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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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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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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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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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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부 8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8화


사람의 시간이란 참으로 상대적이다. 감정도, 상황도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평소에는 느끼기 힘들지만, 큰 사건은 때론 그런 상대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고는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어제 이 시간에 함께 존재했던 사람이, 오늘 이 시간에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주일.

생각했던 것 보다는 담담하게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하루하루를 일상처럼 살고 있다. 어린 날, 자신과 어머니가 ‘려화’로 얽혀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때, 처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한 번 상상해 보았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여 분명 하루 종일,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슬픔에 잠겨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멍하게 일상을 살다가, 문득 울컥, 하고 그립고, 울컥, 하고 슬픔이 찾아왔다.

오히려 가만히 방안에 누워 있자니 더 기분이 우울하여 일주일동안 부지런히 일상을 살았다. 일어나 가볍게 운동을 한 뒤,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잠시 이곳의 책으로 이쪽 세상의 기본 상식과 지식을 공부하고, 점심을 먹는다. 가볍게 운동을 한 뒤 또 책을 읽거나 궁내부를 산책하고, 저녁을 먹는다.

그렇게 일주일. 문득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오는 슬픔은 그리움과 허무함, 그리고 무기력을 동반했다. 시안은 일주일을 살아오면서 일상을 따르고는 있었지만, 왕왕 찾아오는 무기력함에 반드시 ‘생각’해봐야 하는 일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황제도 그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는지 아무런 이야기도 먼저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시안은 인정했다. 하루 빨리 사념체와 어머니께서 당부했던 저쪽 세계의 ‘끈’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시안은 옷을 단정하게 매만지고 황제를 찾아 나섰다. 시녀와 함께 황제의 본궁으로 찾아갔더니 ‘지금은 국무회의 중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회의에 들어가신지 얼마나 되셨느냐.”

“약 40분 정도 지났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시안이 시종에게 명했다.

“회의장으로 안내해다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면 기다리겠다.”

“…아,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시종은 그 말에 크게 당황했다.

물론 아직 정식 절차를 밟은 황녀는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제국의 모든 사람이 시안을 황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황후의 장례에서 황제 바로 옆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기다리는 사람이 황제기로소니 회의장까지 찾아가본다는 것은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연락을 달라고 한 뒤 자신의 처소에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응에도 시안은 앞장서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뭐,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갔다가 마침 끝나면 좋고, 아니어도 산책했다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본궁에서 회의장은 가까웠다. 건물 밖으로 높은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는데, 기둥마다 멋진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기둥이 끝나는 지점에서 본궁 건물이 끝나고, 회의장이 있는 서궁으로 가는 통로를 지나자 돔 형태의 서궁이 나타났다.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지나 서궁에 도착하자 정문 밖으로 국무회의에 참여한 귀족들의 시종들이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금발의 황녀를 보고는 놀랐는지 잠시 멈칫하다가 조용히 예를 갖췄다.

시종을 따라 궁내부 회의장 앞에 도달하자 문을 지키던 시종도 놀란 눈으로 황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황녀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고할까요?”

“끝나려면 얼마나 남았느냐.”

“송구하오나, 소인이 감히 예상할 수가 없는지라…….”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여쭈었다.

“저…고할까요?”

잠시 문을 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돌아섰다.

“아니. 되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돌아서서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을 논의하는지 아느냐.”

“아, 비나스에서 전령이 왔다고 하옵니다. 에토노므가 숲에서 출몰했는데, 그 일로 회의중이신 것으로 압니다.”

“에토노므라는 것이…그것을 의미하느냐? 뱀의 머리에 멧돼지의 몸을 가진 그 생명체.”

“예, 그렇습니다.”

시안은 그 말에 몸을 휙, 돌려 회의장 앞에 섰다. 그리고는 단호한 말로 명했다.

“고하라.”

“하오면, 들어가서 여쭙고 오겠습니다.”

침묵으로 답을 대신하자 눈치 빠른 시종이 회의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서 한참 회의에 열을 올리던 귀족들은 작은 종소리와 함께 회의장의 문이 열리자 일순 말을 멈추고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주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시종이 들어오더니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시아느 린 폰 발데르 전하께서 들어계시옵니다.”

그 말에 회의장이 침묵으로 휩싸였다. 회의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상황파악이 안 되는 듯 잠시 멈칫했다가 시종이 다시 한 번 고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모두의 눈이 황제에게로 향한다.

“아무리 황녀전하일지라도 아니 됩니다!”

누군가가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한다.

암갈색 머리카락에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중년의 남자. 사론가문의 수장인 노디움 폰 사론 백작이었다. 작은 눈 위로 진한 눈썹이 인상적인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황제를 당당히 마주보았다. 그의 왼편에는 그의 조카이자 황자인 제임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돌아가신 황후폐하의 따님일지라도 아직 정식 절차를 밟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 생각되옵니다.”

