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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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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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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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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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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37. 등산

DUMMY

그렇게 제 성정대로의 일을 하고 있던 놈들이 기겁한다.


놀란 건, 화살이 날아오면서가 아니었다. 이미 콰지직! 소리를 내며 깊이 박혀 들어간 이후였다. 눈으로 좇을 새도 없이 빠르게 비행한 화살의 궤적은 눈치채지도 못했다.

그 다음으로, 나무에 깊이 박힌 철목시가 스스로 불꽃을 바깥으로 토해내며 열기를 띄었을 때 더욱 놀랐다.


나무 한 그루에 불길이 옮는듯 하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강한 불꽃은 아니었다. 고블린들을 놀라게 할 목적으로 뿌린 한 수였으니, 가급적 요란스런 연출이 보인다면 그걸로 족하다.


생목에서 자욱하게 연기가 피었고, 고블린들은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하려 했다.

제냐의 목적이 그것은 아니었다. 놈들을 이곳으로 유인하는 것이었지.


”이야-!“


고블린들이 낸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들이 있는 숲 내부에서 듣기로는, 멀리 바깥쪽에서 울리는 사람의 고함 소리였다. 찌르는 듯한 소리가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전해져 왔다.

제냐가 온갖 사투를 벌이며 얻어낸 ‘전장의 고함’이라는 스킬이었다.


세슈칸에서 파티 플레이를 하다가 먹었다. 일반 스킬 중에서 희귀도나 유용성이라는 위력을 따졌을 때 상위 스킬이었고, 플레이어들의 사용평도 호평인 기술이다.

제냐는 자세한 조건을 알지 못했지만 ‘전사warrior'로서 자신보다 체격이 큰 몬스터에게 근접전으로 싸워 이기는 경험이 누적되면 얻을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근접 전사들은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필수 스킬에 가까웠고, 몬스터들의 주의를 끄는 플레이인 어그로Aggro 관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류였다.


보통 RPG에서 흔한 용어로는 ’도발‘류의 스킬이라고 한다. 상대의 이성, 침착성을 무너뜨리고 호흡을 빼앗는 용도로 유용하다.


고블린들은 대개의 경우 플레이어들보다 늘 약자의 위치에 서는 소형 몬스터이다. 초보자 딱지를 뗀 이들이라면 대부분 아래로 볼 수 있는 놈들이었고.

그러나 ‘야성野性’을 지닌 몹, 개중에서도 인류를 향한 적개심을 갖고 있는 귀신 류의 몬스터들은 그들보다 강자의 도발이라고 쉽게 도망가지 않는다.


피어Fear가 물리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서 압살할 정도의 격차가 아니라면, 소악귀들은 언제나 무모한 돌진을 감행한다.


그 귀성과 야성을 깨워주기 위한 고함 소리였고, 지향성을 가진 외침이 멀리 제냐가 있는 위치에서 고블린들에게까지 닿았다.


시야를 돌려 산책로의 마차를 바라보면,


마부석에 있다 갑자기 화살을 쏘아 날리고 고함을 지르는 제냐의 모습이 미치광이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전장의 고함이 핀포인트로 날아가는 음향이라 내부에 있는 아가씨들이 경기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소리 자체의 성질도 그러했고, 소리로써 전파되는 SP의 작용 역시 그러했다. 사용자가 스킬의 타겟으로 삼은 목표물이 아니라면, 근거리에 있는 아군은 더더욱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왁.“


하고 아드리안이 졸던 고개를 치켜 들며 잠에서 번쩍 깨기는 했다. 잠결이라 정신이 없어서 놀랄 새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헤슈나는 움찔 떨며 바깥 쪽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줄리앙과 제냐가 하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 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저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줄리앙은 고요하게 집중하며 객실 내에서 로키 산의 풍경을 전체적으로 훑고 있었다. 한 번에 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 모습을 확대해서 샅샅히 또 일일이 보는 것은 가능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색적 스킬, ‘감시자의 원시’는 약 반경 100에서 200m정도의 범위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근거리를 기준으로 펼쳐지는 ‘천공의 눈’, ‘매의 눈’같은 스킬보다 정확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정찰용으로는 최고의 무기였다.

해당 범위에 존재하는 사람 크기 정도의 물체는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고, 기감 계열의 일종이라 기력술이 발전하면서 조금 더 세밀한 운용과 색적까지 가능해진다.


