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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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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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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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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7. 탈출脫出

DUMMY

묵진휘가 산기창공散氣創空을 풀자 굉음이 멈췄고 허공에 떠있던 오의붕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묵대협,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땅으로 떨어진 적의가 묵진휘를 보며 묻는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멈췄어. 출구 같은데.”

추란이 천장을 바라보며 두서없이 말을 뱉어 낸다.

“출구?”

백의가 추란에게 되묻는다. 지금 출구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추란이 묵진휘를 바라본다. 어떻게 해 보라는 간절한 눈빛이다.

묵진휘가 다시 산기창공을 펼쳤다.

오의붕경이 이번에는 묵진휘가 산기창공을 펼치는 가벼운 손짓을 보곤 정지한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몸의 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어 중심을 잡기도 어려웠다. 그동안 추란이 용케 중심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오의붕경은 머리속이 혼란스럽고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일단은 출입구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묻고 싶은 것은 나간 후 물으면 되리라.

묵진휘의 산기창공에 다시 굉음이 들리면서 큰 석실의 천장 중앙의 원형으로 된 추가 밀려 올라가고 작은 석실의 추가 내려왔다.

묵진휘가 이번에는 작은 석실에까지 산기창공을 펼치자 내려오던 추가 멈췄고 큰 석실의 올라가던 추도 멈췄다. 당연한 것이다. 양쪽 모두 근원적인 힘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에 어떤 변화도 없는 것이다. 묵진휘가 다시 작은 석실의 산기창공을 풀자 굉음이 들리며 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묵진휘는 이제 모든 상황을 이해했고 산기창공의 요령을 충분히 터득했다. 이제 원하는 만큼의 공간을 산기창공으로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이다. 빛이 들어온다.”

큰 석실 천장에서 올라가던 추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흑의가 소리쳤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모두가 빛이 들어오는 것을 봤기 때문에 흑의의 외침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추가 올라가면서 들어오는 빛의 양은 점차 많아졌고 작은 석실의 추가 좌대에 닿자 큰 석실의 추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굉음도 사라졌다.

“묵대협, 어떻게 좀 해주시오.”

적의가 묵진휘를 바라보며 부탁을 한다. 산기창공이 펼쳐진 공간에서 오의붕경은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었다.

묵진휘가 산기창공을 풀자 오의붕경은 그제야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산기창공이 풀렸지만 천장의 추는 움직임 없이 그대로 있었다. 큰 석실과 작은 석실의 조건이 동일하면 추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휴~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흑의가 묵진휘에게 묻는다. 하지만 묵진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원래 묵진휘는 말 재주가 그리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일단 출구부터 확인해봐야지.”

묵진휘의 심중心中을 알아차린 추란이 출구 얘기를 하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천장의 빛은 수직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추가 올라간 공간의 측면에서 들어와서 큰 석실로 꺾여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먼저 올라가보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적의가 경신술을 발휘해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날아 올랐다. 다른 사람은 적의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적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어. 구멍이 그리 크진 않군.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가는 통로도 좁아 기어가야겠어. 일단 내가 먼저 가보지.”

그리곤 적의가 빛이 꺾여 들어오는 측면 통로로 사라졌다.

“궁금하군. 나도 올라가봐야겠어”

백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적의가 사라진 곳으로 날아 올랐다.

“적의가 기어가고 있군. 밑에서 기다릴게 뭐 있겠나? 이리 올라오게.”

그 말을 마치자 마자 백의도 통로로 사라져버렸다.

“백의 말대로 모두 올라가지.”

황의의 말에 흑의와 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의가 묵진휘를 바라보자 묵진휘도 고개를 끄덕인다.

“먼저 올라가시오.”

묵진휘가 세 사람에게 먼저 올라가라 한다. 묵진휘는 다시 한번 동굴을 둘러보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적대강이란 사람 덕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묵진휘에게는 사숙조師叔祖 같은 분이다. 마지막 인사라도 드려야 도리라고 생각했다.

묵진휘의 마음을 알아차린 황의가 먼저 천장으로 날아 올라 통로로 사라지자 흑의와 추란도 천장으로 뛰어 올랐다.

묵진휘는 큰 석실을 한번 둘러보곤 작은 석실로 갔다. 오랫동안 앉아 있던 좌대도 둘러보고 천장에서 내려온 추도 살폈다. 그때 묵진휘의 눈이 빛났다.

추에 글씨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단서를 잘 풀었음을 경하한다. 그대는 동천의 후예가 틀림없으리라. 동천의 후예가 아니면 감히 단서를 풀어 추에 남긴 글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대가 내게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북천의 야망을 저지하라.

이 것이 내 유일한 부탁이다.

그대는 동서남북이라 불리는 우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그대의 스승도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히 창시조께서 남기신 책을 얻어 그분의 뜻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대에게 자세히 전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뒤로도 글은 제법 길게 계속 이어졌다.

묵진휘가 적대강 사숙조가 남긴 글을 제법 오랜 시간 읽고 또 읽었다. 머리에 기억하고자 함이다.

글을 모두 기억한 묵진휘가 고개를 숙여 적대강 사숙조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그리곤 큰 석실로 나와 천장으로 날아 올랐다.

