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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姸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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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저편
작품등록일 :
2015.04.20 20:43
최근연재일 :
2015.04.30 23:36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60
추천수 :
3
글자수 :
186,423

작성
15.04.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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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 15화

안녕하세요?^-^공모전 소식을 알게되어 쓰던 소설을 한꺼번에 업로드 하느라 양이 들쭉날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DUMMY

1부 15화


무사한 밤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오더니 주위가 삽시간에 환해졌다. 밝아진 시야에 잠이 깬 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지막 불침번을 섰던 발디가 인사를 건넸다.

“황녀전하, 깨셨습니까.”

“…마지막 순서였나 보네요.”

“하하하, 불침번의 꽃은 제일 앞과 뒤 아닙니까. 제가 이겼지요.”

시원시원하게 웃으면서 허리를 쭉, 편다. 아무리 봐도 이엘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황녀전하,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노숙이 처음 아니세요?”

“괜찮아요.”

시안은 완전히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깨지 않고 잘 자긴 했는데 그래도 침대에서 잔 것에 비할 것은 아니다. 이리저리 기지개를 펴고는 침낭을 개려하자 발디가 순식간에 다가와서 침낭을 대신 갠다. 시안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개면서 쾌활하게 말한다.

“이게 참, 전하께서 이런 일을 하시면 보는 사람이 불안해서 말이지요.”

순식간에 침낭을 개더니 짐 사이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고마워요.”

싹싹함이 나쁘지 않다. 시안이 웃으면서 인사하자 발디는 고개를 한 번 숙여보였다.

아직 깨지 않은 사람들을 지나 간단히 씻을 도구를 챙겨 숲속으로 향했다. 발디가 따라오려했지만, 아침이니 괜찮다고 만류했다.

어제 씻었던 개울가로 가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입을 헹궜다. 손을 씻고 일어나려다 문득, 개울의 깨끗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시원했다. 청량했다.

오늘 정오쯤이면 브레이다아크만을 지날 것이다.

이곳에 온 날, 브레이다아크만에서 정신을 잃은 후 일주일 만에 깨어났다. 태경숙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끝으로 기억이 없다. 어머니께 숙부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을까 고민하다가 묻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냈었다.

“시안. 기회가 된다면 그 날, 그 평원에 가서 정리를 해다오.”

“…숙부 말씀이세요?”

“그래. 돌아가지 못하고 그곳에 있다.”

“…어머니는 밉지도 않으십니까.”

괜히 치기어린 마음이 들어 퉁명스럽게 묻자 어머니는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알겠어요.”

결국, 그렇게 대답했었다.

깨끗한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영지로 돌아오자 이미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된 후였다. 시안이 말끔한 얼굴로 다가가자 율리아스가 빙긋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놀라는 일의 연속입니다, 마마. 제일 잘 주무셨다지요.”

“칭찬으로 들어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율리아스를 지나쳐서 짐정리를 마무리한 뒤 망토를 입었다. 후드를 눌러쓰고 고정시킨 뒤, 크림슨에게 다가갔다.

“크림슨 경.”

“네, 전하.”

“오늘 브레이다아크만을 통과할 때, 일전에 전투가 있었던 장소에 잠깐 들러야겠어요.”

“최근 있었던 에토노므와의 전투말씀이십니까?”

“네. 어딘지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그곳에 볼일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전하.”

“그냥…좀 정리할 것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곳으로 먼저 가도록 하겠습니다.”

크림슨과의 대화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 출발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시안이 풍위로 오르자, 기사들이 자연스럽게 대형을 맞춰 시안의 뒤로 섰다. 크림슨과 시안을 선두로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렸다. 하루 종일을 달려야 하는 행군이기에 적당한 속도로 말을 몰았다. 크림슨이 방향을 잡고 달리면 바로 옆에서 시안이 함께 달렸다. 일행은 어느 정도 열을 유지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각자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중천에 걸렸다.

시안의 조금 뒤에서 말을 몰던 이엘은 앞서 달리는 황녀의 등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달린지 벌써 한참이 지나 태양이 중천이건만 지친 기색조차 없었다.

사실, 어제 황녀가 출발부터 가장 앞에 서서 달리기에 뭐라 말은 못했지만 저러다 곧, 뒤로 빠지겠지 했었다.

행군을 선두에서 이끈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이런 기병의 경우, 달릴 거리와 체력을 잘 고려해서 선두가 속력을 맞춰야한다. 거기에 선두가 힘이 빠져서 뒤처져서도 안 된다. 때문에 숙련된 기사들이 보통 선두에 선다. 그래서 황녀가 당연히 곧 뒤처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금방 수정되어야 했다. 놀라움은 덤이었다. 황녀는 너무나 능숙한 솜씨로 말을 몰았다. 귀족 여성들이 취미로 즐기는 승마의 수준이 아니라 진짜 전투마를 몰아본 솜씨였다. 거기에 손과 어깨는 거의 사용하지도 않았다. 오직 하체와 허리힘만으로 말을 몰고 있었는데 말의 움직임에 완전히 녹아들어서 말과 한 몸처럼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타고 있는 말은 명마이긴 하지만, 황녀와 합을 맞춰본 것이 고작해야 2~3일이라고 했다.

어제의 장면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이엘의 앞에서 황녀는 훌륭한 솜씨로 달려가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고 말을 몰지만, 그럼에도 아직 ‘연약한 황녀’라는 편견을 깨기는 어려웠다. 여자치고는 키가 크지만, 체구 자체가 가녀리다. 망토를 입고 있지만, 옆에서 달리는 크림슨의 덩치에 비교되어 더 작고 가냘픈 느낌이었다. 해서, 그녀의 존재가 자꾸 신경 쓰인다. 이렇게 달리는 중간에도 의식하고 신경을 쓴다는 사실이 유쾌하지 않았다.

