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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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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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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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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8.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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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1쪽

190. 빚을 돌려받다

DUMMY

여러 개의 검이 묵진휘의 몸 곳곳을 찔러오는 듯한 상황에서 묵진휘가 부드럽게 검을 한번 휘둘렀다.


촤촤촤촤촹~

금속끼리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더니, 묵진휘에게로 달려들던 수호법이 뒤로 몇 발짝 물러선다. 그리곤 묵진휘를 조금 놀라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묵진휘가 자신의 화려한 변검을 단 한번의 휘두름으로 모두 막아냈기 때문이다. 회주의 제자들이라도 단 한번 검을 휘둘려 자신이 시전한 변검을 모두 막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놀람은 그 뒤였다.


크윽~

외마디 비명이 들리며 누군가가 땅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수호법의 뒤편에 서있던 음양쌍살 중 사내가 미간에서 핏물을 쏟으며 쓰러진 것이다.

으으으흐···

신음소리인지 울먹이는 소리인지 모를 낮은 소리를 내며 음양쌍살 중 여인이 땅바닥의 사내로부터 몇 발짝 뒷걸음질 친다. 두려운 것이다. 회會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고수인 수호법을 상대하면서도 어느 틈엔가 동료를 죽인 묵진휘에게 두려움을 느낀 탓이다.

숱한 살수행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죽인 음양쌍살도 자신들의 죽음은 두려운 모양이었다.


묵진휘는 일찍부터 수호법의 뒤에 서있던 음양쌍살을 알아봤다. 항주 부근에서 소년을 이용해 자신에게 비열한 살수殺手를 사용한 음양쌍살에게 베풀 자비는 없었다.

음양쌍살 중 사내가 쓰러지자 누구보다도 제일 놀란 사람은 수호법이었다.

자신과 상대 중에 언제 음양쌍살을 공격했단 말인가?

자신은 보지 못했다. 그 말은 그 공격으로 자신이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수호법의 등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있었던 수호법이었다. 등에 식은 땀을 흘린 기억 자체가 없었다.

수호법이 이를 악물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니 최선으론 부족하다. 사력死力을 다해야 한다.

수호법이 좀 전과 비슷한 변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이가 있었다. 변화의 곳곳에서 손목을 좌우로 회전시켜 검을 빠른 속도로 비틀었다. 그러자 여러 개의 검 속에서 와류渦流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곤 생겨나자 마자, 마치 쏘아 보낸 검강劍剛처럼 소용돌이치며 묵진휘에게로 나아갔다. 여러 개의 변검이 언제 묵진휘를 찔러갈 지 모르는 판에 다시 여러 개의 와류가 묵진휘에게로 쏘아져 가는 것이다. 그것도 불규칙적으로.

수호법이 수 개의 와류를 묵진휘에게로 쏘아보낸 후 신형을 날리며 다시 묵진휘에게로 날아들었다. 와류와 수호법의 변검들은 시간차이를 두고 묵진휘에게로 날아갔다. 아니 어떤 것은 동시에 날아가기도 했다.

묵진휘가 가볍게 검을 내려긋자 묵진휘 몸 앞에 구름이 낀 듯 희미하면서도 뿌연 막이 형성되었다. 막은 어떤 곳은 투명하고 어떤 곳은 흰색으로, 어떤 곳은 회색을 띄고 있어 조금 멀리서 보면 희미하면서도 뿌연 막처럼 보였던 것이다.


묵운경막墨雲傾幕···

예전에는 묵운외기를 이용하여 시전할 수 있었던 묵운신공의 보호막이었지만, 산기창공散氣創空을 깨우치면서 묵운내기와 묵운외기가 통합된 묵운기를 운용하여 처음 만들어 본 것이다.


펑..펑···퍼퍼퍼펑···

가볍고 부드러운 소리가 묵운경막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수호법의 와류가 와서 부딪히는 소리였고 곧이어 변검들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묵진휘는 묵운경막에 부딪히는 소리가 예전과는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로 비교해볼 때 예전의 묵운경막에 비해 지금의 묵운경막은 훨씬 탄성이 커졌다.

내공을 운용하여 형성하는 기운은 단단한 것을 선호한다. 검기나 검강 등이 물렁하다면 공격에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단한 방향으로만 발전해왔다. 보호막도 그랬다. 하지만 보호막은 공격할 때와 성질이 달랐다. 보호막은 충격을 받는 곳이다. 충격에 강해야 한다. 딱딱한 것이 충격에 강할 것 같지만 탄성이 강한 것이 충격에 훨씬 강하다.

그러나 내공을 탄성 있게 발휘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아니 그런 개념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공격 시에는 단단하게, 수비를 위해서는 탄성 있게, 상황에 따라 달리 내공을 운용한다는 것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일이었다.

그런데 묵운경막은 상당한 탄성을 가지고 있었다. 산기창공散氣創空을 획득하면서 달라진 변화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펑~

마지막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수호법의 신형이 마치 무언가에 튕긴 듯 뒤로 날아갔다. 십여 걸음 이상 뒤로 밀려난 수호법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힘들다기 보다는 긴장한 탓이다. 아니,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한 탓이다.