천장으로 날아 올라 빛이 들어오는 측면통로에 내려선 묵진휘는 다시 산기창공을 발휘했다. 그러자 위로 올라갔던 추가 굉음과 함께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추는 천천히 내려오면서 묵진휘가 엎드려 있는 측면 통로를 지나 원래 있던 자리로 내려갔다. 추가 원래 있던 자리로 내려가자 묵진휘가 올라선 곳은 추에 막혀 버렸고, 이제 빛이 들어오는 입구만이 뚫려 있는 조그만 동굴이 되었을 뿐이었다.

묵진휘가 통로를 기어 빛이 들어오는 입구로 다가가자 이미 오의붕경은 입구에 놓여 있던 바위를 치우곤 밖으로 나가 있었다. 묵진휘도 입구에서 오의붕경이 서 있는 땅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통로의 입구는 길도 없는 산비탈 바위 중간 부분에 나 있었고 적잖은 높이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이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설사 발견해도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이제 통로의 끝이 막혀 있으니 설혹 입구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곧 돌아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드디어 탈출했군.”

“바깥은 공기부터가 다르군. 햇살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군.”

“묵대협 덕분에 탈출에 성공했소. 감사하오.”

오의붕경은 한마디씩 하며 탈출의 기쁨을 음미했고, 황의는 오의붕경을 대표해 묵진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니오. 모두 고생하셨소.”

묵진휘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감사 인사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여름에 동굴에 갇혔었는데 이미 산에는 단풍이 울긋불긋하게 들어있었다. 한 계절을 동굴 속에서 보낸 것이다.

“배고프군. 내려가서 음식이나 실컷 먹어보세. 술도 한잔 하고.”

백의가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침을 삼킨다. 사실 오의붕경 모두 굉장히 허기져 있었다.

“가진 돈이나 있는가?”

흑의가 백의에게 묻자 백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백의에겐 돈이 없었던 것이다.

“내게 있소. 걱정 말고 객잔으로 갑시다.”

묵진휘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아니오. 내게도 돈이 있소”

적의가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보인다. 제법 두툼했다.

“자네는 돈이 어디에서 났나?”

백의가 의심스럽다는 듯 묻는다.

“너나 돈이 생기는 족족 주루에서 탕진하지 사형들은 모두 알뜰해.”

“사형이라니?”

추란의 말에 백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잊었어? 이끼와 묵대협 내기 말이야? 결국 이끼를 못 먹었잖아?”

“그렇군. 탈출했다고 너무 기뻐 내기를 잠시 잊어 먹었군. 이봐 사제, 어서 내려가는 길을 잡게.”

추란의 말에 흑의가 백의를 대놓고 사제라고 부르고 적의와 황의가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군 그래. 배가 고프니 일단 산을 내려가서 요기부터 하자구~”

백의가 양팔을 살짝 벌리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발길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두 청해로 돌아간다.”

교주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한다. 유긍연과 유혜연, 파파, 성휘령주, 월정령주, 삼마존에다가 주은백까지 있는 자리였다.

“자네는 어떻게 할 텐가? 같이 가도 좋네.”

교주가 주은백을 보며 묻는다. 유혜연이 주은백을 바라본다.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지금은 제가 갈 때가 아니듯 합니다. 무한에 있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주은백이 교주의 제안을 사양한다. 주은백도 어떤 상황인지 들었다. 아직은 객客이다. 우환이 있는 집을 방문하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닌 것이다. 어젯밤 유혜연과도 이미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유혜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었네. 이곳을 사용하도록 하게. 이곳이라면 우리와도 항시 연락이 닿을 걸세. 전서응도 왕래가 가능하니 소식을 전함에 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거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교주가 주은백에게 인사와 같은 말을 하자 마자 장원을 나선다. 두 영주와 삼마존이 주은백과 눈인사를 나눈 후 바로 교주를 뒤따른다. 교주가 장원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다. 식구로 받아 들인다는 의미다.

“주형 다음에 보도록 합시다.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수습하고 주형을 청해로 초청하도록 하겠소.”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게 되었소. 빠른 수습을 기원하겠소.”

유긍연이 주은백과 포권으로 인사를 나누더니 이내 장원을 나선다.

“꼭 이곳에 머물도록 하세요. 다시 연락드리겠어요.”

유혜연이 눈물 글썽이는 눈으로 주은백을 올려다 본다.

“걱정하지 마시오. 아버님을 잘 위로해 드리시오. 기회가 닿는 대로 청해로 가도록 하겠소.”

주은백이 다정한 눈길로 유혜연의 걱정을 들어준다. 유혜연이 주은백의 따뜻한 눈빛에서 위로를받는다. 평소 차가운 주은백의 눈빛에 근래 들어 많은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음을 주은백 본인은 잘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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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0. 빚을 돌려받다 +3 17.08.17 2,234 52 11쪽
190 189. 떨어지는 늙은 별 +3 17.08.15 2,249 47 9쪽
189 188. 두 거인巨人 +5 17.08.13 2,351 46 10쪽
188 187. 마지막 질문 +3 17.08.11 2,220 48 11쪽
187 186. 초대招待 +4 17.08.09 2,225 48 11쪽
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4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5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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