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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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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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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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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부 13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13화


쉼 없이 달렸다. 중간 중간, 말들의 목을 축이려고 잠시 멈췄을 뿐 점심이후로 쉬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에 가까워질 무렵, 시안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속도에 맞춰 뒤따르던 기사들의 속도도 느려졌다.

“크림슨 경!” 시안이 호명하자 뒤따르던 크림슨이 시안의 옆으로 말을 몰았다.

“예, 황녀전하.”

“지금 이 지점에서 노숙을 하면 내일정도에 브레이다아크만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노숙을 하기에도 알맞은 지형인 듯싶습니다.”

사실, 크림슨은 발데르의 서쪽 지리에 밝아서 이번 여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맞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겠습니다. 그리고 크림슨 경. 내일부터는 제 옆에서 방향을 잡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오늘이야 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었기에 시안이 앞장섰지만, 내일부터는 길잡이인 그가 방향을 잡아야했다. 크림슨은 주황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위에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경쾌한 눈동자색깔 만큼이나 경쾌한 성격의 소유자 인듯했다.

기사들은 이미 말에서 내려서는 하룻밤을 묵을 자리를 물색하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일대가 모두 평평한 평지인데다 계절이 따듯한 계절이라 상황이 아주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숙을 하게 될 황녀’생각에 최대한편안한 자리를 눈에 불이 나게 찾고 있었다.

누군가 명령하지 않아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시안은 그들이 자연스럽게 세 개의 무리로 나뉘어보였다.

첫 번째. 이엘과 율리아스, 발디와 보니타. 이렇게 네 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두 번째. 점심 때 조나단과 캐시에게 굴욕을 준 두 사람 이델리오와 제라드가 함께 움직였고, 세 번째. 나머지 집단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시안은 사실, 누가 어디 소속인지는 관심이 없었기에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큰 그림은 황제가 말해줘서 알고 있었다. 오만기사단 소속 2명, 사비에르기사단 소속 2명. 쿠론기사단 소속 2명. 그리고 근위기사단 소속 8명.

누가 어디 소속인지, 큰 그림이 눈에 보였다.

근위기사단 소속 8명은 인원이 많아서인지 그들 내부적으로 일을 해결하고 있었다.

“황녀전하. 저희가 말을 목욕시키고 오겠습니다.”

세 사람이 말을 목욕시키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 세 사람 중 한명인 크림슨이 다가오더니 풍을 데려갔다.

또 세 사람은 불을 피우려는 모양인지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점심에 먹었던 말린 음식에 간단한 스프 한 종류만 추가하기로 했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주변에 탈만한 것들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일사 분란한 모습에 발디와 보니타도 가세했다. 그들은 말에서 풀어낸 짐들 사이에서 침낭을 골라내더니 바닥에 깔기 시작했다. 발디가 시안의 침낭을 받아가더니 그녀의 자리도 만들었다.

침낭이 다 깔릴 즘 땅을 파던 세 사람이 스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깨끗한 물에 가루만 넣으면 완성되는 간단한 전투식량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시안은 할 일이 없었다. 굳이 일을 찾아서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오늘 꺼낼 일이 없었던 월도를 벨트에서 풀고 편안하게 침낭위에 앉았다.

일사분란한 사람들 사이로 크게 일이 없는 사람이 몇 사람 더 있었다. 이엘과 율리아스. 이델리오와 제라드가 그들이었다. 이델리오와 제라드는 그들끼리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이엘과 율리아스도 움직이는 이들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까는 세 개의 집단으로 보이더니 이제는 두 개의 집단으로 보인다. 저쪽 세계도 그러하지만 이쪽 세계역시 신분 구분이 꽤나 엄격했다.

‘려화’의 운명을 깨닫고, 왕족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분노했으며 억울했었다. 왜, 내가 내의지가 아닌, 그저 태생이 그러하다는 이유로 ‘려화’가 되어야 하는지. 려화로 태어난 이유로 그 업을 짊어져야 하는지. 왕족들에 대한 험담을 끝없이 늘어놓는 어린 자신에게 어머니는 현명한 눈빛으로 한 가지를 물어왔다.

