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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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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6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작성
22.08.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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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조사(6)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아니, 이현우 아닌가?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왔는가?”

“오랜만이네요. 아저씨.”


부산과 멀지 않은 빌런구역에 도착하였다.

그 중에서 제일 친분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백발노인 집에 들어왔다.


“볼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렸어요.”

“이 야심한 시간에 이런 곳을···?”


백발노인의 둘째 아들. 그의 지적은 타당했다.


“네, 잭이 불러서요.”


내 한마디에 두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 의아한 기색은 사라지고 납득했다는 사실만 남아 있었다.


“안 그래도 아저씨에게 볼 일이 있기도 했고요.”

“내게 말인가···?”


정확히는 빌런구역으로 안내받은 뒤 떠오른 일이다.

나는 품 안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이거랑 비슷한 거로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흐음. 단도로군.”


백발노인이 내 손에서 단검을 가져갔다.


“형식을 보아하니 투척용으로 유용해 보이는군. 아니, 날에 상한 정도를 보아하니 거의 확실하군.”

“어디, 나도 좀 보자고 아버지.”


두 사람은 내가 가져온 단검에 관심을 보였다.

정확히는. 단검에 담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거다.


“너는 지금 세대에 흔치않은 진짜구나.”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러니까··· 김 형.”


백발노인을 아저씨라 부르는데. 그의 아들을 아저씨라고 부르기는 이상했다.

저번 만남에서는 하양이가 있었기에 그렇게 불렀던 거뿐이었다.


“형이라니. 새삼 기분 좋은데 아버지?”


김 형은 코끝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작 형이라는 소리에 기뻐하다니. 다시 한 번 이들이 처한 상황이 좋지 못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김 형.”

“어?”

“팔에 그 상처는 뭐예요?”


나는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

김 형의 팔. 정확히는 온 몸 곳곳에서 흉터가 있었다.

그것은 결코 평범한 상처로 생긴 흉터가 아니었다.

단 한 번으로도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흉터.

총상으로 만들어진 흔적들이었다.


“뭐··· 나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김 형의 목소리는 쓸쓸할지언정 무겁지는 않았다.

그는 가벼운 태도로 어깨를 으쓱였다.


“혹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말해주세요.”

“됐네 됐어. 한참 어린 놈 도움 같은 건 죽어도 필요 없어.”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 일이 있은 직후 아무 소식도 접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건강한 거를 보니 한 걱정을 놓았다.


“제가 그래도 형보다는 강할 텐데요.”

“야, 인마. 내가 그걸 몰라? 우리도 생각 좀 해보고 잠을 자야 하니까. 제발 꺼져라 좀.”

“하하. 잘 지내세요, 형. 그리고 이건 선불이에요.”

“쯧 코 묻은 돈이 얼마나 자랑이라고.”


입 꼬리를 올리며 문손잡이를 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김 형이 입을 쩍 벌리고 서 있었다.


“야, 야! 이건 너무 많잖···”

“말했잖아요 선불이라고요!”


나는 문을 열고 난간 위에 올라섰다.


“단검 말고도 부탁할 일 많을 거예요.”


이 말을 끝으로 뛰어내렸다.

얼핏 보인 시야에, 놀란 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 반응이 재밌어서 한 번 웃고, 주위를 둘러봤다.


“자, 이제 그 일만 남은 건가?”


몇 시간 전에 받았던 의문의 전화 한통.

전화 속의 목소리는 강혁의 행방을 알려줄 테니 집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



빌런구역의 명칭과 지금까지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공간.

울창한 숲을 뒤로 가진 오두막집이었다.


“계세요?”


문고리를 잡고 두들겼다.

초인종을 몇 번 눌렀지만 대답이 없기에 두드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내심 녀석이 나를 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괘씸하다는 생각도 머릿속에 들었다.


“이봐 잭! 삼 초 안에 안 나오면 부수고 들어간다! 하나! 둘! 셋···”


벌컥.

문이 열렸다.


“야, 너. 강혁에 대해 뭘 안다고 전화를···”


삐딱한 자세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곧 난처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온 인물.

당연히 잭일 거라 생각하였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 나왔다.


“누구···?”


안타깝게도 이 질문을 한 게 내 쪽이 되어버렸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펜리스? 아니야 걔는 나랑 키도 비슷하고 이런 모습이 아니잖아.’


펜리스와 다르게 눈앞의 여성은 하얀 피부에 금발의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졌으며. 얼핏 봐도 나보다 키가 컸다.

한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면야. 옷을 입은 게 펜리스와 비슷한 부류의 차림이라는 거다.

이마저도 펜리스가 누더기 같은 망토를 두르고 있어서 비교가 안 되지만 말이다.


“안으로 들어와.”


여성이 대뜸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이네?”

“아, 네. 그렇죠.”


대답은 했지만. 묻고 싶은 거를 떠올릴 만큼 아는 게 없었다.

그런 내 대답이 뭐가 재밌는지. 여성이 입 꼬리를 올렸다.


