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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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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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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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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사(4)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어울려 달라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의 뜻이야.”


김수진 선생님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내 몫의 머그컵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것은 호의적인 흥미와, 적대적인 경계,

그리고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되어 오던 예리한 관찰이었다.


“아, 겁먹지 마. 옛날 버릇 때문인지 어른이든 아이든 조금 불편하더라고.”


교사인데도 사람을 불편해 한다는 게 괜찮은 걸까.

김수진 선생님은 웃음을 지으며 책상 위로 팔을 움직였다.

오른손이 내 왼쪽 손목을 살포시 감싸 쥐었다.


“그러면 내가 먼저 몇 가지 질문해도 될까?”

“아, 네. 김수진 선생님께서 원하는 만큼 질문하세요.”

“어머, 너무 예의 차리지 마. 그냥 김 선생님이라고 불러줘. 그리고 음, 어디보자 우선은 그 질문부터 할까?”


김 선생님은 책상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었다.


“자, 첫 번째 질문. 너는 슬비의 친오빠가 맞아?”


나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내 겉모습이 동생과 많이 달라서 일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노골적인 질문이 들어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잠깐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좋지 못할 선택이었다.


“어, 음···. 설명하면 복잡한데요. 저를 낳아주신 친 아버지가 지금의 아버지와 형제 관계셨어요. 옛날에 사고 때문에 친부모님을 잃고 지금의 가족관계가 된 거고요.”

“이런. 내가 민감한 질문을 했구나. 미안해.”

“아니요 괜찮아요. 아주 어릴 적 일이라 감흥도 없는 걸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든 걸까.

김 선생님에게서 경계 받는다는 느낌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녀는 내 손목에서 손을 떼고 미소를 지었다.


“민감한 질문에도 선뜻 대답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왕 실례한 거 조금만 더 그래도 될까?”

“네? 아, 네 그러세요.”

“수락해줘서 고마워. 그러면 혹시 양친 중에 너랑 외견이 같은 사람이 있어?”

“외견이요? 아니요. 친부모님들 모두 하얀 피부였어요. 아버지는 흑발에 푸른 눈이었고, 어머니는 노란 머리셨죠. 아, 눈동자는 아마 주황색이었을 거예요.”

“그렇구나. 그러면 눈동자는 어머니 쪽을 닮은 거겠네?”

“아, 글쎄요···. 그건 또 차이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나는 스스로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내 눈동자 색은 노란색이 많이 섞였지만. 친 어머니의 눈동자는 붉은색에 가까웠었다.

어디까지나 가족에 극한해서 일 때, 눈동자 색이 비슷하다 말할 수 있는 경우.

차라리 친아버지의 이목구비와 닮았다는 말이 더 현실성 있는 수준이었다.


“친인척들 말들로는 전혀 안 닮았대요. 키도 그렇고 생긴 것도 그렇고요.”


분명 사실인데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앞의 이유 탓에 혼외자식이 아닌가 하는 말도 들었다.


“흐음, 그 얘기는 흥미가 끌리는데? 에스트가 신체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처음 봐.”

“···네?”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 이야기에서 동정도 아니고 미안함도 아닌 흥미를 느낀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그녀가 처음이기에, 머릿속이 복잡하였다.


“얘. 내 초능력은 추론과 가설이야. 6급 초능력이고. 어떠한 행위를 통한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지.”

“어······. 저기.”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우의 수만 알 수 있을 뿐이야. 틀리는 일이 하다하지만. 그래도 능력을 신용해서 나쁠 게 없어서 습관이 되어버렸어.”

“저, 선생님?”

“그래서 너는 어때?”

“네?”

“초능력. 말해줄 거지?”


‘말하겠냐!’


하지만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설마 자신의 초능력을 유x왕 카드 능력 마냥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하필 그 예외가 눈앞의 상대였고, 심지어 당당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곤란한 그때. 그녀가 미소지었다.


“흐음~ 화를 안 내는구나. 현명한 선택이야. 나는 네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유능한 선생님이거든.”

“······그 말을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겁니까?”


내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말 못할 게 어디 있어? 나 유능한 건 세계가 인정하는데?”

“네, 그러시군요. 하지만 제 초능력까지 밝혀야 할까요?”

“응. 내가 너무 궁금해서 그래.”

“······그러면 거절하겠습니다.”

“왜~ 내가 어디서 떠들고 다닐까봐 그래? 괜찮아 나만 알고 있을 테니 말해줘. 응?”


결국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말았다.

상담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찾아왔는데. 완전히 다른 부류의 대화였다.


“선생님, 계속 이런 식으로 강요하시면······.”

“왜 나가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김 선생님이 입 꼬리를 올렸다.


“화는 나지만 나가지는 못해. 그 이유는 너도 알고 있지?”


분하지만 인정했다.

장난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일방적인 대화였지만. 이대로 나가면 내 손해라는 인식이 있었다.

아직 내가 가진 패에서 보여준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세계 초능력 협회야.”


그녀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


“내가 교사를 하기 전에, 거기서 연구원으로 일했어.”

“세, 세계 초능력 협회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계 초능력 협회.

각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모은 초능력자 단체.

그들이 이뤄낸 업적은 지금의 인류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어때? 이제 구미가 당겨?”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대답은 당연히 긍정이었다.

세계 초능력 협회라면 정보의 질이 남다를게 분명했다.

이런 고민을 김 선생님도 잘 아는지. 갈색 눈동자가 포물선을 그렸다.


“네가 착각하는 거 같아서 말해주는데. 나는 교사로서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첫째는 오랜만에 연구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 관심이 생긴 거고. 둘째는 네가 내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를 갖고 있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보를 줘라······.”