[너는, 또한 왕족으로 태어났기에 음식도 하지 않고, 빨래며, 설거지며, 심지어 필요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애쓰지 않지 않느냐? 평민으로 태어난 아이는, 지금 네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고된 노동을 하기도 한단다.]

그 말은 토시하나 빠트리지 않고 기억이 난다. 어머니의 얼굴, 눈빛, 목소리까지도.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평민 아이가 손이 부르틀만큼 차가운 물에서 시안 본인의 빨래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스스로가 대우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원래 그랬으니까. 그렇게 자랐으니까.

한참을 멍하니 충격에 빠져 있다가 가까스로 어머니께 물었다. 충격에서 빠져 나올 때까지,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었다.

[…어머니, 그럼…왕족은, 나쁜 것인가요?]

그 말에 어머니는 부드럽게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니야. 만약, 네가 왕족이라서, 네 신분을 이용해 누군가에게 부당한 것을 시킨다거나, 정당한 대가를 치러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나쁜 것이지.]

[…그럼, 저는 아무런 대가없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에요?]

[그래. 그거란다. 너는 왕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런 대우를 대가없이 받고 있지. 그러니 앞으로 끊임없이 생각해야한다. 너를 왕족으로 대우해주는 일반백성들에게 너는 무엇으로 대가를 치러주어야 할지.]

[…….]

[옳지 않은 것은 책임은 없이 권리만 누리려는 것이란다. 왕족들이 자신의 행동, 시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려화’를 만든 것. 그런 것이 나쁜 것이란다. 신분이 아니라, 사람을 보거라. 아무리 가난하고, 힘이 없더라도 자신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며 사는 자에게는 그의 삶에 대한 경의를 가져야 한단다.]

‘어머니. 여기서도 찾겠습니다, 제가 할 일.’

하늘을 보고 누워서 생각에 빠져있자니, 어느덧 하늘이 어둠에 물들고 있었다. 환한 빛이 사라지려하자, 그 사이로 별빛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율리아스는 한참을 누워있는 황녀에게로 다가갔다.

사실 오늘 하루 종일 말을 달린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황녀의 몸 상태가 의심스러웠다. 말을 모는 실력이 아주 능숙해서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황녀는 황녀. 계속 누워있는 것으로 보아,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 의외로 황녀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는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으려는 찰나 황녀의 말이 빨랐다.

“여기도 별이 많네요.”

괜찮으냐고 물으려던 말을 삼키고 고개를 들어 같이 하늘을 봤다. 인위적인 불빛이 없는 평원의 밤하늘이라 별이 더 많다. 그는 다시 황녀를 보면서 물었다.

“이곳에서 별을 처음 보십니까?”

“여기 와서 밤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없거든요. 지금 처음 봐요.”

그러더니 일어났다. 누웠다 일어나서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더니 중얼거렸다.

“완전히 다른 세계인데, 이렇게 누워서보니 같은 세계 같네요.”

앉은 상태로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 율리아스는 문득, ‘왜 오게 되었는지’묻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앉아있는 그녀에게 다른 말을 꺼냈다.

“황녀전하. 힘이 드시면 미리 이야기해주셔도 괜찮으니 말씀하십시오.”

시안은 생각보다 다정한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봤다. 자신이 분명히 힘들어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이지만, 순수한 호의가 보인다. 그래서 시안은 대답대신 고마움을 담아 환하게 웃어주었다.

율리아스는 별안간 짓는 환한 웃음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횡횡한 빛을 띤다고 생각했던 금안이, 부드럽게 휘었다.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그를 아는 사람이 봤다면 기함했을 것이다. 매사 이성적이다. 웃는 일이 드문 이엘과 달리 그는 잘 웃고 겉으로는 다정하지만, 겉모습과 속이 달라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가 넋을 놓거나, 크게 당황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그저 미소에 넋을 놓았다고 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율리아스 스스로도 놀랐다. 잠깐이지만, 자신이 넋을 놓았다는 사실에 그는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 때, 고맙게도 저녁이 다 되었다는 기사의 말이 들렸고, 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먹으러 갑시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걸어갔다.

