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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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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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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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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그리고 잠입(6)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야, 야 왜 그래!”


검은 닌자가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몸 상태 때문인지. 온 사방이 어지럽게 보였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광신도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목소리와 함께 복도를 걸어오는 구두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야, 들려? 당장 일어나! 이러다 다 망친다고!”


흐릿한 풍경 너머로, 검은 닌자가 손톱을 물어뜯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일어나야 했다.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 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또각또각.

결국 구두소리는 화장실 앞까지 다다랐다.

끼익.

망설임 없이 화장실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검은 머리 광신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검은 닌자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곧바로 삭막한 분위기가 화장실 안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지금 뭐하는 거죠?”


되묻는 광신도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낭패였다.

내 실책으로 한순간에 계획이 꼬여버렸다.

검은 닌자가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내 어깨에게 닿아있던 그의 손길이 멀어졌다.

또각또각.

멀어지는 검은 닌자의 몸에 비해, 광신도의 구두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광신도가 말했다.


“설마, 이 성스러운 곳에서 안 좋은 일을 한 겁니까?”


광신도의 목소리에는 위협이 깃들어 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는, 검은 닌자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대답 할 때까지 3초 드리겠습니다. 3, 2······.”


검은 닌자가 내 한쪽 어깨를 감싸 쥐었다.

숫자가 내려감과 동시에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1.”


광신도가 마지막 숫자를 셌다.

동시에 사방에서 폭음이 들렸다.

수도꼭지와 변기에서 물줄기가 넘쳐 나왔다.

화장실 바닥은 순식간에 물로 가득 찼다.


“대답이 없으니 어쩔 수 없군요. 죄송하지만 실력발휘를 해야겠습니다.”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손끝에 느껴지는 물의 감각이 이상했다.

물이 밑으로 빨려가는 게 아닌 계속해서 주위를 맴도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기서 광신도와 싸워서는 안 됐다.

그에게는 유리하고 우리에게는 불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력하게 바닥에 엎드린 채로 검은 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광신도와의 거리가 한 걸음 더 좁혀졌다.


“자, 그러면 들어볼까요? 무슨 생각으로 우리 예비 신자님을 폭행 한 건······”

“도와주세요.”


나는 미소 지었다.

검은 닌자의 행동은 완벽하였다.

이에 광신도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 채 어리둥절해 했다.


“저, 저 말하는 건가요?”

“도와주세요! 제 동생이 상태가 좋지 않은데 어떡하죠? 항상 형하고 할아버지가 해왔었는데······. 지금 빨리 두 사람을 불러야 돼요!”


사방에서 터져 나오던 물줄기가 다시 얌전해졌다.

그것이 검은 닌자의 행동이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두 사람을 불러오라고 압박을 하는 입장으로.

순식간에 역전된 상황에, 검은 머리 광신도는 당황해 했다.


“지금 두 분은 이곳으로 올 수가······. 자, 잠시 제가 봐도 되겠습니까?”


광신도는 다시 안내인의 자세로 돌아왔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만 좋았다.

그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강제로 상체를 일으켰다.


“잠······.”


뇌수가 소용돌이치고 귓속에서 이명이 들렸다.

눈앞이 끔찍할 정도로 어지럽게 보였다.


“우욱······.”


겨우 안정되었던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곧바로 달갑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


“우웨에에엑.”


바닥에 엎드려 구역질을 했다.

콧속으로 카페에서 먹었던 이상한 음료의 냄새가 올라왔다.


“커흑······.”


나는 한참을 속을 게우고 난 뒤에야 진정했다.

옛날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으켰던 발작 증세.

오랜만에 했음에도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검은 머리 광신도는 미소를 띤 채 물었다.

덕분에 괜찮지 않았다고 대답하면 되는 걸까.


“저희 교단의 의료수단을 써봤는데. 역시 효력이 있는 거 같군요.”


효력은 얼어 죽을.

가만히 두면 알아서 진정될 텐데. 괜히 건드려서 구역질까지 하게 만들었다.

한껏 터트리고 싶은 욕지거리가 목 근처에서 간질거렸다.

하지만 한숨 돌리는 검은 닌자의 모습을 보니,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에 나는 이를 악물고 감정을 죽이기 방향으로 선택했다.


“정말로 몸이 좋아졌어요!”


할 수 있는 최대한 밝게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식적이었고 웃음을 유지하는 입가에는 경련이 일었다.


‘미안합니다.’


검은 닌자의 낯빛이 너무 어두웠기에 절로 사과의 말이 우러났다.

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었고, 최대한 노력한 결과였다.

만약 내 실수로 이 상황을 모면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책임지고 광신도를 때려잡기로 마음먹었다.

오히려 이쪽이 편했다.


“아 정말,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광신도는 환한 미소를 짓고, 그저 지금의 상황을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예비 신자님은 눈동자님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음이 틀림없어요. 자,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닙니다. 두 분 모두 신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으러 가죠.”


검은 머리 광신도가 양손을 내밀어보였다.

마치 귀부인을 모시는 사람 같은 행동이었다.

그는 두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우리를 바라봤다.


“안 잡으세요?”


그가 자신의 손을 잡을 것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여러분이 소중해서 그런 거니. 부디 손을 잡는 것을 허락해 주시겠어요?”


재차 권유하는 것을 거부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검은 닌자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아, 음, 네······. 동생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프로는 달랐다.

검은 닌자는 손을 떨면서도, 광신도 남자의 손 위에 손을 포개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검은 닌자는 이쪽을 돌아보고. 안 하면 죽이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나 또한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올렸다.

검은 머리 광신도는 하얀 치아가 보이게 미소를 드러냈다.


“그러면 우리 예비신자님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자, 가시죠.”


