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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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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46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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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24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24화



여정은 그동안처럼 이른 아침부터 시작이 되었다.

시안은 다행스럽게도 간밤에 회복이 되어 여정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기사들 중 몇몇이 이곳에서 하루정도 더 쉬어갈 것을 권했으나 시안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신기한 것은 누구도 ‘왜’ 갑자기 앓아누웠는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바뀐 사람이 많았다. 출발하기 전에 뭔가 묘한 기운을 느꼈으나 워낙 찰나의 시간이어서 확신이 들지 않았고, 말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알 수 없었는데 점심을 먹으면서 확신이 들었다. 변화가 가장 극명한 사람들은 근위기사 집단이었다.

일행은 아침나절을 달려 데비 가도에 들어섰다. 곧 해가 중천에 걸리기 시작했고 일행은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적당한 장소에 말을 세우고 내리자, 갑작스럽게 근위기사 집단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짐을 알아서 풀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뒤 그녀를 안내했다.

“황녀전하! 이쪽으로. 여기에 앉으십시오!”

“불편한 것은 없으십니까?”

“여기 음식을 내왔습니다.”

“다 드시거든 식기는 저희에게 주십시오.”

말 뿐 아니라, 뭐랄까 태도랄까, 눈빛이랄까. 그런 것들도 바뀌어서 언뜻 ‘초롱초롱’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고마워요. 다들 식사하세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절도 있게 목례를 하더니 우르르 몰려간다. 고개를 갸웃, 하는데 율리아스가 웃으며 다가왔다.

“감명을 크게 받은 모양입니다, 전하.”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시안의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엘과 보니타, 발디까지 함께 앉고 나서야 시안은 되물었다.

“감명?”

“어제 전투에서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희장군이라는 칭호가 과연 어울리셨습니다!”

여기 한 사람 더 추가다. 보니타의 회색 눈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멋진 모습이셨어요. 저는 전하가 슈바키라를 쓰러트리는 장면을 아마 평생 못 잊을 겁니다!”

발디도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보니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쯤 되자, 도리어 시안이 의문스러운 점이 생겼다.

“내가 어떻게 순식간에 움직였는지는 궁금하지 않나요?”

그러자 발디는 정말 순수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전하께서는 황후폐하와 함께 빛 속에서 등장하셨지 않습니까?”

“…….”

그렇군. 빛 속에서 갑자기 등장해놓고 조금 빨리 움직인 것 정도야. 이 사람들은 자신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까. 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기를 바랄까.

“혹시 내가 막 바다를 뒤집고, 갑자기 비를 내리게 하고. 뭐, 그런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발디는 얼굴을 갸웃, 하더니 도리어 되물었다.

“그런 것도 하실 수 있으세요?”

“…그럼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거야?”

저도 모르게 어조가 날카로웠던 모양이다. 발디가 갑자기 놀란 눈이 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시안 스스로도 괜히 예민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어 사과를 하려는데, 문득 율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전하. 기대하지 않습니다.”

“……?”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율리아스는 담담한 암녹색 눈으로 시안의 금안을 바라보았다.

“전하께서 바다를 뒤집는다거나, 비를 내리게 한다거나. 이런 것은 기대하지 않아요. 다만, 이 사람들은. 저희는, 고마워할 뿐입니다. 누가 죽었을지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누군가 죽었을 상황이었어요. 전하덕분에 모두 살았으니 고마워하는 겁니다.”

“…….”

시안은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발디도, 보니타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있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던 이엘도 무뚝뚝하게 말을 보탰다.

“어제처럼 앓아누우셔야 할 정도라면, 이제 웬만하면 쓰지 마십시오.”

“…….”

“그럴 상황 만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힘’이란 기대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의 ‘힘’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사람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어제만 해도 목격하지 않았던가. 내 가족의 이익을 위해 다른 가족을 처참히 부수고서도 당당했던 괴물을.

[그곳엔 좋은 사람들이 꽤 많단다, 시안.]

이곳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어머니는 그리운 얼굴이 되어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나에게 ‘힘’을 써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내 주변엔 없었지.]

그 말에는 강한 의문을 가졌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주변에 잔뜩 이 힘을 뜯어먹지 못해 안달인 자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그런 순수한 사람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들은 나면서부터 스스로 감내해왔던 거야. 누군가의 힘에 기대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감내해온 자들이란다. 다른 사람의 힘에 완전히 기대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어.]

[어머니, 차라리 어머니 힘으로 부숴버려요. 여길, 완전히.]

[시안, 너는 아직 더 배워야 하겠구나.]

[…….]

[나는 그럴 힘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

[…어째서요. 이토록 괴롭히는 것을.]

화가 잔뜩 나서 말하는 내게 어머니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현인이었던 니체는 이렇게 말했지.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고. 우리가 그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본다고. 시안, 나는 그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어머니가 존재했던 그 때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작은 힘이지만 이 힘을 마주하고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문득 고마웠다. 죽더라도 려화로 죽으라고 했던 숙부들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시안은 날을 세웠던 얼굴을 풀고 정말 환하게 웃었다.

“여기엔 좋은 사람이 많다고 하시더니, 그러네요.”

