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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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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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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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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부 25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25화



데비 가도에 들어선 첫 날. 생각보다 부지런히 달렸는지 데메테르에서의 일로 지체되었던 시간을 거의 따라 잡았다.

너른 공터에 자리를 잡자마자 암묵적으로 모두 움직였다. 이제는 저녁 먹을 준비를 하는데 아주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 시간에 시안은 대부분 간단하게 씻고 오곤 했는데, 시안이 뭔가를 하려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데다가 딱히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분업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김없이 씻을 도구를 들고 개울로 향하는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엘 경, 이제는 따라오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언제나 그가 따라왔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것입니다.”

역시 그다. 휙 뒤를 돌아봤더니 담담한 얼굴의 이엘이 버티고 서있었다. 그 아버지와는 느낌이 다르다. 뭐랄까, 정직함으로 똘똘 뭉쳐있는 느낌이랄까.

어떤 말로도 회유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묵묵히 다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자박자박,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남쪽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숲이 우거지네요.”

브레이다아크만에서 간간히 있던 숲은 지금 이 숲에 비하면 정원정도의 수준이었다. 빼곡하게 들어찬 활엽수들이 낮에도 햇빛을 가려 사방이 이끼 투성이였다. 발아래를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거기에 수도에 가까워질수록 평야지대이더니 데비가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눈에 띄게 산이 많았다.

“길티르 산은 더 우거져있습니다.”

“그렇군요. 이쯤에서 씻을게요.”

시안은 적당한 개울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엘이 뒤로 도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제대로 된 목욕을 못한지는 꽤 되었고, 이나마도 정말 간단히 세수를 하거나 이삼일에 한 번 정도 머리를 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봄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서 개울물이 많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했다.

손을 씻고 시원한 물에 얼굴을 씻는데 문득, 시안의 눈에 이질적인 것이 들어왔다.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시안은 박차듯 일어나 순식간에 검을 빼들었다.

그 소리를 들은 이엘도 검을 빼들며 뒤로 돌았다. 검을 든 황녀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이엘이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황녀 옆으로 다가왔다. 황녀의 시선을 따라 앞을 보자, 과연 무엇인가가 있었다.

뱀의 머리에, 멧돼지의 몸.

그것의 거친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엘이 경계하며 주위를 매섭게 돌아보았다.

다행히 한 마리뿐 이였는데 주저앉아서는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목에 상처가 꽤 심각해 보였다. 시안은 주변을 더 둘러보고서 에토노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가까이에서보자 상태가 더 심각했다. 중요한 것은 상처가 검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물어뜯긴 상처라는 점이었다. 거친 숨소리가 전염이 될 듯 괴롭다. 검을 양손에 든 채 짧은 기합과 함께 횡으로 그었다.

툭-

단칼에 목이 떨어졌다.

“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이 놈은 허상을 만들지 못할 만큼 치명상을 입었던 놈이었고. 만약 여기가 다른 놈의 영역이었다면 애초에 이 놈이 여기 있지 못했을 겁니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황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마주보는 이엘의 표정도 심각했다.

두 사람은 빠르게 돌아왔다. 이미 저녁준비가 한창이었으나 시안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의아한 표정의 사람들에게 시안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숲에 에토노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의아한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변을 힐끔 둘러보는 기사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시안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치명상을 입고 있었고,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오늘 저녁은 아마도 무사히 넘길 겁니다. 에토노므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이곳을 영역으로 삼은 다른 놈이 없다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내일 부터예요. 검으로 베인 상처가 아니라 같은 에토노므에게 뜯긴 상처였어요. 그렇다는 말은 곧, 에토노므의 영역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많지는 않더라도 마주칠 가능성이 꽤 높아졌어요.”

“그럼 내일부터는 마주치면 황녀님께서 전번에 일러주신 것처럼 석궁의 궤적을 따라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문득 시안이 입을 다물었다.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시안에게 향해있었다.

