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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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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69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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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부 23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23화



율리아스의 시선은 앞서 달리는 황녀의 등에 고정되어 있었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 일행이 데메테르 시를 떠날 때부터 황녀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금 앞서 달리는 황녀의 자세는 평소 말을 모는 자세가 아니었다. 간신히 말 등에 얹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엘, 더는 무리다.”

율리아스가 이엘 옆으로 말을 달리며 말하자 이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벽안도 출발하면서부터 황녀의 등에 고정되어 있었다. 황녀의 상태가 이상해진 것이 이해가지는 않으나, 중요한 것은 그의 이해가 아니었다.

“크림슨 경! 야영할 장소를 찾읍시다!”

“알겠습니다!”

그 역시 바로 옆에서 말을 달리는 황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세로는 언제 고꾸라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직 데비가도에 들어서지 못했으나, 더는 무리였다. 마침 적당한 장소가 나타났다.

“저곳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간단한 허락이 떨어지자 크림슨은 자신의 말의 속도를 줄이면서 풍의 고삐로 손을 뻗었다.

“할 수 있다.”

“…아, 예!”

거의 말의 등에 상체를 붙이다시피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기척을 느꼈는지 스스로 고삐를 당겼다. 말이 완전히 정지하자 시안은 간신히 땅으로 내려왔다. 심장소리가 온 몸을 두들기고, 식은땀에 온 몸이 젖었다. 쿵쿵, 거리는 소리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시안은 침낭만 꺼냈다.

그 때, 누군가 그 침낭을 대신 받았다.

이엘의 파란 눈에 고통으로 혼탁해진 금안이 들어왔다. 수많은 무리 앞에서 횡횡한 빛을 띨 때는 언제고, 말 없는 고통이 공기를 넘어 그에게도 전해질 정도다. 살짝 스친 손에서 놀랄 만큼의 열기가 전해졌다. 이엘이 저도 모르게 시안의 이마로 손을 뻗었다.

탁-

혼탁해진 정신에도 그 손을 차갑게 쳐냈다. 이엘은 순간 멈칫했다. 시안의 행동에 멈칫했고, 자신의 행동에 놀랐다.

그는 홱 돌더니 성큼성큼 너른 공터로 걸었다. 말없이 시안의 침낭을 폈다. 그가 침낭을 펴자 시안은 다급하게 침낭으로 파고들었다. 망토를 벗을 정신도 없는지 그대로 들어간 탓에 얼굴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모두 당혹스러웠다.

율리아스가 황녀에게 다가가 작게 물었다.

“많이 안 좋으십니까?”

“…….”

“잠깐 봐도 되겠습니까?”

“…본 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신경 쓰지 마.”

대부분 존대를 하는 시안이지만 이 순간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단호한 거절에 율리아스도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 시안의 상태가 걱정스러웠으나, 함부로 그녀를 건들 수는 없었다. 일단 최소한 내일 아침까지는 두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시안의 침낭을 주위로 침낭을 깔고 야영준비를 했다.

이델리오는 자신의 침낭을 펴다가 문득, 황녀를 바라보았다. 벽안이 복잡한 빛을 띤다. 첫 인상에서 정통예절도 제대로 모르는 황녀에 대한편견이 생긴 후, 일부러 더 무례하게 굴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즐기면서. 아무런 말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날 알았다. 그런 정통 예절은 이 사람에게 안중에도 없었고,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이라는 것을. 수치스러움이 지나가고 나자, 순수한 흥미가 들었다. 어떤 사람인지. 정의내리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이델리오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경외를 느꼈다. 귀족으로서의 자각이 철저했지만, 기사였고 자신의 실력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누군가의 무예를 보고 감탄은 했을지언정 경외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경외를 느꼈다. 황녀에게.

이델리오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쿠론 후작이 그를 보낸 이유는 너무도 확실했고, 그는 무조건 이 여정을 성공리에 마무리 짓고 그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이델리오 경.”

“…아.”

제라드는 한참 황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델리오를 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이델리오는 생각을 잠시 접고, 자신의 침낭을 깔 자리를 찾아 침낭을 펴기 시작했다.

시안이 정신을 차린 것은 달빛도 사라지려하는 밤과 새벽의 경계였다. 세 번째 불침번이었던 이엘은 미동도 없는 황녀의 주변을 괜히 몇 번이나 서성거렸다. 숨소리가 들리는 지 확인하기를 여러 번, 황녀의 침낭이 들썩였다.