율리아스는 흔들리는 금발을 보며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얼른 뒤를 따랐다.

기사들에게 이런 식의 원정은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금방 저녁이 완성되었다. 모닥불 위로 보글보글 끓는 스프는 비록 전투식량일지라도 그럴듯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말을 씻겼던 세 사람이 한 쪽에서 나무에 말을 묶어두고 다가왔고, 나머지 인원들도 자신의 식기를 챙겨 모닥불 주변으로 둥글게 모였다.

시안이 자리에 앉자, 뒤따르던 율리아스가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앉았고, 율리아스의 오른쪽에 이엘이 다가와 앉았다. 가장 신분이 높은 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다른 사람들도 앉기 시작했다.

드문 초콜릿 색 얼굴에 카키색 머리칼, 같은 색 눈동자를 가진 게오르그가 스프 통을 들고 시안에게 다가오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통을 놓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시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전하. 덜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내밀어진 식기에 게오르그가 스프를 덜어서 건넸다. 시안을 먼저 덜어준 뒤, 그녀의 오른쪽으로 돌면서 배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반 쯤 돌았을 때.

“이델리오 경, 주십시오.”

게오르그가 오면 바로바로 식기를 내미는 기사들 사이로, 한 사람. 시안의 정면에 있던 이델리오가 가만히 있었다. 그는 게오르그의 카키색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엄연히 위계라는 것이 있다. 너는 그것도 모르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게오르그는 당황한 듯 아무런 말없이 서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델리오는 차갑게 말했다.

“첫 째. 최소한 율리아스 경과 이엘 경 다음으로는 내게 먼저 와서 배식을 했어야지, 너는 내가 마지막에 있었다면 마지막까지 나를 기다리게 하려했나?”

기사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델리오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둘 째. 아무리 하급귀족이라도 귀족은 귀족. 너는 귀족으로서의 자존심도 없나?”

누군가를 응시했다. 조나단과 캐시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크게 말했다.

“이렇게 시종이나 하는 배식은 평민이나 하는 거다, 알겠나?!”

그러더니 갑자기 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녀전하, 이런 위계를 잡는 것 따위는 신경 쓰시지 않게 소신이 하겠습니다. 이런 것은 아랫사람들 일이지요. 큰소리를 낸 점, 죄송합니다.”

그의 말에 이제 모든 사람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했다. 단 두 사람, 조나단과 캐시를 제외하고는. 그 두 사람은 수치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아무런 말없이 시선을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시안은 조나단과 캐시를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아니, 그저 두 사람의 반응을 보려는 듯한 태도였다.

이델리오는 아무런 말도 못하는 황녀를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희장군이네, 뭐네 해도 이곳의 정통예의조차 모르는 바보일 뿐인 모양이다. 황녀가 아무런 말이 없는데 이엘이나 율리아스가 나설 수는 없다. 그는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뭣하나, 조나단, 캐시!”

다른 기사들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조나단과 캐시가 일어나더니 게오르그에게 다가왔다.

“주십시오.”

게오르그가 안타까운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그도 넘겨주는 수밖에 없었다. 조나단이 통을 받아들자 캐시가 국자로 이델리오의 식기에 스프를 떠주었다. 이델리오는 그 스프를 받아들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앞으로는 내가 이런 말을 일일이 하지 않게 해라.”

이엘은 문득, 시안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도자기 인형 같은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그녀는 그저, 배식을 하는 조나단과 캐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신분이 높은 사람 앞에서 이델리오가 저렇게 나서는 것은 조나단과 캐시뿐만 아니라 시안까지 욕보이는 행동이었다.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참는 것일까. 일전, 회의장소를 떠올려보면 참고 넘어갈 성격은 아닌 듯한데. 이엘은 감이 오지 않았다.

문득,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시안이 휙 돌아봤다. 이엘은 몰래 훔쳐보던 사람처럼 갑자기 놀라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놀라서 심장이 쿵쿵, 뛴다. 뭐 얼마나 죄를 지었다고 심장이 뛰는지. 그는 애꿎은 스프를 스푼으로 눌렀다.

그렇게, 첫 번째 저녁식사는 각자의 감정을 가진 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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