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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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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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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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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85. 찾아 나서다

DUMMY

“놈들이 생각보다 조용하군.”

“그렇군요. 이쯤 되면 발톱을 드러낼 줄 알았는데···”

두원의 말에 관지선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약간 모로 꼬며 말한다.

염풍상단에서 오할이나 주고 밀염을 가져간 후 조용한 것이다. 아직 다음 입찰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너무 조용했다.

“그런데 다들 어디 갔지?”

“다들 바쁘네요. 항백과 경표 선배는 새로운 무공을 연구한다고 함께 어디론가 갔구요, 서총관과남 전임총관도 모종의 협의를 진행한다고 어디론가 갔어요. 제가 보기에는 넷이 함께 있을 것으로 추정돼요. 남궁대협은 수련에 열심이시고 당연히 수진이는 그 옆에 있죠. 묵대협은 어디로 갔는지 오후부터 보이지 않으시고 공녀께서는 냉보모와 함께 방에 계세요. 그러니 조장님과 저만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죠.”

관지선이 투덜대는 것처럼 말한다. 평소 이지적이고 흐트러진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던 관지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림맹 현무당 삼조원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 사람들이 변하는 것이다. 항백과 경표가 가진 기질적 요소가 워낙 생존력과 번식력이 높아 같이 있는 사람들을 감염시킨 결과였다.

“관조장도 같이 가지 그랬어?”

“그게··· 기회를 놓쳤어요. 수진이처럼 대놓고 남자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것도 제 체질이 아니고, 그렇다고 공녀처럼 점잖게 방을 지키자니 갑갑하고, 그 사이에서 번민하다 기회를 놓친 셈이죠.”

“하하하. 관조장이 그리 얘기하니 마치 딴 사람이 된 듯하네.”

“그러게요. 제가 어쩌다 이리 된 거죠?”

“우리도 술 한잔하면서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연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두원이 관지선에게 술 한잔하자 그런다. 두원이 보기에도 관지선이 무척 많이 변한 것이다. 그런데 그 변화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사람이 너무 각 잡고 살면 피곤한 것이다. 그럴 필요 없다. 인생은 짧기에.

“좋은 생각이세요.”

관지선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번진다.



희미한 불빛이 틈새로 새어 들어오지만 어둠은 여전하다. 묵진휘가 눈을 감고 수평으로 길게 뻗은 나무기둥에 앉아있다. 사람 머리통 크기 이상 되는 나무기둥은 사각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대들보다.

묵진휘가 대들보에 앉아 천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서홍이 종종 하는 짓을 묵진휘가 하고 있는 것이다.


“손실을 어떻게 보존해 주실 것이요?”

신경질이 가득 묻은 날카로운 목소리다.

“어허~기다려 보시오. 우리도 물량을 더 늘이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요.”

점잖은 목소리의 사내가 신경질이 가득한 초로의 목소리를 달래지만 그리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게 언제란 말이오? 사실 우리가 밀염을 취급한다고 수익이 그리 늘어난 것도 아니오. 알짜배기 수익은 당신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지 않소?”

“말씀이 지나치시오.”

점잖게 달래던 사내의 목소리가 급격히 싸늘해졌다. 그러자 신경질이 잔뜩 묻은 사내의 목소리에 날카로움이 덜해진다.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이지 않소? 이번에 고스란히 삼할의 손실을 보았소. 물론 예약 부도의 경우 물건 값의 두배를 물게 되니 그보다는 낫지만 삼할이라는 손실을 보전하려면 밀염을 평소보다 세배가까이 더 공급받아야 되는데 평소와 다름 없기에 드리는 말씀이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 그러지 않소. 그렇잖아도 높으신 분을 찾아 뵙고 염풍상단의 사정을 말씀드리려는 참이었소. 조금 더 기다려 보시오.

다시 점잖은 기색으로 돌아온 사내가 염풍상단의 손천기 총관을 달랜다.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제안해 삼할의 손해를 본 손천기였던 것이다.

“부탁드리오.”

결국에는 사정조로 변한 손천기였다. 큰 손해에 신경질이 났지만 상대는 밀염조직이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해정관아에서 밀염을 항의했던 염상 중 하나가 다음날 해정 앞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지 않았던가? 손해보다는 목숨이 중한 것이다.

손천기가 품에서 전낭 하나를 꺼내 은밀히 사내에게 건넨다.

“흠흠··· 내 노력해보리다.”

점잖은 목소리의 사내가 전낭을 살며시 건네 받곤 방문을 열고 나선다.

사내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대들보에 걸터앉아 있던 묵진휘가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해정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서너 채의 전각으로 구성된 장원 하나가 해송海松 사이로 우뚝 서있다. 마당에는 작은 횃불들이 이곳 저곳에서 타오르고 있어 칠흑漆黑 같은 어둠과 싸우고 있었다.

