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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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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45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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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 14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14화



저녁식사가 마무리 되자, 근위기사단 소속 5명이 얼른 사람들의 식기를 걷어갔다. 이델리오는 뭐라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5명안에 조나단과 캐시가 포함되어 있어서인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시간 자체가 그리 늦은 것은 아니지만, 평원의 밤이란 생각보다 어두워서 이미 주위는 칠흑 같았다.

사람들이 각자 준비를 하자 시안도 간단하게 세안도구를 챙겨 일어났다. 아까 봐둔 곳으로 가서 간단하게 씻고 올 생각이었다. 성큼성큼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따라왔다. 고개를 휙, 돌리자 의외의 인물이었다.

“이엘 경?”

그의 단정한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어디가십니까?”

“간단하게 씻으러요.”

시안이 세안도구를 슬쩍 올리며 답하고 다시 앞을 보고 걷는데, 걸음 소리가 또 따라온다. 이번에는 아예 몸을 틀었는데, 역시 이엘이 따라오고 있었다.

“이엘 경. 왜 따라오십니까?”

“황녀전하 안전에 대한 책임이 저희에게 있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본인도 이런 상황이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시안도 마찬가지였다.

“이엘 경. 낮에 내가 한 말을 허투루 들은 모양인데. 알아서 씻고 돌아갈 테니 따라올 필요 없어요.”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

너무도 솔직한 말에 오히려 시안의 말문이 막혔다. 시안은 작게 한숨을 쉬다가 자신의 검을 톡톡 두들겼다.

“이렇게 무장하고 가니, 진짜 따라올 필요 없다고.”

이엘은 말없이 서있었다. 무언의 시위에 시안이 마지막 수를 놨다.

“나는 가서 씻을 겁니다. 벗고 씻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따라와야겠습니까?”

“…….”

아무런 말이 없지만,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지 얼굴이 벌게진다. 이제, 승기를 잡았구나, 하며 한마디 더 하려는데 구원자가 나타났다.

“전하. 이엘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니 일단 함께 가시지요. 적당한 거리에서 아예 뒤를 돌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멀리서 두 사람의 대치모습을 흥미롭게 보던 율리아스가 다가오면서 말했다. 시안은 되었다고 더 주장하고 싶었으나, 의외로 두 사람의 눈빛이 모두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숨 쉬고는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함께 가죠.”

시안이 돌아서서 앞장서자 뒤에 있던 이엘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율리아스를 봤다. 네가 가라는 듯이 고갯짓을 했지만 율리아스는 씩, 웃으면서 모른척했다. 결국, 이엘이 시안의 뒤를 따랐다.

시안은 일정한 거리에서 들려오는 걸음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봐두었던 개울에서 멈췄다.

“여기서 씻을 테니 알아서 계세요.”

시안의 외침에 이엘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돌아섰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세수를 하는 듯 찰방찰방 물소리가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조용한 숲속에 물소리뿐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사람이다.

한참 물소리가 이어지더니 이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지 않고 그대로 서있는데 누군가 팔을 톡, 친다. 다 씻었는지 물기가 남아있는 말끔한 얼굴로 올려다본다. 어두운 숲속에, 금빛 눈동자, 젖은 얼굴. 이엘은 서둘러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고는 성큼성큼 먼저 걸었다. 황녀보다 먼저 걷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그는 빠른 속도로 걸었다. 시안이 뛰듯이 따라갔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이엘에게 약간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묻는다.

“그대 아버지와는 성격이 매우 다른 모양인가봐요.”

“…….”

“어머니께서 평하시길, 말하기 좋아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범이다, 라고 하셨죠.”

“…범?”

“호랑이.”

그리고 대화가 끊겼다. 거리가 길지도 않았거니와 두 사람모두 더 할 말이 없었다.

숲으로 들어갔던 두 사람이 돌아오자 율리아스가 웃으며 다가왔다.

“잠시 내일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다들 모여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나머지 일행들이 둘러앉아있었다.

세 사람이 빈자리에 앉자, 크림슨이 먼저 입을 연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정오 쯤 브레이다아크만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최종 목적지는 베른 시(市)가 될 것입니다. 현재 베른 시에는 그 일대의 난민을 수용하는 난민촌이 임시로 마련되어있습니다. 보병 1군 소속 2개 중대가 주둔해있으니 치안 문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5년간 간헐적으로 이어진 에토노므의 공격에 길티르 산과 인접한 작은 마을은 이미 사람들이 떠나 폐허로 변했다. 그 중 그나마 상황이 나은 사람들은 다른 큰 도시로 이사를 갔고, 가족을 잃거나 생계수단을 잃은 사람들은 국가에서 마련해준 난민촌으로 들어갔다. 리오넬 황제가 난민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다행히 난민의 삶은 아주 열악한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에토노므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고 지루하게 길어지자 난민촌에서 고향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다른 도시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고아들은 고아원으로, 과부들은 다시 재가하거나 국가에서 나온 보상금으로 간신히 정착했다.

