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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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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61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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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부 9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9화


황제의 집무실.

암갈색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반질반질 윤이 나있다. 같은 나무로 만들어진 집무실의 가구들은 책상처럼, 세월을 품고 있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탁자에 앉아 시종이 내온 차를 홀짝이며 천천히 집무실을 구경하는 시안에게 황제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것은 나와 상의를 하지 그랬느냐.”

이쪽 세계의 풍경이 낯설어서 이리저리 구경하던 시안이 그 말에 시선을 멈췄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눈을 돌렸다. 얼굴 가득, 걱정이 묻어났다.

“회의에 불쑥, 들어간 것 말씀이세요, 아니면 제가 직접 간다는 것 말씀이세요?”

“몰라 묻느냐. 그리고……,”

잠시 말을 흐리더니, 딸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표정, 분위기, 눈빛. 찬찬히 살피다 묻는다.

“괜찮니?”

“…….”

“문득 그립고, 때로는 믿어지지가 않아 이것이 꿈인가 싶지. 그리고 때로는 공허하지.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란 그러해서 나는 아직 괜찮지가 않단다.”

“…그럼, 괜찮아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이에요?”

“……지금은 하루를 살다가도 문득 그리움, 슬픔, 공허함이 찾아오지.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다가 보면 그런 감정이 찾아오는 기간이 길어진단다. 그리고 어느 날, 이틀에 한번 그립다가 일주일에 한번…이렇게 기간이 길어지지. 그러면 조금 괜찮아진 것이 아닐까.”

“…죽음이란 허무한 거군요.”

공기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딸의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던 황제가 침묵을 깼다.

“가지 않아도 된단다. 가지 말거라.”

말투에서, 표정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보인다. 시안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낯설지만 오직 한 사람. 아버지인 황제만큼은 익숙한 기분이 든다. 어머니에게 많이 말을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이런 것이 혈육의 정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씩, 웃는다.

“따지고 보면 사념체, 에토노므 일은 제 책임인걸요.”

“…….”

“숙부들은 저와 어머니가 이쪽 세계로 오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싶어 했어요. 갈 곳을 없애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힘을 쓰는 왕족일지라도 신이 아닌 이상 한계가 있어요. 이 세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만큼의 병력을 옮겨오는 것도 무리일뿐더러 단신으로 이 세계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사념체 였을 겁니다.”

한 마리만 보내도 허상이기는 하나 그 수가 수백, 수천 마리까지 늘리는 것이 가능한 생명체. 개채 자체가 물리적으로 강한 존재는 아니나, 그 실상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 효과적인 존재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에 걱정 가득한 얼굴 위로, 단호한 표정이 덧씌워졌다.

“네 책임, 아니란다.”

단호한 어조였다.

“그들의 욕심일 뿐, 그것을 너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거라.”

그 다정한 말에 시안은 가슴 한 쪽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말씀대로 괜찮지 않아요. 하루를 건너뛰기는커녕 순간순간 믿어지지가 않거든요.”

“그러니 가지 말라는 거란다.”

“…아뇨. 그래서 가는 거예요.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면,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시안.”

“저쪽 세계에 있을 때, 사념체들은 일반 백성들을 수시로 공격했어요. 왕족들이 주로 토벌대에 참여하고는 하는데 저 역시 종종 참여했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할 수 없는 일을 책임감 때문에 하려는 것이 아녜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다보면 아버지 말씀대로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죠.”

“…….”

“이 지루한 싸움을 끝내지 않으실 거예요?”

황제의 검은 눈동자와 황녀의 금빛 눈동자가 공중에서 한참을 부딪쳤다. 결국, 황제가 졌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의자에 깊게 기대었다.

“헌데, 시안. 너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다만, 고작 15명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물어도 되겠느냐?”

“‘통로’가 있을 겁니다. 저쪽 세계에서 입구로 사용되는 통로를 어머니께서 파괴하셨어요. 그래서 더 이상 이동하는 ‘통로’로는 사용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사념체들이 저쪽 세계의 기반을 두는 정신적 통로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아직까지 사념체들이 살아있는 것이겠지요.”

“…쉽게 이해가지 않는구나.”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사념체는 미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저쪽 세계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통로’가 탯줄의 개념이라 보면 되겠습니까. 이쪽 세계에서 당장 필요한 에너지는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쪽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통로’를 찾아 완전히 파괴하면 저쪽 세계와 단절 될테니 모든 사념체를 토벌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말은 그 ‘통로’를 찾아서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란 말이니?”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통로’와 ‘끈’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이쪽으로 오시기 전에 저쪽 세계의 통로는 어머니께서 파괴하셨으니, 나머지 통로를 찾아 파괴하라고. ‘끈’의 경우에는 어머니도 존재만 알 뿐 어떤 형태인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셨어요.”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가 체념한 듯,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일단…너를 제외한 나머지 14명을 선별해주면 되겠니.”

