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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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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8.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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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0쪽

184. 남천南天까지

DUMMY

“자네는 어쩐 일로 예까지 온 것인가?”

북천이 묻는다. 그의 눈에 정말 궁금하다는 빛이 감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곳에 이르게 되었소. 아마 당신이 파놓은 길을 따라 온 것이겠지요.”

주은백이 의미심장하게 답한다. 이 모든 것이 북천이 저지른 일의 후과後果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어차피 우리는 한번은 만나야 할 사이. 언제 어디서 만나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내가 어리석은 질문을 하였네 그래. 하하”

북천이 주은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하게 웃는다.

“그래, 이제 어쩔 셈인가?”

“이곳에서 당신을 만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소.”

“이곳에 오던 길에 남천의 옛집을 들렀네. 옛 친구들이 보고 싶었지. 마침 자네를 보니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네. 나와 차 한잔 하겠나?”

“사양하겠소.”

“허허. 자네는 자네 사부로부터 옛일을 들었는가?”

주은백이 사양하지 북천이 헛헛한 웃음을 뱉어낸다.

“사부님께서는 내게 옛일을 얘기하지 않으셨소. 다만, 자유롭게 살라고 하셨을 뿐이요. 하지만 옛일은 알고 있소.”

“그래? 어떻게?”

북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동서남북 사이의 일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일이다. 스승에게서 듣지 못했다면 다른 곳에서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북천이 갑자기 고개를 끄덕인다.

“남천이나 동천으로부터 들은 것이로구나.”

북천이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웃으며 묻는다. 그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 인영이 주은백 옆에 내려앉는다.

“그래요. 내가 알려줬지요.”

서설란이다. 오의붕경을 구한 후 주은백을 찾아 다니다 주은백과 북천의 얘기를 들은 것이다.

“오호~ 너는 남천의 제자인 게로구나.”

북천은 대뜸 서설란이 남천의 제자인줄 짐작한다. 동천의 제자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여자라는 얘기는 없었다.

“그래요.”

“하하하하. 서천과 남천의 제자를 함께 보니 더욱 기쁘구나. 남천은 살아 있느냐?”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북천의 물음에 대답하는 서설란의 목소리가 앙칼지다. 스승의 옛 벗이니 하대를 하진 않았지만 곱게 받기도 어려웠다.

“그렇구나. 남천이 살아있었어. 하하하. 동천의 제자만 모이면 모두 모이는 셈인데 아쉽구나. 그 녀석은 아쉽게도 정주 무악산에 묻혔다 들었다.”

동천의 제자가 무악산에 묻혔다는 얘기를 하는 북천의 얼굴은 정말 아쉬움이 짙었다.

북천의 얘기에 서설란은 북천보다 더욱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그가 죽었다니··· 스승인 남천의 슬픈 얼굴이 떠올랐다.

한편 주은백은 아쉬움보다는 실망이 컸다. 얼마 전 남궁이현의 친구가 무악산에서 실종되어 함께 찾았었다. 그가 묵빛 강기를 사용한단 얘기를 듣곤 동천의 후예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살아 있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북천의 말을 들으니 그는 이미 죽은 모양이었다.

“옛 벗들을 그리 만들고 걸어온 길이 만족스러운가요?”

서설란이 싸늘한 목소리로 북천에게 묻는다.

“만족스럽지 않다.”

서설란의 질문에 북천이 조금씩 어둠을 걷고 있는 새벽 하늘을 올라다 보더니 말했다.

의외로 북천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주은백과 서설란이 예상했던 태도는 아니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북천회를 해산하세요.”

“허허허. 잘못을 뉘우쳐?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 전에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네게 묻겠다. 너는 지금 삶이 만족스러우냐?”

“말꼬리를 잡고 말장난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 나도 말장난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살아보니 만족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인생은 가든지 서있든지 양자간의 문제다. 어떻게 하든지 완전한 만족도 완전한 불만족도 없다. 나는 그저 내가 가야 할 길을 갔을 뿐이다. 가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당신의 선택으로 인해 선대의 유훈이 깨졌고, 친구들은 배신당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그래도 그저 당신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상관없다는 것인가요?”

“그들이 내가 가는 길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야. 그들이 나를 가로막은 것은 그저 선대의 유훈이라는 보이지 않는 귀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으면 어찌할 것이냐? 그냥 되돌아 갈 것이냐?”

“가는 길이 정당한 길인지 먼저 생각해야지요. 정당한 길이면 장애물을 넘어 가야겠지만 옳지 않은 길이라면 멈춰야겠지요.”

“정당한 길이라? 어떤 길이 정당한 길이냐?”