희귀 급의 스킬이었고, 이전 투명화 스킬로 협곡 상부에 숨었던 강도단들처럼 상대가 비책을 갖고 있다면 파훼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런 은엄폐 기술을 전문적으로 갖고 있는 이들이 그리 흔하지는 않기에 줄리앙은 상당한 신뢰도를 가지고 써먹고 있는 편이다.


말 그대로 그럴싸한 장소에, 상당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서 그들을 노리는 귀족가나 그 이상의 집단이 아니고서야 그의 원거리 정찰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그들 일행이 움직이는 여행 경로를 알리지 않는 것이었고. 같은 길도 목적지를 짐작하지 못하도록 흔히 다니는 선택지를 피해 골라가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길목이 있어, 붉은 다리 협곡 같은 곳을 지나게 되고는 했고.


‘감시자의 원시’로 산 내부의 정보를 파헤치고 언제라도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장비나 무기들을 염두에 두며 유지 가능한 수준의 긴장을 하고 있었다.

바깥에서 제냐가 ‘눈’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는 조금 쉬어도 좋았지만 지금 그가 여행 중의 틈새를 사용해서 질리언을 훈련시킨다고 하니, 객실 내에 있는 그가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페이브는 오래도록 줄리앙과 함께 여행을 다녔으므로, 정확히 집사장의 내력과 기술을 알지는 못해도 비슷하게 짐작하며 자신의 기세를 갈무리했다.

성채까지의 길은 그리 복잡할 것도 없었고 위험한 지형도 없었다. 붉은다리 협곡처럼 매복하기가 딱 좋은 곳도 별로 없다. 로키 산은 완만한 산세를 가졌고 멀리 있는 성채까지 굽이진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면 될 뿐인 등산로를 가졌다.


아마 성채 쪽에서는 그리턴 가의 길을 사용해 정면에서 올라가고 있는 마차를 인식했을 확률이 높았다. 산등성이에 가려 지금은 성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몇 개의 고개를 넘으면 육안으로도 보일 것이다.


산지기 가문이 평범한 대비로 산 위에 군림하지는 않을 테니, 아마 방문하는 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졌든 일찍 알고 준비하기 위한 정찰용의 초상 스킬 따위는 있으리라.


반대로, 줄리앙은 그리턴 가의 산중 성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 외관은 이미 보았지만 내부는 스킬로 방비가 되어 있어 감시자의 원시가 먹혀들지 않는다. 희귀급 이상의 은엄폐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아이템일 수도 있었고, 스킬일 수도 있다.


보통 어느 정도 세력이 있는 귀족가는 방비 용의 아티팩트를 충분하게 구비해둔다. 어지간히 가문의 재력이 부족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혹은 규모가 아주 작고,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소귀족의 가문이라거나.


로멜리아 가도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영토 또한 대귀족들에 비하면 자그마한 것 하나 뿐이었지만 초상력을 사용한 대비는 철저한 부류다.

영지에 남겨두고 온 여러 도구들과, 부하들을 이용해 기사단장이 잘 지키고 있으리라.

줄리앙은 목적을 되새기며 기력을 움직였다. 초상력을 운용하는 의지력은 결국 몸을 쓰는 기사들 또한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중요해지는 능력이었다.


정신적인 집중은, 육체적 근육의 작동만큼이나 중요했고, 때로는 그것이 더 앞설 때도 있었다.


*


고블린들은 달렸다.


소악귀라고 불릴만한 찢어진 입매, 툭 튀어나온 뾰족한 이빨들, 초점이 없는 풀린 동공, 광기 어린 표정, 파충류를 닮은 녹빛의 피부가 매끈하다.


자신들의 키보다도 큰 수풀도 거침없이 뛰어넘으며 그것이 달렸다. 짐승들의 질주에는 거리낌이 없다. 그것들은 야성과 귀성에 따라 행동하는 AI였고, 인류의 적대자다.


식인과 살인을 위해 달려나가는 몬스터들의 행각과 외형은 때로 어린 플레이어들에게 트라우마를 주기에 충분하다. 전투 직종은 일정 나이 이상의 플레이어들에게 권장되었고, 미성년이며 심지어 연령대가 더욱 어리다면 데포르메 되거나 다양한 형태로 모자이크가 된 광경들이 보여졌다.


