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30 02:56
연재수 :
358 회
조회수 :
9,048
추천수 :
771
글자수 :
3,405,694

작성
23.07.29 12:45
조회
35
추천
4
글자
45쪽

44. 결정의 주체

DUMMY

*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로웰 드버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마물술사로, 다양한 종류의 초상 스킬을 익히고 있는 희귀한 인재였다. 중부 대륙 태생인 그는 뛰어난 용병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그밖에 할 수 없는 많은 의뢰들을 비싼 값을 받고 처리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상술, 곧 시나리오 온라인 내에서 '스킬'이라고 표현되는 갈래에는 정말 천차만별의 계통이 있었다.

개중 하나인 '마물술사' 류의 스킬들은, 몬스터 테이밍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스킬들이었다.


테이머는 여러 종류의 RPG에 심심찮게 등장하고는 하는 유서 깊은 클래스이자 사람들의 상상력의 발상이었는데, 그 모습과 원류는 아마 현실의 지구에서 짐승들을 길들이고 다루었던 많은 조련사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짐승은 사람보다 강력한 육체적 능력을 가지고 발톱과 어금니, 날개가 있었다. 신체적으로는 아득히 나은 점들이 많은 놈들이었으니 그 금수를 인간의 지휘로 부릴 수 있다면 그건 현실적으로 마법이나 비슷한 수준의 일이 가능할 테였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짐승들을 어떻게 다루고 조련하냐가 물론 문제이기는 했다만.

시나리오 온라인은 현실에 대한 열화판 해석이나 다름 없는 판타지 세계관의 게임이었고, 여러가지 설명하기 어려운 논리나 방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그러하다'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마법'이라는 이미지는 편리한 상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판타지의 이미지이기도 했다.

세상을 유년기적 잣대로 바라볼 때, 자세한 근거나 원리는 모르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과학적 혜택들은 마법이나 크게 다름없다.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라고 해도, 마법이나 기적으로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작가가 현실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출적 편의나 혹은 대상 독자층을 위한 이유로 쓰일 수 있는 방식이었다.


초상술은 애초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리적 에너지인 'SP'를 이용하고 있었다.

무수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스킬이라는 이름 하에 가능해진다.


테이머들은, SP를 사용해서 몬스터의 정신을 현혹한다. 현혹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건 고양이에게 개다래나무 열매를 가져가는 것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

몬스터들의 특성 별로 해야 하는 일들도 다 달랐고, 방식, 접근법이 모두 달랐다.


그런 방법론을 뭉겔 수 있는 보편적이며 강력한 테이밍 스킬 또한 존재는 했다만, 자연스레 그런 류는 상위 스킬이 된다.

몬스터 한 마리 한 마리를 공들여 포획하게 되고, 스킬로 다양한 종류의 짐승들과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의지력에 따라 MP를 사역하듯,


지휘관이 되어 자신의 능력에 따른 짐승 군단을 부릴 수 있게 된다.


보통 테이머들은 두 갈래의 스킬들을 혼합해서 사용한다.


소수의 정예를 자신의 몹들로 꾸며 한 마리 한 마리를 유니크하게 강화시키는 방법이 있었고, 즉각적으로 다수의 몬스터들을 현혹시켜 자신의 임시 군사로 부리는 계열의 방법이 있었다.


전자는 하나의 짐승을 오랜 친구로 삼아 계속해서 데려가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비용을 뛰어넘을 정도의 특별함을 완성시킨다면 강력한 마물술사가 될 수도 있었고.

후자는 콘란드 대륙에 존재하는 거대한 몹 군단을 제것처럼 부릴 수 있었으나, 주변 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면이 컸다.

당장 몬스터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력이 0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소수의 짐승들로 이루어진 정예가 아무리 강력해도, 거대한 군단을 이기는 일이 힘든 것이 또 사실이었으니 오로지 질이 아닌 양만을 추구했을 때 마물술사는 감당키 어려운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메인 스토리에 숨겨진 갈래 중 하나인 ‘마왕魔王’의 경우에는, 마물술사의 극의에 달한 것과 비슷한 능력을 보이고 있기도 했다.

어쨌거나 콘란드 대륙에 존재하는 두 종의 극단적인 전쟁이 그 시나리오의 끝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몬스터의 규합과, 이지를 가진 모든 인류종의 연합 후 전쟁이 메인 스토리의 마지막이었다.


메인 스토리의 형태는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역사와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고, 동시에 여러 종류가 진행되는 것도 가능했다.

아주 예전에 존재했던 게임 중 유명한 것, 각 역사의 문명들을 일으켜서 전쟁을 하고 최종 승리로 먼저 나아가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에서 승리 조건이 여러 종류라 전쟁 승리, 외교 승리, 문화 승리 등의 형태가 있었는데, 비련의 시나리오 역시 비슷하다.


전쟁으로 대륙을 일통한다던가, 대단한 문화적, 기술적 발전을 일으켜서 대륙의 모습을 바꾸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끔 한다던가.

전대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역사적 변곡점들이 메인 스토리 급 퀘스트의 기점이었고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플레이어가 그 주인공이 되느냐 하는 건 정해지지 않은 일이었다.


제조직 플레이어가 전쟁사를 바꿀 정도의 도구를 발명해 대륙 내 몬스터들을 전부 소탕한 뒤 인류 제국의 번영이 그려질 수도 있었고, 전투직 플레이어가 끝없이 발전해서 거대한 대륙 전쟁을 일으켜 제조직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안온한 공장을 잃어버린 채 그냥 휘말려 게임 오버가 될 수도 있었다.


로웰 드버는 두 종류의 마물술사 스킬 중 후자의 것에 조금 더 집중한 부류였다. 몇 마리의 유니크 몬스터들을 제어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의 전력全力은 아니었다.


특히 대규모의 몬스터들을 일시적으로 자신의 군단으로 부리고 현혹시키는 데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가진 그는 몬스터 아웃브레이크Outbreak를 일으키기에 좋은 초상술사다.

데슈칸 산맥은 수많은 몬스터들의 터전이 되는 곳이었고, 초입 로키산의 가장 위에 있는 성채는 그것들이 몰려들기 좋은 지점이었다.

굳이 그리턴 가를 자극하지 않는다고 해도, 로키 산은 그가 활동하기에 편한 곳이었다.


