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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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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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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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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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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9. 계약契約

DUMMY

“어서 오십시오.”

동해상단에 세 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두원과 서홍이 세 방문객을 접객실接客室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이분이 동해상단의 새로운 단주님이시고 저는 총관을 맞고 있습니다.”

“반갑소이다.”

서홍이 두원을 손님들에게 소개하자 두원이 점잖게 인사를 한다.

“처음 뵙겠소. 나는 염풍상단의 총관직을 맡고 있는 손천기孫千基라 하오.”

방문객 세 사람 중 가운데 앉은 사람이 자기 소개만 하고 만다.

“두 분은?”

서홍이 양 옆에 앉은 두 사람에게 묻는다.

“이번 낙찰로 인해 많은 손해를 보게 되는 사람들이오.”

손천기가 양 옆에 앉은 사내들을 그렇게만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누군지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염풍상단 사람은 아니란 것은 분명했다.

좌측에 앉은 사내는 날카로운 인상의 장년인이다.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異國的인 인상이다. 태양혈이 섬세하게 돋아있는 것으로 봐선 상당한 수준의 고수일 것이다. 그는 상인이 아니라 무인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총관 우측에 앉은 장년인 또한 날카롭기가 좌측의 장년인과 진배없다. 둘이 풍기는 기운과 분위기는 상당히 유사했다.

“알겠소. 그래 하실 말씀은?”

“이번 낙찰 물량에 대한 것이오.”

“이번 낙찰에 무슨 문제라도?”

“절차에 문제는 없소. 하지만 다른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소.”

“어떤 문제가?”

손천기도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고 서홍도 계속 묻기만 할 뿐이었다.

“문제를 나열할 필요는 없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만 말씀드리겠소.”

“말씀하시오.”

“이번 낙찰 물량을 우리에게 넘기시오. 당신들은 예약 판매한 물량도 없질 않소?”

“그건 그렇소만. 어떻게 넘기라는 거요?”

“당신들이 낙찰 받은 금액에 수고비 정도는 얹어 주겠소.”

“수고비?”

“일푼 얹어 주리다. 이할 이푼. 앉은 자리에서 코도 풀지 않고 일푼의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니 동해상단으로서도 나쁠 건 없지 않소?”

“일푼?”

서홍이 놀란 것처럼 되물었다. 손천기가 동해상단을 호구로 아는 것이다. 손천기의 뻔뻔한 자신감은 양 옆에 앉은 장년인들에게 기반한 것임은 불문가지였다不問可知.

“그렇소. 이것도 생각해주는 거요. 아직 해정에 들어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실 텐데 여기에서 소금 장사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오. 이전 동해상단 예단주가 왜 상단을 팔았겠소?”

“우리를 어떻게 보고 이러는 것이오?”

“서총관 이분들 잘 바래다 드리게. 안녕히 가시오.”

서홍이 손천기를 보며 항의하듯 말하는데 두원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더 이상 대화가 의미가 없다는 의사표시다.

그러자 양 옆에 앉았던 장년인 중 하나가 일어서더니 걸어나가려는 두원을 가로 막는다.

“이게 무슨 짓이오?”

두원이 장년인에게 항의해보지만 장년인은 아무 말없이 두원의 어깨를 잡더니 두원을 자리에 주저 앉힌다. 엄청난 힘이다. 비록 두원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설사 사용했어도 자리에 주저 앉지 않을 수 있었을 지 의문이었다.

“이 무슨 무례한 짓이오?”

“그러길래 내 제의를 곱게 받으라 하지 않았소? 이제는 이할 이푼에 물건을 내어주시겠소?”

손천기가 상체를 서홍 앞으로 숙이면서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그때 문이 열리며 묵진휘와 남궁이현이 들어왔다. 상대들도 방안의 소란을 듣고 경비무사들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오호~경비무사들이 계셨군,”

들어온 경비무사들을 보며 손천기가 피식 웃는다. 들어온 경비무사들이 모두 젊은데다 고수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동해상단은 그리 나약하지 않소. 당신들이 힘으로 핍박한대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오. 당신들의 무례한 요구는 당연히 거절이오.”

두원이 눈을 부라리며 힘주어 말하자 손천기도 의외라는 듯 두원을 바라본다. 이정도 되었으면 겁을 먹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손천기가 묘안이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장사란 무례하게 하면 안되지요. 장사답게 해야지요. 장사가 무엇이요?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해서 이익을 남기는 것 아니겠소? 물론 잘못 투자하면 손실도 보겠지만.

우리 이러는 것은 어떻겠소? 여기 두 분과 우리 쪽 두 사람이 무공대결을 펼치는 것이오. 우리가 이기면 예정가격에 이할을 더한 금액에 물건을 우리에게 건네주시고, 동해상단에서 이기면 다시 이할을 추가해서 예정 가격에 사할 더 얹어 물건을 사겠소. 아니, 통 크게 오할을 드리겠소. 그러면 동해상단에서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이할 구푼을 남기시는 것이오. 어떻겠소?”

