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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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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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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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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78. 발톱

DUMMY

“놈들이 낙찰을 받아?”

후명신이 책상을 소리 나게 내리쳤다.

“설마 놈들이 이할 일푼을 적어낼지 몰랐습니다.”

“동해상단을 누가 샀다 그랬지?”

“조사 중에 있습니다만 놈들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 수상한 놈들이군. 계속 조사하도록. 그리고 오늘부터 동해상단을 밀착 감시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 염풍상단에서 밀염 물량을 두 배로 제공해달란 요청입니다. 우리가 시키는 대로 이할을 적었는데도 낙찰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예약한 물량도 있고 하니 밀염 물량을 두 배로 제공해주지 않으면 크게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음···”

후명신도 염풍상단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낙찰물량이 없다면 예약 판매한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고 예약 부도가 나면 두 배로 물건 값을 물어야 한다. 염풍상단으로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염풍상단에 밀염 물량을 두 배로 제공하지 않으면, 향후 다른 염상들도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다른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을 확인해보라.”

“그게··· 제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물량을 확인해 봤습니다만 다른 지역도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라 현재 염풍상단으로 돌릴 수 있는 물량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후명신의 지시에 수하가 난색을 표시한다. 하지만 후명신은 수하를 야단치지 못했다. 그도 사정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빈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하긴, 동해상단 놈들을 응징하지 않으면 앞으로 질서가 문란해지겠지.’

후명신이 수하보다 앞서 방문을 열고 나간다. 전주 천형환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밖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관지선이 예유선에게 묻는다.

“지금 염풍상단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이미 예약 물량을 받은 상태에서 예약 부도가 날 경우 물건값을 두 배로 물어줘야 하는데 어디에서도 여분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염풍상단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놈들이 발톱을 드러내던지.”

“만일 염풍상단에서 연락이 오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서홍이 관지선에게 묻는다. 자신이 총관이기 때문에 염풍상단이 연락을 해오면 대상은 아마 자신일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물건을 넘기기 곤란하다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정이 급하다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량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그들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면 못이기는 척 물건을 넘겨줄 수도 있다고 하십시오.”

“얼마면 넘겨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들인 돈이 이할 일푼이니 삼할은 되어야 겠지요?”

“그럼, 앉은 자리에서 거의 일할의 이익을 보는 셈이군요. 하하”

서홍이 통쾌하다는 듯 웃는다.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의 혼란이죠. 우리가 입찰가격을 올려놓았기 때문에 다음 입찰 금액은 더욱 치솟을 것입니다. 입찰 금액이 치솟는다는 것은, 비례해서 밀염 물량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죠. 입찰금액이 높아 생기는 손해가 클수록 밀염도 많이 필요할 테니까요. 하지만 밀염 물량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면 놈들로서는 입찰가격이 치솟게 할 수 없죠. 하지만 우리 때문에 그대로 이할을 고수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놈들이 발톱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이제부터 경비무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리 든든한 경비무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하”

경표가 웃으며 묵진휘와 남궁이현을 둘러본다. 셋은 동해상단의 경비무사로서의 역할을 맡았었다.

“다음 입찰은 언제입니까?”

“보름 간격으로 입찰이 있으니 곧 열릴 것입니다.”

원래 한달 간격의 입찰이 지금은 보름 간격으로 열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판을 흔들어야지요.”

관지선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침입자는 다섯이었군요. 누굴까요? 놈들이 너무 많아 이대로 가다간 다섯 사람 모두 죽거나 사로잡히겠어요.”

나무 위에서 서설란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한다.

“글쎄요. 아는 얼굴은 없소. 하지만 놈들에게 적은 우리에게 친구인 셈이니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소. 내가 놈들 건물에 불을 놓으리다. 서소저께서는 지켜보시다가 위험하면 그들을 도와 주시오.”

“알겠습니다.“

서설란의 대답이 있자마자 주은백이 나무 위에서 신형을 날려 쏜살같이 전각들 사이로 사라졌다.


“네놈들이었군. 배신자 같으니라고.”

오의붕경을 둘러싼 무인들 중에서 오의붕경의 얼굴을 알아본 사내 하나가 큰소리로 말하자 나머지 무인들도 공격을 잠시 멈추곤 오의붕경을 바라본다.

“배신자?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하지 마라. 우리는 배신자가 아니다. 수호법이 그리 만든 것뿐.”

“변명은 그만둬라. 그럼 이곳에는 복귀를 위해 왔는가?”

