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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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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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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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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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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5. 야망野望

DUMMY

“회주께서 돌아오시는 길이라고?”

“그렇습니다.”

“마교는?”

은균의 보고에 태상호법이 되묻는다. 태상호법은 누구보다 마교의 저력을 잘 알고 있었고, 회주의 무공도 잘 알고 있었다.

둘의 격돌은 태상호법으로서도 흥미진진했다. 물론 하늘에 닿아 있는 회주의 무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회주의 절대우위를 점쳤다. 그렇기 때문에 홀홀단신으로 청해로 찾아가는 회주를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지고 다져진 마교의 역량이었다. 게다가 교주는 천마의 무공을 이었다.


천마天魔, 하늘 아래 누가 있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그의 무공에 필적할까?


다른 일이 없었다면 체면 불구하고 회주와 교주의 격돌을 구경하러 따라 갔을 것이다. 무림사에 다시 없을 일대격전일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을 리 없었다.

“교주가 교를 떠나 있어 회주님과 부딪히지 않았습니다.”

은균의 보고에 태상호법이 입맛을 다셨다. 아쉬웠다. 하지만 언제고 둘의 격돌을 볼 수 있으리라. 그땐 두 눈으로 꼭 보리라.

“그러면?”

“사령주 중 일정령주가 죽고 신기령주는 한 팔을 잃었습니다.”

은균은 회주가 마교 정문을 돌파하는 것에서부터 지주대와 천주대를 무력화시킨 것과 두 영주와의 대결을 소상하게 보고했다. 태상호법의 지시로 은균이 관할하던 감찰부 고수들이 회주의 뒤를 은밀히 따랐던 것이다. 물론 회주가 은밀히 따르는 무인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관여하지도 않을 것을 알았기에 딸려 보낸 것이다.

“그렇군. 어쨌든 대공자의 목숨 값을 받아냈으니 만족하신 게로군.”

태상호법이 회주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마교를 어설프게 건드린 꼴이 된 것은 아닐까요?”

옆에 있던 수호법이 우려를 담아 묻는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테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큰 게 현실이네.

태상호법이 어렵게 말을 한 후 자기 말을 풀어 설명한다.

“센 놈한테 한대 맞으면 곧 복수를 할 것 같지만 덤비면 다시 한대 더 맞을까 싶은 걱정이 먼저 드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네. 그게 약자의 비극이지. 문제는 교주가 직접 맞은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 조직의 수장이 되면 그리 섣부르게 행동하기 어려울 걸세. 물론 가만 있지도 않을 테지만”

태상호법이 풀어 설명한다는 말이 끝에 와서 더욱 애매해 진다. 하지만 수호법은 알아 들었다는 듯이 더는 질문이 없었다.

“북경은?”

“이공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감축드립니다. 하하”

태상호법의 질문에 수호법이 축하 인사를 던진다.

“그래, 최근 정좌시랑政佐侍郞이란 자라에 올랐다지?”

“그렇습니다. 대리청정하는 황태자를 곁에서 보필하는 자리입니다. 이미 조정에서는 작은 승상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합니다.”

“장로들은?”

“성장로가 죽고 나서 다른 장로들의 각오가 남다른 듯합니다. 황장로와 왕장로가 일선에서 지휘하는 통에 강남북에서 모두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무림맹은 우왕좌왕하다 무기력에 빠져 와해상태라는 보고입니다.”

수호법의 보고에, 태상호법의 입에 크게 웃음이 걸렸다.

“모처럼 희소식들이 겹치는군 그래. 모두 장악해야지. 무림이나 황실 한쪽만 장악해선 진정한 남아男兒라고 할 수 없지. 그렇지 않은가? 하하하”

태상호법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 수호법은 호탕하게 웃는 태상호법의 큰 야망에 새삼 놀란다. 태상호법의 야망野望이 큰 줄 알았지만 무림과 황실의 동시 장악이라니.

아직까지 그런 인물은 역사 이래로 존재하지 않았다. 일순간 무림을 일통한 절대고수가 출현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완전한 장악이라고 할 순 없었다. 그냥 그 개인이 천하제일고수 자리에 올랐었고 그가 이끌던 집단이 당시 가장 강한 집단이었다는 의미지 무림을 장악한 것이 아니었다. 최고가 되는 것과 장악한다는 것은 천양지차다. 하물며 무림과 황실의 동시 장악이라니?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일 것이다. 누가 들으면 턱없는 몽상이라 놀릴 것이다. 하지만 수호법의 눈에 태상호법의 야망이 점차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야망이라는 탑이 점차 하늘에 닿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편장로에게 밀염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라 이르게. 동창 놈들도 이젠 관할을 빼았겼으니 걸림돌이 없어진 셈이야. 자금이 더 필요해. 여러 사업을 해봤지만 밀염만한 사업이 없더군. ”

“알겠습니다.”