시안은 침낭 밖으로 간신히 몸을 뺐다. 온 몸의 뼈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땀이 식고 열이 가라앉자 이번에는 오한이 밀려들었다.

“괜찮습니까?”

돌아보자 어둠속에서 이엘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지금 몇 시에요?”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 겁니다.”

찬물을 확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시안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말도 안 된다. 어머니께서 힘을 쓰시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오늘 정도는 어머니에게 힘을 안 쓴 것이나 진배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작 이 정도에…….

“스프라도 좀 드시겠습니까?”

이엘이 상념을 깨트렸다. 황녀는 아침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시안 역시 오한이 밀려들고 있었기에 그의 제안이 반가웠다.

“…네, 부탁해요.”

이엘은 안전상의 이유로 껐던 모닥불에 다시 불을 지폈다.

시안은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엘은 작은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크게 불을 피우지는 못하는 상황이라 끓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냄비의 뚜껑을 닫고 황녀를 살짝 쳐다봤다가 다시 뚜껑으로 시선을 돌렸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말은 그렇게 하는데 추운지 자꾸 옷을 여미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엘은 그 답지 않게 망설이다 자신의 모포를 건넸다. 시안은 그가 건네는 모포를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고맙게 받기로 했다.

“고마워요.”

모포 한 자락 더 덮었다고 밀려오던 한기가 어느 정도 가셨다. 이엘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스프를 끓였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엘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이 침묵이 고맙게 느껴졌다. 시안은 이엘이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는 고집스럽게 냄비에만 시선을 뒀다. 물이 끓기 시작했고 이엘은 전투식량용 스프가루를 물에 넣었다. 곧, 보글보글 스프가 완성되었다. 식기에 조금 덜어주자 받아들었다.

스프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시안이 한 술 떴다. 따뜻한 스프가 들어오자 온몸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또 한 술, 또 한 술을 뜨다가 중얼거리듯 말문을 열었다.

“증오한다고 생각했는데…의지하고 있었어요.”

이엘은 그제야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안은 스프를 또 한 술 떴다. 이엘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데 시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런 것 따위 정말이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두서없는 말이어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오늘 특별한 ‘힘’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감당할 그릇조차 되지 않는걸.”

허탈한 듯 중얼거리는 모습에 이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스스로 자신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전하 덕분에 모두 살았습니다.”

시안이 그제야 그를 돌아봤다. 담담한 빛을 띠는 벽안이 자신을 마주보고 있었다.

“제 판단대로였다면, 못해도 이중에 절반 이상은 죽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해 놓고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시선을 돌린다. 스프 통을 휘휘 젓는 모습에 시안이 결국 웃었다.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리자 이엘의 손이 뚝, 멈췄다.

“이엘 경은 생각보다 참, 다정하네요.”

과묵한 그의 짧은 위로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빛이 사라진 새벽, 어두운 숲속에 작은 모닥불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식기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남자도 말이 없고, 여자도 말이 없었다. 어색하기보단 그저 편안한 침묵이 흘렀다.

스프를 싹싹 바닥까지 깨끗하게 먹고 나자 다시 졸음이 쏟아졌다. 스프그릇을 한쪽에 두고는 일어났다. 이엘은 여전히 스프 통에 시선을 둔 채였다. 뒤에서 보자 생각보다 훨씬 너르고 큰 어깨가 불빛을 가리고 있었다.

“아까 손을 쳐냈던 건 미안했어요.”

이엘은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얹힌 모포의 무게에 결국 돌아봤다. 시안이 모포를 그에게 둘러주고는 자신의 침낭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침에 봐요.”

모포는 돌려주면서 망토는 벗지도 않고 침낭에 들어간다. 열이 그만큼 났었으니 오한이 가시질 않을 것이다. 이엘은 자신의 모포자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작게 한숨을 쉬며 결국 일어났다.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눈을 감고 있던 시안은 위로 뭔가가 얹히는 느낌에 눈을 떴다. 이엘이 모포를 침낭 위에 둘러주고는 서둘러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엘은 뭔가 괜한 행동을 한 듯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고집스럽게 모닥불을 응시하는데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웃음 같은 목소리가 따라왔다.

“거봐, 다정하다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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