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510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8.03 15:09
조회
2,345
추천
46
글자
10쪽

183. 지원 요청

DUMMY

“정말 깜짝 놀랐어. 남궁이현의 실력이 언제 그렇게 발전한 거야?”

“나도 놀랐다네. 사실 이 나이에 수련을 한들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겠는가 하고 의심했지. 그래서 수련에 힘쓰지 않았다네. 타고난 자질이나 특출한 스승이 없으면 절정이나 초절정으로의 진입은 애초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포기하고 있었네. 그런데 오늘 남궁이현을 보니 내가 한심스럽고 부끄러워지는군.”

경표의 말에 항백이 동감이라는 듯 놀람과 부끄러움을 표했다.

“아닙니다. 묵진휘 이 친구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리고 아직 갈 길도 멀었습니다.”

항상 겸손한 남궁이현이다.

“아니야. 오늘 부끄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질세. 입으로 자네들에게 수련하라고만 했지 정작 나는 제대로 수련하지도 않았네. 나도 내일부터 새벽수련을 열심히 할 생각이네. 항백과 경표도 그리 생각한다니 나랑 같이 수련하도록 하세.”

“아니···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새벽은···자네가 말을 좀 해보게.”

경표가 두원의 말에 더듬거리다 항백에게 뭔가를 미룬다.

항백이 뭐라 말하려 하지만 관지선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이내 당황스런 얼굴이 되어 입을 닫아 버린다.

“왜, 아무 말씀 하지 않으세요? 한 말씀 하셔야지요.”

당수진이 항백을 보며 재촉한다.

“흠···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두 조장님께서 새벽 수련을 하지고 하셨잖아요? 무슨 말씀이 있으셔야지요.”

“조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면 그런··· 것이~겠지.”

항백이 여전히 새벽수련을 함께 한다는 확정적인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중에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자는 생각에서다. 그런 생각을 이미 꿰뚫고 있는 당수진이 그냥 지나갈 리가 없다.

“그러니까 내일 새벽부터 조장님이랑 함께 수련하는 것으로 약속하는 것이지요?”

“응. 그게~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또 남궁이현과 우리는 가풍家風이 다른 곳에서 자란 관계로··· 새벽 수련의 효과가 항상 동일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노력을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는 바이고···, 동해상단에서 새벽부터 기합소리가 들리면 나이 드신 예단주님 취침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바가 없다고 아니 할 수 없겠지만, 이해하지 못하실 분도 아니라고 짐작하는 것이 불가한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을···”

항백의 비몽사몽 같은 말이 이어지자 모두는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관지선이 끼어든다.

“그래서 약속하신다는 말씀이지요? 혹시 약속하지 않으실 요량이시면 남자답게 아니오 라고 말씀하세요.”

“약속하오. 암~해야지. 자네도 그렇다는 것이지?”

결국 관지선의 협박 아닌 협박에 항백이 약속을 하게 되고 경표까지 끌고 들어간다.

“당연하지요. 아무렴 경표 선배가 새벽수련을 택하지 영약 들어간 밥을 택하겠어요?”

당수진이 경표에게 다시 한번 못을 박는다. 새벽수련과 설사약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다.

“당연하지. 암~ 새벽수련 해야지.”

경표도 마지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약속을 하자 모두가 다시 한번 웃는다.

“수고들 했네. 자네들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거의 삼할 가까운 이익을 봤군. 놈들에게 오할에 물건을 넘겼네. 그런데 놈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걱정일세. 그냥 있을 놈들도 아니고 말이야.”

남태혼이 일행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걱정을 동시에 털어놓는다.

“맞는 말씀이에요. 물론 지금 당장 뾰쪽한 수는 없을 거예요. 새외쌍검이 무기력하게 물러난 마당에 더 강한 고수를 그리 빨리 초빙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놈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만반의 준비를 해야죠.”

관지선이 남태혼과 묵진휘를 번갈아 보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파도소리가 참 좋군요. 달도 참 곱구요.”

주여전이 묵진휘보다 한발 앞서 모래밭을 걷다가 갑자기 서더니 바다 바람을 깊게 들이킨다.

“나도 밤바다의 정취가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소. 달과 파도소리가 참으로 잘 어울리오.”

묵진휘가 주여전 옆에 서서 바다와 바다 위로 떠있는 달을 바라본다.

“바다 옆에 조그만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렇게 합시다.”

주여전의 말에 묵진휘가 대뜸 그렇게 말하자 주여전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묵진휘를 바라본다. 하지만 입을 열지는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 놀라시오? 바닷가에서 살기 싫다는 말이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묵진휘가 약간 짓궂은 웃음을 띠며 주여전을 바라본다. 묵진휘가 짓궂은 웃음을 짓는 것을 처음보는 주여전이다.

