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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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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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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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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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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부 19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19화



저녁식사가 끝이 나자마자 시안은 방으로 돌아가 당장 옷을 벗어버렸다. 이곳에서 준비해준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편안하게 숨을 쉬었다. 치마형태로 된 실내복만 있기에 편안한 바지형태의 복장으로 가져다 달라고 주문해야만 했다. 잠을 잘 때 치마형태는 옷이 말려 올라가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앉아서 가만히 고개를 기대었다. 하루 노숙을 했다고 오늘이 호사처럼 느껴졌다.

“참, 얼마나 호시절을 살았다고.”

시안은 문득, 어쩔 줄 몰라 하던 영주부부가 떠올랐다.

“난민들 돈을 뺏어다 착취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이 돈이 다 어디서 난거지?”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시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 ‘최근’이라는 것은 난민을 수용하고 나서 부터일까. 난민들에게 갈 돈을 착취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당황하는 것이 잘 이해가지 않았다.

소파에 몸을 묻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자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돌아가면 아버지께 한 번 알아보라고 말씀드려야겠군.”

목욕을 할 때만 해도 피곤해서 자고 싶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오히려 잠이 깨버렸다. 잠들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데 건물 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너랑은 정말 오랜만이군.”

“마지막에는 무승부였지, 아마.”

시안이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 아래를 보자, 건물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향하는 이엘과 율리아스가 보였다. 손에 검을 든 모양으로 봐서 대련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금안에 이채가 돌았다. 시안은 재빨리 월도를 손에 쥐고 그들을 따라 나섰다.

한편, 소화도 시킬 겸 간단하게 운동도 할 겸, 대련을 하기로 한 이엘과 율리아스는 적당한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의 이목을 끄는 장소도 아니었고, 저택건물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라 대련을 하기에 알맞았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는 서로 떨어져 마주보고 섰다. 검 집에서 검을 꺼내지 않은 상태로 서로를 가만히 살폈다.

“단판으로.”

“물론.”

밝은 불조차 없는 어두운 곳에서, 오직 달빛과 별빛에만 시야를 의지한 채 서로를 살폈다. 짧은 순간이 지나고,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율리아스였다. 율리아스는 도약하는 힘을 실어 이엘과 정면에서 검을 부딪쳤다. 이엘이 검을 막으며 살짝 뒤로 빠지자 그 틈을 이용해 재빨리 그의 오른쪽을 공격했다.

탁!

검 집이 서로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엘이 그의 검을 막았다. 순식간에 검을 틀어서 막는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이엘은 순식간에 율리아스의 어깨를 손으로 누르며 균형이 어긋난 틈으로 검을 그었다. 율리아스는 순식간에 들어온 공격에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거리가 멀어졌고, 이번에는 이엘이 먼저 공격했다. 장신이라 휘두르는 거리가 꽤 멀었다. 시야를 빼앗듯 검을 횡으로 긋다가 빠르게 회수하여 찌른다. 공기를 가르는 둔탁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한 힘이 실렸지만 속도는 빨랐다. 율리아스는 빠른 속도로 그의 검을 피한 뒤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엘이 뒤로 물러나는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위를 향해 검을 그어 올렸다.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힘겨루기를 하듯 서로를 밀며 멈춰있었다. 이엘과 율리아스는 서로의 눈을 노려보며 대련에 집중했다. 힘 자체는 이엘이 율리아스보다 우세했기에 율리아스는 검을 흘리듯 피하면서 재빠르게 이엘의 뒤로 돌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목에 검을 대는 순간.

“…이것 참.”

“…….”

보통이라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다시피 해야 정상일 텐데 이엘은 순식간에 뒤로 돌아 율리아스의 가슴에 검을 대고 있었다.

또 무승부다.

잠깐의 대련이었지만 최선을 다한 탓에 가볍게 땀이 흐르고 있었다. 다시 씻어야 할 정도였다.

