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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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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62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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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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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부 27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27화



작은 공터에 모두 내렸다.

제라드는 커다란 활엽수 잎이 볕을 가리는 그늘에 이델리오를 눕혔다. 율리아스가 제라드에게 뭔가를 건넸다. 알아서 치료하라는 의도가 명백했다. 일전 평민 여자들도 치료했던 그이지만, 제라드의 상처를 딱히 본인이 치료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렇게 된 김에 점심이나 먹고 갈까요. 좀 이르긴 해도. 뭔가 시장한 것 같은데.”

명백히 물어보는 내용인데 이미 음식을 꺼내고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이제 오전 10시는 되었을까 싶지만, 갑작스러운 전투 직후라 모두 시장하기도 했다.

이델리오의 상처를 치료하는 제라드와 정신을 잃은 이델리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식을 꺼내 자리에 앉았다.

봄의 기간이 긴 발데르라 그런지 아직도 완연한 봄이었다. 녹음이 짙은 활엽수들 사이사이로 어린 초목들과 꽃잎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전투와 괴리가 있는 풍경이었다.

이제는 물릴 대로 물린 음식을 하나 입으로 집어넣는데 이엘이 물었다.

“검과 석궁은 누구에게 배우셨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이긴 했지만, 그 질문에 여기저기서 시선이 날아드는 것을 보니 모두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저래 봬도 황족. 그것도 여자다. 거기에 그냥 배운 적이 있다 정도도 아니고 한눈에도 상당한 솜씨이니 모두 궁금했으리라.

“호오. 내 생각보다 꽤 늦게 나온 질문이네요.”

입에 있던 음식을 다 먹고 한다는 말이 이렇다. 표정이 온화하니 기분이 나쁜 것 같지 않아서 이엘도 묵묵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거기에 질문한 내용이 예에 어긋나지는 않으니 딱히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답은 금방 나왔다.

“어머니에게 배웠어요.”

“…역시. 그러시지 않았을까, 생각은 했었습니다.”

이엘이 물었지만 대답한 것은 율리아스였다.

“따로 무예스승을 둘 수도 있었지만, 딱히 어머니 이상의 분은 없었기도 했고요. 그리고 여기 풍속이랑은 다르게 저쪽에서는 여자들도 전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니까 여자가 무예를 배우는 것이 이상하진 않았어요.”

하긴, 그 어머니가 ‘후장군’으로 불릴 정도의 무용이었으니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선 여자가 무예를 배우는 것이 드문 일인가요?”

저쪽에서도 여자가 무인이 되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검을 든 여성을 본 경험이 없었다.

“음…보통의 이상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거의 없고, 몇몇이 있다 하더라도 기사까지는 될 수 없는 것이 아무래도 남자와 체격조건에서 불리하니까 어렵죠.”

그러니까 이 황녀의 경우가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우인 것이다. 물론, ‘후장군 아래 희장군’같은 느낌으로 상쇄가 되고는 있으니 이제 웬만큼 벼락을 내리지 않는 이상 놀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답은 잘 해도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시안은 그를 휙, 바라보았다. 이엘은 시안에게 이미 시선을 두고 있어서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만났다. 새파란 벽안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시선을 돌린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굳이 존대를 하실 필요가 없으니, 그냥 말을 편하게 낮추십시오.”

“아, 단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전하.”

이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디가 맞장구를 쳤다.

“난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데요? 혹시 내가 존대를 하는 것이 이곳 방식에 어긋납니까?”

오히려 시안이 고개를 갸웃한다.

“섞어 쓰시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율리아스의 부드러운 설명에 깨달은 표정이 되었다. 다급할 때마다 존칭을 생략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존대를 의식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지금까지 의식하고 한 것은 없었어요. 그러니 지금처럼 할래요. 대신, 급박한 순간이 되면 존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제 와서 뭐하지만, 양해해주세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전하, 갑자기라 뭐하지만, 그들이 수도로 갔을까요?”

