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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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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수 :
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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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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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그리고 잠입(3)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경찰청장의 설명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위해 세 개의 조로 모였다.


“이쪽이다.”


진 선생님을 따라 가니 정찰 조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한명, 두명, 세명······.

이곳에 있는 건 총 여섯 명의 사람들.

딱 봐도 히어로처럼 생긴 옷을 입은 사람이 두 명 있었고. 나머지는 경찰인지 히어로인지 분간이 안됐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무리에 합석하는 진 선생님을 따라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지금처럼 서로에게 최대한 협력해야 하는 단체 행동 특성 상, 제일 경력이 적은 내가 먼저 인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하···!”


그러나 돌아온 건 차가운 침묵과 불쾌한 눈빛이었다.

거기에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장본인은, 나 몰라라 하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 아직 학생이라고?”


이 자리에서 제일 연로해 보이는 남성이 말을 걸었다.

희게 변색되어 가는 머리와 도드라진 광대, 움푹 페인 마른 볼과 이마에 자리 잡은 세월의 흔적.

지팡이를 땅에 짚은 채 의자에 앉아있는, 대략 70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었다.


“자네, 학생처럼 보이는데 내 말이 틀린가?”

“아니요. 보시는 대로 학생 맞아요.”


나름 예절 있게 말했다 생각했는데. 노인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노인은 혀를 차며 비난의 말을 하였다.


“쯧쯧, 말세구만 말세. 젊은 사람이 무서운 줄 모르고 사지로 뛰어들다니. 정말로 안타까워.”

“저기 할아버지···”


너무 어리게 보지 말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진 선생님이 팔을 뻗어 말을 가로 막았다.

진 선생님은 평상시에 보여주던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 우리 영감님도 참. 오랜만에 봐도 오지랖은 여전한가 봐?”


진 선생님의 말에 움찔하고. 노인이 눈을 감고 있던 호박색 눈동자를 드러내었다.

벌써부터 불화의 조짐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노인의 눈빛이 조금 전과 다르게 흉흉한 기세를 뿜고 있었다.


“마진. 애송이었던 녀석이 주제파악을 못하고 끼어드는 거를 보니. 그동안 상당히 간이 커졌나 보구나.”

“그러는 영감님이야말로. 그 나이 되도록 용케 간이 버티고 있어서 안심했어.”

“허허. 애송이가······.”

“하하하. 무서워라.”


쾅.

두 사람이 훈화를 나누고 있던 그때, 정찰조의 한 명이 의자를 넘어트리며 일어났다.


“저는 인정 못하겠습니다!”


밝은 갈색 머리와 갈색눈동자. 근육이 충만한 남자.

그는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불만이 가득한 눈빛을 나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저는 인정 못합니다. 이게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아직 경험도 미숙한 학생을 정찰조에 넣을 수 없습니다!”

“네가 뭔데?”

“예?”


남자는 호기롭게 외친 것에 비해, 진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어벙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지러운 머릿속 정리가 끝났는지. 당당하게 주먹을 가슴에 대었다.


“저는 강감찬 경위라고 합니다. 설명은···. 안 해도 아시죠?”


경위에 말끝이 어눌해졌다.

나는 진 선생님을 곁눈질했다.

다행히 진 선생님이 그 이름을 까먹진 않은 모양이었다.


“강감찬 경위라······. 이번 광신도 잔당 추적을 성공했다던 본인?”

“아, 예 맞습니다. 한때 시대를 사로잡은 히어로가 띄워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아니, 띄워주진 않았는데. 그보다 할 이야기 있던 거 아니야?”

“아차, 말에 속아서 그만!”


기분 탓인가.

본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렇게 멍청해 보이는 사람이 이번 작전의 일등공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 그의 모습이 대규모 작전에 앞서 긴장했기 때문이라 바랄 뿐이다.


“크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포위조에 적합한 인재가 왜 분수를 모르고 정찰조에 왔냐는 거죠.”

“허허, 말이 조금 불순하긴 하지만 내 의견도 비슷하네.”


노인이 경위의 말에 동조하였다.

노인은 호박색 눈동자를 나에게 향했다.