NPC이지만 플레이어의 전투력 단위로 변화시킨다면 상당한 고레벨 능력자였다, 그는. 정신력 계열의 스텟에 모조리 투자를 해버렸기에 약점이 분명하지만 지닌 바 능력만으로도 확실하게 50이상, 80을 넘지 않을까 싶은 수준이다.

로키 산의 몬스터들을 다수 부리기에는 충분하다.


그는 현재 작힘 백작의 의뢰로, 데슈칸 산맥에 와 있었다.


“음.”


목을 가다듬으며 작은 소리를 내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이 몇 명 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기사같은 자들이 그를 보필하듯, 호위하듯, 아니 혹시 감시하듯 이끌고 있었고.

그 외에 다른 얼굴을 드러낸 자들이 일행을 구성한다.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 거대한 장한 하나, 붉은 단발머리의 소녀인지 아가씨인지 모를 여성 하나. 다른 이들에 비하면 그다지 특색은 없는 평범한 체형과 체격의 용병같은 자들 몇 명.


다 해서 열서너 명은 되는 규모의 일행들이다.


이들이 목적하고 있는 바는 하나였다.


로키 산 봉우리, 그 위에 있는 로키 캐슬. 그 성채에 거하고 있는 어떤 이들의 목숨을 취하는 일 말이다.


벌써 인근에 도착해 캠프를 만들고 기거한 지 며칠이 지났다. 용병들 중 몇은 감지술사였고, 구역을 정해 로키 캐슬 외곽 전방위를 둘러싼 뒤 사람이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로멜리아 가’의 잔당들은 운트 작힘이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주었기에 특정하는 일이 쉬웠다.


고용된 용병들은 로웰 드버를 비롯해서 전부 ‘금’급이나 ‘은’급의 용병들로, 세슈칸 내부에서 상당한 고위층이었다.

용병들의 수준은 용병패를 지급하는 길드 지부에 대한 공헌도, 길드 지부가 있는 도시의 평균 수준을 감안해서 정해지게 된다.


실제 실력과 희귀도, 그 지방에서의 쓰임새나 유용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세슈칸 시에서 금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마물이 근방에 넘쳐나는 도시에 간다면 비교적 강함에 따라 급수가 내려갈 수 있었다.


그래도 금급이나 은급이라면 확연히 어떤 상황에서든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용병들이었고, 로웰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감지술사들은 거대한 성채 바깥을 전방위적으로 경계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역량의 보유자들이었다.

로웰 드버와 마찬가지로 정신력 스텟 위주로 캐릭터가 성장한 자들이다. 플레이어라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라도 물리적 트레이닝을 거쳤겠지만, NPC들의 경우에는 불균형이 심한 경우가 잦다.


몸을 쓰는 기사들이라면 차라리 고위급에 올라서서 기력술을 다룰수록 균형이 맞아가지만, 애초에 초상 스킬만 쓰는 술사 부류라면 불균형은 극심해진다.


로웰은, ‘금강’Diamond급이었다.


작힘 백작을 비롯해 많은 의뢰금을 길드에 전해줄 수 있는 이들이 다양한 일을 도모해볼 수 있게끔 하는 주요한 전략 자원이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몬스터 군단을 일으켜서 전쟁의 일각을 홀로 감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 전투력이 지속 가능하진 않지만, 일순간이라도 가능하다는 게 중요하다.


운트 작힘 백작은 나름대로 상당량의 의뢰금을 세슈칸 용병 길드에 지불했고, 그에 이끌려 모인 자들이었다.

백작가에서 파견된 기사들은 별다른 말도 없이 그들을 이끌었고, 기사의 인도와 계획에 따라 용병들이 협력하는 구조였다.


짜여진 계획은 간단했다. 언제든 로웰이 몬스터들을 충동질시켜 아웃브레이크와 유사한 상황을 만들 수 있게끔 준비하고, 감지술사가 목표물의 위치를 특정하면 그가 마물을 급파하는 것이다.


몬스터들의 유도와 돌진은 암살 목표물에게로 가는 것이 절반, 로키 성채를 비롯해 그리턴 가의 조력자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 길목에 향하는 것이 절반이었다.

절반으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로웰이 갖은 힘을 다 쓰면 일시적으로 수 백 마리 단위의 몬스터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


로키 캐슬 내부의 그리턴 가 병력들은 데슈칸 산맥에서 잔뼈가 굵은 정예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수 백 마리라면 시간을 지연시키기엔 충분하다.


거기에 목표물은 소규모 일행이라고 들었으니 그들을 포위하고, 용병과 기사들이 투입되어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식이다.


‘로키 산’의 산책로가 그리턴 가의 앞마당이며 그들의 탐지 술식이 걸려 있는 길목이라는 사실은 운트 작힘 백작 역시 알고 있었다.


운트에게 있어서 영향력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리의 그리턴 자작가는 요주의 인물들이고, 곧 얼마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집단이었다.

로키 산에 대한 파악도 일부 마쳐 놓은 상태였다. 훨씬 오래 전부터.


산책로에 존재하는 감시 아티팩트의 각도와 감지 범위는 일부 알고 있다. 작힘 백작 또한. 그것이 그리턴 자작가가 놓아둔 감시 체계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계획은 최대한 그리턴 자작가의 눈이 닿지 않는 구간에서 벌어져서, 몬스터들의 집단 돌격으로 목표물이 되는 일행을 산림 깊은 곳에 밀어넣고, 그 안에서 외형을 감춘 암살자 무리가 일을 저지를 것이었다.


자세한 세부 내용이나 타이밍등을 가늠하면서 그들은 로키 산의 적당한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로웰 드버는 거듭 말하듯 별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누가 좋아서 사람을 죽이겠는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라면야 말이다.


물론 자신의 신변적 어려움이 있고, 막대한 재물을 준다면 모르는 인간에게 칼을 들이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상황이라는 건 유동적이고, 사람의 내부에 존재하는 선악도 선택에 따라 흔들리기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극단적인 상황 조성이 아니라면 로웰 드버는 평안하게 살고 싶어하는 부류였고 지금 역시도 그렇다.


금강 급의 용병으로서 세슈칸 시티City의 길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신분이었지만, 그 개인의 전투력은 그렇게 견고한 편이 아니었다. 잘못해서 과도하게 원한을 샀다가는 어딘가의 암살자라도 맞이해서 그냥 죽을 수 있는, 그런 신세였다.


