 에너지막을 형성해서 날아가는 철시를 공중에서 막은 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가, 맞았을 뿐이지.


그 사이에 제냐가 이미 한 발을 더 놓았다.


허공을 나는 새처럼 철시가 거꾸로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솟구치는 기세가 매섭다. 한 발 더 걸리지는 못했다. 감지 기관에 걸리는 부근으로 궤적을 쏘아 맞췄는데 아마 상대가 피한 모양이다. 눈에 먼지가 끼거나 혹은 수증기가 어른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절벽 위에서 움직이는 형체들이다.


아마 평범한 시야로 본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기력 감지라는 스킬을 쓰고 있으니까 감지기로 전해지는 정보가 시야에 덧씌워져서 그렇게 해석될 뿐이다.

실제로 질리언은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마차 내부에 있는 페이브, 헤슈나, 아드리안도.


마차의 보호막은 여전히 작동중이었다. 히히힝! 하고 흑마가 울며 뛰쳐나간다. 거칠게 대지를 밟는 발굽에 돌 부스러기가 터져 나갔고, 마차의 프레임이 요동치며 앞으로 간다. 화살은 그 와중에 쐈기에 최초의 것이 조금 빗나간 일일지도 모른다.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마차의 한 쪽 문이다.


양문형 이었는데, 한 쪽이 바깥으로 활짝 열려서 내부가 드러났다. 저격의 위험은 잠시 접어두는 듯했다. 마차의 보호막이 작동 중에는 어떤 원거리 공격도 단숨에 침범할 수는 없다.

보호막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에너지의 공격이라면 모른다. 그리고 애초에 그 정도 스킬이라면 문을 닫거나 열거나 큰 차이는 없다.


문에서 드러나는 노인, 줄리앙의 몸이었다. 그는 앉아 쏴 자세로 윗 방향을 겨누고 있었다. 거칠게 요동치는 마차의 내부에서,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줄리앙은 자신의 사격을 했다.

석궁 역시 깨나 잘 다루는 노인이었다.

그는 오랜 경험을 했고, 기사로서 많은 전투를 치렀다.

다양한 전장을 누비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장비들을 다루어왔다.


기사란 단순히 근접전의 대가를 말하지 않았다. 전쟁꾼, 프로 병사를 뜻하는 말이다. 일반적인 병사보다 훨씬 엘리트에, 강력한 자들.

그들은 숙달된 감각과 노련함을 바탕으로 다종의 무기들을 쓴다. 석궁 역시 개중 하나다. 줄리앙의 크로스 보우가 그 머리 끝을 절벽 위 어느 방향으로 겨누어졌다. 흔들리는 와중에 가상의 궤적이 노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운동성을 감각적으로 계산한 뒤에, 퉁, 하고 발사 방아쇠를 당겼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석궁살이 날아갔다. 쿼렐이 하늘을 난다. 특수하게 제작된 것이었다. 수십 미터, 혹은 그 이상까지 충분히 유효 사거리로 커버하는 무기다.


한 발을 날린 뒤 한 호흡 쉬고, 흔들리는 객실의 통로라 할 수 있는 발이 닿는 곳에 앉아서 침착하게 화살을 갈았다. 전통에서 능숙히 한 발을 더 꺼내들어 끼운다. 도르래를 당겨 장전 준비를 마쳤다. 그 사이에 흑마는 마차를 십 여 미터는 더 전진시켰다.

퉁, 퉁, 퉁. 줄리앙은 마차의 여정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쏴라!]


유령이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형체가 없이 소리만 나타났기에 그렇게 느껴진다. 또한, 그 목소리의 질 자체도 사람의 것 같지 않은 탁한 음색이었다. 투명한 유리벽 따위에 막혀서 이그러져 전달되는 소리같다.

아마 상대방이 사용하고 있는 위장 스킬은 형체와 함께 소리도 막아내는 것 같다. 다만 완벽하지 않아 줄리앙과 제냐 등, 스킬 사용자들의 색적에 걸릴 뿐이다.