일행은 계속 달리고 달렸다.

옆을 스치는 장면들을 뒤로, 어느 덧 광활한 대지가 정면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숨 막히게 넓고 광활한 평원은 낮은 초목들이 가득했고, 저 멀리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었다. 어느새 땅과 하늘이 하나가 된 드넓은 평원이 모든 시야를 메웠다. 브레이다아크만에 들어선 것이었다. 브레이다아크만의 광활한 대지를 밟고도 멈추지 않고 달리기를 한참. 크림슨의 말머리를 따라 달리다보니 낮은 초목이 가득했던 평원에 어느 순간, 군데군데 흙이 뒤집어지고, 나무가 꺾인, 전투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하, 곧 입니다!”

말 위에서 크게 외쳤다.

시안의 눈은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후드 아래 금안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느껴진다. 희미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로 미세하게. 저쪽 세계의 느낌이, 냄새가.

시안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서서히 느려지던 일행의 진군속도가 드디어 멈추자 시안은 말머리를 돌려 일행을 바라봤다. 약간은 의아한 얼굴로 시안을 본다. 점심을 먹기에 썩 유쾌한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리할 것이 있어 잠시 들렀습니다. 짧게 정리하고 올 테니 잠깐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황녀전하,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는데 어찌할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여기는 썩 좋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먹어요.”

“혼자 가십니까?”

“저 혼자 해야 할 일입니다. 바로 눈앞이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게오르그와 보니타의 질문에 대답을 해준 뒤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뒤에서 일행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묵묵히 혼자 전진했다. 천천히 다가가자, 뭔가가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완전히 문드러지고 있는 시신과 마주했다.

에토노므의 시체는 몇 구 없었고, 발데르 병사들의 시신은 이미 수습되었다.

풍에서 휙, 뛰어내린 뒤 가져온 도구로 불을 지펴 횃불을 만들었다. 횃불이 만들어지자 다시 풍 위로 올랐다. 한 손에는 횃불을, 나머지 한 손에는 작은 기름통을 든 채 시신 바로 옆으로 풍을 몰았다. 발아래 이제는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문드러진 시신이 있었다. 저쪽 세계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무로 돌아가고 있는 시신. 그 위에 기름을 부었다. 기름 위에 불을 가져다대자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군데군데 있는 시신을 찾아다니며 그렇게 불을 붙였다. 무로 돌아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이토록 방치되어 있는 것은 비참하니까. 모두 찾았다. 오직 한 사람, 태경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신은 없었다. 그 날 이미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장례를 치러주러 왔다.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다 자리를 옮겼다. 모든 불길이 한 눈에 보이는 곳. 그곳에 멈춘 뒤 풍에서 내렸다.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매만지고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타오르고 타올라 하늘위로 번지는 불꽃. 하나, 하나 시선을 주다가 눈을 감았다. 대부분이 자신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 죽여 놓고 다시 정리해주러 왔다는 것이 우스워서 오지 말까, 했었다. 미워하고, 또 미워했던 숙부. 그래서 오지 말까, 했었다.

하지만 와서 보니 오길 잘했다.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혹여 이곳에 메어있다면. 혹시라도 그렇다면. 미워했으나 마지막까지 비참하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숙부와 저들을 위해 저쪽 방식으로 간소하게나마 장례를 치러 주려한다.

감았던 눈을 떴다.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는 숨과 함께 낮고 어둡고, 그러나 의외로 다정한 음율이 흘러나왔다.

“거기 계시는가, 거기 계시는가. 바람이 되시었나. 이곳에도 저곳에도 부는 바람이 되시었나. 가오, 가오, 세상에서 멀어져 멀리 가오. 칼 위에서 춤추는 인생을 벗어나 바람이 되시었나. 그저 부는 바람이 되어 하늘을 가득 나시오. 그저 부는 바람이 되어.”

‘가세요, 숙부. 나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숙부는 돌아가세요. 숙부에 대한 미움도 모두 가져가세요. 저만 남겠습니다.’

타오르는 불꽃이 하늘로, 하늘로 향한다. 조용한 평원을 가득 메우는 진혼곡도 불꽃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했다.

황녀가 갑자기 횃불을 만들 때는 당황했던 이들은 그녀가 시신에 불을 붙이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정리’를 할 것이 있다하더니 시신을 수습하러 온 모양이었다. 불타는 시신을 두고 진혼곡을 올렸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누군가가 황녀와 황후를 데려가려 했고, 결국 황녀와 황후에게 최후를 맞이했다고 했었다. 그들을 위해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 기사들은 아무런 말없이 평원을 낮게 울리는 진혼곡을 들었다.

시안은 진혼곡을 올린 뒤 타고 있는 시신에 더 이상의 미련을 두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할 수 있는 예는 모두 다했다. 그러니 됐다.

시안은 풍을 천천히 몰아 일행에게 돌아갔다.

“점심 먹어야죠. 먹을 만한 자리를 찾아봅시다.”

다소 침체된 분위기 때문에 쾌활하게 말했다.

“정말요, 전하! 이거 배가 많이 고픕니다.”

발디가 그 말을 쾌활하게 받았다.

일행은 다시 크림슨과 시안을 선두로 그 장소를 벗어났다. 시안은 미련이 없는지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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