NPC 초상술사들이 원래 대개는 물리 스텟이 낮은 탓이지만, 로웰의 경우에는 다소 특수한 스킬을 익혀서 많은 짓거리를 저지르고 살아왔기에 위험도가 조금 더 크다.

‘마물술사’는 참으로 적절한 클래스였다. 사고를 가장해서 누군가를 해하기에 말이다.

로웰이 원하든 원치 않든 비열한 악의와 계략을 꾸미는 권력자들은 그의 능력을 이용하기 즐겨했고, 그는 어지간해선 일을 더 하고 싶지 않았다.


로키 산에 도착한 뒤 준비 작업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많은 고민을 했다.


깨나 기간이 오래 걸렸고, 로키 캐슬에서 당초의 목표물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킬 드로얀을 비롯해서 수도의 파견자들이 캐슬을 방문하고 난 뒤, 거기서 다시 며칠이 지난 때였다.


그 사이 법무부 소속의 인원들은 로멜리아 남작가 측 사람들의 사연과 입장을 전부 듣고, 세슈칸 시로 가서 작힘 측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움직였다.


먼저 떠난 이들을 두고 로멜리아 가 일행은 로키 캐슬에서 더욱 시간을 보낸다.


로멜리아 가를 노리는 암살자 일행은 로키 산 내부를 서성거리다 산책로 주변으로 위치를 바꾸어 감시하러 가는 길이었다.


반쯤 기사들의 호위나 감시를 받으며 이끌리듯 온 로웰은 산 속에서도 다시 무리들과 함께 움직였다.


운트 작힘이 보낸 기사들의 갑옷 소리가 움직일 때마다 난다. 판금은 아니었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경갑옷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판 따위를 덧대었는지 로브 자락 속으로 장비들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칼집이나 손잡이와 부딪히는 것 같기도 했고.


말도 없이 로키 캐슬이 보이는 다른 봉우리의 분지 내, 베이스 캠프에서 자리를 옮기는 일행들이다.


로웰은 숲 속을 걸으면서 상념에 빠졌다.

나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리 친밀한 사이들은 아니었다, 이들이.

운트 작힘에 의해서 고용된 처지였고, 불온한 일을 하는 와중이다 보니 그 속에 인간적인 동료애가 꽃피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체격을 가진 구릿빛 사내와 붉은 단발머리 여성은 원래부터 친밀했는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는 했다.

로웰은 숲 속을 일정하게 걷는 와중에 그들에게 조금 다가가 보았다. 말을 붙여본다.

원래 고민이 깊어지면 얘기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는 법이다.


“저기······.”


로웰이 말했다.

그는 평균 체격에 갈색 머리, 술사들이 으레 그렇듯 평범한 로브를 걸친 행색이었다. 허리춤에는 초상 스킬의 발동을 돕는 아티팩트가 몇 종 걸려 있었다.

여태까지 모아온 의뢰금을 투자해서 사들인 고급의 물건들이었다. 자그마한 목재 막대기, 둘둘 묶여 있는 가죽끈, 뭐 그런 것이다.

별로 효용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강력한 SP가 담겨 있는 것으로 로웰이 가진 보물들이라 할 수 있었다.


로웰에 대해서,


호아킨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슈칸 시에서 일을 하면서 금강 급의 용병들에 대해서 모르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나 같은 길드에서 일을 받아 처리하는 금급 용병으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구릿빛의 거한, 호아킨이 민둥한 머리통을 돌려 뒤에서 다가온 로웰을 처다보았다.

그의 근처에서 걷고 있던 붉은 머리, 릿샤 애드윈 또한 그를 보았다. 릿샤 역시 로웰을 안다. 로웰 드버, 30대 중반의 그 사내는 유명인이었으니까 말이다.

젊은 나이에 탁월한 수준으로 초상술을 익혀낸 천재 마물술사. 세슈칸 시의 금강 급 용병. 홀로 전선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남자.

다양한 이명이 그에게 붙어 있었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걸고 있는 청년에게 말이다.


NPC들 중에는 플레이어들에 비교해 전투능력으로 따져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때로는 비교할 수 없을만치 강한 존재들도 많았다. 로웰 드버는 비교가 가능했고, 플레이어 중에서도 상위의 전투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편향된 능력치로 근접전을 이끌어낸다면 물리 계열 스텟을 찍은 플레이어라면 중수 이상부터 아마 암살 시도나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유명한 NPC들은 각 지방, 지역 별로 인터넷 공략집 따위에 알려져 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어마어마한 콘란드 대륙의 세계관을 총망라하는 정보집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거기에 더해 세슈칸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이들로 범위를 좁힌다면 그들끼리의 정보망은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슈칸에서 활동을 하는 둘은 정보집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 중에 알게 되는 이야기로 로웰 드버를 따로 더 알게 되었었고.


콘란드 대륙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아주 변태적인 수준의 정보 수집광이나, 세슈칸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어들은 어렵잖게 알 수 있는 수준의 NPC라는 말이었다.


물론 로웰은 그런 세상에 대해서는 모른다. 눈 앞의 두 남녀를 자신과 같은 세슈칸 시의 고위 용병이라고 인식할 뿐이었지.


로웰의 다가옴에, 호아킨은 여상스럽게 반응했다. NPC의 행위는 난수에 기반한다. 시스템적으로 갇혀 있는 발상과 행동 양태가 분명 있었지만, 플레이어라는 변수가 콘란드 대륙에 들어감으로 더욱 격해지는 그들의 다양성은 퀘스트 시나리오를 늘 새로운 곳으로 이끌지도 몰랐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체는 플레이어임으로 예상 가능한 지점들이 있기는 했지만··· 돌발적인 상황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로웰은 눈 앞의 금급 용병이 어느 정도 싸우는 인간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세슈칸 시티의 고위 용병이라면 그 수가 정해져 있으니 자기들끼리 눈도장을 찍는 일이 많기도 했거니와.

이곳 로키산에서 작전 수행을 위한 훈련을 겸하면서 그들의 능력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컨디션 점검 겸 로키 산의 마물 몇 마리를 그가 끌어들여오면, 정해진 장소에서 호아킨이나 다른 용병들이 싸우는 식이었다. 호아킨은 아마 로웰 드버를 제외한 모든 용병들 중에서 가장 강할 것이었다. 로웰이 판단한 그의 전투력은 그 정도였다. 금급에서도 상당히 노련한 자다. 더군다나 근접 전투라면 그의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막강한 완력이 빛을 발했고.