“아, 미안. 오해하지 말아줘. 존댓말 쓰는 게 신기해서 웃은 거야. 너랑 동갑이니 서로 말 편하게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느끼는 거지만 이 여성은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그 녀석에게서 장난기를 뺀 거같은···’


“방금 실례되는 생각했지?”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었다.

별다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시선을 피했다.

여성은 짧은 숨을 내뱉고 탁자 위를 가리켰다.


“금방 마실 거를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어.”


얼떨결에 자리에 앉았다.

두 눈만 멀쩡히 뜬 채 가만히 있었다.

부엌 쪽에서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책상 위의 놓인 종이만 만져댔다.

그러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지만 말이다.


“이봐. 그러니까 음···. 레이디?”


역시나.

커피를 가져온 여성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한지연.”

“어?”

“한지연이라고 부르면 돼. 괜히 이상하게 부르지 말고.”


나는 머쓱하여 머리를 긁적였다.

내게 이상한 호칭으로 불렀다고 질책 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면··· 지연. 혹시 이 지도에 대해 아는 거 있어?”


탁자 위에 있던 종이에서 지도를 드러냈다.

그러자 지연의 얼굴에서 놀란 표정이 나타났다.


“이건 놀랍네.”

“뭐?”

“설마 이걸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절로 눈썹이 찡그러졌다.

조금 전의 말은 내게 있어서 좋지 못한 말이었다.

이 지도에 대해서 조금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너, 잭이랑 어떤 사이야?”


내 한 마디에 커피잔이 조용히 내려졌다.

지연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증오스러운 혈연관계랄까.”

“그 말은···”

“네가 생각하는 거 맞아. 너에게 있어서 증오스러운 잭 키네시스. 그를 오빠로 둔 사람이 바로 나야.”

“잠깐만 그렇다는 건···”

“전화로 네가 여기를 찾아와서 낯선 사람을 만날 거라는 이야기.”


잭이 전화로 내게 했던 내용이었다.


“그게 바로 나야.”


어쩐지 이야기가 정리가 안 되었다.


“잠깐만 왜 너희들이 왜 강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지?”

“그야 같이 움직이고 있거든.”


같이 움직인다.

그 한마디에 심장이 고동쳤다.


“너··· 이 지도와 연관이 있는 거냐?”

“없을 것도 없지. 오히려 완전히 꿰고 있어.”

“그렇다는 건··· 하양이는 무사하다는 거네.”

“그야 당연하지? 우리 오빠가 굉장히 아끼는 애거든.”

“하. 하하하···.”


나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내 몫의 커피잔을 내동댕이치고 그녀의 멱살을 붙잡았다.


“너. 강혁을 어떻게 한 거야?”

“왜 때리기라도 하게?”

“못할 것도 없지.”


행동에 따라서 주먹을 먹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어딘가 구경하고 있을 잭도 모습을 드러내겠지.

물론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반송장으로 만들 이유는 충분했다.


“트윈 클라운.”

“그 이름도 알아본 거야? 역시 그 여자를 가만둬서는 안됐는데.”

“딴소리 말고 당장 말해! 강혁은 어디 있는지. 그리고 이 지도를 통해서 어떤 계략을 꾸몄는지!”


탁자 위의 놓인 지도.

틀림없이, 파주시 지하에 있던 광신도의 은신처 지도였다.


“왜 갑자기 한국에 나타난 거지? 대체 너와 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는 아닌데···.”

“뭐?”


뜬금없이 지연이 볼을 부풀렸다.


“기억 안나? 난 항상 너의 근처에 있었어.”

“그게 뭔 헛소리···.”

“네 연습 시합 날에도 지켜보고 있었는걸.”


머릿속에 경종이 울려댔다.

그녀의 말은 나 때문에 한국에 왔다고 말하는 듯하였다.

갑작스레 머리가 지끈거리고 처음 보는 기억이 떠오른다.


“너였냐? 그 날에 나를 범죄 조직에 던져둔 인간이?”


차가운 빛이 아른거리는 수술실에서, 푸른 색 눈동자가 눈앞에 알짱거렸다.

분명 머릿속에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 것처럼 뚜렷하였다.


“이런···, 살살 때려줘.”


그 한마디에 이성을 놓았다.

오른쪽 주먹에 충격이 느껴지고 그녀는 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화를 진정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었다.


“일어나.”


일어나지 않는다.


“그 면상에 한 대 더 처박기 전에 일어나라고.”


여전히 대답이 없다.


“죽어도. 상관없는 거겠지.”


상관없다.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던. 말을 하든 말하지 않던.

빌런은 죽인다.

이 행위에 일체의 망설임은 없었다.

하지만 주먹을 든 순간,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많이 변했네? 내가 아는 넌 그러지 않았는데.”


분명 망설임은 없을 터였다.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만 아니었어도 안면에 주먹을 먹였을 거다.


“강혁···.”


나는 행동을 내려두고 그를 보았다.

달칵하고 열렸던 문이 닫혔다.

방문 앞에는 강혁이 서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전혀 변함없이.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곧, 그의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우리 참 할 이야기가 많다. 그렇지?”


정말 할 이야기가 많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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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악惡(2) 22.03.14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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