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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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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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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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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조사(2)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저주?”


기천이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날에 강혁이 말해주었던 저주라는 단어.

그것을 추적하다 보면 그에게 이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갑자기 그건 왜?”


‘갑자기 그런 건 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전날에도 같은 대답을 했던 태영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남동생의 환영을 떨쳐내려고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환영이 사라지고 위화감만이 남아 있었다.


“너 뭐하냐?”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기천의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민망한 기분에 마른기침을 하였다.


“크흠, 그보다 저주가 뭔지. 알고 있는 거 있어?”


기천이 팔짱을 끼고 천장을 바라봤다.

대충 넘어 갈 줄 알았는데 그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을 해주고 있었다.

그가 팔짱을 풀고 말하였다.


“네가 말한 저주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초능력일 가능성도 생각해봐.”

“초능력?”

“저주의 대부로 유명한 이가라시 후코나 유럽의 마가 같은 거.”

“아······.”


초능력.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꺼림칙한 일을 겪게 하는 일이 저주라면. 초능력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로 초능력 분류 중에는 저주 계열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딸랑.

사무실 문이 열리는 방울소리가 들렸다.

한창 저주라는 단어에 골머리가 썩는 그때, 그가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어, 그래."


사무실에 들어온 진 선생님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오늘도 그는 변함없이 피곤한 모습이었다.


"하암, 뭔 이야기를 하는데 그리 진지하게 하고 있어?"


진 선생님은 하품을 하며 발로 문을 닫았다.

기천은 대답 하지 않고 내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나는 진 선생님에게 조금 전에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주?"

"네."


진 선생님이 시선을 위로 향하고 턱을 어루만졌다.

그러다 나를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갑자기 그런 건 왜?"

"개인적으로 알아볼 일이 생겨서요."

"괜히 누구를 저주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나는 진 선생님의 말에 기가 찼다.

누가 저주를 하고 싶어서 궁금하다 했는가?

곧바로 양팔을 들어서 그에게 항의했다.


"제가 그런 미신을 믿을 놈인가요? 제 일도 해결 못하고 저주에 기댈 놈으로 보이세요?"

"미안하다. 실언이었어. 하긴, 네 성격에 그럴 일이 생길리가 없지."

“맞아요. 제 성격에······. 뭐예요, 제 성격이 뭐가 어때서요?”

“바로 그런 성격 말이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억울했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점도 말이지.”


진 선생님은 짧게 말하고는 코웃음을 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서류가 쌓인 책상 앞에 자리했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서 볼펜을 위에 올려두고, 내가 정리해 놓은 서류를 주시했다,

이내 그의 다른 손이 무언가를 쥘 거처럼 책상 위로 뻗어나갔다.

연필도 수첩도 아닌, 다른 물건을 쥐려하는 움직임.

나는 그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죄송합니다. 그만 깜빡했어요. 지금 바로······”


진 선생님이 손바닥을 보이며 내 행동을 제지하였다.

그는 서류를 내려놓고 머그컵이 놓인 선반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싱크대에서 물을 받고 전기 포트에 전원을 켰다.

머그컵을 뒤집어 커피가루를 부은 뒤, 빈 봉투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진 선생님이 같은 행동을 두 번 더 반복할 때 즈음, 물을 끓인 커피포트의 전원이 내려갔다.

그는 총 세 개의 컵에 끓는 물을 따른 뒤. 그 중 두 개를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머그컵을 감싸 쥐었다.

진하고 씁쓸하며, 달콤한 우유향기가 느껴졌다.

털썩하고 엉덩이가 들썩였다.

갑작스레 진 선생님이 내 옆 자리에 앉았다.

그는 탁자 위에 다리를 꼬고, 커피 잔에 입술을 댔다.

그리고 나와 시선을 맞추고 말하였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 고민이지?”

“네? ···뭐가요?”

“네가 말한 저주라는 거 말이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 거 아니었어?”

“아, 네, 그렇죠. 그러면 혹시 저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으세요?”

“글쎄. 나도 이쪽 지식이 풍부하지는 않아서 말이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궁금한 건데?”


궁금한 부분.