제냐는 성인이었고, 정신병력도 없었으며, 그런 모드에 동의하며 체크해둔 세팅도 아니기에 그것들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뭐, 조금 혐오스러울 수 있었지만 현실에도 얼마든지 끔찍한 것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아가리를 디밀고 달려오는 짐승류라고 생각하면 그리 기이할 것도 없는 광경이다.


이족 보행을 한다고 치면, 흉폭한데다 광기라도 든 야생 원숭이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적응하기 어렵잖다.


백 여 미터의 숲 길을 제 집 안마당처럼 순식간에 질주해서 달려드는 여러 고블린들을 제냐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끼기긱!“ ”기이이이!“


하나같이 성대를 긁으며 괴상한 고음을 질렀다. 나무 껍질에 제 몸이 쓸리고 부딪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달린다. 전사의 고함은 아주 효과가 좋다.


죽을 자리도 모르고 달리는 고블린들의 입매가 더욱 길게 찢어진다. 이빨이 날카롭다. 그것으로 뜯어먹는 육식을 하는 놈들이라, 충분히 무기였다. 몇 놈은 단단한 나뭇가지의 끝을 뾰족하게 갈아 들고 있었다. 두어 놈은 쇠붙이, 단검류를 양 손에 들고 있다.


맨 손과 맨 발로 뛰어대고 있지만, 무기가 없는 놈들도 한껏 손발톱을 세워 낸 동작으로 거슬리는 수풀더미를 치워내며 전진한다.


고블린들은 점프력이 좋은 편이다. 생각보다 작은 몸집에 방심하고 있다면, 입체적인 움직임을 보고 당황해 순식간에 게임 오버를 당할 수도 있었다.

대개의 몹들이 그러하듯, 지형과 특성에 따라서 같은 고블린이라 하더라도 강함의 정도도 신체 능력의 수준도 전혀 달랐다.

로키 산의 고블린은 스타팅 포인트로 꼽히는 초보자 도시들 근처에서 마주하는 고블린들보다는 조금 강력한 부류다. 그래보아야 레벨 10대에서 잡히는 수준이지만. 준수한 전투력을 보유한 제냐나, 기사 급의 전력인 질리언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반항한다면 다소 까다로울 순 있어도, 전투가 성립한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언제든,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전투를 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결국 이 시나리오 온라인 세계는 가혹한 성장 법칙을 도입하고 있었다. 현실 역시 노력의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곳엔 수치적인 성과가 더해졌을 뿐이었다.

현실의 인간의 육체는 초인적으로 변해갈 수 없지만, 이곳은 경험치를 쌓고 적절한 부하를 걸면 그만큼 강력해지고 그 한계는 사람의 몸으로 드래곤을 이길 수도 있게 된다.

아주 먼 옛날의 일이고, NPC들에게는 더욱 상상이나 다를 바 없는 이야기지만.


적대적인 생물체를 잡아 죽이고 전투를 통해서 얻는 경험치도 중요하다. 강도와의 싸움이 제냐에게 경험치가 되었듯, 줄리앙, 질리언, 페이브, 그리고 심지어 헤슈나에게도 경험치 수준이 올라가는 사건이었을 테다.


규격을 정하고 행동과 결과, 만물에 숫자를 매겨버린 디지털 세상에서는 그 법칙대로 강함을 추구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시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방식대로 객관식 문제를 풀고 체크를 해야 하듯이, 이름을 적고 시험지를 제출해야 하듯이.


여기서는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전투직이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형태의 세상이었고, 경험적으로도 확신을 갖게끔 되지만 의외로 명시화된 정보를 갖는 플레이어들과 공략법이 없는 NPC들과의 행동의 격차는 상당히 컸다.

지혜나 지식의 부류로 뼈저리게 알고 있는 베테랑, 혹은 노인들, 지자들이 아니고서야 어리거나 젊은 캐릭터들은 모르는 것이 아주 많다.


고블린들이 발치에 걸리는 흙, 돌멩이, 나무뿌리, 수풀 따위를 밟고 쳐내고 달려서 그들에게 가까이 닿는 동안 제냐는 질리언을 일깨웠다.


맨 살에 원시인이 연상될법한 가죽이나 천 옷 따위를 대충 걸쳐 입은 고블린들의 행색이다. 그마저 없는 놈들도 있었고. 일반적인 짐승이 그러하듯 생식기 따위가 있어야겠지만,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인류형 캐릭터들, 그러니까 NPC들 역시 완전한 맨 몸은 플레이어들이 관측할 수 없었다. 피나 상처가 모자이크로 처리되듯이 중요 부위는 가려진다.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건 자신의 몸이었는데, 그것도 설정으로 가릴 수 있었다.