호아킨과 일행처럼 보이는 붉은 머리 아가씨도 만만찮아 보였지만, 근접 거리에서 난전이 벌어졌을 때 가장 높은 전투력을 보일 건 호아킨으로 생각되었다.

호아킨이 나름대로 자신의 실력을 감추는 것 같기도 했다만, 로웰은 눈썰미가 좋았다. 운트 작힘 백작이 파견한 몇 명의 기사들을 합치더라도 호아킨이 개중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라고 생각했다.


로웰 역시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지만 눈 앞에서 호아킨이 무기를 휘두르면 자신은 아마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죽을 테였다. (그에게 있어서)현실이란 상성이라는 게 존재했고, 아무리 강력한 자라고 하더라도 게임이 아니라 서로 약점을 찌르고 한 번에 죽을 지도 모르는 것이 삶이었다.


호아킨에게 다가가는 것은 나름의 용기를 담보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로웰은 호아킨의 눈을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그를 맞이한다.

표정이나 기색을 살피면,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다가간 것이었지만, 의미 없이 흉폭한 작자는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자들은 이유도 개연성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폭거를 저지르기도 한다. 단지 그럴 힘이 있다는 것만으로.


보통 난폭한 인간은 오래 못살게 마련이었지만, 그런 작자가 죽기 전에 벌이는 난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법이었다.


로웰이 말을 텄다.


“아, 별 건 아니고···. 세슈칸 소속 용병이라고 하셨지? 오며가며 얼굴을 본 것 같기도 하군.”

“······.”


그 말에 곁에서 걷던 릿샤가 한 두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로웰을 처다봤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왜냐면, 그들이 로웰 드버를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두 사람이 익히 알고 있던 강한 NPC들 중 하나였고, 만났다면 분명히 기억을 했으리라. 제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머리가 좋은 편인 릿샤 에드윈은 설령 게임 내에서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요한 인물을 마주친 사실을 까먹지 않는다.

너무 머리가 좋은 것도 고생일 때가 있었다.

잊고 싶은 기억도 잘 잊혀지지가 않으니까.

다른 이야기였고 벗어난 감상이기는 했다만 릿샤는 뚱한 표정으로 로웰의 하는 양을 흘끗 보고, 귀만 기울이기로 했다.


그녀의 작은 몸집이 커다란 호아킨의 몸 뒤편으로 숨었다. 호아킨이 말했다.

그들이 갑자기 붙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근처에 있던 다른 용병들이나, 기사들이 귀를 기울였다.

운트 작힘이 보낸 기사들은 상당한 실력자들이었고, 용병들의 평균과 비교해서도 한 수 위의 전투 능력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용병들은 운트 작힘이라는 대도시 영주의 의뢰로 움직이는 것이었고, 의뢰자의 감시인이라 할 수 있는 기사들을 약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사들은 얼굴을 드러낸 자도 별로 없는 행색으로 용병들을 은근히 감시하고 있었기에 그 짧은 대화에도 귀를 기울인다.


별다른 내용을 말하려고 시작한 대화는 아니었다. 간단하게 말이나 틀 겸, 생각을 좀 정리할 겸 해서 건 것 뿐이다. 로웰은 복잡한 사내는 아니다.


“호아킨 팍스, 라고 하면 자네가 내게 이름을 소개해주기 전에도 들어본 적은 있어. 고작 일 년 여 만에 금급까지 올라선 무서운 신예라고 말이야. 내가 최초에 목패를 받고서 금패로 내 용병패를 바꾸기까진 약 10여 년이 걸렸는데.”

“호오.”


호아킨이 반응했다. NPC가 적극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어필을 하는 건 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가 명예 점수가 높다는 말도 되었고, 세슈칸 시에서 보낸 시간과 그에 비례하는 공헌도가 높은 축이라는 말도 된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릿샤 양도 사실은 들어본 적 있네. 호아킨과 릿샤. 세슈칸 시티의 신성들. 자네들이 데슈칸의 검은 용을 잡았지?”

“어······ 그렇소.”


호아킨이 고갤 끄덕거렸다. 릿샤도 표정이 조금쯤 변했다. 처음엔 빈말을 늘어놓나 했더니,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도 이야기를 들어본 바 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로웰 드버가 그들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천재 마물술사에게 각인되어 있다는 건 게임 플레이적으로 보자면 호조라고 할 수 있었다.

NPC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나가며 시나리오를 풀어 나가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이 게임의 큰 본질 중 하나이다.


그들이 잡았다고 하는 ‘데슈칸의 검은 용’은 그 이름처럼 강력한 존재는 아니었다. 용이라는 이름을 붙인 종류 중 피스 시의 황야 지룡처럼 초보자들을 위한 몬스터들도 있었고, ‘용’종의 최상위로 불리는 정말로 거대하고 온갖 초상 스킬을 부리며 거대한 SP를 사역해 자연 재해를 일으키는 몹들은 극소수다.

아직까지 플레이어들이 정확한 소재지조차 잘 파악하지 못한 놈들이었다.


그런 용종의 최상위권, 그리고 여타 인류 NPC들의 최상위 강자들. 그런 부류들은 아직 플레이어가 닿지 못하는 구간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데슈칸의 검은 용은 일종의 별칭이었고, 거대한 지렁이를 말했다. ‘데슈칸 산흙벌레’라고 하는 이름의 몬스터였는데, 실상은 지렁이였지만 그 크기는 용에 근접했다. 대형종 끝자락에 닿는 몬스터였고, ‘대형종’이란 곧 현실에 존재하는 지구상 생물들 중 가장 거대한 부류를 일컫었다.

가장 작은 단위가 코끼리같은 것들에서, 가장 큰 것을 바다에 사는 흰수염고래로 칠 것이다. 3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와 그에 어울리는 체격, 어마어마한 체중을 부피로 환산하고 그것을 재조합하면 ‘대형’이었다.


‘거대형’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로, 진짜 최상위 전투력을 가진 용종들이 그런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비련의 시나리오 개발사에서 제공하는 세계관 가이드에 나와 있었다.

실제로 목격한 플레이어들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고급 정보는 아직 시중에 많이 풀리지 않은 것이 현황이었다.