“사론 백작의 말이 옳습니다. 황녀전하일지라도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으며, 심지어 아직 절차조차 밟지 않은 상태라면 더더욱 불가합니다.”

사론 백작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남자. 짧은 은발에 선명한 녹색 눈동자를 가진 쿠론 후작이 백작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의 반대에 황제는 침묵했다.

정치는 명분싸움이라 했던가. 그들의 명분이 합당했다. 살짝 열린 문을 보다가 시종에게 안 된다는 의미로 고개를 내저었다. 시종이 의사를 알아듣고 문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문이 열렸다. 그것도 활짝.

시안은 시종들이 말릴 새도 없이 회의장의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시간을 다투는 일에 ‘절차’따위를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회의장 안과 밖, 모든 이가 놀랐다. 금발의 황녀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놀라움의 연속이다. 비교적 어두운 실내와 대비되게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강렬하다. 그 빛을 등지고, 시안이 들어서자 그녀가 주인공인 듯 모든 시선을 삼킨다. 화려한 금발을 느슨하게 묶어 내리고, 장신구라고는 목에 걸린 붉은 목걸이가 다다. 옷도 수수한 남색 면소재의 드레스인데도 화려한 금발과 멀리서도 선명한 금안이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이목을 끈다. 여자치고는 비교적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의 그녀지만, 서 있는 자세가, 시선이, 당당하기 이를데없어 강인하게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고, 순식간에 존재감으로 압도하여 모두를 침묵시켰다.

자신의 앞에서 얼어있는 시종에게 차갑게 말한다.

“비켜.”

문 밖에서는 다정하지는 않았으나 이토록 얼음장같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싸늘한 명령에 시종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얼른 옆으로 비켜서자 그녀가 신료들과 황제 앞에 온전히 드러났다.

한 발, 앞으로 다가서더니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황제를 본다.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만, 들었습니다. 허락하지 않으셨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들어와 송구합니다. 용서하여주시옵소서.”

너무나 당당한 태도로 용서를 구한다. 시선도 살짝 내렸다가 올리는 것이 다다. 그런데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시안은 오직 상석의 황제만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의사를 전달했다.

“사념체, 아니. 이곳에서는 ‘에토노므’라고 부르는 그것에 대해 회의 중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들어왔습니다.”

“그래. 에토노므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지.”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 때였다.

“불가합니다.”

사론 백작이 보다 강한 어조로 외치듯 말했다. 그는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제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던 시안이 천천히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시안의 강렬한 금안과 백작의 벽안이 부딪쳤다.

흠칫. 비록 전장을 누비는 장군은 아니나, 전쟁터와 다름없는 정계에서 꽤 뿌리가 깊은 그였다. 시선만으로 누군가에게 주눅이 들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그럴 위치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금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주눅이 든다. 모든 조화로움이 가득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다. 그저,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런 느낌을 받다니. 당황스럽기도 했고, 수치스러웠다. 그럼에도 정치에 뼈가 굵은 그는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말했다.

“밖에서 들으셨다니 이미 아시겠지요. 전하는 아직 절차를 밟은 상태도 아니십니다. 허니, 이 국무회의에 들어오실 자격이 없습니다.”

“…….”

시선이 공중에서 팽팽하게 부딪친다.

잠시 침묵하던 시안이 무미건조하지만,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물었다.

“에토노므 때문에 회의를 하신다지요.”

“그렇습니다.”

“에토노므가 뭔지 아십니까.”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직접 본 적은 있으십니까?”

“…뱀의 머리에, 멧돼지의 몸통……,”

“다시 묻지요. 직접 본 적은, 직접 죽여본 적은 있습니까.”

냉정하게 말허리를 자르더니 묻는다.

순식간에 말허리를 잘린 백작이 아무 말 못하는 사이, 옆에 있던 쿠론 후작이 대신 반발했다.

“직접 보고 안보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시안의 시선이 그에게로 옮겨졌다.

“그것이 왜 중요하지 않지요?”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에토노므를 몰살시킬지, 그 전략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허니, 직접 보고 안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그 말에 시안의 입술 한쪽이 천천히 올라갔다.

쿠론 백작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명백하게 비웃는 얼굴에 그의 얼굴이 굴욕감에 물들었다.

“전략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쿠론 백작이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군대를 파병하시렵니까.”

그 말을 하며 시안이 신료들을 쭉 둘러본다.

“그 말은 꼭 군대를 파병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으로 들리는군요.”

지금의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오만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는 황녀의 등장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자신이 입을 열자, 황녀의 시선이 돌아왔다. 닮았다, 라고 생각하며 답을 기다렸다.