율리아스가 갑자기 생각난 듯 화두를 꺼냈다. 데메테르 시에서 있었던 일, 말이었다. 어찌 보면 결국 자수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 손에 운명을 쥐어준 것이나 진배없었다. 딱히 그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지만.

“제대로 갔을 겁니다.”

“어떻게 단언하십니까? 아, 전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발디는 물어놓고 사족을 덧붙였다. 시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싫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희생 따위 아무렇지도 않는 사람들이 바로 그 부류에요. 그래서 그 부류에 대해선 잘 알죠.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몇 가지가 있는데 충성, 명분, 사랑 그리고 이득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공포도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데, 이득을 위해서 움직이는 자들은 역으로 공포로도 움직이게 할 수 있지요.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공포를 주었으니, 꼭 돌아갈 겁니다.”

이엘의 검은 눈이 황녀를 향했다. 옳은 말이다.

정확한 혜안으로 황녀는 그들의 공포가 무엇인지를 꿰뚫었고, 잔인할 만큼의 공포를 심어줬다.

“아이의 아버지가 그자라는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리고 그 독약은 무엇이고요.”

그 질문에 시안의 금안이 이채를 띄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그자라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죠. 머리카락 색이 독특해서 떠봤을 뿐이었는데. 그리고 독약은 출발 전에 폐하께서 준 회복약 이었어요.”

율리아스와 이엘의 얼굴이 아연해졌다. 당시 시안의 옆에 없었던 발디나 보니타는 상황을 짐작만 할뿐이었지만, 율리아스와 이엘은 그 자리에 있었다. 얼마나 살벌하게 협박을 했었나.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니.

이 사람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도덕적이지만,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비도덕적이었다. 평민 소년의 당돌한 물음에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었으나, 그 아비에게 공포를 심어줄 땐 그 소년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거론하는 부분이 그러했다.

“전하. 전하는 만약 데메테르 주민들이 제대로 죄를 고하지 않는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정말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린 아이라도 찾아내 죽이는 방법을 택하실 겁니까?”

율리아스의 질문에 시안은 웃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날 필요했던 것은 공포였어요. 법은 냉정하죠. 그날 필요했던 것은 감정적이고 뜨거운 공포였으니까.”

“그럼 만약 그들이 죄를 고하지 않았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이쪽 세계의 법대로 행해야겠지만, 연좌(緣坐)는 곤란하겠죠. 도망친 죄인들은 끝까지 추적해야겠지만, 그 죄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물을 수는 없어요. 다만,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정확하게 알려주도록 할 겁니다. 너희의 아버지가 왜 죄인이 되었는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이 부분은 제대로 죄를 고한다 해도 알려주어야 할 테죠. 없는 죄가 되지는 않으니까.”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시안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는 것이 분명했다.

이엘의 푸른 눈이 시안을 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의 소신이 뚜렷했다. 이쪽 세계의 사람들과 하는 행동이 달라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왜 처음 이델리오 경이 무례한 언사를 했을 때 눈감아 주셨는지, 지금 와서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당하는 당사자들이 순순히 따르는데 굳이 내가 할 말이 없었어요. 거기에 무인이라면 제 앞길 정도는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오늘 여러 번 이상한 질문을 받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답해주었다. 애당초 숨길일이 아니었으니까.

“이 세계에서는 가장 신분이 높은 자를 욕보이고 싶을 때 보통 가장 신분이 낮은 사람을 건드립니다. 같은 장소에서.”

율리아스의 지적에 시안의 금안이 크게 떠졌다.

“호오. 상당히 비겁한데. 거기에 비열하고.”

그러더니 쓰러져있는 이델리오와 그 옆에서 이제 막 식사를 하는 제라드를 쳐다보았다.

“그랬단 말이지.”

그저 피식, 웃는 것으로 끝냈다. 그리고 시선을 그들에게서 돌리려는데 갑자기 벼락같은 외침이 들렸다.