흰수염고래보다 두께감은 얇지만, 길이는 한 두, 세 배 정도 되는 듯한 미친 거대한 흙지렁이를 상대로 호아킨과 릿샤는 몇날 며칠의 사투를 벌였고, 그들과 함께 사냥을 했던 용병들 중 많은 수가 게임 오버를 당하거나 NPC들의 경우에는 죽는 일도 있었다. 중상을 입거나 말이다.

사투 끝에 온전하게 살아남아, 전투를 지속하고 마침내 검은 용을 잡아낸 용병은 호아킨과 릿샤가 유일하다. 온갖 종류의 포션과 버프 아이템을 물처럼 쏟아내면서 가능한 최대의 전투력을 발휘한 결과였고, ‘데슈칸의 지룡 슬레이어’라는 호칭을 받기에 이른다.


그건 마지막 치명적 타격을 입힐 때까지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던 릿샤와 호아킨만이 가질 수 있었던 칭호였다.

스태미나를 올려주어 긴 시간 전투 상황이 지속될 때 버틸 수 있게끔 해주고, 지구력에도 보정이 더해진다. 특히 극한 상황, 집중력이 고조되는 전투 시에 지구력 보정이 더욱 강력해지며 자기가 갖고 있는 스텟 이상의 능력을 ‘무술’ 계열, 무기술 계열의 스킬을 쓸 때 낼 수 있도록 해주는 희귀 칭호였다.


콘란드 대륙 전체에 그런 종류의 흙지렁이가 한 마리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유니크’는 아니었지만 희귀 클래스의 칭호들 중에서도 상당히 효과가 좋은 편으로 유저들 사이에 소개된다.


호아킨이 게임 내에서 얻은 상처들 중 상당수는 당시의 흔적이었고, 아직까지도 전투의 열기를 잊지 못한다는 듯 그는 딱히 흉터를 지우지 않은 채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릿샤가 로웰에게 고개를 내밀지도 않은 채 뚱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영광이로군요. 세슈칸의 괴물부대 장군에게 알려져 있었다니.”

“그런······.”


로웰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멍청이같은 별명이로군. 다른 곳에선 나를 그렇게 부르고들 있나?”


하기야, 로웰의 앞에서 별명을 함부로 부를 자들이 많지는 않다. 그의 고객이 되는 지체 높으신 귀족가 양반들이 허투루 말을 뱉는 편도 아니었고. 대개의 사람들은 로웰을 직접 만나지도 않는다.

또 나름대로 자유분방한 편인 로웰이 그보다 아래에 있는 모험과들과 어울리는 일도 흔하진 않았다. 대개의 경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개인 플레이를 하고, 세슈칸 시티의 용병 길드장과만 주기적으로 대담을 나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의 이 상황 역시, 세슈칸의 용병 길드 마스터의 입김에 넘어가서 와 있는 것일 테다. 호아킨도 그와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차하면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냥 떠날 수도 있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의뢰라면 말이다. 상황을 보다가, 사실 지나치게 의뢰의 뒷 사정이 어두운 것으로 밝혀진다면 자신의 선악 수치 관리를 위해 운트 작힘 백작을 배신하는 수조차 있었고.


플레이어들의 머리털을 빠지게 만들 정도로 흉악한 시나리오 온라인 내의 여러가지 함정들과 뒤통수가 있었지만, 그런 전략은 반대로 말하면 플레이어들도 얼마든지 실행할 수 있는 선택들이었다.


“허허··· 뭐, 얼추 어울리지 않습니까. 당신이 마물들을 부릴 수 있다는 것도, 그것들을 그러모아 군대 수준의 병력을 순식간에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뛰어난 마물술사는 전황을 바꾼다. 그건 고도의 어그로Aggro 스킬보다 한 차원 위의 기술이었다. 인류와 마물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콘란드 대륙의 두 축이었고, 인간들간의 문제에 마물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공짜로 추가 전력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는 뜻도 되었다.


마물끼리의 싸움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몬스터라는 거대한 군세는 통솔되지 않는 자연 재해와 일부 닮아 있었고, 막대한 힘을 낼 수 있는 마물술사는 거대한 SP를 사역하는 대마법사와 다를 바 없다.


마물과 SP로 이루어진 초상술이 다른 점을 들자면, 마물이 조금 더 구체화되어 있으며 그래도 생물로서 물질계에 본위가 있고 자유로운 습성과 행동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 습성을 잘 파악한 뒤에 적당한 자리에 풀어 놓으면, 어부지리로 상당한 군략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게 참 말이지······.”


걷고 있는 와중에 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그 다음에 로웰 드버가 스스로 생각한 말들은 말이다.

운트 작힘 백작이 보낸 감시인들이 그들을 관리하고 있었으니.


로키 캐슬이 잘 보이는 곳에서 작전 실행을 준비하려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럴 때 이 의뢰 자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느니, 부정적인 소리를 해서 의뢰주에게 밉보일 필요는 없었다.

로웰 드버는 오래 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불필요한 원한을 많이 쟁여 놓지 않는 게 중요한 삶의 원칙이었다.


그건 의뢰의 대상이 되는 목표물, 암살 대상이 속한 집단도 마찬가지거니와 의뢰를 주는 공격자들의 원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당한 중간자 자리를 잘 차지하다가, 오래오래 무병장수하는 것. 그것이 로웰의 속내이자 목표이다. 그것들이 흔들릴 즈음이 되면 로웰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지는 강렬한 욕망이 생겨나고는 했다.


길드장과의 의리나, 세슈칸 시티의 지배자에게서 직접 온 의뢰라는 점이나, 뭐 여러가지 조건들이 합쳐서 이 자리까지 걸음하기는 했지만···.

로멜리아 가는 영락한 말단 귀족 가문이라고 해도, 그리고 그 암살 대상이 아무런 권세도 힘도 없이 떠돌다시피 하고 있는 후계자와 그 호위 무사 몇 명이라고 해도···. 귀족가는 귀족가였고, 산슈카에서 사대고가가 차지하는 상징적인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런 것들에 괜히 손을 대어서 나중에 산슈카의 정신 따위를 논하는 어느 급진적인 사상가가 자신에게 창날을 겨눌 수도 있는 것이 삶이었고······.