비쥬얼 설정을 오픈으로 해둔 채 옷을 벗는다고 해도, 타자의 시선에서는 NPC가 그러하듯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보이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하물과 그 부근, 허벅지 근처까지가 모자이크의 범위였고 여성이라면 하체 부위와 상체의 유방 부위가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현실에도 있는 동물의 경우엔, 동종의 짐승끼리의 자연적인 교미에는 성인에게까지 락을 걸지는 않는다. 미성년도 아니며, 별다른 모드 설정도 하지 않고, 해당하는 비쥬얼 그래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의문에 동의를 해 둔 플레이어들은 간혹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태계의 흔한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었다.


녹색의 피부가 녹음이 우거진 산림에서 내달린다.


자신의 살갗이 까지고 상처가 입는 줄도 모른 채 달리는 소악귀들의 기세가 흉흉했다.


곧, 그것들이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벗어나 산책로에 닿았다. 햇살이 잔뜩 쬐고 시계가 확 넓어지는 그 순간 너른 허공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고블린들을 맞이했다.


그것들만 고블린을 환영한 건 아니었다.


쉬익,


하고 화살 한 대가 날았다.


고블린은 분간하지 못했으나 그건 철목시의 화살이었고, 제냐는 마부석에 앉아 있다가 고블린들이 오는 방향을 가늠해서 노리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한 발 날린 것이 코 앞의 목적지에 닿았고, 제일 먼저 튀어나온 놈의 왼쪽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아니, 관통해서 지나갔고 연결 부위가 통째로 사라지는 격통을 느낀 고블린은 자신의 왼팔 있던 자리가 허전하다는 걸 알았다.


”캬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새된 비명과 함께 전투가 시작 되었다. 제냐가 질리언의 등치를 발로 퍽, 밀었다. 그의 양 손은 장궁을 쥐고 있었다.


질리언과 제냐는 마부석에서 내리며 다소 떨어진 자리의 숲 속에서 튀어나온 고블린들을 반기며 칼날을 휘둘렀다.


*


”···헉.“


갑자기 떠밀린 질리언은 급속도로 전개되는 상황에 머리가 좇아가지 못했지만, 몸은 정직했다. 그는 전투를 위해서 반평생 이상을 칼날을 휘둘러 온 엘리트 병력이다. 기사 작위는 받지 못했지만 기사에 준하는 전투 능력을 갖고 있었다.


생각보다도 그의 칼날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제냐가 떠밀자 마부석에서 넘어질 듯 위태로이 내렸고, 그 관성을 이용해서 그대로 내달렸다.

십 수 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나타난 놈들을 향해 뛴다. 금방 거리는 좁혀졌다. 제냐만치는 못해도 그 역시 기사의 일종으로, 기력술을 다루며 또 초인의 반열에 올라선 사내다.


몇 호흡에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질리언은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한 손 검을 빼들었다. 달림과 동시에 검집에서 칼을 뺐고, 허리춤으로부터 시작해 대각선으로 위를 향해 올려 벤다.


어마어마한 속도감의 달리기를 하고 있기에 금방 움직여 금방 칼날이 닿는다.


쉬익, 하고 바람을 가른 쇠붙이는 질리언의 손에 가볍다. 그는 그 가벼움을 그대로 속도로 바꿔냈다. 기력이 움직인다. 질리언의 MP는 그의 머리칼을 닮은 듯 갈색빛이 돌았다. 희미한 빛이 그의 칼날과 몸 이곳저곳에 어른거린다.


근육이 꿈틀거림과 동시에, 날아들듯 달려온 고블린 한 마리를 야구공이 배트에 걸리는 모습처럼 그대로 베어 날렸다.


촤악-! 하고, 사람의 한 반 만한 크기를 가진 소악귀가 그대로 반쪽이 났다. 깊게 베인 상흔은 상흔이라고 말하지도 못할 만큼 큰 상처였고, 한 마리는 덜렁거리는 몸을 가지고 그대로 절명했다.

빛이 쏟아져나왔고, 그 상처부위로부터, 그건 고블린의 HP를 넘는 데미지였다. 한 마리의 눈빛에서 불이 꺼졌다. 한 마리는 가장 먼저 달리다 한 팔이 날아갔다. 제냐는 질리언의 뒤에 있었다. 장궁을 여전히 겨눈다. 한 발 더 걸었다. 그의 선 자리 옆에 철목시 두 발을 더 흙바닥에 꽂아 두었다. 휘이, 하고 날아간 것이 한 마리의 발치를 꿰뚫는다.