네 사람 모두 알쏭달쏭한 얼굴이 되었다. 시안은 그저 말없이 웃으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점점 딱딱해지고 있는 음식이었으나,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은백발에 은색 눈동자. 대륙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하얀 피부.

이티르 족은 보는 순간 구분이 갔다.

척박한 가이아 평원지대에 살고 있고, 산맥 아래로는 잘 내려오지 않는다. 야생마를 길들이는 능력이 탁월했고, 기록으로만 전해지는 과거, 그들은 가이아 산 바로 아래에 위치한 염원하는 땅, 가옹프슈에 살았었다. 그 땅을 대륙의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척박한 가이아 평원지대로 쫓겨났다. 많은 이티르가 그 땅을 되찾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으나, 대부분 죽거나 혹은 평생을 노예로 살아가는 최후를 맞았다. 선천적으로 신체조건이 좋은 탓에 남자는 대부분 힘줄이 반쯤 끊어진 상태로 노예가 되기도 했다. 죽더라도 결코 편안한 죽음을 맞지 못했다. 동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은안 때문에 저주받은 눈이라는 속설이 생겼고, 그로 인해 두 눈이 뽑힌 뒤 출혈로 죽어갔다.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는 오랜 과거. 아니, 사실은 기록이 지워진 과거. 이티르가 가옹프슈에 살았던 그 시대.

이티르는 대륙의 주인이었다. 1%의 그들이 나머지 대륙의 사람을 지배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지배층이었던 이티르의 힘이 쇠했고, 상황은 역전되었다. 가장 존귀했던 이티르가 한순간에 가장 천한 존재로 전락하는 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 걸렸다. 이티르는 가이아 산 바로 아래, 그들의 성지(聖地)였던 가옹프슈를 버리고 가이아 평원으로 숨어들었다. 그들이 갑자기 쇠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세상이 이티르를 ‘저주받은 민족’으로 인식하는 시간도 놀랄 만큼 빨랐다.

궁지에 몰렸던 이티르가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수단은 오직 하나, ‘정보’였다. 세상의 모든 일을 관장했던 이티르였기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이었다. 이티르는 세상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이 필요한 자에게 팔기 시작했다. 정보를 파는 그들의 일은 지금까지도 내려오고 있어서 대륙 곳곳에 이티르가 존재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이티르와 거래를 해야 하는 소수의 황족이나 고위 귀족은 생각보다 이티르에 대한 인식이 일반 백성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대받기는 매 한가지였지만 말이다.

아슬란은 이티르로서 할 수 있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

세상 어디에도 그들을 환대하는 곳은 없었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없다. 세를 확장해 대륙을 장악하려해도 절대 수가 부족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아슬란은 그 사실을 산 아래 내려와 뼈저리게 느꼈다. 환대는커녕, 자신을 제대로 보려고 조차 않는 사람들 속에서 환멸을 느꼈다.

3년. 산을 내려온 지 3년이었다. 눈을 가리는 안대와 은백발을 가리기 위한 큰 두건은 이제 한 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약 일주일 전. 잡혔다. 에토노므 떼를 마주치는 바람에 그들을 피할 틈이 없었다. 그는 이미 에토노므와 홀로 전투 중이었고, 그들은 정확히 자신을 봤다. 결국 잡혔다. 하루만 더 늦었으면, 힘줄의 반이 그들에게 끊겨 평생 뛸 수도 없게 되었을 것이고, 어딘가에 팔려가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데 ‘빛’은 갑자기 나타났다.

[백안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은안이구나. 은색이야.]

아슬란은 자신의 눈동자를 이리저리 꿰뚫어보는 금안이 놀라웠다.

화가 나서 저주에 걸릴 것이다, 라는 헛소리를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가관이었다.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너흰 노예 따위가 되지도 않았겠지.]

아슬란은 그 날 이후, 데메테르 성이 보이는 숲속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녀의 마지막 명에 따라 족쇄가 풀리고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돌아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쯤 길드에서는 자신을 찾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아슬란은 3년 만에, 정보를 수집하는 분야에 있어서 최고 등급에 오를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은 실력자였다.

아슬란의 은색 눈동자는 금안의 여자가 사라졌던 방향에 고정되어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그는 안다.

“발데르 제국의 돌아온 희장군. 금안의 황녀, 시아느 린 폰 발데르.”

[아슬란. 산 아래 사람 중, 우리의 눈이 은빛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자를 만난다면 말이다. 그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온 힘을 다해 돕고, 그가 네가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온 힘을 다해 그를 따라라. 그런 자가 있다면,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사람일 것이니.]

산을 내려오기 전, 할머니는 자신의 손을 잡고 그렇게 조언했다.

황녀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 응시하던 아슬란은 높은 나뭇가지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할머니 말씀은 잊은 지 오래였다. 산 아래 사람들은 자신의 눈이 무슨 색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보지 않으려 급급했고, 그저 ‘이티르’라는 이름을 가진 종족일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나타났다. 없다고 확신했는데, 나타났다.

그래서 알아봐야겠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궁금했다.

그러니까 기다려야겠다.

황녀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있다. 돌아오려면 이곳을 지나야겠지. 그러니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황녀가 이곳을 지나는 날까지, 이곳에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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