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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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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54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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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부 1화 : 프롤로그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1화 : 프롤로그


한 남자가 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푸른 용포를 입고 생각에 잠긴 남자. 주름하나 없이 젊은 얼굴과는 달리 생각에 잠긴 눈동자는 오랜 세월을 지낸 자 특유의 깊이가 있었다.

“상황(上皇)전하, 려화(慮華) 들었습니다.”

낮은 목소리에 생각에 잠겼던 이가 고개를 든다.

“들라.”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려화’라 칭해진 자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사방신이 수놓아진 병풍 앞으로, 상황이 앉아있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뒤로 물러난 이의 방 안은 깔끔하되 화려하지 않았다. 무릇 군자란 이래야 한다는 듯, 정결한 방.

방으로 들어선 려화는 조용히 예를 갖추었다. 크게 합장하여 고개를 숙이자, 상황이 손짓으로 앉음을 명했다.

려화는 이 방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김의 소유자였다.

찬란한 금빛 머리에 오싹하리만치 선명한 금빛 눈동자. 이질적일 만큼 조각같이 아름다운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드러나지 않아서 더 오싹하다. 얼굴의 생김은 20대이나, 분위기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상황전하를 뵙습니다.”

“오너라.”

상황과 려화는 서로를 응시했다.

가만히 서로의 생각을 마음으로 읽던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상황이었다.

“태휘야.”

려화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돈다.

“태휘(太輝). 크게 빛나라는 뜻의 너의 이름.”

상황의 얼굴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려화의 운명을 타고났어도 너에게는 이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지었지.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보는구나.”

“…전하.”

“내가 너를 태휘라 불렀거늘, 너는 나에게 전하라 부르느냐.”

“…….”

끝끝내 호칭이 나오지 않았다.

상황은 굳게 다문 딸의 입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외관상으로는 전혀 부녀지간으로 보이지 않으나, 려화는 실제로 상황의 독녀(獨女)였다. 상황은 딸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려화가 되기 전, 이 아이가 태휘였던 시절, 그토록 밝았었다. 밝았던 아이는 려화가 된 이후, 차가운 가면을 쓰게 되었다. 안타까웠으나, 그것이 이 아이의 사명이자, 순리라는 것에 한 톨의 의심도 품어본 적이 없었다.

“태휘야. 너는 려화의 삶을 후회하느냐.”

그래서 한 번도 이리 물어본 적은 없었다.

“오늘 이상하십니다.”

“나는 네가 려화의 삶을 이어가는 것에는 선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순리라 믿었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과연 그것이 순리였을까. 순리라는 이름으로 너를 려화로 만들어 모든 업과 책임을 네게 지우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요즘에야 그런 생각을 했다. 해서, 궁금하구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려화의 금빛 눈동자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문 입술은 좀처럼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그 말을 다하기에는 서로의 직책이 이름보다 앞선다. 아버지 이전에 상황, 딸이기 이전에 려화였다.

긴 공백이 이어졌다.

상황은 그 공백으로 답을 들었다.

“휘영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물들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평온함을 유지하던 려화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던 눈동자에 큰 분노가 어린다.

“뒷방에 나앉은 상황의 귀에도 들린 소문이다.”

“…그 말씀을 하시려 저를 부르셨습니까. 저를 태휘라 부르셨습니까. 내 딸까지, 려화로 만들려 이리 하시는 겁니까.”

목소리에 분노가 스며있다. 려화의 금빛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 뜨겁다.

상황의 얼굴에 슬픈 빛이 돌았다. 철 들자 망령난다더니, 죽을 때가 되어서야 이 아이의 깊은 상처가 보인다.

상황이 탁자에 무언가를 올렸다.

“휘영이 금빛 눈동자로 변했다면, 너의 시간 역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지 않느냐.”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이 주먹만한 붉은 보석이 놓여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려화는 당혹스러운 빛을 띠며 상황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생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담은 결정체였다.

“이것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요.”

“이곳에서 휘영은 려화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너는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겠지. 네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 곳으로. 휘영의 목숨줄은 더 이상 우리가 쥐고 있지 못하니, 너는 반드시 그럴 테지.”

상황이 보석을 려화쪽으로 밀었다.

“다음 대 려화의 눈이 금빛으로 변하면 전대 려화의 힘은 곧 다하게 된다. 너 역시, 힘이 얼마 안 남지 않았느냐. 그러니, 이것으로 가거라.”

려화의 눈빛이 흔들린다.

“이제와…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휘영의 목숨 줄을 담보로 나를 이곳으로 다시 오게 한 것은 아버지였습니다.”

상황의 눈에 미안함이 가득 차올랐다.

“아비로서 너에게 이름 말고 준 것이라고는 깊은 상처뿐이니, 이것으로나마 너에게 보상하고 싶었다.”

“이 힘을 주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내 그것을 모르고 주겠느냐. 너의 상처,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보상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내 목숨뿐이니라.”

주먹 쥔 려화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려화는 손을 뻗어 보석을 쥐고 품에 넣었다.

“저는 미련 없이 쓸 것입니다.”

“써다오. 나는 내 모든 업과 책임을 너에게 지우고 있었으니, 마지막 한 번은 내가 너 대신 그 책임을 받고자 한다.”

“…….”

“되도록 빨리 가거라. 휘영의 생명이 온전히 휘영의 것이 되었을 때, 네가 휘영을 안고 도망갈 것이라는 것은 네 오라비들도 이미 예상하고 있다. 그 세계를 없애고자 ‘통로’로 이미 많은 사념체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려화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지독한 욕심에 진절머리가 난다.

려화가 일어났다.

상황은 물끄러미 딸의 모습을 보았다.

“태휘야.”

나가려고 몸을 돌리던 그녀가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긴다.

“…미안했었다.”

금빛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

“남은 시간만이라도 태휘로 살거라.”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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