질리언과 페이브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방패를 들었다. 보호막은 마차 프레임과 흑마, 그리고 그 몸체에 앉아서 닿아 있는 인원들까지를 넉넉하게 보호했다.

이미 초상력의 보호가 그들을 막아주고 있었으나, 그것은 정해져 있는 에너지 량을 소비하는 배터리나 비슷한 메커니즘이었다. 그들이 막을 수 있는 것을 추가로 움직여 방패로 휘둘러 처낸다면 더욱 안전하게 갈 수 있으리라.


유령의 목소리와 함께 위에서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꺄아악!”


아드리안이 비명을 질렀으나, 헤슈나는 그런 어린아이를 슬쩍 자신의 품에 묻어 안으면서 입을 막았다.

벌린 입술을 강제로 막진 않았지만 헤슈나의 몸께에 얼굴이 닿으며 소리가 막혔다. 불필요한 소란은 전투에 방해가 된다. 전사들이 움직이고 반응하는데 헷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계산이었다.


줄리앙의 화살이 몇 개 더 날았다. 석궁의 연사 속도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도의 빠른 장전이었다. 일반적인 크로스 보우는 아니었다. 기계식 연발까진 아니어도 장전 과정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특별히 고안하고 만들어진 물건이었고, 힘이 좀 들었는데 줄리앙도 기사였기에 완력으로 그 시간을 줄이고 있었다. 당겨진 화살 시위로부터, 활대의 파인 홈을 따라 쿼렐이 날았다.


제냐가 날려대는 철시에 비하면 반 정도 되어 보이는 몸체였지만 빗살처럼 빠르게 난다. 무게가 적었기에 같은 힘을 받았을 때 속력이 더 난다. 강력함은 없었지만 관통력은 있다. 견제용으로는 최선이었다. 안에 앉았던 페이브도 방패를 꺼내 들었다. 질리언과 같은 생각이었다.

헤슈나는 덜컹거리는 마차 내부에서 자신의 몸을 가누었다. 마차의 프레임은 객실 내부로 충격을 최소화했다. 요동치는 파도, 정도는 아니었다. 벤치의 등받이나 마차 내벽에 몸을 기대어서 안정을 취하려 했다. 여유가 난다면, 아드리안이 조금 정신을 차리면 놔두고 자신 역시 보도를 꺼내어 빛줄기를 뽑아내리라.

아티팩트로 발출하는 사격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흑마가 달렸다. 말들은 화살이 날아듬에도 굳건했다. 전마戰馬로서 훈련을 받은 종 같았다. 로멜리아 가는 다양한 전통이 있었고, 그 전통은 무형적인 것 외에 유형적인 것들도 포함한다. 타인들은 그들의 저력을 다 모르지만 내실이 충실한 가문이자 집단이었다.

튼실한 두 마리 명마 또한 그런 내력의 한 가지이다.


약간 굽이치듯 이어지는 협곡 내부의 길을 마차가 달린다. 큰 바위가 있으면 마부석에 앉은 질리언이 끈을 잡아채며 방향을 유도했고, 말들은 그 자극이 자신의 고개에 닿기 전에 이미 바위를 보고 빠르게 질주를 하며 피해내고 있었다. 마차의 속력이 순식간에 높아졌다. 바퀴가 쉼없이 구른다.


계곡 위에서 나무 화살이 떨어져 그렇게 지나가는 흑마, 마차의 근처에 날아 박혔다. 마차의 지붕은 화살을 맞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 위로 캉! 하고 나무 화살 몇 대가 날아와 꼽힐듯 박았다가 튕겨나갔다. 보호막이 자세히 바라보면 일렁거린다. 푸른 색의 입자가 요동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흑마가 앞을 처다본다. 고개를 직선 방향에 처박고 앞만 보고 달린다. 마부는 그런 흑마를 지지한다. 탈출구.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바깥으로 향하는 협곡의 출구만 보고 달려야 했다. 전속력으로 마차를 몰면 그리 오랜 시간은 분명 아니리라.