그렇게 난민촌이 서서히 줄어갈 무렵,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약 2년 전 에토노므가 떼로 몰려나와 데메테르 시를 집중 공격했고, 결국 꽤 큰 도시였던 데메테르시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그곳에서 발생한 난민은 아직까지도 베른 시 난민촌에 머물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 대장군에게 들었던 내용이 있는지라 시안은 부연설명 없이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크림슨의 이야기가 끝나자, 게오르그가 말을 이어받았다. 아니, 질문을 던졌다.

“황녀전하.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는데, 에토노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질문해도 괜찮겠습니까?”

시안이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곧장 질문했다.

“에토노므는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고는 합니다. 분명히 없었는데 마치 마법처럼 많은 수가 한꺼번에 나타나지요. 정말 그것들은 ‘마법’을 쓰는 것입니까?”

그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시안에게 향했다. 사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입을 연다.

“글쎄…마법이라면 마법일까. 에토노므는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니까. 몇 십명이든, 몇 백명이든. 오직 인간의 ‘두려움, 공포’등의 감정만을 정확하게 읽어내죠. 마치 비상하는 매가 멀리서도 움직이는 들쥐를 낚아채듯 그것들은 정확하게 그 감정만을 읽어요. 그 감정에 반응해서 순식간에 허상을 만들어냅니다. 만들어진 허상은 타겟을 정하는데 목표가 된 인간의 감정을 순식간에 집어삼키죠. 갑자기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어요. 한 마리의 에토노므가 돌아다니다가 인간집단을 발견하고, 먹이로 인식하는 순간 허상을 만들어내니까.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뿐이죠.”

“그럼, 지금도 갑자기 떼거지로 나타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녜요. 하지만, 내 경험상 비나스 숲까지 가는 동안에는 안 마주칠 것 같긴 합니다. 에토노므는 귀속본능이 강해서 자신의 영역 밖으로 배가 고프지 않은 이상 나가지 않아요. 에토노므가 길티르 산을 넘어서 인간의 영역을 공격하고 다닌 건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불칸 반도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수가 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일전, 브레이다아크만에서 꽤 많은 수가 죽었으니 괜히 여기까지 어슬렁거리는 놈은 많지 않을 거예요. 당분간은.”

“그러면 전하. 혹시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사실 오늘 내내 불안했습니다. 에토노므를 제대로 상대하기 어려운데, 만나면 어쩌나. 간단하게라도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크림슨이 정중하게 물어왔다.

“좋은 질문이에요. 말했듯이 본체와 허상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공법인데 이건 비나스 숲에서 에토노므를 생포한 뒤 알려 드릴게요. 만약 그 전에 만나게 되면, 아니. 이것은 에토노므를 상대하는 모든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겁먹지 않아야 합니다. 달려드는 에토노므를 보면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직면하겠지만, 절대 겁먹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달려드는 허상은 진짜 ‘허상’이 될 겁니다.”

질문한 크림슨은 물론이고 다른 일행들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당장 직면하는 문제에 뭔가 시원한 해결법으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안도 그 부분을 예상했는지, 대안을 꺼냈다.

“뜬 구름 같이 들릴 테니, 뚜렷한 다른 전술을 설명하자면.”

시안이 자리에서 문득 일어났다. 모두의 눈이 의아한 빛을 띤다.

시안은 자신의 짐더미로 걸어가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석궁아닙니까?”

율리아스의 말에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석궁도 쓸 줄 아십니까?”

“어느 정도 먼 거리까지 가능합니다. 만약 만나게 된다면, 제가 석궁으로 본체를 맞추죠. 본체는 사실 석궁에 맞는다 하더라도 죽지 않아요. 아시죠, 목을 완전히 베어내야 한다는 것. 제가 본체를 구분해주면 허상과 구분이 갈 테니 처리하는 것으로 합시다. 불칸 반도내에는 수가 많아 이 방법이 큰 효용을 못 보겠지만, 산 이쪽에서는 어느 정도 유용한 방법일거예요.”

그제야 일행의 표정이 조금 안심한 듯 펴졌다.

“자, 그럼 불침번을 정합시다. 오후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를 잡아, 2시간 텀으로 하루에 4명씩. 15명이니 3~4일 텀으로 돌겠군요.”

시안이 자리에 앉으며 묻자, 모두 당황한 얼굴로 쳐다본다.

“불침번을 서시겠단 말씀이십니까?”

“황녀님까지 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불침번은 안 될 말씀이십니다!”

여기저기서 말이 튀어나왔다. 시안은 눈만 깜빡 거렸다. 아무런 말이 없자 율리아스가 옆에서 만류했다.

“전하 한 분이 빠져도 3~4일 텀이 되니 불침번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율리아스의 말에 시안은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이내 씩, 웃었다.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러죠. 고마워요.”

굉장히 흔쾌히 말한다.

물론 황족이 불침번을 서는 경우는 전무후무하지만, 말을 꺼내고 안 꺼내고의 차이가 있다. 율리아스는 문득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교묘하게 말을 꺼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불침번을 서겠다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 시안은 불침번 순서를 정하는 기사들을 뒤로하고 그길로 침낭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까지 뒤척이지도 않고 숙면을 취했다. 기사들조차 첫 날이라,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寒氣)며 고르지 못한 바닥 때문에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노숙에 황녀전하가 행여나 잠 한숨 못 주무시면 어쩌나 걱정했던 기사들은, 일행 중 가장 숙면을 취하는 황녀를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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