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63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0:58
조회
85
추천
0
글자
13쪽

1부 7화 : 시작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7화 : 시작


황후의 장례는 검소하게 치러졌다. 지난 5년 동안 에토노므의 습격이 잦았거니와 장례를 검소하게 치러달라는 황후의 유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후의 죽음을 알리는 조기가 계양되자 발데르 전역이 슬픔에 빠졌다.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큰 슬픔으로. 전설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움으로, 황후의 죽음은 다가왔다.

장례식을 치른 날 저녁.

장례식장에서 가까스로 오열을 집어삼킨 뒤, 시안은 스스로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착해서 문을 닫은 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울었다.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 다시 깨서 울고, 그러다가 다시 울다 지쳐 잠들고를 몇 번이나 했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주위가 온통 새까맣다.

시안은 상복을 입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화창한 날 떠나시더니, 장례를 치르는 오늘도 따스한 바람이 부는 좋은 날씨였다.

비척비척 일어나서 불을 밝히고 테라스로 나섰다. 테라스의 문을 열자 미풍이 전신을 휘감는다.

머리가 텅 빈 듯, 마음이 텅 빈 듯.

불어오는 바람을 모두 들이 마실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뱉었다. 그렇게 여러 번 하면 좀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질까 싶어서 여러 번 들이 삼켰지만, 답답한 응어리는 풀릴 줄을 모른다.

그 때였다.

작은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살짝 열렸다. 살짝 열린 틈으로 황제가 들어오더니 멈춰 서서는 무언가를 들어 보인다. 가만히 보니 술잔이다.

“너와 나누고 싶어서 왔단다. 들어가도 되겠니.”

시안은 테라스 문을 닫고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리를 권하듯 의자를 뺐다. 황제는 작게 미소 짓더니 다가와 권해준 의자에 앉았다. 시안이 맞은 편 의자에 앉으니 황제가 술잔 하나를 내밀었다.

“한 잔 할 줄 아느냐?”

“네. 간혹 어머니랑 한 잔 했었어요.”

“이안은 제일 처음 이 잔을 보고는 신기하다며 한참을 살펴봤었지. 저쪽 세계의 술잔과는 매우 다르다면서.”

긴 목이 있는 투명한 잔을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술잔이네요. 크기도 크고. 저쪽의 술잔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 작아요.”

황제는 시안의 술잔에 먼저 술을 따랐다. 언뜻 붉은 듯, 보랏빛인 듯한 술이 매끄럽게 잔으로 떨어졌다. 향긋한 술내음도 풍긴다.

“네옹프슈 설산에서 자라는 야생 열매인 로루탄으로 빚은 술이란다. 로루주라고 하지. 네 어머니가 가장 즐겼던 술이기도 하단다.”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이 잔은 이렇게 목을 잡고 마신단다. 손의 온도에 술 맛이 변할까봐 이렇게 마시지.”

그러면서 술잔을 든다. 시안도 그를 따라 술잔을 들자 황제가 작게 잔을 맞췄다. 시안은 술을 한 모금 입안에 머금었다. 첫맛은 쌉쌀하더니 이내 코끝으로 달콤하고 청량한 열매의 향기가 맴 돌았다. 머금었던 술을 목으로 넘기자 마지막에는 달콤한 맛이 혀를 훑고 지나간다.

“어머니가 좋아하셨겠네요. 저쪽에서도 달콤 쌉쌀한 과실주를 좋아하셨거든요.”

황제는 과실주를 한 모금 더 머금고서 의자에 푹 기대어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혼자 생각에 잠겼던 황제가 딸의 얼굴을 응시했다. 말없이 바라보다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안이 전해달라고 했단다.”

손이 지나간 자리에 목걸이 하나가 놓여있었다. 시안은 목걸이를 가만히 보다 순간, 가슴 언저리에 뭔가 박힌 듯 욱신했다. 울컥 멈췄던 눈물이 다시 치민다.

목걸이의 팬던트에 박힌 어른 엄지손톱만한 붉은 보석. 사람의 홍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인안석(人眼石). 저쪽 세계에서 특별한 힘을 쓸 수 있는 왕족들이, 자신의 힘을 응축시켜 만든 보석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손에 목걸이를 꽉 쥐자, 결국 오열이 터진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당신처럼 ‘특별한 힘’을 쓰면 안 된다고, 그 힘을 쓰면 생명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그토록 신신당부를 하더니 결국 이런 힘을 남겼다.

“자신이 직접 주면 절대 받지 않을 거라면서 나에게 부탁했었다. 꼭 전해달라고. 궁내 장인에게 부탁해서 목걸이로 만들었단다.”

받지 않았을 것이다. 만드는 사람의 마지막 생을 더 빨리 앞당기는 이 보석 따위, 절대로 받지 않았을 것이다. 붉은 보석이 꼭 어머니의 눈동자 같았다.

“나에게 이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었단다.”

자신을 바라보는 금빛 눈동자를 보며 황제는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많이 닮았다.