생각해보니 나는 저주에 대해서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 저주가 무엇인지···. 저주 계열의 초능력 같은···. 마가나 뭐 이런 사람···. 이것저것······”

“됐어, 그만 말해라. 결국 최근에 관심이 생겼는데 아는 게 없다는 거잖아.”

“네, 뭐. 그렇죠?”

“‘그렇죠?’가 뭐냐? 그런 건 질문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알아 봤어야지.”

“······인터넷에 쓸모 있는 정보가 나와야죠. 저주 인형 후기만 나오는데 뭘 알겠어요.”


나는 볼멘소리로 불평했다.

그러자 진 선생님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허, 궁금한 게 있다는 놈이 말대꾸를 참 잘한다?”


기특한 듯 말하지만 짜증이 섞인 목소리였다.

나 또한 그에 질 세라 혀를 놀렸다.


“그래 보이니 다행이네요. 그것만큼은 대한민국 제일간다고 자부하고 있거든요.”


진 선생님의 눈썹이 꿈틀 경련하였다.


“허, 그러냐? 그거 잘해서 어디다 써먹게?”

“아무래도 외로운 아저씨랑 말동무할 때나 써먹겠죠?”

“외로운 아저씨? 하하, 이제 보니 진심으로 이러는 거 같다?”

“하하하. 농담인 거 같아요?”


우리는 동시에 이야기를 멈추고,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다.

말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서로의 입가가 점점 일그러져 갔다.


“멍청이들.”


기천이 지켜보다 못했는지 한마디를 하였다.

그제야 나와 진 선생님은 표정을 풀고 커피를 들이켰다.


“하여간 밉상 같으니···. 이거나 받아라.”


커피의 잔여물이 머그컵에 보일 때 즈음. 진 선생님이 내게 명함뭉치를 건네었다.

명함에 보이는 글씨는, 호접지몽 사무소 붉은 나비.

나는 어이가 없는 기분에 진 선생님을 바라봤다.


“뭐야 그 표정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똑바로 해.”

“······아니요. 갑자기 새 명함을 자랑하는 건가 싶어서 어이가 없었네요.”

“자랑? 새 명함?”


진 선생님이 미간을 찌푸리고 명함을 도로 가져갔다.

그는 명함 몇 개를 손에 쥔 다음, 명함 뭉치를 다시 던져주었다.


“김수진이라는 사람 찾아. 아마 거기 안에 있을 거다.”


나는 별말 없이 명함을 늘어놓았다.

그가 새 명함을 자랑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수많은 인맥들의 명함이었다.

저널리스트와 대기업 회장들.

경호업체와 히어로사무소 그리고 사회의 여러 유명인사들까지.

개중에는 좋은 부모 교육과 아동 심리 상담가 명함 같은 쓸모없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의 인맥과 관련된 명함이었다.


“말씀하신 명함 찾았어요.”


김수진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을 집어 들었다.

이에 진 선생님은 담배를 입에 물고 손을 내밀어 보였다.

나는 순순히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는 명함을 한번 스윽 확인하더니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그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하였다.


“가져가.”

“네?”

“아직 학교를 그만두지는 않았을 거다. 연락하면 만나줄 테니 찾아가봐.”


대체 누구기에 나보고 찾아가라는 걸까.

나는 명함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였다.


‘초능력 연구원 김수진.’


아무래도 명함에 적힌 내용으로는 이 정도 정보가 다였다.

앞서 학교에 있다는 말로 보아, 지금은 연구원 일을 그만두고 교사로 일하고 있음을 추측 할 수 있었다.

나는 김수진 씨의 명함을 지갑 안에 넣었다.

내가 막 지갑을 주머니에 넣은 그때, 진 선생님이 말하였다.


“내일 나하고 기천이랑 둘이서 사무실 지키고 있을 테니 다녀와라. 찾아가면 굳이 내 이름은 대지 말고.”


나는 파격적인 제안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내일요? 정말 그래도 돼요?”

“그래, 이 참에 삼 일 정도 더 쉬고 와. 며칠 동안 일 받을 생각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 말 정말이에요? 역시 진 선생님이 최고예요. 정말 감사해요!”