손천기가 양 옆에 앉아 있는 중년인을 돌아보며 제안한다. 중년인들에게 제안대로 진행해도 되겠는지 의견을 묻는 것이다. 중년인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어허~장사를 무공대결로 판가름을 보자는 말이오? 그러면 도박과 다름 없질 않소?”

서홍이 넌지시 발을 빼려는 인상을 준다.

“허허. 장사란 게 그런 것 아니겠소. 위험이 작으면 이익이 작고, 위험이 크면 이익도 크지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도박과 비슷해지기도 하는 것 아니겠소?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다 있는 것이 장사 아니오? 어떻습니까 단주님께서는?”

“그럼 결과에 두말 않는 거요.”

“역시 단주님께서는 배포가 다르십니다. 하하. 그럼 약속이 성사된 것으로 하고 내일 정오 해정산 중턱에서 뵙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물론 오늘 약속은 문서로 남겨야겠지요. 장사는 입이 아니라 문서로 완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손천수는 뭐가 그리 기쁜지 연신 웃어댔다. 그는 그 순간에 자신에게 그리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사실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검에는 눈이 없는 법. 목숨을 잃어도 이견이 없음을 그 문서에 같이 기재하시오.”

양 옆에 있던 중년인 하나가 손천기에게 덧붙였다.



“네놈들은 오의붕경이렸다?”

허공에서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이 물었다. 학사건을 단정하게 쓰고 섭선을 손에 쥔 학사풍의 노인, 가시위학假詩僞學 굴피였다. 물론 또 하나의 인물은 검은 대나무로 된 긴 창을 진 흑죽장창 나한열이었다.

오의붕경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상대도 굳이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네놈들은 무학산에서 죽었다고 들었는데?”

“그건 당신들의 희망이겠지.”

“네놈들이 살아 있다면 그 놈도 살아 있겠군.”

가시위학이 말하는 그 놈이란 바로 묵진휘를 말하는 것이다. 가시위학은 무학산에서 묵진휘에게 큰 곤란을 겪을 뻔했는데 수호법이 나타나 타협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배신자들이 간도 크군. 여길 다시 나타나다니. 그 놈도 같이 온 것이냐?”

“다시 말하지만 너희들이 우리를 배신한 것이지 우리가 너희를 배신한 적이 없다.”

백의가 가시위학의 말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나는 네놈들이 배신을 했건 하지 않았건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네놈들을 죽이면 그 뿐.”

가시위학이 손에 들고 있던 섭선을 다른 손바닥에 탁탁 치기 시작했다. 공격을 준비하는 그만의 버릇이다.

가시위학은 비록 말은 가볍게 했으나 사실 오의붕경이 만만찮은 상대임을 알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별검대에서도 상위 수준이었고 다섯의 합공은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처럼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의붕경도 가시위학이 섭선으로 손바닥을 치는 버릇을 알았기에 사뭇 긴장했다. 가시위학 만이라면 충분히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는 가시위학 뒤편에 있는 흑죽장창이다. 게다가 가시위학과 흑죽장창의 등장으로 다시 기세가 오른 여섯 명의 무인이 있었다. 오의붕경 만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렵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선공은 오히려 오의붕경 측에서 시작되었다.

서로 기회를 노리며 대치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렸다. 추란이 비수를 여섯 명의 무인 중 두 명에게 쏘아냈던 것이다.


컥~

비명도 아닌 단말마 소리와 함께 무인 한 명이 목을 움켜쥐며 쓰러지고 있었다. 추란의 비수가 목을 관통했던 것이다. 추란으로서는 운이 좋았다. 가시위학과 흑죽장창이 나타나는 바람에 쓰러지고 있던 자는 잠시 마음을 놓고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비수는 또 다른 무인 하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검을 쥐는 팔의 어깨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년~”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나머지 사내들 중 하나가 추란을 향해 검을 찔러왔다. 그렇게 추란의 공격을 시작으로 양측은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었다.


‘지금 나타난 자들은 제법 기파氣波가 강력하군. 팽팽하겠구나.’

나무 위에서 오의붕경과 무인들간의 싸움을 살피고 있던 서설란의 미간이 가시위학과 흑죽장창이 나타나자 조금 찌푸려졌다.

서설란으로서는 도움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들간의 말을 들어보니 한 때 동료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배신 또는 오해로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

서설란이 이번에는 불이 나고 있는 쪽을 살폈다. 불길은 제법 여러 곳에서 솟구치고 있었으나 여러 사람들이 달라 붙어 불을 끄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잦아들고 있었고, 불길 사이로 한 떼의 무인들이 이쪽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 나무 밑에서 싸우고 있는 다섯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무인들이 추가로 파견되는 모양이었다. 적들로서도 여유가 생긴 것이다.

‘지켜볼 시간이 별로 없군.’

서설란이 품에서 몇 개의 암기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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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2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39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7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1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1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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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2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7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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