서로에게 겨눴던 검을 거뒀다. 그런데 그 때였다.

“두 사람을 발데르 제일 검이라고 하시더니 대단하네요.”

이엘과 율리아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검을 뽑아들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누군가 있었다.

“일부러 숨어서 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

어둠속에서 걸어 나왔다.

“……!”

“……!”

검을 뽑아든 채로 이엘과 율리아스는 걸어나오는 이를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련 중이었어요. 불쾌했다면 사과하죠.”

희미한 어둠속에서도 선명한 금발과 금안의 소유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검.”

드물게 이엘과 율리아스 모두 당황하여 검을 회수했다.

“계신지 몰랐습니다.”

율리아스의 말에 시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었어요. 사실은 두 사람이 나가는 소리를 듣고 따라왔어요.”

이 사람은 신분과 상관없이 솔직했다. 그 솔직함에 율리아스가 암녹색 눈을 부드럽게 휘면서 물었다.

“왜 따라오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궁금해서요. 난 여기서 어떤 검을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검을 이용하는지 본 적이 없었거든요. 대련하러 간다는 말이 창문을 통해서 들리더군요. 궁금해서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따라왔어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무엇을? 두 사람의 검에 대해서?”

“검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보시기에 어떤지요.”

이엘과 율리아스 모두 조용히 시안을 바라봤다.

진지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시안이 곧 입을 열었다.

“서로가 서로의 취약점이니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자주 대련하세요. 무승부가 나든 누군가 이기든 가장 유익한 대련이 될 테니.”

두 사람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정확한 평가였다. 한 번의 합을 보고도 꿰뚫은 듯한 평가였다. 이엘은 황녀를 가만히 보다가 드물게 말을 건넸다.

“검의 형태를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시안이 가까이 다가왔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둘을 올려다보며 검을 건넸다.

그들의 기준에서는 다른 사람이 검을 만지는 것이 실례인데, 시안의 기준에서는 실례가 아닌 모양이었다.

이엘은 그저 눈으로 볼 생각이었는데 황녀가 검을 선뜻 건네자 내심 당황했다. 조심히 검을 받아들자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에 얇고 긴 형태의 검이었다. 휘어진 검신이 독특했다. 그녀의 허리에 매달린 검신을 보면서 특이한 형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독특했다.

“저도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율리아스도 호기심이 드는지 물어왔다.

시안이 흔쾌히 허락하자 두 사람은 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독특한 검은 한눈에도 보검(寶劍)이었다. 화려하게 꾸며지지는 않았으나 검을 평생 봐온 둘은 검 손잡이만 잡아 봐도 알 수 있었다.

시안은 둘에게서 검을 회수해서는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검집과 검이 분리되었다. 달빛에 반사된 검이 잘 벼려져있었다.

“이건 월도라는건데, 달처럼 생긴 검이라는 뜻이죠. 여긴 이런 형태의 검이 없더군요.”

“검을 많이 사용하셨습니까?”

“그랬죠. 쓸 일도 꽤 있었고.”

검을 다시 검 집에 넣었다.

율리아스는 문득 인형같은 이목구비와 검이 서로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온몸을 강타했던 살기가 떠올랐다. 아직 이 사람이 진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혼란스럽기만 했다.

시안은 몸을 돌리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따라오지 않자 돌아본다.

이엘과 율리아스는 잠시 서로를 봤다가 그녀를 따라왔다. 앞서 걷던 시안이 속도를 둘에게 맞췄다. 서로에게 속도를 맞추며 나란히 걸었다. 시안이 문득 물었다.

“내가 여기 예절에 익숙지가 않아서 말이죠. 아까 그 상황에서 굳이 준비해준 옷을 입지 않아도 상관없는 거였어요?”

이엘과 율리아스 한 가운데서 이쪽저쪽을 올려다보며 묻는 얼굴이 천진하기 짝이 없었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듯 금안이 초롱초롱한 느낌까지 줬다. 그 얼굴에 이엘도, 율리아스도 황당한 감정과 신기한 감정이 묘하게 교차했다. 이엘이 대답할 것 같지 않자 율리아스가 답을 했다. 어조가 부드럽다.