“아이야 말해봐라. 어째서 앞 뒤 모르고 이곳에 뛰어들은 것이냐? 모두가 곤란해 하는 게 보이지 않느냐?”


노인이 손으로 정찰조를 가리키자, 그들 모두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생각했다.

대체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건지 말이다.


“혹시 우월감을 느끼세요?”

“뭣.”


노인에게 말했지만, 반응이 온 건 경위 쪽이었다.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는 모습.

나는 설마 했던 반응에 탄식했다.


“진짜냐고······.”


경위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설마 했지만 정말로 이런 일로 우월감을 느낄 줄은 상상치 못했다.


“죄송하지만 아까부터 뭐라고 하는데. 저는 우리 사장님에게 끌려 온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뭐라 할 거면 우리 사장님에게 해주세요.”


나는 확실히 하기 위해 진 선생님을 가리켰다.

이에 노인은 쥐고 있던 지팡이를 놓치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멍청한 사람을 탓하는 거 같았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정말 이 자리에 아무런 욕심이 없다는 게냐?”

“네.”

“그러면 어째서 원래의 포위조로 가지 않는 게지?”

“아니, 그 질문은 저한테 말고 진 선생님에게 물어보라니까요?”

“붉은 나비님. 저 아이의 말이 사실입니까?”


강감찬 경위는 잔뜩 흥분하였다,

그에 비해 진 선생님은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무얼 말입니까?”

“갑자기 웬 존댓말···이 아니라, 붉은 나비님이 저 아이를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게 했냐는 말입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


진 선생님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내 그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큭······ 끄윽 끅.”


배를 부여잡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웃는 선생님.

나는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서 핸드폰 액정을 확인했다.

다행히 묻은 건 없었다.


“뭐. 뭐가 그렇게 웃긴 겁니까!”


얼굴이 빨개진 경위가 식식거리며 소리쳤다.

진 선생님은 숨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


“현우야.”

“예?”


갑작스러운 호명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화살을 돌린 것에 대한 화풀이인가 걱정되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라는데. 네가 보기엔 어떤 거 같냐?”

“그걸 저한테 물으셔도···.”

“괜히 머리 쓰지 말고. 느낀 그대로 말해 봐.”


느낀 그대로.

나는 이들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진 선생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러기를 바라는 거 같았다.


“바보 같다?”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하나같이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데. 진 선생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이제 그 이유를 여기 있는 선배님들에게 알려줘라.”

“말하라고요? 지금 저 괴롭히는 거예요?”


아직 이름도 없는 신인이 베테랑 앞에서 입을 놀리게 시키다니. 괴롭히는 게 아니고서야 이럴 수 없었다.

나는 거부의 의미로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진 선생님이 더욱 입 꼬리를 올리며 나를 마주봤다.

그가 영업용 미소를 지어가며 나에게 보내는 의미.


‘까라면 까라는 대로 해.’


울며 겨자를 먹는 심정이었다.


“아, 그 바보 같다고 말한 건 여러분이 멍청하다는 뜻이 아니라···.”


일단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운을 뗐지만 별 방법이 없기에 입이 버썩버썩 말라갔다.

먼저 천천히. 나는 왜 바보 같다 말한 건지 생각하기로 했다.

자진해서 총알받이 하러 가는 건데. 그걸로 위세를 부리니 바보 같아 보였다고 설명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되도 않는 이유로 트집을 잡으니 반항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하면 되는 걸까.

당연히 둘 다 말할 수 없었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리면 작전이고 뭐고 처음부터 엇갈릴 게 분명하였다.


“그만.”


그만하라 명령한 건. 내게 앞장서서 트집을 잡던 노인이었다.

그는 머리가 아픈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지그시 누르고 입을 열었다.


“자네나 학생이나. 히어로의 명예라는 거를 모르는 거 같군.”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어? 이 아이도 우리 사무실 인재이니 비슷한 성향이 있는 건 당연하지.”

“쯧, 말이나 못하면.”


못마땅해 하는 말에 비해 분위기가 풀어진 게 보였다.

