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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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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47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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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17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17화


시안과 크림슨을 필두로 한 원정대는 빠른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길이 없는 평원을 지나자 브레이다아크만에서 베른 시로 이어지는 서쪽3가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오넬 황제는 도로 정비에 많은 공을 들였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중소 도시사이에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가도가 정비되어 있었고, 작은 마을이라도 간단한 이정표정도는 길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서쪽3가도에 들어서자 크림슨의 역할은 더 이상 없었다. 그저 길 따라 쭉 가기만 하면 베른 시였기 때문이었다.

시안의 등을 보며 달리는 기사들은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생각의 종착은 한 사람, 황녀였다. 누군가는 당황스러움으로, 누군가는 경외로.

이엘은 앞서 달리는 황녀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딜 봐도 체구가 가녀린 여자일 뿐인데.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 검을 배웠던 그는, 사람이 사람을 단지 기백이나 기운으로 누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안다. 그런데 방금 전, 눌렸다. 심지어 뒷모습일 뿐이었는데. 강렬한 살의와 투지. 그 기백에 눌렸다. 대군을 앞에 두고도, 기량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장군을 마주하고도 그 정도로 눌리지 않았다. 무기하나 없이 사나운 맹수 앞에 선 듯한 기분. 이엘의 벽안이 복잡한 빛을 띠었다.

복잡한 마음인 것은 율리아스도 마찬가지였다. 율리아스는 스스로 사람에 대해서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오만한 생각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 자신의 통찰이 틀린 적은 많지 않았다. 완벽하게는 알 수 없어도 어느 정도의 윤곽은 항상 보였다. 놀라운 능력이었고, 율리아스는 그런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잘 이용할 줄 알았다. 그런데 황녀에 대해서는 좀처럼 모르겠다. 어떤 사람인지. 평온함을 항상 유지하던 사람이 이델리오와 제라드에게 검을 겨누자 사신처럼 변했다. 분위기가 한순간에 그토록 반전될 수 있는지. 어떤 얼굴이 진짜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가진 채 쉬지 않고 말을 몰아 달렸더니, 하늘에 붉은 물감이 수놓을 때 쯤 저 멀리, 성곽이 보였다. 황성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성의 모습을 띤 도시가 눈앞에 있었다.

하루 종일 달린 풍의 거친 숨결이 얼굴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시안은 미안한 마음에 목을 두들기며 격려했다.

성문 입구에 도착하자, 검문소에서 병사들이 나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름과 신분, 방문 사유를 말씀해주십시오. 죄송하지만 신원확인을 할 수 있게 후드는 벗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 눈에 봐도 평민은 아닌 듯한 모양새에 병사는 깍듯한 존대를 했다.

“불칸 반도로 가는 원정대다. 이분은 황녀전하시다. 다시 예를 갖추라.”

율리아스가 시안 바로 옆으로 말을 몰며 말하자 병사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시안이 후드를 벗자, 후드 속에 가려졌던 금빛 머리카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아느 린 폰 발데르다. 불칸 반도를 가기 위해 왔다.”

품안에서 황가의 문장을 꺼내자 병사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문장을 받아들었다. 포효하는 금빛 사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문장에 병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정중하게 돌려준 뒤, 깊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황녀전하! 몰라 뵈어 송구합니다.”

“일행의 신분은 내가 보장하지. 어서 들어가서 쉬고 싶다.”

“예, 물론입니다.”

병사 둘 중 한명이 신호를 보내자 성문에 딸린 중문이 열렸다.

시안의 신분 덕에 일행은 신분확인 없이 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전 아돌프에게 설명들은 바로 베른 시의 성 내부는 외성과 내성, 이렇게 2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황성이 4성으로 이뤄진 것에 비해 간단한 구조였다. 내성은 영주의 거주지와 전시상황에 주민들을 대피시킬 대피소로 이뤄져 있고, 영주를 제외한 모든 주민은 외성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성 내부에 또 다른 성벽이 하나 더 있었다.

성문 바로 뒤에는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는 중대의 막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막사 사이사이로 병사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말을 모는 일행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녀가 방문할 것이라는 정보는 그리 알려진 것이 아니라서 영주와 중대장, 그리고 성벽을 지키는 몇몇 병사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여자가 가장 상석에서 말을 몰고 있자 신기하여 쳐다보기는 하지만, 그녀가 황녀인줄은 모르기에 예를 취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내성을 향해 천천히 말을 몰기를 한참. 막사가 세워진 지대를 막 벗어나려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급하게 말을 몰아 다가왔다. 성 내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급하게 말을 몰아 다가오더니 서둘러 말에서 내렸다. 멈춰있는 시안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서 크게 외쳤다.

“신, 보병1군 소속 2중대, 중대장 이든 폰 쇼비스가 황녀전하를 뵈옵니다. 미리 마중하지 못한 점, 용서하여 주십시오.”

어깨까지 내려오는 그의 검은 단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일어나세요, 중대장 이든 경.”

천천히 일어나서 황녀를 바라보는데, 생각보다 연륜이 있는 사내였다. 진한 갈색 눈동자를 가진 그는 40대 중후반은 되어보였고, 얼굴에 긴 자상이 있었다.

“황녀전하께서 오신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기별을 넣었으니 영주께서 마중할 준비를 하고 계실 겁니다.”