그 동안 저 위에 있는 강도 새끼들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무엇을 떨어뜨릴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빠르게 달려나가는 마차에 의외로 많은 화살이 날아 꽂히지는 않았다. 마부석에 닿는 것들은 질리언이 기세 좋게 움직여 방패로 막아냈다.


말들에게 날아와 박는 것들이 문제였다. 시야만 가리지 않으면 된다. “이럇!” 질리언이 도리어 더 큰 소리를 질렀다. 흑마들은 충실한 종이었지만 더욱 당황하지 않고 앞으로 향하라는 의미였다. 주인의 명에만 집중하고 따르면 된다. 괜히 그 말발굽이 느려지면 더 많은 화살비에 노출될 뿐이었다.


퉁, 퉁. 하고 시위로부터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난다. 제냐와 줄리앙의 귀에는 협곡 내부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동시에 들려왔다. 위치를 특정한다. 제냐는 철시를 가장 빠르게 연사해서 보낼 수 있는, 아래에 있는 인원들 중 가장 훌륭한 공격자였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좋은 궁사는 팔 힘이 좋아야 한다. 동작이 빨라야 한다.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날릴 수 있는가.


몇 개의 스킬샷이 터졌다. 기초 궁술을 사용하며 계속해서 전투를 진행하다가 생기는 것들이다.

일반적으로 기력술이 포함된 철시는 그렇잖아도 강력한 관통력과 파괴력을 가지면서 전진하지만, ‘강궁强弓’ 스킬이 이따금씩 터져나왔다. 확률적으로 발동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일정 장력 이상의 활로 시위를 당기고 놓으면, 몇 발에 하나 정도가 추가적인 공격력 보정을 받아 날았다.

제냐의 느낌상 일고 여덞 발 중 한 발 정도의 체감이었다.


하늘 위를 나는 철시는, 과감하게도 협곡의 끄트머리를 지날 때 그 돌조각을 깨부수며 너머에 있는 사람을 맞추기도 했다.


[크억.]


질리언과 페이브, 헤슈나와 아드리안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신음이나 고통 섞인 비명이 들렸다. 줄리앙과 제냐가 잘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형상의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리 매복을 하고 있던 약 스무 명 정도 규모의 도적단이었다.

투명하게 그들을 가리워주는 장막을 덮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장막 내부의 광경은, 도적단이라고 그들 스스로를 광고라도 하는 것처럼 엉망으로 입은 옷가지와 장비들을 한 차림새다. 오크나 고블린이 떠오른다.

몬스터와 도적떼의 공통점은 모두 스스로 장비를 구한 게 아니라, 어떤 피해자로부터 노획한 것이라는 점이다.


흔한 강도들이었다. 콘란드 대륙의 사회는 여러 개의 성과 도시로 이루어져 있었다. 성주와 도시의 영주들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룬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마치 섬과 섬 사이에 바다가 있듯 넓은 황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숲이던 초원이든 산맥이든 협곡이든 호수든. 지형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직 다 닿지 않는 곳이라는 공통점들이 있었다.


그런 야지에서 사람을 노리는 강도는 몬스터나 짐승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흔한 일이었다. 여행을 하는 자들은 모두 자신의 몸을 보호할만한 도구나 기예 정도는 익혀야 했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숙명이었다.


그러나 다만 다른 강도들과 다른 점이라면, 역시 색적 스킬에도 걸리지 않을 정도의 투명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스킬의 형태로 강도 개인이 익히고 있는 것인지, 혹은 아티팩트의 일종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단순히 일회용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강도와는 규격이 다른 놈들이었다.