“그래서 이안의 뱃속에 우리의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서, 나는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단다. 그 날, 이안이 나에게 어떠한 이유도 말하지 못하고 저쪽으로 가버렸지만, 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단다. 왜 가야하는지, 갈 수 밖에 없었는지. 아마 내가 이안이라도 그랬겠지.”

“…….”

“시안, 그러니 그것을 소중히 받거라. 소중히 여기고, 정말 써야할 때 아끼지 말고, 그것을 보며 죄스러워하지 말고 쓰거라. 내가 이안이라면, 네가 그러길 바랐을 거란다.”

“…….”

시안은 다시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투둑투둑, 목걸이에 눈물이 젖어든다.

황제는 조용히 일어나 시안에게 다가갔다.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 황제는 조심스럽게 딸을 안았다.

“이안은 갔지만, 너와 내 기억 속에 이렇게 살아있으니 우리 종종 이렇게 이안과 이야기를 하자꾸나.”

“…어머니, 이곳에서 많이 즐거우셨다고 하셨어요. 그 전에는, 그냥 인형 같았다고.”

그 말에 황제는 딸에게서 몸을 떼고 눈을 마주했다.

“그래, 정말 아름다운 인형 같았지. 그랬던 이안이 점점 변하더니, 어느새 다정하고 강인한, 이아느 린이 되어있었다.”

“덕분에 저쪽 왕족들은 난리가 났었죠.”

울다말고 피식, 웃는다. 웃음을 잠시 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황제가 말했다.

“이안에게 들었단다. 너와 이안이 ‘려화’라는 것이라고.”

“네. 그래서 난리가 난거예요. 지금도 아마 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겠죠. 어머니가 ‘통로’를 막았으니 오지는 못하고. 얼마나 애석할까.”

“너는, ‘려화’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니?”

“…….”

시안이 말없이 황제의 검은 눈을 마주했다. 깊고 검은 눈동자는 현명하고 사려 깊었다.

대답 없는 딸에게 황제가 먼저 말했다.

“너는 ‘려화’이전에 내 딸이다. 나와 네 어머니의 딸. 누구도 내 딸의 운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 너는 시아느 린 폰 발데르란다. ‘려화’라는 이름으로 갇힐 수 없는 긍지 높은 사람이지.”

“…….”

“누구든, 운명이랍시고 너를 억압하려 한다면, 싸우거라. 지금까지는 네 어머니가 함께 했다면 지금부터는 나다. 내가 내 모든 것을 걸고 너와 함께 싸워 줄테니.”

검고 깊은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담담했다. 그 눈을 한참을 바라보던 시안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버지.”

손에 꼭 쥔 보석이 끊임없이 젖는다.

황제는 그런 그녀를 다시 꼭 안아주었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안의 죽음이 못 견디게 슬프지만, 그보다 딸아이의 마음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역시 아버지이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서로 안고 말없이 울다가 시안이 몸을 떼고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것 좀 목에 걸어주세요.”

황제는 목걸이를 건네받아 잠시 보다가 시안의 목에 걸어주었다. 화려한 금발과 금안이 붉은 보석과 맞춘 듯 어울린다.

“잘 어울리는구나, 시안.”

두 사람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이야기는 새벽달이 기울 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못 견디게 공허한 밤. 못 견디게 그리운 밤. 처음, 사랑하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진 밤.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가 생긴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밤. 그 밤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대륙을 삼분 하는 삼대 제국은 스카디, 빌스키르니르, 그리고 발데르다. 대륙의 동북단인 네옹프슈 설산 아래로 빌스키르니르, 줄여서 빌키르제국이 있다. 서북단인 가이아 평원은 높은 고도에 위치한 거대한 평원으로 원형의 가이아 산에 둘러싸여있다. 가이아 산의 동쪽은 아론 협곡으로 스카디 제국과 인접해 있으며, 남쪽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구릉지대로 발데르와 인접해있다. 발데르는 정북 방향으로는 스카디 제국과, 동북방향으로는 빌키르 제국과 인접해있으며 서북방향으로는 가이아 산맥의 구릉지대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대륙의 꼬리라고도 불리우는 안식의 땅 불칸반도를 남단으로 가지고 있으며, 동, 서 방향으로 바다와 인접해 있다. 얼지 않는 바다, 온화한 기후, 너른 평원, 풍부한 수자원. 발데르는 대륙에서 가장 풍요롭고 축복받은 땅에 위치한 제국이었다. 하지만 불과 30년 전쯤까지 발데르는 세 개의 지역으로 갈라져 서로 물고 뜯는 내전에 휩싸여 있었고, 그 이전에도 비슷했다. 30여년 전, 지금의 황제 리오넬과 그의 비(妃)인 후장군이 등장하면서 갈라졌던 나라를 통일하고, 지금의 풍요로운 제국을 이룩했다.

