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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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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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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7.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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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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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9쪽

176. 낙찰落札

DUMMY

“오늘도 허탕이군.”

“기다려 보세. 적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잖은가?”

백의가 투덜거리자 흑의가 점잖게 응수한다.

오의붕경은 태원에서 별검대의 흔적을 찾으려는 것이다. 별검대의 훈련지침 중에는 정주 외에도 유사시 태원에서 집결하도록 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장소는 그 시점에 알려준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래서 오의붕경은 태원 외곽에 허름한 농가 한 채를 빌려 근거지로 삼곤 낮에는 개인별로 흩어져 태원 일대에 잠복하면서 별검대를 찾았다. 물론 약간의 변장을 통해 기존 별검대 동료들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했다.

밤이 늦어지고 있었다. 오의붕경은 모두들 돌아왔지만 아직 적의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방정 맞은 소리하지 말게. 말이 씨가 되네.”

“걱정되니까 하진 소리잖아.”

“누군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만들 하게. 이러다가 자네들끼리 싸우겠네.”

“냅둬. 얘들은 싸우면서 커는 거니까.”

백의와 흑의가 토닥거리자 황의가 말렸고, 청의 추란은 말리는 황의를 말렸다.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추란의 얘기에 백의와 흑의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토닥거림을 멈춘다. 본래 멍석을 깔아주면 하던 지랄도 멈추는 법이다. 추란에게 한마디 하려 해도 이내 나이도 어리니 애들이지 하는 소리와 동굴에서의 약속을 잊었느냐고 따지면 할말이 없는 백의인지라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입을 닫고 말았다.

그때 방문이 덜컥 열리며 적의가 들어온다. 들어오는 적의의 얼굴이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다. 경신술을 발휘해 달려왔음이 틀림없다.

“찾았어.”

“누굴? 그래?”

적의의 말에 백의가 이해를 못해 되묻다가 바로 말을 바꾼다. 무얼 말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별검대 몇 놈이 태원 외곽의 작은 객잔에서 술을 마시러 막 들어갔어. 지금 가면 아직도 놈들이 술을 마시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어서 가세.”

적의의 말에 황의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방문을 열고 나간다.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무엇을?”

“일전에 곽태감이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게 무엇인지 알았단 말입니다.”

“그래?”

정조장의 말에 강부태감이 솔깃해졌다. 승상부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꺼리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장이 강부태감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와 강부태감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댄다.

“곽태감이 조부태감을 통해 이황야와의 접촉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뭐라? 이황야?”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하는 정조장에 비해 강부태감의 목소리는 너무 컸다.

“쉿~”

정조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다. 멀리서 누가 보면 정조장이 상급자인줄 알 것이다.

“정말인가? 그게”

“제가 누구 안전眼前이라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감히”

“어떻게 알았나?”

강부태감이 은근한 어조로 묻는다. 정보의 내용은 정보의 출처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는 법이다. 그래서 출처를 알아야 한다.

“조부태감이 아직 저를 믿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젊은 여자가 좋아하는 선물을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젊은 여자라도 신분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선물이 다르니 구체적으로 어떤 분을 위한 것인지 말씀해 달라고 했죠.”

“잘했군. 그랬더니?”

“조부태감이 잠시 주저주저하더니 제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이황야의 공녀라고 하더군요. 이황야가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애지중지한다는 것은 온 조정朝廷이 다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공녀의 선물을 준비한다는 것이 바로 이황야와 접촉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정조장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동창과 이황야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고, 한 배에 탄 원숭이와 개의 사이였다. 아무도 그들이 협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관계도 달라지는 법이다. 강력한 새로운 적이 생기면 어제의 적은 동지가 될 수 있다.

“이 얘기는 다른 데서는 일체 입 밖에 내지 말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정조장에게 입단속을 시킨 후 정조장과 헤어진 강부태감이 승상부로 발걸음을 총총 옮겼다.



“이제부터 입찰을 진행하겠소. 정해진 순서대로 입찰함에 입찰 금액을 기재한 입찰서를 넣도록 하시오. 먼저 소주상단부터 시작하시오. 입찰이 끝나면 바로 입찰함을 개봉하여 낙찰자를 정하도록 하겠소.”

입찰관이 마당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자 그 중 한 사람이 마당 한가운데에 설치된 입찰소로 들어갔다. 소주상단의 총관이었다. 입찰함은 하얀 광목으로 둘러 쌓여 있는 입찰소 안에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입찰소는 해정관아의 포졸들에 의해 에워 쌓여 있었다.