이윽고 입을 여는데 작게 한숨이 섞여있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비나스까지 가는 동안 에토노므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었습니다. 제 경험상, 한 번에 50마리에 가까운 에토노므가 출몰하고 나면, 집단 근거지 밖으로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죠. 동족에게 에토노므가 죽임을 당하는 경우, 보통 그 인근에 벌집처럼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수가 많아요. 자신의 영역을 찾기 힘들만큼 영역을 촘촘히 나누고 있을 때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는 놈들이 생기죠. 만일 내일부터 에토노므와 마주치게 된다면, 최소한 5~6마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될 겁니다. 허상은 60~70마리로 보일 테고 말이죠.”

“그렇다면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석궁은…….”

“써야죠. 일단 본체를 구분하는 법을 모르니 일단은 제가 석궁으로 가려내야겠죠. 하지만 대신 파트를 나눠야겠습니다. 떼로 몰려드는 허상과 그냥 부딪치기엔 소모가 심해요. 솔직히 비나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만나봐야 1~2마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되면 비나스 숲에서 본체를 구분해내는 방법을 찾기 전에 임시적인 전략을 다시 짜야할 필요가 생겼어요.”

임시회의는 거기에서 끝났다.

일단 저녁준비가 모두 끝난 상황이었기에 일행은 빠르게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워낙 간단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식사가 끝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둘러앉은 일행의 얼굴엔 진지함이 가득했다. 모두가 원형으로 둘러앉자 시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출발하기 전 받은 보고에서, 근위기사단 소속을 제외하고는 에토노므와 직접 마주한 경험이 없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에토노므는 발데르 가장 남쪽 길티르 산 너머에서 출몰했고, 오만 기사단과 사비에르 기사단, 그리고 쿠론 기사단은 발데르의 동북단에서 국경수비대역할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에토노므 토벌에 참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 에토노므를 상대해 본 것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비나스 숲 이전에 차라리 에토노므를 생포하여 본체를 가려내는 방안도 생각해 보았으나, 어느 정도의 울타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 방법은 리스크가 커요. 최선의 대안은 파트를 나눠서 파트끼리 움직이는 방법입니다. 세 명씩, 다섯 파트로 나누죠. 제가 석궁으로 본체를 가려주면, 각 파트끼리 움직이며 본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불칸 반도에 들어서도 파트를 나눠 움직일 생각이었어요.”

“저…그런데 황녀전하.”

이런 경우 보통 입을 열지 않는 밀러가 조심스럽게 시안을 불렀다. 시안의 금안이 그에게 향하자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브레이다아크만에서 황후폐하와 황녀전하께서 나타나시자 에토노므 떼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때문에 병사들이 쉽게 몰살시킬 수 있었고요. 저는 단지 그러니까…….”

그는 우물쭈물하다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혹시 가능하다면 또 한 번 그런 일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싶었으나 차마 그 말까지는 기사로서 할 수가 없었던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보였다.

“그건 어머니께서 했던 일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에토노므 떼에 모두 몰살될 위기였으니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어려워요.”

“아, 예! 그러니까, 저는…아…그러니까…….”

“괜찮아요, 밀러 경. 물어 볼만했어요. 그러니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하.”

결국 어깨까지 축 늘어트린다.

“괜찮다는데도. 자, 그럼 파트를 나눕시다.”

“실력은 고루 분배되어 있는 편이 좋겠지요. 파트 내에서도 각자 역할분담이 필요할 테고.”

율리아스가 말을 거들자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트 분배는 신속했다. 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인지라 누구의 실력이 우위인지는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 있었다. 파트는 곧 나뉘었고, 파트 내의 역할분담까지도 빠른 시간 안에 결정되었다.

시안, 이엘, 율리아스, 이델리오, 밀러가 각 파트의 장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엘, 율리아스, 이델리오의 경우 에토노므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는 리스크가 있었으나 실력이 리스크를 커버한다고 판단했다.

