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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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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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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4. 애증愛憎

DUMMY

“관리들의 개입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소금 생산량만 간단히 조사해도 입찰 물량이 적은 것이 드러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요.”

“동창에서는 가만 있나요?”

관지선이 남태혼에게 다시 물었다.

“그게, 예전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작년에는 동창의 감시가 삼엄했고 관리들도 동창을 무서워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동창의 감시도 소홀해졌고 관리들도 더 이상 동창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건 황태자의 대리청정이 시작되면서 승상부가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고 동창이 권력에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남태혼의 말에 주여전이 보충 설명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염상들이 관아에 문제제기 하면 되지 않아?”

서홍의 질문이다.

“서신에도 썼다시피 문제제기를 한 염상이 있었지. 그런데 다음날 해정 앞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네.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거지. 처음에는 염상들도 입찰 물량이 줄어든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는데 점차 입을 다물더군. 그러고 얼마 뒤부터 입찰 가격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밀염을 조달받는 분위기야. 소매상에서 도는 소금양을 보면 빤하지. 전체 입찰 물량이 백이면 유통되는 물량은 이백이 넘네. 그런데 그들은 지난 재고를 풀어 물량을 맞추고 있다고 입에 발린 거짓말을 하지.”

“그럼, 자네에게도 밀염 제안이 들어왔겠군?”

이번에는 항백이 묻는다.

“은밀히 들어왔지. 특별히 새로운 사람이 제안을 해 온 것은 아니야. 거래하는 소매상 중에 몇몇 사람들이 은근히 제안해 온 거지. 왜냐면 내가 조달하는 소금량이 대폭 줄었으니까. 그들은 은근히 내게 밀염을 조달 받으라고 그래. 선을 대 주겠다고. 내가 싸늘하게 거절했더니 그 다음부턴 아예 안면 몰수하더군.”

모두는 동해상단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했다. 밀염을 조달 받으면 동해상단의 어려움은 바로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밀염 거래의 동조자가 되는 셈이다. 남태혼과 예유선은 그리할 수 없었다.

“교묘하군. 그 놈들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는가?”

“알지 못하네. 워낙 은밀히 거래하는 모양이야. 염상들이야 거래선이 있으니 알겠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으려 하지.”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대놓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단서를 잡기 어렵겠군.”

“그렇네. 지능적이고 교묘하지.”

“승상부 등 중앙 조정에 해정관아의 작태를 고발하면 어떨까요?”

당수진이 공녀 주여전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군요. 말씀을 들으니 일반 백성들에게 직접 피해가 돌아가지는 않는군요. 소금 물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소금 가격이 폭등한 것도 아니에요. 일반 백성들의 원성이 없다면 일단 해정관아의 부패를 중앙 조정에 신고하기는 쉽지 않아요. 게다가 그들이 동창도 그리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면 필히 승상부의 후원을 받고 있기 십상이에요. 그런 그들을 승상부에 신고한들···”

“하지만 원래 나라가 가져야 할 이익이 밀염 거래를 하는 놈들에게 빼돌려지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요. 원래대로라면 중앙 조정에 신고해야 되고요. 그런데 지금 시절이 그것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항백의 반문에 답하는 공녀의 얼굴이 밝지 못하다. 나라의 기강이 허물어져도 바로 세울 수 없음이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이다.

주여전의 대답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이어진다.

“놈들이 숨어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면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겠지요.”

침묵을 깨고 관지선이 입을 열었다. 모두들 관지선을 주목한다. 관지선의 말이라면 빈말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경표가 재빠르게 묻는다. 모두의 물음을 대변한 것이다.

“은밀한 거래를 깨려면 과감한 거래가 필요하지요.”



“주대협께서 저의 제안을 받아 들이신걸 안다면 스승님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서소저의 스승님을 말하는 것이오? 나의 스승님을 말하는 것이오?”

“두 분 다겠죠.”

무한을 출발한 주은백과 서설란은 정주로 향하고 있었다. 정주를 거쳐 태원으로 가려는 것이다.

“놈들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소?”

“놈들에 대해 얘기해 드리려면 스승님들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주은백의 요청에 대한 서설란의 답이다. 스승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불가피하게 주은백의 스승인 서천에 대한 얘기도 나올 것이다. 주은백은 스승인 서천에 대한 얘기를 남으로부터 듣기 싫어했다. 혹시 스승의 치부가 있을까 두려워해서다. 그렇다면 애초 듣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것이 주은백의 생각이었다.

“해보시오.”

하지만 주은백의 생각은 달라졌다. 스승의 만일 치부가 있는 들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스승은 스승인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자유란 피해서 얻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가 드리는 말씀 중에 이미 알고 계신 것도 있을 테지만 처음부터 말씀드리도록 하죠.”

서설란이 스승인 남천으로부터 들은 지난 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을 날씨는 여행을 하는데 더없이 좋았고 둘이 걷는 산길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동서남북 네 분이 중년 즈음일 때부터 말씀 드리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삼사십 년 전쯤의 일이에요. 네 분은 본래 각기 따로 사셨지만 가끔씩 모여 서로 근황도 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얘기하고 하셨대요. 그러든 어느 날 네 분이 모이셨는데 북천이 답답함을 호소한 거죠.