“하, 너는 이럴 때만 태도가 변하지? 당장 쉬게 해준다는 말 아니니 똑바로 일해.”

“네!”


진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담뱃불을 재떨이에 짓이겼다.

나는 곧바로 청소기를 들어 사무실을 청소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이 대화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같은 주제의 언급은 없었다.



*



“너, 뭐야?”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같은 집에 사는 한 살 위의 형, 이현우.

이런 대답을 원할 리 없기에 애써 무시했다.


“야, 내 말 무시하는 거야?”


저번에 식사 시간에 슬비와 다툼이 있은 이후로, 태영은 한층 더 거칠게 나를 대하였다.

나는 괜하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아무 말 없이 신발을 신고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도 거슬리는 요인인지. 태영은 내 목깃을 붙잡고 신발장 벽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곧바로 손가락 끝으로 그의 손등을 두어 번 건드렸다.

그러나 남동생은 머리 하나 차이 나는 높이에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말이다.


“왜 이 시간에 교복을 입고 나가냐고 묻잖아. 지금!”


현재 시간은 오후 두 시 삼십 분.

왜 지금 집을 나가냐고 묻고 싶은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왜 대답이 없어? 벙어리야? 지켜줄 사람 하나 없으니 겁먹었냐?”


벙어리라니.

매번 말을 들으면서 느끼지만 모욕의 정도가 항상 선을 넘는 발언들이었다.

그리고 굳이 정정하자면. 겁을 먹었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이럴 뿐이었다.


“좋은 말 할 때 네 방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괜히 버티고 있다가, 갈 길도 못 가게 되고 싶은 게 아니면 말이야.”

“······푸흣.”

“웃어? 너 지금···”


아무래도 태영은 비켜줄 생각이 없는 듯하였다.

이제 중요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남동생 하나 때문에 기분을 망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꼬리 내릴 거면서 고집 부리기는.”


남동생이 뒤에서 조롱했지만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나는 거실 소파 옆에 놓인 작은 가방 하나를 챙기고 그 안에 신발을 넣었다.

그러고 유유히 거실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드르륵.

들이닥치는 여름 바람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야, 너 지금 뭐······”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다.

신발장에 위치한 이태영이 놀란 눈을 하고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웃어보였다.

덤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이고, 그대로 무게 중심을 뒤쪽으로 옮겼다.

베란다 바깥쪽에서 높은 층들과 쾌청한 하늘이 보였다.

한 여름의 더위가 온몸을 감쌌다.


“야, 이현우!”


방 안 쪽에서 기겁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조소를 머금고 어중간하게 걸쳐있던 몸을 마저 떨어트렸다.

순간 몸이 무게를 잃고 공중에서 자유롭게 원을 그렸다.

하늘에서 땅 그리고 다시 건물.

천천히 움직이는 풍경 속에서 손을 뻗어, 베란다 난간을 붙잡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렇게 베란다 난간에 손을 떨어트렸다가 다시 붙잡는 행위를 몇 번 더 반복했을 즈음.

어느덧 내 두 발은 지상에 닿아 있었다.


“후우.”


나는 두 다리를 털고 고개를 위로 올렸다.

건물의 팔 층 베란다 바깥으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태영의 얼굴이 보였다.


“먼저 갈게~”


웃으면서 남동생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베란다 창문을 열 때에 남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남동생의 표정.

오랜만에 한방 먹인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



키네시스 고등학교 건물 3층에 위치한 초능력 전문 육성 반 2학년.

1반부터 7반까지 이어진 복도를 지나면 진 선생님의 지인과 만나기로 약속한 상담실이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상담실이 있을 터였다.

과거에 여동생을 데리러 온 적이 있기에 상담실 위치에는 자신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문에 붙은 종이에는 실험 실습실이라 적혀 있었다.

혹시 학교가 지난 일 년 사이에 상담실 자리를 옮기기라도 한 걸까.

나는 확실한 확인을 위해 미닫이문을 옆으로 밀었다.


“근육! 근육!”