이든은 다시 말 위에 올라 시안의 왼편에서 일행을 성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는 약 일주일 전, 적통후계자인 황녀가 24년 만에 궁으로 귀환했으며 그녀가 에토노므 토벌을 위해 이곳을 지나칠 것이라는 사실을 황성의 전령을 통해 들었다. 성으로 안내를 하면서도 힐끔힐끔 황녀를 쳐다봤다. 순금 같은 화려한 금발에 선명한 금안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얼굴. 후장군으로 더 유명한 황후를 본적은 없었지만, 황후를 수식하는 단어가 그대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가 계속 힐끔거리는 것을 느꼈는지 황녀가 이든을 쳐다봤다. 화들짝 놀라서는 갑자기 이곳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저, 저기부터는 난민촌입니다, 전하. 이, 이 일대의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었는데 2년 전에 데메테르 시가 습격당한 이후로, 지금은 난민의 대부분이 데메테르 시 주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황녀는 그의 설명에 다시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안의 얼굴에 의아함이 돌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일행의 얼굴역시 의아함이 가득했다.

“난민촌보다는 마을 같습니다만.”

율리아스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중얼거리자 이든이 재빨리 받았다.

“데메테르 난민의 대부분이 여자와 아이들이라서 거의 이곳에 정착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눈앞의 난민촌은 잘 정비된 도시의 일부였다. ‘난민촌’하면 대부분 떠오르는 것이 임시 막사 같은 것인데 보이는 것은 낮은 주택들이었다. 거기에 주택 사이사이 도로까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보통 난민촌을 가득 메우는 절망, 우울 등의 분위기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집은 국가가 지어준 것입니까?”

“아,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시안이 난민촌을 둘러보며 묻자 이든이 대답했다.

얼굴에 의아함이 가시지는 않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였다.

“누구세요?”

천천히 이동하는 시안 옆으로 어떤 한 사내아이가 따라오며 물었다. 이제 갓 일곱 살은 되었을까. 이곳에서 처음 보는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채도가 높은 붉은 머리카락에 주황빛 눈동자를 가진 사내아이였다. 가늘고 긴 눈으로 천진하게 올려다본다.

“너, 이놈! 물러나라!”

왼쪽에서 이든이 크게 소리치자 아이는 주눅이 드는지 살짝 뒷걸음질 쳤다. 시안은 그런 아이에게 씩, 웃어주면서 쾌활하게 말했다.

“궁금하니?”

이든의 호통에 주눅이 들었던 아이는 여신 같은 여자의 한마디에 다시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시안 뒤의 기사들도 그 상황이 탐탁지 않았지만 정작 시안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왜 궁금한데?”

“신기해서요!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 말을 몰잖아요! 높은 사람이에요?”

주눅이 들 때는 언제고 당돌하게 묻는다.

주변에서 눈치만 보던 또래 아이들이 그 모습을 훔쳐보다가 슬금슬금 다가와서 이내 졸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 말을 몰수도 있지. 여기서는 그게 이상한 거니?”

“그럼요. 남자가 대장인걸요? 그런데 누구세요?”

“내가 누군지 궁금하면 네가 누군지를 먼저 알려줘야지.”

당돌한 평민 아이의 말에 스스럼없이 대꾸했다.

뒤의 기사들은 처음, 치안이 불안할 수 있는 난민촌에서 아무와 가까이 한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는데, 당돌한 질문에도 스스럼없는 모습에 점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는 제시에요!”

활기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 모습에 씩, 웃어주자 아이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웃으니 자신이 여태까지 봤던 사람을 모두 통틀어서 가장 예뻤다.

“나는 시안이란다.”

말을 타고 있던 모두의 눈이 그녀에게 와서 박혔다. 동네 친구에게 이름을 알려주는 것처럼 가볍다. 평원에서의 일 때문에 혼을 빼놓더니. 도대체 어떤 것이 진짜일까.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반면, 제시는 신이 나서 졸졸졸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서 시안도 난감할 찰나에, 구원자가 나타났다.

“제시!!!”

금지옥엽 외아들이 기사일행에게 말을 걸며 따라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발이 안보일 정도로 빨리 달려왔다. 정말로 제시가 가장 상석에서 말을 모든 여자 옆을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중대의 중대장이 상석을 내줄 정도면 분명히 귀족인데. 성격이 나쁜 귀족은 어린 아이일지라도 불경이라며 경을 친다고도 했다.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아들을 와락, 자신의 뒤로 감췄다.

시안은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아이를 뒤로 감추자 잠시 말을 멈추고 의아하게 쳐다봤다. 여자는 앞뒤 사정없이 바로 무릎부터 꿇었다. 절박한 얼굴이 되어 외친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무지하여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용서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기분이 묘해졌다.

갑자기 엄마가 무릎을 꿇자 아이의 얼굴이 울 것처럼 변했다.

시안은 뭐라고 한마디 할까, 하다가 이 여자에겐 지금 어떤 말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녕, 제시. 만나서 반가웠다.”

쾌활하게 말해주고는 다시 말을 몰아서 여자를 지나쳤다.

무릎을 꿇었던 여자는 의외의 말에 깜짝 놀라며 위를 쳐다봤지만, 이미 자신을 지나친 후였다. 획, 고개를 돌려 아들을 보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앞서가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시안!”

일행은 뒤에서 들려오는 인사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세상에. 황녀가 평민 꼬마에게 존칭도 없이 이름을 그냥 부르게 두다니. 본인이 가르쳐준 것이니 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득한 기분이다. 정작, 황녀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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