태상호법의 지시에 수호법이 집무실을 나간다.



“뭐라? 예산을 깎아?”

“그렇습니다. 예산 중 삼할을 깎았습니다. 깎인 삼할은 금의위錦衣衛로 배당되었다고 합니다.”

조부태감의 보고에 곽태감이 의자 팔걸이를 꽉 쥐자 그 부분이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요즘 곽태감의 의자는 성한 날이 별로 없었다.

“사 승상 이 놈이···”

곽태감이 다시 사 승상을 향한 분노를 터트렸다. 일전 대리청정 건으로 사승상을 만나려 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요리조리 피하더니, 기껏 만나서는 자신도 몰랐다는 뻔한 핑계만 댔었다. 그런데 이제 예산까지 깎은 것이다. 예산 편성은 승상부의 업무였다.

이제 사 승상의 마음은 확인된 셈이다. 둘이 먹던 떡을 혼자 다 먹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곽태감은 별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다. 자신의 가장 큰 힘이었던 현 황제는 병중에 있어 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으니 비빌 언덕이 못되었고, 그간의 전횡으로 동창을 두둔할 신하들도 마땅히 없었다. 그렇다고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동창 소속 무인들이 제법 되었으나 이제 예산까지 깎인 마당에 그들 중 상당수가 금의위 등으로 분산될 것이다.

“이놈··· 내 가만 있지 않을 것이야.”

곽태감이 치솟는 분노에 어금니를 꽉 깨문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만 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북천이 마교를 침공해?”

“그렇습니다. 그것도 홀홀단신으로 마교 정문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곱게 늙은 노파가 궁금한 듯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보고하는 미모의 젊은 여인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다행이 교주가 중원에 나가 있어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령주중 일정령주가 죽고 신기령주가 한 팔을 잃었습니다.”

“다행이구나. 자신의 대제자인 차시천의 목숨 값을 받으러 간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늙은 노파가 단박에 사태를 꿰뚫어본다. 남천이었다.

“황제가 황태자로 하여금 대리청정을 시작했습니다. 그 일로 승상부가 뜨고 동창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황야의 측근들이 기습을 당해 모두 사직을 하고 남경으로 물러난 바 있는데, 사람들은 그 소행이 동창이 아니라 승상부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림맹은?”

“와해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습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습니다.”

“급조된 놈들이니 원래 크게 기대할 게 없었지. 쯧쯧”

서설란의 보고에 남천이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서천의 어린 놈은?”

주은백이 서설란의 제안을 거절하고 단독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조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무한에서 교주 일행과 같이 있습니다. 교주의 딸인 유혜연과 정인情人 사이인 것 같습니다.”

“이제 교주는 청해로 돌아갈 테고 그 놈도 따라갈지 어떨지 두고 봐야겠군. 동천의 후예는 찾았느냐?”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데, 정주에서 젊은 고수 한 명이 실종된 듯합니다. 이황야측 사람인 모양인데 북천회의 함정에 빠져 실종되었다 합니다. 북천회가 왜 공녀도 아닌 일개 젊은 무인을 유인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 알아보도록 해라. 원래 중요한 단서는 두드러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법이다.”

“제가 중원으로 다녀왔으면 합니다.”

서설란이 남천의 말에는 눈으로 답하곤 다른 얘기를 꺼낸다. 이번에는 남천이 눈으로 묻는다.

“서천을 다시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지금 북천회를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나 세력은 없습니다. 이황야도 남경에 움추려 있고, 마교는 어수선하며, 무림맹은 와해지경입니다. 그냥 두면 북천회의 힘이 너무 커집니다.”

“하지만 그 놈이 네 말을 듣겠느냐?”

“그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리 생각하느냐?”

남천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서설란이 그리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진 것이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지 않았습니까?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구요?”

남천의 질문에 서설란이 웃으며 대답한다.

주은백이 유혜연과 사랑에 빠져 있으니 이전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바람을 사랑하지만 정작 바람 같아서는 사랑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차시천을 죽임으로서 개인적인 원수도 갚았다. 충분히 변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던 셈이다.

“알겠다. 다녀오도록 해라.”

남천의 웃으며 허락하자 서설란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나간 김에 동천의 후예를 찾아 보도록 해라”

“그리하겠습니다.”

다시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나가는 서설란을 보는 남천의 눈에 애틋함이 배어 있다. 어린 서천 놈에게 정인情人이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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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4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189 188. 두 거인巨人 +5 17.08.13 2,351 46 10쪽
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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