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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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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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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7.08.2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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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92. 일망타진一網打盡

DUMMY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수호법이 발악하듯 앙칼진 소리를 내뱉는다. 평소의 여유는 이미 남의 동네 얘기다.

헉~

묵진휘가 다시 가벼운 손짓을 하자 허공 중에서 허우적대던 수호법이 난데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헛바람을 삼킨다. 갑자기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호법은 초절정고수다. 묵진휘가 산기창공을 거두자 이내 몸의 중심을 잡곤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그런데 그때 묵진휘가 가볍게 검을 찌르는 시늉을 하자 푸른 빛이 도는 검강 한줄기가 이제 막 땅바닥으로 내려선 수호법에게로 날아갔다.


큭~

수호법의 단말마 같은 비명이 꽉 다문 잇새로 새어 나온다.

공중제비를 돌면서 발이 땅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그때를 기다리고 있던 묵진휘의 검강이 수호법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수호법이 자신의 심장을 내려다본다. 손가락만한 구멍 사이로 피가 왈칵왈칵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욕설 한 토막과 함께 수호법이 땅바닥으로 털썩 무너져 내렸다.

북천회 오대호법 중 하나인 수호법의 최후였다. 평소의 점잖고 여유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가는지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내뱉은 소리는 시장통의 파락호가 죽으며 내뱉는 소리와 같았다.

수호법으로서는 허무한 죽음일 것이다.

자신이 왜 죽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무인이, 상대의 어떤 절기에 자신이 죽어가는지 모르는 것은 허무한 것이다. 상대의 절기를 이해하고 강함을 인정할 수 있을 때 편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의 죽음이 납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호법은 자신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다. 상대의 어떤 수법에 자신이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허무할 수 밖에···


수호법이 땅바닥으로 쓰러짐과 동시에 장내로 세 명의 사내들이 장원의 담장을 넘어 묵진휘 곁으로 날아왔다.

삼조원들인 남궁이현과 항백, 경표였다.

“이놈은 무악산에서의 그 놈이군.”

“그렇군. 이름이 수호법이랬나?”


경표와 항백이 땅바닥에 누워있는 수호법의 얼굴을 확인한다.

수호법의 죽음에 편장로와 후명신은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뒤편의 호위무사들도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모두 검을 버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어라.”

항백이 내공을 실어 큰 소리로 외치자 호위무사들이 검을 버리고 바닥에 꿇어 앉기 시작했다.

묵진휘는 묵운기를 운용하여 주위를 살폈다. 비수를 던진 목호법이란 놈을 찾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람의 온기는 없었다. 아무리 은신에 능하더라도 묵운기의 기감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이미 사라졌군.’

목호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해정관아의 최고입찰관 및 관련자들을 모두 잡았고 비리에 관련된 증거들도 모두 확보했어요. 특히 최고입찰관 집에서는 상당한 금액이 발견되었어요. 관리의 녹봉으론 어림없는 금액들이었죠. 모두 밀염 거래를 통해 받은 뇌물이라고 실토를 했어요. 절강 안찰사께서 우리에게 대단히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왔어요. 호호.”

관지선이 해정관아 쪽 정리 내용을 간단히 말했다.

“수고했어요.”

“별말씀을요. 공녀님께서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감사드려야지요.”

주여전의 치하에 관지선이 되려 주여전을 치켜세운다. 주여전이 절강 안찰사측을 동원한 효과를 톡톡히 본 탓이다.

“저도 삼별조원 아닌가요? 우리 일인데 제게 감사하다시면 제가 서운합니다.”

주여전의 농담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린다. 일이 모두 마무리된 홀가분함이 기분 좋은 것이다.

“후명신이란 자도 순순히 자백을 했어. 자금을 담당한 자이기 때문에 자금에 관련된 정보도 많았지만 그 외에도 북천회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네.”

두원이 후명신으로부터 진술받은 내용의 자료를 뒤척이며 말한다.

“이것으로 와해되어가던 무림맹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당연하지. 이미 제갈군사에게 관련된 내용을 전서구로 알려드렸어요. 대단히 흥분하시더군요. 급히 귀대하라는 지시예요.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다고 하세요.”

당수진의 물음에 관지선이 모두를 둘러보며 답한다.

“이제 막 일이 끝났는데 귀대라니요. 마무리가 많이 남았는데.”

경표가 관지선의 얘기에 화들짝 놀라며 되묻는다.