어느새 노인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눈꺼풀을 닫고 있었다.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서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앞이 보이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자네는 버릇없게 노인이 뭔가 노인이. 나를 부를 때에는 티처(teacher)라고 부르게.”

“예?”


노인. 아니 티처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내가 그에게 노인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갑자기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설마···.’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연로한 나이와 진 선생님을 함부로 말하는 태도. 호박색 눈동자와 내 생각을 읽은 거 같은 언행.

내가 잘못 생각 한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은 한국 최초의 일급 능력자이자 한국 히어로의 선구자인 ‘선생원’씨가 분명했다.


“멀뚱멀뚱 뭐하는 게야. 어린놈이 썩 오지 못할까!”


아무래도 나는 티처에게 단단히 찍힌 모양이었다.



*



“후우···.”


우리 정찰조 일곱 사람은 빈민가 앞에 서 있었다.

작전지역인 빈민가에 들어가지 않고 도로 변에 서 있는 이유.

그것은 히어로 협회에서 오는 책임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네요. 굳이 이렇게 역할분담을 했어야 해요?”


말을 한건, 이 팀에서 나 다음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 붉은 긴 머리와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성인 ‘나효은’ 씨였다.

그녀는 지금, 삼십분 째 기다리고 있는 우리 상황에 대해 불평하였다.


“어쩔 수 없죠. 제압조는 경찰 측에서, 정찰조는 히어로 협회에서 대표를 맡기로 했으니까요.”


옆에 서있던 검은머리 경찰, ‘서진우’ 씨가 불평하는 그녀를 달래었다.

그 나름대로 달랜다고 한 말이었겠지만. 오히려 효은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네네. 잘 알았어요. 확인 시켜 주셔서 정말 분에 넘치게도 고맙습니다.”

“뭘요. 이 정도 설명이야 별 거 아니죠.”

“···흥!”


비아냥이 통하지 않자. 그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서진우 씨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주위를 경계하였다.

그렇게 있기를 몇 분이 지났다.


“저거 아니에요?”


내 시야에 차 한 대가 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은 예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협회에서 온 게······ 아닌가?”


히어로 협회에서 온 거치고는 너무나도 평범한 경차의 모습.

다행히 괜한 걱정이었는지. 경차는 우리 앞에서 멈춰 섰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뒷좌석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어?”

“응?”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얼굴.

차에서 내린 한명은, 다름 아닌 정장을 입은 추기수 이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깨고 말을 한 건 기수 쪽이었다.


“너. 네가 왜 여기 있어?”

“나는 일 때문에. 너야말로 그 옷은···”


여기 온건 둘째 치고. 기수의 눈에 띄는 옷을 지적하려다 말았다.

그와 같이 온 남자도 정장을 입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회색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

정장을 입은 다른 한 명이 말을 걸었다.

기수는 그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이현우. 히어로 지망생인데 저랑 같은 반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현우라고 해요.”


내가 악수를 청하자 남자는 덥석 받아줬다.

그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둘이 같은 동창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나는 히어로 협회의 안천수라고 해.”


안천수.

겉으로 보이는 가벼운 분위기에 비해, 그의 손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잡혀있었다.

분명 그에 걸 맞는 고생을 했을 터.

그저 협회에서 보낸 감시 역할이라고 생각한 게 미안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 합류하게 된 거 같았다.


“그래, 그러면 이쪽이 이번 팀원들인가요?”


그는 이번 작전에 함께하게 될 정찰조 인원을 보았다.

그러자 우리 중 대표로 티처가 나와서, 그에게 악수를 건네었다.


“반갑네 젊은이. 이런 늙은이랑 애송이 밖에 없어서 실망했나?”


반쯤 농담으로 던진 티처의 한마디.

천수 씨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어르신을 모르면 이 업계에서 손 때야죠. 만나서 영광입니다. 티처.”

“허허허 이거 참. 어느 연놈들 보다 훨씬 예의 바른 청년이 왔구먼.”


익숙한 친구와 함께 찾아온. 뛰어난 감독관 안천수 씨.

우리는 곧바로 서로의 정보를 확인한 뒤. 마침내 빈민가에 발을 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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