기이한 기합소리와 풍경에, 곧바로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뒤로 돌아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아무래도 교무실에 길을 묻는 게 제일 확실할 듯하였다.


“어!”


내가 막 복도 모퉁이를 지난 그때였다.

복도에 무릎 꿇고 앉아있던 여학생이, 나를 손가락질 했다.


“이··· 현우! 여긴 어쩐 일이야?”

“누구?”


나는 상대방이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다 옛 기억이 떠올라 눈썹을 찡그렸다.

서슴없이 다가오는 말투와 예의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행동.

귤 같은 색상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여학생.

초능력 전문 육성 반 3학년 학생이자, 교장선생님의 손녀인 최지민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여전히 산만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뭐야. 뭐야? 일반 학생이 초능력 반은 왜 온 거야?”


쉽게 일을 해결하려다 혹 하나를 붙인 격이었다.

부디 괜한 관심을 끊어줬으면 했지만 이미 그른 모양이다.


“얘. 얘. 내 말 안 들려? 여긴 왜 온 거냐니까? 아는 사람이라도 초능력 반에 있어? 헉! 혹시 여자 친구? 설마 진짜야?”


누군가 말하기를. 아는 것이 무섭고, 익숙해지면 쉽다고 했다.

그러니 잠깐의 만남이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면······.


“예뻐? 머리색깔은 어떤 색이야? 키는 너보다 커? 하긴 너보다 큰 사람은 찾기 쉽겠다. 그래도 이왕 사귀는 거 비슷한 키가 낫지 않아? 너 키는 몇이야? 아 참고로 나는 164야. 비교하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 주면······”

“그만.”


나는 그녀의 말을 멈추었다.

말을 전부 들어주기에는 정신적인 소모도, 시간적인 소모도 너무나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엮이기 싫었다.


“잘 들어. 이곳 상담실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는데 길을 착각했어. 나도 너랑 이야기하고 싶지만, 약속 시간에 늦었으니 다음에 이야기 하자.”

“아, 여기에 약속 때문에 온 거야? 상담실을 찾고 있고?”

“그래, 아주 중요한 약속이야. 그러니 이만 헤어지자?”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나는 마음을 편히 할 수 있었다.


“그러면 갈게?”


나는 짧게 인사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내가 막 그녀의 옆을 지나가던 그때였다.

갑작스레 목깃의 여유분이 좁아져 목이 걸렸다.


“···콜록!”


발걸음을 멈추고 기침을 하였다.

나는 손으로 목깃을 잡아당겨 공간을 확보하였다.

분명 상대할 시간 없다고 했는데도 이런 장난을 하는 이유가 뭘까.

모양이 망가진 목깃을 정리 한 뒤, 이런 짓을 한 인물을 노려봤다.


“어, 미안해···.”


본인도 양심은 있는지 사과는 제때 하고 있었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셔츠 소매를 붙잡혔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마주한 지민이 말하였다.


“잠깐만 기다려줘!”

“잠깐, 왜······.”

“선생님!”


지민은 처음에 무릎 꿇고 앉아있었던 교실로 달려갔다.

나는 제자리에 선 채로, 두통이 이는 이마를 짚었다.


“지민 학생 대체 이게 무슨······”

“선생님 잠깐······”


지민은 교실에서 나온 여성 교사와 말을 주고받았다.

대강 듣자하니, 교내 위치를 모르는 나에게 안내를 해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교사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민 학생. 다음에는 후배들 교실에 찾아와서 괴롭히고 그러면 안 됩니다?”

“네! 다음부터는 하지 않도록 주의할게요!”

“알겠어요. 반성의 기미가 보이니 이만 가도록 하세요.”


교사는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민은 신이 난 발걸음으로 이쪽으로 돌아왔다.


“정말 다행이지? 가자, 내가 상담실까지 안내해줄게.”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시간을 빼앗긴 사람과, 훈육을 받다가 빠져나갈 핑계거리가 생긴 사람.

누가 더 다행인지는 굳이 재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괜한 말을 꺼냈다가 후회할 일을 겪을 거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순순히 지민의 뒤를 따라갔다.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 끝나고 몰아보기를 권장드립니다. 잡담이 많은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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