천하제일을 무공을 지니고도 은둔해 평생을 사는 것에 대한 짜증과 불만이었죠. 하지만 나머지 세 분은 선대의 유지를 어길 수 없다고 북천을 말렸죠. 선대의 유지는 큰 혼란이 일기 전에는 세상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북천은 자신의 야망을 식힐 수 없었죠. 그렇다고 나머지 세분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야망을 펼칠 수는 없었어요. 비록 북천이 네 분 중에서 무공이 가장 강하셨지만 그렇다고 세 분을 모두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북천은 어느 날 음모를 꾸몄어요. 사랑의 감정을 이용한 거죠.”

여기까지 얘기한 서설란이 얘기를 잠시 중단하며 호흡을 골랐다. 민감한 부분인 것이다.

“평소 서천께서는 남천을 남몰래 사모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북천이 감히 야망을 들러낼 수 없었던 것처럼 서천께서도 사랑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죠. 그런데, 식지 않은 야망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식지 않은 사랑도 점점 커져갔죠. 남천께서도 사실은 서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감히 표현할 수 없었죠. 당연히 서천과 남천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 수 없었죠. 남천은 서천에 대한 호감이 혹시 탄로날까 봐 오히려 동천과 친한 척 잘 지내셨대요. 동천에 대해서는 다른 감정이 없다 보니 편안했던 거죠. 그런데, 서천은 그런 동천에 대해 질투심이 점점 커져갔어요. 북천이 그걸 이용한 거죠.

어느 날 북천이 서천에게 남몰래 서신을 보냈어요. 지금 남천의 거처에서 동천이 함께 지내고 있다고. 서천은 눈에 불이 일었겠죠. 그래서 남천의 거처로 달려갔어요.

반면 동천은 네 사람의 모임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남천의 거처로 간 거죠. 정기 모임은 아니었는데, 남천의 생일이라 남천이 초청한다는 서신을 받았어요. 당연히 북천이 그런 서신을 보냈구요.

서천이 남천의 거처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밤이었어요. 남천의 방에 소리 죽여 다가갔죠. 방에 켜진 불빛에 두 사람이 다정이 탁자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어요. 마침 동천은 남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해 왔는데, 그걸 남천에게 주고 있었죠. 남천은 동천의 선물에 감동했어요. 여태껏 생일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거죠. 네 분다 세상과 등진 채 사시다 보니 세상과 교류도 없었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어요.

그런데 서천이 그 모습을 오해한 거죠. 사랑의 선물로 오인한 거예요. 서천이 벌컥 방문을 열었죠. 마침 동천이 남천의 손에 선물을 주는 모습이 서천의 눈에는 두 사람이 다정히 손을 잡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던 거죠. 말이 필요 없이 서천이 동천을 향해 일장을 날렸어요. 동천이 무방비상태에 있다가 서천의 장풍을 맞고 피를 흘리며 벽을 뚫고 바깥으로 날아갔어요. 남천은 서천의 그런 공격에 너무 놀라 서천을 향해 일장을 날렸어요. 반사적 행동이었던 거죠. 아무런 의식 없이. 그 바람에 서천도 바깥으로 날아갔어요. 그제야 남천이 놀라 바깥으로 나왔죠. 공교롭게도 동천과 서천은 가까운 위치에 서로 누워 피를 흘리고 있었죠. 남천이 그런 두 사람을 돌보기 위해 다가가는 순간 뒤에서 강력한 일장이 날아왔어요. 북천이었던 거죠. 그렇게 세 사람은 중상重傷을 입었어요.

북천은 그 길로 사라져버렸어요. 다행히 세 사람의 목숨을 끊지는 않았는데, 옛정도 있었고, 다시 세 사람이 무공을 회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거죠.

그 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정신을 차린 세 사람은 이 모든 것이 북천의 음모였음을 알았어요. 서천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시더군요. 당신의 욕심 때문에 이리 되었다고 하늘에 부끄러워하셨대요. 그리곤 동천에게 사과를 하곤, 남천을 한번 돌아 본 후 사라지셨다고 해요. 물론 동천도 얼마 뒤 길을 떠나셨구요.”

서설란이 긴 얘기를 마치곤 다시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지난날을 마치 자신의 얘기인 듯 애틋해한다.

주은백은 서설란의 얘기를 듣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스승인 서천이 올려다 봤다던 하늘을.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남천의 집을 떠나던 스승의 뒷모습이 주은백의 머리에 선명한 모습으로 각인된다. 그 쓸쓸한 두 어깨가.

스승의 바람이, 스승의 자유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주은백은 그런 스승이 더욱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졌다. 술이라도 한 병 사서 들고 찾아뵙고 싶었다. 그 쓸쓸한 어깨를 가만히 안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불쌍하신 분.

사랑하는 여인을 눈 앞에 두고 떠나셔야 했던 분.

“그런 북천이 수 십 년을 준비한 세력이 북천회예요. 그들의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뻗어 있어요. 비록 주대협과 동천의 후예, 마교가 그들에게 일정 타격을 입혔지만 아직도 거대하죠.”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북천을.”

주은백의 눈에 냉기가 흘렀다. 평소에도 서늘한 느낌을 주는 주은백이기는 했지만 냉기까지 흐르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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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1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3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6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40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4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5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8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3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4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9 44 10쪽
»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3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2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9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2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1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4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5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70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8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3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2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8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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