사실 로웰은 들고 있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누르느라 고생이었다. 개중에는, 지금 당장 일을 때려치고 운트 작힘 백작의 손이 닿지 않는 타국으로 갈까, 혹은 일을 마친 뒤 로멜리아 가를 비롯해서 산슈카의 역사를 중요시하는 전통주의자들의 눈이 없는 타국으로 갈까, 시점에 대해 논하고 있는 고민도 있었다.


······.

그냥 내뺄 셈이라면, 산슈카에서 쌓아온 그의 모든 지위나 보금자리, 삶의 안락한 형식들을 버릴 것이라면 그냥 일을 치르기 전에 도망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핏값이 더 무거운 원한이 될 테냐, 혹은 운트 작힘이라는 사이코패스 대영주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게 더 큰 뒤탈이 될 것이냐.


로웰은 왜 산슈카에 하필 들러서 길드장을 또 만났지, 하고 자신이 늘 하던 행동 패턴마저 짜증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과거를 탓해봤자 현실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애매한 단어들을 고르던 로웰이 입을 연다.


"뭐··· 아무튼. 나로서는 자네들이 부럽구만. 나는 영 몸이 빈약하고 허약해서 말야. 이리저리 움직일 때도 늘 숨이 차고 고생을 해야 하는 처지라네.

자네들처럼 육체 계열의 초인들이라면 어디를 갈 때도 제 마음대로 훌쩍 떠나기가 좋겠지. 나같은 술사들은 영··· 어딜 가나 몸조심 해야 하는 신세지."

"···그렇긴 하겠수."


호아킨의 답이었다.

로웰이 늘어 놓는 신세 한탄 같은 소리에 적당한 말을 궁리하고 있었다. 잠깐 머리를 굴려 본 호아킨은, 그런 일은 자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금새 깨달았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연기를 다양하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에서의 선택과 말도, 바깥에서 실제 그로서 살아가는 삶도 그다지 다를 건 없다. 설령 이것이 아주 고도의 연극이나 쇼와 마찬가지인 게임이라 하더라도.


"그 왜, 그래서 불만이오? 당신 지금 처지가?"

"어허."


로웰은 호아킨의 말에 짐짓 무슨 소리냐는 듯 헛기침같이 뱉었다. 부정의 제스쳐였으나, 명확하게 말로 부인하지 않는 점이 그의 깊은 속내를 대변했다.


"하긴 골치 좀 썩긴 하겠소, 늘. 마물술사라면 이런 일에 동원되기 일쑤일 테니. 용병들 중에서, 금강급 중에서도 사실 가장 빈번하게 불려 다니겠지."

“후우우······.”


그 한숨이 곧 긍정이었다. 로웰은 고개를 조금 숙여 자신이 걷고 있는 흙바닥, 나뭇잎이나 가지, 뭐 그런 것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산길을 보았다.

제대로 된 산책로도 아니었고, 감지술사들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고 있는 데슈칸 산맥 내부의 원시림 속이었다. 로키 산은 초입이며 비교적 위험도가 덜하다고는 하지만 마음 놓고 다닐 만한 곳은 분명 아니다.


그의 곁에 있는 많은 용병이나 기사들은 로웰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동시에 지켜주고도 있었다. 얄궂은 일이다.


그런 로웰의 기색을 살피던 호아킨, 의 너머로 그 왼쪽에서 나란히 길을 걷던 릿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녀는 단발머리를 찰랑거린다.

이따금씩, 본인의 개인 기호가 그렇다는 듯 동물귀 아이템 따위를 머리에 착용하고 다니기도 하지만 TPO를 맞춰서 복색을 가꾸고는 있었다. 진지한 분위기의 시나리오 퀘스트를 할 땐 아무래도 이상한 꼴을 보여서 변수를 더 만드는 게 멍청한 짓이었다.


그렇게 잘 돌아가고 늘 계산적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굳이 로웰 드버가 자신들에게 다가와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고 있는 이 상황은, 어쩌면 의도된 퀘스트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사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디지털임과 동시에 한없이 아날로그, 그러니까 현실 세계와 비슷하게 만들어낸 물건이라 그 내부의 선택지는 거의 무한에 가깝게 자유롭다.


분기점이랄만한 것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고 플레이어가 벌이는 모든 미친 짓거리가 다 퀘스트 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양식 정도는 있었다. 별다른 호기심이나 기행성, 광기가 없는 플레이어들도 어쨌든 일반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게임 형태는 있어야지 않겠는가.


그런 가이드 라인 같은 몇 가지 양식들이 있었고, 시리즈 시나리오 형의 긴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원래 짜여진 듯한 몇 개의 큰 선택지들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그런 선택지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는 것도 개인의 자유였고, 선택지를 무시하거나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이 비련의 시나리오의 현실성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것이 운트 작힘 백작 쪽의 의뢰를 받은 플레이어들이 겪는 시나리오의 변곡점이라고 생각했다.


“······.”


릿샤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다같이 로키산을 사이좋게 등산하고 있는 처지이지만 정말 그렇게 친근한 관계들은 아니었다. 릿샤, 호아킨, 로웰을 제외하고 그들 앞에서 걷고 있는 용병이 6명이었다.


용병들 중에서는 선두로 걷고 있는 감지술사가 넷이었고, 둘은 릿샤와 호아킨 앞에 있다. 릿샤를 비롯해 호아킨, 로웰이 용병들 중에는 뒤에서 걷고 있고.

중간에 있는 둘은 호아킨, 릿샤와 마찬가지로 전투직 클래스의 용병들로 사실상 암살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고용된 처지들이다.


전투직은 금급 하나, 은급 하나였고 감지술사는 금급 셋, 은급 하나였다.

그리고 기사들이 릿샤의 뒤에 셋, 맨 앞에 셋이 있어서 용병들을 앞 뒤로 포위하듯 진형을 짠 채 움직이고 있다.

기사의 수가 더 적긴 하지만, 하나하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호아킨을 제외하고는 근접 거리에서 기사들이 칼을 빼들었을 때 제대로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른다.


릿샤 역시 만만치는 않았지만, 나머지 인원들 중 근접 전투가 가능한 인간은 릿샤를 포함해 넷 뿐이다.


감지술사들도 금, 은 급의 용병이니만큼 나름의 수단은 있겠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중견 급 기사의 칼솜씨는 더욱 만만치 않다.