시안의 조는 조나단과 크림슨, 이엘의 조는 발디와 비오니타, 율리아스의 조는 보니타와 애밀리, 이델리오의 조는 제라드와 데이지, 밀러의 조는 게오르그와 캐시로 구성되었다. 각 파트의 장은 본체를 직접 타격하는 역할을, 나머지 두 사람은 장을 엄호 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하, 최선을 다해 엄호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한 마리도 얼씬 못하게 하겠습니다!”

조나단과 크림슨의 얼굴엔 사뭇 비장함까지 흘렀다. 웃는 것으로 답을 하고는 일행에게 마지막으로 주의를 준다.

“제일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본체에겐 먹혀서 안 된다는 점이에요.”

파트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논의를 하던 일행의 시선이 다시 모아졌다.

“허상에게 잡혔다면 빼내기 쉽습니다만, 본체는 머리가 잘려서도 놓지 않아요. 본체에게 제대로 먹히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려우니 본체는 조심하세요. 석궁에 목을 꿰뚫렸다 하더라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전하. 본체에 먹힌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말씀이신지요.”

“에토노므는 말했듯 사념체예요. 공포를 먹는데, 본체는 허상보다 역량이 좋죠. 저마다 느끼는 공포를 교묘히 잡아내는데 때로는 그것이 과거의 기억일수도 있고, 두려운 감정 그자체일수도 있죠. 일단 정신력에서 지게 되면 아가리에 머리가 삼켜지는 것이 순식간입니다. 이것도 정확한 것은 아닌 것이 본체에 잡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본체의 머리에 직접 상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하고, 마주하는 순간의 두려움을 이겨내야 해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제대로 이해갈 리가 없다. 갸웃하는 사람들도,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신적인 생명체이기에 직접 겪지 않으면 심오하고 그렇기에 헷갈린다. 어쩌면 차라리 처음 조우하는 이들이 더 효과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니, 정의하기 어려운 생명체다.

그럼에도 씁쓸한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너무 믿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한 마리가 먼저 출몰했기 망정이지 갑작스럽게 떼와 마주했다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 밤은 금방 지났다.

시간은 상대적이라 정말 어떤 순간엔 누군가 바늘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빠르다. 그 밤이 모두에게 그랬다. 모두 알게 모르게 긴장한 채 잠이 들어서인지 아침의 시작도 빨랐다. 이제 동이 터오는데 하나, 둘씩 일어나 출발할 준비를 시작했다.

출발하려는데 기류가 다르다. 지금까지도 방심하며 온 것은 아니지만, 사실 지루하다 느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제 전략을 짜고 파트를 정하고 나자 새삼 실감이 나는 것이다.

그동안 달리던 말의 진형도 바꿨다. 크림슨과 시안이 선두이지만, 바로 뒤는 조나단이 따랐고, 이엘과 율리아스 뒤로는 그들의 파트가 따랐다. 파트끼리 언제든 뭉칠 수 있는 진형으로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데비 가도를 달리기를 3시간.

울창한 숲을 간신히 지나 잠시나마 마주한 평원 중턱에서 일행은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군단처럼 열을 맞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림잡아 70마리에 육박하는 에토노므 떼였다.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 어젯밤 그 한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이 떼를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맞이할 뻔했다.

선두에 섰던 시안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투지가 뒤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잘 벼려진 검을 빼든다. 그것을 신호로 일행들도 검을 빼들었다.

“돌격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다. 크림슨, 조나단 뒤를 엄호하며 따라와라. 나머지는 각자 치고 빠지면서 본체가 가려지기를 기다려.”

전투상태에 들어서자 그동안의 존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짧은 명령만이 존재했다.

한 손에는 월도를, 나머지 한 손에는 활이 장전된 석궁을 들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용 가능할지 의문이었으나, 이 사람이 들고 있으면 또 왠지 믿음이 간다.