집요한 악의마저 느껴진다. 데슈칸 산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로키 산으로 가는 길목에 이 협곡은 돌아가기가 어려운 지점이었다. 여태까지 아무런 습격에도 노출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그들을 협곡으로 이끈 요소 중 하나이다.


로멜리아 가의 일원들을 노린 누군가의 암수라면 계략가의 솜씨라고 볼 수 있었다. 머리를 잘 굴리는 전략가가 그들을 견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대방의 심리를 생각해 완급조절을 하면서 함정에 빠뜨리려 하고 있었다.


“썬더 볼트.”


화살을 부지런히 재어 날리던 제냐가 입술을 달싹거리며 새로운 초상 스킬을 발동했다. 번개의 빛살을 날려 상대를 지지는 종류다. 조준은 간단했다. 궁술과 마찬가지로 천공의 눈이 궤적을 보조한다.

최태현이 그랬듯 붉은 점선이 나타나 제냐의 눈 앞에서 가상의 궤적을 그린다. 그 끄트머리는 일렁거리는 안개, 누가 불편하게 채색을 잘못 해둔 것 같은 허공의 지점들이다.


복합궁, 그가 든 불그스름한 나무 색의 장궁에 철시가 걸려 상대방을 노리는 동시였다. 번개의 살과 철시의 화살 두 개가 절벽 위를 노렸다.


파스스, 거리면서 잔뜩 당겨 잡은 화살의 머리, 화살촉 오른 쪽으로 푸른 번개가 튀었다. 푸르고 노르스름한 다양한 색깔의 번개였다. 파이어 볼이 최초에 형성될 때처럼 빛이 모여들어 형태를 만들어낸다.

파이어 볼의 움직임은 곡선적인 형태였으나 썬더 볼트는 만들어질 때도 직선적인 흐름이었다. 번개가 하늘 위에서 부서지는 형태를 모방하는 듯, 번개가 튀는 모습을 연출하는 듯 그렇게.


비산하는 빛의 가시처럼 화살촉의 오른쪽으로 붕 떠 있는 투사체가 형성되었다. 번쩍거리며 끊임없이 제 모습을 크게 만들었다 줄였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호흡을 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약동하는 에너지의 끝을 바라보며 제냐가 조준을 마치고 쏘았다. 그와 동시에 손도 놓는다. 두 ‘살’은 서로 다른 표적을 노리고 허공을 날았다.

번개의 빛살, 썬더볼트가 조금 더 빨랐다.


쇠뇌의 화살을 의미하는 볼트bolt의 이름처럼 빠르다. 개중에서도 번개의 속성은 다른 볼트류 마법보다 더 빨랐고 말이다.

기력술로 날려낸 철시보다도 앞서서 절벽에 닿았다. 그것을 맞는 입장에서는 순식간이라 할 만했다.


허공 위에서 이리저리 쪼개지는 모양새로 다양한 궤적을 그리면서 썬더 볼트가 움직였고, 그 중간 궤적은 흐트러진 모습이지만 탄착지 자체는 최초에 노린 일직선상에 정확하게 가 닿는다.


썬더 볼트는 생물체를 좇는 습성이 있었다. 초상력의 작용인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에 탄착지에서 약간 벗어나더라도 그 움직임을 따라 궤도를 비틀면서 상대를 때린다.

그 휘어지는 유도성은 약 1, 2m정도의 범위를 가진다. 능숙한 번개술사라면 아예 확고한 유도성을 띄는 번개 공격을 날릴 수도 있었고.


아마 전뢰 계열 공격 스킬에 탑재되어 있는 기능일 가능성이 컸다.


절벽위, 특수한 스킬 속에 자신의 몸을 감춘 채 석궁 하나를 무릎 꿇어 겨누고 있던 커다란 사내는 아래로부터 뻗어오는 빛살에 순간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상체는 징이 박힌 레더 아머를 걸쳐 입었고, 하체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사슬 갑옷을 입은 남자였다. 무언가 날아오는가, 인식했을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

그가 번쩍임을 알아챈 순간에 바로 몸을 날렸다면 혹시 몰랐지만, 굼뜬 움직임으로 자신의 공격을 하려고 제자리에 있는 동안 빛살이 그의 몸에 와닿는다.


