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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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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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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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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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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추적 그리고 잠입(4)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들과 제법 정돈되어 있는 도로.

겉보기에는 작은 상가들이 모여 이루어진 번화가의 모습이었지만. 거리를 채우는 인파는커녕 사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뭔가 으스스하네. 유령이라도 나오려나?”


주위를 둘러보던 기수가 느낀 감상을 말하였다.

흔히 유령마을이라 불리는 파주시의 빈민가.

과거에는 유동인구가 꽤 되는 시장이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첫 게이트 발생지역이 이곳이다 보니. 흉한 징조라 여긴 주민들이 이사를 가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너무 인기척이 없는 거 아니야?”


나 또한 기수의 말에 공감하였다.

유령마을이라 불리고 있다지만, 서류상으로는 어엿하게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구역이었다.

그런데 과연, 사람 사는 냄새 하나 나지 않는 이곳에서 정말로 사람이 살고 있을지.

의심을 바탕으로 한 의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거기 신참들. 괜한 소리 하지 말고 똑바로 해.”


긴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이 남자.

히어로 명 ‘검은 닌자’로.

카페에서는 닌자 옷을 입고 있던 히어로이었지만, 지금은 옷을 갈아입고 실업 실패자처럼 위장하고 있었다.


“거기 보라머리는 히어로 협회 참고인이니 괜찮지만, 너는 짐꾼이면서 농땡이 부리냐? 히어로가 만만해? 작전 실패하면 책임 질 거야?”


잠깐 떠든 일로 이때다 싶어서 핀잔을 주다니.

아무리 진 선생님이 짐꾼으로서 나를 추천하긴 했지만,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현재 작전구역에 들어섰고.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 없습니다. 이대로 북동쪽 방향으로 나아가며 주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출발 전에 다른 조와의 소통을 위해서 제공받은 무전기.

기수는 무전기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무전을 종료하였다.


“오오.”


나는 기수의 능숙한 무전을 보고 감탄하였다.

그런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검은 닌자가 한 행동이었다.


“야. 선배님이 말씀하는데 다른 곳 보는 거냐?”


잠깐 한 눈 팔았다고 또 핀잔을 받았다.

참아보려 했지만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어쭈, 인상 안 펴? 안 펴?”


그는 이곳이 군대나 학교인줄 아는 건가.

실력이 전부인 히어로 업계에서 선임 후임은. 같은 사무실 식구끼리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전부일 텐데.


“야! 선배님 말씀하는데 인상을 구겨? 내가 만만해? 만만하냐고!”


검은 닌자는 당연한 사실도 무시한 채, 아까부터 온갖 시비를 다 걸고 있었다.


‘확 저지를까······.’


참다못해 실력 평가 한 번 해볼까 하던 그때였다.


“거기 너. 우리 애 괴롭히지 말고 너나 잘해.”


다행히 진 선생님의 한 마디에, 검은 닌자는 순순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진 선생님 나이스.’


완벽한 타이밍에 속으로 따봉을 주었는데.

검은 닌자는 원래의 자리로 가는 내내 눈을 부라렸다.

어느새 우리가 유령마을을 돌아다니기를 몇 십 분의 시간이 지났다.


“잠깐 멈춰 주세요.”


앞장서서 걸어가던 천수 씨가 멈춰 섰다.

그는 주위를 살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이상의 주변 정찰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 괜찮다면 접촉을 시도해 보려하는데 어떤가요?”


접촉.

광신도 소굴로 본격적인 잠입을 시작하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찬성이네. 감독관양반.”


티처가 천수 씨의 말에 동의하였다.

다른 사람들 또한 반대하지 않았다.

모두의 동의를 모두 받은 천수씨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잠입을 준비하겠습니다. 현우는 그거 내려 놓아줘.”

“네.”


나는 등에 매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다.

출발 지점부터 계속 등에 매고 있던 세탁기만한 크기의 보따리.

위장용 잡동사니와 감시를 위한 장비들 그리고 각종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챙긴 무장 장비들이었다.

천수씨는 내가 짐을 내려놓자마자 지시하였다.


“부피가 크거나 의심 살만한 무장은 내려두고. 최소한의 몸을 지킬 것만 챙겨주십시오. 그리고 수면 스프레이와 테이저 건은 학생 두 명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세. 거기 보라 머리 아이야. 그쪽으로 던질 테니 잘 받아라.”

“예, 어르신.”


티처가 스프레이와 테이저 건을 던지고. 그것을 기수가 받아냈다.

