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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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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7.07.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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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81. 북천과 서천

DUMMY

‘이때다.’

가시위학이 흑의의 등뒤를 향해 재빠르게 섭선을 휘둘러가기 시작했다. 흑의가 북천회의 무인 하나를 치기 위해 검을 내뻗는 순간이었다.

가시위학의 섭선이 흑의의 등을 매섭게 타격하려는 찰나 가시위학은 황급히 몸을 돌려 바닥을 굴러야 했다. 측면에서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날아오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냐?”

가시위학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오의붕경을 비롯하여 뒤엉켜 싸우던 무인들이 모두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가시위학의 내공 실린 목소리가 너무 크고 날카로웠던 것이다.

“당신들의 친구는 아니지요.”

아름다운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리더니 그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는 여인이 바닥으로 내려섰다. 얼굴은 면사로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와 자태 만으로 아름다움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너는 누구냐?”

가시위학이 다시 한번 물었다. 하긴 그것 말고 달리 물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서설란은 사방을 향해 가벼운 손짓을 한번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큭~

으윽~

사방에서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오의붕경을 둘러싸고 있던 여섯 명의 무인들이 한결같이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실로 놀라운 암기술이었다. 암기를 뿌리는 손짓도 인위적인 느낌이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파공성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섯 명의 무인들이 한결같이 심장이 있는 가슴 부위를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추란이 비수를 던졌을 때 한 명이 쓰러지고 한 명이 부상을 입은 것과 비교하면 실로 큰 차이였다.

가시위학은 섬찟했다. 암기가 자신에게로 향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신묘한 손놀림이었다.

이제 북천회의 무인이라곤 가시위학과 흑죽장창 둘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년~”

여섯 명의 무인이 쓰러지자 가시위학이 분노에 젖은 한마디를 길게 뱉으며 섭선을 펼쳐 들곤 서설란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흑죽장창도 같이 덤벼들었다. 흑죽장창이 보기에도 서설란은 가시위학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핑~슝~

서설란이 다시 한번 가볍게 손을 휘젓자, 작지만 응축된 힘이 실린 파공성이 들렸고, 날카로운 것이 살을 파고드는 자그마한 소리도 들렸다. 가시위학과 흑죽장창은 재빨리 소리가 난 곳을 찾느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몸에 별다른 감각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자그마한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자신들의 앞가슴을 내려다봤다.

아니나다를까 앞가슴에 큰 대침大針이 꽂혀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심장 부위에.

두 사람은 믿을 수 없었다. 하찮은 암기 나부랑이에 당할 자신들이 아니다. 사천 당문의 가주라면 모를까 일개 이름없는 여인의 암기에 당할 자신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떻게···”

가시위학이 죽어가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곤 서설란을 바라보다가 털썩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흑죽장창도 마찬가지였다.

위명偉名이 쟁쟁하던 두 고수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두 고수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사람은 당사자들만이 아니었다. 오의붕경도 마찬가지였다.

“누구···”

백의가 서설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만 끝맺지는 못했다.

단 한번의 암기로 가시위학과 흑죽장창을 죽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암기로 일가를 이룬 사천 당문의 가주라도 일격에 두 사람을 죽이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짐작이지만.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비록 강호에 대한 지식이 높다고 자부할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여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었다.

이토록 젊은 여류 고수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다행히 묵진휘의 신위를 보아온 오의붕경이기에 서설란의 무위를 받아 들일 순 있었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고수들의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았기에.

“감사하오. 우리는 오의붕경이라 하오. 한때 북천회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오. 존성대명尊姓大名을 알려주신다면 꼭 은혜를 갚도록 하겠소.”

적의가 포권을 취하며 서설란에게 인사를 올리자 오의붕경 모두가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추었다. 목숨의 은인인 것이다.

“그리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적의 적은 친구라고 생각한 것뿐이니까. 그것보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도록 해요. 지금 놈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말을 마친 서설란이 한 순간에 신형을 솟구치더니 나무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저···”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서설란을 보며 백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군. 도대체 무림에 고수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던 지난 날이 부끄럽군 그래.”

“동감일세. 도대체 묵대협도 묵대협이지만 저런 젊은 여고수는 또 누구란 말인가? 허~참.”

적의의 말에 황의가 받았다. 오의붕경은 위기를 벗어났다는 기쁨보단 서설란의 무위에 대한 놀람이 더 컸기에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일단 자리를 떠야 돼. 놈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는군.”