발등으로 들어간 화살촉은 화살이라기보다 투창이나 도끼같은 힘을 보였다. 그대로 신체를 절단시키면서 녹색깔의 신체 부위가 날아간다.

그 단면은 흰 빛이었고, 날아간 신체 부위는 점차 흘러 나오는 피를 표현하듯 빛에 휩싸여갔다. 기우뚱, 하며 발을 잃은 놈이 흙바닥에 쓰러졌다. 놈은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지만 동정의 여지는 없었다.


귀신 류의 몬스터들, 대개의 몬스터들은 사람을 근본적인 적으로 여긴다. 그것들은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설정이었고, 인류와 공존하거나 상생할 수 없는 성질이다. 쿵! 질리언은 호기롭게 칼을 휘두르며 몇 놈들이 달려드는 것을 멀찌감치 쳐보냈다.

위협적인 칼의 궤적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소악귀들이 몇 발 물러섰고, 그 틈에 질리언이 움직여 땅바닥을 밟은 소리다.


그 발 아래에는 발목 아래로 빈 자리가 되어 땅바닥에 넘어졌던 고블린의 대가리가 있었고, 그대로 사라지며 한 마리가 또 죽었다.


”휘유우우우우.“


질리언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체력에 문제는 없었지만 운동이라는 건 리듬감이 중요하다. 또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준비가 되어야 최고의 효율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준비도 없다가 갑자기 등을 밀려 싸우고 있는 것이니 잠깐 여유를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고블린들의 눈매를 바라본다. 초점도 없는 눈동자 주위로 핏발이 서 있다. 어린아이, 혹은 소년만한 크기의 놈들이었지만 흉폭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마 죽이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확연하게 그들이 우세하며 고블린은 약세라는 것이 밝혀져도 잘 도망가지 않는다.


아마 전사의 고함이 아니었다면 고블린들도 더 전략적으로 움직였을지 모른다. 그것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인류를 향한 적개심이 고양되었고, 한 번 끓어오른 놈들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약한 놈이든 강한 놈이든 그렇다. 콘란드 대륙 어딘가에는 고블린 군집체가 있다고도 한다. 수 천에서 수 만 단위가 넘는 몬스터들의 군단을 잘못 건드리면 악몽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다 보면 결국 메인 스토리 급 퀘스트로 넘어가는 서사시의 시작이 될 지도 모른다.


세계의 실황에 대해서 질리언은 아는 게 별로 없지만, 몹들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NPC들은 몬스터에게 적개심을 품는다. 그들이 NPC 인류들에게 적대감을 갖고 파괴하려고 행동하기에, 뿌리깊고 근원적인 저항감이었다.


질리언은 칼날을 수직으로 바로 세웠다. 그렇게 해서 중단세로 앞에 놓는다. 자신의 시선 높이에 칼끝 부분이 오도록 앞으로 하고, 마찬가지로 기회를 엿보는 다섯 마리의 고블린들을 노려 본다.

검이지만 기세를 겨누고 있었다. 질리언은 MP를 불러 일으킨다. 그의 손목 부근에서 타오르듯 일어난 정신력 에너지가 검날로 스며들어 톱날처럼 검날 위에 덧씌워진다. 일렁거리는 톱날은 유동적이다. 기력술을 실전에서 계속해서 쓰고 감각을 익히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제냐는 뒤에서 화살만 겨누고 있다.


그들이 고블린과 대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앞서 나가는 흑마 두 마리의 마차 역시 그리 멀리 가지 않았다. 다그닥 거리며 평화로운 걸음을 걷기에도 그렇다. 확실히 두 마리의 말, 로즈와 덴드는 걸물이었다. 옆에서 그런 소란이 벌어지는데도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는듯, 혹은 주인인 로멜리아 일행을 믿는다는 듯 큰 동요 없이 산길을 오른다.


마차 내부에서는 페이브가 타이밍을 보다가 문을 열고 나와, 움직이는 마차 위에서 능숙하게 뛰어 마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금 누군가 고삐를 쥐고 천천히 박자를 세어주자 말들은 그것에 맞춘다. 제냐는 기감을 쓰고 있으므로 주변의 움직임을 대강 안다.