‘저것이 보호막인가? 보호막이 어찌 탄성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수호법은 자신의 공격이 묵진휘의 보호막을 뚫지 못한 것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의문이 먼저 뇌리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와의 대결에서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상대를 제압할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필패의 형국이다.

수호법이 그것을 깨닫고 뇌리에서 의문을 지우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크윽~

큭···

이번에는 두 개의 비명소리였다. 수호법이 뒤를 돌아봤다.

음양쌍살의 여인과 천형환 전주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해정으로 오면서 음양쌍살을 데려왔다. 혹시나 해서다. 음양쌍살 개개인의 무공은 초일류라고 할 수 없었으나 상황을 기획하여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음양쌍살에게 내려진 과업이 실패로 돌아간 적이 없는 이유다.

수호법은 무공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 점을 망각하는 순간 아무리 고수라도 죽음을 피해가기 어렵다. 강호에서 고수가 하수 손에 죽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음양쌍살이 뭔가를 시작도 해보기 전에 죽어버린 것이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허무하기는 천형환 전주도 마찬가지다.

북천회에서 전주殿主 자리에 오르기란 정말 어렵다. 무공이 강하다고만 되는 것도 아니다. 머리가 좋다고만 되는 것도 아니다.

무공도 강해야 하고, 머리도 좋아야 하며, 업적도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운이 좋아야 했다. 그런 사람이 전주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전주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 땅바닥으로 풀썩 쓰러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호법은 어이가 없었다.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자신을 상대하면서 다른 사람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감히 북천회의 수호법인 자신 앞에서.

수호법이 무시당하고 있단 생각에 어금니를 깨물고 있을 때, 뒤에 있던 편장로와 후명신 부전주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이미 그들 옆에는 세 구의 시체가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 중에는 조금 전까지도 서로 웃으며 차를 마셨던 천형환 전주도 있었다. 그리 쉽게 갈 사람이 아니다. 아니, 그리 쉽게 가선 안될 사람이다. 쉽게 가선 안 되는 사람이 땅바닥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자신은 죽지 않을 거란 믿음이 완전히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다음 차례는 자신일 거라는 예감 때문이다.

“네 이놈.”

수호법의 얼굴이 평소의 유들유들한 얼굴에서 야차같이 험악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곤 묵진휘를 향해 이를 갈며 욕설을 뱉었다. 하지만 묵진휘의 얼굴에는 하등의 변화가 없었다.

수호법이 한 손에 들고 있던 검집을 옆으로 집어 던지더니 두 손으로 검을 맞잡았다.

두 손으로 맞잡은 검에서 붉은 강기가 길게 뽑아지기 시작했다. 강기는 한 자, 두 자를 넘어 세 자 정도의 길이까지 늘어났다. 거의 검의 길이와 같은 길이였다.

수호법이 강기를 뽑아낸 검을 들곤 허공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허공에서 천근추의 수법을 사용해 땅으로 빠르게 떨어지면서 검을 수직으로 베어 묵진휘를 양단하려는 생각이었다.


천폭단수千瀑斷水···

천길 높이의 폭포수가 아래 고여있는 물을 양단한다는, 수비를 도외시한 수호법 최고의 공격 초식, 천폭단수였다. 단순한 초식 같지만 그것에 실려 있는 힘은 가히 산을 쪼개고도 남음이 있는 강력한 초식이었다.

‘보호막이 있다면 그것마저 잘라 주마.’

그것이 수호법의 생각이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몇 개의 파공음과 함께 비수들이 묵진휘에게로 날아들었다. 어딘가에 은신해 있던 목호법이 수호법의 혼신의 공격을 알아 차리곤 비수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허공 높이 날아오르는 수호법을 보며 묵진휘가 검을 쥔 손 말고 다른 손을 들더니 가볍게 휘저었다. 그리곤 검으로 다시 한번 묵운경막을 펼쳤다.


픽픽픽픽···

네 개의 비수가 묵운경막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소리가 이상했다. 비수들이 튕겨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보호막을 뚫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목호법이 던진 비수들은 묵운경막에 걸려 있었다. 비수의 끝은 묵운경막을 뚫었으나 손잡이 부분이 묵운경막을 뚫지 못한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양이었다. 묵운경막의 탄성이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이었다.

물론 묵진휘가 훨씬 강력하게 묵운경막을 시전했다면 목호법의 비수가 묵운경막을 뚫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면 튕겨져 나간 비수들은 다시 목호법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목호법의 비수가 묵운경막에 걸려 있어 목호법으로서는 비수의 회수가 불가능했다. 묵진휘가 적당한 정도로 묵운경막을 시전한 까닭이다.


한편 허공 높이 솟아 오른 수호법은 천근추를 발휘해 땅으로 쏜살같이 떨어져 내리려 했다.

그런데···,

몸이 이상했다. 몸이 연처럼 허공에 붕 뜬 채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관성으로 인해 점점 더 높이 날아가려 했다. 수호법이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 손발을 이리저리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 수호법을 땅에 있던 편장로와 후명신이 이상한 듯 바라본다.

‘수호법이 왜 저러는가?’

‘마치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 것처럼 손발을 휘젓고 있군.’

두 사람의 눈에는 수호법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갖 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수호법이 땅으로 떨어지기 위해 별짓을 다하고 있음을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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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2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39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7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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