“네. 궁수는 필요 없습니다. 머리를 완전히 절단해야 죽일 수 있으니 검을 쓰는 자들로 구성해주세요. 비교적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로 구성해주셔야 합니다.”

“알겠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신경 쓰였다. 누군가가 황제를 뵈러 응접실에서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그만 가볼게요.”

“곧 연락하마.”

한 번 씩, 웃어보이고는 일어나서 문으로 향했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니, 육중한 문이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린다. 그녀가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대신 문을 닫아주었다.

집무실과 연결된 응접실로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모두 4명이었는데, 국무회의 장소에 있던 이들이었다. 자신을 향해 목례로 인사하자 시안도 목례로 답을 했다. 그리고 응접실을 나가려는 찰나,

“많이 닮으셨군요.”

그 말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키가 크고 건장한 중년의 남자. 검은 머리에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그는 중년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준수했고 무엇보다 존재감이 확실했다.

오만 공작은 자신을 바라보는 황녀에게 씩,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좀 전, 회의 잘 보았습니다. 외모나 성격까지, 그대로 닮으셨군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이렇듯 이야기하는 것은 엄연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사비에르 후작이 공작을 힐끔 보며 제지하려 했다. 그런데 그보다 시안이 빨랐다.

그녀는 그와 똑같이 씩, 웃어 보이더니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대가 유리입니까.”

제지하려던 사비에르 후작은 황녀의 표정에, 말투에, 그리고 그 말의 내용에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함께 있던 이엘과 율리아스는 후작의 상황보다는 나았지만, 표정이 흐트러졌다. 회의장에서도 그렇지만, 특이한 황녀였다.

오만 공작은 웃음을 참는 후작을 슬쩍 흘겨보고는 시안에게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녀전하. 유리 가르시아 폰 오만입니다.”

정중한 인사에 시안도 함께 인사했다. 보통 이럴 때는 인사를 받고만 있는 것이 관례지만, 이곳의 예절을 잘 모르는 시안은 본인의 상식대로 행동했다.

“소개받기 전에 존함을 부르는 실례를 범했네요. 용서하세요. 어머니께 종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어머니 설명이 정확하시네요.”

“칭찬으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칭찬이셨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말에 시안은 미소로 답을 하고는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슥, 돌렸다. 그리고 사비에르 후작을 응시하더니 묻는다.

“그럼, 혹시…….”

황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후작이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짧고 곱슬거리는 옅은 금발에 밝은 녹색의 눈동자가 인상적인 중년의 남자였다. 그 역시 건장하고 키가 컸으나 오만 공작과 옆에 있는 젊은 두 사람에 밀려 다소 작아보였다. 잘생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사뮤엘 폰 사비에르입니다. 황녀전하.”

시안은 그에게도 함께 인사하며 예를 표했다. 그가 인사하고 나자 이번에는 공작의 옆에 서있던 젊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만 공작 못지않게 키가 큰 그는 준수한 얼굴에 표정 없이 인사를 했다.

“이엘 사라 폰 오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아들입니다. 지금 오만 기사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만공작이 그를 가리키며 웃었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후작의 옆에 있던 잘생긴 남자가 입을 연다. 아버지와 비슷한, 짧고 구불거리는 옅은 금발에, 암녹색 눈동자. 오만 공작 쪽이 남자답고 준수한 외모라면 이쪽은 조각처럼 잘생겼다.

“율리아스 폰 사비에르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친구는 후작의 아들입니다. 현 사비에르 기사단장입니다.”

공작이 율리아스까지 소개해준다.

시안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시선을 문득 황제 집무실로 돌린다. 집무실 문을 한 번 보고는, 다시 그들을 돌아봤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황제폐하를 뵈러 오신거죠?”

“예, 그렇습니다.”

“제가 시간을 많이 빼앗았군요. 들어가 보세요.”

“살펴 가십시오. 곧, 다시 뵙겠습니다.”

후작이 말을 마치자 네 사람이 작게 목례를 했다. 시안은 인사를 받은 후 뒤돌아서 응접실을 빠져나왔다.




같은 시각. 검소한 듯 화려한 방 안에 세 사람이 있었다.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가장 상석에 앉은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나머지 두 사람은 흥분한 듯 보인다.

제임스 폰 발데르. 가장 상석에 앉은 그는 제임스 황자였다.

