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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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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8.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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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87. 마지막 질문

DUMMY

“결국 또 놈들인 게로군. 놈들이 죽던 내가 죽던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야 할 사이인 모양이군.”

경표가 인상을 구기며 이를 갈 듯 말한다. 밀염 배후가 북천회란 묵진휘의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삼조원들은 아침 일찍 동해상단 접객실에 모여 묵진휘가 지난 밤 놈들의 장원에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놈들이 고수를 데려오려고 조용히 있었던 거로군.”

두원이다. 지난 밤 관지선과의 술자리에서도 놈들이 조용한 것이 못내 이상하다는 얘기를 나눈 뒤였다.

“해정 관아는 최고입찰관 놈이 한통속이었군 그래.”

“그야 불문가지不問可知요, 명약관화明若觀火 아니겠는가? 두말하면 잔소리지.”

서홍의 얘기에 경표가 곧바로 받자 모두들 경표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지난 입찰과정에서 보여준 최고입찰관의 태도는 이미 그들과 한통속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뇌물을 먹은 관리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은폐, 숨김도 없이 노골적으로 동해상단에 적의敵意를 드러냈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당수진이 정곡을 찌른다. 솔직 담백한 당수진의 역할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공격할 생각이오.”

묵진휘가 대답하자 모두 묵진휘를 바라본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묵진휘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큰 방향을 먼저 말한다. 그러고 보니 묵진휘가 먼저 적들을 염탐했고, 그래서 정보가 생겼다. 변화다. 지하동굴에서 나온 후의.

“내가 저녁 무렵 놈들의 장원으로 갈 생각이오. 수호법이란 자와는 안면도 있는데다가 갚아야 할 빚도 있소. 우리는 두 패로 나누어, 한쪽은 해정관아의 최고입찰관을 잡아 죄를 묻도록 하고 다른 쪽은 놈들의 장원을 수색해 관련 증거들을 확보하는 것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소. 물론 먼저 제압해야겠지만.”

묵진휘가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자 모두 동의했다. 추가 논의를 거쳐 두원, 관지선, 서홍, 당수진은 해정관아의 최고입찰관을 담당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놈들의 장원으로 가기로 했다. 최고입찰관을 잡는 데에는 공녀가 절강성 안찰사의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도 이황야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증거만 명확하다면 안찰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오늘 놈들을 일망타진해서 마무리를 지읍시다. 그리고 저녁에 축하 술 한잔...”

작전 계획이 모두 수립된 후, 경표가 모두를 돌아보며 두 손가락으로 술잔을 잡아 입에 털어 넣는 시늉을 하자 모두들 웃는다. 그들도 일망타진 후의 기분 좋은 한 잔이 주는 달콤한 맛을 알았기에.



“어서 오시오. 수호법께서 이리 직접 오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소이다. 하하”

“오랜 만에 뵙습니다. 여행 삼아 발걸음을 했을 뿐입니다. 허허.”

해정의 장원에서 편장로와 수호법이 서로 인사를 나눈다. 함께 온 목호법은 보이지 않았고 음양쌍살은 수호법 뒤에 멀찍이 서 있었다.

북천회에서 장로와 호법은 비슷한 서열이었다. 장로는 집행체계를 책임지고 있었고, 호법들은 태상호법의 지시를 개인 차원에서 수행했다. 장로급은 행정경험을 위주로 구성하다 보니 연륜을 중시 여겼기에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개개인이 상당한 고수였지만 호법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반면 호법들은 태상호법이 직접 발굴하고 육성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의 나이는 장로들보다 어렸지만 무공은 상당했다. 태상호법이 회주로부터 몇 가지 무공을 건네 받아 젊은 시절부터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태상호법 직속으로서, 기본적으론 회주의 세 제자를 지원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하지만 대제자인 차시천은 호법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셋째 제자는 아직 어렸고 풋내를 벗지 못했기에 역시 호법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한에서 영웅대회를 구경하던 중 목걸이에 휘말려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주로 두 번째 제자인 도수의 수하 역할에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래, 새외쌍검이 패했다고 들었는데, 놈들의 정체는 밝혀졌습니까?”