빛살은 단순한 빛줄기가 아니었고, 파괴적인 위력을 담은 공격기였으며, 레더 아머를 찢어발기고 그 가슴팍에 번개의 상흔을 남겼다.


“끄어어어어어!”


열상과 자상을 동시에 입었고, 그와 함께 전류에 감전되는 고통까지 느꼈다. 사내는 부들부들 떨면서 고압 전류에 당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 제 몸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는 온갖 감각이 역치 근처까지 치솟았고, 그 찢어지는 비명처럼 올라간 고통의 수치가 임계점을 돌파하며 도리어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NPC로서 게임 오버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


[끄어어어어어!]


제냐와 줄리앙의 귀에, 기력 감지술이 발동해 연계되어 있는 청각에 그런 비명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상대의 음엄폐 스킬은 확실히 완벽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집단 정도를 완벽하게 투명화시키고 또 기척마저 지워버리는 스킬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사람의 눈에 보기에 그렇게 만드는 것은 가능했으나, 기력 감지가 가능한 자들의 감각에도 잡히지 않을만큼 지워버리는 건 단순한 계산으로 그런 색적 스킬을 뛰어넘는 고위 스킬러skiller의 활약이어야 했다.


다행히 그런 수준의 적이나 아티팩트는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습격을 겪으면서 그들의 적이 되는 누군가의 힘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정보였다.

결국은 맞닥뜨려야 한다면, 상대의 힘을 알고서 치는 것이 당연히 훨씬 좋은 일이다.


줄리앙은 작힘 백작을 생각했다. 대놓고 그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뱀과 같은 자.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양반이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갈라서기로 한 모양이다.

국내에서 이토록 공공연하게, 또 여러 번 반복해서 같은 귀족을 척살하려 움직이다니. 수도에 있는 왕권의 영향력이 국토 전체를 덮지는 못한다고 해도 여간 당당하고 대담한 짓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작힘 백작이 그야말로 미쳐버린 일이 아니라면, 로멜리아 가의 유산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욱 대단한 모양이었다.

귀족 살해의 오명을 각오하면서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 보면 말이다.


지금 그들을 향해 화살을 계속 쏟아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적떼가 작힘 가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정말 사람이 아무런 꼬리도 드러내지 않고 일을 계속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습격이 반복되고 작힘 백작의 마수가 그들에게 뻗치면 뻗칠수록 결국 증거가 남으리라. 당장 절벽 위에 있는 망나니들 중 하나라도 살려서 고문을 가한다면 정보를 토해낼 것이다.


당장은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다행히 도적떼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은 그들의 모습을 가렸던 투명화 아티팩트, 혹은 스킬 외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단순히 아래로 날아와 꽂히는 화살들에 기력이 실린 듯한 낌새도 없었다.

기력술로 날아오는 궁술의 경우에는 이미 파공성이 달랐고, 꽂히는 기세가 다르다.

기력 감지를 발동하고 있는 와중이라면 그 흔적마저 느낄 수 있으리라.


협곡을 지나고 있는 와중에 위에 초상 술사라도 있어서 원거리 스킬이 발동되어 폭발이라도 일어난다면 문제였다. 그 때는 마차의 보호막도 온전히 내부의 인원들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투두두두, 하고 드럼 소리처럼 마차의 지붕을 두드리는 화살비가 느껴진다. 헤슈나는 여전히 아드리안을 끌어안고 있다. 페이브는 그런 두 아가씨를 바라보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가늠하지만 아직까지 움직일 만한 틈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지켜보는 것 말고는 힘을 쓸 게 없다는 건 호위 무사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는 기사였으나 기력을 다루는 초고위급의 기사는 아니었다.

