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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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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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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7.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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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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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8쪽

177. 발각發覺

DUMMY

“그 놈들이 맞지?”

“확실하군. 본래 저 세 놈이 서로 친했잖아.”

적의의 말에 백의가 객잔을 들어갔다 와선 확인해준다.

“별검대가 태원으로 왔다는 것은 비상사태를 의미하는데 저 놈들이 객잔에서 술을 마셔도 되나?”

황의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원래 저 놈들이 안하무인이잖아? 그리고 별검대에는 어느 정도 재량권이 있잖아?”

“백의도 저 짓 많이 했네. 그러니 잘 알지. 크큭”

백의의 말에 흑의가 백의를 놀린다.

“그러는 너는 같이 안 갔어?”

“큭큭”

추란의 말에 백의가 흑의를 보며 큭큭거렸다. 항상 백의의 짝은 흑의였던 것이다. 둘은 인물도 좋아 기루에서 인기가 많았다.

“아~기루 가본 적이 언제던가?”

백의가 객잔 주위에 붉은 등불을 환하게 달아놓고 있는 기루를 보며 한탄하듯 말한다.

지하동굴을 탈출한 오의붕경에게 세상은 새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별검대에서의 생활을 저번 생生으로 돌리고 탈출 이후에는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저 놈들 위치가 어딘지 알아본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세.”

“정말이지? 그럼 자네가 술 사게. 모두 한잔 어때?”

흑의가 백의의 아쉬움을 달래려 한마디 하자 백의가 냉큼 받아 못을 박으며 동료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무튼 놈들 뒤를 쫓아 위치나 우선 파악하도록 하세.”

적의의 말에 오의붕경은 객잔이 잘 보이는 나뭇가지 위에 서서 교대로 객잔 입구를 지키기로 했다.



“저 곳이에요.”

서설란이 고개짓으로 가리킨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일반인이라면 알아볼 수도 없는 희미한 불빛이었으나 서설란과 주은백은 불빛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저놈들이 은신처 마련하는 능력 하나는 매우 탁월한 것 같소.”

주은백의 말에 서설란이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주은백에게서 처음 듣는 농담 같은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찾아내는 상정문도 비상한 능력이 있지요.”

서설란의 말에 주은백도 피식 미소를 짓는다. 마찬가지로 서설란으로부터 처음 농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 문주의 탁월한 능력 때문인 듯하오.”

“호호호. 못 당하겠군요.”

서설란이 두 손을 들어 항복 시늉을 한다. 보기보다 귀여운 여인이다.

“저 곳에 어느 정도 세력이 있는 거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아마 삼사백 명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적지 않군요.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계획이 있소?”

“없어요. 상정문은 정보를 수집하는데 탁월하지, 싸움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서설란이 주은백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불빛 나오는 곳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우리 둘이서만?”

“저는 보조일 뿐이고 싸움은 주대협이 앞장서서야죠.”

“음~”

서설란의 말에 주은백이 신음 같은 소리를 흘린다.

원래 이런 여자였던가?

주은백은 서설란이 무척 차가운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농담도 곧잘한다. 무엇이 본 성격인지 알기 어려워졌다.

‘여자란 종잡기 어려운 존재군’.

주은백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서설란은 주은백이 자신의 제안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모습을 보며, 스승 남천의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스승의 마음속 정인情人, 서천. 그 서천의 후예라면 스승에게 남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도 남다른 느낌이다.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스승께 보이고 싶다. 사형제 같은 느낌. 남자로서가 아니다. 게다가 그에게는 다른 여인이 있다.

마교 교주의 외동딸.

“화공火攻이 좋겠소. 그러면 혼란스러워질 테고 그때 수뇌부로 보이는 놈들을 제거하면 효율적일 듯하오.”

“좋아요. 어차피 이곳은 북천회의 주력이 아니고 강북지방에서 중소문파나 표국들을 기습하여 혼란을 야기해 무림맹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놈들이죠. 흩어버리면 그만이에요. 다만 수뇌부로 보이는 몇을 잡아 북천회의 최고수뇌부가 어디에 은신해 있는지 알아낼 필요는 있어요.”

“좋소. 내가 접근하여 불을 놓겠소. 서소저는 뒤에서 필요시 지원해주시오.”

