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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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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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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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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DUMMY

해정 외곽에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에 제법 큰 장원이 서있다. 고관대작이나 대부호가 경치 구경과 요양 등을 위해 지은 별장처럼 보이는 장원이었다.

“상황이 어떻소?”

상석에 앉은 초로인이 묻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밀염이 나가고 있습니다. 거래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맞은 편에 앉은 또 다른 초로인이 대답한다.

“천전주께서 직접 챙기느라 수고가 많으셨소.”

“아닙니다. 저보다 장로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황장로나 왕장로에 비하면 내 일은 그리 위험한 일도 아니오.”

“그렇다고 밀염 조직을 이리 단시일내 재건하고 유통까지 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하”

상석 맞은 편의 초로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북천회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편장로와 횡일수전의 천형환 전주였다. 정주에서 흩어진 뒤로 이들은 해정에 자리를 잡고 밀염 거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밀염 조직 재건은 비단 해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해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여러 소금 생산지로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본부가 해정에 있는 것이다.

“밀염을 받지 않는 상단이 아직 있소?”

“소매 상단은 당연히 없습니다. 도매都賣상단 중 이곳 해정에 있는 동해상단만이 아직 밀염을 받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동해상단이라면, 전에 해정의 밀염 조직을 붕괴시킨 그 상단 아니오?”

“그렇습니다. 예전에 무림맹과 함께 우리 밀염 조직을 궤멸시킨 그 놈들입니다.”

“그동안 밀염 조직을 재건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이젠 예전의 행동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도록 해야겠군.”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가만 두더라도 얼마 못 가서 제풀에 쓰러질 것입니다. 입찰 물량은 점차 줄고, 그나마 우리가 고가高價로 매입하기 때문에 그들이 입찰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점점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소매상단들과의 관계도 끝이겠지요. 소금이 없는데 관계가 있을 수 없을 테니까요. 결국 우리가 제시하는 밀염을 받든가 아니면 상단 문을 닫던가 해야 할 것입니다. 하하”

“이 참에 확실히 응징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들이 무림맹으로 협조요청을 하지는 않을까요?”

“그래도 별 소용없을 것이오. 이미 무림맹은 와해지경이라 들었소. 이곳으로 지원 나올 놈들도 거의 없는 실정일 것이오.”

“이전에 무림맹 삼조라는 놈들이 작전을 수행했지 않았습니까? 그 놈들이 다시 올지도···”

천전주가 우려 섞인 소리를 한다.

“걱정하지 마시오. 이전에는 그 놈들 중에 위험한 고수가 있어 철마삼봉이 당했지만, 그 놈도 정주 무악산 속에 묻혔다 하니 이곳에 있는 우리들을 건드릴만한 고수는 이제 없을 것이오.”

편장로가 천형환 전주의 걱정을 덜어주더니 창 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본다.

이전에는 해정에서 밀염 조직을 격파하고 철마삼봉을 제압한 젊은 고수가 누군지 알지 못했었지만 그 뒤에 그 놈이 바로 조직에서 찾던 묵빛 강기의 젊은 고수라고 추정하게 되었다.

북천회에서 추정하는 동천의 후예는, 이황야 측에 속해있는 젊은 무인으로서, 북천회와 목걸이 쟁취를 위해 싸웠으며 그 과정에서 무정도, 사절, 삼공자를 비롯한 많은 빈객들이 죽었다. 또한 그는 무림맹 삼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해정에서 밀염조직을 궤멸시키고 정주에서 수호법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밀염 사업에 있어 크게 걱정할 요소는 없는 것이다.



“어서 앉으시게. 이게 얼마만인가?”

남태혼이 삼조원들과 삼별조원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탁자에 앉기를 권한다. 남태혼이 과장되게 얼마만인가 묻지만 사실 일년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반갑기는 십 년 만에 만나는 친구같이 대한다. 마음에 정이 많고 착하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남태혼 옆에 있던 예유선도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둘은 아직 혼인식을 올리지 않았지만 부부나 진배 없었다. 남태혼이 아직 집안의 허락을 받지 못해 혼인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남태혼이 공녀를 보며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옆에 있던 예유선이 약간 놀라는 표정이다. 친구지간에 하는 인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공녀님이셔. 남경에 계시는 이황야님의 영애令愛시지.”

“어머~”

남태혼의 소개에 예유선이 깜짝 놀란다. 평생에 먼발치에서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신분인 것이다. 특히 백성들 사이에 이황야의 명망과 인기가 드높아 공녀에 대한 애정도 컸다.

“처음 뵙습니다. 주여전이라 합니다.”

공녀가 정성어린 태도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예유선에게 인사를 하자 예유선도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한다. 그리곤 내려간 허리가 펴질 줄을 모른다.

“예··· 예유선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뵈니 더욱 미인이십니다.”

공녀가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있는 예유선을 세우며 다시 한번 칭찬하자 예유선은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계속 당황하고 있었다.

“하하. 당신은 호흡도 고를 겸 차라도 내오구려.”