“상대방이 애써 준비한 의복이라면 입어주는 것이 좋지요.”

올려다보는 얼굴이 갸웃, 한다.

“아까 다들 힐끔거리기에 나는 또 내가 뭘 잘못했나, 했어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정면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여기 옷은 정말 불편하거든요. 숨을 쉴 수도 없고 어지럽기까지. 애써 입고 왔더니 나만 입은데다가 다들 쳐다보니 괜히 입었구나 했죠.”

율리아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엘도 중얼거리는 황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솔직한 것이 며칠 만에 적응이 되었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중얼중얼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을 뿐이었다.

율리아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있다가 문득, 이델리오와의 일이 떠올랐다. 이 모습의 황녀가 진짜 기운으로 자신을 눌렀던 것일까.

“그런데 황녀전하.”

“……?”

“낮에 이델리오 경과의 일, 말입니다.”

“…….”

“정말로 죽일 마음이셨습니까?”

시안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런 말없이 걷기만 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저택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 시안은 미소만 띤 채 말없이 걸었다. 저택 입구에 도착해서 서로 길이 나뉠 때까지 말이 없다가 길이 나뉘는 지점에서 둘을 올려다보면서 씩 웃었다.

“15명은 최소인원이지. 적으면 곤란해.”

“그럼 왜 참으시다가 갑자기…….”

“스스로 분노할 줄도 모르는 멍청이를 위해서 굳이.”

짧게 답해주고는 휙, 뒤로 돌아 걷는다.

“내일봐요.”

뒷모습이 멀어졌다.

“쉬십시오, 전하!”

“내일 뵙겠습니다.”

두 사람은 인사해놓고서 황녀가 방으로 사라질 때까지 망부석처럼 서있었다. 합의라도 본 것처럼 조용히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둘은 말없이 걸었다.

탁, 하고 문이 닫히자 율리아스가 그제야 숨죽여 웃기 시작했다. 이엘의 얼굴도 묘하게 변해있었다. 한참을 숨죽여 웃던 율리아스는 소파에 누웠다.

“신기하다. 묘해. 그런데 나쁘지 않아.”

이엘이 그의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

그를 올려다보며 율리아스가 묻는다.

“아직도 불만이 많니?”

“…글쎄.”

얼버무리지만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황녀전하께 배워. 좀 솔직해야지, 사람이.”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니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지만, 둘 모두 표정이 유쾌했다.

베른 시의 밤이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황제의 집무실, 침실 등 황제와 관련된 모든 공간이 마련된 황성 본궁. 본궁 혹은 중앙궁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궁내에 2개의 정원이 있었다. 하나는 궁의 안뜰에 위치한 커다란 너비의 정원으로, 귀빈들이 본궁을 방문했을 때, 간단한 다과장소로 이용하고는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정원은 본궁에서 황후궁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마련되어 있었다. 봄이 만발한 정원은 본궁의 정원이기도 했고 황후궁의 정원이기도 했다. 연리원(連理原)이라고 황후가 직접 이름을 붙였었다.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사랑하는 마음이 닿아 있는 정원, 이라며 수줍게 웃었었다.

리오넬은 비석을 어루만졌다. 한줌재로 돌아간 그녀를 이곳에 묻었다. 신료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그는 강경했다. 아직도 품안에서 식어가던 몸이 마지막 떨림이, 손에 잡힐 듯 선명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반려. 그 강인하고 기개 높은 영혼을 더는 이 땅에서 볼 수 없음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이, 때때로 믿어지지 않았다.

“…이안.”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러본다.

한참을 더 그렇게 혼자 이야기를 건네는데, 문득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표정을 지우고 돌아보려는 찰나, 상대가 먼저 그를 불렀다.