만일 용병들이 반항을 하기 시작했을 때,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다면 여섯 개의 기력술이 담긴 칼날이 날아와 로웰을 비롯해 감지술사까지 네 명 정도가 순식간에 죽는 것이다.

뒤에 있는 기사 셋의 칼날 중 릿샤와 호아킨은 그걸 막아설 수 있었다. 로웰의 목숨까지 보장해 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호아킨이 작정하고 전투력을 내보인다면 모르겠지만, 한 순간 삐끗하면 목이 날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까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앞에 선 세 기사의 칼놀림을 막을만한 자가 없으니, 가장 선두에 선 감지술사 중 셋이 죽을 테다.


거기서 불길한 상상을 릿샤는 계속해본다.


릿샤와 호아킨은 금급 중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부류였다. 세슈칸은 중수 정도의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곳이었고, 보통 레벨이 100정도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고수라고 분류하기 시작한다.


최정상급, 랭커라고 불리는 이들의 레벨 구간은 300도 훨씬 넘는 수준이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플레이어 숫자가 적어지고 그렇게 해서 위로부터 쭉쭉 내려와 세자리 수 레벨에 그 정도 전투력을 갖고 있다면 고수라고 충분히 불리는 것이다.


70정도의 레벨에 평균적인 그 레벨 대보다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릿샤와 호아킨은.

여러가지 희귀 칭호들을 모은 것이나, 가리지 않고 격한 전투를 벌여온 경험이 그 생각을 증명한다. 스킬과 스텟, 아이템 중이서 그다지 빠지는 것 없이 잘 갖춰온 이들이었고 NPC들과 경쟁을 한다고 해도 강력한 부류다. 이렇게 영주의 사병으로 쓰일 수 있는 수준의 이들이라면 그 둘을 완벽히 제압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강 60에서 80정도.

릿샤가 느끼는 기사들의 레벨대였다.


80언저리에 있는 자가 가장 선두에 걷고 있는 기사였고, 아마 그가 이들 중에서 대장이리라.


운트 작힘 백작 아래에 있는 자들 중 가장 실력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중부 대륙의 작은 나라, 그곳에 있는 한 영주의 사병 실력이라고 한다면 뭐, 적절한 수준이었다. 아마 조금 더 고위 귀족이나 왕실로 가서 찾아본다면 더 뛰어난 기사들이나 능력자들이 많을 테였고.


거기다 양식화 된 검술이나 정형화된 전투법을 사용하는 사병 류의 NPC들이라면, 릿샤나 호아킨이 보이는 다양한 전투 방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플레이어들이라면 이미 이 세상이 게임인 것을 인지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온갖 스킬들을 익히는 반면, NPC들의 창의성은 그보다는 못하니까.


NPC들이 삶을 대하는 깊이감을 따진다면 플레이어들보다 나아서, 최상위권으로 간다면 그들이 조금 더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릿샤가 대강 머리를 굴려서 알 수 있는 사실들을 토대로 상황을 재조합해 보았을 때,

그 다음 순간에 일어지는 격돌로 둘은 뒤에 있는 세 명의 기사들을 얼추 누를 수 있을 것이다. 후방 진형은 삼 대 이의 상황이지만 둘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더 높고, 예측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호아킨이 변신술을 쓰고 릿샤가 암기를 날린 뒤, 초상 스킬을 갈겨대기 시작하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선두에 선 운트의 기사들이 뒤로 오기까지, 감지술사나 남은 용병들이 거치적 거릴 테였다. 그들 앞, 중간 진형에 선 전투직 용병 NPC들도 자신들의 목숨이 아까우니 도망이야 가고 싶겠지만, 난전이 벌어지면 그도 쉽지 않을 테다.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 시간에 후방을 정리하고, 기사들을 향해서 초상 스킬을 뿌리고 도망을 가도 좋고, 조금 더 여유를 부려본다면 포션으로 일시적 스텟 상승을 만든 뒤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능숙한 유격전의 달인들이었고, 기동성이나 공격 방법의 다양성을 이용해서 멍청한 다수를 요리하는 일에 아주 능숙한 전사들이었다. 릿샤와 호아킨 콤비는.


뭐··· 시간이 있다면 둘은 살 것이다. 애초에 전투를 상정하고 온 터라 장비나 아이템도 아주 넉넉하고 풀 세팅이었다.

그리고 나서 남은 자들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인데······.


릿샤는 옆에서 걷고 있는 로웰의 면상을 흘끗 바라본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으로, 금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 붉은 눈동자이지만 그 눈매의 기세는 연약하므로 이리저리 방황을 한다.

로웰 드버는 나름대로 중부 지역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을 정도의 NPC였지만, 그 성격이나 행동은 종잡을 수 없는 면이 있었다.

릿샤가 잠시 직접 살펴본 바로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불안감이 높고 자기 안위에 대한 것이 1순위인 성향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주변 눈치를 살피면서 기행을 벌인다거나, 갑자기 도망을 간다거나, 뭐 그런 식의 행동이 튀어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애초에 전선에 영향을 줄 정도의 마물술사라면 그를 잡아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이번 퀘스트 중의 저런 말이나 분위기 역시 그런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릿샤가 말했다.


“호아킨.”

“어.”


파티원의 말에 그가 답했다.


“‘사자’형形은 문제없지?”

“어······. 그렇지. 갑자기 왜?”

“아니, 그냥. 드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떠올랐어.”

“그렇구먼.”

‘?’


릿샤의 말에 호아킨이 성실히 답했다. ‘사자’형이란 사자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느냐, 는 물음이었다. 여러가지 변신술을 사용하며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는 변신술사인, 호아킨이다.

개중에서 ‘사자’의 모습으로 변하는 걸 물어보는 일은, ‘전투’에 대한 그들만의 암어暗語였다. 지금 혹시 싸울 준비가 되었느냐, 고 릿샤가 물은 것이고 호아킨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로웰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뜬금없는 말처럼 느꼈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호아킨은 변신술의 여러 스킬들 중 외형 대변신(물질)을 익히고 있는 변신술사였다. 이전에 ‘코미어’라는, 거대 고양이로 변신한 변신술사의 스킬보다 한 단계 높은 종류였다. 외형 변신(환상)은 물리적 실체는 변함이 없지만 그저 시각적 변화만 주는 것이었고,


외형 변신(물질)은 코미어가 그러했듯 실제로 물리성을 가진 실체의 변화였지만 스텟의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체적이 늘어난다고 해도 무게의 변화도 없었고.