“알겠어요.”

주은백과 서설란이 작전을 세운 후 막 불빛이 나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할 때였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있다. 저쪽이다.”

갑자기 큰소리가 들리더니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소란스러워졌다.

주은백이 서설란을 돌아보며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어떤 상황인지 묻는 것이다.

[아마 우리 말고 다른 침입자가 있는 모양이에요.]

서설란이 주은백의 얼굴을 보고는 전음으로 말했다.

[저 곳으로 가봅시다.]

주은백도 전음을 보내더니 어느 순간 신형을 솟구쳐 큰 나무위로 날아올랐다. 서설란도 주은백의 뒤를 이어 나무위로 솟구쳤다.

나무 위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오던 곳이 그런대로 잘 보였다.

무사들이 횃불을 들곤 분주히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저기다. 놈들이 저곳에 있다.”

침입자를 발견한 무사가 큰소리로 외치자 횃불을 든 무사들이 그리고 우르르 몰려갔고 곧 금속성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백의와 흑의가 들킨 모양이군.”

적의가 황의와 추란을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 일렀는데··· 쯧쯧”

추란의 타박이다.

“어쩌겠는가? 미우나 고우나 오의붕경이니 가봐야지.”

“놈들이 너무 많은데···”

“그럼 그냥 우리만 되돌아가?”

“휴~”

추란의 되물음에 적의가 긴 한숨을 내쉰다. 지하동굴에서 겨우 탈출해 목숨을 건졌는데 이내 놈들에게 둘러싸이는 위기에 빠졌으니 한숨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세.”

황의가 결론을 내리곤 곧바로 금속성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날렸다. 추란과 적의도 황의를 뒤따라 몸을 날렸다.



“곽태감이 이황야와 접촉을 추진중이라는군.”

“예상됐던 일입니다.”

“그걸 예상했었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요.”

도 시랑의 얘기에 사 승상이 고개를 끄덕인다. 도대체 이 젊은 친구에겐 새로운 정보라는 게 없다. 모두가 예상 범위 내의 일이다. 사 승상은 그것이 기특하다기 보단 못마땅했다. 왠지 모르지만 처음의 호감이 점점 비호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물론 왜 그런지 이유는 알기 어려웠지만.

“어떻게 하면 좋겠소?”

사 승상이 도 시랑의 의견을 묻는다. 예전엔 없던 일이다. 그런데 근자에 이르러 자주 도 시랑의 의견을 묻고 있다. 자신도 이런 변화가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늘도 묻고 있는 것이다.

“막아야겠지요.”

당연한 얘기다. 당연히 막아야 한다. 이황야와 동창의 접촉을 어떻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당연한 얘기가 도 시랑의 입에서 나오면 절묘한 대책처럼 들린다.

“그럼?”

묻는 것도 조심스럽다. 언제부터 이런 관계가 된 것인지 사 승상 자신도 의심스럽다.

“곽태감이 장원에 있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하셨죠?”

“그랬소. 아주 몸이 달아 있었소.”

“그럼 상황이 달라졌지만 방법은 유효하겠군요.”

“그녀를 이용하잔 말이오?”

“그렇습니다.”

사 승상은 조금 의아했다. 그도 정보가 있었다. 도 시랑이 장원의 그녀를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단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 그런데 그녀를 이용해 곽태감을 제거하자고 하니?

“하지만 그녀는?”

“쓸모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하긴, 영원한 건 없지요. 이미 쓸모가 다했는데 미련을 가지는 것은 이류二流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도 시랑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사 승상은 도 시랑의 환한 웃음이 이제는 섬뜩하다. 새로 느끼는 감정이다. 한낱 학사, 아니 지금은 시랑이다. 한낱 시랑의 웃음에서 섬뜩함을 느끼는 자신이 갑자기 이상해진다. 자신은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승상이지 않은가?

“그렇지. 큰사람들은 미련을 가지는 법이 아니지.”

“역시 사 승상이십니다.”

도 시랑이 사 승상을 한껏 치켜 세운다. 하지만 사 승상은 왠지 올라가기보단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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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4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189 188. 두 거인巨人 +5 17.08.13 2,351 46 10쪽
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3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4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9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5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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