여기서 써야 하는 시간도 머릿속으로는 가늠하는 바가 있었다. 질리언이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말했다.


”어서 끝내십쇼. 질리언. 앞으로는 여정 중에 틈이 날때마다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할 겁니다. 이 세계는 결국 몬스터를 죽여야만 당신이 급성장할 수 있는 구조에요.“


뭐, 대련이나 가혹한 훈련 역시 경험치를 일부 주기는 한다. 그러나 전투 직종이라면 전쟁을 경험하는 것만큼 급격하게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직접 죽이지 않더라도 어시스트를 한 것만도 경험치가 부가된다. 중요한 건 제냐가 몬스터를 몰고 어시스트를 하며 질리언이 직접 타격을 많이 입히는 것이었다. 질리언의 차례가 끝나면 페이브를 굴려봐도 좋을 것이다.

줄리앙은 나이가 많고 이미 그들보다는 뛰어난 편이었으니, 뒷전으로 밀어놓고 생각을 하자. 그와 동시에 제냐 역시 성장을 해야만 했다. 그렇잖아도 평화로운 여행의 시기에는 계속해서 MP를 굴리며 소모시키고 의지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연습하고 있었다.


제냐가 지나친 파괴력으로 단발에 전투를 끝내서는 별로 훈련도 경험치도 되지 않는다. 제냐가 덧붙였다.


“마차가 40보 걷기 전에 끝내죠. 안 움직이면 제가 뒤를 쏠 겁니다.”


물론 뒷 말은 농담이었다. 독전관 흉내를 내고 있지만 진짜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말에 묘한 무게감이 있어서 질리언은 등줄기에 땀이 조금 흘렀다.


수더분하고, 헛소리나 농담을 잘 받아주는 청년의 실력은 진짜였고 터무니없는 짓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인이었다.


제냐의 말에 질리언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새기면서, 다시금 걸음을 내딛었다. 그가 로멜리아 영지군에 들어와서 초기에 경험했던 전투들은 대개 이런 것이었다. 고블린이나 임프Imp(소악마, 고블린보다 조금 작은 키가 평균이며 생쥐나 고양이의 외형을 섞어 놓은 듯한 이족 보행의 괴물)따위의 소형 몬스터들을 토벌하고 잡아 죽이는 일 말이다.

그 때는 믿을 것이 튼튼한 두 팔 두 다리, 그리고 길다란 창 한 자루 밖에는 없었다. 배운 기술도 노하우도 경험도 없던 때라, 가장 약한 적을 상대하던 시기지만 체감적인 공포와 어려움은 극심했다.


당시의 떨림은 언제나 전투 전에 복기해보곤 하는 기억이었다.

그 때의 긴장감을 이겨냈기에 자신이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것이니. 그 마음을 그대로 갖고 난관이 있어도 뚫고 이겨내겠다는 각오의 되새김이다.

그가 난적이나 고난을 맞닥뜨렸을 때 하는 짓이었는데, 우습게도 제냐와 대련을 하던 그 날 밤, 호텔의 후원에서도 각오를 다졌었다. 그런 인간이 지금 뒤에 있다. 한 편이 되어서 함께하고 있지만 영 내력은 다 알 수가 없는 사내이다.


“후.”


숨을 가볍게 뱉으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탈력감과 동시에 유연하게 몸을 접어 들어가는 행동이 암살자의 그것처럼도 보인다. 고블린들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질리언의 움직임은 빠르다. 자신보다 무게가 훨씬 적게 나가며 튀어대는 움직임을 하는 고블린들보다도 더 말이다.


초록빛의 소악귀들이 한낮에 산책로 주변을 떠돌아다닌다. 사람의 기사라면 토벌해야 할 일이었다. 시잉, 하고 얇은 한 손 검은 음악처럼 소리를 냈고, 바람과 함께 고블린들의 피륙을 베어나갔다.


다섯 마리가 튀었다. 무규칙적으로 땅바닥을 향해 던진 고무공들처럼 제각기 산란했고, 질리언의 눈은 그 궤적들을 읽어내면서 잡아야 할 것을 잡았다.


한 놈은 팔이 날아가서, 몸이 굼떴다. 질리언은 가장 가까이 있는, 자신의 시선에서 오른쪽으로 튀던 놈의 목덜미를 갈랐다. 그놈이 튀던 방향에 마주 보도록 칼을 휘두른 것이라, 고블린은 자신의 목을 질리언의 칼날에 가져다 대듯 끝났다.