어머니를 닮은 갈색머리에 부드러운 갈색의 눈동자. 천성적으로 검에는 크게 소질이 없었다. 다행히 영재까지는 아니어도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수준은 되었으며, 천성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제임스 황자에 대한 평판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리오넬 황제의 후계자로는 그 밖에 없었다. 물론 플레르 황녀도 있었지만, 외모와 파티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제임스 황자가 다음 대 황제가 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황제는 그를 황태자로 임명하지 않았다. 황자의 나이가 벌써 26으로, 황태자가 되어도 이미 되었어야 했지만 황제는 그를 황태자로 임명하지 않았다. 제임스 황자를 지지하는 귀족들은 매 달, 관례처럼 황제에게 황태자 임명을 촉구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황제는 이오린을 황후로 만들지 않는 것처럼 그를 황태자로 임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것뿐.

“믿고 있었던 겁니다. 황후와 황녀가 돌아올 것이라고.”

사론 백작은 손이 새하얗게 변할 만큼 주먹을 세게 쥐었다. 회의장에서 마주했던, 금빛 눈동자. 과거 황후를 마주했을 때처럼, 새파랗게 어린 그녀에게서 밀렸다. 단지, 그 기백에. 수치스럽고 분했다.

“황자전하를 황태자로 임명하지 않은 것. 황제폐하는 애당초 황녀전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오라버니, 입조심 하세요!”

분노한 외침에 이오린이 히스테릭하게 반응했다.

그녀는 상석에 앉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이오린은 아무런 표정도 없는 아들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회의장에서 아무런 말도 못했습니까?!”

“…….”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까! 희장군이라고 벌써 불린답니다! 에토노므 토벌에 직접 참가한다고 했다지요! 어쩔 겁니까, 공을 세우는 것을 두고 볼 겁니까!”

“…….”

“황자!!!”

사론 백작에게 입조심 하라고 하더니, 종국에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친다. 이오린의 얼굴 가득 욕망이, 분노가 어려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보던 제임스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간다.

그 표정변화가 너무도 섬뜩하여 이오린은 순간 얼었다.

“…그럼, 저도 참여할까요?”

목소리가 다정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눈빛이, 지금까지의 황자와 다르다.

“어찌할까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

“피해자인 척 그만하세요, 어머니. 그대가 황후가 되지 못한 것은 그대 책임이지, 내 책임이 아니니까.”

이오린과 사론 백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두 사람은 황자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제임스는 비웃던 얼굴표정을 지우고, 싸늘하게 말했다.

“피곤하군요. 쉬고 싶습니다.”

“제, 제임스…….”

“그리고 앞으로는 엄연한 예의를 지켜주세요, 어머니. 내가 그대의 자식은 맞지만, 엄연히 그대보다 신분이 높지 않습니까.”

“…아, 아…….”

“이런 모습, 그동안 기대했던 것 아닙니까?”

소름이 돋을 만큼 냉정한 목소리. 섬뜩할 만큼 파격적인 변화에 백작과 이오린은 과연 눈 앞의 사람이 진짜 황자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할 말이 더 남았습니까?”

“아, 아닙니다. 가보겠습니다, 황자전하.”

당황한 백작이 일어나더니 이오린의 팔을 잡았다. 이오린은 얼떨결에 일어나더니 백작의 손에 이끌려 주춤주춤 문으로 향했다. 혼란스러움과 섬뜩함이 교차하는데, 등골이 서늘해지는 말이 다시 한 번 귓가를 울렸다.

“제가 황태자가 안 되는 이유, 황제폐하가 저를 황태자로 임명하지 않는 이유. 어머니가 제일 정확하게 아시지 않으세요?”

이오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쿵쿵쿵쿵,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숨이 가빠졌다. 식은땀이 흐르고, 사시나무 떨 듯 떤다. 백작이 당황해서 그녀를 흔들었지만, 이오린은 그대로 멈춰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아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아들의 갈색 눈동자가 눈빛 가득 비웃음을 담고 있다.

“가, 가자, 이오린.”

백작이 도망치듯 동생을 데리고 문을 빠져나가자 제임스는 한동안 그 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머니 이오린은 언제나 불안함과 히스테릭함을 안고 있었다. 무언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그녀는 늘 불안해했으며 그녀의 불안과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그가 받아냈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든든한 기둥 같았다. 건장한 체격과 그에 어울리는 위엄. 그럼에도 그가 묻는 것에는 무엇이든 성심껏 답해주는 자상함까지. 아버지가 좋았다. 그래서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착한 아들이 되고 싶었다.

사랑받는다고 생각했다. 항상 뭔가 공허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사랑받고 있는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그런 얼굴이 진짜시군요.”

황후가 죽기 전 처음 만났던 그 방에서 깨달았다. 아, 저 웃음이 진짜시구나. 그 날 느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느꼈다. 그 어마어마한 차이를.

“애당초 넘지 못할 벽이었는지도…….”

제임스는 허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공허한 갈색 눈이 갈 곳을 못 찾고 흔들렸다. 흔들리던 눈빛은 이내 매서운 빛을 띠었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 공간에 있던 시종에게 지시를 내렸다.

“쿠론 후작을 불러와라. 빨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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