수호법이 간단한 인사 뒤 의자에 앉자마자 본론을 끄집어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동해상단이라는 염상인데, 근래에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새외쌍검을 제압한 무인들은 동해상단의 호휘무사들인데 젊은 놈들이라 합니다.”

편장로를 대신해서 천형환 전주가 답한다.

“상단의 호위무사라?”

천전주의 말에 수호법이 혼잣말처럼 되뇌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다. 모두들 수호법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아무리 방심했다 하더라도 새외쌍검을 제압할 정도면 이름이 나지 않았을 리 없지 않겠소? 새외쌍검 정도 되는 고수들이 젊은 무명소졸들에게 패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데?”

수호법이 천전주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불분명한 어조로 말하자 편장로가 입을 연다.

“우리도 그게 이상하다 생각하고 곳곳에 알아봤지만 아직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소.”

“동해상단이란 곳에 가보면 알겠지요. 정보란 탐문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부딪혀 확인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옳은 말씀이오. 나도 수호법께서 오시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리라 여겨 수하들을 그리 닦달하지 않았소.”

편장로가 웃으며 수호법을 치켜세운다. 물론 그 속에는 아직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자신의 실책을 무마하는 잔기술이 들어있었지만.

그걸 모를 리 없는 수호법이다. 하지만 그대로 넘어간다. 편장로가 그렇게 요청하는 것이다. 그 정도 못해줄 것도 없다. 이 정도 문제에 대해 조직내 역할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질 만큼 유연하지 못한 수호법이 아니다. 유연하기로는 천하 제일이라 해도 좋을 수호법이었다.

“동해상단으로 가보시지요. 다른 얘기는 다녀 온 뒤에 나누는 것으로 하지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편장로가 천형환 전주에게 눈짓을 보낸다. 동해상단으로 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기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쓸만한 무인 몇을 데려가면 될 뿐이다.


아직 해는 하늘에 떠 있지만 어두워지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초겨울로 접어든 낮은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다.

해정 바닷가가 보이는 장원의 중앙 전각에서 몇몇 사람이 무리를 지어 나온다.

수호법과 편장로를 필두로, 수호법 뒤에는 음양쌍살이 따랐고 편장로 뒤에는 천형환 전주와 후명신 부전주가 따랐다. 그리고 그 뒤로 젊은 무인 몇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일행 뒤를 따랐다. 해정 장원에 모인 북천회의 수뇌부는 모두 나선 것이다. 수호법이 직접 동해상단으로 가는데 편장로가 장원에 머문 채 보고를 기다릴 위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일행이 서산으로 떨어지는 해를 측면으로 바라보며 장원의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장원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가 정말 일품입니다. 특히 해가 떨어지면 파도에 일렁이는 저녁 노을이 대단할 듯합니다. 그 좋은 구경을 내일로 미루어야 하니 아쉽습니다. 허허”

수호법이 눈길을 바닷가로 돌리면서 감탄한다. 아직 노을 빛이 물들지 않은 바다는 푸른 빛깔로 일렁이고 있었다.

편장로가 수호법의 말에 화답하듯 무슨 대꾸를 하려고 입을 열려는 찰나, 허공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일도 할 수 없을 것이오.”

말과 함께 한 인영이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수호법을 제외한 모두는 순간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 할 정도로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인영의 등장은 난데없고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편장로가 주위를 휘휘 둘러봤다. 장원 내에는 높다란 나무도 없었다. 멀찍이 장원 담장 너머서야 제법 높다란 해송들이 있었는데 설마 그리 먼 곳에 있는 나무 위에서 날아왔단 말인가?

편장로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수호법의 반가운 인사가 들려왔다.

“이게 누구시오? 묵대협 아니시오?”

마치 친한 친구와 같은 다정한 말투다. 자신이 함정을 만들어 묵진휘와 오의붕경을 지하동굴에 묻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다. 유연함 못지 않게 뻔뻔함으로도 천하 제일일 수호법이었다.

“당신을 다시 보게 되는군.”

묵진휘의 서늘한 말투다.