촤악, 베었고 몸을 빙글 돌리며 왼쪽으로 뛰었다. 한 놈이 뒤로 거리를 벌렸지만 질리언이 더 빨랐다. 그는 달려가면서 자세를 잡았다. 훨씬 빨랐기에, 한 발을 찍고 그대로 발을 차올려서 턱을 날릴 수 있었다.


앞으로 발이 날아갔고, 위로 올랐기에 고블린은 그대로 승천하듯 몇 미터 정도 떠올랐다. 고블린의 턱뼈가 부러지고 내부 장기도 맛이 갔다. 목뼈 역시 아작이 났을 것이다. 질리언은 타격감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기감을 활성화시켰다.

그 역시 그리 넓지는 않지만, 근접전이나 난전을 벌이는 전장 내의 상황 정도는 유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탐지 스킬이 있었다.


‘경계하는 기사’라는 이름의 스킬이다. 그가 기력을 운용하자 그의 안광이 갈색빛으로 덧씌워졌다. 희미한 빛깔이었지만 제냐에겐 분명하게 느껴진다. 시각적 효과가 아닌 기력의 움직임과 파동을 감지할 수 있기에.

일반적인 NPC나 기력 감지가 없는 플레이어는 보기 어렵겠지만 제냐의 감각에는 뚜렷한 빛으로 보이고, 또 약간의 진동으로 피부에 와닿아 느껴진다.


밀집된 SP는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며 변화무쌍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어떤 기적적인 일을 벌일지 모른다.


질리언은 자신을 중심으로 원형의 범위를 그려나간다. 약 10m정도 부근의 움직임이 그에게 선명하게 잡힌다. 설령 신체의 눈을 감고 귀가 막혀도 느껴지는 정보들이었다. 검은 시계 속에 3D맵 데이터가 펼쳐지는 것처럼 고블린들의 난선적인 움직임이 뚜렷하고 느리게 보였다.


그는 뒤로 반 바퀴쯤 돌아 자신의 사각을 노려오는 한 마리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음에도. 그래서 그대로 자신의 몸을 빙글, 돌려 보지도 않고 검날을 베었다. 단검을 들고 그 등 뒤를 찌르려던 놈의 몸이 반 쪽으로 갈라졌다. 위 아래의 두 조각이다.


강력한 충격으로 소악마의 몸이 빛에 휩싸였고, 금세 사라졌다. 두 마리가 잠깐 머뭇거린다. 그러다 이내 기색을 죽이고 다시 공격적으로 움직인다. 이번에는 양쪽에서 달려든다. 한 놈은 단검을, 한 놈은 제 손톱을 잔뜩 세워 할퀴려는 듯 군다. 고블린의 손톱이나 이빨은 훌륭한 무기였다.

나무를 갈아낼 수 있었고 그 끝에 생물학적인 독이나 균이 조금 있었다. 씻지 않고 여러 생물들을 손으로 파헤친 뒤에 묵혀두니 생기는 자연적인 독이었다. 고블린 스스로는 그런 병균이나 독에 내성이 강한 편이었고.


질리언은 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왼쪽에서 다가오는 놈을 마주봤다. 질리언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자 다가오던 놈은 ‘캬아악!’ 더욱 성을 내며 뛴다. 질리언은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그리고 검을 쭉 빼서 밀었고, 타이밍을 재다가 휘둘렀다. 검날의 궤적보다 한 치 정도 더 길게 베여나가는 공격이었다. 고블린은 그 칼끝에 복부를 베여서 속에 든 것을 쏟아내야 했고, 검격은 그대로 한 바퀴를 길게 돌아 뒤쪽에서 오던 놈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촤악, 하고 살가죽이 갈렸고 전투가 끝이 났다. 질리언은 자신의 검날에 묻은 피, 살, 혹은 빛의 입자로 보이는 걸 털어냈다. 고블린 한 마리가 입은 헤진 천조각에 그것을 닦아내었다. 소란스러웠던 소악귀들은 움직임을 멈춘다. 두 마리로부터 아이템 박스가 떠올랐다.


NPC들이 싸워서 몬스터를 죽인다고 푸른 빛의 정육면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건 플레이어들의 고유한 권한이었으므로.