MP를 제 숨쉬고 손발 움직이듯 사역하는 기사들은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비인간적인 위업을 이루기도 하고, 칼날을 휘둘러 먼 거리에 있는 적들에게 기력으로 이루어진 대포를 쏘아 날리기도 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되면 기력술사와 초상술사의 접점이 희미해지는 지경이 된다. 각자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고 장단이 있기는 하지만, 클래스 특유의 단점이나 약점이 보완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 수준의 기사들은 산슈카 왕국 내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았다. 고위 귀족의 사병으로는 한 명이 있을까 말까하다. 작힘 백작가에도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국가적인 전력으로 취급받으며 전쟁이 시작되면, 그런 전략 병기의 수가 얼마냐 하는 것에 따라 전황이 달라진다.


초고위급의 기력술사는 고위급 초상술사나 그리 다르지 않은 활약을 전장에서 할 수 있었다. 전장의 전방위적으로 말이다. 단순히 자신의 몸 근처, 근접전이라면 당연히 초고위급의 초상술사가 그러는 것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할 수도 있었고.


초고위급의 초상술사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대규모 전장터에서 악몽처럼 느껴지는 존재이자 이름이다. 화약을 모아 터뜨리는 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투사체를 거리를 막론하고 쏘아대는 인간들은 인간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그 현장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다연발 포대의 역할을 하며, 말 그대로 소규모 전장의 지도를 펼쳐놓고 마음대로 전선을 주무를 수 있는 전략 자원이 된다.


당연히, 흔치는 않다. 왕가의 로얄 가드들이나 그 수준에 근접할 것이다. 산슈카 왕국의 제 1기사부터 10번째 검까지는 확실하게 초고위급이라고 말 할 만한 수준이리라.

그 아래부터는 단계를 나누는 대략적인 기준에 못미치거나 한 발 걸치거나, 할 테고.


일반적으로 ‘소드 마스터’라는 별칭을 현대의 콘란드 대륙에서는 그 정도 기술 수준에 이른 검사에게 붙인다.


시대에 따라 ‘마스터’의 칭호는 기준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으나 말이다.


역사서, 로멜리아 가와 산슈카 왕국의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전기집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현대의 소드 마스터들을 뛰어넘는 활약과 위업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산슈카가 제국이던 시절, 그 권위와 위세가 영락하기 전에 말이다.

로멜리아 가 최후의 백작이었던 카신 로멜리아 역시 당시에 소드 마스터의 이름으로 불렸다. 수 만의 군세 앞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병사.

로멜리아 가의 역사적 유산이 여러 개 있으나, 가장 값진 것을 꼽으라면 늘 그런 선인들의 이름으로부터 이어지는 명가의 무술이 있을 것이다.


로멜리아 류流의 여러 무술이 있었고, 개중에 검술 또한 있다. 마스터 그 이상을 바라보기는 아주 어렵지만 그 아래 단계에서도 충분한 위력을 보이는 무학이었다. 질리언과 페이브 역시 로멜리아 류 검술을 익히고 있었고, 그들이 익히는 검술을 다 익히고 두 세 단계 이상의 스킬을 다시 익혀야 예전, 로멜리아 가의 소드 마스터가 다다랐던 경지에 닿으리라.


아드리안,


작은 소녀는 떨면서 눈을 감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얌전히 있는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인형처럼 생긴 작은 아가씨를 헤슈나는 품에서 놓았다. 자신의 여동생이 그래도 침착함을 찾는 것 같다고 느꼈기에 말이다. 그 품 안에서 느끼는 촉감으로, 여동생의 호흡으로 아는 것들이었다.


오래도록 인연을 가진 친구, 가족, 그런 자들은 친밀하게 지내며 그 호흡의 등락까지도 알게 된다. 얼마만큼 숨을 쉴 수 있나,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나.