수호법과 묵진휘는 지난 늦여름에 무악산에서 처음 통성명을 했었고, 무악산 정상 바위 밑의 전각에서 오의붕경을 인질로 잡고 만났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다시는 못 뵐 줄 알았는데, 이리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소. 혹시 동해상단···?”

뻔뻔하다 못해 능청스러운 수호법이다.

“서로 얼굴을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오.”

수호법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대신 묵진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서늘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매정하시오. 참, 우리에게 마지막 질문이 하나씩 남았는데 기억하시오?”

수호법의 말에 묵진휘가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여 호응했다. 그도 질문이 하나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마지막 질문을 먼저 하겠소. 우리와 함께하실 의향은 없으시오? 묵대협께서 함께 하신다면 동천의 후예에 걸맞게 천하가 부럽지 않은 대우를 약속하겠소.”

마지막 질문이라기보다는 마지막 회유였다. 사실 이제는 이미 대부분의 사실을 알고 있는 마당에 달리 알고 싶은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묵진휘도 마찬가지였다.

“내 마지막 질문으로 답을 대신하겠소. 그대가 더 살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소?”

묵진휘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통보였다. 목숨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하하하. 겨울이 다가와서 그런지 묵대협께서 싸늘하게 변하신 듯하오.”

묵진휘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호법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편장로와 천전주, 후부전주는 모두 놀라고 있었다. 이제 나타난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동천의 후예···

수호법이 무악산에서 바위 밑에 묻었다는 동천의 후예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 그가 어느새 동해상단과 관계를 맺고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편장로와 천전주, 후부전주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세 사람은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들이었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를 파악하는 감각은 천하 최고수의 감각과 맞먹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 말고 더 놀라는 인물들이 있었다. 바로 수호법 뒤에 서있던 음양쌍살이었다.

[그 놈이지 않아?]

“맞아요. 그 때 그 놈. 아직 살아 있었어···”

사내의 전음에 여인의 답은 입 밖으로 말이 되어 나오고 있었다. 그 만큼 놀란 것이다. 음양쌍살은 동천의 후예 등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조직에서 그런 정보를 들을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암수暗數를 놓고 사라진 뒤의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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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185. 찾아 나서다 +3 17.08.07 2,200 44 9쪽
185 184. 남천南天까지 +2 17.08.05 2,272 42 10쪽
184 183. 지원 요청 +3 17.08.03 2,345 46 10쪽
183 182. 계약이행契約履行 +3 17.07.31 2,182 44 10쪽
182 181. 북천과 서천 +4 17.07.30 2,139 49 10쪽
181 180. 불광불급不狂不及 +4 17.07.28 2,183 44 11쪽
180 179. 계약契約 +5 17.07.26 2,094 47 10쪽
179 178. 발톱 +4 17.07.24 2,057 48 9쪽
178 177. 발각發覺 +3 17.07.22 2,302 47 8쪽
177 176. 낙찰落札 +3 17.07.20 2,283 45 9쪽
176 175. 옛 터 +3 17.07.18 2,258 44 10쪽
175 174. 애증愛憎 +3 17.07.15 2,222 48 11쪽
174 173. 반가운 만남 어두운 얼굴 +3 17.07.13 2,481 47 10쪽
173 172. 목걸이를 찾아라 +4 17.07.11 2,308 46 10쪽
172 171. 삼별조三別組 +3 17.07.09 2,281 44 8쪽
171 170. 입장 변화 +4 17.07.07 2,350 48 9쪽
170 169. 숨결 +5 17.07.05 2,272 52 10쪽
169 168. 기다림 +5 17.07.03 2,363 49 9쪽
168 167. 탈출脫出 +3 17.07.01 2,284 46 11쪽
167 166. 신세계新世界 +3 17.06.27 2,369 44 9쪽
166 165. 야망野望 +3 17.06.26 2,307 41 9쪽
165 164. 산기창공散氣創空 +3 17.06.24 2,352 43 9쪽
164 163. 함락陷落 +3 17.06.22 2,441 43 10쪽
163 162. 와해瓦解 +3 17.06.20 2,407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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