주여전은 그렇게 하자는 묵진휘의 말에 놀랐지만, 묵진휘가 워낙 의뭉스럽게 대꾸하자 차마 그 말뜻을 물어보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슴속 심장은 벌써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고 호흡은 조금씩 가빠지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가 맞다면 이것은 청혼과 같은 말이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그 말이 그 뜻이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 말이 그 뜻이 아니라면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묵진휘를 바라보고 있는데 묵진휘가 가만히 주여전의 두 손을 잡는다.

“바닷가에 조그만 집을 짓고 같이 살도록 합시다.”

그리곤 주여전의 두 손을 놓더니 가만히 주여전을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품는다. 주여전이 그렇게 묵진휘의 가슴에 푹 안겼다.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묵진휘가 어느 날 새벽 자신의 방에 들어왔을 때 자신이 먼저 안겼을 때다. 하지만 그땐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경황이 없어 어떻게 안겼었는지, 어떻게 떨어졌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자세히 기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무 따뜻하고 편안한 가슴이다.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다. 주여전은 자신의 세계를 더욱 확실하게 느끼고 싶어 묵진휘의 가슴에서 얼굴을 가만히 비볐다. 바다냄새보다 더 신선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로 파고든다. 그래서 더욱 숨을 깊게 들이키도록 만든다.

“산해진미도 비단옷도 해줄 수 없을 것이오. 하지만 물고기는 내가 열심히 잡아 보리다. 그래도 괜찮겠소?”

여전히 묵진휘의 가슴에 안겨있는 주여전의 귀로 묵진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숨결과 함께 들려온다. 황홀감에 빠져들게 하는 말이다. 이 순간 그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주여전이 묵진휘의 가슴에서 빠져 나와 고개를 들고 묵진휘의 얼굴을, 눈을 바라본다. 그리곤 몇 번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다는 것이다.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비단옷을 어디에 쓰랴···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 공간이면 족한 것이다.



“새외쌍검이 져?”

“그렇습니다. 편장로께서 지원을 요청하셨습니다.”

“동해상단이라 했나? 근자에 상단 주인이 바뀌었다고?”

“그렇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태상호법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긴다. 상황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해정이 위치해 있는 절강성 전체에서 새외쌍검을 가볍게 꺾을 수 있는 고수는 드뭅니다. 동해상단이란 염상에 그런 고수가, 그것도 둘이나 있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놈들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자들입니다.”

곁에서 수하의 보고를 같이 듣던 수호법이었다.

태상호법의 생각도 수호법과 똑 같았다. 해정이라고 하는 촌구석에 그런 고수들이 있다는 것이 얼른 납득되지 않았다.

지금 밀염사업은 회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다. 각 성에 상단을 만들어 수익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몇 곳은 이미 폐쇄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사업을 축소해왔다. 무림맹의 감시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무림맹의 감시가 소홀했으니 상단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으나 상단이라고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활성화시키고, 하루아침에 폐쇄하고 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밀염은 태상호법이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수익사업이었다.

사실 태상호법이 회주인 북천에게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수익사업 운영이었다. 돈은 조직 운영의 젖줄이다. 회주는 뼛속부터 철저한 무인이라 수익사업에 둔감했다. 그는 스스로 천하최강이었다. 그래서 조직의 필요성을 잘 모른다. 조직을 키우는 것은 태상호법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수익사업이 끊어지고 조직이 약화된다면 자신의 존립근거가 약해지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런데 새외쌍검이 패했다면 누구를 보내야 할까?”

태상호법의 고민도 그것이었다. 밀염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새외쌍검이라면 빈객들 중에서도 상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허무하게 패했다면 누구를 보내야 할 것인가?

지난 이십여 년 이상 조직을 육성하고 고수들을 초빙했다. 그런데 지금 보낼 사람이 마땅찮은 것이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수호법이 나섰다. 태상호법의 고민을 아는 것이다. 태상호법의 답답한 곳을 시원하게 긁어 자신의 입지를 계속 다질 필요가 있었다. 토호법은 이공자 옆에서 신임을 쌓고 있다. 자신도 최근 동천의 후예를 없앰으로써 큰 공헌을 세웠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 순 없었다.

“자네가? 자네가 간다면 나로서는 안심이겠지.”

태상호법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한다. 자신도 수호법을 보낼까 생각했지만, 비록 새외쌍검을 이겼으나 들어본 적도 없는 놈들 정도에 수호법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인이 가겠다고 하니 그대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목호법을 데려 가겠습니다. 그리고 음양쌍절도 함께 데리고 가겠습니다.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자네 뜻대로 하게. 하하하”

태상호법이 수호법의 요청을 흔쾌히 수용한다. 사소한 일에도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수호법이었다. 그래서 믿음직했다. 원래 목호법은 수호법과 함께 다녔으니 당연한 요청이었고, 음양쌍절은 쓸모가 많은 살수였으나, 수호법의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중한 존재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2 191. 결심決心 +3 17.08.19 2,239 45 9쪽
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3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189 188. 두 거인巨人 +5 17.08.13 2,350 46 10쪽
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2 42 10쪽
»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39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4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7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1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1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7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2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7 4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