“사념체, 라고 합니다. 이쪽 세계의 생명체가 아닙니다. 뱀의 머리에 멧돼지의 몸통. 사람을 빨아먹는데, 당한 사람은 백골로 변하죠. 죽이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것을 ‘사념체’라 부릅니다. 그것들은 말 그대로 정신적인 생명체입니다. 머리를 베어냈을 때,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본체를 죽이면 시체가 남지요. 그 때 그 평원에 계셨죠. 제가 그것들의 머리 몇 개를 창대 끝에 걸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아!”

“그랬었지.”

“……!”

신료들 중 평원에 있었던 몇몇이 문득 그 장면을 떠올리고는 앗차했다.

사비에르 후작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본체가 따로 있고, 허상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평원에서 사념체들은 떼로 있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대략 50마리 정도 밖에 없었을 겁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모두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 생명이 아니니 본질을 알기 쉽지 않지요. 사념체들은 말 그대로 정신적인 존재. 그들은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을 먹습니다. 본체는 그 힘으로 덩치를 키우는데 그 덩치라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지만, 실제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들이 사람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빨아들인 사람의 정신은 모조리 본체로 옮겨가서 결국 본체의 힘이 더 커지는 꼴이 되죠. 그러니, 군대를 데리고 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군. 사람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들의 수가 늘어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군.”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료들을 슥 훑어보더니 물었다.

“황녀가 이 자리에 있을 이유는 충분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에토노므에 대해 황녀전하만큼 잘 아시는 분이 없으신 것 같군요. 논의를 함께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오만 공작과 사비에르 후작이 동의하자, 다른 신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여론이 모아지자 사론 백작과 쿠론 후작은 얼굴이 굳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사라졌다.

황제는 참석을 허가했다.

시안이 자리에 앉자 지금까지 침묵하던 이엘이 문득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토벌할 수 있겠습니까.”

시안이 그를 봤다. 짧고 검은 머리에, 새파란 눈동자.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선 듯, 매우 젊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로 방법을 묻는 그에게 시안이 대꾸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토벌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최소한의 인원인데, 무예에 능하면서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죠. 사념체는 공포를 먹는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에게서 이성을 잃지 않는 정신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 사념체 토벌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죠.”

“그럼 그 최소한이라는 것이 몇 명 정도를 의미합니까.”

이번에는 율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시안은 율리아스의 암녹색 눈동자를 직시했다.

“사념체, 아니. 에토노므는 다행히 물리적으로 강한 존재는 아닙니다. 진짜를 구별할 수만 있다면 베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에토노므의 수가 대략적으로 파악이 되어야 인원을 정할 수 있단 겁니다.”

황제가 의자에 몸은 깊숙이 파묻으며 난색을 표했다.

“지금까지 정찰대가 여러 번 파병되었지만, 돌아온 이가 없었다.”

“정찰대가 파병되었다는 것은, 근원지는 찾았다는 의미입니까?”

그 물음에 오만공작이 답했다.

“길티르 산 너머 안식의 땅인 불칸반도가 근원지라 판단됩니다. 대부분 길티르 산 너머로 에토노므떼가 출몰하더군요. 덕분에 길티르 산 인근의 도시나 마을은 대부분 폐쇄되거나 직전입니다.”

“지도상에도 불칸반도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데, 대략 크기가 어떻죠? 예를 들자면, 말을 타고 달렸을 때의 도달시간이라던가.”

“불칸 반도는 남북방향으로 길고, 동서방향은 짧은 형태의 반도입니다. 남북으로는, 말을 타고 하루 반나절이 소요되며, 동서방향으로는 대략 반나절이 소요됩니다.”

시안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고동색 머리에 회색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대답했다.

하루 반나절에, 반나절이라. 대략적으로 수를 가늠했다.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계산이 끝난 시안이 입을 열었다.

“사념체들은 마치 사람의 군대처럼 힘을 합쳐 어떤 것을 공격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리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로 서식을 할 때에는 자신만의 영역구분이 확실하죠. 만약 영역 내에 다른 사념체가 들어오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기 때문에 범위를 알면 대충의 수는 헤아려집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의 범위라면, 15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할 것 같군요.”

15명. 그 말에 장내는 술렁였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데, 고작 15명이란다.

사론 백작이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진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건데 15명은 말도 안 됩니다. 황녀전하, 그 말에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15명의 목숨을, 책임지실 수 있겠느냔 말입니다.”

그 말에 시안의 표정이 바뀌었다. 일자로 다물어져 있던 입술 양끝이 예쁘게 하늘로 향한다. 웃는 얼굴이 있을까 싶을 만큼 차가웠던 표정이 한순간에 꽃이 피듯 변한다.

정치판에서 백전노장들도 그 얼굴변화에 순간 넋이 나간다. 갑작스럽게 바뀐 분위기로 넋을 빼더니, 그 웃는 얼굴로 던지는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15명안에 제가 포함될 텐데, 살아 돌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격적인 그 말에 장내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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