누군가에 대해서 그토록 자세하게 아는 건, 그만큼 친밀감을 가지며 사랑하는 가까운 사이이거나 혹은 전장터에서 만난 원수간에, 초고도의 기술을 가진 검술가들이 공유하는 정보였다.


헤슈나는 아드리안을 조심스레 흔들리는 마차의 아래에 놓아 두었다. 덜컹거리고 있으니 떨어질까봐 발 치, 그러니까 객실 의자의 아래 바닥에 두고 구석에 앉아 있게 인도했다. 아드리안 역시 걸치고 있는 갈색 망토가 소녀의 몸을 감싼다.


로멜리아 가의 차기 가주, 혹은 현가주인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보도를 꺼내들었다. 보도의 칼집과 도신은 연결되어 있다. 온갖 아름다운 장식들이 알알이 박혀 있는 칼집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춤에 달려 있었고, 뽑아든 칼날을 그녀가 위로 들었다.


페이브가 슬쩍 그녀를 처다보았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혹시 그녀가 칼을 잘못 놓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헤슈나는 그런 걱정이 쓸 데 없는 것이었다는 듯, 능숙하게 균형을 잡으며 마차의 내벽에 몸을 기댄다. 한 쪽 창문 근처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보았다. 마차의 출입구에는 줄리앙이 앉아 자리하며 끊임없이 석궁을 쏘아대고 상대를 견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부석 쪽으로 나 있는 창문의 덧문을 끝까지 밀어 다 열어내고, 허공을 바라본다.

깨끗한 하늘이 보였다. 아직까지 저녁이 오기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들이 지나야 할 협곡 역시 길이 남아 있다. 절벽의 풍경과 그 위의 하늘을 바라본다. 절벽의 낭떠러지, 끄트머리 부분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별다른 기감 스킬이 없는 헤슈나의 눈에 인기척이 잡히지는 않지만, 마부석에 있는 제냐가 쏘아내는 스킬과 화살, 그리고 줄리앙의 석궁살이 허공에 멈춰 있는 것만이 시력 좋은 헤슈나의 눈에 보였다.

그건 이상한 광경이었다. 허공에, 투명한 자리에 멀리 화살들이 보인다. 무언가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는 화살이 그대로 느리게 퉁퉁 뛰며 운동했다. 화살 그 자체의 운동성은 이미 상실했음에도 말이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박혀든 화살이었고, 그것을 매단 상대가 움직이는 게 헤슈나의 눈에 그리 보이는 것이었다.


[크악!] [쏴라! 저 새끼들 뭐야!] [다 쏟아내! 뭐 해! 바위! 씨발, 떨어트려! 죽여! 로멜리아는 오늘 부로 다 죽는다!]


끔찍한 말이었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줄리앙과 제냐의 귀에는 들려왔다. 허공에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소리가 웅웅대며 떨리자 유령에라도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유령은 아니었고, 단지 초상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악적이 있을 뿐이었다.

들려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였으나 줄리앙의 귀에 들어왔다. 그들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었다.

줄리앙은 자기 류의 궁술을 마음껏 발휘했다. 자유 기사에게 발탁되어 기사로서의 길을 간 그였다. 로멜리아 가에 의탁하고 충성을 맹세한 다음에도 많은 전장터에서 적을 죽이고, 베고, 가르고, 어떤 괴수와 단독으로 맞서 싸우며 그 자신의 무예를 갈고 닦은 노인네다.


이제와 그 모든 실력을 보이기에는 스테미나가 조금 딸리기는 하지만 그 근력과 순발력, 기력술이 아주 녹슬지는 않았다. 도리어 둔한 속도이나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가기만 한다. 기량과 기예의 날카로움은 나이와 비례해서 계속해서 경지가 높아져 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 그것이 71세인 줄리앙의 목표였다. 이 콘란드 대륙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역사 속 인간의 나이가 120세였으니, 그리고 신체의 강화와 연관된 기력술사들은 장수하는 경우가 많으니, 혹시 몰랐다.