“그렇지. 사실 일은 마무리가 더 중요한 법이야. 이제부터 우리가 본격적으로 나서야지?”

“그럼.”

항백와 경표이 주거니 받거니 한다.

“하하하. 당연하지. 이제부터 나도 본격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벌써 귀대한다니 말이 되는가?”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정말 감사드려요.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이 사람 말대로 이곳에 오래 머무시다 돌아가시도록 하세요.”

남태혼이 항백과 경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는다. 이제부터 자신이 대접하겠다는 말이다. 예유선도 모두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를 거듭 표한다.

“제수씨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따라야지요 하하하. 저희들이 저놈을 통해 수고비를 톡톡히 받아낼 생각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계세요.”

서홍이 싱글벙글 웃으며 남태혼과 예유선을 보고 말한다.

사실 남태혼의 편지를 받았을 땐 답답하고 갑갑했다. 무림맹은 와해되고 있어 정식 작전신청조차 할 수 없었고, 묵진휘는 실종되어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답답하고 우울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이제 남태혼의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고, 무림맹으로서는 놈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놈들의 재정적 기반을 허물어트리는 수확을 거두었고, 묵진휘는 더욱 고강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자신이 가늠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깨달음이 많았던 것 같아 보였네. 축하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아직 까마득히 멀었네. 아무튼 이것도 모두 자네 덕이라 할 수 있으니 내가 자네에게 감사인사를 해야지.”

“친구지간에 무슨 감사인산가? 그리고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온전히 자네가 노력한 덕분일세. 이건 빈말이 아니네.”

묵진휘의 말에 남궁이현이 묵진휘를 가만히 바라본다. 믿음과 신뢰에 대해 눈으로 말할 수 있다면 바로 저러한 눈빛이리라.

남궁이현은 무악산에서 묵진휘가 실종된 후 자책으로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친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도움을 준 적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자신의 나약함이 싫었다.

남궁이현의 눈빛을 받은 묵진휘가 눈길을 돌려 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자 남궁이현도 고개를 들어 달을 본다. 함께 같은 곳을 보는 사이가 어찌 남녀만일까?

달은 사내들에게도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전해주고 있었다.


“혼사는 언제쯤 생각하시고 계세요?”

“제 아버님께서는 하시라도 빨리 하길 원하시지만 그이가 시아버님 될 분에게 승낙을 못 받고 있어요.”

당수진의 물음에 예유선이 조그만 목소리로 답한다. 아직 남태혼의 아버지로부터 혼인에 대한 승낙을 못 받은 탓이다.

“혼인은 당사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해요. 남공자의 생각이 분명하다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정히 남공자 아버님의 승낙을 받아내지 못하면 확~저질러버리는 거지요.”

관지선이 확~저질러버리라는 말을 하자 모두 관지선을 바라본다. 특히 당수진은 놀란 눈으로 관지선을 바라본다. 이런 언니가 아니었던 것이다. 많이 변했다. 그런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있었다. 예유선의 경우와는 달리 항백과 관지선은, 관지선 쪽에서 아버지의 승낙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항백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확~저질러버리라는 말은 어쩌면 관지선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도 몰랐다.

“호호호. 관조장님께서 상당히 담대하시군요. 그렇지만 저도 관조장님의 말씀에 동의해요.”

이번에는 관지선과 당수진, 예유선이 놀라 공녀 주여전을 바라본다. 예법禮法과 관례慣例를 중요시하는 황실 여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바라보세요? 그럼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면 포기하실 건가요?”

주여전이 되묻자 세 여인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공녀의 입에서 나오니 이상할 뿐이다.

“아~ 언니들이 모두 대범해지셨어. 바다 바람을 마시면 심장이 강해지는 모양이에요.”

“호호호호”

“낄낄낄낄”

당수진의 말에 세 여인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지만 소리까지 막진 못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바닷바람이나 쐬러 가야겠어요.”

당수진이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자 언니뻘인 세 여인이 당수진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며 눈으로 묻는다.

‘왜?’

“언니들 말대로 확~저질러버리러 가는 거지, 왜겠어요?”

당수진이 말을 마치며 방문을 열고 나가자 세 여인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니, 부모님이 정 반대하면 어쩔 수 없이 저질러라는 것이지, 아무 때나 저질러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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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5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51 47 9쪽
189 188. 두 거인巨人 +5 17.08.13 2,352 46 10쪽
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1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7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2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4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7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3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1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6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6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9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4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5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60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4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3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10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3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1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4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5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6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70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9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5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3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10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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