기수는 허리춤에 무전기와 테이저 건을 꽂고, 수면 스프레이는 내게 건네었다.


“안 받아?”


솔직히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지 앞주머니에 잘 챙겨 넣었다.


“모두 챙겼죠? 그러면 주의할 점은 이동하면서 확인 하겠습니다. 현우야 물건들 다시 챙겨줄래?”

“네.”


나는 풀어헤친 보따리를 정리하여 다시 등에 맸다.

보따리의 무게는 조금 전보다 더욱 묵직해 졌는데. 다들 무언가를 빼내가기 보다는 더 넣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러면 이동하겠습니다. 다들 주의해야할 점은 인지하고 있죠?”


천수 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티처 만이 농담 삼아 재차 말하였다.


“우리가 다 같은 가족이라는 연극 말인가?”


천수 씨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리고 작전에 앞서 마지막으로 설명하였다.


“우리는 옛날에 이곳에서 살았고. 형편이 좋지 않아져 이사 온 겁니다. 그들에게는 이곳 마을 사정을 묻는 척, 교단에 관심이 있다는 거를 어필하여 접근할 겁니다.”

“그게 말처럼 되면 좋겠군.”


티처의 말에는 믿음보다는 불신이 가득했다.

하지만 천수 씨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될 겁니다. 놈들은 교단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확신에 가까운 대답에 반박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여서 어느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5층 계단에 도달하자, 천수 씨가 먼저 방 안쪽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폈다.

우리는 그가 문제없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5층 방으로 들어갔다.


“기수야.”


호명된 기수는 천수 씨에게 무전기를 건네었다.

천수씨는 입 가까이에 무전기를 대고 무전을 하였다.


“여기는 잠입조. 작전구역 입구에서부터 북동쪽으로 3킬로미터 거리인 건물에서 표적을 발견하였다. 사전에 이야기 되었던 위치와 일치하고 표적의 신변 또한 일치한다. 지금부터 접촉을 시작하겠다.”


곧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여기는 본부. 접촉을 승인한다. 잠입조는 사전에 이야기 해둔 채널로 변경하고. 특이사항 생길 시 즉각 보고해주길 바란다. 이상이다.”


무전이 끊기고. 천수 씨는 조금 더 무전기를 만졌다.


“기수야 다시 받아.”


기수가 무전기를 받고, 천수 씨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리가 있는 곳은 광신도 잔당이 있는 건물의 반대편.

지금부터 행할 행동이 진짜 작전의 시작이었다.


“할 수 있겠어?”


어느새 다가온 진 선생님이 나에게 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봤다.

나는 슬며시, 발목 안쪽에 챙긴 단검을 보여주었다.


“물론이에요. 선생님.”


나에게 하고 싶냐. 할 수 있냐는 의문은 관심 밖이었다.

지금 신경 쓰이는 건. 이번 작전에서 어디까지 내 실력이 통할지 궁금할 뿐이었다.

진 선생님은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막, 단검 한 자루와 장갑을 더 챙긴 그때였다.


“준비 됐나요?”


창밖을 살펴보던 천수 씨가 물었다.

나와 티처 그리고 검은 닌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짜두었던 팀 잊지 않았죠?”


이번 작전은 두 개의 팀으로 나뉜다.

이 건물에서 상황을 살피는 조가 한 팀 그리고 직접 잠입하는 사람들로 한 팀.

직접 잠입하는 건, 천수 씨와 티처 그리고 검은 닌자와 나였다.

천수 씨는 마지막으로 확인을 끝내고 움직였다.


“그러면 출발하겠습니다.”


비장한 분위기로 걸음을 옮기는 세 사람.

나도 이삿짐처럼 보일 보따리를 챙겨서, 그들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



“저, 저기 젊은이. 혹시 길 좀 물어도 되겠는가?”


검은 머리의 남자와 민머리 남자.

4층짜리 건물 앞에 서 있는 두 남자에게, 티처가 자연스러운 연기로 다가갔다.

두 남자는 낯선 이의 접근을 막는 게 일인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험악한 목소리를 냈다.


“이 영감탱이가! 저리 안 꺼져?”


티처는 위협에 맞춰서. 정말 겁을 먹은 거처럼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고 계속 접근했다.


“미, 미안하네. 그래도 옛날 집을 찾고 있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이 영감탱이가 꺼지라면 꺼져야지! 이거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민머리 남자 쪽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티처는 겁을 먹어서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아, 알겠네. 자, 잠시만 오지 말게. 지금 가겠네. 지금 갈 거라네!”