추란이 말과 함께 신형을 솟구쳐 나뭇가지 사이로 사라지자 네 사내도 모두 추란을 뒤따랐다.



‘어디쯤 놈들의 우두머리들이 있을까?’

전각들에 불을 지른 주은백은 우두머리를 찾고 있었다. 북천회의 수뇌부들이 있는 곳을 알아내려는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전각은 이미 둘러봤다.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조그만 집 한 채만이 남았다. 그 집은 전각이라 부르긴 어려웠고 사당 같은 단칸 건물보다는 조금 컸는데 창고 같아 보였다.

주은백이 전각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마지막 남은 조그만 창고 같은 건물로 시선을 돌렸다.

저곳마저 둘러볼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조그마한 창고 같은 곳에서 웅혼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웅혼한 기운은 어딘가 익숙한 듯도 했지만 이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거대한 것이었다. 그 기운은 갈무리되지 않은 채 마음껏 밖으로 요동치면서 마치 자신을 그리로 오라고 부르는 듯했다.

주은백은 이번에도 잠시 망설였다. 강력한 호기심이 일었지만 그 호기심이 너무도 강렬해서 스스로도 경계하는 마음이 생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스쳐갈 수는 없는 일.

주은백이 조그마한 창고 같은 곳으로 걸어갔다. 창고 같은 곳, 오장 정도에 이르렀을 때 창고 문이 열리며 노인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노인은 강인한 인상이었고, 약간 뒤에 서있는 노인은 강인한 인상의 노인보다는 훨씬 젊어 보였지만 장년을 지난 지는 제법 되어 보이는 점잖은 학사풍이었다.

“젊은 놈이구나. 네 놈은 누구냐? 젊은 나이에 대단한 기도를 가지고 있구나.”

강인한 인상의 노인이 주은백에게 물었다. 묻는 노인의 얼굴에는 한 가닥 흐뭇한 미소마저 어려있었다.

“주은백이라 하오. 당신은?”

주은백이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주은백은 모르는 누군가가 다짜고짜 자신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정주에서도 그 때문에 무림맹 무사들과 충돌이 있었고 몇 사람을 심하게 다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노인의 질문에는 순순히 이름을 밝혔다.

주은백은 눈앞의 노인이 이제껏 만난 적도 본적도 없는 절대고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냥 초절정고수가 아니다.


천외천天外天의 고수···

하늘 밖의 하늘이기에, 일반적인 눈으로는 그 높이를 볼 수도 짐작할 수도 없는 또 다른 세계의 고수. 스승께서 살아계셨다고 하더라도 쉽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노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순순히 이름을 알려줬다. 자신의 이름을 알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름은 잊은 지 오래되어 잘 모르겠네. 그냥 사람들은 나더러 회주會主나 북천北天이라고 부르지.”

노인의 입에서 북천이라는 말이 나왔다. 노인은 한때 스승의 친구였고 그 뒤에는 배반자가 된 북천이었다. 주은백은 북천이라는 말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노인이 미리 보여준 기도가 상상을 불허했기에 북천일지도 모른다고 이미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노인께서 북천이시구려.”

주은백이 담담히 받았다.

“네 놈은 북천이 누군지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네 스승이 누구냐?”

북천이 주은백에게 스승을 묻는다. 주은백이 동천이나 서천, 남천의 전인이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북천이란 이름을 북천회 외부의 사람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가 동서남북과 관계된 자라는 의미였다. 동서남북과 관계된 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름이 북천이기 때문이다.

“서천···”

“서천? 그렇구나. 네가 서천의 전인이로구나. 서천이 제자를 잘 뒀구나. 하하. 그래, 서천은 어디에 있느냐?”

“돌아가셨소.”

“결국···”

북천이 안타까운 듯, 무심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새카맣던 한 밤을 지나고 희끄무레하게 새벽을 알리고 있었다.

“자네가 내 제자인 차시천과 검을 겨루었던가?”

북천의 물음에 주은백이 고개만 끄덕였다.

“자네 사부의 유언이었나?”

“아니오. 그자와 나의 대결은 북천과 서천의 문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소.”

“그럼?”

“그자는 집안의 원수일 따름이오. 이십여 년 전, 고모님을 범하는 바람에 고모님과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 집안을 몰락하게 만들었소. 그 원수를 갚았을 뿐이오.”

주은백의 말에 이번에는 북천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기 때문이다. 대제자 차시천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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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4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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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2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7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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