염풍 상단 손천기의 방에서 나온 사내가 들어간 곳이다.

묵진휘가 몸을 날려 가볍게 담을 넘으며 그대로 전각 지붕으로 날아 오르더니 처마 밑을 통해 대들보로 숨어든다. 사내가 들어간 전각의 방이다.

“염풍상단을 다녀왔습니다.”

“투덜거리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내기 비무에 져 오할을 추가 지급하고 소금을 얻는 바람에 삼할 이상의 손실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그에 해당하는 밀염을 제공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분위기입니다. 다가오는 입찰을 배당 받은 정석상단貞石商團도 이할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동해상단이 삼할 가까운 이익을 앉은 자리에서 봤다는 소문이 해정에 쭉 퍼졌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해정지역의 밀염을 담당하고 있는 횡일수전의 성대주成隊主 보고에 후명신이 머리에 손을 갖다 대더니 생각에 잠겼다. 보고를 하는 성기철은 주머니 속의 전낭을 생각하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하고 있었다.

“큰일이군. 소금 생산은 한정돼있고 입찰물량도 더 줄일 수 없으니 밀염 물량을 어떻게 증가시키겠는가?”

“부전주님께서도 이미 아시겠지만 동해상단이 문제입니다. 입찰 시장을 흔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조치가 필요합니다.”

“나도 동감이네. 그래서 이미 지원을 요청했으니 곧 손님들이 오실 것이네. 그때까지만 기다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성대주가 인사를 한 후 후명신의 방을 나섰고 후명신도 곧 이어 방을 나섰다. 전주인 천형탁에게 가려는 것이다. 물론 대들보 위의 묵진휘도 일어섰다. 부전주라고 불리운 사내를 뒤따르려는 것이다.


“전주님, 후명신입니다.”

“들어오시오”

부전주 후명신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의자에 앉아있던 천형환이 맞은편의 의자를 손으로 가리킨다.

‘후명신?’

역시 대들보에 은신해있던 묵진휘가 잠깐 놀란다. 익숙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놈들의 자금집결처였던 계좌의 명의인이 후명신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놈들도 그 놈들인 것이다.

묵진휘는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았다.

“태상호법께서 보내주신 손님들이 언제쯤 오시나 해서 들렀습니다. 저번 비무에서 새외쌍검이 진 이후 해정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염풍상단에서도 계속 항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음 입찰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사태를 매듭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후명신이 사태의 심각성을 거론한다. 태상호법이 보낸 고수들이 동해상단을 짓눌러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충분히 상황을 인식하고 있소. 좀 전에 편장로님으로부터 손님들에 대해 들었소. 내일 해지기 전에 이곳으로 오신다고 했으니 내일 밤이면 동해상단은 정리될 것이오.”

“다행이군요. 하지만 새외쌍검까지 당한걸 보면 놈들도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이번에 오시는 손님들은···”

후명신이 우려를 표명한다. 이번에 오는 고수들마저 패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되기 때문이다.

“부전주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오.”

천형환이 웃는 얼굴로 후명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누가 오시기에?”

후명신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되물었다.

“하하. 극비사항이지만 내 특별히 부전주에게는 알려드리겠소.”

천형환이 상체를 후명신에게로 깊숙이 기울이며 한껏 목소리를 낮춘다.

“편장로께서 살짝 귀뜸해주셨는데, 수호법과 목호법께서 같이 오시는 모양이오.”

천형환이 말을 한 후 습관적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조직에서 호법들의 움직임은 항상 극비였던 것이다.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두 분께서 오신다면···”

후명신의 얼굴에 희색이 돈다.


‘수호법과 목호법?’

대들보 위에 있던 묵진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무악산에서 만난 수호법이란 자는 자신이 회의 호법이라 하지 않았던가?

오의붕경을 묶어놓곤 자신을 기다리던 수호법의 히죽 웃던 얼굴이 떠오른다.

묵진휘로서도 돌려줘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다.

목호법이라면 항상 은밀히 숲에 숨어 비수를 날리던 자일 것이다. 이번에 다시 두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렇소. 그러니 부전주께서는 계획대로 모든 일을 진행하도록 하시오. 해정 관아의 최고입찰관에게도 물량을 늘려달라고 상당한 대가를 제공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용건이 마친 후명신이 천형환의 방을 나옴과 동시에 묵진휘도 대들보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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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1. 결심決心 +3 17.08.19 2,240 45 9쪽
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4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189 188. 두 거인巨人 +5 17.08.13 2,351 46 10쪽
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1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3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4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9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1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4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5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70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2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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