“이미 늦었어. 영감탱이야!”

“으아악!”


덩치가 우락부락한 민머리 남자는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기세 좋게 휘두른 주먹은 빈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티처는 발이 꼬여서 엉덩방아를 찍었다.


“어쭈. 피해?”


재밌는 듯 웃은 남자는. 티처의 멱살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공중에 들어올렸다.


“푸하하하, 영감탱이! 날씨가 그렇게 추워? 왜 이리 벌벌 떨어?”


민머리 남자는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사람을 상대로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비 없이 오른쪽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때였다.


“그 즈음하지?”


딱 적절한 때에,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천수 씨가 그의 주먹을 막았다.

남자는 티처와 천수 씨를 번갈아 살펴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뭐냐 넌. 이 노인네랑 한패냐?”


천수 씨는 그의 주먹을 놓았다.

그리고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 가까이 얼굴을 붙였다.


“한패가 아니라 한 가족이다 이 새끼야. 별것도 아니고 길만 물어본다는데. 너는 노인 공경도 할 줄 모르냐?”

“가족? 바깥에서 바닥을 찍고 이딴 곳에 돌아온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지껄이네?”

“남이야 그러든 말든.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그래? 그러면 신경 쓰지 않게 썩 꺼져!”

“안 그래도 그럴 거였다!”


천수 씨는 주저앉아 있는 티처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티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이만 일어나세요.”


하지만 그래도 안 일어나지 않았다.

구경하고 있떤 나와 검은 닌자도 달려가 부축하는 일을 도왔다.

티처는 겨우 부축을 받아서 비틀거리며 두발로 일어섰다.

떨리는 두 손과 입술이.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얼른 꺼져! 앞으로 똥쟁이 관리 잘하고 말이야!”


우리의 모습이 아니꼬운지. 멀리서 구경만 하던 검은머리 남자가 소리쳤다.

빠득.

낄낄대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천수 씨가 이를 가는 소리를 내었다.


“빨리 가요 할아버지.”

“아······.”

“할아버지?”

“아 누······.”


천수 씨가 재촉했지만, 티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 눈동자님께 감사를 해야 해. 살려주신 것에 대해 눈동자님께······”


천수 씨가 황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당황한 듯 우리를 보고. 앞에 두 남자에게도 불안한 시선을 옮겼다.


“···들었어?”


천수 씨의 목에서 마른 침이 넘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게서 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형이 들었냐고 묻고 있잖아? 대답 해야지?”


그는 자신의 허리춤으로 손을 옮겼다.

나는 최대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검은 닌자 또한 확실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제야 그는 눈에 띄게 안심하였다.

그러고는 나와 검은 닌자에게 티처를 맡겼다.


“할아버지 모셔.”

“어?”

“똑바로 할아버지 모셔!”


고함치는 그의 목소리에. 나와 검은 닌자는 다급하게 티처를 부축하였다.


“···형?”


나는 그를 불렀다.

천수 씨는 내 목소리에 어깨를 움츠렸다.

이내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허리춤에서 위협적으로 송곳을 꺼내 들었다.

천수 씨는 꺼내든 송곳을 앞에 두 남자에게 향했다.


“너, 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 여기서 죽어 줘야겠어.”


떨리는 목소리와 떨리는 손.

그럼에도 확실하게. 두 남자를 향해 똑바로 송곳을 들고 있었다.


“이야아아아아!!!”


그는 달렸다.

거대한 몸집인 두 사람의 품으로 달렸다.


“모든 건 눈동자님을 위해!!!”


푹.

그는 어설플 정도로 올곧게 달려갔다.

결과는 놀랍게도. 민머리 남자의 복부에 송곳을 찔러 넣는데 성공했다.


“하아. 하아······.”


하지만 빈틈투성이인 공격이 성공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민머리 남자는 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이라 했지.”


남자는 자신의 배를 찌른 천수 씨를 붙잡았다.

아니, 정정이다.

남자는 마치 깃털로 몸을 감싸듯, 부드럽게 천수 씨를 안았다.

그러고는 천수 씨의 한쪽 귀에 입술을 대고 움직였다.


‘모든 건 눈동자님을 위해.’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속삭였을 게 분명하다.

민머리 남자는 천수 씨를 껴안은 팔을 풀어서 활짝 펼쳤다.

그리고 우리 쪽을 보고 말하였다.


“환영하네, 동지들이여. 우리는 가족인 자네들을 환영하겠네.”


남자의 얼굴은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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