발데르의 수도는 미미르강 중류에 위치한 브레이다블리크. 강 서쪽에 위치한 수도는 하나의 거대한 성이었고, 성 내부에는 다시 내부의 벽이 존재했다. 가장 바깥 쪽 1성과 2성에는 주로 농민들이나 상인들인 평민계급이 살고, 세 번째 성벽 안인 3성에는 귀족들이 모여 사는데 황궁인 4성에 가까울수록 부촌(富村)이어서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도시 내부에 신분으로 사는 곳이 정해진 곳은 오직 4성인 황성뿐이었지만, 땅값과 집값이 워낙 차이가 많이 나서 자연스럽게 신분에 따라 사는 곳이 정해졌다.

내부 성벽에는 항상 열려있는 문과, 비상시에만 사용되는 문이 나눠져 있었는데, 항상 열려 있는 문은 주로 주민들의 통로로 사용되었다.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문의 경우 주로 전시상황에서 근위 군대나, 전령들만이 사용한다. 가장 외곽의 성벽수비대는 길티르 산 방향에서 직선으로 달려오는 한필의 말을 보고 재빨리 성문을 올림과 동시에 전령의 깃대를 올렸다. 그 깃대를 본 2,3,4성의 성벽수비대들이 재빨리 성문을 올렸고, 전령은 순식간에 황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 나타났나 보구만, 또.”

“잠시 잠잠하다 하더니…….”

“소문에는 브레이다아크만에서 황후폐하와 황녀전하가 에토노므떼를 완전히 쓸어버렸다고 하던데, 뭔가 조금 달라지지 않겠어?”

“모르지. 황후폐하는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될지.”

4성의 문을 연 성벽수비대들이 먼 길을 달려온 전령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한편, 고위 신료들과 조찬 회의를 하고 있던 황제는 전령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회의를 잠시 중단했다. 신료들의 표정에도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길티르 산 방향에서 오는 전령이라면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황제와 신료들이 무거운 침묵을 유지하는 사이, 전령이 회의장에 나타났다.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재빨리 황제에게 예를 갖추고 상황을 보고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비나스에서 왔습니다. 어제 낮에 비나스 숲에서 에토노므가 출몰했다가 사라졌습니다. 에토노므가 출몰하고 난 이후에는 많은 수의 에토노므가 출몰하는데, 지금 비나스에는 에토노므를 막을만한 병력이 부족합니다. 영주님께서는 병력충원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품에서 전서를 꺼냈다. 시종이 그 전서를 황제에게 전달하자, 황제는 한참동안 전서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이윽고, 전령에서 눈을 돌린 황제가 전령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답은 곧 줄 것이니 가서 쉬고 있도록.”

전령이 나가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황제는 질문들을 묵묵히 듣다가 한 손을 들어 그들의 질문을 막았다. 일순 조용해지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한다. 1시간 뒤 회의를 시작할 테니 성곽내의 중요 참석자들을 소환하도록.”

시종에게 명한 뒤, 신료들에게 눈을 돌렸다.

“1시간 뒤, 여기서 다시 국무회의를 하도록 하지.”

그는 오만 공작과 사비에르 후작을 보며 물었다.

“아직 오만 기사단장과 사비에르 기사단장이 성곽 내에 있나?”

“네, 그렇습니다.”

“3성내에 있을 겁니다.”

“그들도 소환한다. 1시간 뒤, 여기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명의 저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1부 28화 15.04.30 54 0 19쪽
27 1부 27화 15.04.30 88 0 13쪽
26 1부 26화 15.04.30 55 0 9쪽
25 1부 25화 15.04.27 94 0 17쪽
24 1부 24화 15.04.25 85 0 12쪽
23 1부 23화 15.04.25 102 0 10쪽
22 1부 22화 15.04.24 31 0 16쪽
21 1부 21화 15.04.24 78 0 15쪽
20 1부 20화 15.04.21 50 0 16쪽
19 1부 19화 15.04.20 49 0 17쪽
18 1부 18화 15.04.20 101 0 19쪽
17 1부 17화 15.04.20 92 0 12쪽
16 1부 16화 15.04.20 101 0 22쪽
15 1부 15화 15.04.20 45 0 11쪽
14 1부 14화 15.04.20 77 0 11쪽
13 1부 13화 15.04.20 115 0 13쪽
12 1부 12화 15.04.20 45 0 22쪽
11 1부 11화 15.04.20 165 0 15쪽
10 1부 10화 15.04.20 86 0 12쪽
9 1부 9화 15.04.20 128 0 16쪽
8 1부 8화 15.04.20 46 0 17쪽
» 1부 7화 : 시작 15.04.20 86 0 13쪽
6 1부 6화 15.04.20 77 0 14쪽
5 1부 5화 15.04.20 48 0 19쪽
4 1부 4화 15.04.20 93 0 21쪽
3 1부 3화 +2 15.04.20 54 2 11쪽
2 1부 2화 : 서막 +2 15.04.20 107 1 14쪽
1 1부 1화 : 프롤로그 15.04.20 312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