“이델리오 경!”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한 데 시선이 모였다. 제라드는 이델리오의 옆에서 음식을 먹다가 그가 깨는 기척이 들자 그를 두들겼다. 눈을 뜸과 동시에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깨우던 제라드가 놀랄 정도의 기세였다.

이델리오는 불현듯 정신이 돌아왔다. 기억이 없느냐면, 아니다. 또렷했다. 본체에게 접근했고, 순식간에 심장이 쥐어 틀리는 것처럼 고통스럽더니 이상한 장면에 넋을 놓았다. 오른 쪽 뺨이 화끈거렸지만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뜨거운 화기와 거인, 그리고 금빛 소년. 도저히 알 수 없는 그 장면이 못 견디게 신경이 쓰여서 정신이 없었다.

부산한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누군가를 찾는다.

시안과 이델리오의 시선이 부딪쳤다. 이델리오가 벌떡 일어났다. 비틀거리면서도 악착같이 다가왔다. 거의 뛰다시피 였다.

앉아서 음식을 먹는 시안 앞으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평소 이델리오의 모습을 잘 아는 제라드는 최근 보이는 그의 행적에 아연할 정도였다. 저만큼이나 허둥지둥한 모습은 근래에나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만들기도 합니까? 그러니까, 없던 기억을 만들기도 하느냔 말입니다!”

무례할 정도로 따지는 말투였다.

이델리오는 알 수 없는 분노와 무력감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잔뜩 헝클어진 시선으로 다급하게 묻는 그와는 다르게 시안의 표정은 냉담할 만큼 담담했다. 잠시 뜸을 들였으나 이내 답을 했다. 감정이 배재된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데 과거의 기억이 필요하다면 기억을 꺼내기는 하지만 없던 사실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아닙니다!”

이쯤 되자 도리어 시안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없던 기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었단 말입니다!”

“진정하십시오, 이델리오 경.”

어찌나 고함을 질러댔는지 보다 못한 보니타가 그를 제지했다. 그러나 이델리오는 아직 이성이 돌아오지 못했는지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시안은 결국 먹던 음식을 내려놓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예?”

“없는 기억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겠지. 나라고 그것들을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니까.”

“…….”

“그런데 없는 기억이라 하기엔 너무 절박해보였거든. 지금도 그렇고.”

이델리오의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 자신도 그렇다. 없는 기억이라고 하고 싶은데, 금빛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 마음이 지금까지도 온 심장을 쥐어트는 것만 같았다.

“정신 차려.”

생각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는데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마주친 금안은 어떤 감정도 배재된 냉철한 눈빛이었다. 다친 사람에 대한 동정도, 어떤 한심함도 배재된 그저 냉정한 눈빛. 그래서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당신 같은 사람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 자가 다시 에토노므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상상이 가나?”

속삭이듯 건네는 말에 이델리오는 순식간에 압도되었다. 황녀는 막 정신을 차린 그에게 조언이자, 경고를 하고 있었다.

“다시 시험을 해보고 싶었는지 무모하게 본체 앞으로 달려들더군. 결국 죽었어. 없는 기억인지, 잊은 기억인지는 내 알바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황녀가 왼손을 뻗어 이델리오의 오른 뺨을 검지로 꾹 눌렀다. 이델리오는 그제야 인상을 찌푸렸다.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구사일생. 차가운 머리로 검을 휘둘러야겠지. 두 번의 운은 없어.”

시안은 제라드를 바라봤다.

“비나스 숲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라드 경이 본체를 맡으세요. 이델리오 경은 당분간 제라드 경을 엄호하는 역할을 맡도록 합니다.”

자존심에 엄청난 금이 가는 소리였지만, 결코 항명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고, 황녀의 얼굴은 어떤 항명도 불허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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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부 20화 15.04.21 50 0 16쪽
19 1부 19화 15.04.20 49 0 17쪽
18 1부 18화 15.04.20 101 0 19쪽
17 1부 17화 15.04.20 92 0 12쪽
16 1부 16화 15.04.20 101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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