“폐하.”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일어나서 뒤를 돌자, 익숙한 두 사람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희가 인사를 올려도 될까요.”

사비에르 후작의 녹색 눈동자가 비석으로 향한다.

황제는 흔쾌히 뒤로 물러났다.

“언제든 반가워할 테지”

오만 공작과 사비에르 후작은 비석 앞으로 다가가 망자에 대한 예를 올렸다. 황후가 돌아왔다고만 생각했던 둘에게, 황후의 서거소식은 굉장히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황후의 죽음은 정말 와 닿지 않았다.

황후의 비석 앞에서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침묵을 황제가 깼다.

“상의할 일이라도 있나?”

비석을 바라보던 오만 공작이 그제야 황제를 돌아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날도 좋은데 여기서 잠시 앉았다 가지.”

황제는 정원에 마련된 탁자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를 따라 공작과 후작도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먼데서 상황을 살피던 시종이 재빨리 다가왔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까요.”

“차정도면 충분하겠네.”

시종이 총총 사라지자, 후작이 입을 열었다.

“발데르를 통일하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봅니다.”

“황후폐하께서 이토록 갑자기 서거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몇 번 더 찾아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황제는 여전히 비석에 시선을 둔 채였다. 공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그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나도 시간이 지나 이안의 비석을 마주할 날이 올 것이라고는…생각해보지 못했었지.”

모두 말없이 침묵했다. 각자 먼저 떠난 황후를 기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요하고, 경건한 침묵은 시종에 의해 깨졌다. 시종이 조심스럽게 차를 내놓고 사라질 때까지 세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황제는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청량하고 시원한 솔잎 향이 감돌자 기분이 그나마 상쾌해졌다.

“이엘과 율리아스, 시안까지. 모두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군.”

“보통 같으면 이엘과 율리아스가 황녀전하를 잘 지킬 것입니다, 라고 하겠지만. 이거야, 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오만공작이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비에르후작도 그의 말에 싱긋, 웃었다. 그렇지, 누가 누구를 지키겠어.

“두 아이들 모두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우리가 과거 그랬던 것처럼.”

황제의 얼굴에도 웃음이 돌았다. 비록 시안은 황후와 같은 ‘힘’을 쓰지 못한다하더라도 그 아이에게 황후가 따로 힘을 남겨줬으니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 믿고 있다.

“이엘과 율리아스가 있어 마음이 놓이지. 시안은 이곳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두 사람이 있어 내 마음이 든든하네.”

“과찬이십니다, 폐하.”

다소 침체되었던 분위기가 살아났다.

서로 이런저런 가벼운 말을 주고받다가, 오만 공작이 문득 진지한 어조로 물어왔다.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두서없는 물음이었으나, 사비에르후작도, 황제도 그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 황성의 고위 귀족들의 주요화두가 그것이 아닐까.

“글쎄…….”

말을 흐리는 황제에게 사비에르 후작이 묻는다.

“황태자 임명을 미루고 미뤘던 것이 이 날을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여기저기서 난무합니다.”

황제의 검은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부정도 긍정도 없다. 항상 많은 것을 의논했으나, 정작 이 문제에 대해서 황제는 그들과조차 의논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돌아올 것을 염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 어째서…….”

“…….”

“그릇을 가진 자가 황제가 되어야겠지.”

공작과 후작은 더 묻지 않았다. 한 마디에 내재된 의미가 너무도 많다. 한 마디를 통해 해볼 수 있는 추측은, 설령 자신들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종류였다.

황제는 말없이 생각에 침잠되었다.

그의 머릿속엔 ‘그 일’이 가득했다.

시안이 돌아올 것을 염두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진짜 진심이었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그 아일 위해 후계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제임스를 황태자로 임명할 수 없었던 것은……. 황제가 턱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의 버릇을 아는 공작과 후작은 당분간 이 화두를 그에게 꺼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리원은 긴 침묵에 휩싸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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