최악이었다.

살면서 남자에게. 그것도 광신도에게 에스코트 받는 날이 오다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



“하하, 두 번이나 하는 건 좀 힘드네요. 몸이 죽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검은 머리 광신도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피가 바닥 속으로 사라지고, 커다란 벽이 움직여 다시 한 번 복도의 모습을 드러냈다.


“자, 갈까요? 손을 잡고 안내해드리고 싶지만 아직 아물지를 않았네요.”


검은 머리 광신도는 앞장서서 복도로 들어갔다.

나와 검은 닌자도 뒤처지지 않게 따라갔다.


“신기하네요. 할아버지가 다니는 종교에는 이런 공간이 많이 있나 봐요?”


얌전히 뒤따라가던 검은 닌자는 복도의 벽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검은 머리 광신도가 우리를 돌아봤다.


“많이 신기한가요?”


말은 의문형이었지만. 그의 얼굴에 담긴 것은 동질감을 느끼는 자의 얼굴이었다.


“하긴,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주교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때를 회상하는지. 광신도의 눈에 반짝거리는 빛이 보였다.

동경 그리고 믿음.

어떤 의미로 순수한 이 남자는 교단과 첫 접촉 때부터 입단을 희망했을 게 분명하였다.

광신도는 추억을 되새기며, 그때의 심정을 표현하였다.


“주교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어요. 제 고민거리를 알아차리시고 바로 해결해주셨거든요.”

“고민거리요?”

“네, 고민거리요. 지금은 무가치함을 깨달았지만. 그때에는 상당히 큰 고민을 했었죠.”

“뭐든 잘 하시게 생기셨는데 그렇게까지 고민했다니. 무슨 일 때문인지 궁금한데요?”


검은 닌자는 광신도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관심을 드러냈다.

상호간의 공감으로 경계를 허물고 신뢰도와 정보를 얻어낸다.

대화를 나누는 검은 닌자의 처세술이 감탄스러웠다.


“하하, 뭐 별 거 아닌 이야기기지만 신도님께서 궁금하시다면야.”

“선생님. 그냥 궁금한 정도가 아닙니다. 엄청 궁금해요.”

“하하하, 그러면 어쩔 수 없죠.”


광신도의 어깨가 우쭐해진 게 보였다.

광신도는 마른기침을 몇 번 하고 입을 열었다.


“크흠. 제가 주교님과 만나게 되고, 교단에 몸을 맡길 정도로 믿음에 빠진 이유. 그것은 우습지만 늦은 첫사랑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죠.”

“사랑 때문이라니! 선생님 정도 되는 분의 마음을 훔칠 정도면 상당히 수준이 높았을 거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그녀가 대학 창가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뿐인데 가슴이 막 뛰었으니까요.”

“오오, 그 정도에요?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건 말이죠······.”


광신도는 이야기 하다 말고 주위를 살폈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잘 정돈 되어 있는 복도의 풍경.

그가 복도의 외벽을 가리켰다.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바닥에 앉았다.


“처음 장소는 도서관 뒤편에 화단이었을 거예요. 매일 같이 기회를 엿보기만 하다가 그날은 사랑 고백을 했죠. 하지만 첫사랑이 쉽지 않듯이 거절을 당했어요.”

“저런!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거죠?”

“네, 바로 보셨어요. 저는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도 계속해서 제 마음을 전했어요.”

“세 번째에는 성공했나요?”

“아니요. 그녀는 매번 대답 때마다, 아직 누군가를 사귈 준비가 덜 되었다는 말이 전부였어요.”

“저런······. 그즈음 되면 평범한 사람들은 포기하겠는데요.”

“그럴지도 모르죠. 아니, 아마 그럴 거예요. 용기를 낸 게 허무할 정도로 실연만 당했으니까요. 사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그때에는 술에 기대서 반쯤 포기하고 지냈어요. 실연의 아픔으로 가슴 언저리가 찢어질 거 같았거든요.”


광신도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검은 닌자는 광신도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미소지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안타까운 미소 뒤에 숨겨진 쾌재라고 불러도 좋을 감정.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음으로 드러난 검은 닌자의 본심이었다.


“그렇다는 건···. 그때 즈음에 만났겠군요.”

“네, 만났죠.”


검은 머리 광신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이야기에 심취하여 본래의 일을 잊어버린 게 분명하였다.

광신도는 평범한 대학생이 지금의 신도가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은, 술에 취해서 돌아가던 날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날이 다른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천 다리 위에서 검은 우산을 쓴 교주님과 만났다는 거죠.”

“우산이라···. 검은 우산을 썼다면 비가 왔나 보네요?”

“그런가요? 아, 그렇겠네요. 술에 취해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에 교주님은 검은 우산을 펼쳐 쓰고, 정장에, 중절모까지 말끔하게 차려입고 있었었죠.”

“듣기만 해도 신사적인 분위기가 나는데요? 그렇다면 교주님이라는 분도 지금 이곳에 있는 건가요······?”


광신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씀드렸다시피 교주님은 특별한 사람이에요. 기적을 행할 수 있고 우리를 보살펴주실 수 있는 위치에 계시죠.”

“그렇군요···. 훌륭한 분이신 거 같아서 만나 뵙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그러면 조금 전의 이야기를 계속 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리 위에서 교주님과 만난 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그 다음에는 말이죠.”


광신도는 생각에 잠긴 듯 천장을 올려 보았다.

그는 무언가 환희에 잠긴 듯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꺼림칙하고 다가가기 싫어지게 만드는 미소였다.

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 그때였다.

광신도가 기이한 미소를 유지한 채 우리 쪽을 보았다.


“교주님은, 교주님은 기적을 일으키셨어요.”


작가의말

교주님은 기적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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