“아니지. 배신은 북천회가 먼저 했으니 이젠 북천회를 응징하러 온 것이지. 나는 너희들과는 원한이 없다. 길을 비켜라.”

“크하하하. 응징? 배신자 새끼가 세치 혀에 기름을 발랐군 그래. 네 놈들과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는 없다. 네 놈들은 이미 조직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내 검에 자비를 바라지 마라.”

오의붕경을 둘러싼 무인 중 하나가 말을 마치자 마자 검을 곧추세우며 몸을 도약하려 할 때였다.

“불이야~ 불이다. 불. 모두 물을 길어 불을 끄도록 하라.”

오의붕경을 에워싼 무인들 뒤편에서 큰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이 놈들 말고 또 다른 침입자가 있군. 쥐새끼 같은 놈들. 우리 이목을 다른 데로 끌더니 불을 질러? 십여 명만 남고 모두 불을 끄러 가도록 하라.”

오의붕경과 계속 말을 섞던 무인의 말에 따라 십여 명만 남고 모두 불을 끄러 뒤편으로 달려갔다. 이 사내가 무리 중에서는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

[우리 말고 다른 침입자가 있단 말인가?]

[글쎄. 아무튼 덕분에 에움이 헐거워졌군.]

[방심하지 말게. 저 놈은 만만찮은 놈이야]

백의와 적의가 오의붕경 모두에게 들리도록 전음을 주고 받자 적의가 주의를 환기시킨다.

“빨리 끝내야겠군.”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가 다시 한번 검을 곧추세우며 신형을 날리려 했다. 빨리 오의붕경을 죽이고 또 다른 침입자를 찾아야 했다.

우두머리가 땅을 박차고 도약한다. 오의붕경도 황의가 앞으로 나서며 날아오는 우두머리를 맞을 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그 때 돌연 공기를 가르는 한줄기 파공성이 들리더니, 허공에 도약해있던 우두머리 사내가 땅바닥으로 털썩 떨어진다. 그리곤 잠시 사지를 부르르 떨곤 이내 잠잠해졌다. 죽은 것이다.

“누구냐?”

우두머리 옆에 있던 무인 하나가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비록 다섯이지만 오의붕경만 해도 만만찮은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돕는 인물까지 있었던 것이다.

[누굴까?]

[대단한 고수 같은 걸?]

오의붕경도 우두머리 사내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죽자 매우 놀랐다.

[이틈에 모두 공격한다.]

적의가 전음을 날리자마자 몸을 날려 오의붕경을 에워싼 무인 중 하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머지 네 사람도 각자 한두 명의 무인에게 몸을 날렸다.

오의붕경을 둘러싸고 있던 무인들은 우두머리격인 사내가 허무하게 죽고 오의붕경이 공세로 나오자 금세 마음이 어지러워져 손발이 무거워지면서 전열이 흐트러졌다. 언제 뒤에서 암기가 날아올지 몰랐던 것이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기세다. 기세는 어지간한 실력차이는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현격한 실력차이야 기세만으론 곤란하지만. 머리 숫자는 북천회 무인들이 많았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오의붕경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아홉이나 되는 숫자가 다섯에게 둘러 쌓여 압박을 당하는 형국이 되었다.

둘러 쌓인 북천회 무인들도 그냥 그냥의 일반 무인들은 아니었다. 독립검수도 있었고 게 중에는 별검대 무인도 한둘 섞여 있었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군데군데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오의붕경의 편이었다.

격전 속에 북천회 무인 하나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적의의 검에 심장이 찔린 것이다.

하나가 쓰러지자 북천대 무인의 기세는 더욱 꺾였다. 곧 또 한 명의 무인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인이 검을 쥐는 손을 잃어버림은 생불여사生不如死라 할 수 있었다.

허물어짐의 특징은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검을 쥔 팔이 허공으로 날아 땅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또 한 명의 무인이 목을 움켜쥐고 주저 않는다. 목을 쥔 손에서 피분수가 솟구친다.

이제 북천회 무인들은 생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다. 살자고 휘두르는 검이 아니었다. 그저 시늉일 뿐이었다.

그때,

허공에서 두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네 이놈들···”

떨어져 내린 두 인영중 하나가 오의붕경을 보며 내력실린 고함을 질렀고, 그 고함이 신비한 영약이라도 되는 듯 북천대 무인들의 눈빛에는 생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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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3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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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2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39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1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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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7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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