금안을 날카롭게 빛내더니 이내 풍의 배를 찼다. 풍 역시 무모한 돌격이지만 주인의 명을 착실히 따른다. 엄청난 속도로 세 기(騎)가 에토노므 군단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뒤에서 보던 기사들이 아연할 만큼 무모한 기세로 황녀가 에토노므 군단에 달려들었다. 크림슨과 조나단이 길을 트는 것도 아니었다. 황녀는 방해가 되는 에토노므의 머리를 질풍처럼 베어 넘겼고, 그의 말은 앞발로 몸체를 짓이기듯 나아갔다. 크림슨과 조나단은 열리는 길을 지나가며 각자 옆쪽의 에토노므를 베어 넘겼다.

순식간에 무리가 종(縱)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가자!”

이엘과 율리아스, 이델리오와 밀러도 재빨리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 에토노므는 달려오는 속도가 없이는 멧돼지 정도의 역량이상을 내기 힘든 모양이었다. 끊임없이 뱀의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으나, 치고 빠지는데다가 일단 기사들에게 위치적 우위를 내주었다보니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쌩-하며 석궁의 시위를 떠난 화살이 에토노므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시안은 양 손, 입, 눈과 발을 모두 자유자재로 동시에 사용하는 신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른 손으로는 월도를 휘두르고 그 와중에 왼 손으로 석궁을 지탱했다. 화살을 꺼내 장전시킬 때는 입과 턱을 이용해서 석궁을 고정한 뒤 월도를 쥔 오른손으로 재빨리 장전한다. 그 와중에 다리로 풍을 조종했다.

조나단과 크림슨은 그녀를 엄호하는 종종, 그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다.

쌩-

또 한 발을 명중시킨다. 벌써 세발 째 명중했다.

이엘은 가장 먼저 구분된 본체를 목표로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에 발디와 비오니타가 착실히 엄호했다. 황녀의 말처럼, 에토노므는 본성을 알고 본체만 가려낼 수 있다면 한 마리의 육체적 역량이 강한 종족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황녀가 본체를 가려주자 70마리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채 10마리가 안 되는 소수로 느껴진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본체로 판별된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주위에 있던 에토노므가 더 격렬히 반응했다. 아마도 이 본체와 연결된 허상인 모양이었다. 이엘은 장검을 양옆으로 휘두르며 가차 없이 베었다. 그리고 본체와 그 사이에 어떠한 허상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이엘은 문득 본체를 감싼 기류가 다름을 느꼈다. 본체를 마주하는 순간, 가슴 언저리에서 차갑고 끈적한 것이 심장을 훑고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이!”

이엘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본체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크고 넓은 어깨가 아래위로 작게 들썩였다. 이 놈이 무엇을 무기로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놈들이 생겼다.

“움직임이 멈춘 놈들은 그냥 둬! 어차피 사라진다!”

멀리서 황녀가 소리쳤다.

주변을 둘러보자 바로 옆에서 율리아스가 화살을 맞은 놈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율리아스 역시 기세 좋게 에토노므를 베고 또 베었다. 말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역겨운 놈들이었다. 멧돼지의 몸통에 붙어있는 큰 뱀의 머리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말의 속도를 무기삼아 단단한 팔로 호선을 긋듯 베자 추풍낙엽처럼 그것들이 쓰러졌다.

목표로 한 에토노므 본체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목에 활을 꽂고도 흔들림이 없이 대지에 서있었다. 확실히 베지 않으면 죽일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 하는데 문득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뒷머리가 쭈뼛 선다.

율리아스는 놈이 더 수를 쓰기 전에 순식간에 머리를 날려버렸다. 뒷목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목에 치명상을 입고도 이런 기분을 주는 존재다. 간단히 볼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돋았던 자리가 여전히 불편했다.

밀러 파트역시 모두 경험자들로 이뤄져있어서인지 여유롭게 본체 한 구를 처리하고 또 한 구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모두 여섯 마리의 본체가 있었다.

시안은 마지막 한 발을 쏜 뒤, 본체 하나에 달려들기 위해 풍을 몰았다. 허상 여럿을 베고 본체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절박함을 담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델리오 경!!!”

불길한 느낌에 휘릭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시안이 다급하게 풍을 말머리를 틀었다.

“저 멍청이가!”

이델리오가 본체에게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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