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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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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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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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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7.1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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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2. 목걸이를 찾아라

DUMMY

“노인에 대해 말해보라.”

약품 처리를 해 썩지 않고 관에 잘 보존된 일정령주의 시신을 면밀히 살피며 교주가 갈군형에게 묻는다. 신기령주도 있었으나 아직 내상이 완쾌되지 않아 갈군형에게 묻는 것이다.

“이름은 북천이라 했습니다. 나이는 칠십 전후였고 보통 체격에 다부진 인상이었습니다. 흰머리에 흰수염을 길렀으나 그리 특징 있는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마교를 방문한 이유는 제자와 제자를 보필하던 세 사람을 잃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 사람의 시신에서 극양지공의 특성이 있었고 마기가 강하게 남아있어 마교의 소행으로 짐작했다 합니다. 전후前後를 들어보니 일정령주의 손에 세 사람이 죽은 것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대제자는 일정령주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때 유긍연이 나서며 부여 설명을 한다.

“그때 사령주 뿐만 아니라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북천의 대제자란 자는 적발의 차시천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를 죽인 것은 바로 무한에서 만났던 주은백입니다. 대제자의 수하들이 싸움에 끼어들려 하길래 일정령주가 수하들을 맡았던 것입니다.”

유긍연의 얘기는 교주도 무한에서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유긍연, 유혜연이 주은백과 만난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였다.

“계속하라.”

교주가 갈군형에게 계속해서 얘기하라 지시한다. 비록 알고 있는 얘기일지라도 혹시 모를 단서가 있을까 해서다.

“북천이란 노인 홀로 교敎의 정문에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정문 경비무사들이 제지했지만 불가항력이었습니다. 뒤이어 지주대 오십 여명이 출동했지만 막지 못했고, 천주대까지 출동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때 소식을 듣고 두 영주와 제가 나간 것입니다.

두 영주께서 노인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고 처음에는 교주님을 찾았습니다만 교주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는 말을 듣곤 두 영주와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이름은 북천이라 했고 제자와 보필하던 사람들의 목숨 값을 받으러 왔다 했습니다. 이에 일정령주가 당사자는 자신이니 자신과 승부를 보자고 했지만 북천이란 노인은 신기령주까지 함께 덤비라고 했고 곧 세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갈군형이 숨을 한번 골랐다가 말을 이었다.

“노인이 첫 공격을 두 영주에게 양보했습니다. 이에 일정령주는 일염장日炎掌으로, 신기령주는 일검만시一劍萬矢로 노인을 공격했습니다. 노인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그저 날아오는 두 공격을 맞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영주의 공격은 노인의 호위막을 뚫지 못했습니다. 그 뒤부터는 상호간의 공방이 이어졌습니다만 사력을 다하는 두 영주와 다르게 노인은 그리 사력을 다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곧 노인의 심검心劍에 의한 이기어검술의 공격이 있었고, 첫 번째 공격은 두 영주가 막았습니다만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그만···”

갈군형이 그까지 말하고는 말을 맺지 못했다.

“두 번째 이기어검은 첫 번째 심검에 의한 연속적인 것이었나? 아니면?”

“첫 번째 공격에 심검 두 자루가 생겼고 두 번째 공격 때는 다시 새로운 심검이 만들어졌습니다. 도합 네 자루의 심검이 두 영주를 공격했습니다.”

갈군형의 대답에 교주가 상념에 잠긴 듯했다.

“어떠했소?”

갑자기 눈을 번쩍 뜬 교주가 옆에 있던 신기령주에게 물었다. 어깨에는 천을 칭칭 감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두 눈에는 여전히 정광淨光이 흘렀다.

“대단한 위력이었습니다. 첫 번째 심검은 어찌 어찌해서 막았지만 두 번째 심검이 정면에서 다시 날아오고, 첫 번째 심검 또한 방향을 바꾸어 뒤에서 공격해오는데 저로서는 하나를 막는 것도 벅찼습니다. 게다가 북천이란 노인네는 갈군사의 말대로 그리 사력을 다하는 눈치도 아니었습니다.”

신기령주가 그날을 다시 회상하는 듯 말을 하면서 지긋이 눈을 감는다.

“도대체 북천이라는 노인네는 누굽니까? 혹시 짐작 가시는 거라도?”

성휘령주가 딱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묻지만 어투는 교주에게 묻는 것이었다.

지금 이자리에는 교주와 유긍연, 일정령주를 제외한 사령주, 갈군형이 있었다. 마교 최고의 수뇌부 회의인 셈이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오. 하지만 지금 중원 곳곳에서 북천회가 암약하고 있소. 습격 등으로 무림맹을 무력화시키고 황실로도 세력을 뻗치는 모양이오. 우리에게 나타난 북천은 북천회와 관련이 있지 싶소. 아마 회주쯤 되겠지.”

“언제 중원에 그리 강한 자가 있었단 말씀입니까?”

교주의 말에 성휘령주가 다시 묻는다.

“내가 알기로, 그들의 역사는 우리를 능가할 지도 모르오. 문뜩 그런 생각이 드는구려. 사령주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에게는 유훈이 있소. 파천무를 익히기 전에는 세상에 나서지 말라는. 나는 그 유훈이 아마 그들 때문에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드오. 이백여 년 전 파천마제께서도 아마 그들과 부딪힌 후 다시 교로 돌아오신걸 게요. 이제 자명해졌소. 파천무를 얻기 전에는 북천이라는 노인네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교주의 말에 모두는 속으로 매우 놀랐다. 교주 스스로도 북천이라는 노인네를 상대하기 벅차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마교도들에게 교주는 하늘 그 자체였다. 그런 하늘이 상대하기 벅차다고 솔직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오시면?”