지금부터라도 그 몸을 갈고 닦으며 오십 여 년 간 더 수행을 한다면, 여태까지 검을 다루어왔던 기간에 비교해서라도 그리 적지 않은 시간이다.

앞으로 나아갈 일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다. 노인이라지만, 열정의 문제였다 그건.


줄리앙은 자신의 기량을 더욱 드러냈다. 그가 잡은 석궁의 몸체에 줄리앙 특유의 기력이 뻗어나갔다. 반투명한 아지랑이 같던 것이 색깔마저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자신의 홍채 색깔과 비슷한 갈색빛이었다. 입자처럼 알알이 보이는 미세한 기력이 석궁에 스며든다.

특수한 목질의 석궁 기계에 기력이 스며들며 위력을 강화시켰다. 탄성을 가진 스프링이나 시위는 더욱 질겨지고 강력한 장력이 생겼다. 화살을 쏘아내는 몸체 역시 더욱 단단해진다.

석궁살 역시 기력을 머금으며 공기를 가르고 누군가의 갑옷을 꿰뚫을 때 그 관통력이 더욱 커지리라.


퉁, 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 석궁살이 날았다. 이전까지와 달리 더욱 빠르게 날았고, 그 사이에 빛의 잔상이 남았다. 허공을 가르는 일직선상의 쿼렐이 보이지 않는 허공을 꿰뚫었다. 콰득, 하는 소리가 절벽 위에 울렸다. 사람의 귀로 듣기 쉽지는 않았으나 제냐와 줄리앙은 느꼈다.


석궁살이 허공을 뚫고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8. 릿샤Rissha의 방 23.08.16 23 3 17쪽
58 57. 사연 23.08.13 32 3 24쪽
57 56. 누군가의 죽음 23.08.13 27 3 13쪽
56 55. 어느 법관의 정의正義 23.08.13 25 3 27쪽
55 54. 돌아가는 길 23.08.13 26 3 14쪽
54 53. Could you join us? 23.08.05 29 4 34쪽
53 52. 그는 그렇게 외치기로 했다. 23.08.04 29 4 35쪽
52 51. 굳세어라 안드레 23.08.04 26 4 19쪽
51 50. "허억." 23.08.04 25 4 20쪽
50 49. 달려가는 소시민들 23.08.02 30 4 25쪽
49 48. 갈색 사슴 기사단의 방어진 23.08.02 26 4 36쪽
48 47. 최태현은 빨랐다. 23.07.31 29 4 25쪽
47 46. 로웰 드버는 결심했다. 23.07.31 33 4 34쪽
46 45. 석별惜別 23.07.30 35 4 25쪽
45 44. 결정의 주체 +3 23.07.29 35 4 45쪽
44 43. 그리턴 자작가에서 그간 23.07.29 29 4 25쪽
43 42. 호아킨 팍스Joaquin Pax 23.07.25 28 3 29쪽
42 41. 사촌 형제 23.07.24 29 3 18쪽
41 40. 로키 캐슬 23.07.24 27 3 20쪽
40 39. 운트Unt의 의뢰 23.07.23 27 3 30쪽
39 38. 그리턴, 갈색 사슴 23.07.23 32 3 29쪽
38 37. 등산 23.07.23 25 3 31쪽
37 36. 트레이닝Training 23.07.23 25 3 32쪽
36 35. 제이미 숄더 23.07.20 27 3 51쪽
35 34. 전진하는 요새 23.07.19 33 3 32쪽
» 33. 강도단 23.07.19 30 3 31쪽
33 32. 붉은 다리 협곡 23.07.19 28 3 34쪽
32 31. 협곡 진입 23.07.15 31 3 31쪽
31 30. 마차 안 23.07.14 36 4 30쪽
30 29. 돌아가는 23.07.13 34 4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