다만 플레이어와 함께 싸웠을 때는 나타난다. NPC들도 그 기이한 물질에 놀라거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들이 평소에 사냥을 하고 사체로부터 전리품을 챙기듯, 자연스런 과정으로 뇌내에서 변환되어 기억하고 인식한다.


한 박스는 제냐가 상처를 입힌 놈으로부터 나왔고, 제냐의 소유였다. 다른 하나는 질리언의 것이다. 제냐는 훌쩍 뛰어 그들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가서 아이템 박스를 발로 툭 쳤다. 질리언도 사체를 정리하며 나타난 물건을 건드렸다.

그의 기억에는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자연스런 습득 과정을 거친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질리언이 푸른 박스를 건드리자 겉면이 사라지며 나타난 건 날이 빠진 단검이었다.


[로키산 고블린의 습격용 단검-1]


대단한 공격력이나 내구성은 별로 기대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이가 빠진 구석이 있고 손잡이도 조금 헐겁다. 암기로 쏘아낼 수는 있겠다. 그리고 고블린의 손발톱과 같이 비슷한 시독이 묻고 녹이 슨 부분이 있어서 상대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냐가 얻은 건 [고블린의 어금니x10]였다.


몬스터의 사체로부터 얻는 신체 일부는 훌륭한 아이템 제련의 소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다만 저레벨에, 이런 산에 있는 흔한 고블린의 어금니는 당연히 큰 가치가 없다. 어쨌든 인벤토리에 들어간 것을 수납해 놓고, 제냐가 질리언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생했습니다. 잘 하는데요. 갑시다.”

“제냐 공······.”


질리언이 말했다. 제냐가 무릎 꿇어 아이템 박스를 처리하고 있는 그를 내려다보며 핀잔을 주었다.


“그냥 경이라고 부르십쇼. 씨라고 하던가.”

“이게 대체 뭔 짓거리냐, 제냐.”

“아니··· 바로 반말짓거리입니까.”


제냐가 헛웃음을 지었다. 질리언이 일어나 그를 바라봤고, 제냐는 그의 어깨를 툭툭치며 마차를 가리켰다.


그들은 마차를 향해 뛰었다.


제냐가 말한다.


“말했잖습니까. 특이한 체질에, 이상한 짓거리를 좀 많이 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싸우고, 여행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몬스터를 계속 잡아 족치십쇼. 제가 도와드리고, 훈련도 시켜드리죠. 잦은 실전은 싫어도 당신을 강하게 만들 겁니다.”


NPC들마다 특성이 있고 재능이 있다. 전투 직종에 관련된 재능이라면, 질리언은 아주 출중한 편이었다. 실제로 젊은 나이에 전문화된 트레이닝을 거치지 않고도 기사 급의 무력을 보유한 인물이었고, 로멜리아 가에서 특별히 뽑혀 이곳까지 온 인물이 아닌가.


신체도 건장하고, 그 신체가 강해질 수 있는 폭도, 트레이닝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도 거의 최고일 것이다. 기력술의 단련과 함께 신나게 신체를 굴려대면 싫어도 강해질 테다.


“하악.”


질리언은 그 말에 헛숨을 뱉었다. 제냐가 말하는 투가 왜인지, 상식적인 수준에 있는 훈련이나 실전 빈도를 뜻하는 게 아닐 것 같아서였다. 싫어도 강해져야 한다. 그래, 두 아가씨를 지키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이다. “······.”


질리언은 마차에 거의 다다라서 말했다.


“잘 부탁해.”

“아무렴요.”


“왔나.”


페이브가 마부석에 앉아 있다 둘을 반겼다. 제냐는 마부석에 셋이나 앉을 필요가 없기에 그대로 마차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평평한 구석이 많아서 앉거나 누워 있기 편하다. 검은 색으로 칠해진 지붕에 한낮의 태양을 오래도록 받으면 목이 마를 정도로 따사롭긴 하지만, 잠깐은 아주 좋다. 객실보다도 더 편할 지경이다.


제냐는 지붕 위에 드러누워 그대로 손깍지를 끼고 다시 그러고 있던 것처럼, 뒤통수를 받치며 머리를 뉘였다.


산길이 좀 남았다. 잠깐 쉬다가 한 번 더 질리언을 데리고 사냥을 하던가, 아니면 그리턴 가의 집에 닿을지 몰랐다.


*

falaq-lazuardi-jVGfozwWNPY-unsplash (1).jpg


작가의말

등산은 좋은 운동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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