갈군형이 교주에게 묻는다. 갈군형은 교주가 돌아오면 바로 북천이란 노인네를 찾아 복수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교주에겐 다른 생각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복수보다는 목걸이 열쇠를 찾아 파천무를 익히는 것이 우선이겠지.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은 법이라 했네. 지금부터 나는 다시 중원으로 나가 열쇠를 찾을 것이네. 긍연이는 이곳에 남아 교를 안정화시키고 수련에 열중하도록. 절대 복수심에 불타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도록. 사령주께서도 이곳에 남아 소교주를 보필해주시오.”

교주가 단번에 지시를 내린다. 교주의 지시는 하늘이 내리는 엄명이다. 반론이 있을 수 없다.

“복명”

유긍연과 사령주, 아니 이제 삼령주다, 갈군형이 허리를 굽히며 복명을 외친다. 이로써 큰 방향은 정해진 셈이다.



북경 외곽의 장원에 다시 관복을 입은 젊은이와 무복을 입은 뚱뚱한 체구의 장년인이 마주 앉아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일전에 곽태감이 사승상의 초대를 받아 술자리를 가졌던 장원이었다.

관복을 입은 젊은이의 곁에는 절세미녀가 앉아 술을 따르고 있었다. 바로 곽태감이 침을 질질 흘렸던 그 여인이었다. 장원이 기루가 아니니 기생일 리 없지만 그렇다고 여염집 아낙네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다소곳한 모습이 기생과는 거리가 멀고,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와 갖춰 입은 옷 매무새가 여염집 여인이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무림은 어떠하오?”

젊은이가 장년인에게 묻는다.

“황장로와 왕장로가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합니다. 여기저기에서 기습을 하자 무림맹은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모두 각자의 사문으로 뿔뿔이 흩어져 와해지경이라 합니다. 그리고 회주님께서 대공자에 대한 목숨 값을 받으러 가셔선 홀로 마교 본산을 쑥대밭으로 만드셨다 합니다.”

“사형을 그리 만들곤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지. 크흣”

장년인이 보고하듯 말하자 젊은이가 코웃음을 흘린다. 젊은이는 최근 도 시랑으로 승진한 도 학사였다.

“이공자···아니 시랑께서는 어떠신지요?”

“쭉정이 같은 황태자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 흐흐흐”

“감축드립니다. 이제 황실의 모든 힘이 시랑의 손에 있습니다. 하하하”

“아직 그리 소리 내어 웃긴 이르오. 썩어도 준치라고, 사 승상과 곽 태감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소.”

“그들이야 이젠 종이 호랑이에 다름 아니지요.”

“그들이야 그렇다 해도 문제는 이황야요. 그가 살아 있는 한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

“그도 이름뿐입니다. 실제적인 힘이 없지요. 곧 말라버릴 것입니다.”

“아무튼 토호법이 애쓰셨소. 놈들이 모두 사퇴하고 남경으로 도망가버리니 조정에서 일하기가 너무 쉬워졌소. 반대하는 놈이 하나도 없어. 하하하”

도 시랑이 술잔을 들자 토호법도 술잔을 따라 들더니 이내 잔을 비워버린다.

“태상호법께선 잘 지내시오?”

술잔을 탁자에 소리 나도록 내린 도 시랑이 태상호법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십니다. 요즘 심기가 무척 편안하시다 합니다. 특히 동천의 후예라는 놈을 잡아 매우 흡족해하신다 들었습니다.”

“그 소식은 나도 들었소. 수호법이 대단한 역할을 했더군. 하나 아쉽게 되었소. 동천의 후예라는 놈을 보고 싶기도 했었는데.”

“수호법의 함정에 빠진 것을 보면 그리 대단한 놈은 아닐 것입니다.”

도 시랑의 아쉬움에 토호법이 대답한다. 도 시랑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면서 수호법을 은근히 깎아 내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렇군.”

술이 들어갈수록 젊은이, 도 시랑의 태도는 조금씩 건방져졌다. 토호법에 대한 조금의 예의와 격식도 점차 사라져가고 없었다.

“아무튼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가는군.”

“그렇습니다. 이제 천하가 이공자님의 발 아래에 엎드릴 것입니다.”

“크하하하”

토호법의 아부 같은 말에 북천의 이공자이자 황실의 시랑인 도수가 크게 웃는다. 평소 같으면 냉정을 유지했겠지만 오늘은 주기酒氣도 고스란히 유지해 얼큰하게 취한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술이 취해 흥이 돋우면 여자가 보이는 법이다.

“너도 한잔 하거라.”

도 시랑이 자신이 마신 술잔을 옆에 앉은 여인에게 내민다.

“술을 못하옵니다.”

“술도 음식. 못 먹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 어서 쭉 들이키도록 해라.”

도 시랑이 술잔을 더욱 여인 얼굴 쪽으로 내민다.

“죄송합니다. 술을 못하옵니다.”

여인이 다시 한번 사양한다.


짝~

“못하는 것은 없느니라. 하지 않을 뿐이지.”

도 시랑이 여인의 뺨을 소리나게 때린다. 어느덧 불콰하게 올라 있던 주기酒氣는 사라진 채 냉혹한 빛이 감도는 차가운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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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4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9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5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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