곧 입찰소로 들어갔던 소주상단 총관이 나왔다. 사실 미리 준비한 입찰서를 입찰함에 넣고 나오는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일이 없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진행된 입찰은 염풍상단을 이어 동해상단이 입찰서를 입찰함에 넣고 나오면서 끝이 났다.

“곧 최고입찰관이 배석하시면 바로 입찰함을 개봉해 일찰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겠소.”

입찰관이 말을 마치곤 자리에 앉아 최고입찰관이 관사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이번에는 누가 입찰을 받으려나?”

“누가 받는 것이 뭐가 중요하겠나? 입찰금액이 중요하지. 얼마에 낙찰되려나?”

“도대체 왜 그리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지? 그러면 손해가 날 텐데··· 이해가 안되는군.”

“나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설마 염상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낙찰을 받겠는가? 그 나름대로 무슨 꿍꿍이속이 있겠지.”

마당에 모여있던 구경꾼들이 저마다 한 소리씩 한다. 이들도 소금 장사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나 입찰에 참여한 염상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입찰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입찰에 참여한 염상들보단 구경꾼들이 더 조바심을 태우며 최고입찰관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최고입찰관이 느긋한 걸음걸이로 관아에서 걸어 나와 준비된 의자에 앉자, 입찰함이 최고입찰관 앞으로 옮겨졌고, 몇 명의 관리가 각기 열쇠를 들고 와 자물쇠를 풀고는 입찰함을 개봉했다.

“이제부터 차례대로 입찰금액을 공개하겠소. 입찰금액은 예정가격 기준으로 얼마나 더 높게 제시했는지를 공개하는 것으로 하겠소.”

입찰관이 큰소리로 마당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입찰 방식을 알렸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입찰 방식이었다. 작년만 해도 오전에 입찰을 하고 오후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금은 연속으로 진행했고, 입찰금액도 금액 자체가 아니라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비율을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러나저러나였지만.


“먼저 소주상단이오. 소주상단 일할 삼푼.”

입찰관이 입찰함에서 상단 이름이 적힌 봉투를 개봉해 큰 소리로 발표하고선 봉투째 최고입찰관에게 올렸고 최고입찰관은 입찰관의 발표 내용과 입찰서에 기재된 내용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공개되기 시작한 입찰금액은 일할 사푼, 일할 오푼으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염풍상단에 와서는 이할이 되었다.

“이번에도 결국 이할이 낙찰금액이 되겠군.”

“동해상단이 아직 남아 있지 않나?”

“근래에 들어 계속 낙찰금액이 이할이지 않던가? 그리고 동해상단은 저번 입찰에서도 일할 삼푼 정도 밖에 제시하지 않았지 아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동해상단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네. 새로운 주인이 엄청난 부자라고 하던데 또 모르지?”

“그래? 예 단주가 동해상단을 팔았군 그래. 쯧쯧”

“어쩌겠는가? 입찰금액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그걸 쫓아가자니 가랑이가 찢어지겠는걸.”

“그게 다 밀염을 취급하지 않아 그러는 거네.”

“쉿 조용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밀염 얘기를 하는가? 그러다가 경을 칠 것이네.”

입찰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구경꾼들 입에서 밀염 얘기가 나오자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목소리를 낮추라고 타박한다. 밀염은 해정에서는 금지어인 셈이다.

“이제 마지막이오. 동해상단 입찰서를 발표하겠소.”

입찰관이 입찰함에서 마지막 남은 봉투 하나를 꺼내 들곤 가위로 봉투를 개봉하더니 속에 있는 입찰서를 꺼내 읽는다.

“동해상단···.”

입찰관이 동해상단을 큰 소리로 부르더니 갑자기 입을 닫곤 고개를 숙여 입찰서에 얼굴이 닿도록 갖다붙였다.

“동해상단···”

입찰관이 다시 한번 동해상단을 호명했지만 여전히 금액을 읽지 못하고 있다.

“어허, 어서 읽지 않고 무얼 하는가?”

보다 못한 최고입찰관이 동해상단의 입찰서를 쥐고 말없이 서있는 입찰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동해상단···이할 일푼이요.”

입찰관의 결과 발표에 최고입찰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찰관 쪽으로 걸어가더니 입찰관이 쥐고 있던 동해상단의 입찰서를 빼앗듯 낚아채선 입찰서를 두 손을 펼친다.

“이할···일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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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4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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