반면 외형 대변신(물질)은 변신하는 대상의 성질을 조금 가져올 수 있었다. 만일 소형에 속한 사람이 중소형이나 중형처럼 그 이상의 거대함을 가진 생물로 변화한다면, 그 체중까지 고스란히 복제해 변신하게 된다.

어느 정도 대상의 특성을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이었고, 중형 이상의 생물들이 으레 그렇듯 본인의 거대한 체구를 유지하기 위해 신체 구조가 튼튼해야하므로, HP도 본래의 스텟에서 소폭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체중을 감당할 수 있는 물리 스텟이 없다면 계륵처럼 변해버리는 외형 대변신이었지만, 충분한 물리계열 스텟과 전략이 있다면 얼마든지 필살의 무기로도 쓰일 수 있는 확연한 유니크 급의 스킬이었다.


호아킨이 좋아하는 방식은, 거대한 크기에 무게감을 가진 대형 무구를 휘두르면서 변신술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야수의 힘으로 휘둘러지는 대형 무기는 그야말로 폭력적인 위력이었고, 기사류의 초인이라 할지라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변신술이 이미 MP를 소모하는 행위였지만, 그에 더해 기력술을 중첩시킨다면 더욱 막강한 파괴력을 보인다.


호아킨은 릿샤의 말에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면, 가장 위칸에 어떤 무기가 있는지 가늠해보았다. 거대한 도끼였다. 양날 도끼로, 금박 장식이 군데군데 붙어 있는 고급스러운 놈이다. 5급 무기로 상당히 강력했고, 일정한 충격량을 축적하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아티팩트이기도 했다.


인간형의 몸으로 휘둘러도 나쁘지 않은 위력이지만 곰의 팔이나, 전신 형태 변신으로 휘둘렀을 땐 말못할 강력함이다.


“······.”


호아킨은 앞서 걸어가는 이들의 뒤통수들을 처다보았다. 그의 앞에 두 사내. 그보다 조금 떨어져서 네 명의 사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에 로브를 둘러쓴 칙칙한 기사 셋.


그들의 뒤에는 몇 걸음인가 떨어져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는 마찬가지로 로브 차림의 기사 셋이 더 있다. 그들을 제하고는 별로 말을 하는 눈치들도 아니다. 대화 소리가 크지 않아서 보통이라면 듣지 못할 테다. 다만 거리감을 감안해도 기력술의 응용이나 초인적인 감각을 가졌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낫다.


“휘이이.”


호아킨이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가 긴장을 할 때 하는 습관이었고, 그는 긴장을 딱히 피하는 편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 순간을 즐기지.

전투의 감각은 고양되는 것이었고, 비련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아님에도 그에게 그런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현실의 전쟁터에서 겪었던 기억은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르는 순간들이었지만, 그것들을 이겨내고 털어내기 위한 발버둥인지 그는 이따금씩 그런 유사한 분위기를 제 발로 찾았다.

고양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그 시절의 추억들을 스스로 이겨내보려는 방어 기제인지도 모르고.


뜬금없는 휘파람 소리.


로웰 드버는, 어쨌든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말야··· 자네들은 모아둔 돈들이 좀 있는가? 나는 세슈칸에 저택이 하나 있는데··· 정작 그 집에서 쉬는 시간은 별로 없다는 말이지··· 이 놈의 마물술사로서의 의뢰가 자꾸 들어오다 보면 편하게 세슈칸에 머물 틈이 영 나지를 않아···.”


신세한탄과 함께, 그리고 약간의 머리굴림과 긴장감 속에서 릿샤와 호아킨은 길을 계속 걸었다.


그네들은 퀘스트 중이었고, ‘운트 작힘의 의뢰’라는 그 시나리오 속에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 무리였다.

그 말은 그들이 상황을 결정할 주체라는 말이었으니.


릿샤는 여러가지 고민을 했고, 어느 길이 더 재미있을까- 혹은 게임적으로 훌륭한 보상이 나올까 따위를 재면서 작전 지역으로의 등산행을 계속 했다.


*

alekon-pictures-23JgmYSK_WE-unsplash.jpg


작가의말

유쾌한 불안분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8. 릿샤Rissha의 방 23.08.16 23 3 17쪽
58 57. 사연 23.08.13 32 3 24쪽
57 56. 누군가의 죽음 23.08.13 27 3 13쪽
56 55. 어느 법관의 정의正義 23.08.13 25 3 27쪽
55 54. 돌아가는 길 23.08.13 26 3 14쪽
54 53. Could you join us? 23.08.05 29 4 34쪽
53 52. 그는 그렇게 외치기로 했다. 23.08.04 29 4 35쪽
52 51. 굳세어라 안드레 23.08.04 26 4 19쪽
51 50. "허억." 23.08.04 26 4 20쪽
50 49. 달려가는 소시민들 23.08.02 31 4 25쪽
49 48. 갈색 사슴 기사단의 방어진 23.08.02 27 4 36쪽
48 47. 최태현은 빨랐다. 23.07.31 29 4 25쪽
47 46. 로웰 드버는 결심했다. 23.07.31 34 4 34쪽
46 45. 석별惜別 23.07.30 35 4 25쪽
» 44. 결정의 주체 +3 23.07.29 36 4 45쪽
44 43. 그리턴 자작가에서 그간 23.07.29 29 4 25쪽
43 42. 호아킨 팍스Joaquin Pax 23.07.25 29 3 29쪽
42 41. 사촌 형제 23.07.24 29 3 18쪽
41 40. 로키 캐슬 23.07.24 28 3 20쪽
40 39. 운트Unt의 의뢰 23.07.23 27 3 30쪽
39 38. 그리턴, 갈색 사슴 23.07.23 33 3 29쪽
38 37. 등산 23.07.23 25 3 31쪽
37 36. 트레이닝Training 23.07.23 26 3 32쪽
36 35. 제이미 숄더 23.07.20 28 3 51쪽
35 34. 전진하는 요새 23.07.19 34 3 32쪽
34 33. 강도단 23.07.19 30 3 31쪽
33 32. 붉은 다리 협곡 23.07.19 29 3 34쪽
32 31. 협곡 진입 23.07.15 31 3 31쪽
31 30. 마차 안 23.07.14 37 4 30쪽
30 29. 돌아가는 23.07.13 35 4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