“그렇지. 주는 것이 있다면 받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걱정 마. 지금까지의 질문이 얼마나 예민한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분명 내 초능력을 말하지 않아도 질문에 답해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여준 성의에 대한 답변은 조금 다를 것이다.

초능력을 밝혔을 때의 수확과 밝히지 않았을 때의 수확.

길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세계초능력 협회의 정보 일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초인입니다.”

“응? 초인?”

“네, 초인이요.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지만, 삼 급 초인이에요.”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침묵의 시간은 이어졌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특이한 능력도 아니고 특출 난 능력도 아닌 무능력.

본의 아니게 기대시켜 놓고 실망시키고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인. 초인이란 거지.”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김 선생님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죄송해요. 아무리 무능력이라도 밝히는 건 조금······”

“초인이라니 짱이잖아!”


그녀가 양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나는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실망할 줄 알았던 그녀의 반응은, 너무나 의외의 것이었다.


“초인이라니! 몸의 색소가 극단적으로 변한 것도 신기한 경우인데 에스트만 가질 뿐 속성이 없다고? 흙 능력도, 아무런 능력도 아닌 초능력 자체가 없는 초인이라니! 이건 최초라고 최초!”

“저기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 어렸을 때 초능력 검사 받은 적 있지. 거기서는 뭐라고 했어? 거기서 초인이라고 판정 받은 거지?”

“어······. 거기서 전기의 초능력자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

“그렇지! 초능력 검사는 틀림없이 사실을 말해주니까! 너는 틀림없이 초인이 맞······ 뭐?”


김 선생님이 행동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흥분했던 태도가, 식다 못해 서늘해져 있었다.


“전기의 뭐?”


나는 입을 다물고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사람의 태도가 이렇게 까지 왔다 갔다 하니. 오히려 겁이 날 정도였다.


“너, 날 속였구나?”


김 선생님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웃고 있음에도 싸늘하게 식어있는 눈빛.

진심이 느껴지는 행동에 더욱 공포감이 느껴졌다.


“얘, 내가 만만해?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잠깐, 잠깐만요 선생님. 오해입니다. 어렸을 때 검사 결과는 그랬지만 지금은 초인이 맞아요.”

“근거는?”

“초, 초등학생 때 재검사를 받았을 때에는 무능력으로 판정 받았어요!”

“웃기지 마. 초능력자로 판정 받아놓고서 무능력이라니. 변명도 그럴 듯하게 해야······.”

“제발 흥분을 가라앉혀 주세요. 그런 표정 지으면 무섭다고요!”

“무서워? 내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김 선생님의 팔이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섰다.


“뭐해?”

“네?”

“갑자기 왜 일어서고 그래?”


이번에는 침착한 분위기의 그녀.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화, 화나신 줄 알고······.”

“화 안 났어. 것보다 손 좀 줘봐.”

“손은 왜······.”

“왜긴 피를 뽑아야지.”


김 선생님이 손바닥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피를 뽑는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올 이야기였나.

대놓고 요구하는 그녀의 행동에, 오히려 내가 이상해진 기분이 들었다.


“빨리 내놔. 혈액 샘플까지가 값이야. 그 대가로 원하는 질문 한 개를 성실히 답해줄게.”

“······질문 한 개요?”

“그래, 질문 한 개야. 같은 질문의 범위 안에서만 질문을 반복해도 되고. 내가 가진 지식에 한해서 전부 답해줄게.”


나는 왼손 끝으로 오른손바닥을 눌렀다.

내 사적인 정보와 혈액의 대가가 고작 질문 한 개.

그녀가 정말로 그만한 값어치를 가진 사람인가 의심스러웠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얻고 가야했다.


“살살 부탁드릴게요.”

“걱정 마. 시험관 다섯 개 양이면 충분해.”


김 선생님은 책상 밑에 놓인 철제 상자를 꺼내들었다.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뚜껑이 여니, 하얀 김이 상자 밖으로 새어나왔다.

상자 안에 든 건 주사기와 정체 모를 액체들. 여러 모양의 시험관이었다.


“···혹시 학교에 보건 선생님으로 온 거 아니죠?”

“헛소리 하지 말고 팔에 힘 빼.”


피를 뽑기 위한 작업이 순서대로 이뤄졌다.

순식간에 손가락 반 마디 정도인 시험관 다섯 개를 모두 채웠다.

나는 주삿바늘이 지나간 자리를 지혈하였다.

그동안 김 선생님은 채취한 혈액을 상자 안에 정리하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고 입을 열었다.


“자, 내 볼 일은 이걸로 끝이야. 그래서 우리 학생은 무엇이 궁금해서 왔을까?”


이제는 내가 질문을 할 시간이다.

식도를 타고 마른 침이 흘러 내려갔다.

분명 김 선생님은 단 한 개의 질문에만 답해주겠다 하였다.

어쩌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 동시에 지금의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회심의 기회.

순식간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지나갔지만.

결국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하나였다.


“저주.”


강혁, 그가 내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한 것인지.


“저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그 편린을 알기 위해서 나는 이곳에 찾아왔다.


“흐음. 그래?”


그런데 내 질문이 마음에 안 들은 걸까.

김 선생님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러고 그녀가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툭. 툭.

일 초 단위로 끊어지는 소리.

반복되던 소리와 행동이 멈추고.

그녀는 불편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누구 소개를 받고 여기 온 거야?”


작가의말

반영웅은 자유 연재 작품입니다! 좋아요와 선호작은 작가의 글쓰기에 큰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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