남태혼이 예유선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키려 한다. 공녀와 관지선, 당수진 모두 그런 남태혼의 태도에 흐뭇하면서도 부러운 미소를 짓는다. 저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인사 후 서로간에 있었던 근황도 대략 얘기가 끝났다.

“또 공녀님 속을 상하게 했군. 쯧쯧”

“제수씨도 평소 속상한 것 있으시면 모두 얘기하세요. 제가 따끔하게 혼을 내 놓겠습니다.”

남태혼이 묵진휘를 보며 나무라자, 서홍이 곁에 있던 예유선에게 남태혼의 흉을 묻는다.

“없어요. 잘해줘요. 서대협께서도 빨리 가정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이 서대협 걱정이 많아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다. 서홍이 인상을 구기며 씁쓸해하자 누군가 서홍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자네 마음 내가 잘 아네. 삶이 자네를 속일지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게. 그럴 땐 기루가 최고일세. 오늘밤 어떤가?”

경표다. 경표의 그럴싸한 표정과 말투에 남자들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고 여자들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주여전은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왁자지껄하면서 웃음소리가 높고 정이 흐르는 생활을 은근히 꿈꿔온 주여전이었다.


“그래, 상황은 어떤가?”

웃음 소리가 멎고, 남궁이현이 해정의 상황을 묻자 남태혼과 예유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매우 어렵네. 정확히 얘기하자면 동해상단의 상황이 매우 어렵네.”

“그게 무슨 말인가? 밀염이 돌면 염상 모두가 어려울 테지 왜 동해상단만 어렵단 말인가?”

서홍이 되묻는다.

“내 말 들어보게. 작년 밀염 사건 때와는 달리 특별한 흑도방파도 새로운 밀염 상단도 새로 만들어진 것은 없네. 그런데 밀염이 돌고 있지. 그것도 작년보다 더 많이.”

남태혼의 말에 서홍을 비롯한 모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공녀와 냉보모를 빼곤 모두 작년 밀염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즉, 밀염의 유통체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통상 밀염이 거래되려면 관련 조직이 생기게 된다. 흑도방파와 상단이. 그런데 그들이 없다니?

하지만 모두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남태혼의 말을 기다렸다. 당연히 남태혼이 그 의문을 해소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입찰부터 얘기하지. 자네들도 알다시피 매월 입찰이 이루어지네. 그런데 염상들이 돌아가면서 턱없이 높은 가격을 적어내어 낙찰을 받아가지. 그것도 돌아가면서. 동해상단은 도저히 그 가격을 적어낼 수가 없네. 그 가격이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지.”

“그런데 어떻게 다른 염상들은 높은 가격을 적어내는 거지?”

결국 경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것이 첫 번째 문제네. 나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네. 그런데 곧 이해하게 되었지. 그들은 누군가의 부탁이나 압박으로 그리 높은 가격을 적어내는 걸세. 그 손해에 대한 보전은 누군가 밀염을 싸게 공급해주기 때문에 상쇄될 수 있지. 즉 그들은 높은 가격의 입찰 소금과 낮은 가격의 밀염을 반씩 공급받아 소매 염상들에게 공급함으로써 상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렇겠군. 그러면 해정 관아의 이익이 매우 높아졌겠군.”

이번에는 서홍이 한마디 한다. 남태혼 말에 대한 이해의 표시였다.

“아니네. 두 번째 문제가 바로 그것이네. 해정 관아의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네.”

“그럴 리가 있는가? 입찰가격이 높으면 해정 관아의 이익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그래야지. 하지만 아니네. 왜냐면 해정 관아의 입찰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네. 그래서 입찰 가격이 높아도 물량이 줄어 이익은 오히려 감소했지.”

“그렇다면 소금 생산이 흉년인가?”

“그렇지 않다네. 비가 오지 않으면 소금 생산은 풍년이 되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올해 비가 적었지 않았나? 소금생산이 줄어들었을 리가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 밀염으로 빼돌리는 것이군요.”

남태혼의 말에 관지선이 핵심을 짚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소금 시장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동해 상단의 입장에서 보면 사태는 명확합니다. 동해상단은 그리 높은 입찰 가격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손해이니까요. 그 손해를 보전하려면 결국 낮은 가격의 밀염을 조달해서 섞어 팔아야 합니다. 그러면 시장에는 혼란이 없게 되죠. 소매상인의 입장에서는 예전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소금을 조달하게 되고 예전과 동일한 가격으로 소금을 판매하면 되지요. 하지만 관아의 이익은 줄어들고 누군가 그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죠. 은밀하게. 새로운 상단도 필요 없고, 흑도 방파도 필요 없는 거죠.”

남태혼이 관지선의 말을 받아 상황을 마저 설명했다.

“나쁜 놈들이군요. 나라 돈을 가져가는 도적은 역적에 다름 없습니다..”

공녀 주여전이 흥분한 듯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나랏돈에 민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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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39 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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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8. 발톱 +4 17.07.24 2,057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1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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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7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7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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