“남을 억누르려고 하거나 지배하려는 것은 정당한 길이 아니지요.”

“그럼 황제는 왜 있느냐? 황제는 세상에 군림하고 모든 사람을 지배한다. 그것은 어째서 정당하느냐? 너는 왜 막지 않고 가만히 있느냐?”

“당신은 분별이 없군요.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과 호랑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토끼를 죽이는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군요.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무림을 지배하려는 것을 동일하게 생각하다니. 더 이상 당신과 얘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그 놈의 작위적인 분별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네 놈들 스승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구나. 답답한 족속들 같으니라구.”

북천도 서설란과의 대화로 인해 분노가 치솟는 듯했다.

생각이 다르면 법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법이 없는 경우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서로 부딪히지 않거나 싸워 제압하는 수 밖에.

북천의 인상이 변했다. 처음의 온화한 표정은 사라지고 답답한 듯 분통이 터지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스승들에게서 느꼈던 답답함이 그들의 제자들에게서 분통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내 오늘 네놈들의 답답한 생각을 고쳐주마. 내가 한때나마 옛 정을 생각해 네놈들을 옛 벗의 후인으로 여겼으나 내가 어리석었다.”

북천이 말을 마치자 마자 가볍게 한 손을 휘저었다. 그냥 한 손을 휘저었을 뿐이었고, 손에서 이는 기운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조그만 붉은 기운이 북천 가슴 어름에서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점점 커져 삽시간에 머리통만 해졌다.

“가라~”

쐐애애액~

다시 북천이 손을 부드럽게 앞으로 내밀자 머리통만한 붉은 기운 덩어리가 쐐액~하는 소리를 내며 주은백과 서설란에게 날아가더니 갑자기 두 조각으로 나뉘어 주은백과 서설란에게로 각각 날아갔다.

실로 신묘한 변화였다. 머리통만한 붉은 강기 덩어리가 날아가는 도중에 정확히 둘로 나뉘어졌다. 마치 처음부터 두 개였던 것처럼.

주은백은 처음에는 피할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부딪혀야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주은백이 발검과 동시에 사납게 날아오는 붉은 강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주은백의 검에서도 노을 빛 강기 덩어리가 쏘아져 나가며 북천의 붉은 강기와 부딪혀갔다. 자하천기紫霞天氣였다.

사정은 서설란쪽도 마찬가지였다. 서설란 역시 검으로 푸른빛 강기 덩어리를 쏘아냈다. 남천南天의 기운인 청해진기靑海眞氣였다.


콰콰콰쾅~퍼퍼퍼펑~

실로 경천동지할 소리가 온 산을 감아 돌았다. 새벽 여명이 놀라 멈춘 듯 할 정도였다.

붉은 빛과 노을 빛, 푸른 빛이 서로 부딪히면서 아름다운 폭죽이 터지는 듯 형형한 색들이 희뿌연 새벽 여명을 물들였다.


아~

곁에 있던 황장로의 비명 같은 감탄사였다.

거칠고 사납기보단 아름답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거대한 강기들이 부딪히고 휘돌며, 색들이 섞이고 감기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우뢰 같은 소리와 거센 바람만이 현실을 잊지 않고 위험을 알려줄 뿐이었다.


콰지지직~

쿵쾅쾅쾅~

강기 충돌의 여파로 주위에 있던 나무들이 부러져 쓰러지고 바위들이 비탈로 굴러 내려간다.

힘 대 힘의 대결이다. 일체의 변화와 기예를 배제한 힘간의 대결이다.

한번의 충돌 이후 연속되는 충돌은 없었다.

휴~

황장로는 순간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싸움이 아니건만 한번의 충돌이 빚어내는 긴장의 여파를 겪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제법이로구나. 크하하하. 과연 서천과 남천이로다.”

충돌의 여파가 가라앉자 북천이 앙천대소仰天大笑한다. 북천의 웃음소리가 예전에 없이 크고 통쾌한 기분을 담고 있었다.

반면 주은백과 서설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절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부딪혔다. 상대가 사부들보다 오히려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북천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소홀히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과연 북천이었다.

둘은 내상을 입진 않았지만 거대한 바위에 직접 부딪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을 금강석 같은 바위.

어떻게 깨트릴 수 있을까?

아니, 깨지는 것이기는 할까?

회의가 들었다. 싸움에서 회의는 자신감의 상실과 동전의 양면이다. 자신감의 상실이란 가진 힘을 다 사용해보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북천을 앞에 두고 가진 힘조차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둘은 이를 악문다.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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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1. 결심決心 +3 17.08.19 2,239 45 9쪽
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4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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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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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7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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